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태도는 정치 성향에 따라 양극단으로 나뉘기 때문에 지지 정당이 없는 이들은 직접 경험한 날씨에 근거하여 견해를 형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뉴햄프셔 대학교 사회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믿는지 물었을 때 날씨가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에는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들의 70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같은 질문을 이례적으로 추운 날에 하면 그 비율은 40퍼센트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렇듯 맥락에 따라 판단하는 모습은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증거에 기초해서 결정을 하게 되는 또 다른 형태의 편향인 '가용성 편향availabiliy bias'을 보여준다. 가용성 편향은 최근 사건의 위험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도록 만드는 반면 경험하지 않은 동떨어진 사건에 놓인 위협은 무시하게 함으로써 어떤 다른 형태의 확증 편향만큼이나 사람들을 오도할 수 있다
이런 편향에도 불구하고 예일 대학교 교수 토니 레이세로위즈는 기상이변이라는 '가르침의 적기'가 장기적으로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확신한다. 그가 직접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3분의 2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기상이변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1년의 폭염과 2010~2011년 겨울의 이상고온 현상이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가장 높았다는 사실도 놀랄 일은 아니다
- 호모 크레덴스(확신하는 사람들)는 대학 교육을 받았고 진보적 성향을 민 중년의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성들은 기후변화를 믿을 가능성이 더 높으며. 이는 여성들이 건강과 안전, 재정, 윤리에 대한 위험에 즉각적으로 반웅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관찰 결과와도 일치한다
호모 네가토르(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는 거의 예외 없이 보수적 성향이 매우 강하며(그렇지 않은 이는 극소수이다) 비교적 부유하고 유력한 사회 집단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호모 네가토르는 남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다른 영역에서도 위험을 인식하는 수준이 대체로 낮다. 이들은 위험 연구자에게 친숙한 집단이다. 이 집단에 속한 남성들은 사회 조사를 심각하게 왜곡할 위험이 있으며, 위험 연구자들은 그런 위험을 일컬어 '백인 남성효과'라고 부른다
이를 종합해 보면, 실제로 오토바이를 타는 중년 남성들 중 3분의 2가 기후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캐나다의 조사 결과를 읽지 않더라도, 이들이 기후변화를 믿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리라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을 것
이다.
그 밖의 많은 연구에서 각자의 고유한 사회정치적 인구통계 및 뚜렷한 가치관을 기준으로 태도별 유형에 따른 한층 더 구체적인 하위 집단들이 확인되어왔다(일례로. 한 연구에서는 '신중한 유형', '의심하는 유형', '경계하는 유형' 무관심한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문화 특성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이 사회적 의미로 오염되었다는 카한의 주장을 한층 더 강하게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습득하고 유지하며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인간의 사회적 정체성이 그들의 행동과 관점에 어떻게 그토록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됐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에 스스로를 강하게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그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한 특유의 정체성을 지닌다고 믿는다. '자기범주화 이론에 따르면. 이 때 두 가지 과정이 일어난다. 먼저 우리는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끼는 사람들, 즉 내집단과 친해지고 닮아가려 한다. 그런 다음 우리와 비슷하지 않은 사람들, 즉 외집단과의 차이를 확고히 하려 한다. 우리의 태도와 행동은 우리가 닮기 원하는 내집단 사람들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닮지 않기를 원하는 외집단 사람들에 의해서도 형성된다.
영국에서 실시된 한 기발한 실험은 자기범주화가 환경과 관련한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 일반적으로 환경 의식이 높다고 여겨지는 스웨덴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한 실험 참가자들은 에너지 절약에 관심을 덜보였다. 반면에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인식되는 미국 사람들(이런 표현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여기서는 단지 문화적 고정관념을 말하는 것이다)과 자신
을 비교한 실험 참가자들은 갑자기 온갖 환경보호 문제에 열의를 드러냈다
다시 말하면. 내집단에 속한 사람은 외집단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같은 영국 사람들의 태도를 따라 하려는 동시에, 환경의식이 높은 스웨덴 사람들이나 에너지를 낭비하는 미국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려고 했다
- 기후변화. 그러니까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진짜 기후변화는 그것을 일으키는 외부의 적이나 원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며 그 영향도 산발적이다. 이런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을 동기부여하고 움직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요리용 스토브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전 세계 최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그에 따른 사망자가 매년 16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뚜렷한 적이 없고 비난할 대상도 없으며. 아무도 책임을 지는 이가 없고 예방을 위한 조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후변화를 보도하려는 뉴스 매체에게 명확한 적이 없다는 것은 골칫거리이다. BBC의 전 수석 특파원 마크 브레인은 저널리즘에는 사건과 명백한 원인, 그리고 '선과 악이 대립하는 담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에는 이 중 어떤 것도 없다. "기후변화는 느리게 움이고 복잡하며 더군다나 우리 자신이 악입니다. 청취자나 시청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죠. 브레인은 말한다.
