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낟알에는 큰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따로 말리거나 처리를 하지 않아도 벌레가 끓는 것만 막아주면 아주 오래 보관이 가능한 거죠. 그러니 겨울철을 날 식량으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때까지의 인류는 이런 고분자 탄수화물, 즉 녹말을 분해 하기 쉬운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거지요. 하지만 인간에게는 대신 불이 있었죠. 곱게 가루를 낸 뒤 물과 섞고 끓이면 녹말이 분해되면서 먹기 알맞게 변합니다. 커다란 옹기 등에 낟알 채로 저장해두었다가 먹을 때 껍질을 까고 돌절구에 문대어 가루로 만들어 물로 반죽을 하고 불에다 익힙니다. 그러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요리가 개발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쌀을 밥으로 지어 먹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 습니다. 삼국 시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가루를 내어 쪄서 먹었 다고 문헌에는 전해져 오지요. 밀도 처음부터 가루를 내어 쪄서 먹었고 요. 반죽을 한 것까지는 같지만 이를 발효시켜 조금 더 소화시키기도 좋 고 풍미도 좋게 만들지요. 모양을 잡아 빵을 만들기도 하고, 길게 가락을 내어 면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란 개념이 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 아닌데도 가축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일어날 때 자기가 축화란 개념을 씁니다. 자기가축화의 대표적인 동물로는 보노보와 인간 을 꼽습니다. 자기가축화에서도 일반적인 가축화와 마찬가지로 다른 이 들에게 친밀하게 굴거나, 인내심이 늘어나고, 공격성이 줄어드는 등의 행 동이 나타납니다. 두개골이 작아지고, 이빨 크기도 줄고, 수컷의 외양이 암컷처럼 혹은 어린 개체처럼 변하는 등의 외모의 변화도 나타납니다. 보노보를 보면 이런 특징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아주 유사하지요. 외모도 그렇지만 유전적으로도 둘이 가장 가깝습니 다. 그런데 보노보와 침팬지를 비교해 보면 지킬과 하이드 정도로 둘은 달라 보입니다. 침팬지들은 낯선 침팬지들을 만나면 먼저 이빨을 드러내고 위협을 가하고, 싸우기가 다반사지요. 하지만 보노보는 폭력성이 많 이 사라졌습니다. 낯선 보노보를 봐도 위협을 하기보다는 서로 성기를 접촉하면서 우호를 쌓는 걸 즐겨합니다. 같은 집단 안에서도 침팬지는 싸움이 그치질 않지만, 보노보는 웬만하면 싸움이 없습니다. 외모도 조 금 변했습니다. 이빨도 작고 두개골도 작지요. 피부색도 덜 진합니다.
보노보 사이에서 이런 자기가축화가 나타난 건 암컷 위주의 사회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암컷이 덜 공격적인 수컷을 선호해서 짝짓기를 하면서 점차 수컷의 공격성이 줄어들었다는 거지요. 그리고 이 런 자기가축화는 인간에게서도 보여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를 인간자기가축화가설Human Self-domestication Hypothesis이라고 합니다. 
- 인간의 자기가축화는 문명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개를 가축화한 것은 길게 봐도 3만 년 전이지만 인간이 자기가 축화를 시작한 것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10만 년은 거뜬히 넘어가니까 요. 인간이 가장 먼저 가축화한 건 자기 자신이란 이야기지요. 이 또한 우리 선조들에게 고마워 할 일이라 여겨집니다. 우리 선조는 싸움 대신 대화를, 배제보다는 협동을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던 것입니다.
- 음식이 쉽게 소화된다는 건 그만큼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는 말이기도 합니다. 흔히 점심시간은 1시간을 줍니다. 밥 먹는 데야 30 분도 걸리지 않지만 어느 정도 소화시킬 시간까지 염두에 둔 거지요. 물 론 1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순 있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배를 꺼줄 수 있는 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이미 불에 조리되어 많이 분해되어 있기 때 문입니다. 불에 음식을 익혀 먹기 전 조상들은 먹은 걸 소화시키려면 지 금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만큼 쉬어야 했지요. 그러니 하루 한두 끼만 먹어도 우리보다 소화시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고,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부족했겠지요. 불에 음식을 익혀 먹는 건 다른 일을 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음식을 익혀 먹는 건 우리 몸의 구조를 바꾼 대사 건이었습니다. 먼저 소화기관이 짧아졌습니다. 이전에 비해 소화가 쉬워 졌으니 굳이 긴 소장을 가질 필요가 없었지요. 맹장이 짧아져 지금의 충 수돌기 정도로 줄어든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그리고 턱이 변합니다. 딱 딱한 음식을 먹던 조상들은 어금니를 우리보다 여섯 개 정도 더 많이 가 지고 있었습니다. 어금니는 맷돌처럼 음식을 잘게 갈아 소화를 돕는 일 을 하지요. 당연히 어금니 자리를 만들기 위해 입이 앞으로 삐죽이 나왔 었지요. 두개골 화석을 보면 확실히 그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익 혀 먹는 음식은 이전만큼 많이 갈 필요가 없으니 어금니가 줄어듭니다. 지금도 사람에 따라 사랑니가 어려서부터 나는 사람도 있고, 아예 잇몸속에 가둔 채 일생을 보내는 이도 있는 것처럼, 이전 조상들도 사람에 따 라 어금니의 개수가 좌우 위아래 합쳐 네 개에서 여덟 개 정도 차이가 났 을 겁니다. 음식이 딱딱할 때는 어금니 개수가 많은 것이 생존에 유리하 지만 이젠 그렇지 않지요. 어금니 개수가 줄어든 사람들도 같은 경쟁력 을 갖춥니다. 게다가 말을 하기에는 어금니 개수가 적고 입이 덜 튀어나 온 편이 유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튀어나온 입이 들어가는 구조 적 변화를 겪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혀의 형태입니다. 두껍고 크던 혀가 얇고 작아지면서 입안에서 혀의 움직임이 훨씬 더 현란해집니다. 다양한 형태의 발음을 하는 데는 혀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모음과 자음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불의 사용 이후의 일이지요. 포유류는 모두 음식을 먹을 때 기관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막는 후두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목 위의 보라색 긴 막이 후두개입니다. 왼쪽은 다른 영장류의 후두지요. 보시면 숨을 쉴 때 후두가 입과 목 사이를 완전히 막는 걸 볼 수 있습니 다. 그래서 숨은 코로만 쉴 수 있지요. 반대로 오른쪽 인간의 후두는 숨 을 쉴 때 열린 공간이 입과 이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후두개가 해 부학적으로 아래로 내려가게 된 것은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경추와 두개골의 구조가 변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런데 입 구조가 개조되 면서, 즉 입과 코로 동시에 숨을 쉴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항상 기도로 음식물이 넘어가는 위험을 가지고 살게 됩니다. 사래가 걸리는 거지요. 그 정도야 말을 하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하면 감수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변화를 통해 인간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야어여오요우유이'의 다양한 모음과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의 다양한 자음이 모여 온갖 종류의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자 그를 조합하여 대상을 지칭하거나 상태나 행동을 나타내는 언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지 요. 하지만 인간의 후두가 말을 하기에 적합한 구조로 바뀐 것이 인간의 다양하고 심층적인 언어활동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쉽게 말 해서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도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지요. 상징, 추상적인 발상, 단어와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 등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지능이 점차 발달하면서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언어를 구사하기 위한 적절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갖추는 데는 시간 이 꽤 걸려서, 지금으로부터 3만~10만 년 전쯤 언어가 출현하게 됩니다. 이처럼 불의 사용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불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실제 불을 사 용하게 된 진짜 프로메테우스(들)은 누구였는지 알 수 있는 길은 요원하지만, 누군지는 몰라도 인류 전체에게 고마운 사람이겠지요.
- 한편으론 초원의 선조들에게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 중 하나가 다른 동물의 두개골과 뼈였다는 것도 도구를 사용하게 된 이유입니다. 사냥이 익숙지 않은 우리 선조들은 조개나 흩어진 낟알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먹고 남긴 걸 먹게 됩니다. 맛난 부위는 다 먹어치운 뒤니 먹을 것이라곤 껍질이나 뼈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두개골 안의 뇌와 뼈 안쪽의 골수는 지방이 풍부해서 에너지원으로 삼기 좋았다는 거지요. 맛 있고 영양가 있는 이 골수를 빼먹기 위해서는 두개골과 뼈를 부숴야 했 죠. 그렇게 선조들은 손으로 돌멩이를 들고 내리치게 된 것입니다.
이들은 곧 날카로운 부분이 있는 돌이 공격과 방어에 더 효율적이고, 뼈를 부술 때도 뾰족한 부분으로 갈라진 틈을 치는 게 좋다는 걸 깨닫지 요. 이제 이들은 그냥 석기가 아니라 뾰족하게 다듬어진 석기를 사용하 기 시작합니다. 구석기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도구는 주먹도끼입니다. 한 손에 쥐고 다른 동물을 내려치기도 하고, 가죽을 벗기기도 하고 또 땅을 파서 저장뿌리 등을 캐기도 했지요. 주먹도끼를 만들기 위해선 돌을 다 듬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몸돌을 단단한 다른 돌로 찍어 박편을 분리해 서 날카롭게 만들었지요. 즉 도구(주먹도끼)를 만들기 위해 도구(다른 돌) 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근육이 움직이기 위해선 물질 대사, 즉 일종의 화학 반 응이 일어나야 합니다.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죠.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일종의 화학 반응인데 여기에는 모두 효소가 관여합니다. 그리고 효소는 그 대부분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지요. 단백질은 온도에 민감합니다. 온도가 변하면 구조가 변합니다. 따라서 체온이 낮으면 효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또 하나 화학 반응 자체가 온도에 민감합니다. 우리가 겪는 0°C에서 40°C 정도 사이에서 온도가 10°C 높아지면 화학 반응 속도가 2배 정도 빨라집니다. 따라서 체 온이 높을수록 우리 몸의 화학 반응인 물질대사도 활발해지는 거죠.
