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물교환을 위해 거래 당사자가 각자의 선호에 근거하여 상대방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편적인 화폐단위가 출현한다고 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상품 사이의 교환비율(상대가치)은 특정 거래에 한정된 특수한 것이다. 예를 들어. 오리와 닭의 교환비율은 매번 거래할 때마다 다를 것이다
즉, 오리와 닭은 '계산화폐'로 표시된 '가격'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물교환을 위해 나온 상품은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교환비율을 가지게 된다. 100개의 재화가 있으면 총 4,950개의 교환비율이 생기게 된다(Davies, 1996, 15). 상품화폐의 유래를 물물교환에서 찾는 이론은 수많은 잠재적 물물교환 비율들이 끊임없는 '흥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시장'가격'으로 수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환되는 재화들과 그 거래 상황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가치평가가 존재할 것이므로 여기에서 무언가가 정리되어 나올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상품이론과 양립할 수 없는 대안으로 제기된 신용이론에서는 화페와 시장의 인과관계를 반대로 본다
상품이론은 계산화폐가 물물교환에서 '동정'을 통해 출현한다고 보지만. 신용이론은 계산화폐가 미리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담배를 교환 매개물로 사용했다는 레드포드(1945)의 경험은 상품화폐가 자생적으로 출현한 사례로서 여러 경제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담배가 거래에 사용된 것은 분명하지만 임시수용소에서 그랬을 것처럼 담배의 물물교환 비율은 매우 다양했다. 상설수용소라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담배가격은 좀더 안정적으로 형성되었다. 한정된 수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의 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위급 영국 장교의 통제를 받는' 수용소 상점들의 '상인회 대표'는 물물교환을 금지하고 가격표를 게시하고 담배만을 지급수단으로 받기로 정했다. 추후 상점들은 고정된 비율의 음식('bully'")과 교환이 보장된 수용소 지폐('Bully Mark, BMk')를 만들어냈다. 즉. 수용소의 통화체제는 장교의 권위에 근거하여 상점들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화폐는 개개인들의 물물교환 과정으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출현한 것이 아니다
- 결국 화페이론들의 양립 불가능성은 그 이론들이 암묵적으로 바탕을 두고 있는 상이한 사회이론과 사회'상'에서 나온 것이다. 스미스의 해석을 따르는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에서는 사회질서가 개인들의 사익추구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다고 본다. 분업에 기반한 사회에서는 개인들이 거미줄처럼 엮인 경제적 상호 의존관계를 통해 공고히 결합되어 있다. 이타주의, 동포애와 직업의식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이 빵집 주인이 건강에 좋은 빵을 제공하는 주된 동기는 아니다. 빵집 주인은 그저 우리가 다음 날에도 방문하기를
바랄 뿐이라는 것이다. 유사한 사회관을 가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국가의 화폐 독점을 대신하여 합리적 개인이 가장 안정된 화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무수한 자유경쟁 화폐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Hayek, 1976). 실제, 교환가치의 급변동으로 화폐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이 확산되면서 그의 가설은 심판대에 올랐고 부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케인스는 이러한 시장의 무정부 상태를 염두에 두고 개인의 합리성과 시장경쟁에 매몰된 하이에크의 경제이론에 대해 "논리 완벽주의자가 실수로 시작해서 대혼란으로 끝맺는 과정을 보여주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Keynes, 1931, 394).
사회질서에 대한 또 다른 두 관념은 각각 신용이론과 국정이론의 기초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화폐 거래를 신용-채무관계로 파악하는 신용이론은 화폐에 대한 신뢰가 사회질서를 공고하게 하는 관습과 믿음에서 유발된 것이라고 본다. 이는 에밀 뒤르켐의 사회학에서 자세히 설명되기도 했다. 반면. 국정이론은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회피하기위해 '레비아탄Leviathan'의 강제력에 복종해야 한다는 주장을 생각나게 한다. 이러한 세 가지 형태의 사회질서는 여태까지 살아남은 사회들과 그들의 화폐시스템에서 정도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 화폐의 구매력과 채무의 청산능력은 같은 화폐단위로 표시된 채 청산을 기다리는 채무와 현재화될 수 있는 잠재적 채무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폐기된 로마 주화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신용을 무언가를 '외상으로' 구매하는 후불deferred payment의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전형적인 화폐거래의 세 가지 형태인 후불. 선불payment in advance 그리고 '맞돈'거래payment on the spot는 모두 채무계약이다. 즉각적으로 현금을 지불하는 맞돈거래조차 초단기의 채무를 청산하는 것이다(Hicks, 1989, 41). 화폐거래의 본질적 요소는 무엇과의 교환으로 다른 것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구매나 차입으로 발생한 채무를 청산하는 것이다. '즉각적인' 채무거래의 특성은 신용카드와 직불카드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카드는 주화나 지폐와 달리 일정량의 추상적 가치(신용)를 전송하고 나면 바로 카드를 되돌려 받는다. 직불카드를 긁는 것이나 현금을 내는 것 모두 신용을 전달한 것이며, 그 신용은 나중의 거래에서 같은 또는 다른 지급수단을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한번 생기고 나면 스스로 증식하는 특성을 가진다. 물가가 상승할수록 임금과 이윤에 대한 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이러한 요구는 신속한 화폐생산을 통해 관철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화페가치가 추가적으로 급락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산된 화폐를 받자마자 사용한다. 거의 헛된 시도에 가깝지만 말이다. 당시의 기록들이 사회적 혼란을 생생하게 증언하는데. 어떤 프랑스인은 화폐가치가 계속 급변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부를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기록하기도 했다(Orlean, 2008, 31)
정부는 화폐남발을 멈출 의지도. 능력도 갖지 못했다. 1921년 하이퍼인플레이션 첫헤에는 무정부상태를 가져온 두 주역 역시 화폐남발이 중단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조직화된 노동계급과 거대독점으로 폭리를 취하던 그들의 고용주들 모두 인플레이션 추세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고 심지어 앞서기도 했다. 생산확장을 위해 일으켰던 채무는 즉시 가치가 급락했다. 두 강력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낀 중산충 공무원, 교사, 공공부문의 고정급 근로자 그리고 비조합 근로자들은 기아상태로 전락했다. 1922년 점원의 연봉은 한 달치 가계생계비를 겨우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 사람들은 마침내 빵을 사기 위헤 손수레에 지폐를 심고 가는 것을 주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계산에 쓸 수 없을 정도가 된 계산화폐에 그토록 집착했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화폐적 계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실례이다.) 결국 마르크는 가격을 매기고 물건을 사는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마침내 폐기되었다. 농부들이 농산물에 대한 대가로 화폐수취를 거절한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도시민들은 시골 지역을 습격해 가축을 잔인하게 도살하고 음식을 빼앗았다. 사회적. 정치적 질서가 한순간에 붕괴되었다
1923년 하이퍼인플레이션은 '기적'같이 갑자기 끝나버렸다. 렌텐은행Rentenbank(새로운 은행-옮긴이)이 발행한 렌텐마르크Rentenmark (새로운 지폐 -옮긴이)가 가져온 화폐안정은 화폐의 수용성을 위해 경제적 요소보다는 사회적, 정치적 기초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렌텐은행 설립에 참여한 자본가와 토지소유자들은 정치적 연합을 밀어 렌텐마르크는 독일 내 재산을 법적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보증된다는 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허구였다. 청구권의 유효성이 실체가 없는 것에 달려있었다. 즉, 담보
의 가치는 렌텐마르크가 성공적으로 안정되느냐에 의해 좌우되었던 것이다
결국 화폐안정은 화폐발행을 둘러싼 적개심으로 가득 찬, 혼란스러운 투쟁에 참여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정치적 타협을 이룬 이후에 찾아왔다. 정치적 합의는 불신을 중단시켰다. 렌텐은행은 가치를 잃은 지폐를 새로운 지폐로 교체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단지 새로운 지폐가 옛날 지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능했던 것이다
예전에 마르크로 표시된 가격들에서 12개의 0을 없애고 새로운 마르크로 표시되자, 새로운 가격은 '기적적으로' 안정성을 갖게 되었다.
- 1945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많은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에는 화폐의 창출과 관리방식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균형과 '합의'가 존재했다. 자본주의 기업, 조직화된 노동계층, 금융계층(불로소득자)은 수정된 보상분배안을 받아들였다. 높은 고용수준, 견고한 성장세 그리고 낮은 인플레이션의 특징을 보인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임금과 이윤의 실질적 상승을 가져왔고, 수십 년 동안 경기침체와 전쟁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못마땅해 하던 불로소득자들도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국가와 협의한 수정된 거래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 경제적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1930년대 대혼란이 끝났다는 점을 의심할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엘리트 지배층의 자만심은 자본주의의 변덕스러움과 권력균형의 변화무쌍함 앞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 여러 계층과 이해관계자들이 가졌던 새로운 상태의 만족감은 오래가지 못했고, 화폐창출에 대한 통제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새롭게 전개되었다
- 통화주의는 정부지출이 은행시스템을 통해 외생적으로 전파되는 것이 화폐의 주된 공급경로가 아니라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은 이와 같은 본원통화가 지급준비금을 구성함으로써 통화승수가 작동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앞에서 강조했듯이, 화폐는 대개 은행대출에 의해 내생적으로 창출되며, 은행은 대출 이전에 미리 준비금을 확보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실제로 은행은 우선 대출을 하고 나서, 상환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준비금을 구하러 나선다. 준비금은 중앙은행에 의해 '기준'금리base rate 또는 '콜'금리overnight rate로 제공된다
달리 말하면, 화폐창출은 통화승수 모델에서 상정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견해는 최근에야 2014년 <계간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 Quarterly Bulletin)을 통해 때늦은 반공식적인 승인을 받게 되었다. 이 보고서는 모든 화폐는 발행자가 자신에 대한 채무의 청산을 위한 지급수단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식으로 상환을 약속하는 채무증서라는 신용이론의 주장을 지지한 것이었다. 즉, 화폐의 가치는 화폐가 청산할 수 있는 채무의 가치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 단일한 통화를 사용하지만 그 통화가 회원국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과 구조적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개별국가의 문제에 대해 차별화된 정책수단을 취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유로존에서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들은 수출을 확대하고,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통화를 평가절하하여 경상수지 적자를 만회할 권리를 빼앗겼다. 오히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와 스페인 등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국가들은 '내부적 평가절하'를 통해 조정을 거쳤다. 즉. 그들은 생산비. 특히 임금과 사회복지 감축을 통해 명목가격을 떨어뜨려야 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러한 감축에 대해 경제의 비효율을 시정하는 시장규율이 적용된 것이라면서 환영하기도 했다. 유로존 내 가난한 지중해 회원국들이 겪은 사회적 불안과 부유한 국가들과의 갈등은 해소하기 힘든 정치적 긴장을 낳았다
재정과 분리된 경우에는 회원국들이 겪은 경제의 저성장과 금융의 취약성은 2008년 금음위기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창출할 주권적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국적 없는 통화시스템은 약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채무수준이 높은 국가들은 채무불이행의 위험에 놓였고, 지급불능 은행시스템은 붕괴 직전이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안정과 성장 협약의 엄격한 조건 때문에 미국과 영국이 채택한 시스템에 화폐를 쏟아붓는 유서 깊은 대응방안은 채택될 수 없었다. 유럽연합과 유럽통화동맹은 자신들이 채운 족쇄로 꿈쩍할 수 없게 된것이다. 채무와 지급불능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재량적 화폐창출의 주권을 보유한 단일기관이 존재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회원국들의 중앙은행은 유로를 찍어낼 수 없으며, 유럽중앙은행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국채를 양적완화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한 세기를 거쳐 자본주의의 표준관행으로 정착된 '최종대부자'가 유로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 결과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는 유럽중앙은행이 유럽연합 회원국의 국채를 매입할 수 없다는 제한을 다소 완화하고 통화와 재정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었다. 유럽중앙은행은 미국과 영국에서 있었던 양적완화를 좋아 이와 유사한 간접적인 자금지원에 착수했다. 이는 국가와 자본의 기념비적 동맹의 내용을 준수하면서 민간은행과 사적금융에 이윤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민간자본에 유리한 조건으로 채무를 인수시키는 방식으로 화폐를 창출하는 제도적 메커니즘을 잘 따르고 있다. 2012년 이후 민주주의 정치에서 비켜나 있던 유럽중앙은행은 채무가 많은 유럽연합 회원국의 국채를 고정된 가격으로 무한정 매입하기 위해 유로화를 발행할 수 있는 '예외'를 허용 받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민간은행들이 개별 국가의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해당 국가 정부의 국채를 먼저 매입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은행들은 국채를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했다. 그리고 즉시 유럽중앙은행에 이윤이 보장된 고정가격으로 재매각했다. 예를 들어, 95%에 매입하여 0.5% 수준의 이익을 보장받는 식이었다(Streeck, 2014, 166).