두 진영이 대립하는 싸움에서 각 진영은 계속해서 자신을 적과 비교 . 평가하면서 서로에게서 배우고 결국 동일한 논리를 취하게 된다. 도치주의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러한 대칭 양식은 담배나 총기 규제, 낙태처럼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내 인터뷰를 비롯해서 다른 이들이 한 수많은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각 진영이 상대 진영과 다를바 없는 다음과 같은 논리의 들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내집단 및 외집단 행동은 기후변화 문제를 대하는 태도 전반에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자기범주화는 내집단이나 외집단 모두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과소평가하도록 만들어버림으로써 진보적인 환경 운동가나 보수적인 부정론자들 주위에 그릇된 고정관념을 형성한다. 그리고 양측이 자신들의 가치는 과장하고 상대방은 폄하하도록 유도한다
- 인간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도록 만든 원인을 진화심리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고인류학자 이언 태터설은 저서
(지구의 주인The Masters of the planet:The Search for Our Human origins ) 의 결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위험을 평가하는 일에 몹시 서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의 뇌는 물고기, 파충류, 뾰족뒤쥐와 다를 바 없다." 그는 우리가 기후변화를 무시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에 직면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인구생물학 교수 풀 에얼릭은 "앞일을 내다볼 수 있는 뇌를 만들도록 유전적 문화적 선택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 원자력 발전이나 유독성 화학 물질. 예방 접종 등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은 대개 뭔가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 예를 들어 자녀에게 예방 접종을 맞추거나 집 주변에 원자력 발전소(혹은 이동전화 기지국)가 들어설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일단 어떤 것이 현상으로 받아들여져 일상생활의 일부로 당연시되고 나면. 그것을 제거하는 일은 휠씬 더 높은 수준의 위협을 필요로 한다
어떤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면 사람들은 그에 맞서기 위해 쉽게 집결하겠지만, 이미 일상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자동차, 비행기. 발전소에 반대하려고 모이지는 않는다
슬로빅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샌디같이 아주 현저한 기상이변 현상조차도 우리가 이에 저항하기보다는 받아들이게 된다는 측면에서 이 역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생활 방식, 즉 현상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기상이변 현상은 익숙한 듯 보이며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대개 기상이변을 감당할 수 있는 대상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슬로빅은 이렇게 말했다. "폭풍이 불어 닥친다 해도 결국에는 지나가죠. 그리고 나면 창밖을 내다보며 이봐, 날씨가 정말 화창한데'라고 말할 겁니다. 배스트롬과 뉴저지에서 봤듯이 사람들은 처음에는 충격에 빠져 있다가도 훌훌 털고 일어나 재건에 집중하고 전진한다.
- 카너먼이 우려하는 문제점은 세 가지였다.
첫째, 기후변화는 현저성이 부족하다. 이는 기후변화에 두드러지거나 관심을 요하는 특징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대니얼 길버트와 마찬가지로 카너먼도 예를 들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통제 불능의 자동차처럼 구체적이고 즉각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위협이 가장 현저한데 반해 기후변화는 추상적이고 요원하며 눈에 보이지 않고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둘째, 카너먼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사람들이 먼 미래에 발생할 크지만 불확실한 손실을 경감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단기 비용과 생활수준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이는 인간이 특히 감수하기 어려운 조합이라고 말했다
셋째,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는 불확실하고 이론의 여지가 있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카너먼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한 "사람들은 설사 국립과학원과 괴짜가 맞서 싸운다 하더라도 서로 비겼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카너먼은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나는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지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사람들을 결집하려면 정서적 쟁점이 되어야 합니다. 긴박하고 현저한 문제여야 하죠. 요원하고 추상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위협은 진지하게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특성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 기후변화는 미래의 문제이다. 하지만 과거의 문제이자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소위 '잠행성 문제 , 즉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악화가 진행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명확한 시작이나 끝, 시한이 없으므로, 우리 스스로 시간표를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강제적 행동이 필요 없을 만한 방향으로 시간표를 만들고 있으며, 이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익숙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일에는 너그러웠지만, 과거에 우리가 내뿜은 배기가스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일에는 인색했다. 우리는 지금 기후변화에 대해 뭔가 해야 한다는 데에는 충분히 동의하면서도, 그것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여 즉각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으려 한다.