그럼 40°C나 50°C가 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여기서 효소가 단백질이라는 것이 체온을 더 올리는 것에 다시 걸림돌이 됩니다. 마치 계란 흰자가 굳어지면 다시 흐물흐물해지지 못하듯이 효소의 단백질도 40°C 정도가 되면 변성이 일어나고, 그러면 효소 자체를 쓸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40°C는 대부분의 생물에게서 마지노선이죠. 포유류의 체온이 35°C부 근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더 높이면 더 효율적이겠지만 그러면 마지노선 에 너무 가깝습니다. 마지노선에서 적당히 떨어져 유사시 체온이 올라가 더라도 버틸 수 있는 온도로 진화한 것이 포유류의 체온이죠. 치타가 무 지막지한 속도를 얼마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폭발적으로 근육을 쓰는 과정에서 급격히 오르는 체온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들소를 사냥 할 때도 하루나 이틀 정도 계속 몰다 보면 지쳐 쓰러지는데 이 또한 체온 이 올라가는 걸 버티지 못해서입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보면 진화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생물 중에는 40°C가 넘는 온도에서도 물질 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진화한 종도 있습 니다. 다만 그런 경우는 외부 온도가 높은 곳에서 사는 경우뿐입니다. 포 유류가 그런 온도로 체온을 높이도록 진화하지 않은 데는 효소단백질 의 변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생각한 점도 있습니다. 외부 기온이 20~30°C 정도를 유지할 때 그보다 아주 높은 체온을 유지하려면 더 많 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데 이 또한 생존율을 높이는 데 별 도움이 되 지 않았던 거지요.
-  바이타민 D는 음식으로도 섭취할 수 있습니다. 가장 풍부한 음 식은 생선입니다. 특히 생선의 간에 바이타민 D가 풍부하지요. 그래서 북유럽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생선 간으로 만든 간유를 즐겨 먹었습니다. 또 신선한 고기, 특히 피에도 바이타민 D는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알래 스카의 이누이트는 잡은 고래를 생으로 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의 북유럽처럼, 바다도 강도 얼어붙은 곳에서 바이 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찾기란 힘듭니다. 겨울에 쉽게 구하기도 힘든 고기도 불에 익혀 먹다 보니 바이타민 D가 부족하게 되죠. 가을철에 모 아놓은 말린 과일과 낟알들, 말린 뿌리채소, 거기에 말린 고기만 먹으니 자연스레 바이타민 D가 모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북유럽에 살던 선조 중 많은 이들이 바이타민D 부족으로 죽거나 건강이 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나마 멜라닌 색소가 덜 분포된, 즉 피부색이 덜 검은 이들은 바 이타민 D를 더 잘 생성해 다른 이들보다 겨울을 잘 날 수 있었겠지요. 그러면서 북유럽 사람들은 차츰 피부가 하얗게 변하게 되었지요.
북유럽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프리카와 같은 열대지방이 아닌 곳에서는 한편으로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또 반대로 자외선을 쬐어서 바이타민 D를 생성해야 하는 문제가 피부색을 적당한 상태로 만 듭니다. 너무 짙어지면 바이타민 D를 만들 수 없고 또 반대로 너무 옅어 지면 자외선에 의한 피부암 등의 발생비율이 높아지니 진화는 각 지역에 맞는 적당한 피부색을 각기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의 피부는 한대 에서 열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을 가지게 되었지요. 물론 오늘날에 는 거주 지역을 옮겨다니는 것도 자유롭다 보니 피부색은 더 이상 바이 타민 D 때문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지요.
- 춥고 배고픈 겨울을 눈앞 에 두고는 다람쥐나 개구리, 곰 등은 영양분을 충분히 쌓기 위해 엄청나 게 먹어서 겨울잠을 자기 전엔 살이 무척 올라와 있지요. 하지만 이는 생 존을 위한 일종의 몸부림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초기 인류도 마찬가지였 습니다. 늘 먹을 것이 부족했습니다. 언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 을지 모르니 먹이를 구하게 되면 가능한 한 많이 먹었지요. 필요한 양보 다 많이 먹고 여분의 영양분을 저장하는 데 유리한 선조는 그렇지 못한 선조보다 생존율이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양분을 어떻게 저장했을까요?
일단 저장하는 물질은 지방으로 정해집니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비해 단위질량당 저장하는 칼로리도 높고 또 분해하기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당 칼로리가 4kcal지만 지방은 9kcal로 두배가 넘죠. 거기다 지방은 지방산 세 분자와 글리세롤 한 분자가 결합해 서 만들어지는데 이 결합만 끊으면 바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 다. 이에 비해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을 고분자 형태로 저장하면 분해하 는 데 시간도 에너지도 많이 듭니다. 그러니 지방으로 할 수밖에요.
다음은 저장할 장소가 문제입니다. 보통의 경우 우리 몸에서 가장 지 방이 많은 곳은 피부 바로 아래입니다. 피하지방층이죠. 피하지방은 체 온이 손실되는 걸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신체 내부 를 보호하기도 하는 중요한 부위입니다. 이곳이 살짝 두꺼워지는건 요사이 사람들로선 걱정거리지만 예전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요. 오히려 말라서 이 피하지방이 얇아지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첫 저장 장소는 피하지방층이 됩니다.
하지만 저장해야 될 지방이 많이 늘어나면 곤란해집니다. 피부 아래 쪽에만 저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거죠. 마치 파카를 서너 벌 껴입은 모 습처럼 되면 움직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니까요. 선조들도 계속 움직여 야 하니 팔과 다리에 지방을 저장해서는 곤란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머 리에 저장할 수도 없습니다. 머리가 무거워지면 걸을 때마다 무게 중심을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지요. 남은 부분은 몸통인데 가슴은 아니었습니 다. 폐가 원활하게 움직여야 호흡이 쉬운데 가슴에 지방이 차면 안 되지 요. 그렇다고 갈비뼈 바깥쪽에 잔뜩 지방을 짊어지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지요. 결국 남은 곳은 복부와 골반 주위, 즉 엉덩이입니다.
- 여기서 남자와 여자가 나뉩니다. 남자는 복부에 지방을 모으게 됩니다. 내장 사이사이에 내장지방을 만들고 복부 앞쪽에 복부지방을 저장하지요. 등 쪽은 척추가 지나가니 적합하지 않습니다. 여자는 여성호르몬이 이끄는 데로 주로 허벅지와 엉덩이 부분에 지방을 모아둡니다. 그 위쪽 복부에는 아이가 들어서야 하니 공간을 남겨놔야죠. 하지만 더 이 상 배란을 하지 않게 된 여성들은 성호르몬이 줄어들고 이제 남자와 같 이 복부를 중심으로 지방이 모이게 됩니다.
불행하게도 진화는 지방을 가져다 쓸 때는 축적할 때와 반대의 순서 를 밟게끔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빠질 때는 복부와 엉덩이 허벅지를 마 지막에 두고, 얼굴과 팔다리 등의 피하지방을 먼저 가져다 쓰는 거지요.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아랫배는 아직 나왔는데 얼굴부터 핼쑥해 집니다. 저금을 할 땐 적금통장에 돈을 먼저 넣지만 쓸 때는 현금이 항 상 드나드는 통장에 든 돈을 적금 통장에 든 돈보다 더 자주 빼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 여기에는 호르몬과 효소의 역할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방분해 및 저장에 관여하는 효소 중 하나가 리포단백 라이페이스LipoProtein Lipase, LPL인데 이 효소의 활성 부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이 효소와 결합 하는 수용체에는 지방 분해를 도와주는 베타 수용체와 분해를 억제하는 알파-2 수용체가 있는데 베타 수용체는 주로 얼굴과 상체에 알파-2 수용체는 하체에 더 많습니다.
결국 찌는 순서와 빠지는 순서는 애초에 정해져 있는 거지요. 그러니 다이어트를 '대충' 했을 땐 한 번 부풀어 오른 배는 줄어들 줄 모르고 괜 한 팔다리만 얇아지는 셈입니다. 물론 근력운동을 식이요법에 겸하면서 꾸준히 하면 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요.
- 이족보행 이전과 이후에 가장 많이 변한 것 중 하나가 골반 부근입니 다. 이전에는 척추와 두 다리가 약 120° 정도의 각도로 꺾어져 있었다면 이젠 180°, 즉 직선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골반뼈가 비교적 등쪽, 즉 위쪽에 있고 그 아래쪽에 생식기며 방광이며 고환 등이 놓여 있었는데 방향이 바뀌면서 생식기와 고환의 위치는 더 아래쪽으로 내려 가고 방광은 둘에 비하면 더 위쪽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러면서 또 다 른 사달이 났습니다. 전립선은 정소, 즉 고환에서 생식기로 이어지는 정 액을 운반하는 긴 호스와 같은 선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서게 되면서 이 들 사이의 위치가 바뀌었지만 이 선이 지나는 길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고환에서 바로 생식기로 이어지면 끝인데 굳이 위로 올라가 방광을 한번 휘돌고 다시 내려옵니다. 침팬지나 고릴라처럼 숲에 살았던 영장류로 서의 인간의 선조에게는 이렇게 고환에서 방광을 거쳐 생식기로 가는 방향이 최단거리에 가까웠지만 골반과 방광, 고환, 생식기 등의 위치가 바뀌면서 애도는 길이 된 것이죠. 그래서 나이든 남자들에게 전립선 문제가 심각해질 확률이 더 높아졌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3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에는 현재 두 가지 가설이 맞서고 있습니다. 하나는 전통적인 입장으로 아프리카 단일 가설이라고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이 들이 점차 세력을 넓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주장입니다. 근래에 들 어 힘을 얻기 시작한 또 다른 가설은 다지역 기원설이라고 합니다. 이미 전 세계에 퍼진 호모 에렉투스들이 독립적으로 진화를 통해 호모 사피 엔스가 되었고, 이런 호모 사피엔스들의 교류를 통해 현재와 같은 인류 가 탄생했다는 주장입니다.
