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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

저자
이옥순 지음
출판사
서해문집. | 2012-09-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고대부터 현재까지, 동서양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게으름에 관한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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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름이 폄하되고 근면이 장려된 것은 근면이 힘이나 권력과 깊이 연계되기 때문이었음. 힘을 가진 계급이나 집단이 권력관계를 만들고 스스로를 근면한 존재로, 주변부 사람들을 본질적으로 게으른 그들로 규정. 하층민에게 일하지 않으면 게으르다고 가르친 건 그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서임. 하층계급은 게으르다는 신화는 그들을 경멸하는 동시에 게으르지 않은 자신들, 왕, 귀족, 부르주아, 지주를 상대적으로 우월하게 만드는데 이용됨. 게으름은 국경을 넘어 작동한 국제간 권력관계에도 배어들었음. 게으름이 야만과 후진성으로 상징되면서 근면하고 역동적인 서구 제국주의자들은 게으른 동양에 대한 침투와 정복을 정당화. 게으름은 식민지가 된 아시아, 아프리카 사람들의 천성으로 여겨졌고, 나아가 국민적 특성으로 규정됨. 그들을 지배한 식민지배자들은 일개미처럼 식민체제에 순응한 사람을 근면한 사람으로 여기고 그렇지 않은 자들을 나태하다고 간주.
-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햄버거를 퍼뜨리듯 게으름이 악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퍼뜨린 나라는 미국. 게으름이 나쁘다는 걸 대중에게 보급해 덜 일한 것에 죄의식을 갖도록 만든 인물로는 미국 프랭클린이 으뜸임. 자동차의 왕이라 불린 헨리포드도 마찬가지. 그들은 게으른 자에게 문명은 없고, 게으른 사람은 행복할 기회를 막는 실패자라는 청교도적 이상을 강조. 미국의 문화제국주의적 영향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죽도록 일하지 않는 사람을 게으름뱅이라고 낙인찍는 분위기가 세상을 지배하게 됨
- 그리스 문화와 민주정치는 여유로운 자유민 없이는 불가능했고 자유민의 삶은 노예 없이는 불가능했음. 노동을 중하게 여기지 않은 아테네 시민을 대신해 노예가 모든 일을 담당. "진정 사유로운 사람이란 언젠가 한번쯤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주장한 사람은 로마의 키케로였음. 로마공화정 시대의 정치가이자 웅변가인 키케로는 의무론에서 자신의 수고와 근면을 팔아넘기는 행태는 천박스럽고 혐오스러운 짓이다. 돈때문에 자신의 수고를 제공하는 것은 자신을 파는 것이며,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 키케로의 나라 로마에서는 그리스의 여유라는 말이 있었음. 로마 초기에는 이 말이 부정적으로 사용. 농사일을 하지 않고 시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며 놀러 다니는 시민의 비생산적 삶을 그리스의 여유에 빗댐. 그러나 국가가 강성해지고 노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로마에서도 육체노동이 낮은 평가를 받게 됨. 생산의 의무가 없는 시민이라면 부자는 물론 가난한 사람도 게으름을 피웠음
- 고대부터 술이 나쁘게 여겨진 것은 아님. 바빌로니아에서는 빈민들에게 먹을 음식과 마실 맥주를 배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음. 북유럽에서는 남자는 물론 여자와 아이들도 맥주를 많이 마셨다고 전해짐. 영국의 역사가 맘즈베리의 윌리엄은 음주는 보편적 습관이었음. 사람들은 밤이고 낮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셨다며 11세기 평민의 생활풍습을 설명. 종교개혁 이후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트가 등장하면서 사정은 달라짐. 프로테스탄트는 카톨릭보다 술에 엄격했고, 음주를 금지해 신자들이 욕망이나 게으름에 미혹되지 않도록 통제. 특히 19세기 영국에서 부상한 감리교는 자유와 즐거움을 인정하지 않았고, 당연히 음주도 받아들이지 않았음.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술을 마시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여러 문제가 생겨났음. 음주는 산업화의 걸림돌로 여겨졌음. 금주에는 정치도 의도도 섞였음. E.P.톰슨은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에서 영국의 술집이 부당한 노동조건에 불만을 가진 노동자들의 주요 모임 장소가 됐다고 설명. 그에 따르면, 19세기 말 시작된 금주운동엔 노동자들의 음주를 막아서 술취한 노동자들이 야기할지도 모를 위험을 미리 막으려는 의도가 포함됐음. 음주의 결과는 일을 못하는 게으름이었음.
- 영국에서 티타임이 생긴 것은 산업현장과 관련 깊음. 19세기 초 영국 노동자는 하루에 열다섯 시간 노동. 일의 강도가 떨어지는 오후 4시에 설탕을 넣은 카페인이 많이 든 홍차는 지친 노동자들에게 에너지를 보급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흥분제로서의 이중 역할. 일본 학자 가와키타 미노루의 설탕의 세계사를 보면, 산업혁명 이후 영국 도시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은 빵과 설탕을 넣은 홍차를 아침에도 먹음. 빠른 시간에 아침식사를 준비할 수 있고, 에너지 공급원으로도 손색이 없었기 때문. 한탄 기호식품이 세계의 역사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 영국에서 차를 마시는 습관이 널리 퍼지자 영국은 비싼 중국차의 수입대금을 결제하려고 식민지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중국에 몰래 들여갔고, 이에 분개한 중국이 조치를 취하면서 1820년 아편전쟁이 일어남.
- 인도에서 생겨난 불교와 힌두교는 물론, 중국의 유교는 게으름뱅이가 게을러서 가난뱅이라고 여기는 서구유럽과 다른 입장. 아시아권의 종교는 대체로 가난과 청빈을 나쁘게 여기지 않음. 인도에서는 구걸을 도를 닦는 한 방법으로 여김. 구걸하는 사람에게 적선하는 것도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으로 인식. 불교가 다른 문화권에 전파되면서 구걸의 개념은 약간 달라짐. 구걸을 나쁘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나 구걸을 게으름의 한 형태로 판단
- 우리는 소비사회에 길들여짐. 모든 인간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물질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음.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는 그 욕망의 윤활유로 돌아감. 사람들은 맛있는 것을 먹고 오래살며 좋은 물건을 갖고 싶은 욕망을 위해 일하고 벌고 소비함. 특히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욕망함. 글로벌 기업들은 불안감과 손을 잡은 인간의 욕망을 간파하고 이용함
- 게으름이 세상의 모든 비난을 다 받고 노동과 근면이 칭찬을 독점하는 건 옳지 않음. 게으름의 장점은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 삶이 어디로 가는지 짚어보게 함. 자신이 낸 성과와 실수를 따져보고,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낼 시간을 줌. 여름날 풀밭에 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공격성을 키우는 사람은 없음. 말이 많은 사람이 말없는 사람보다 실수가 많은 것처럼, 인간과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는 바쁜 사람이 문제를 야기함.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이렇게 말함. "시간은 금이라는 말은 귀중한 시간을 쓸데 없이 사용하면 금전적 낭비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됨. 느림은 무능력이나 게으름을 뜻하는 것이 아님. 시간을 급하게 다투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리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느림은 게으름의 동반자임 느린 사람이 다 게으른 것은 아니지만 게으른 사람이 서두르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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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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