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기업이 채용 프로세스나 마케팅, 혹은 신용평가 등 여러 분 야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인공지능 또는 빅데이터 조직을 신설하고 인원 확충을 고심하는 중이다. 또 기업 내부에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 등 을 기획하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투자를 통해 크 게 성공했다고 말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 2019년 실시된 MIT와 보스턴경영컨설팅그룹BCG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경영진의 70퍼센트 이상이 인공지능 투자로 얻은 것이 거의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사실 의욕적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한 기업 들 중에는 얻은 것이 거의 없는 수준이 아니라 눈에 띄는 손해를 보고 프로세스를 되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 2015년, 일본의 헨나 호텔은 '세계 최초의 로봇호텔'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인공지능 직원의 오작동과 잦은 고장, 잘못된 웨이크업 콜 응대 등으로 투숙객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창업 4년만인 2019년 호텔 곳곳에 배치되었던 243개의 로 봇 중 절반을 철수시켰다.
한때 인공지능의 대명사로 불리던 IBM의 왓슨Watson은 수십만 장의 의료 저널을 며칠 만에 학습하며 전 세계 수십 개 병원에 배치되어 의사를 도와줄 것으로 예측되었다. 하지만 왓슨은 플로리다의 한 전문의가 내뱉은 말처럼 그냥 쓰레기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야심차게 계획을 세웠던 IBM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손해보상 이슈로 법정까지 가서 화제가 된 사례도 있다. 홍콩의 한 부동산 개벌이 제기한 소송인데, 인공지능 투자 시스템에 관한 최초의 소송으로 주목을 받았다. 약 3조 원 규모의 펀드를 관리 하고 있던 이 부동산 재벌은 한 이탈리아인에게 호주에서 개발된 (KI'이라는 인공기능 가동 투자 시스템을 구입한다. K1은 실시간 뉴스를 분석하고 SNS로 투자자들의 성향을 알아내 자동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에 매료된 그는 K1을 시연해보기를 원했고, 판매자는 백테스트(과거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해 결과를 확인해보는 방법)로 높은 수익률을 확인시켜주었다. 1년 안에 두 배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거라 확신한 이 부동산 재벌은 이 시스템을 자신의 투자 업무에 도입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2017년부터 사용한 이 시스템은 2018년 2월이 되자 하루에 2,000만달러를 잃게 하는 등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었다. 결국 그는 판매자를 상대로 2,300만 달러의 소송을 걸었다.
- 흥미로운 사실은 구글이 약 1만 건의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면접관이 평가한 점수와 그 직원의 실제 성과 점수를 비교했을 때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결론은 그간 기업들이 인성 평가와 자기소개서, 면접 점수를 기 준으로 좋은 인재를 뽑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적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기업이 이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아직 완전한 해답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지동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데이터다.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데이터는 인간은 주관적이고 편향 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paniel Kahneman의 연구 결과로 확인된다. 그는 모든 인간은 의사결정에 있어 편향성을 갖고 있고 그 이후의 의사결정 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때문에 인재 채용을 위한 평가는 구조적이어야 하 며, 알고리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관은 알게 모르 게 편향성을 갖게 되고, 그에 따라 평가 방식 역시 형평성이 부족하므로 주관적인 면접 방식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구글에서는 오랜 연구 끝에 큐드로이드라는 채용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 시스템은 면접관이 지원자의 직무역량을 알 수 있도록 각 분야별로 지원자 맞춤형 면 접 지침과 출제 문제를 알려주며(구조화), 이후 채점 역시 사람의 주 관적이고 임의적인 판단 없이 일정 기준에 의해 이루어진다(표준 화), 국내에서도 몇몇 기업들이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해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구조적 방식에 의해 면접 문제가 출제되고, 표준화 방식에 의해 채점되는 인공지능 면접을 채택하고 있다.
둘째, 면접 점수와 학벌, 학점 등의 정보는 채용을 결정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데이터를 추가로 얻을 수 있는지, 무엇보다도 그 데이터가 채용에 어떻게 연계되는지 를 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 최근의 인공지능 면접은 인터뷰 시의 음 성 분석, 사용 어휘 빈도 분석, 언어 유형 분석뿐만 아니라 표정 분 석, 나아가 맥박 및 뇌파 분석 등의 데이터까지 이용하려는 추세다. 이런 정보가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최 소한 육안으로 관찰하던 방식에서 진보해 망원경을 통한 데이터를 얻기 시작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셋째, 보다 심도 깊은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시간의 면접으로 얻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가정하에 좀 더 오 랜 시간에 걸쳐 후보자의 일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작업은 SNS를 통한 데이터 획득이다.