- 어떻게, 왜 호모 사피엔스만이 남았을까 하는 문제는 두 가지 이론이 대립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들은 사피엔스와 섞이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거나 사라졌다는 교체 이론, 서로 교배하며 현생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는 교배 이론으로 나뉘어져 있었지요.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데니소바인의 발견이나 유전공학의 연구 결과는 교배 이론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 중생대의 긴 세월 동안 포유류의 선조는 주로 밤에 생활했습니다. 공 룡들이 활보하던 중생대 내내 포유류는 쥐 정도의 크기에서 덩치를 더 키우지 못했고, 공룡들이 잠든 밤을 틈타 먹이를 사냥했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파악하다 보니 빛이 어느 정도 있어야 사물을 구 분할 수 있는 원추세포보다는 적은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간상세포 가 발달했습니다. 또한 원추세포도 가시광선의 양 끝에 있는 빨간색과 파란색을 중심으로 반응하는, 그래서 대부분의 가시광선을 감지할 수 있는 두 가지 종류, 적원추세포와 청원추세포만 가지고 있었지요. 즉 두 가지 원추세포의 조합만 가지고 사물의 색을 구분했던 것입니다.
지금도 야행성 포유류 대부분이 두 가지 종류의 원추세포만으로 살아갑니다. 야생의 갯과 동물이나 고양잇과 동물 같은 육식 동물들 대부 분이 밤에 사냥을 하기 때문에 이들 또한 마찬가지로 원추세포는 두 종 류입니다. 그리고 낮에도 사실 별 상관이 없지요. 코끼리인지 하이에나인 지 구분하는 건 형태지 색이 아니니까요. 그 후손인 개와 고양이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선조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 원추세포만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6,600만 년 전에 있었던 백악기-팔레오기 멸종 이후, 인간과 다른 영장류 동물의 공통조상이 열대우림의 나무에서 살기로 결정하면 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선조의 주된 먹이는 사시사철 열리는 열매와 꽃의 꿀입니다. 또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나뭇잎이나 가지를 기어가 는 벌레를 먹었고 가끔은 작은 동물을 사냥하기도 했습니다. 삶의 시간 대도 바뀌었습니다. 어두운 곳에선 가지와 가지 사이를 넘나들기 힘들었던 것이죠. 이들은 해가 뜨고서야 먹이를 구하고 서로 교류하며 사냥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이들 선조 중 일부가 변이를 일으킵니다. 적원추세 포의 일부가 구조가 바뀌면서 적색보다 녹색에 민감하게 변한 것이죠. 이런 변이는 확률적으로 매우 적지만 그래도 꾸준히 일어나는 변화입니 다. 땅에서 야행성 생활을 할 때 이런 변이는 별 도움도 되질 않고 오히 려 에너지를 낭비하기 때문에 약점이 됩니다. 따라서 이 변이를 자손이 물려 받아도 종 내부에 퍼질 가능성은 매우 적지요.
하지만 낮의 나무 위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녹색 잎들 사이에서 남들 보다 빠르게 노랗고 빨간 열매와 꽃을 구분할 수 있다면 먹이를 구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단축될 것이고, 특히나 먹이가 부족한 시기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변이를 일으킨 선조는 다른 선조들보다 건강하게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퍼트릴 가능성이 높았지요. 그 결과로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영장류의 공통 선조들은 모두 세 가지 원추세포 를 가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신세계 원숭이들, 즉 중남미에 사는 원숭 이들도 원래는 두 가지 색밖에 구분을 못했지만 독자적으로 세 가지 색 을 보도록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즉 열대우림이라는 비슷한 환경에서 살면서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영장류들은 모두 더 많은 색을 구 분할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진화한 거지요.
현재도 적녹색맹인 사람이 있습니다. 녹원추세포가 원추세포로부 터 기원하다 보니 유전적으로 녹원추세포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거나 세 포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간혹 나타나고, 또 유전이 되기도 합 니다. 그렇다면 적원추세포와 그로부터 연유한 녹원추세포는 과연 무엇 이 결정적으로 다른 것일까요?
- 우리 망막의 원추세포 안에는 세포막과 동일한 종류의 얇은 막으로 된 디스크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 그 막에 로돕신rhodopsin이란 물질이 박혀 있습니다. 이들이 빛을 받아들여 모양이 변하면 그게 기점이 되어 우리가 빛을 감지하지요. 핵심적인 변이는 바로 이 빛을 수용하는 로돕 신의 구조 차이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로돕신을 구성하는 두 물 질 옵신opsin과 레티날retinal 중 옵신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차이라고 해도 아주 약간만 다를 뿐이죠. 그리고 흡수하는 빛의 파장대도 아주 조금만 차이가 납니다. 적원추세포의 옵신은 560나노미터(nm) 파장의 빛을, 녹 원추세포의 옵신은 530nm의 파장의 빛을 주로 흡수합니다. 청원추세 포는 이보다 차이가 꽤 커서 420nm 파장 빛을 흡수합니다.
실제로 적원추세포 옵신의 유전자(OPNILW)와 녹원추세포 옵신의 유전자(OPN1MW)를 살펴보면 다섯 개도 되지 않는 아미노산 서열만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옵신을 구성하는 355개 정도의 아미노산 중 딱 몇 개가 바뀌어서 흡수하는 광 파장이 달라진 것이죠. 그리고 이 정도 변 이는 생식세포, 즉 정자나 난자를 만드는 세포 분열과정에서 아주 쉽게 일어나는 변이입니다. 결국 옵신이라는 원추세포 디스크에 박혀있는 막 단백질의 아주 일부를 바꾼 그 변이가 현재 무지개를 다섯 가지 혹은 일 곱 가지 색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었던 것이죠.
- 포유류의 선조가 자궁을 발달시키고 알 대신 새끼를 키워 출산하게 된 건 대략 길게는 3억 년에서 짧게는 2억 2,000만 년 전 정도라고 여겨 집니다. 하지만 이 때의 자궁은 지금으로 치자면 아주 어린 새끼를 낳아 육아낭이라는 주머니에서 키우는 유대류 정도의 불완전한 자궁이었습 니다. 제대로 된 자궁이 나타나는 건 1억 7,500만 년에서 1억 500만 년 전이었습니다. 공룡이 세상을 호령하던 중생대에 우리 포유류의 선조는 먼 미래를 기다리며 자궁을 진화시켰던 것이죠.
우리 인간처럼 다른 동물도 자궁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 쉽지만, 사실은 두 개의 난관이 자궁으로 변한 것이니 자궁 또한 두 개를 가지는 동물이 훨씬 더 많습니다. 유대류와 설치류, 토끼 같은 종류는 각각의 난관이 진화해서 두 개의 자궁을 만듭니다. 그리고 반추동물이나 바위너 구리, 고양이 같은 경우는 두 개의 자궁을 가지지만 맨 아래 자궁경부는 하나인 구조를 가집니다. 개나 돼지, 코끼리, 고래 등의 경우는 자궁의 위쪽은 분리되어 있지만 아래는 하나로 통합된 구조입니다. 자궁이 완전 히 하나인 경우는 인간과 침팬지, 고릴라 같은 우리와 가까운 영장류뿐 이지요.
그렇다면 자궁이 있는 동물은 모두가 폐경에 이를까요? 현생 인류의 경우 40~50세 사이에 대부분의 여성은 폐경에 접어듭니다. 그런데 비슷한 다른 유인원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혹자는 인간이 원래 야생 상태에서 주어진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살면서 폐경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 드 러나죠. 인간과 같이 사는 고양이나 개 등은 원래 야생에서 누리는 평균 수명보다 훨씬 긴 일생을 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만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 죽을 때까지 폐경에 이르지 않습니다. 다른 야생에서 발견되 는 아주 오래 산 동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폐경은 모든 인류에게 일어나므로, 우리 종이 갈라지던 분기점 이전, 약 13만 년 전에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폐경은 육아를 감 당할 수 있는 자손 수의 한계에 그 원인이 있을 거라 연구자들은 생각합 니다. 대략 2~4년에 한 명씩 아이를 낳게 되면 20년 정도면 대략 5~15명 사이의 아이를 낳게 됩니다. 초기 유아사망률이 높았을 때였으니 그 중 절반 정도가 태어나 1년 이내에 사망한다고 쳐도 꽤 많은 아이를 길러야 하죠. 이미 태어나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 에너지를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죠. 폐경을 하게 된 것은 또한 가족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 니다. 무리를 지어 살지만 일부일처제인 사회에서는 더 강한 자손을 낳 기 힘든 나이의 여성이 자손을 낳기보다 육아와 먹이 채집 등 기타 활동 을 하는 것이 무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하지 못한 개체는 생 존율이 떨어집니다. 나이가 든 여자가 출산하는 아이는 건강하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더구나 지금보다 건강관리가 훨씬 힘들었을 옛날에는 말이죠. 그보다 이미 있는 개체의 보호와 육성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유 전자의 전달에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 더 중요한 것은 폐경이 된 여성이 손주를 돌보게 되면 그 여성의 딸이 나 아들은 새로운 자식을 임신하고 번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손주는 유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할머니 유전자의 25% 정도를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는 예전 인간 선조의 할머니들이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스스로 폐경을 하기로 한 건 아닙니다. 유전적 변이에 의해 어떤 이들은 40대 말 정도에 폐경을 하게 되고 또 다른 이들은 계속 아이를 낳았을 겁니다. 그런데 폐경에 이른 쪽은 아이를 낳지 않으니 대신 가족 집단을 위해 다른 일을 했을 것이고. 이 경우가 자손의 생존율과 번식률 이 조금 더 높았던 것이 세대가 지나면서 인간 여성 전체가 폐경에 이르게 만들었던 것이죠.