- 상당한 확신을 갖고 말하건대, 불확실성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무시하는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여러 실험에 따르면, 미래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람들이 단기적 이기심을 채우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모든 정책 입안자와 운동가는 불확실성의 중요성을 아주 잘 이해한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세 번째 원칙으로 "완전한 과학적 확실성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것을 기후변화의 원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미루는 핑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하게 언명한 이유이다. 동시에 조지 . 부시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지 않는 핑계로 아무도 위험한 온난화가 어떤 수준이며. 따라서 반드시 피해야 할 온난화가 어떤 수준인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 나오미 클라인은 권력을 중앙집권화하고 민주주의를 전복하는 수단으로써 위기가 부당하게 이용돼 왔다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클라인은 "기후변화는 대단히 큰 위기인데 그것을 우리 사회를 군대처럼 만들고 국토를 요새처럼 만드는 데 이용할까봐" 두렵다고 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군사 전략가들은 불확실성이 내재된 언어를 사용하여 군사적 대응을 정당화하는 절차를 이미 시작했다. 시간적 근접성이나 비용과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은 다양한 이해 집단이 나름의 목표 달성을 위해 기후변화를 둘러싼 언어를 형성하는 영역이다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불확실하다고 여겨 의심한다. 그 결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지닌 훨씬 더 큰 불확실성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이, 시간적 근접성이나 비용과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을 둘러싼 언어는 행동에 반대하는 집단, 혹은 군대의 경우처럼 행동의 중심에 서고 싶어 안달이 난 집단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조작된다.
- 사실에 근거한 대단히 지루한 이야기가 거짓에 근거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경쟁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과학자들은 모든 증거를 고려하여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기후에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라는 이야기는 "사기꾼 같은 과학자들이 연구 보조금을 더 많이 타내려고 증거를 날조하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라는 이야기보다 본질적으로 덜 흥미롭다.
의사소통 전문가 프랭크 런츠는 기후변화 성명과 관련하여 공화당 후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설사 부정확하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무미건조하게 열거하는 것보다 더 감정에 호소할 수 있다." 런츠는 200개가 넘는 포커스 그룹에 직접 참여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찾았다고 한다. 그 원칙은 평이성, 간결성, 신뢰성, 이해력. 일관성. 반복. 반복. 또 반복이다
이야기 기반 전략센터의 상임이사 패트릭 레인즈보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좀 더 기본적인 원칙을 제안한다. 인과 관계가 단순해야 하고, 개인 혹은 명백하게 규정된 집단에 집중해야 하며. 결말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이런 특징이 결합된 이야기의 완벽한 사례가 바로 2010년 8월 산호세 지하 금광에 두 달 동안 갇혀 있다가 구출된 칠레 광부 33명의 구출 사건이다. 전 세계 10억 명에 달하는 엄청난수의 시청자들이 생방송으로 칠레 광부들의 구출 장면을 지켜봤다
- 1990년 마이크 고드윈이 만든 고드윈의 법칙'에 따르면, 온라인토론이 길어질수록 토론의 주제나 영역과 무관하게 누군가가 반드시 히틀러나 나치를 끌어들여 비교한다고 한다. 지금 기후변화 문제만큼 나치를 동원해 서로를 괴롭히는 쟁점은 달리 없다. 앨 고어는 지구온난화를 상대로한 싸움과 나치를 상대로 한 싸움이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의 회의론자 윌리엄 그레이 교수는 "히틀러가 유태인에게 잘못이 있다고 믿었던 만큼이나 고어는 지구온난화를 믿는다."라고 말한다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과 회의론자 리처드 린젠Richard Lindzen은 대놓고 기후 과학을 나치의 인종 이론과 비교한다
미국항공우주국 기후 과학자 제임스 핸슨은 한충 더 나아가 석탄을 싣고 발전소를 향해 가는 기차를 가리켜 "죽음의 기차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대처 불가능한 종들을 신고 화장터로 향하는 화물 기차(유태인 학살을 의미한다-
옮긴이) 만큼이나 섬뜩하다."라고 묘사했다가, 명예훼손방지연맹에서 항의하자 사과했다. 러시아 대통렁 블라디미르 푸틴 보좌관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는 교토의정서를 가리켜 '국제적인 아우슈비츠'라고 칭했지만 사과도 하지 않았다.
