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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사회 2014. 10. 21. 20:26

 


잊혀질 권리

저자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지음
출판사
지식의날개 | 2011-07-0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SNS 시대의 화두, '잊혀질 권리'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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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사이래로 인류에게는 망각이 일반적이었고, 기억하는 것이 예외였다. 그렇지만 디지털 기술과 전지구적 네트워크 때문에 이 균형이 역전됨. 오늘날 널리 확산된 기술의 도움으로 인해 망각은 예외가 되어가고 있으며 기억이 일반적인 게 되어가고 있다.
- 망각은 인간의 의사결정에 중심적 역할을 한다. 망각은 과거 일을 알고 있으면서 이 때문에 족쇄가 되지 않도록 해서, 우리가 제때 행동하도록 한다. 완벽한 기록을 통해 우리는 현재에 살고 행동하는, 근본적인 인간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
- 망각이 개인적 차원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사회전체로도 망각함. 이런 사회적 망각은 실패한 개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 과거에 행복하지 않은 관계였더라도 당사자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허용. 사업하다 파산을 한 것도 여러해가 지나면 잊힘. 어떤 경우엔 범죄를 저질렀어도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기록에서 유죄판결이 삭제됨.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회적 망각과 외부기록 삭제가 이루어지고 사회는 구성원들이 시간과 함께 진하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인간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게 되고 스스로 행동을 고칠 수 있음.
- 평균적인 인간의 눈은 1500만 화소 디지털 카메라 수준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매초마다 수십장씩 받아들임. 날마다 의식이 있는 시간이 대략 50000여초 인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방대한 저장 시스템이라 해도 금방 꽉 차게 됨. 여기에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다섯개의 다른 감각까지 더한다면 인간이 받아들이는 전체 정보의 양은 이보다 훨씬 많음. 바다처럼 엄청난 양의 정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두뇌는 받아들인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여러 단계의 연산과 걸러내는 절차를 동원함. 우리 두뇌는 수백만번의 개별적 자극에서 하나의 이미지를 구성. 예를 들어 어떤 검은 물체가 움직이고 있을 때 우리는 순식간에 검은 강아지가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됨. 검은 물체가 점점 더 가까이 오고 있다는 일련의 스냅사진을 담은 수백만장의 개별적인 정보 더미보다 검은 개가 내쪽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는 추상화된 정보가 훨씬 유용함. 더 중요한 것은 정확도도 뛰어나다는 것. 우리 신경세포가 수용되는 정보를 처리할 때,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보는 고의적으로 버려짐. 무의식적인 생물학적 망각이 이뤄지는 첫번째 단계지만 이를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음.
- 외적 자극이 첫번째 단계를 통과하거나 우리가 이에 대한 개념을 형성한 다음에는 일반적으로 단기기억이라고 부르는 곳에 저장됨. 이 상태에서 우리는 손쉽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지만, 단기 기억 안의 정보는 매우 빨리, 몇 초만에 대부분이 삭제되는 방식으로 사라짐. 심리학자 앨런 배들리는 단기기억은 실제로는 특별한 통제단위에 종속된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 첫째 부분은 시각적, 공간적 감각에 대한 일시적 정신의 스케치북처럼 기능. 연구자들은 이 부분이 평균적으로 4~7개의 숫자나 문자 덩어리를 보유할 수 있다고 입증. 두번째 부분은 소리나 음성을 2초가량 기록하는 짧은 오디오 고리로 기능. 예를 들어 지속적 반복과 같은 방식처럼 새로 갱신되지 않으면 청각적 정보는 빠르게 사라짐. 우리가 전화번호를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짧은 순간에만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함. 세번째 부분은 방금 경험한 것의 줄거리를 가진 기억의 일시적 완충장치임. 단기기억은 거의 모든 정보가 장기기억이 되기 전에 거쳐야만 하는 정보처리 과정의 병목임. 정보의 한 부분이 장기저장 형태로 바뀌면, 우리가 인간기억이라고 부르는 곳에 보관됨. 실제로 기억은 두단계로 이뤄짐. 첫번째는 정보를 장기저장소로 성공적으로 보내는 것. 두번째는 기억으로부터 정보를 호출하는 것.
- 말하는 데는 돈이 안든다는 속담도 있지만, 언어를 사용해 인간 기억을 세대를 건너뛰어 전달하는 것은 공짜로 이뤄지는 게 아님. 실제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됨. 소통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요구됨. 젊은이와 연장자가 한 곳에 모여야 하고, 연장자는 말하고 젊은이는 들어야 함. 연대기 작가는 이야기의 본질을 전달하는 방법에 세밀한 정성을 쏟아야 하고, 듣는 사람들은 최대한 집중해서 청취해야 함. 마찬가지로 좀더 정확하게 회상하기 우해서는 이야기가 듣는 사람이 빠져들 정도로 거듭해서 이야기되어야 함. 이 과정은 기억을 시간이 많이 들고 값비싼 것으로 만듬. 어떤 이야기를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은 강력한 필터링 메커니즘으로 작동됨. 아주 사소한 이야기나 별 것 아닌 통찰은 이런 필터링을 통과해 살아남기 힘듦. 인간의 생존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준 지식처럼, 선조들이 핵심적이라고 여긴게 이런 여과과정을 거쳐 보존되었음. 대서사시처럼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문제에 천착하거나 사람들 사이에 세대를 뛰어넘어 공통의 유대를 형성하도록 돕는 작품도 이런 과정을 거쳐 보존되었음.