- 고생대 말에 아주 큰 사건이 생깁니다. 페름기 대멸종이란 것 인데 이때 당시 살던 생물들 중 약 97~99%의 생물종이 모두 멸종합니 다. 엄청난 사건이었죠. 그 과정에서 포유류와 파충류의 선조들도 대부 분 사라지고 구사일생으로 소수의 종만 살아남아 중생대를 엽니다. 중생 대가 되자 육상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겼습니다. 포유류와 파충류가 현 재의 모습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전까지 화석을 보면 포유류나 파충류 그리고 양서류는 겉모습으로 서로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 다. 그런데 또 하나의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바로 트라이아스기 대멸종입 니다. 고생대와 중생대를 가르는 페름기 대멸종이 이때까지 지구에서 일 어났던 가장 규모가 큰 대멸종이라면 트라이아스기 대멸종은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대멸종이었습니다. 그리고 둘 다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 페름기 대멸종은 시베리아 지역의 대분화로 시작되었습니다. 약 100만 년을 넘는 시간 동안, 지금의 인도만한 면적에서 지속적으로 화산 분화가 일어납니다. 그때 흐른 용암이 지금 시베리아에 1km가 넘는 두께 로 쌓여 있을 정도로 엄청난 분화였죠. 그 결과로 지구 온난화가 시작되 었습니다. 그러자 당시의 북극과 남극 주변의 동토층들이 녹으면서 땅속 에 묻혀 있던 메테인 가스가 대기중으로 분출됩니다. 메테인은 화학식이 CH인데 대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 연소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물이 되지 요.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지구 대기 온도가 더 높아집 니다. 그러자 바닷물의 온도도 높아지면서 해저에 있던 메테인하이드레 이트가 녹으면서 또 메테인 가스가 대기 중으로 분출합니다. 마찬가지로 산소와 만나면서 연소하고 이산화탄소와 물이 되지요.
그런데 이렇게 메테인 가스가 나오고 산소가 달라붙어 연소하면서 대 기 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 이전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아 진거죠. 마치 지금으로 치면 해발 5,000m 정도 되는 높이의 산소 농도라고나 할까요? 이러니 산소로 호흡을 하던 동물들은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거진 다 죽어버리게 된 거죠.
트라이아스기 대멸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대서양 해저에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산맥, 대서양 중앙해령이 있는데, 이 산맥이 생긴 것이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입니다. 산맥이 생기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해저 화산의 분화가 이어집니다. 페름기 말 대멸종과 비슷한 시작이었죠. 그리고 전개 과정도 비슷하게 이루어집니다. 결국 두 대멸종의 끝은 대기 중 산소 농도 하락으로 끝맺음이 됩니다. 이 두 대멸종을 살아낸 동물들은 혹독한 환경의 시련 속에서 새로운 진화를 이룹니다. 공룡과 포유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낮은 산소 농도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호흡 효율이 더 좋아져야했지요. 공룡에서는 기낭이, 포유류에서는 가로막이 그 역할을 합니다.
- 포유류가 정온동물로 진화한 것에 대해서는 물론 다른 가설들도 있 는데 그 중 하나가 초식동물 가설입니다. 초식동물이 먹는 풀에는 탄수 화물은 풍부하지만 단백질의 재료는 부족했습니다. 충분한 단백질을 확 보하기 위해 많은 풀을 먹다 보니 과잉 영양 상태가 되었고,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자 신체는 항상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 원인이야 무엇이 되었든 일단 정온동물이 된 포유류는 비늘을 털로 바꾸었던 거지요.
하지만 털의 기원이 그렇다고 체온 유지에 있는 건 아닙니다. 포유류 화석에서 털의 흔적이 본격적으로 발견되는 건 중생대이지만 고생대 말 포유류의 선조 반룡류나 수궁류에서도 털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연구 결 과들도 한두 가지는 아니거든요. 그 당시는 꽤 따뜻했던 시절이라 체온유지를 위해서라면 털이 발달할 이유가 별로 없던 때였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거지요. 다른 이유는 바로 감각입니다.
실제로 현존하는 포유류의 털은 감각기관이기도 합니다. 털이 자라 는 모낭에는 신경이 연결되어 있어 털을 스치는 아주 가벼운 자극에도 반응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벌거숭이두더지쥐의 경우에도 주둥이 주변 에는 몇 가닥의 털이 있습니다. 또 주변의 고양이나 개를 봐도 주둥이 주 변에 다른 털보다 긴 털이 몇 가닥에서 몇십 가닥씩 나 있지요. 이들 털 의 역할은 보온보다는 촉각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어두운 밤처럼 눈이 별 소용이 없을 때, 코를 킁킁대며 지면에 바싹 붙이며 움직이는 동물들은 냄새를 맡으면서 주둥이 주변에서 뻗어나온 털로 주변을 감지 합니다. 마치 곤충들이 더듬이를 발달시켰듯이 포유류도 다른 곳보다 먼 저 주둥이 주변의 비늘을 털로 전환시켰는데 최초의 이유는 아마 이런 감각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이죠. 아마 고생대 말 반룡 류나 수궁류에서 발견된 털의 흔적도 체온 유지보다는 이런 감각기관으 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 정온동물로의 진화를 보면 포유류는 아니지만 새들도 마찬가지의 과 정을 거칩니다. 현재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동물은 포유류와 조류인 데요, 그래서 조류의 경우에도 포유류와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깃털이 진화합니다. 깃털과 털의 차이는 바로 것입니다. 털은 피부의 모낭에서 하나씩 자랄 뿐입니다. 그러나 깃털은 모낭에서 깃 하나가 자라고 그것 에 가지처럼 털이 붙어 있지요. 그래서 털에 비해 더 가늘고, 품을 수 있 는 공기층이 두터워 털보다 보온에 더 효과적입니다. 오리털이나 거위털 로 속을 채운 옷이나 이불이 따뜻한 이유이지요.
현존하는 새들은 일종의 공룡인데 아직 하늘을 날기 전 중생대에 이미 공룡은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가 이미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많습니다. 깃털의 기원은 털과 마찬가지로 비늘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포유류의 털이 처음에는 감각기관이었던 것처럼 새의 깃털도 처음 목적은 달랐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생각합니다. 중생대 공룡이 깃 털을 가지게 된 것에는 아직 여러 가설이 경쟁하고 있는데 체온을 유지 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었겠습니다만 짝짓기를 위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역할로도 함께 혹은 먼저 사용되었을 것이란 증거도 꽤나 있습니 다. 한편으로는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현재의 새들은 깃털에 파묻혀 자신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지요.
- 인간과 같은 포유류를 다른 척추동물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알 대신 새끼를 낳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의 선조 포유류도 중생대 중반까지는 알을 낳았습니다. 사실 동물 대부분은 알을 낳아 번 식을 합니다. 도마뱀이나 닭도 알을 낳고 개구리나 고등어도 알을 낳습 니다. 그뿐 아니지요. 곤충도, 거미도, 게나 가재도 모두 알을 낳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알이란 애초에 난자가 그 시작입니다. 처음부 터 정자와 결합한 수정란의 형태이든 아니면 나중에 정자가 들어오는 무 수정란이든 난자가 알이 되는 거지요. 하지만 난자만으론 거친 세상에 새끼가 무사히 부화해서 잘 성장하고 하나의 성체가 되기 힘든 것이 사 실이니 난자에 여러 가지 필요한 성분을 좀 더 담아 만드는 게 알이지요. 그래서 사실은 '닭이 먼저냐 아니면 알이 먼저냐'는 논쟁은 생물학적으 로 보면 그 결론이 이미 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알이 먼저지 요. 아직 닭으로 진화하기 전의 선조들도 알을 낳았고 그 알들에 담긴 작 은 진화가 모여 닭이 되었으니까요.
- 양서류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릴 때(유생기)에는 아가미를 가지고 물속에서 살고, 커서 성체가 되면 폐호 흡을 한다는 것이죠. 양막 척추동물의 선조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 런데 알에서 태어나 보니 이미 말라버린 물웅덩이라면 얼마나 황당할까 요? 처음에는 부모가 알에서 깨어난 자식을 자신의 입에 머금고 가까운 물로 데려가는 수고를 했을 것입니다. 물론 많이도 죽었을 거고요. 새끼 의 입장에선 충분한 물이 없는 곳에서 태어나게 된다면 아가미로 호흡하 는 시기가 짧을수록 생존율이 높았을 겁니다. 점점 이 아가미 호흡을 하 는 시기(유생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졌고, 마침내 알 속 배 아 시절 아가미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바로 폐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뒤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현재의 육상 척추동물들은 파충류건 포유류건 조류건 모두 알 속에서 혹은 엄마의 자궁에서 배아 시기에 잠시 아가미구멍을 가지고 이후 아가미구멍이 닫히면서 폐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곤 태어나자마자 폐로 호흡을 하지요. 인간의 배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아가미구멍이 생 기지만 곧 사라지면서 폐가 만들어지지요. 양막을 가진 알을 낳게 되는 변화는 육상 척추동물이 강이나 바다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고 진정한 육상동물이 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 우리는 폐로 숨을 쉽니다. 인간이 그러니 다른 동물도 다 그런 줄 알지만 사실 폐로 숨 쉬는 건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곤충은 기관 으로 거미는 서폐book lung로 물속의 많은 동물들은 아가미로 숨을 쉽니 다. 그리고 아예 호흡기관이 없는 동물도 많습니다.
