- 기원전 312년 최초의 수로인 아쿠아 아피아Aqua Appia가 건설되었고 서기 226년까지 5세기 동안 총 11개의 수로가 완공되었다. 수로의 총 연장 길이는 약 800km에 달하였는데, 이는 서울시 둘 레길의 5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길이다. 또한 일부 수원지는 도심으로부터 90km나 떨어져 있었다.
수로를 통해 로마 시내에 전해진 물은 856개의 공공 목욕탕과 1,352개의 분수를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당시 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곳을 넘어 요즘의 복합 문화 공간에 가까웠다. 대규모의 목욕탕 안에는 체육 시설이 있어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었으며, 사우나와 마사지는 물론 독서와 음주까지 할 수 있었다. 고대 로마 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얼마나 풍요로웠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 로마에 처음으로 지어진 공공 목욕탕은 기원전 19년에 완공된 수로 아쿠아 비르고 Aqua Virgo를 통해 물을 공급받았다. 이 수로 의 건설자는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의 친구이자 미대 지망생 이면 누구나 한 번쯤 초상화를 그려봤을 석고상의 실제 모델 마 르쿠스 아그리파Marcus Agrippa다. 아그리파는 수도 시설을 정비하 고 확장하는 데 막대한 사유 재산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아쿠아 비르고는 11개의 수로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물을 흘려보내는 기 능을 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인 트레비 분수 Trevi Fountain에도 물을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로마 제국 때 건설된 수로의 일부는 현재도 유럽 각 지역에 유적으로 남아 있다.'
- 다빈치는 커다란 기포가 나선형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스케치하고 상세히 설명하였는데, 이를 레오나르도의 역설 Leonardo's paradox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무거운 공은 직선으로 가라앉고 작 은 기포는 직선으로 떠오르는데, 커다란 기포는 갈지자형 또는 나 선형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역설로 불린다.
네덜란드 트벤테대학교 유체물리학 그룹의 크리스티안 벨뒤스 Christian Veldhuis는 2007년 기포의 거동을 물리학적으로 해석한 논문 '레오나르도의 역설: 입자와 기포의 경로와 형상 불안정성' 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참고로 심리학과 미술에서 '레오 나르도의 역설'은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넓은 각도 끝의 직 선 일부가 곡선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처럼 기포의 독특한 물리적 특성은 놀랍게도 의료 분야에 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혈액에 평균 직경 5m 크기의 미세 기포microbubble를 주입한 후 특정 부위를 초음파로 촬영하면 기존보다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초음파 주파수와 크기가 비슷 한 미세 기포가 공명 현상으로 초음파 산란을 유도하여 영상의 선명도를 증강시키는 원리다. 또한 초음파 조영제는 인체에 무해 한 미세 기포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는 검사나 시술 시 특 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약물인 조영제 contrast media의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여 향후 더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유압의 원리를 처음 밝힌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 Blaise Pascal이다. 그는 유체의 특성을 연구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일명 파스칼의 법칙 Pascal's law으로 밀 폐된 용기 속 액체의 한 부분에 압력을 가하면 모든 지점에 같은 크기의 압력이 전달되는 원리다. 힘은 압력과 면적을 곱한 값이므 로 일정한 압력 하에서 면적을 달리 하면 힘의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이는 작은 힘으로 큰 하중을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압 장치는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필요 로 하는 비행기에 널리 활용된다. 유압을 이용하면 큰 힘이 요구 되는 장치를 손쉽게 밀거나 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보조익, 승강타, 방향타 외에도 슬랫slat, 플랩flap, 스포일러 spoiler, 랜딩 기어 landing gear, 브레이크 break 등을 제어할 때도 유압이 사용된다. 오늘날 유압 장치는 비행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활 용되는데, 주로 큰 하중을 다루는 포크레인, 지게차, 덤프트럭 같은 건설 기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파스칼의 법칙은 모든 비압축성 유체에 적용되므로 물도 해당 되지만 기계를 부식시킬 위험이 있어 주로 기름을 사용하며, 한 자로 기름 유)를 써서 유압壓)이라 부른다. 참고로 기름 대 신 공기를 사용하는 공압 시스템 pneumatic system은 공기를 압축해 압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공압은 유압에 비해 정밀하지 않지만 반응 속도가 빠르고 화재 발생 시 위험성이 적어 대형 차량의 에 어 브레이크, 교반기의 에어 모터 등에 활용된다.
- 독일의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항공기 표면에 상어 비늘과 유사 한 구조의 필름을 붙여 항공기의 운항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연 료를 절감하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물과의 마찰 저항을 줄여 물 속을 초고속으로 헤엄치는 상어 비늘의 원리를 응용한 생체모 방기술로, 일명 에어로 샤크 AeroSHARK라 불린다. 상어 비늘에는 한쪽 방향으로 갈비뼈 같은 돌기가 존재하는데, 이를 리블렛riblet이라 한다. 리블렛은 육안으로 관찰할 수는 없고 현미경으 로 확대해야 자세히 볼 수 있는 있는 10~100m 크기다. 리블렛 이 만드는 미세한 소용돌이는 주변 물의 흐름과 상어 피부 사이 의 마찰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루프트한자 항공은 이 기술을 유럽 아시아 대륙 간 국제노선에 투입되는 보잉 747기에 실험 적용하였다. 여객기 기체 하부에 약 800m2 면적에 걸쳐 머리카락 굵기의 절반 수준인 50m 높이의 미세 돌기가 달린 얇은 필름을 부착하였다. 계산에 따르면 비행 시 주변 공기와 마찰을 줄여 연간 3,700톤의 연료 절약과 11,700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유럽-아시아 구간 비행 48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다.