통계에 의하면 기업의 약 84퍼센트는 적격자 선별과 채용자 스크리닝을 위해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 연구 에 따르면 상당수의 기업이 소셜미디어에 있는 부적합한 정보를 보 고 채용을 취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앞 으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정보에 더해 SNS 정보, 온라인에서의 최근 검색과 쇼핑 내역, 면접에서의 언어 및 행동 분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장 적합한 인재를 고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 일간NTN은 2021년 9월 종합소득세 신고 서비스 '삼쩜삼의 누 적 가입자가 519만 명, 누적 환급액이 1,5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보 도했다. 이처럼 전문직 종사자가 하던 일 중 비교적 복잡도가 낮 은 업무를 플랫폼이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우, 전문가들의 반 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가 세무사 법 위반으로 고소했지만 삼쩜삼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라이선스 등을 통해 독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비슷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로톡은 변호사 들의 거친 반발을 사고 있으며, 다세대, 연립주택 시세를 자동 산정 해주는 스타트업 빅밸류의 '빌라시세닷컴은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 부터 고발당했다. 처방전을 보내주면 약을 배달해주는 의약품 배달 서비스 '닥터나우'는 대한약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전문가의 업 무를 인공지능이 잠식해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 만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고스란히 대체한다기보다 업무 중 비교적 쉽고 단순하며 반복적인 일들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럼에 도 전문가들은 어떤 일이든 본인의 업무에 관련된 것은 내줄 수 없 다는 입장이다. 전체 일 중 많은 부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면 결 국 전체적인 직업의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의 걱정도 이해된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전문가 영 역 중 대체되는 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불과 10 년 전, 많은 인공지능 학자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일로 운전, 바둑, 대화를 꼽았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그 예상을 훨씬 빨리 능가하고 있다. 이 세 분야 외에 산업 전 영역에 걸쳐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변화를 완벽한 인과관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단순 업무가 줄어드는 대신 좀 더 핵심적으로 복 잡한 사고를 요하는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결국 이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의 업무 영역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 상대방의 책값을 체크해 자사 상품의 가격을 정하는 일을 인간이 했다면 기껏해야 하루에 두세 번 정도 조정하는 데서 멈췄을 것이 다. 하지만 너무나도 부지런한 인공지능은 수십만 건의 상품을 두 고 하루에 수백 번씩 같은 일을 반복했다. 비슷한 일은 주식 거래와 광고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 재 전 세계 주식 트레이딩의 75~80퍼센트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 해 움직인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그것이다. 여기서 트레이딩은 인 간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구성된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적 으로 진행된다.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속도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정보를 분석해 1초에 수천 건의 거래를 진행한다. 이미 이곳은 인공지능 간의 대결장이 된 지 오래다.
이에 맞춰 투자자들은 남보다 빠른 네트워크 회선을 구축하기 위해 서버를 거래소 근처로 옮겼다. 이제 사람들은 다른 알고리즘로 교단하는 알고리즘, 다른 알고리즘을 읽어오는 알고리즘 다른, 알고리즘을 저격하는 알고리즘 등 주인을 위해 다른 알고리즘과 싸워주는 인공지능을 계속해서 전장에 내보내는 중이다.