진화의 초기 동물들은 별도의 호흡기관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크기 가 작으면 그저 확산만으로도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죠. 확산? 그렇습 니다. 숨을 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우리 몸의 세 포 모두는 호흡을 합니다. 여기서 호흡이란 영양분(주로 포도당)과 산소 를 가지고 ATP라는 에너지 화폐를 만드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 로 이산화탄소가 생기고 별 필요 없으니 버립니다. 세포가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건 모두 세포막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걸 기체 교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단세포생물은 물속에 사니 물에 녹아 있는 형태로 산소를 물과 함께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도 물과 함께 내놓습니다. 단세 포생물은 아니지만 산호나 말미잘, 해파리 같은 녀석들도 몸의 두께가 아주 얇아 대부분의 세포들이 물과 직접 접촉하면서 기체를 교환하기 때문에 별도의 호흡기관이 필요 없습니다. 물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세포도 바로 옆 세포가 물에 접하고 있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물에 포함 된 산소가 확산하면서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이산화탄소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갑니다. 미역이나 김 등의 해초들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개체의 내부가 복잡해지면서 몸 안쪽 깊숙한 곳의 세포는 확 산으로만 기체 교환을 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따로 산소를 공급해 주고 이산화탄소를 수거하는 기관이 필요하게 되었죠. 
- 개구리나 두꺼비는 양서류라고 합니다. 물과 땅 '양'쪽에 '서식하는 동 물이란 뜻이지요. 하지만 개구리 같은 양서류는 사실 어려서는 물속에 서만 살 수 있고, 커서는 물 밖에서만 살 수 있는 동물이지요. 다른 이유 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려서는 아가미로 호흡을 하고, 커서는 폐로 호흡을 하기 때문이죠. 폐가 아가미가 진화하거나 변해서 된 거라 고 생각하는 분도 간혹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폐어lungfish *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한글 이름도 영 문 이름도 이 물고기의 '폐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을 적나라하게 드러냅 니다. 고생대 데본기에 출현한 이 녀석들은 우기에는 많이 퇴화되었지만 아직 기능을 잃지 않은 아가미구멍으로 물속에서 숨을 쉬고 건기가 되 면 폐로 숨을 쉽니다. 즉 이들은 폐와 아가미 둘 다 가지고 있는 거지요. 처음 연구자들이 폐어를 발견했을 때는 폐로 숨을 쉬는 것을 보고 이들이 육상 척추동물의 선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리도 아니죠. 하지만 우리 육상 척추동물의 먼 선조는 데본기에 이미 폐어와 갈라선 사지형어류 입니다. 물론 사지형어류도 폐어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폐를 진화시켰 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럼 폐는 어떻게 진화한 것일까요? 물에서 아가미로 호흡을 하며 살 다가 "난 이제 육지로 나갈 거니까 폐를 진화시켜야돼", 이러진 않았을 거란 말이죠. 진화의 이유는 물에서 호흡하기가 힘들어진 물고기들의 안간힘이었습니다. 지금도 민물에 사는 물고기들 중에는 아가미 말고 다 른 기관으로 호흡을 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미꾸라지나 메기는 장으 로 공기 호흡**을 하여 아가미와 피부호흡만으로는 부족한 산소를 확보 합니다. 이들은 시시때때로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어 공기를 빨아들인 뒤 장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항문으로 남은 기체를 내보내는 모습을 보 이죠. 이때 항문 주변에서 공기 방울이 빠져나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 견할 수 있습니다. 가물치나 버들붕어 등은 래버린스 기관Labyrinth organ ᄋ 로 공기 호흡을 합니다. 미로기관이라고도 하는 래버린스 기관은 아가미 의 일부가 변화되어 만들어진 기관으로 폐와는 그 기원이 다릅니다. 이들 물고기는 수면위로 입을 내밀어 공기를 빨아들여 이 래버린스 기관으로 보내 공기 호흡을 합니다. 물론 이들도 아가미호흡을 하지만 래버린스 기관에 의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서 만약 공기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 면 오래 생존하기 힘듭니다.
이처럼 많은 민물고기들이 아가미 이외의 호흡기관을 확보하게 된 것 은 민물의 특수한 사정 때문이죠. 바닷물에 비해 물 자체의 절대량이 작 은 민물의 경우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여름 이 되면 바닷물보다 그 절대량이 작은 민물은 훨씬 빠르게 수온이 올라 갑니다. 이렇게 수온이 상승하면 물속의 산소 농도는 급격히 낮아지게 되지요. 또 홍수가 나거나 산사태 등으로 흙이 강물에 쏟아져 들어와도 산소 농도는 순식간에 감소합니다. 물속의 산소가 흙에 있던 다양한 무 기염류와 결합하여 사라지기 때문이죠. 혹은 갑작스러운 녹조 현상이 일 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수중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아 가미만으로는 생존에 필요한 산소를 모두 공급하기는 아무래도 힘들게 됩니다. 이런 수중 상황에 대응이 가능한 물고기들만이 민물에서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물고기들이 산소와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 니다. 하나는 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물과 함께 들이마시는 것. 이는 아 가미로 이미 하고 있지요. 다른 하나는 공기 중의 산소를 들이마시는 것 이죠. 입으로 공기 중의 산소를 마시면 해부학적 특성상 이 산소는 식도 를 거쳐 위와 소장 그리고 대장을 거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물고기는 장호흡을 하고 또 다른 물고기는 래버린스 기관이란 걸 만들었듯이 또 다른 종류는 폐를 만들었습니다.
폐는 장호흡을 하는 물고기들과 비슷하게 소화기관의 일부가 발달하 면서 형성됩니다. 하지만 그 부위가 소장이 아니라 식도 쪽입니다. 식도 의 한 부분이 부풀어 올라 주머니처럼 발달하고 그 주변에 실핏줄들이 집중되면서 폐로 발전한 것이죠. <그림24>는 폐의 진화 과정을 보여줍니 다. 처음에는 식도의 한쪽이 부풀어 올라 주머니가 됩니다. 이때는 입으 로 삼킨 공기가 이 주머니에 모여서 공기 호흡을 했겠지요. 이때 공기 중의 산소는 주머니의 막을 통해 혈액으로 확산됩니다. 그럼 막의 표면이 더 넓어지면 아무래도 공기 호흡 효율이 높아지겠지요? 그래서 진화는 막의 표면을 주름지게 해서 표면적을 넓힙니다. 처음에는 주름 정도만 졌다면 진화가 거듭되면서 주름진 표면 자체에 다시 작은 주름이 지면서 점점 복잡한 구조가 됩니다.
또 주머니의 크기도 점점 커지게 되죠. 그리고 식도와 나눠집니다. 물 론 완전히 분리되진 못해서 목에 식도와 기도를 나누는 장치가 마련되 지요. 후두개가 바로 그 장치로 먹은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은 물속에서만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원시적인 폐를 갖춘 물고기 중 일부가 육지에 진출했고, 육지에 진출한 사건은 폐의 기능을 더욱 강화시키고 그 구조를 더 심화시켰던 겁니다. 결국 폐는 산소 농도가 자기 마음대로 변하는 민물에 살았던 물고기들 에 의해서 만들어졌던 것이죠. 그런데 지금껏 물고기로 통칭했지만 사실 고생대 민물로 진출해 폐를 발전시켰던 어류는 조기어류와 육기어류 두 종류로 나뉩니다.
-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속한 조기어류는 이 폐를 부레로 발전시킵니다.* 이들은 폐를 공기 호흡을 하는 데 쓰기보다는 물속에서 이동하는 데 주로 쓰이는 부력기관으로 변화시켰는데 이것이 부레죠. 부레를 가지게 된 조기어류는 물속에서 보다 원활한 이동이 가 능해졌습니다. 또한 상승과 하강에 드는 에너지를 감소시켜 생존력을 높 였죠. 이렇게 부레를 가지면서 보다 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 조기어류 는 다시 바다로 진출하여 자신을 쫓아냈던 판피어류와 연골어류를 물리 치고 바다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중생대 초기 어룡이 멸 종된 원인 중 하나가 이들의 귀환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바다에서는 조기어류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육기어 류는 영광스러운 귀환을 할 수 없었습니다.
- 그럼 유악동물은 또 어떻게 나눌까요? 이제 턱이 있으니 같은 계통아니냐고 생각하시겠지만 뼈를 가지고 또 나눔니다. 단단한 뼈를 가지면 경골어류, 물렁뼈로만 이루어지면 연골어류라고 하지요. 원래 이 두 가지 말고도 판피어강과 극어강이라고 더 있었는데 모두 멸종해 지금은 두 가지 종류입니다. 연골어류의 대표적인 동물이 상어와 가오리지요. 이들 의 가장 큰 특징은 뼈가 온통 물렁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인데, 그것 말 고도 부레가 없어 가만히 있으면 물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특징도 가지 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대신 간에 지방을 저장해서 부력을 조금 얻 고 잠시도 쉬지 않고 헤엄을 치지요. 가만히 있으면 계속 아래로 가라앉 기 때문입니다.