- 자본주의에서 통화관리는 두 개의 '균형잡기'와 관련되어 있다.
첫째. 화폐는 인플레이션과 금융불안을 초래할 정도로 많이 발 행되어서는 안 되지만, 동시에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자금이 부채를 통해 미리 조달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적어서도 곤란하다.
요즘에는 누구 하나가 단독으로 화폐를 생산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일 경제주체인 국가는 지출을 통해 화폐를 공급하고, 은행시스템은 대출을 통해 화폐를 공급하고 있다.
둘째, 이러한 화폐공급 과정은 국가, 은행, 채무자(국가 포함) 그리고 채권자(금융가와 납세자) 같이 화폐가 어떻게. 얼마만큼 생산되는지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경쟁적이고 상충되는 의견을 조정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 현대 자본주의에서 총통화량의 대략 절반 정도가 사적인 금융 네트워크에서 발행된 내부화페라고 볼 수 있다(Ricks, 2016). 결과적으로 정부와 중앙은행의 화폐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은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에 휠씬 못 미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자본주의 민관합작의 하이브리드형 화폐와 금융시스템이 가져온 모순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각국의 화폐와 금융시장에서 준화폐의 발행을 줄이거나 금지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개혁방안이 후퇴했듯이 이내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Rick
2016). 우여곡절 끝에 국내에서 근본적인 개혁방안이 추진되더라도. 그것은 금융-자본주의가 국제화된 만큼 무용지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1945년 이후 정부의 이례적인 화폐통제력은 사적금융자본이 전쟁 기간 동안 국제 활동을 전개하기 어려있고. 전비조달과 전후 복구사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다시 '정상 작동'하게 되자. 국가권력의 시대는 금세 끝나버리고 말았다
준화폐는 통화당국과 민간 금융회사가 가진 화페창출에 대한 권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갈등과 관련되어 있다. 그림자은행들은 규제를 저항과 회피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일으킨 위기에 대해서는 구제를 요청하고 있으니, 자본주의 화페시스템에는 되풀이되는 긴장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 가상화폐가 사용된 기간은 짧지만, 화폐의 근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은 입증되었다. 비트코인은 그 교환가치가 급등락하기 때문에, 상품가격을 매기는 데 사용되는 계산화폐로 부적합하며 지급수단으로 받아들여지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는 17세기 중반 네델란드의 튤립 버블에서 시작된 자본주의 투기적 열풍의 긴 행렬에서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상화폐공개를 보면서 사람들은 가치가 반드시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다. 가격의 급등락은 선물상품으로 만들어 팔려는 파생상품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투기자들은 높은 가격에 우선 팔고, 나중에 가격이 하락한 뒤 매입하려고 하는 '공매도shornting'를 하기도 한다.
가상화폐는 화폐가 하지 말아야 하는 바로 그것. 즉 거래에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사람들은 가상화폐의 교환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할까봐 지급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반대로 손실 가능성 때문에 수취하는 것도 주저한다
- 2008년 금융위기는 '민스키 모멘트'라고 불렸다. 주목받지 못했던 이단의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는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Minsky, 1982).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적채무를 공공화폐로 전환하는 은행의 기능은 자본주의 활력의 원천이자 동시에 취약성의 근원이다. 이는 생산뿐 아니라 금융투기에도 자금을 대주기 때문에 경제적 혼란이 발생하면 이후 연쇄적인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생산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하다 보니 투기적 팽창이나 '과잉생산'이 번갈아 발생하고, 수요가 소진될 경우에는 '부채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 1933년 시카고 경제학파는 은행의 손쉬운 신용화폐창출 능력이 1929년 월스트리트 붕괴, 연쇄적 채무불이행, 은행파산, 디플레이션 그리고 경기침체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1933년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모든 은행들로 하여금 중앙은행에 100% 준비금을 보유하도록 제안했는데, 이는 은행들이 보유 준비금 이상으로 차입자에게 예금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화폐를 만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은행들은 계좌간 지급결제와 저축자와 차입자간 중개로 그 역할이 제한될 것이었
다. 시카고 경제학파는 자본주의에서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려면 구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명목화폐의 신규발행에 의해 조달되는 소규모의 적자재정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정부가 사적자본으로부터 차입하는 대신 이자부채권을 매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방식의 전액지급준비제도Full Reserve Banking, FRB를 제안한 '시카고 플랜은 결국 실행되지 못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 이코노미스트들에 의해 다시 부활하면서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 옛날에 사용되던 금화는 여전히 현대를 사는 우리가 가진 화폐관념을 지배하고 있다. 당시 국가는 일정한 무게와 순도의 금에 도장을 찍어서 금화를 주조했다. 따라서 금화는 그 속에 있는 금과 같은 가치를 가진다. 모든 재화의 가치는 이러한 금화를 기준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금화는 모든 가치를 계산하는 기본단위가 되었다
화폐단위는 계산화폐라고도 부른다. 각 국가에서 사용하는 화폐단위 중 무게를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설명은 상품화폐이론이 가지고 있는 화폐관념과 같다. 상품화폐이론에서는 물물교환 과정에서 교환의 매개물로 사용되는 대표적 상품이 등장했으며, 귀금속이 최종적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신용화폐이론에서 상품화폐이론의 주장은 역사적 증거를 찾을 수 없는 허구라고 본다. 이들은 계산화폐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질적 형체를 가진 화폐와는 별개라고 주장한다. 케인스도<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을 저술하기 이전 오랜 기간 화폐를 공부하고 나서 계산화폐와 물질적 형태의 화폐는 개념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계산화폐는 여러 재화의 가치를 비교 측정할 수 있는 추상적인 척도일 뿐이다. 가령, 한 가족이 한 달 동
안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가상적인 곡식의 양을 계산화폐로 삼을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다른 재화의 가치를 측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 한 마리는 계산화폐가 나타내는 가치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계산화폐는 가족 구성원의 수, 무게, 식성 등에 따라 그 수치나 수준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계산화폐는 추상적이고 평균적인 개념으로서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 나서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정도라면 그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
- 나아가 신용화폐이론은 논리적으로 계산화폐가 물질적 형태를 가진 화폐보다 빨리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교환경제 이전인 부족공동체 사회에서도 공동사업을 위한 조세제도와 질서유지를 위한 손해배상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가치평가 기준이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남에게 피해를 끼친 구성원이 복수를 당하는 대신 물질적으로 보상하도록 공동체 규율이 마련됨에 따라 사람의 신체에서 시작하여 각종 소유물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를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계산화페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역사에는 주화의 제조 없이 계산화폐 형태로만 존재했던 화폐가 있었다. 파운드는 은의 중량을 기준으로 하는 계산화폐지만실제 은화로 만든 파운드는 주조된 적이 없다. 유로화의 경우에도 1999년에 우선 계산화폐로 도입되었고. 200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지폐와 주화가 만들어져 실제 지급에 사용되었다
신용화페이론에서는 경제시스템을 경제주체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신용네트워크라고 이해한다. 물건의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물건을 넘기는 즉시 물건가치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다. 구매자가 이 거래 이전에 물건의 판매나 노동을 통해 제3자에 대한 채권을 미리 확보하고 있는 경우. 그는 자신이 가진 채권으로 자신의 채무를 해소할 수 있다. 물건의 판매자도 지급받은 채권을 자기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채권과 채무는 모두 계산화폐로 가치가 평가되기 때문에 비교가 가능해져 채권이 거래에 사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채권은 화폐로서 지급수단의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 밀턴 프리드먼의 화폐경제학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돌화폐를 사용하는 야프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야프섬 주민들이 화폐로 사용하는 돌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석회암 광산에서 채취되었다. 한번은 어떤 주민이 그 돌을 배에 싣고 오다가 풍랑을 만나 바다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는 주민들에
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주민들은 모두 그를 믿었다. 그 이후 바다에 빠진 그 화폐는 여느 화폐처럼 거래에 사용되었다. 바다 속 화폐 소유자의 지불은 가상적이지만 유효한 지불로 인정받았고, 그것을 지불받은 자 역시 다른 거래의 지급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전할 수 있는 물적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급은 순전히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이루어졌다. 화폐의 외형이라고 할 만한 것은 전혀 없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기록된 채권이 무리 없이 화폐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대공황 이후 금본위제가 종료되고 1971년에는 마지막 남은 달러의 금태환도 중단되자, 세계경제는 화폐가 어떤 내재가치도 가지지 않는 명목화폐 시대에 진입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라는 용어에는 계산화폐, 실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채권(신용), 채권에 대한 기록(외형)의 개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졌다.