인공지능끼리 서로 반응해 책 한 권이 260억 원이 되는 일이 벌어진 것처럼 주식 거래에서도 비슷한 헤프닝이 벌어졌다. 2010년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를 순식간에 1,000포인트가량 하락시킨 후 다시 10분 안에 회복시킨 일이 있고, 2017년 암호화폐 이더리움이 순식간에 300달러에서 10센트로 떨어진 일도 있다. 일 부 인공지능의 거래 오류와 이에 반응한 다른 알고리즘의 연쇄적인 추종 거래가 일으킨 사고다. 알고리즘 간의 경쟁이 어떻게 시스템 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 우리는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우리가 입력한 정보 를 바탕으로 답을 찾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정보와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정보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소 사진을 보고 소라고 곧잘 답하던 인공지능이 사진의 배경을 초원이 아닌 다른 풍경으로 바꾸자 소를 전혀 못 알아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모든 동물을 100퍼센트 가까운 정확도로 맞히던 인공지능이 코끼리 피부 이미지를 입힌 고양이를 '코끼리'라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제는 단순히 그림을 잘못 인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수많은 인공지능의 오류들(예를 들어 아마존이 채용 과정에서 여성을 차별한 것)이 결국 같은 문제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류 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인공지능은 데이터세트에서 인간이 학습 과정에서 염두에 둔 핵 심 특성(특정 타깃을 분류해내는 기준이 되는 특성)을 찾아내지 않는 다. 사실 핵심 특성은 인간이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 의해 발견해내 는 것인데, 인공지능은 그런 것들을 고려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찾 는 것은 주어진 데이터세트에서 타깃 데이터를 가장 차별화시키는 특성이다. 예를 들어 소를 인식시킬 때 사람은 인공지능이 소가 지닌 외양적 특성을 학습하기를 원하며 많은 데이터세트에서 소의 사진을 골라 학습시킨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수의 소 사진이 입력되는 과정에서 소의 특징보다 배경인 초원에 집중한다. 초원과 목장이 배경인 동물 사진을 소라고 학습하는 것이 소를 차별화시 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은 주어진 정보를 분석할 때, 인간이 생각하는 특성이 아니라 판별하기 가장 쉬운 특성을 먼저 고려한다. 이는 인 공지능의 장단점을 가장 잘 말해주는 포인트로 우리는 이것을 인 공지능의 지름길shortcut 문제'라고 부른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찾지 못한, 혹은 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들인 패턴을 쉽고 빠르게 찾아낸다. 이는 분명 인공지능이 지닌 큰 장점이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머신러닝은 타깃값에 맞춰 그 타깃값을 판별할 수 있는 특성을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 찾는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통계적 기법과 변수 최적화 기법에 기반 해 이런 변수들, 또는 변수들의 조합을 아주 쉽게 찾아낸다. 그것이 인간이 의도한 특성값에 의한 판별인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따라서 지금의 인공지능 시스템은 우리가 원하는 범용적 지능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일반화된 패턴 인식 시스템Generalized Curve Fitting Systems 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이것은 마치 동전의 양면 처럼 인공지능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 사람들이 딥블루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두고 흔히 착 각하는 것이 있다. 바둑이나 체스는 주어진 판에서 주어진 규칙을 갖고 게임을 하는 것이므로 모든 수는 유한하고, 컴퓨팅 파워가 발 달하면 모든 수를 미리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체스에서 경우의 수는 10 (지구상의 모래 알 숫자보다 많다)으로 아직 우리에겐 그것을 계산해낼 만한 슈퍼컴 퓨터가 없다. 사실상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서 현존하는 모든 슈퍼 컴퓨터를 동원해도 계산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 체스 인공지능의 성패는 얼마만큼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었다. 많은 시도 끝에 인공지능은 인간과 상대할 만큼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 었고 결국 세계 챔피언을 이겼다.
- 언제 인간의 결정이 먹힐까
투자와 관련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 다는 사실은 이제 새로울 것이 없다. 문제는 주어진 조건이다. 카오 박사팀은 변동성이 클수록,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무형자 산의 규모가 클수록 인간의 예측력이 더 우세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정보가 비대칭적이고(예를 들어 대기업의 재무 정보는 모두에게 골고루 전해질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정보의 대칭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을 이해하는 데 사전 지식(무형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식 등)이 많이 필요한 경우에는 인공지능보다 인간의 결정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대량의 공개된 정보가 있고 주어진 룰에 따라 정보를 해석할 수 있을 때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유리하다. 이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카오 박사팀은 '인간 + 인공지능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그들이 개발한 예측 모델에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한 주가를 넣어보았다. 그 결과 이 하이브리드 모델은 인간 단독모델은 물론 인공지능 단독 모델의 성능을 능가했다.
- 오 박사팀은 마지막으로 투자사들의 최근 채용 공고 현황을 조사해 각각의 회사가 어떤 인재를 채용하려는지를 알아보았다. 결론 적으로 근래 들어 인공지능 인재의 채용을 늘린 기업(전체 채용 대 비)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그렇지 않은 기업의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더 우수했다. 그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에서는 정보가 투명하고 대중적일수록 인공지능이 인간의 분석력을 이길 확률이 확연히 올라갔다.
* 반대로 정보가 불투명하고 인간의 판단력이 요구될수록 애널리스트의 점수가 좋았다.
* 애널리스트에 대한 인공지능의 우위는 거의 모든 기업이 인공지능 등력을 갖춤에 따라 점점 줄어들고 있다.