이제 드디어 온전한 척추에 턱도 있고 뼈도 딱딱한 경골어류까지 왔 으니 완전히 정리가 된 걸까요? 아쉽게도 아직 한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현존하는 경골어류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바다나 민물의 물고 기 모두가 해당되는 조기어류고요. 나머지 하나는 육기어류입니다. 조기 어류는 피부가 변해서 지느러미가 된 물고기들입니다. 지느러미 안에 뼈 가 있긴 해도 가시 같은 형태지요. 현존하는 물고기들 중에 앞에서 다른 종류라고 했던 것 이외에 거의 모든 물고기가 이 종류입니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바다와 강에서 대성공을 거둔 종류지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 는 육기어류인데 지느러미 안에 살과 뼈가 들어 있는 물고기지요. 현재 폐어와 실러캔스 딱 두 종류만 존재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육기어류가 육상 척추동물의 조상입니다. 즉 조기어류는 우리의 직계가 아니라 한 4 억 년 전에 갈라진 방계인 셈이지요. 결국 육상 척추동물은 초기의 척삭 동물로부터 척추동물로, 다시 유악어류로, 경골어류로, 그리고 육기어류 로 이어지는 척추동물의 한 갈래의 현재 진화 단계에 해당하는 동물인 셈입니다.
- 이들 조상어류에서 턱을 가진 어류, 유악어류들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턱이란 무얼까요? 또 어떤 진화적 근거를 가진 걸까요? 턱은 물고기들 의 호흡 기관인 아가미로부터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턱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아가미에 대해 조금 살펴보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그림43>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가미가 있는 동물이 입으로 물을 들이마시면 이 물은 아래쪽 아가미를 따라 밖으로 흘러나갑니다. 이때 아가미의 얇은 표면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모세혈관과 만나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형식으로 호흡을 하는 거지요.
아가미는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표면적을 최대한 넓히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입안으로 들어온 물이 아가미 밖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이 매끄럽게 이루어지도록 구조도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입을 벌린다고 물이 마냥 들어오진 않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는 호흡을 하려면 헤엄을 쳐야 했지요. 그러면 앞쪽의 물이 입안으로 들 어오게 되니까요. 그러나 물고기도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 항상 헤엄치 는 건 아무래도 싫었나봅니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턱이지요. 아래턱이 생기면서 오므렸던 입을 벌리면 입안 공간이 넓어지면서 압력이 낮아지고 물이 들어오게 됩니다. 다시 아래턱을 닫으면 입 속 공간이 좁아지면서 그 압력으로 아가미를 통해 물이 빠져나갑니다. 그러다 이 턱 위에 돌 가 이빨이 되면서 먹이를 공격하고 삼키는 용도로도 바뀐 것이지요.
- 다양한 느낌을 모두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용체의 종류가 다양 해야 합니다. 이런 기계적 혹은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수용체들 중 어 떤 수용체는 아주 작은 자극에도 반응하는가 하면 또 다른 수용체는 비 교적 큰 자극에만 반응하지요. 또 자극이 계속 되어도 처음에만 반응하는 수용체도 있고, 지속되는 자극에 계속 반응하는 수용체도 있습니다. 자극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도 반응하는 종류와 아주 좁은 범위 의 자극에만 반응하는 수용체도 있습니다. 메르켈 소체, 루피니 소체, 마이스너 소체, 라멜라 소체, 모낭 수용체, 자유 신경 말단 등 다양한 종 류의 수용체들이 각기 반응에 참가하는 거죠. 감각신경을 통해 전달 받 은 뇌가 이를 통합해서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피부에서만 이런 감각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운동을 쉬다가 오랜만에 근력운동을 하면 온몸의 근육에서 비명을 지른다고들 이야기하지요. 실제로는 비명을 지르는 건 근육세포가 아니라 그곳 주변 에 포진한 감각세포의 수용체들입니다. 또 스트레칭을 할 때도 근육이 쭉 늘어나는 느낌, 당기는 느낌, 뭉쳤던 근육이 풀리는 느낌 등을 받기도 하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 이들 수용체들은 모두 유모세포입니다. 즉 세포 표면에 섬모들이 나 있는 거죠. 외부 자극에 의해 이들 섬모가 움직이면 그에 따라 주변 세포 막의 이온 채널이 열리고, 그곳으로 이온이 들락날락하면 그에 따라 세 포 내부에 있던 소포체가 세포막에 붙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경전달물 질을 아래쪽 신경세포와의 사이 공간(시냅스)로 내놓는 거죠. 즉, 이들은 모두 공통조상을 가지고 있는 친척들입니다. 섬모를 가진 유모세포가 일 부는 귀에서 청각을 담당하거나 균형감각을 맡게 되고, 피부에서는 피 부에 닿는 물리적 자극을 담당하게 된 것이지요.
물고기의 옆선은 이런 피부감각의 아주 오래된 버전입니다. 생선을 잘 살펴보면 몸통 중간에 아가미 부근에서 꼬리까지 옆으로 길게 점선 형태가 보이는데 이를 옆선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선이 있는 건 아니고 이 부근의 비늘이 옆과 달리 속으로 파여 있기 때문에 그리 보이는 것이 지요. 이 옆선 안으로 물이 들어가면서 그 안의 감각세포 중 일부가 가진 유모세포의 섬모를 자극합니다. 그 자극에 따라 섬모가 움직이면서 정보 를 전달하는 거죠. 이를 통해 물고기는 물살의 흐름과 방향 등을 파악합니다.
- 온도 변화에 대해 반응하는 세포들도 있지요. 이전보다 온도가 내려가거나 올라갈 때 이를 느끼는 감각기관인데 이들 또한 하나가 아닙 니다. 따뜻하거나 뜨거운 걸 느끼는 게 다르고, 시원하고 차가운 걸 느끼 는 게 다른 거죠. 먼저 세포막에 있는 TRV-3이라는 수용체는 33C가 되 면 이온채널이 열립니다. 이렇게 온도에 의해 열리는 이온 채널을 온도 의존성 이온채널이라고 하는데요, 이 채널이 열려 신호가 뇌로 가면 뇌는 자율신경을 통해 땀을 흘리게 하면서 체온을 낮추게 하죠. 하지만 온도가 더 높아지면 더운 정도가 아니라 뜨겁고 위험합니다. TRV-1은 42°C가 되면 열립니다. 그럼 우린 뜨겁다는 일종의 통증을 느끼죠. 이 수용체는 일종의 통각 수용체로 우리에게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채널은 앞서 이야기한 캡사이신에 의해서도 열립니다. 그래서 매운 걸 먹으면 뜨 겁다는 느낌이 나고, 실제로 땀도 흐르는 것이지요. TRV-2라는 수용체 는 52°C 이상에서 열리는데 TRV-1보다 더 강한 통증 신호를 전달합니 다. 아주 위험한 온도라는 신호지요.
- 여름 저녁 해가 지고 바람이 불면 시원한 느낌이 들지요. 이를 감지하 는 건 CMR1이란 수용체인데 8~28사이에서 열립니다. 이 수용체는 또 멘톨에 대해서도 반응하지요. 그래서 박하향을 맡을 때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고요. 하지만 이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는 ANKTM1이라는 수 용체가 반응합니다. 이때는 아프다는 느낌이 들지요. 얼음을 오래 물고 있거나, 추운 겨울 노출된 피부가 아프게 느껴질 때 이 수용체가 역할을 하는 거지요. 이 또한 통각수용체이기도 합니다.
이들 또한 물고기의 옆선에 있는 수온을 느끼는 감각세포들과 그 기 원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우리 피부의 각종 감각세포의 기원 은 아주 먼 옛날 고생대 초기 바다에 살던 선조 물고기가 진화를 통해 만들어낸 감각세포인 것이죠.
- 맛과 쓴맛은 경계하기 위해 생겨났습니다. 신맛은 산acid의 맛이죠. 좀 더 정확히는 수소 이온의 맛입니다. 열매와 같은 식 물성 재료나 이미 죽은 사체들이 부패하면 유기산이 형성되기 시작합니 다. 흔히 우리가 쉬었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이죠. 이런 음식을 먹으면 장 내에서 난리가 납니다. 수소 이온에 의해 장내 산도(pH)가 바뀌면 기존 의 장내 환경에 적응해 있던 장내 세균들이 몰살당하고 영양분의 흡수 에 문제가 생깁니다. 설사를 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한 부패 과 정에서 생긴 독성 물질이 장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죠. 부패 과정 을 거치면서 늘어난 세균이나 곰팡이 중 일부도 체내에서 독성물질로 작 용합니다. 이를 걸러내기 위해 신맛을 파악하도록 진화한 것이죠
- 쓴맛도 위험 물질을 걸러내는 장치입니다. 쓴맛은 대개 알칼로이드의 맛인데 질소 원자를 가지는 화합물로 염기성을 띱니다. 이런 알칼로이드 중 일부는 식물이 동물에게 먹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독성 물 질입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열매, 나뭇잎 혹은 구근이나 가지에 주로 분 포하고 있습니다. 이들 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가 쓴맛을 느끼는 것이 죠. 그래서 갓난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쓴맛과 신맛을 내는 음식을 먹으 면 뱉어냅니다. 흔히 허브라고 부르는 독특한 향을 내는 식물들도 사실 은 이런 알칼로이드의 일종을 만든 것이죠.