- 카메론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보다 해양 탐사에 더욱 큰 흥미 를 느꼈을 정도로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다. 또한 그는 2012년 딥시 챌린저 Deepsea Challenger라 불리는 잠수정을 직접 운행하여 지구상 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를 탐험한 적도 있다. 카메론이 SF 영화의 전설이 된 <터미네이터>와 <아바타>를 제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카메론과 미국 해군사관학교 연구진은 타이타닉의 침몰 과정을 구조역학적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연구 목적은 타이타닉이 빙산과 충돌한 후 진행된 침수, 침몰 및 구조적 파손을 정확하게 모 델링, 시뮬레이션 및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선박 설계의 핵심 기술인 비선형 구조역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 정받는 부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에게 자문을 요 청하였다. 백점기 교수는 조선해양 분야의 양대 노벨상으로 불리 는 미국조선해양공학회의 데이비드 테일러 메달David Taylor Medal 과 영국왕립조선학회의 윌리엄 프루드 메달William Froude Medal 모두 수상하였다. 또한 영국왕립조선학회는 백점기 교수의 업적 을 기리기 위해 구조역학 분야 35세 이하 최우수 연구자에게 시 상하는 백점기 상Jeom Kee Paik Prize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끈질긴 연구 끝에 <타이타닉>에서 배가 90° 가량 기울어진 상태에서 부서진 것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2013년 조선해양공학 학술지 <Ships and Offshore Structure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타이타닉이 빙하에 부딪힌 뒤 약 23°로 기운 시점 에 두 동강이 났다. 연구진은 당시 자료를 참고하여 선박의 크기 와 형태는 물론 내부 구조까지 똑같이 모델링한 후 유량 방정식 으로부터 침수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였다. 이를 통해 시간에 따른 침수량과 굽힘 하중 bending moment을 계산하였으며, 선체가 23° 정도 기울었을 때 배 중심부에서 최대 굽힘 하중을 받는다 는 사실도 밝혔다.
카메론은 타이타닉이 한 번에 완전히 부러지지 않고 잠시나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바나나 이론 banana theory 으로 설명하였다. 선박의 본체는 마치 반으로 쪼개진 바나나처럼 두 동강이 났지 만 이중저가 껍질처럼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 온도뿐 아니라 비뉴턴 유체 non-Newtonian fluid라는 당밀의 물리적 특성도 이 사건의 주요인이다. 뉴턴 유체 Newtonian fluid는 속도에 관계없이 일정한 점도를 갖는 유체로 비교적 점성이 약한 기체와 물 같은 액체가 이에 속한다. 반면 이와 반대로 유체가 움직일 때 점도가 변하는 유체를 비뉴턴 유체라 하는데, 주로 당밀 처럼 점성이 강한 액체들이 여기에 속한다.
비뉴턴 유체는 가해지는 응력stress이 커짐에 따라 점성이 강해 지는 전단 강화 shear thickening 유체와 점성이 약해지는 전단 박화 shear thinning 유체로 나뉜다. 전단 강화 유체로는 전분물이 있으며, 당밀, 케첩, 생크림, 시럽, 혈액, 실리콘 오일 등은 전단 박화 유체 에 속한다. 예를 들어 병에 든 케첩의 점성이 강해 잘 나오지 않을 때 병을 흔들면 어느 순간 점성이 약해져 밖으로 튀어나온다. 당밀도 이와 유사하게 평소 정지해 있을 때는 점성이 강하지 만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따라 순간적으로 점성이 약해져 더욱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한참을 흐르고 난 당밀은 거의 멈춘 후 다시 점성이 강해져 사람들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았다. 당밀 속에 갇힌 수백 명의 시민들은 늪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댈 뿐 쉽사리 헤어 나올 수 없었고 결국 찬란한 보스턴 역사에 최악의 참사로 남았다.
- 테일러가 폭발 사진만 보고 원자 폭탄의 위력을 계산한 것과 달리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종이 한 장으로 그 위력을 추정하였다. 원자 폭탄의 실전 투입 전 트리니티 실험 Trinity test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었던 그는 충격파가 몰 려올 즈음 종잇조각을 공중에 날렸다. 약 2.5m를 날아간 종잇조 각은 잠시 후 땅에 떨어졌고, 페르미는 그 변위로부터 핵폭탄의 위력을 추론했다.
값비싼 계측 장비 없이 종이와 연필만으로 대략적인 실험 결 과를 빠르게 예측한 낭만의 시대였다. 당시 페르미가 추정한 값 은 10kt였는데, 실제 폭탄의 위력은 20kt 정도였다. 두 배 차이가 나긴 했지만 지금처럼 정밀한 컴퓨터 계산이 불가능했던 시대에 단순 계산으로 얻은 값 치고는 상당히 높은 정확도라 평가받았다. 페르미가 사망한 지 70여 년이 지난 2021년 미국 워싱턴대학 교 물리학과 조나단 카츠 Jonathan Katz 교수는 페르미가 남긴 메모 로부터 그가 어떤 과정을 통해 원자 폭탄의 위력을 계산했는지 추측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처럼 기초 지식과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단시간 내에 답을 구하는 방식을 페르미 추정 Fermi estimation 또는 추측 guess과 평가
estimation"를 합쳐 게스티메이션 guesstimation이라 부른다. 또한 디자이너들이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를 냅킨에 스케치하듯 과학자들은 메모지에 간단한 계산을 하는데, 이를 봉투 뒷면 계산back of the envelope calculation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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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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