- 국가는 화폐를 발행하면서 이 화폐를 조세납부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모든 국민은 그 화폐를 사용한다. 국민은 국가가 발행한 화폐의 사용을 법으로 강제했기 때문에 그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 화폐를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에 나도 그 화폐를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그 화폐를 가져간다고 국가가 금처럼 가치 있는 것으로 바꿔주는 것도 아니다. 모든 국민은 국가에 세금을 납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자신의 조세채무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일상적인 거래에서 국가가 발행한 화폐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로마제국에 새로 편입된 지역에서는 조세납부에 필요한 로마의 화폐를 얻기 위해 시장거래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가 가치를 가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를 본원통화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현금뿐 아니라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포함되어 있다.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가지고 있는 중앙은행에 대한 채권으로서 중앙은행 신용의 일종이다. 현금이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국가발행 화폐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가가 세금납부의 수단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30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예금자의 현금인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지급결제 목적으로 사용된다.
| 자본주의자 선언 (1) | 2026.03.14 |
|---|---|
| 인플레이션 (0) | 2026.02.27 |
| 부자은행 가난한 사회 (0) | 2026.02.27 |
| 페이크 (0) | 2026.02.26 |
| 자본주의의 적은 자본주의 (0) | 2026.02.14 |
- 대학 졸업장에 숨은 메시지
대학은 학생에게 고등교육을 제공하고 실력을 키워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넓혀준다. 이런 직접적인 혜택 외에도 대학 교육은 졸업생에게 간접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대학 교육을 받은 자는 애당초 유능한 자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즉, 대학 과정이 학생의 능력을 증진하지 못했더라도 '능력자'라는 인증을 부여한다
'나는 대학 과정을 마치기 위해 4년이란 긴 시간을 바칠 만큼 열정적이고 유능하다"라는 메시지를 사회에 공포하는 것이다
유능하지 못한 자는 이를 감히 흉내 내지 못한다. 4년보다 더 걸릴 테고, 고생도 더 할 것이다. 그래서 대학을 포기하고 다른 유익한 일을 하러 떠날 것이다. 나의 유능함은 사회에 보여주기 힘들지만, 대학 졸업장은 보여주기가 쉽다. 따라서 졸업장은 유능함의 간접적 중명서 역할을 한다. 한때 나의 동료 교수이자 스텐포드경영대학원 학장이었던 마이클 스펜스 교수가 쓴 박사 논문의 내용이다. 그는 이 논문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광고가 전하는 또 하나의 시그널
우리는 TV. 인터넷이나 유튜브의 광고로 둘러싸여 살고 있다
심지어 영화까지도 간접광고로 가득 찼다. 2021년 개봉한 영화<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많은 제품의 간접광고를 보여주었다. 이 영화를 보고 온 동료 교수는 "제품에 대한 무지'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줄거리의 영화"라고 평했다
일반적으로 광고에 대해 품는 의문은 그 내용이 '맹탕'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자기 제품을 좋다고 말하는 게 당연한데도 그들은 광고를 하며. 우리는 이를 믿고 그 제품을 산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그널로 해석한다. 결정적 열쇠는 '광고 비용'이다
광고를 본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해서 써보고 좋다면 계속 구매한다. 기업은 판매 수입으로 계속 광고 비용을 델 수가 있다. 그러나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아 소비자가 다시 구매하지 않는다면 광고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거나 광고의 가치가 사라진다. 따라서 광고는 '품질의 시그널'이 된다
- 리더는 대중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또 앞서가야 한다
1965년 박태준 회장은 일본으로부터 받은 대일회 청구권의 일부로 포항제철이라는 제철소를 세운다. 여기저기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노력이 전부 좌절된 후 겨우 얻은 자금으로, 매우 귀한 돈이었다. 이때 그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경로를 택한다
경제학에는 콥-더글러스 생산함수 Cobb-Douglas production function가 있다. 이 함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첫째, 생산에는 자본(K)과 노동(L)이 둘 다 필요하고. 각자가 늘수록 생산량이 늘어난다. 둘째, 동일한 생산량을 만드는 K와 L의 조합은 여러 가지다. 하나를 덜 쓰고 다른 걸 더 쓰면 된다. 무한히 많은 가능성 가운데 'K와 L의 조합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K와 L의비용'에 달렸다. 싼 것을 더 쓰고, 비싼 걸 덜 써야 한다. 1968년
당시, 1인당 GDP가 200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에는 값싼 노동력이 풍부했고, 자본은 매우 귀했다. 따라서 포항제철은 싼 노동력을 많이 쓰고, 비싼 자본은 덜 써야 했다
그러나 경제학의 논리와는 반대로 박태준은 최신 기술 장비에 크게 투자하고, 적은 노동력을 택했다. 왜일까? 그가 은퇴한 후 한남동 어느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그에게 직접 물은 적이 있다. 그가 답했다. "그때의 싼 노동력은 영원히 유지되질 않지. 우리나라가 계속 가난할 건가? 반면에 기술력은 일단 떨어지면 회복하기 힘들어." 미래를 보는 지도자의 결정이었다
그날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그가 만들어낸 포항제철의 신화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 신나는 조직'은 영국의 소설가 H. G. 웰스가 이야기한 '시민의 의지'와 상통한다. 시민의 의지는 '한 조직의 존재나 흥망성쇠는 조직원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그의 저서 H. G. 웰스의 세계사 산책,16에서 그는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시민의 의지로 설명한다. 로마제국은 시민권이 그 시민을 뭉치게 했기 때문에 흥했다. 로마 시민으로서의 특권의식과 그에 뒤따르는 의무를 느꼈기 때문이다
1453년 로마제국의 붕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모든 제국. 모든 국가나 인간의 모든 조직체는 궁극적으로 이해와 의지의 산물이다. 이제는 로마제국을 향한 의지가 더 이상이 세상에 남지 않았다. 제국은 그래서 끝났다." 즉 제국의 멸망은 오스만제국의 외부 침략 이전에, 내부 의지력의 상실에 기인한다는 해석이다. 폭발이 아닌 내부 붕괴인 것이다.
따라서 리더의 역할은 의지를 구현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다소 추상적인 주장이지만 흥한 조직의 리더는 이런 공통점을 가졌다.
- 기강과 자유에도 균형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강은 조직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다. 기강을 세우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강압, 명예, 작업 환경, 예식, 넛지, 자율, 미신, 시장. 직장 교육과 규율이 그 예다.
기강이란 개인의 무분별한 자유를 사회나 조직을 위해 일부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제한은 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 오래전 닛산의 사장이었던 카를로스 곤에게 무엇을 보고 적자투성이인 닛산을 샀냐고 묻자 그가 이렇게 답했다. 닛산의 디자인 역량이 상당히 좋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런데 출시되는 차의 디자인은 별로였죠. 그 이유를 살펴보니 몇 년 전 닛산 경영진이 디자인을 제조 부문에 합처버렸더군요. 초기 디자인 단계부터 제조원가를 고려하라는 뜻이었죠. 그러니 창조적 디자인이 아닌 평범한 미투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나중에 이 둘을 분리하니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원가를 관리하기 위해 디자인과 제조 부문을 합친 조직 개편으로 기강을 잡았지만, 오히려 디자인 팀이 본질인 디자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 초래된 지나친 기강이 가져온 폐해다.
- 왜 설치 기반이 조직에 해로울까? 변화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학 학자는 두 가지 원인을 지적한다.
첫째, 조직이 커지면 규칙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직이 규칙을 통해 돌아가면
곧 관료주의가 뿌리를 내려 규칙 없이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위험 부담을 피하고 의사 결정 기간 또한 길어진다. 무엇보다 변화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말한다. "변화는 좋은 것이다. 나한테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이를 통해 조직은 경직된다. 만약 이때 외부 환경이 갑자기 크게 바뀐다면. 이미 최적화된 조직은 재적용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잘 정착된 조직문화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에 새롭게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다
하버드의 클레이턴 크리스텐센 교수에 따르면, 대기업 내부에는 관료주의 외에도 변화와 싸우는 또 다른 '저항군'이 있다. 바로 성공에 뒤따르는 '관성'이다. 대기업은 자신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기술을 이용해 기존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느라 바쁘다.
미국 속담처럼 "고장이 나지 않은 것은 고칠 필요가 없다." 고쳐도 살짝 고치니, 얼핏 보면 현명한 선택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의 진화작전은 외부의 혁명을 당해내지 못한다.
- IBM의 독과점을 염려한 미 의회는 청문회를 열어 IBM을 세 개의 독립 기업으로 강제 분리해야 할지를 두고 논의했다
청문회 중 한 산업 전문가(일설에는 마케팅 구루 레지스 매케나였다고 한다)가 초대되었다. 한 위원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IBM을 갈라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는 분명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왜죠?" "국가가 강제로 분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혼자 무너질 겁니다. 자신들의 관료주의 때문에.'
아니나 다를까, 1년여 후 IBM의 연 손실은 75달러에 이르렀고, 주가는 1년 반 전 21달러에서 8달러로 떨어졌으며 이 결과로 18만 명을 해고해야 했다. 실제로 IBM은 1964년에 내놓은 획기적인 '360 시리즈IBM Svxtcm/360'의 메인프레임과 그 부속 장비의 성공에 안주해 거대한 시장의 변화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 '메인프레임-단말기' 시대에서 '클라이언트-서버' 시대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추세를 왜 놓쳤는지, 알고도 움직일 수 없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단지 그 많은 자산. 누적된 기술력과 고급 인력이 맥없이 무너졌을 뿐이다
- 경직성에 대한 여담이 하나 있다. 조지 슐츠가 스탠퍼드의 동료 교수였을 때다. 그는 한때 시카고경영대학원 학장이었으며 벡텔이라는 건설사의 사장이기도 했다. 또 미 국무장관을역임한 바 있다. 그야말로 학계. 재계와 정부에서 굵직한 직책을 두루 거친 시대의 거물이었다
어느 날 교수 라운지에서 한 동료 교수가 물었다. "조지. 당신은 학계. 재계와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이 셋을 어떻게 비교하겠소?" 잠시 생각한 후 술츠가 답했다. "정부에서 일할 때는 '이건 꼭 해야겠다' 하는 게 있으면 내가 하라고 시킬 때까지 아무도 안 해요. 그야말로 관료주의의 약점이죠. 반면에
기업에서는 해야 할 것이 내 눈에 필 때는 벌써 알아서들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챙기며 시킬 필요가 없어요." 동료 교수가 계속 물었다. "학계는 어떻죠?" 그러자 슐츠가 곧 대답했다. "교수들요? 그들에게도 구태여 시킬 필요가 없어요." 곧이어 그가 이렇게 덧붙였다. "어차피 시켜도 안 하니까요." 라운지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슐츠의 말에 따르면 '꼴등'인 교수가 일등'인 기업의 경직성에 관해 충고하다니 좀 머쏙해진다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한 가지 교훈은 바로 대기업은 항상 "우리가 '공룡화' 혹은 '화석화'되지 않을까?"라고 묻고 제도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인텔은 1980년대 초에 메모리 칩 사업에서 마이크로 칩 사업으로 전환해 기업의 변곡점을 만들었다. 마이크로 칩 아이디어는 그들의 고객이었던 비지컴이라는 일본 계산기 회사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 회사는 인텔의 메모리 칩에다 데이터뿐 아니라 명령 세트까지 함께 넣어 계산기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인텔은 그 기발한 아이디어의 IP를 산 후, 주요한 비즈니스 라인으로 키웠다. 이 고객의 아이디어와 인텔의 적극적인 고객관리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인텔은 없었을 것이다. 만약 다른 회사가 이 아이디어를 '주웠더라면` 현재 반도체 비즈니스의 판도 또한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여러모로 기업은 고객 덕에 먹고산다.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자, 이제 스스로 질문해 보자. "지금 우리는 판매라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가?'