- 디지털 복제분이 오리지널과 똑같다는 사실은 사람들, 특히 디지털 세대에 자라난 사람들의 정보인식을 변화시켰음. 아날로그 시대에 많은 책이나 음반, 영화를 소유한다는 것이 멋진 일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이를 이용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멋진 일이 되었음. 우리 정보 문화를 이용한 생산물을 만들어내어 이를 새로운 것이나 오리지널과 결합시키는 게 멋진 일이 되었음. 애플의 잡스가 음악에서 리핑하고, 섞고, 굽는다고 묘사한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고유한 콘텐츠를 보탤 수 있음. 그렇지만 널리 알려진 제록스 연구소의 전 소장 존 실리 프라운이 제안한 것처럼 브리콜라주를 만들고, 혼합하고 재조합하는 것이 강조되어야 함. 브리콜라주는 부분 그 자체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게 아닌, 부분들의 조합(재조합)에서 유래하는 가치임. 시바 바이다나단은 창조적인 러시아 예술가들이 서구 블록버스터 영화를 러시아어로 새로 더빙할 때 이들 영화의 서술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리는 현상을 고블린 편집의 사례로 제시했음. 디지털 문화가 소유에 대해 재조합과 공유를 강조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디지털화가 그들에게 제공한 능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임.
- 많은 상황에서 권력은 상대적 개념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아는데서 생겨남. 인류 역사 초기부터 특정한 계급, 집단, 전문직업들은 남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배타적으로 유지하는 데서 비롯했음. 이들은 신과 소통할 수 있고, 질병을 고치고, 정신을 지배하고, 군대를 지휘하고, 생산량을 확대시키고, 혹은 사회를 통치할 수 있었음. 우리는 궁금해하고 주변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그만큼 모든 정보를 의식적으로 남들과 공유하려 하지는 않음. 정보로 인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정보를 소유하는 행위는 아마도 최근 수십년 사이 발전의 결과로서 생겨난, 문화적으로 획득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음. 그러나 상당히 오래된 옛날에도 마찬가지였음. 16세기 종교개혁운동이 유럽을 휩쓸었을 때, 사회의 중심적인 정보 매개자였던 교회의 역할이 무너지면서 카톨릭 교회의 권력이 부분적으로 붕괴되었음. 루터 이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말해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대신에 그들 스스로 성서를 읽을 수 있게 됨. 뒤집어서 말하면, 사제단의 누군가가 아닌 신에게 직접 죄를 고백하게 되었고, 이는 그동안 교회가 보유하던 중요한 내부적 지식을 박탈해 버림. 결과적으로 카톨릭 교회의 권력은 약화되었고, 세속의 국민국가가 성장할 기회가 됨.
- 보르헤스의 단편소설에서 푸네스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모조리 상세하게 기억하는 것을 참을 수 없음. 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푸네스는 영원히 자신의 기억속에 사로잡혀 있고,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함. 보르헤스는 "생각하는 것은 차이를 무시하고 혹은 망각하고,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는 것이다. 그 사고 이후로 푸네스는 숲이 아닌 나무들만 보도록 저주받았다. 이레네오 푸네스의 시끌벅적한 세상에는 세세한 것 밖에 없었다."고 썼음. 보르헤스에게 있어 완벽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 정보의 불협화음으로 누군가를 괴롭히려는 협박임. 이런 정보에서에서는 어떠한 명확한 추상적 사고도 떠오르지 않음. 그래서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르셀 푸르스트가 한 것처럼 괴롭힘 당하는 사람을 감금해 놓음. 반면에 인간의 망각은 우리가 개별적인 것을 초월해 일반적인 것을 포착하도록 허용하는 특성임. 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결정해야 할 순간을 마주칠 때마다 우리는 항상 모든 과거 결정들을 회상하게 되는데 이는 결단을 망설이게 만듬.
- 아날로그 세계에서 우리는 노트필기, 사진, 서류 같은 외부메모리가 과거 시간을 이해하는 유일한 요소였음. 사건을 가능한 한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수많은 방법으로 아주 다양한 정보를 검색해야 했음. 결과적으로 우리 질의들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잘못 맞춘 퍼즐조각이 될 수 있었음. 기억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우리는 한 사건을 단지 회상하는 게 아니라 재구성함. 재구성을 잘하려면, 역사가의 작업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함. 디지털 메모리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름. 디지털 메모리에서는 우리의 질의에 대해 과거사건과 관련된 수많은 정보조각이 순식간에 나타남. 그 결과의 속도와 방대함에 압도되어 실제로 우리가 할 일은 이를 조립하는 일이 전부라고 여기게 됨. 이는 내가 학생들에게 연구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 학생들이 "하지만 이게 내가 구글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라고 반응하는 것과 어느정도 비슷함.
- 디지털 기억이 제공하는 것은 전체적인 그림이 아니라 기껏해야 디지털 메모리에 캡처된 것의 한 부분에 불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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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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