- 동물의 미각은 어떤 음식을 주로 섭취하느냐에 따라 종마다 다릅니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그리고 꿀 등을 주로 섭취하는 곤충에 따라 미각 수용 세포의 종류와 비율이 다른 것이죠. 육식동물의 경우 쯘 맛에 대한 민감도가 초식동물보다 높습니다. 식물은 독을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드는, 독성은 없고 쓴맛만 나는 물질을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 문이죠. 식물을 주로 먹는 초식동물의 경우 쓴맛에 대한 민감도를 낮추지 않으면 먹이에 대한 선택지가 확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주로 육식을 하는 동물은 쓴맛의 민감도를 높이는 편이 독성물질로부터 안전을 유지하는 더 좋은 방편이 됩니다. 인간의 경우 초기에는 주된 먹 이가 열매와 꽃의 꿀이었으니 당연히 단맛이 발달했고, 육상동물 대부 분이 그러하듯이 짠맛 또한 발달했습니다. 그리고 육식을 겸하게 되면서 감칠맛 또한 발달해 있습니다. 그리고 신맛과 쓴맛 또한 열매와 애벌레 등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보되었죠. 그리고 다른 육상 척 추동물과 마찬가지로 미각을 주로 확인하는 세포는 입 내부 그 중에서 도 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초식동물은 아니었기에 쓴맛에 대해 민감도가 높은 편 입니다. 갓난아이는 이를 확실히 보여주죠. 그러나 인간은 학습의 동물. 부모를 따라 조금씩 쓴맛에 길들여집니다. 익은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우리 몸에 부족한 바이타민이나 여타 다양한 영양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신선한 풀을 먹어야 했고, 또 음식이 쉬이 상하는 걸 막기 위해 허브를 첨가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간의 미각은 어찌 보면 동물 세계에서 가 장 균형 있게 발달했는지도 모릅니다.
-  어느 날 세균 하나가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바로 산소를 이용해서 포도당을 분해한 거지요. 지금 우리가 하는 산소호흡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자 포도당 하나를 분해할 때 ATP가 34개씩 나오는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집니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같은 일을 하는 데 월급 100만 원을 받던 사람이 갑자기 1,000만 원을 받게 된 겁니다. 그리고 고세균 중 하나가 이 세균을 집어 삼킵니다. 산소호흡을 하는 세 균은 고세균 몸 안에서 산소 호흡을 통해 ATP를 마구 생산하고 그 중 일부를 고세균에게 넘깁니다. 대신 고세균은 세균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뒤에서 더 이야기하겠지만, 산소호흡을 하는 세균에게도 산소가 위험한 물질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자 신의 세포막을 직접 외부로 노출하지 않기 위해 고세균의 품 안으로 들 어가지요. 고세균은 자신의 세포막을 통해 산소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 미토콘드리아에게 재빨리 전달하고 주변의 영양분을 열심히 흡수하지 요. 미토콘드리아는 이제 재료 구하는 일에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고 오 직 ATP를 만드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 로운 진화가 일어나지요. 미토콘드리아의 선조가 가지고 있던 유전자, 즉 DNA 중 많은 부분을 비교적 안전한 고세균에게 옮깁니다. 고세균은 자 신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핵막을 만들고 그 안에 보관하게 되지요. 미토콘드리아 입장에서도 핵막으로 잘 보호된 곳에 자신의 유전자를 보 관하는 것이 더 마음이 놓였을 것이고요. 결국 그들은 그렇게 하나의 세 포와 세포 내 소기관이 되어 진핵생물의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 포식과 피식이 생겨났다는 것도 진핵생물이 되면서 생긴 중요한 변화 입니다. 원핵생물들은 다른 생물을 잡아먹는 일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사자가 들소를 사냥해서 잡아 먹는 걸 생각해 보지요. 사냥하는 과정에서 사자는 이미 에너지를 많이 소비합니다. 그리고 먹은 고기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또 에너지를 소비합 니다. 그러고도 살아가는 건 소비한 에너지보다 고기를 통해 얻는 에너 지가 더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원핵생물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들은 같은 양의 양분을 얻어도 우리보다 10분의 1밖에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 지요. 그러니 사냥을 하고, 그 걸 다시 소화하는 과정에서 드는 에너지가 먹이로부터 얻는 에너지와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니 사냥을 할 이유가 없는 거지요. 이들은 자연적으로 죽은 사체로부터 먹이를 구하거 나 생물의 분비물로부터 먹이를 얻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거죠.
진정한 의미의 먹고 먹히는 관계, 즉 피식과 포식은 진핵생물의 출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는 생태계가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바와 같이 생태계는 일종의 먹이 사슬 혹은 먹이 그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식물, 좀 더 정확하게는 독립영양 생물이 있고, 이들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이 있고, 이 초식동물들을 먹 고 사는 육식동물이 있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이들이 죽으면 분해하는 분해자가 있습니다. 이렇게 먹고 먹히는 관계가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데 이는 약 21억 년 전, 진핵생물이 탄생하면서 이미 시작되었다는 겁니다
- 처음 광합성을 시작한 생물 중 대표적인 것이 황세균입니다. 황세균 은 온천이나 화산 주변에 주로 서식합니다. 이들은 온천이나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화수소를 이용해서 광합성을 하지요. 빛 에너지를 받아 황화수소를 분리합니다. 그 중 수소는 나중에 포도당을 합성할 때 이산 화탄소와 함께 재료로 이용되지요. 필요 없는 황은 그냥 주변에 버립니 다. 이렇게 버려진 황들로 온천 주변이나 화산 주변은 노랗게 변하지요. 하지만 바다는 넓고 물속 화산은 아주 띄엄띄엄 있습니다. 황화수소가 나오는 주변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황세균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경쟁 에서 밀려난 세균들은 다른 대책을 세워야 했지요. 이들 중 일부가 황화 수소 대신 물을 이용해서 광합성을 하는 방식으로 진화합니다.
- 황화수소와 물은 사실 분자 구조가 아주 비슷합니다. 황화수소는 황 원자(노란색)를 중심으로 수소 두 개가 붙어 있고 물 분자는 산소 원자(빨간색)를 중심으로 수소 두 개가 붙어 있지요. 그러니 황을 이용해서 광합성을 할 수 있다면 아주 조금의 변이 만으로도 물을 이용해서 광합성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처음 광합성을 하는 이들은 흔하디흔한 물 대신 황화수소를 이용했을까요? 황화수 소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것이 물 분자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것보다 조금 더 쉽기 때문입니다. 진화에서는 아주 조금의 차이라도 대단히 중요 하지요. 황화수소를 이용하는 것이 물을 이용하는 것보다 유리하니 처 음에는 황화수소로 광합성을 하는 세균들이 더 경쟁력이 있었던 거지 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황화수소를 더 이상 확보할 수 없게 된 세균 들은 물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5억 년에서 38억 년 정도 전의 일입니다.
황화수소를 이용할 때는 부산물이 황이었지만 물을 사용할 때는 산소가 됩니다. 세균으로서는 필요도 없고 또 위험하기까지 한 산소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지요. 광합성을 하면서 생긴 산소는 아주 빠르게 외부로 버려집니다.
바다에는 이들이 버린 산소가 녹아들고 세상이 바뀝니다. 바닷속 산 는 일단 다양한 양이온들과 만나 앙금이 되어 바다 밑바닥에 쌓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철이지요. 이전까지 철은 바닷물에 그저 녹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산소와 만나 산화철이 되면서 대량으로 쌓입니다.
- 다른 양이온들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면서 바닷물에는 산소와 만나도 앙금을 만들지 않는 나트륨이나 마그네슘 같은 것들의 비율이 높아졌지요. 지금 바닷물이 짠 이유가 바로 산소 때문인 거지요.
그렇게 바닷물의 양이온들 대부분과 결합해서 가라앉아도 생물들이 내뿜는 산소는 끊임없이 증가합니다. 바닷물에 더 이상 녹을 수 없을 만 큼이 되자 이제 산소는 대기 중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때의 대기는 대부 분 암모니아, 메테인, 이산화탄소 등이었지요. 하지만 산소가 등장하자 상황이 변합니다. 암모니아는 산소와 만나 물과 질소 분자가 되고 메테인은 산소와 만나 물과 이산화탄소가 됩니다. 대기 중의 암모니아와 메테인은 이 과정에서 거의 사라지고 말지요. 사실 그 이전이라고 산소가 생 성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자외선이 바다에 내리쬐면 물 분자를 분리해 산소를 만들긴 하니까요. 하지만 그 양이 너무 조금이라 금방 메테인 이나 암모니아랑 만나 사라져버렸던 거죠. 하지만 이제 광합성을 하는 생물들이 마구 늘어나면서 내뿜는 산소의 양도 어마어마해지니 메테인 과 암모니아를 모두 없애버리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그리고 물속 생물 들이 광합성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자꾸 흡수하자 대기 중의 이산화탄 소 농도도 계속 줄어듭니다. 결국 지금처럼 질소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산소가 3분의 1에서 조금 모자라는 비율을 차지하는 모습으로 대기의 구성이 바뀐 것이죠.
- 하지만 당시 생물들에게 산소는 위험한 독성 물질이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흔히들 활성산소가 노화를 촉진한다고 할 때 그 산소입니다. 산소는 워낙 반응성이 좋은 기체입니다. 그래서 산소가 주변의 다른 물질들과 만나면 높은 확률로 화학 반응을 합니다. 공기중에 노출된 철이 녹스는 것도 반은 산소가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런 산소가 세포 내에 있으면 주변의 다른 세포 내 소기관이나 생체 분자 들과 결합해서 부숴 버립니다. 그러니 당시 생물들로서도 산소는 한시 바삐 처리해야 할 물질이었지요.