- 다양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보물찾기가 주는 재미
좋은 논문은 일단 읽고 나면 주장하는 바가 간단하고도 당연한 아이디어로 느껴진다 자세히 보면 그 밑에는 율륭한 논리와 근거가 전개와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마텔이나 하라스의 다양성 작전은 단순하고 당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 밑에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는 고유한 가치 외에도, 다양성, 불확실성, 그리고 보물찾기 같은 부차적인 속성을 감안해 그려낸 큰 그림이 있다. 스마트한 리더십이다
마지막으로 두뇌 훈련 삼아 퀴즈를 하나 풀어보자. 초콜릿 상자와 비슷한 '모험 종합 선물 세트'는 또 무엇이 있을까?
내 답은 '크루즈 여행'이다. 여행, 풍족한 음식, 오락 및 사교행사는 저마다 가치가 충분하다. 또 많은 다양성과 불확실성을 포함한다. 매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다양하고 색다른. '불학실한 저녁 메뉴는 기대감을 선물한다. 게다가 여행 자체가 '무지로의 탐닉'이라 불릴 만큼 불확실성 덩어리다. 다음 정박지는 어떨까?
세상은 넓고 새롭다. 마지막으로 크루즈 여행에서는 다양한 사람과 만나게 되니 일종의 보물찾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새로운 친구를 만날지 모른다. 참, 매일 밤 실제로 빙고나 슬롯 같은 게임을 하니 진짜 보물찾기이기도 하다.
- 멕시코에 본사를 둔 세멕스cemex는 전 세계 시멘트 업계의 스타 기업 중 하나다. 2000년대 초까지 세멕스의 주 무대는 북남미였고, 경쟁자인 프랑스의 라파지는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세멕스는 프랑스 북부의 해안에 큰 토지를 소유했는데 달리 활용하지 않고 빈 땅으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세멕스는 이 땅을 라파지를 향한 경고 메시지로 사용하고 있었다. "라파지가 북남미로 진출하면 우리는 내일이라도 저 땅을 통해 유럽 진출을 감행하겠다." 여기서도 실제로 카운터 패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고 덕분에 발생 전에 멈추었다. 작은 알박기 투자가 큰 싸움을 막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멕스는 북남미에, 라파지는 유럽에 그대로 머물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가능성을 반가시화하는 것이 세멕스의 전략이었다
- "이런 전략은 어떨까? 먼저 앞서 나간 다음에 나를 가장 가까이 쫓아오는 배를 보고 그대로 흉내를 내는 거야. 그쪽이 왼쪽으로 움직이면 나도 같이 왼쪽으로 움직이고,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똑같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거지."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략으로 고려할만한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시장에서 1위인 코카콜라는 2위인 펩시콜라와 맛이 비슷한 '뉴코크'를 출시했다. 맥도날드는 버거킹의 와퍼'와 비슷한 '맥D.L.T.'를 출시했다. 또한 미 자동차 업계의 1. 2위인 GM과 포드는 3위인 크라이슬러의 수많은 발명을 부지런히 따라 했다. 키 점화 시스템, 전기식 와이퍼, 전륜구동, 미
니밴 등이다. 요새는 너도나도 후발주자인 테슬라를 따라 전기차를 출시하느라고 바쁘다. '컬리'와 '오아시스'가 시작한 새벽 배송은 기존의 쿠팡, SSG. 코스트코 둥 대기업 소매 체인들이 따라가고 있다.
실로 대부분의 가격 경쟁과 혁신 경쟁은 이러한 형태로 일어난다. 추격자가 가격을 낮추거나 혁신을 내놓으면, 선행자가 이에 대응하며 경쟁이 진행된다. 결론적으로, 앞선 자가 추격자를 추격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추격자를 추격한다
- 적은 비용으로 만족도를 높이는 서비스품질
품질은 공장의 제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의 모든 면에 적용된다. 서비스업에도 품질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직원은 매장에 들어온 고객에게 10초 내에 인사하는가?(갭)
주문한 물건의 배달이 늦어질 것 같으면 가능한 한 빨리 고객에게 알려 주는가?(솔렉트론)
사무실 빌딩 로비의 엘리베이터에서 방문 고객은 평균 몇 초나 기다리는가?(오티스 엘리베이터)
도시락의 반찬 중 어느 것이 손대지 않은 채 버려졌는가?(다마고야)
고객이 매장에 도착해 음식을 받기까지 몇 분이나 걸리는가?(타코벨)
이 모두가 서비스품질의 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대량맞춤을 성취해 낼까? 대량맞춤의 성공 공식은 바로 '모듈화'와 '지연 작전'이다. 기본 박스를 미리 만든후, 옵션들을 나중에 끼워 넣는 방식이다. 예로는 델 컴퓨터, 파나소닉 자전거와 토요타를 들 수 있다. 다음 몇 가지 힌트들을 살펴보자.
* 제품 및 공정 디자인에 지연 작전을 적용해 고객이 신경을 쓰는 기능과 선택은 가능한 한 나중에 옵션으로 조립한다. 차의 경우 차체의 색과 카시트다. 통신장비 같은 산업 제품의 경우에는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를 옵션으로 삼는 게 효과적이다
* 가능하다면 궁극적인 옵션의 행사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유무선 통신으로 통제할 수 있어 설치 후에도 옵션을 공급, 추가 혹은 변경할 수 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OS 업데이트가 한 예다. 자일링스의 FPGAFicld-Programmable Gate Array (소프트웨어를 통제 가능한 직접회로 반도체)는 하늘에 이미 떠 있는 위성을 지구에서 업데이트하고 통제한다
* 최종 제품의 종류가 많은 경우. 둘 이상의 바닐라 박스를 사용한다. 하나로는 선택이 너무 제한되기 때문이다. 노키아 휴대전화나 GE의 전기 차단기는 4~6종류의 박스를 사용한다
* 더 일반적으로 큰 박스는 N개의 작은 박스로 나뉘고. 각 작은 박스는 특정한 옵션 혹은 모듈로 채워진다. 이것이 바로 모듈화다. 델의 PC는 N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주문마다 큰박스를 N개의 다른 모듈로 채운다
* 대량맞춤에는 선택 주문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제조 과정의 제약이나 일관성 유지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속 CPU는 열을 많이 발산하니 큰 선풍기가 필요하므로 큰 박스를 사용해야 한다. 고속 CPU를 작은 박스에 넣는 디자인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를 검수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 나이키 같은 기업은 주문생산과 계획 생산을 병행한다. 이때 주문생산의 주문 데이터는 계획 생산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최근에 빨간 운동화의 주문이 많으면 같은 색 재고를 늘리는 식이다. 즉, 주문생산의 주문은 계획 생산에 수요예측을 제공한다
- 지연 작전이란 한 종류의 기본 박스와 N가지의 차별화된 옵션으로 구성된 투 스텝 제조 과정을 뜻한다. 내부적으로는 제조과정을 단순화하고,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제품을 단시간에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지연 작전은 제조업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그 응용 사례를 찾을 수 있다. HP가 사용하는 '지연 작전'이란 표현 대신. GE나 자라 등의 기업은 마지막 차별화'라든지 '지연된 차별화'라는 표현을 쓰며 조직적으로 적용한다. 대다수 기업은 특별한 명명 없이 닥치는 기회에 사용한다. 나는 '옵션 작전'이라는 표현을 제안한다. '옵션'을 먼저 준비하고, 그다음에 적용하는 2단계 작전을 의
미한다. HP의 데스크젯은 바닐라 박스를 통해 30여 개 옵션을 준비한다. 베네통은 무색 스웨터를 통해 수많은 색상의 옵션을 준비한다. 그리고 수요가 나타날 때 옵션을 적용한다
- 왜곡된 정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소비자가 변덕스러워 수요가 들쑥날쑥해 예측이 힘들다지만 진짜 변덕의 주범은 내부 공급망 자체다. 채찍효과는 많은 기업에서 확인되었다. HP. 쓰리콤3com, 바릴라, P&G, 다양한 식료품 체인 등에서 말이다. 채찍효과는 이성적인 경영 결정의 결과이지, 어리석은 매니저의 잘못된 결정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정보체계나 비즈니스 관습을 바꾸면 줄일 수 있다
주문 정보를 상하 공유하고, 일부 기업은 여기에 더해 재고관리를 공급자에게 맡겨버린다. 이를 'VMI vendor Managed Inventory'라 부른다. 적은 양을 자주 배달할 수도 있다. 이는 'CRP coninuous Replenishment Program'라고 한다. 토요타와 같이 선명한 배급 법칙을 마련할 수도, 월마트나 P&G처럼 가격 정책을 들쑥날쑥 움직이는 하이로가 아닌 'EDLP Evenday low pricing'로 바꿀 수도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의 채찍효과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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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 재앙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의 과잉 부채와 무분별한 지폐 발행에 있었다. 1914년 독일은 거액의 빛을 져가며 전쟁을 했다. 국민들도 독일이 승리하리라는 기대감에 들떠 애국하는 마음으로 전쟁채권war bonds을 샀다. 이때 진 빛에 1918년 승전국이 패전국에 부과한 전쟁배상금, 군대 해산, 고용 창출 정책, 지방분권화 재정 지출 등으로 독일 정부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923년 독일 북서부의 루르 지역이 프랑스에 의해 점렁당하자 독일의 채무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독일에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원인이 다른 데 있다고 보는 이론도 있었다. 마르크 투기꾼들 책임이라는 것이다(예나 지금이나 자본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전가하기에 만만한 대상이 투기꾼이긴 하다). 반면에 독일 경제학자들은 전쟁배상금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전쟁배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독일은 수출을 늘려야 했고, 수출을 증가시키려면 마르크를 평가절하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인플레이션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적어도 하나는 사실이다. 이 시기에 마르크 가치는 급락했다. 1923년 4월 1달러대 마르크 환율이 2만 마르크였던 것이 8월에는 460만 마르크, 11월 초에는 2조 2000억 마르크로 올라갔다가. 1923년 11월 20일에는 4조 2000억 마르크를 기록했다
마르크 환율은 연일 고공행진을 하며 화폐가 광기를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1920년대 초반 사람들이 노후를 대비하여 모아둔 돈은 1923년이 되자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그 돈으로는 노후 대비는커녕 신문 한 장도 사볼 수 없었다. 정치적 결정으로 인해 중산층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대부분의 상점은 화폐를 받지 않고 물물거래를 했다. 이것은 화폐를 교환수단으로 하는 산업화 된 국민경제체제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한편 이 틈을 타 돈을 번 투기꾼들과 암거래 상인들은 벼락부자가 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적개심의 대상이 되었다. 유가물(경제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소유한 자가 곧 왕이었다. 유가물은 해외로 반출되었고 약삭빠른 투기꾼들은 대출받은 돈(몇 달 후면 화페 가치가 떨어지므로 거의 공짜로 물건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으로 재산과 지배권을 얻었다
얼핏 보면 독일 정부가 돈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화폐를 마구 찍어 부채를 처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정부가 정말로 부채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면 사회에서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인플레이션은 세상에서 가장 불공정한 과세다.