* 하지만 재무 지식에 인공지능 지식을 더한 인력을 더 많이 고용하고 인공지능의 능력을 더 키운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앞서가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 연구 결과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개인이나 기업이 인공지 능의 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용할 경우, 크게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일론 머스크가 텐트 공장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공정 프로세스에 맞지 않는 로봇을 걷어내고 그 자리를 사람으로 채우는 것이었다. 그가 인정했듯이 가장 선진화된 로봇이 생산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에 설계했던 생산 공정은 단순히 기존의 생산 방식을 자동화하는 것이었다. 즉, 원래의 프로세스에서 인간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체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머스크는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단순 대체가 아닌,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새로운 방식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방식은 마지막 공정 단계에서 카시트를 본체 에 조립해 넣던 인간의 일을 로봇이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로봇은 나사를 위치에 딱 맞게 넣어 조이는 작업에서 때때로 실수를 했고, 복잡한 전기선들을 연결하는 데 있어서도 숙련된 인간에 비해 어 리숙했다. 결국 머스크는 공정 자체를 새로 디자인해 작업 프로세 스를 바꿨다. 로봇이 무거운 카시트를 본체로 옮긴 다음 자체 계산 에 의해 위치를 맞추면, 최종적으로 인간이 조절하면서 나사를 조 여 조립한 후 여러 전기선을 처리하는 식이다.
- 최고의 기술로 완전한 인공지능 자동화 공정을 이루려던 머스크의 노력은 미디어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하지 만 그가 남다른 것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실험을 통해 새로운 방식 으로 대안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그가 갑자기 텐트 공장을 만든 것은 대규모의 실험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였다. 그는 생산 공정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는 부분에 어떤 해결책을 쓰면 좋을지 알기 위해 인간과 로봇이 각자 해야 할 일을 다양하게 실험했다. 거듭된 실험은 비록 당장의 생산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 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득이 될 것을 그는 알았다. 때문에 머스크 는 이 실험을 위해 프로토타입 형태의 새로운 공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에서 필요한 것은 이러한 실험이다.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아무도 답을 모른다. 하지만 테슬라 의 시행착오에서 나타났듯 인간이 하던 일을 단순히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은 경쟁력 획득에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인간과 인공지능은 각자 잘하는 것을 맡아서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새로운 능력을 함양해야 하고 조직 역시 직원들이 새로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장의 작업반장은 과거에는 근로자들을 잘 감독하고 그들로 하여금 기기 관리를 잘하게 하는 것이 임무였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다른 능력이 요구된다. 서모그래피Thermography와 진동 해석Vibration Analysis 등의 분석 툴을 사용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로봇 프로세스와 인간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관측해 새 로운 프로세스를 조절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 인공지능 비즈니스 분야의 그루인 토머스 H. 데이븐포트는 향후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유망한 직종의 인력으로 '퍼플 피플'을 뽑 았다. 퍼플 피플이란 데이터 분석과 공학 기술을 비즈니스의 생태 계에 맞춰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맥킨지앤드컴퍼니 컨설턴 트들의 글에서는 퍼플 피플 대신 '데이터 통역가'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그들은 직접 겪은 컨설팅의 경험을 바탕으로 퍼플 피플의 역할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특히 맥킨지 글로벌 연 구소의 자체 연구를 인용하며 “2026년까지 이런 인력의 수급이 약 200만~400만 명 정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 퍼플 피플의 주요 업무는 자신의 업무 지식Domain Knowledge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업에 가장 큰 가치를 안겨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이를 경영진에게 제안하는 것이다. 그 뒤 비즈니스 니즈와 목표를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며 프로젝트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비즈니스 목표와 데이터 사용 기술 간의 간극을 조절한다. 최종적으로는 프로젝트 완결까지 함께해 비즈니스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되도록 한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이끌어내므로, 이들은 빅데이터팀보다는 전략팀에 속하게 된다.
그렇다면 퍼플 피플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공통적으로 제 시되는 기본 능력은 업무 지식, 데이터사이언스 기술,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산업과 기업의 업무에 대해 정 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운영 측면에서 어떤 것이 기업 비즈니스의 전체적 이익 구조, 고객 만족과 유지, 리스크 구조와 연 계되는지를 총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데이터 구조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물론 전문가 수준의 코딩과 분석 툴 사용 능력은 필요 없지 만 머신러닝의 작동 원리와 각 분석 방법론의 장단점 그리고 리스 크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덧붙여 프로젝트 관리 능력, 기업가정신에 대한 높은 통찰, 양쪽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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