산소를 없애기 위해서 생물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 중 하 나가 광합성 과정을 담당하는 회로를 반대로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광합 성에서 산소가 발생하는 것은 캘빈회로란 곳에서의 일입니다. 이곳에서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포도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이 산소였죠. 이산화탄소 세 분자와 물 다섯 분자 그리고 수소 원자 6개가 모여 한 사이클을 돌면 3탄당 인산이라는 물질이 나오고 이 3탄당 인산 둘이 합해서 포도당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산소 분자가 배출됩니다. 그러니 이 회로를 반대로 돌리면 산소를 다시 흡수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시트르산 회로는 미토콘드리아에 존재 하는데 이 회로가 하는 일이 바로 3탄당에 산소를 우겨넣어 이산화탄소 와 물을 만드는 일입니다. 더구나 이 회로를 구성하는 각종 물질들은 캘 빈회로의 그것들과 거의 동일하고 물질들의 이동 방향만 반대로 이루어지지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긴 물질들로 미토콘드리아는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엄청 효율적으로 ATP를 만들어냅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산 소를 처리하는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산소도 처리하고 더불어 ATP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이를 쓸 수밖에요. 미토콘 드리아의 선조 세균은 이렇게 산소 호흡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 루시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은 많습니다만 고인류학계에서는 인류 전 체의 공통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루시가 가장 유명할 것입니다. 비틀즈 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 Lucy in the Sky>에서 땄던 이름이지요. 고인류 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은 최소한 한두 번은 들어보았을 터입니다. 그 런데 혹시 루카LUCA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루카라는 이름은 모든 생물의 공통조상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입 니다.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의 공통조상이란 뜻이지요. 그런데 이름 맨 앞에 last가 들어가는 이유는 뭘까요? 이 생물은 최후 의 공통조상이라는 뜻입니다. 즉 최초의 생명에서부터 이어지는 여러 갈 래가 있었을 터인데 후손을 남기지 못한 이들은 대가 다 끊어졌을 터입 니다. 후손이 현재 살아남은 모든 생물의 대를 쭉 쫓아가다 보면 만나 게 되는 첫 생물을 일컫는 말입니다.
- 루카라는 개념은 찰스 다윈으로부터 시작하는데, 1859년에 나온 책 『 종의 기원』에서 보편적 공통조상 이론을 제시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아 마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유기적인 존재가 지나간 처음 살았던 원시적인 형태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생물의 힘에 대한 위대함엔 몇 개 혹은 하나의 존재가 숨 쉬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그때 다윈은 루카가 그렇게나 오래된 존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겠지만 말이지요.
그럼 루카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현존하는 모든 생명이 가진 공통점을 살펴보면 루카의 특징을 알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합 니다. 어떤 모습이 모든 생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면 그건 자연히 루카로부터 물려받은 거라고 볼 수 있다는 거지요. 결국 루카의 특징은 어찌 보면 현존하는 지구의 생명으로부터 뽑아낸 귀납적 정의로서의 '생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 일단 오늘날 현존하는 모든 생물의 유전 암호는 DNA를 기반으로 합니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지요. DNA는 인산과 염기가 리보스라는 5탄당을 중심으로 결합한 구조입니다. 그리고 모든 생물의 DNA는 동일한 네 종류의 염기,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 아데닌(A)을 가지고 있습 니다. 또한 모든 생물의 DNA는 이중나선 구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도 동일하지요. 단지 생물마다 다른 것은 구아닌, 티민, 시토신, 아데닌의 순서와 비율, 그리고 DNA 사슬의 길이일 뿐입니다. 그리고 DNA를합성해서 이중나선구조를 만들기 위해 DNA 중합효소를 쓴다는 것도 모두 같습니다.
생물에서 DNA는 유전암호이기도 하지만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이기도 합니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먼저 DNA의 암호는 RNA로 복제되는데 이를 전사transcription라고 합니다. 이 RNA는 리보솜이란 세포 내소 기관에 얹히고 여기에 암호에 맞는 아미노산을 끌고 와서 단백질을 만들 게 되지요. 이 과정 또한 모든 생물에서 동일하게 이루어집니다.
- 또 모든 생물은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이용합니다. 물론 포도당 말고 다른 영양분을 이용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모두 포도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본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포도당이 없는 경우 다른 물질도 사용하는 거지요. 그리고 이런 에너지원에서 생체 내 활동에 필요한 에 너지 형태인 ATP를 만들어내는 것도 같습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면 ATP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지질로 된 막의 내부와 외부의 전위차를 이용하는 것 또한 모든 생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원핵생물들은 모두 세포막을 통해 ATP를 만들고 진핵생물들은 미토콘드리아의 막을 통해 ATP를 확보합니다.
- 모든 생명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포 하나가 개체인 단세포생물도, 세포 여러 개가 모여 하나의 개체를 이루 는 다세포생물도 그 기본이 세포인 것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 포를 생명의 기본 단위라고 하지요. 또 모든 세포는 이중의 인지질로 된 세포막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류에 따라 세포막에 분포하는 물질이 조금 씩 다르긴 하지만 인지질로 된 이중막이 근간을 이루는 것 또한 예외가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생물의 세포막에는 단백질로 구성된 나트륨 칼륨펌프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포들은 내부를 나트륨 농도가 낮고 칼륨 농도가 높도록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포가 늘어나는 것은 세포 분열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단세포 생물은 이를 통해 번식을 하고, 다세포생물은 이를 통해 생장을 하지만 근본은 같은 거지요. 세포 분열 과정 또한 기본적으로는 같습니다. 우선 DNA를 복제해서 두 배로 늘리고 이 DNA가 먼저 두 개로 분리됩니다. 이후 DNA를 감싼 세포질이 둘로 나눠지는 것이지요.
- 연구에 따르면 인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인류는 유전적 다양 성이 대단히 작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간단한 예로 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사는 한 3km 정도 떨어진 두 침팬지 집단 사이의 유전적 다양성이 인류 전체의 유전적 다양성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인간의 모습은 침팬지보다 훨씬 다양하지요. 피부색도 다르고 얼굴 형태도 다르고 몸매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동물 전체를 통틀어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작은 존재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인류는 이렇게 좁은 유전자풀을 가지게 된 걸까요? 인간 이외에도 유전자풀이 대단히 협소한 생물들이 몇 있는데요. 치타와 고래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유전자풀이 협소한 이유는 한 때 멸종 에 이를 만큼 개체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유전자를 가졌 던 많은 개체들이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어버리고 남은 몇 안 되는 개 체들로부터 다시 자손들이 늘어나다 보니 유전자풀이 협소해졌다는 거 지요. 물론 이런 경우도 시간이 지나면 유전자풀은 다시 넓어지지만 아 직 그 정도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인류도 한 때 멸종의 위기를 겪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과 학자들은 약 10만 년 전 어떤 이유에선지 갑자기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판단합니다. 대략 5천 명에서 1만 명 정도로 줄어들었 다는 거지요. 그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가설이 존재합니다. 우선 기원전 13만 5,000년에서 9만 년 사이에 아프리카 대륙이 건조해지면서 심한 가뭄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수마트라 섬의 토바 화산 분출이 원 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슈퍼화산이었던 토바 화산 폭발로 지구 대기 전체에 화산재가 퍼지면서 햇빛을 차단했고 그에 따라 기후가 갑자기 변 하면서 당시 살던 인류의 조상 대부분이 죽고 일부만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는 거지요. 혹은 급속히 번창한 감염병 때문일 수도 있다는 주장 도 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인류는 10만 년 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죠. 그 5천 명에서 1만 명, 지금으로 치면 서울의 대규모 아파트 한 단지 정도의 인구로부터 한국인 미국인, 나이지리아인, 러시아인, 남 미 원주민들이 태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무슨 인종이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 인종을 나누는 걸 피부색으로 한다는 건 더 웃긴 일입니다. 
- 그렇다면 현생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어떤 관계인 걸까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우리에게 있다는 건 이 둘이 짝짓기가 가능했고 그 자손이 생식능력이 있다는 걸 뜻합니다. 즉, 호모 사피엔스 와 호모 네안데르탈인은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이라는 뜻이지요. 데니소 바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과 우리 는 마치 개와 회색늑대, 집고양이와 들고양이 정도의 관계라는 것이죠.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과의 차이가 이 정도인데, 같은 호모 사피 엔스끼리 또 다시 인종을 나누는 것에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게다가 호 모 속의 유일한 종인 우리끼리 서로 차별한다는 것은, 민망하고도 부끄 러운 일일 것입니다.
- 다른 의미에서 우리 인간은 승자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인간은 처음 직립보행을 했을 때 조개를 캐고, 시체를 먹는 청소부적인 역할이 었지만, 생태계의 최종포식자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마저도 승리라 고 볼 순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자연을 바라 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오해를 하는 것이죠. 자연에서는 청소부건, 포식자이건 피식자이건 어느 종이 다른 종을 지배하지 않습니다. 그저 생태계의 일부를 이룰 뿐이지요. 따라서 포식자가 되었다고 신분이 상승 하는 건 아닙니다. 한번 더 말씀드리자면, 지금 지구의 모든 생물은 최선을 다해 각자의 자리에서 진화했고 인간은 그저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 인간의 진화만이 아주 특별하다고 볼 이유가 진화론에는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다른 생물과 차원이 다른 존재임을 증명하고 싶으면 다른 방식, 다른 접근이 좋겠습니다. 가령 우 리는 우리가 지구상에 사는 다른 모든 생명과 별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최초의 종입니다. 여기에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겠지요. 또 우리 는 '인간 중심주의'가 객관적 현실을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오해를 제공 한다는 것 또한 깨닫고 있습니다. 이 또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다르다고 같은 인간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데에 (모든 이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 루어 나가고 있는 최초의 생물이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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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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