- 필립스곡선에 반기를든 두남자
밀턴 프리드먼은 155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진정한 거인이었다. 그는 20세기의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손꼽히며 케인스에 버금가는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작은 체구와 급진적 사상 때문에 시카고의 미친 난쟁이'라며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케인스와 쌍벽을 이루는 위대한 사상가였다. 케인스주의자들이 국가의 지출 정책과 경기 부양책을 강조한 반면, 신자유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더 작은 국가, 더 많은 자유. 국민들의 더 많은 결정을 부르짖었다.
프리드먼이 경제사상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프리드먼의 지지자들은 그를 메시아라고 부를 정도다. 그는 필립스곡선의 핵심 이론을 강력히 반박했다. 케인스주의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는 필립스곡선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고용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의 이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노동자는 임금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낮아지므로 기업은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감소하고, 실질 임금이 감소하여 고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은 노동자가 자신의 실질 임금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만일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나중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필립스곡선 이론을 반박했다. 프리드먼에 의하면, 임금 인상 요구로 인건비가 상승하면 기업의 인력 고용 의향이 감소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래의 고용 효과는 사라진다.
- 중앙은행이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할 것인지에 관해 다양한 이론이 있다.
첫번째 이론은 연간 화폐 유통량을 정하고 수치를 공식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연방은행이 1974년부터 실천해온 방식이다. 이러한 관행이 정착된 배경은 화폐 발행량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는다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고에서 비롯됐다.
두번째 이론은 테일러 준칙을 따르는 것이다. 테일러 준칙은 미국 경제학자 존 테일러 교수가 제시한 통화정책 운용준칙으로, 적정 인플레이션율과 잠재 GDP 아래에서의 균형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평가하는 지표로 테일러 준칙을 활용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테일러 준칙에 따라 한 국민경제의 가동률capacity utilization(실질 GDP와 잠재적 GDP의 관계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과 실제 인플레이션 경향을 조정한다. 경제의 가동률이 중앙은행에서 목표로 하는 실질 인풀레이션율보다 높을수록 금리가 더 높아야 한다.
셋째, 중앙은행에서 인플레이션율을 직접 통제해야 한다는 이론이다(물가안정목표제라고도 한다. 중앙은행이 명시적인 중간목표 없이 일정기간 또는 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한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 통화 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발표하고 이 목표치를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국민들이 재화와 용역 대신 금융자산에 투자하면 금융자산 가격은 상승하지만 재화의 가격에는 변동이 없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만, 재화가 아닌 금융자산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것이 자본재 가격이 움직이는 메커니즘이다. 양팔저울을 평형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첫째, 통화량이 증가했는데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수 있고
둘째, 2015년까지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호황기가 아니라도 자본시장 경기가 활성화되고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 자산 인플레이션은 이 두 가지 상황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경기가 좋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잉여 자금이 재화시장이 아닌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자산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 교환방정식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통화가 과도하게 투입되면 자본시장이 과열되어 결국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 통화량과 대출 거품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라면 자본시장에 통화가 과도하게 공급되면 경기가 과열된다. 그러나 다른 상관관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대출 규모다. 금융시장이 호황인 경우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여 투자가 이뤄진다. 물론 그 안에는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다. 대출 규모가 증가하면 시세 거품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 국민경제의 대출규모 변동 추이는 자산 인플레이션 변동 상태를 가능하는 지표로 적합한 반면, 물가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통화량과 대출 규모 변동 추이의 상관관계를 예측할 수는 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대출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
- 부동산 거품이 부른 스페인 금융 위기
자산 인플레이션 이론이 무엇이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1999년 유로존 회원국으로 입회하면서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처럼 가치가 안정적인 통화체계에 편입되었다. 국제 투자자들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더 이상 환율 위기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유럽연합의 감독하에 견실한 부채정책이 수립되었으며, 서유럽 선진국과 유대관계도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투자의 엘도라도를 찾은 듯했다
투자자들은 스페인에 돈을 대량으로 쏟아붓기 시작했다. 스페인 국민들은 기회를 놓칠 새라 투자에 열을 올렸다. `'의미심장한' 투자 프로젝트 수가 밑도 끝도 없이 늘어나면서, 아무도 다니지 않는 도로.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아무도 예약하지 않는 호텔, 승객이 없는 공항 등 어처구니없는 건설 프로젝트에 점점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해외에서 스페인으로 저금리 자본이 유입되면서 부동산시세는 급등했다.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린 사람들로 인해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결과, 부동산 시세가 폭락하면서 자산도 붕괴하고 말았다.
신경제 거품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 부동산 위기를 살펴보면 유사한 메커니즘을 찾을 수 있다. 경제에 통화가 대량으로 투입되었으나, 해당 국가의 보행자 구역(자본재, 생산 부문)이 아니라 주식, 채권, 리스크가 큰 부동산과 같은 기타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주가가 상승했던 것이다.
- 중앙은행의사업운용 방식
유럽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인 EAPP(Extended Asset Purchase
Programme)는 괴물이라 불린다. 2017년 4월부터 600억 유로를, 그전까지는 매달 800억 유로를 먹어치웠다. 적어도 2017년 말까지는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채를 특히 좋아하는 EAPP라는 괴물이 먹어치운 양은 유가증권으로 환산하면 2조 유로가 훌쩍 넘는다.
유럽중앙은행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이라고 발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은 채권, 즉 유럽연합 회원국의 국가 부채를 시중은행에서 매입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시중은행에 유럽중앙은행에서 발행한 화폐를 제공했다. 명분은 화폐발행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유럽연합 회원국의 시급한 현안인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양적완화 정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행위다. 사실상 채건은 국가의 부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가는 자본시장에 자금을 빌려주고, 빌려준 자금에 대해 유가증권을 발행한다. 유가증권에는 상환 시점과 대출 이율이 명시되어 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이면 결국 국가의 부채를 인수하여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국가의 부채와 현금을 교환하는 꼼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국가의 부채를 처리하기 위한 통화 부양monetary alimentation'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서 화폐발행량을 늘려 국가의 부채를 운용하는 속임수다. 초인플레이션 사태를 경험해봤으니,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가지않는가?
- 중앙은행의 금융 정책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저금리 유지 정책에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금융 정책은 사실상 정부에 유리하도록 국민, 즉 예금자들의 재산을 국유화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원래 국가가 진 빚에 대한 이자는 국가에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는 교묘한 금융 정책을 이용하여 시장 세력들 간 자유로운 경쟁으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것처럼 만든다. 이처럼 국가는 예금자를 희생시켜 부채 탕감의무에서 벗어난다. 이렇게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켜 은밀하게 국가의 부채 규모를 축소시키는 행위를 '금융 억압'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국가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곳에 투자되었을 자금을 국가로 돌리는 정책이다. 금융 억압의 형태는 여러 가지이며 국가와 시기에 따라 결과도 다르다. 1972년부터 1982년까지 금융 억압으로 거둬들인 (통계에 포함되 지않은) 수익은 GNP의 평균 2퍼센트, 국가 재정 수입의 약 9퍼센트에 해당되는 액수다
가장 높은 경우 20~30퍼센트까지 이를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국가 세금 수입의 100퍼센트를 충과하는 경우도 있다.
| 자본주의자 선언 (1) | 2026.0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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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사업가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킨다. 오늘의 역적이 내일의 통치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은 양쪽 진영을 넘나들며 두루 우의를 다진다.1508년 푸거 진영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이었다. 로마 입성을 꿈꾸는 막시밀리안의 욕망이 푸거를 옭아맸다. 베네치아와 교황청은 푸거의 최대 고객이었으며, 어느 쪽도 막스밀리안과 (전리품에 굶주린) 탐욕스러운 용병이 이탈리아를 통해 쳐들어오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베네치아는 본토의 소유권을 잃게 될까 봐 걱정했으며, 세속주의가 극에 달한 교황청은 자신의 영토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푸거는 베네치아를 자극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었다. 포르투갈이 향신료 전쟁에서 승리한 뒤 후추 무역에서 베네치아가 차지하는 몫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푸거가 베네치아를 얼마나 하찮게 여겼던지 베네치아의 맞수인 제노바에 사무소를 날 정도였다. 베네치아는 푸거가 적과 거래하더라도 여전히 그의 구리를 구매하고 싶었을 것이다
- 하지만 교황청을 상대할 때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했다. 푸거는 세월이 흐르면서 독일에서 거둔 헌금을 로마로 운반하는 사업을 장악했다. 로마는 이 헌금 수입으로 먹고살았다. 이탈리아 은행가들이 푸거보다 먼저 이 사업에 진출해 있었는데. 푸거는 방대한 지점망 덕에 돈을 남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반할 수 있었다. 그는 많은 사무소와 많은 금액을 취급했기 때문에 한 지점에서 차변 계정에 기입하고, 다른 지점에서 대변 계정에 기입해 자체적으로 돈을 융통할 수도 있었다. 실제 주화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서도 말이다. 이것이 여느 은행가와 다른 차이점이었으며, 이 덕분에 교황청은 푸거를 신임했다. 교황이 노상강도에게 돈을 빼앗길 염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카드 회사가 수수료를 떼듯 푸거는 이체시마다 3퍼센트를 징수했다
- 푸거는 단순히 교황청의 자금을 운반하는 독일 대행업자가 아니었다. 그는 신의 은행가, 즉 로마의 최고 금융업자였다. 그의 이체업은 동유럽. 스웨덴. 프랑스 일부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푸거는 교황을 수호하는 스위스 용병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스위스 교황 근위대를 출범시켰다. 그는 율리우스 2세의 교황 선거운동에 4000두카트(5600플로린)를 기부했으며. 추기경들에게는 뇌물을 주었다. 율리우스가 교황관을 쓰는 날 대관식 행렬은 푸거의 교황청 지점 앞을 지나갔다. 은행 간부들은 자신의 고용주를 상징하는 청백의 백합 깃발을 내걸었다. 그들은 율리우스에게 푸거의 세력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율리우스는 푸거와 교황청 화폐인 제카를 주조하는 계약을 맺음으로써 감사를 표했다. 화폐 주조는 피렌체의 독점 사업이었으나 율리우스는 재임자와 맺은 5년 계약을 취소하고 푸거에게 15년 주조권을 부여했다. 푸거는 7명의 교황을 섬겼는데 그중 4명의 주화를 주조했으며, 주화에 가문의 상징인 삼지창을 새겨 넣었다.'