- 북극곰 상징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인지 편향에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피부로 느낄 수 없어서 힘든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의 실생활에서 너무나도 피부로 느끼기 힘든 동물을 아이콘으로 선택했다. 실제로 동물원 밖에서라면 사람들은 실제 북극곰보다 북극곰으로 변장한 운동가들을 만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아마도 얼음이 더 효과적일지 모르겠다. 햇빛이 쨍쨍하면 얼음이 놓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확실히 우리의 인지 모델에 쉽게들어 맞는다. 그러나 먼저 실물을 보여주지 않고서 그것이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줄 수는 없는 법이다. 녹고 있는 커다란 얼음덩어리는 여전히 크고 치가운 얼음덩어리일 뿐이다. 얼음과 펭권, 북극곰이 오븐이 아니라 냉장고광고에 주로 등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만약 지구 한랭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자 할 때, 그 상징으로 낙타를 내세우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기호학은 이미지와 아이콘처럼 비언어적인 신호를 해석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광고 기호학 연구의 선구자인 주디스 윌리엄슨은 최근들어 소설이나 시. 회화, 사진, 광고 같은 예술 분야에 눈과 얼음, 북극곰, 펭귄, 빙하를 찬미하는 작품들이 '눈사태'처럼 쏟아졌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처럼 사라지는 대상에 집중하는 것은 우리가 앞으로 존재할 대상보다 사라질 대상을 응시하면서 앞보다는 끊임없이 뒤를 돌아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상실과 비애에 물든 우리의 초상이다.
윌리엄슨은 이렇게 말한다. "천천히 한 방울씩 사라지는 얼음의 이미지는 정말로 강력하죠, 그 이미지와 함께 우리의 감정 또한 얼마나 꽁꽁 얼어붙겠어요! 우리는 곧 닥칠 어떤 일을 막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빙하와 북극곰을 보호하자는 생각은 세상이 지금 이대로 정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세상을 내버려두지 않고 붙잡으려는 바람과 통합니다.'
- 기후협상은 앞으로 닥쳐올 드라마를 위한 '장을 마련'하는 단계에 있다. 유엔은 2007년 빈 기후 회담이 '발리에서 열릴 기후변화회의를 위한 장을 마련'했다고 공표했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는 2009년 코펜하겐 회의가 야심찬 행동을 위한 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유엔 기후변화 집행위원 코니 헤데고르에 따르면, 더반 기후변화회의에서는 '2015년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
기 위한 장을 마련'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장을 마련'한다는 말은 단순한 외교적 상투어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담론의 프레임이기도 하다. 그 말은 회의가 실제로 아무런 성과를 내놓지 못하더라도 여전히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부유한 손님들이 저녁 만찬을 위해 계속 만나기는 하지만 결코 실제로 먹지는 않는 루이스 부뉴엘감독의 초현실주의 영화같다.
이처럼 돌고 도는 얼버무리기 말은 이제 기후협상과 관련한 모든 공식 연설의 수사적 양식이 되었다. "우리의 목표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미래 협상 로드맵'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담대한 계획을 촉구하는 것이다.'"와 같은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동일한 구절이 반복해서 등장하며 새로운 패턴으로 재배열된다
- 영국의 포커스 그룹에 참가했던 한 사람은 자신이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재활용하며 종잇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그러고는 "그러는 만큼 비행기 탈 때의 죄책감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기후변화는 그 해결책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사악하게 규정되어 버린다. 기후변화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에게 사소한 생활양식의 변화에 근거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기후변화가 훨씬 덜 위험한 것으로 인식도 고탄소는 그저 버려서는 안 되는 쓰레기의 일종처럼 느껴지게 된다
기후변화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생활양식을 바꾸라는 요구를 받게되면 진짜 위협은 그들의 생활을 통제하려는 환경 진보주의자에게서 나온다는 의심을 사실로 확신하게 된다
지금 정말로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공동 참여에 나서도록 하는 일관성 있는 정책 체계이다. 자발적 수단을 통해서든. 아니면 현재 많은 운동가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일정한 형태의 세금이나 할당, 배당을 통해서든, 공동 참여를 확보해야 한다. 그 안에서 정부와 기업, 화석연료 회사의 공헌만큼이나 똑같이 중요한 개인의 행동을 인식하고 보상해야 한다. 하나의 힘이 아니라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 프로이트는 단편 에세이 덧없음에 관하여에서 미래의 죽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현재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펌하하는지를 탐구했다. 이프르 전투에서 군인 십만 명이 학살당한지 몇 달후 1915년 여름, 프로이트는 친구와 함께 숲을 거닐고 있었다
시인은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지만 그 아름다움에 기쁨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는 이 모든 아름다움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비롯한 아름답고 고귀한 모든 것들처럼 결국에는 희미해질 것이며 겨울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시달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랑하고 감탄해 마지않았을 모든 것들이 덧없다는 운명 때문에 그에게는 그 가치가 폄하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