- 푸거 시대에는 예금 계좌가 생소했다. 예금 계좌가 등장하기 전에는 은행이 자신의 돈으로 대출과 투자를 했으며, 돈이 더 필요하면 동업자를 끌어들였다. 소유권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돈을 마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차입은 대출금에 이자를 물리지 못하도록 한 교회의 금지 조치 때문에 불가능했다. 교회는 이자가 붙으면-심지어 소액의 예금 계좌에 붙는 이자조차도-무조건 고리대금으로 치부했다
베네치아인의 모토는 베네치아인이 첫째요, 기독교인이 둘째다, 였다. 그들은 신을 기쁘게 하기보다는 돈 버는 것을 더 좋아했으며 금지 조치를 무시하고 은행 예금에 투자했다. 베네치아 투자자들은 은행에 돈을 넣어 두고 1년 뒤에 원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갔다
예금은 은행이 성장하는 새로운 방법이었으며, 고객에게는 손쉬운 투자 방식이었다. 교회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만족했다. 이탈리아에서 교회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예금 계좌의 위력을 깨닫고 계좌를 만들었다. 독일인은 이탈리아인보다 교회법을 존중했기 때문에 고리대금 금지 조치를 더 성실히 준수했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은 생각을 바꾸었다.
- 슈바르츠는 푸거가 선구적으로 도입한 회계 감사를 설명하면서-이탈리아인이 이후에 모방했다ㅡ부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 작성 단계에 세 사람이 관여해야 한다는 푸거의 주장을 소개했다. "부정을 저지를 때 3명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렇게 하면 주인은 속지 않고 종업원은 어쩔 수 없이 정직하게 된다." 수석 감사관은 푸거였다. 푸거는 슬로바키아 노이졸에 있는 대형 광산의 장부를 검사하다가 총감독이 숙식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을 알고는 씩씩거렸다. 그는 여백에 다음과 같이 썼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슈바르츠는 사업에 관심 있는 젊은 독일인 대상으로 교재를 만들었다. 그는 독자들에게 투자 조언을 해 주었는데, 아마도 그 자신이 푸거에게서 배운 내용들이었을 것이다. 슈바르츠는 사업가는 자산의 3분의 1은 현금으로, 3분의 1은 투자로, 3분의 1은 현물로 보유해야 하며, 언제든 큰 손실을 입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투자는 실패하고 현금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감소하지만 땅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 허풍선이. 메뚜기. 불행을 가져오는 자는 누구였을까? 다름아닌 변호사였다. 그들은 교회법의 늪에서 솟아나 푸거 시대 세상에 등장했다. 이들이 등장한 것은 자본주의의 출현과 무역의 성장으로 인해 새롭고 근대적인 법체계와 이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옛 법체계인 관습법은 상식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 냈다. 이 방법은 모두가 아는 사이였던 봉건 영지에서는 잘 통했지만, 중세에서 근대로 전환하는 사회 변화에는 발맞추지 못했다. 사회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기보다는 상업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융통성이 크고, 옛것에 대한 르네상스 시대의 무조건적 사랑에 들어맞는 과거의 체제를 가져다 변형시켰다. 그것은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제국을 다스리고 이집트에서 잉글랜드까지 공통의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 529년에 제정한 로마법이었다
로마법과 관습법은 소유권에 대한 견해가 정반대였다. 기독교적 가치에 바탕을 둔 관습법은 소유를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았다. 소유하는 자에게는 그것을 나눌 의무가 있었다. 영주의 밭을 일구는 농부는 영주의 밭에서 사냥하고 개울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모든 사람의 소유였다. 반면 로마법은 공동체보다 개인을 존중했으며, 소유자의 의무 대신 특권을 강조했다. 로마법 아래에서 영주는 농부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급했으며, 농부가 자신의 밭에서 사냥을 하고 싶어 하면 그에게 사용료를 부과했다. 로마법 체계는 사적소유를 인정했으므로 자본주의에 잘 들어맞았다. 제후들이 로마법 체계를 좋아한 이유는 재산을 전보다 많이, 그것도 독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유한 상인들이 좋아한 이유는 유능한 변호사가 있으면 교묘한 변론으로 상식을 뒤집어 패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이기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야심 찬 꿈을 가진 부모들은 자식이 법조계로 진출하면 부자가 될 수 있었으므로 로마법 체계를 좋아했다. 그들은 자식이 언젠가 제국의 참사관이나 시의원, (푸거 같은) 부자의 손발이 되기를 꿈꿨다. 독일 대학은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일반인은 새로운 체계를 증오했다. 농민, 광부. 도시 노동자는 로마법 체계의 목적이 정의가 아니라 약탈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알맞지 않은 책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보기에 로마법은 노예와 주인을 위한 체계였다
- 푸거는 30대일 때 할 수 있는 한 돈을 벌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마지막까지 일함으로써 그 맹세를 지켰다. 더 놀라운 사실은 푸거가 유동성을 유지한 채 죽었다는 것이다. 그는 판돈이 큰 게임을 했으며 수많은 공격을 받았음에도 승리했다. 같은 게임을 한 프랑스의 은행가 자크 쾨르는 모든 것을 잃고 객사했다. 바르디 가문, 페루치 가문 등 15세기를 호령한 피렌체 은행가들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잉글랜드 국왕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유동성 부족에 허덕였다. 메디치 가문조차 금전적 힘을 발휘한 것은 잠시뿐이었다. 메디치 가문은 코시모 시절에 재력의 상징이었으나 손자 로렌초는 사업보다 국정과 예술에 관심을 더 기울였다. 로렌초가 빛더미에 깔려죽은 지 2년 만에 기업은 해산되었다. 앞에서 보았듯이 푸거 가문에서도 몇몇은 몰락했다. 야코프 푸거의 사촌 루카스는 야코프 푸거의 발판이 된 바로 그 고객인 합스부르크의 막시밀리안에게 대출해 주었다가 파산했다. 푸거의 경쟁자 호흐슈테터는 농민 전쟁 이후에도 사업을 유지했으나, 마에스트라스고를 차지해 수은 시장을 장악하려던 1529년에 그 운이 다하고 말았다. 파산을 앞둔 호흐슈테터는 "친애하는 사촌" 안톤 푸거에게 구제를 간청했으나 거절당하고 채무자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안톤은 채권단의 일원으로서 부르크발덴의 성, 슈바츠의 주택, 옌바흐의 용광로를 압류했다.
푸거가 살아남은 비결은 따분하지만 상식적인 접근법으로 자금운용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카를 5세에게 거액의 무담보 대출을 해주기는 했지만 어마어마한 자금을 부동산 형태로 비축해 둔 상황이었으며, 나이가 들수록 위험을 덜 감수했다. 그럼에도 그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회계사들이 작성한 대차대조표에서 보듯이 그는 꾸준히 고수익을 올렸다.
- 1527년의 대차 대조표는 야코프 푸거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다. 그런 점에서 이 자료의 성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차대조표는 단조롭고 난해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모든 활동을 기록하기 때문에 매우 많은 정보를 알려 준다
대차 대조표는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해변과 같다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업체에 대금을 지불하고, 매주 급여를 지급하고. 수표를 현금화할 때마다ㅡ-총액은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대차 대조표는 몇 줄이나 한 페이지로 압축한 전체 역사인 셈이다. 은행은 대출하기 전에 대차 대조표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위대한 낭만주의 작가 괴테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것[복식 부기]은 인간 정신이 고안해 낸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 중 하나지." 괴테는 대차 대조표가 수입과 지출의 단순한 기록ㅡ수입 항목, 현금 흐름, 그 밖의 회계 내역ㅡ을 무궁한 정보의 원천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 푸거에게 자신의 최대 업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는 황제 선거나 푸거라이를 들지도 모른다. 아니면 야코프 푸거와 조카들의 대차 대조표를 언급할지도 모른다. 대차 대조표는 왕과 왕비, 교황과 애인, 해외 탐험과 재산 변동, 자원 투자와 (지도 제작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부동산 이야기를 들려주는 - 비록 숫자로 나타내기는 했지만 생애 요약본이다. 그의 삶의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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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행복이란 본질적으로 고통의 부재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행복을 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행복이란 고통이 잠시 자리를 비운 순간일 뿐이다. 배고픔이 사라질 때 느끼는 만족감이 행복이라고 착각하지만, 이는 그저 배고픔이라는 고통이 잠시 멈춘 것에 불과하다. 추위에 떨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서면 느끼는 편안함 역시, 추위라는 고통이 사라졌기 때문이지 행복 자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고통이 없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통이 없다면 행복 또한 느낄 수 없다. 행복은 고통과 대비될 때만 뚜렷하게 인식된다. 영원히 어둠 속에 갇힌 사람에게 빛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듯이, 고통을 겪지 않은 자는 행복을 진정으로 알 수 없다. 인간의 삶에서 고통과 행복은 언제나 함께 존재하며, 고통 없이는 행복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고통이 없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목표이다. 완벽히 고통이 제거된 삶은 행복의 가능성마저 사라진 삶일 뿐이다
행복이란 고통의 그림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인간은 비로소 삶의 진리를 깨닫고 삶 자체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모든 행복은 고통의 부재다
- 많은 사람이 삶을 끊임없이 무언가로 채우려 한다. 욕망을 이루고 목표를 달성하며, 원하는 것을 소유하면 인생이 완성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진 순간에도 만족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깊다. 삶은 처음부터 결코 채워질 수 없는 빈 그릇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 빈 그릇의 본질이 바로 권태라는 감정이다
우리는 흔히 권태를 단지 지루함이나 무료함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권태의 본질은 단순히 할 일이 없어서 오는 감정이 아
니다. 권태란 삶의 근본적인 공허함을 직시할 때 느끼는 본질적인 감정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찾으려는 본능적 욕구를 지녔다. 하지만 삶 자체는 의미나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 인간이 찾는 모든 가치는 외부에서 강제로 주입한 환상일 뿐, 삶그 자체로는 무의미하다는 현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권태와 마주한다.
- 삶의 공허함과 권태를 인정하고 초연해진 사람은 외부에서 강요하는 가치나 의미에 집착하지 않는다. 더는 사회적 인정이나 외적인 성취에 매달리지 않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내적인 평화와 독립성을 찾는다. 초연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은 인생을 진지한 숙제가 아니라, 가볍게 다룰 수 있는 하나의 유희로 간주하게 된다. 이들은 삶이 본래 가볍고 무의미한 것임을 이해하며 삶이 주는 크고 작은 기쁨을 진정으로 누릴 줄 알게 된다
권태라는 삶의 본질적 공허함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삶의 공허함을 없앨 수도, 완벽히 채울 수도 없다. 그러나 그 공허함과 권태를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삶이 빈 그릇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그릇을 채우려 애쓰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지혜다. 채우려고 하면 할수록 더 공허해지는 것이 인생이다
- 삶이 혼란스럽고 때로는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문제 그 자체의 크기 보다는 삶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다
자신의 삶과 자신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기에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문제에 집착하게 되고 집착이 시야를 더 좁히며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삶 전체를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삶은 너무 밀착하여 보면 고통이 되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의미를 잃는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다.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그다지 큰일이 아니다.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이라는 그림의 한 조각이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유독 더 때문에 힘든 것 뿐이다. 현재의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 단지 지금 너무 가깝게 보고 있을 뿐이다. 당신이 겪는 고통이 크다고 느껴질때, 기억하라. 모든 것은 결국 시간이 흐르면 작아진다
- 인간이 죽음 앞에서 진정한 삶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은 언제나 너무 늦다. 이것이 인간이 지닌 궁극적인 비극이다. 진짜 삶을 이해하는 순간이 죽음의 문턱이라는 것은 인간이 맞이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슬픔이다.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다. 삶을 잘못 이해하고 살아가다 뒤늦게야 진실을 마주하는 그 순간이다. 완벽히 후회하지 않는 삶은 없을지 모르지만 덜 후회하는 삶은 존재할 수 있다. 덜 후회하는 삶을 사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삶의 유한함을 깨닫고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미루지 마라. 그게 무엇이 됐든 미루지 마라.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죽을 때가 돼서야 하는 후회는 생각보다 아프다
- 모든 격렬한 의지의 표출과 원초적인 감정의 폭발은 분노, 질투, 증오 두려움 같은 것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을 하등한 존재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건 감정에 지배당했을 때다. 인간이 의지의 통제를 벗어나 욕망과 충동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가장 위대한 천재조차 감정과 욕망에 자신을 맡기는 순간 평범하고 하찮은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예컨대 누군가 나를 향해 불쾌한 말을 하거나 모욕을 던지더라도 그 사람에게 증오를 품지 않는다. 혹은 즉각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가 보이는 분노나 공격성은 단지 지성과 이해가 부족한데서 나온 본성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냉정히 관조할 뿐이다. 스페인의 철학자 그라시안이 말한 것처럼 인간임을 드러내는 것만큼 인간에게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 강렬한 감정을 표출하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 품위를 버리고 평범함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결국 인간 존재의 위대함이란 얼마나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욕망과 충동을 얼마나 잘 통제하며, 의지라는 맹목적인 힘을 지성의 날카로운 칼로 제압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진정 위대한 존재는 욕망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차가운 이성의 눈으로 세계와 자신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모든 존재 위에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위대함이란 강한 욕망과 감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여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 철학자와 예술가를 포함한 지성적인 사람들은 소음을 견딜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들이 가진 집중력과 사색 능력이 지극히 섬세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지성일수록 작은 소음에도 집중력을 쉽게 잃고 깊은 사유로부터 멀어진다. 일상 속 무분별한 소음은 정신을 산란하게 하고 집중의 맥을 끊어놓는다. 생각의 깊이와 소음에 대한 민감성은 비례한다. 뛰어난 정신은 소음속에서 질식하며 천박한 정신은 소음을 느끼지조차 않는다. 그렇기에 소음을 견디는 능력은 결코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소음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을 이어가는 사람이라면 그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깊은 사고력과 소음에 대한 민감성은 항상 함께 움직이는 법이다
정신의 집중을 방해하는 소음은 인간의 정신을 타락 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창조적 발상, 철학적 사색. 예술적 영감은 모두 고요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고요는 단지 개인의 사색을 위한 환경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정신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시켜야 할 가치다
- 우리 인생에 찾아오는 불행의 상당수는 잘못된 관계에서 비롯된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아첨으로 허비하는 시간만큼이나 낭비적인 삶이다. 그런 관계는 끝없이 우리의 마음을 소모시키고 에너지를 고갈시키며 결국 삶 전체를 병들게 만든다. 나의 내면을 좀먹는 사람들에게 계속 내 곁을 허락하는 것은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것과 같다.
스스로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자신을 깎아내리는 관계에서 기꺼이 벗어날 줄 안다. 불필요한 관계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우리가 가진 약점과 두려움 때문이다. 혼자 남겨질까 두려워, 타인의 눈에 차갑고 매정하게 보일까 걱정하여, 혹은 한때 의미가 있었던 인연을 무작정 붙잡고자 우리는
시간을 낭비한다. 하지만 이틀밖에 남지 않은 삶이라면 그런 사람들을 붙잡기 위한 망설임은 단 1초도 없을 것이다
- 가까운 사람의 행복이 아픈 이유는 결국 나 자신이 아직 충분히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타인의 행복이 언제나 위협으로 느껴질 뿐이다.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능력은 내 삶이 충분히 행복하다는 확신에서만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행복은 언제나나의 부족함을 공격하는 칼이 된다. 사람은 밝은 미소로 축하의 인사를 건네지만 그 뒤에는 질투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누군가의 행복에 진심으로 축하를 해준다는 것은 본능을 거스를 만큼의 어려운 일기에 좋은 사람이라 볼 수 있다.
-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때로는 잔인한 일이다. 지능은 삶의 잔혹한 진실과 고통을 감추는 장막을 걷어 내버리기 때문이다. 삶이 주는 가장 큰 아이러니는 이것이다. 뛰어난 머리가 오히려 행복을 빼앗고 무지와 단순함이 때로는 가장 큰 행운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명석한 사람은 행운보다는 오히려 불행을 담보로 한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세상을 지나치게 선명히 보는 것이기에 때로는 눈을 감고 사는 편이 더 행복하다.
- 어떤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벌어진 일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그리고는 그 사건을 되돌리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런 믿음은 세상의 우연과 착오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는 모두 헛된 시도에 불과하다. 외부 세계의 사건들이란 그 본질상 우연과 착오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우연의 바람 앞에서 인간은 그저 날아다니는 겨와 같은 존재다. 결코 사건 자체를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절망적이겠지만 자명한 사실이다.
- 절대. 사건 그 자체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 당신에게 통제권이 주어진 유일한 영역은 당신 내면의 의지다. 바람 앞의 겨처럼 무력한 운명을 바라보며 한탄하는 대신. 당신 자신의 마음과 의지에 집중하여 그것을 다스리며 살아가야 한다
당신 삶의 모든 가치는 오직 당신 내면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스스로 무엇을 선택했느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삶의 사건에 지배받지 말고 오직 당신의 의지에 지배받으라. 당신의 내면이 굳건하다면 그 어떤 일도 고난이 될 수 없다
- 지루함과 고독이 행복을 가장 강력하게 위협하는 이유는, 두가지가 바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가 가장 본질적인 행복의 토대다. 자신과 연결되지 못하는 사람은 외부의 어떠한 관계에서도 결코 진정한 행복을 얻지 못한다. 내가 나와 연결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고 세상과 연결되겠는가
행복한 사람은 고독과 지루함을 회피하지 않는다. 지루함과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자는 평생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지 못한다. 행복이란, 고독과 지루함 사이에서 자신을 발견할 줄 아는 용기이며 내면의 세계에서 진정한 만족을 찾는 능력이다. 행복한 사람은 지루함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행복한 사람은 고독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고독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건 앞으로의 인생을 불행하게 살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1장 삶의 진실, 고통을 응시하라.
01. 기대하지마라 어차피 삶은 실망과 기만이다.
02. 오늘은 나쁘며, 내일은 더 나쁠 것이다. 그렇게 최악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03. 고통 없는 삶은 오히려 더 큰 불행이다.
04. 인간은 현재를 희생해 미래의 행복을 사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05. 모든 행복의 상태는 고통의 부재로 이루어진다.
06. 삶이라는 것은 애초에 선택권 없이 주어진 해결 불가능한 숙제다.
07. 권태라는 감정은 인생이라는 그릇이 처음부터 비어 있음을 직시하는 고통이다.
08. 이성은 예언자라 불릴 자격이 있다.
09. 인간은 항상 지난 날의 선택을 후회하며 과거를 그리워한다.
10. 샆이란 가까이서 보면 추악하며, 아름다움은 항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존재한다.
1.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항상 부족한 것만 생각한다.
12. 죽음이 닥쳐올 때에야 인간은 자신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교만한 환상이 얼마나 무력한 거짓말이었는지 깨닫는다.
13. 사회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14. 인간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된 설계다.
15. 평범한 인간은 아무 가치가 없다. 오직 개성만이 가치를 부여한다.
16.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충고는 잘못 됐다. 내가 싫다고 남도 싫을 거라는 건 착각이다.
17. 인간이 냉담해지는 이유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불행을 이미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8. 신중히 내린 결정도 반드시 후회가 뒤따른다.
19. 증오는 가슴에서 탄생하고 경멸은 머리에서 비롯된다.
20. 오직 지성만이 인간을 종으로부터 구별한다. 위대함은 감정을 초월하는 것이다.
2장 행복은 욕망이 만든 신기루다
21. 사람은 웃고 또 웃어도 악당일 수 있다
22.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외롭다
23. 힘은 위기가 찾아오기 전까지 잠들어 있다
24.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간은 위대해지거나 작아진다
25. 책으로 세상을 먼저 배우면 세상을 오해한다. 이론보다 경험이 앞서야 한다
26. 모든 사람에게는 외부의 시선이 필요하다. 친구의 조언을 구하라
27. 지성의 우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는 각자의 세상이다
28. 냄새로 깨어난 기억들은 항상 달콤하고 기분 좋다
29. 내면의 충만함은 외부의 자극이 필요 없다. 혼자 있을 때 웃는 사람이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다
30. 몸짓은 말보다 더 정직하다.
31.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는 것이 위대함의 징표다.
32. 지적인 사람에게 소음은 고문 그 자체다.
33. 유용한 것들 사이에 쓸모없는 것들이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34. 많이 웃는 것이 곧 행복이다.
35. 너무 가까우면 반드시 상처받는다.
36. 행복과 불행은 모두 내 안에서 태어난다.
37. 행복은 결국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은 결코 편안할 수 없다.
38. 인간관계에도 파리 같은 사람이 있다.
39. 시간을 소비하지 말고 시간을 활용하라.
3장 타인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
40.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결국 우리는 혼자다.
41. 육체적 즐거움은 순간이고 지적 즐거움은 영원하다.
42. 재산이란 바닷물과 같다. 풍족해질수록 더 목이 마르다.
43. 소중한 삶을 값싸게 낭비하지 말라. 비열한 자들에게 허비할 시간이 없다.
44. 자신에 대한 타인의 생각을 과대평가할수록 불행해진다.
45. 남들보다 늦는다는 것은 남들보다 오래 간다는 것이다. 진정한 인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46. 인간에게는 다섯 가지의 악덕이 있다. 욕망, 교만, 분노, 탐욕 그리고 증오다.
47. 절제된 삶은 화려하진 않지만 무너지지 않고, 무절제한 삶은 화려하지만 끝내 무너진다.
48. 돈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불안을 저축하고 있는 것이다.
49. 상처받은 사람들은 인간보다 개를 더 좋아한다. 인간보다 개가 훨씬 더 낮기 때문이다.
50.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내면의 그림자가 있다
51.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사건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52. 모든 삶은 스스로 내린 결정의 총합이다. 내 인생은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를 보여주는 거율이다
53. 굳이 복수하거나 자랑하지 마라. 이미 세상은 모두에게 마땅한 보상과 처벌을 주고 있다.
54. 성격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사람을 바꾸려는 노력은 헛수고다
55. 누구나 좋은 시절엔 좋은 사람이다. 진짜 모습은 위기 속에서 나타난다
56.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사소한 행동 하나다. 인간관계는 결국 사소한 일로
끝난다.
57.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다시 배신한다
58. 인간은 자신의 행복보다 남의 불행을 더 달콤하게 여긴다
59. 나를 마주하는 과정은 끝없는 실망의 반복이다. 하지만 인생은 결국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4장,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진짜 지혜다.
60. 진짜 나쁜 사람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61. 행운은 지능순이 아니다. 오히려 머리가 좋을수록 영혼은 불행하다.
62. 한번 복수를 결심하면 인간은 동물보다 집요해진다.
63. 생각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망설이게 된다. 정답은 본능이 알고 있다.
64. 진정한 행복은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울수록 삶이
풍요로워진다.
65. 사람들은 왜 세상의 비난을 두려워하는가? 명예를 좇으면 결국 자신을 잃는다.
66.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은 자제력을 잃지 않는 것이다.
67. 실수 없이 배우는 교훈은 없다.
68. 절대 변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의 선택의 일관성을 보면된다.
69. 모든 사람의 친구는 결국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
70. 인간은 모두 다르기에 누구에게나 통하는 법칙 같은 건 없다.
71. 우울은 사람을 끌어당기고 불쾌함은 사람을 밀어낸다.
72. 우연의 바람 앞에서 인간은 그저 겨 같은 존재다. 중요한 건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나 의 결심이다.
73. 착한 사람은 없고 억눌린 사람만 있다. 힘과 기회가 있으면 악인은 나타난다.
74. 자존심을 건드리면 모든 관계는 끝을 향해 달린다. 관계를 지키고 싶다면 서로의 자존심을 보호해야 한다.
75. 타인을 찌르는 칼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76. 인간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진짜 원인은 지루함과 고독이다.
77. 삶은 이미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왜 자신마저도 속이며 살아가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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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이 성장한다는 것은 어떤 함의를 갖는가? 금융의 성장은 양면성을 갖는다. 금융의 성장은 사회의 재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금융의 성장은 오히려 생산적인 부문의 성장을 억누를 수도 있다 금융이 생산적인 부문. 또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부문과 연계를 맺으면서 성장한다면, 이는 사회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럴 때는 사회의 생산 능력은 향상되고 고용도 늘 것이다. 한마디로 그때의 금융은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금융은 비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유용성이 거의 없는 부문과 연계를 맥으면서 성장할 수도 있다. 이때. 금융 자원은 사회적으로 낭비되겠지만 금융부문만은 성장할 수 있으며 그 과실은 오로지 금융부문에만 돌아갈 것이다. 사회는 금융의 성장에서 이익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생산적인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금융의 고유 기능이다. 그런데 금융기관은 꼭 생산적인 부문에만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은 재산 소유권의 거래를 돕는 데에도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데, 이러한 거래는 사회에 특별한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금융의 도움으로 주식 거래나 부동산 거래가 크게 늘어난다고 해도 그것이 사회에 무슨 보탬이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금융기관이 이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이유는, 규제가 없는 한, 거기에서도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윤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금융이 생산적인 분야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규모에는 테두리가 있다. 사회의 재생산 규모는 일정한 수준에서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고. 또 한꺼번에 크게 늘어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이 자산 거래의 중개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규모에는 이론상 한계가 없다
따라서 금융은 자산 거래 중개의 확장을 통해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이후 금융 성장의 대부분은 자산소유권의 거래 증가와 관련이 깊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은 재산 소유권의 이전 거래를 지원한다. 이 부문으로 자금이 많이 흘러가면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 추가적인 담보대출의 증가, 금융의 양적 성장으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금융의 성장은 은행들에게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자산불평등의 심화, 금융 배제의 확대, 나아가 잠재적인 생산 능력의 위축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리하자면, 진보금융의 핵심은 결국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금융확대. 비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금융 억제로 요약할 수 있다. 사회의 금융 자원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는 것을 차단하는 것과 자산금융 중심으로 굳은 현재의 금융을 생산금융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진보금융의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
- 은행의 사회적 기능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기능이 사회의 부가가치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은행업은 기술적인 업무처리를 통해서 사회 전체의 간접비용을 줄이고 필요 준비금을 절약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화폐자본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게 하여 부가가치의 생산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은행이 직접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은 그 기능을 통해 생산적인 부문의 부가가치 생산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행업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쓸모 있는 기능이지만 그럼에도 부가가치의 생산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은행업은 그 본성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은행은 생산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을 지원한 대가로 그것의 일부를 나눠 받는다. 은행의 기술적 기능에 대한 수수료와 대출에 대한 이자는 그러한 대가의 주요한 형태이다. 은행이 나눠 받은 부가가치에서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와 일반 경비를 뺀 금액이 은행의 이윤이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 생산이 증가하면 은행들의 이익도 대체로 증가할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이치이다.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 곧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서 은행 이익이 늘어난다면이는 정상적인 상황이다
만약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는 증가하지 않는데도 은행 이익만 늘어난다면, 그리고 그러한 추세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다시 애기해서, 은행업이 다른 산업보다 체계적으로 더 높은 이윤율을 얻는다는 사실은 다른 산업이 억눌리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사회 전체의 잠재적인 발전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런데 우리나라 일반은행들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최소한 지난 10년 동안은 비금융업에 비해 휠씬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 순이익률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은행의 사회적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빚으로 지은 집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미안&수피는 신용과 주택시장 거품 사이의 인과관계를 조사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신용이 먼저 늘어난 다음 주택시장 거품이 생겼는가, 아니면 대출과 관계없이 주택시장 거품이 먼저 생긴 다음 대출 증가가 나타났는가를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전자를 부채 중심적 시각, 후자를 야수적 충동(동물적인 감각)에 기반을 둔 시각으로 정의했다. 만약 야수적 충동에 기반을 둔 시각이 맞다면 주택시장의 거품 생성과붕괴는 부채가 전혀 없더라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갈이 먼저냐 하는 것과 비슷한 풀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 미안&수피는 광범위한 조사를 했고 그 결과 거품 때문에 대출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대출 증가 때문에 거품이 생겼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안&수피의 결론이 함의하는 바는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데에서 차입자들의 동물적인 감각에 따른 행동보다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대출 욕구가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과서가 설명하는 내용이나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결론이다. 일반적인 설명은 차입자들이 돈을 빌리려고 하고 거기에 금융기관들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출이 증가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안&수피의 결론은 대출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대출이 증가하는 원인은 역사적인 시기에 따라. 나라들이 처한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때는 많이 빌리기때문에. 다른 때는 많이 빌려주기 때문에 대출이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동원된다. 하우스푸어론이나 영끌론은 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앞서 보았듯이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많은 부분은 부유층이 보유하고 있고 그 목적은 자산 구입을 늘리는 데 있다. 따라서 하우스푸어나 영혼까지 끌어다 집을 산 영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 규제기관. 금융기관 등은 소수의 사례가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듯이 이를 끌어들여서 정부 지원을 늘리는 근거로 삼는다. 이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서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례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확대. 그밖의 여러 시장안정 대책들은 모두 그러한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영끌이나 하우스푸어를 근거로 담보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다면 거기에서 생기는 가장 큰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당연히 최대의 혜택은 부유한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 여러 연구들은 이러한 금융 배제 현상이 나타난 이유가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의 금융 규제 완화, 금융 자유화와 그에 이은 반복적인 금융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1970년대 초에 미국은 닉슨 선언을 통해 금-달러 교환 정지를 선언한다. 그 이전에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규모가 달러 발행량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달러를 보유한 외국의 중앙은행이 이를 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면 미국은 이에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터는 달러 발행에 대한 족쇄가 사라지면서 실제로 달러의 발행량과 유통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미국은 늘어난 달러가 다른 나라들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는데, 이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자본 이동 자유화 요구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로 흘러 들어간 달러가 자본으로서 운동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기업 주식이나 자산을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했고 이자율이나 환율도 자유롭게 움직여야 했다. 이는 금융자유화 요구로 나타났다. 달러 발행∙유통량이 늘어나고 자본∙금융자유화가 이뤄지면서 세계적으로 금융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매킨지 보고서와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1980년의 세계 총생산은 11조 달러, 세계 총금융자산은 12조 달러였다. 이것이 2010년에는 각각 63조 달러와 219조 달러로 늘어난다. 30년 사이에 세계 총
생산 대비 세계 금융자산 총액이 약 1배에서 3.5배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 새마을금고들은 국민이 맡긴 돈을 위험이 크고 투기성이 강한 부동산 대출에 집중시켰다. 더욱이 부동산 개발 펀드에 돈을 문는가 하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돈을 대기도 하고, 사모펀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새마을금고들의 이러한 영업 행태는 사회가 새마을금고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거리가 멀다. 사회가 기대하는 새마을금고(더불어 신용협동조합)의 기능은 서민 금융기관 역할이다. 사회는 서민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하면서 새마을금고에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새마을금고들의 영업 행태는 그것이 과연 서민금융기관의 모습인지 묻게 한다. 새마을금고의 영업 행태가 투자은행의 영업 행태와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마을금고가 협동조합으로서 역할을 하기보다 사실상 투자은행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면서 서민금융과 지역금융 지원 기능은 위축되었다. 우리나라의 금융 배제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신용이 낮은 다수의 국민들이 금융기관을 이용할 기회를 빼앗긴 채 고금리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그 이면에서 고금리 사채 시장이 번성해왔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데에는 서민금융기관이 서민 금융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 전반적으로 증권거래세 폐지. 금투세 도입 패키지는 사모편드나 헤지펀드 중심의 외국자본, 국내의 기관투자자들, 그리고 증권업계의 이해에 편향된 성격을 갖는다. 이 패키지로 기관투자자들은 증권거래세 인하 혜택은 고스란히 누리면서도 금투세 적용 대상에서는 아예 제외된다. 외국자본도 증권거래세를 면제받지만 이중과세 협약에 따라 금투세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증권사들은 고빈도 매매의 걸림돌이었던 증권거래세가 폐지됨으로써 다양한 매매 전략을 개발하여 거래량을 늘릴 수 있게 된다. 반면 정부는 증권거래세에 비해 휠씬 쪼그라든 규모의 금투세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증권거래세 가운데 농어촌특별세(증권거래세와 나란히 부과되는)는 남는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일지 모르지만 이것도 꼭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증권거래세 폐지 동맹은 이어서 농특세 폐지에 달라붙을 것이다. 증권거래세 폐지 뒤의 농특세 폐지 요구는 정해진 수순이다.
-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불가피하고 그것도 머지않은 시점에서 현실화할 것으로 가정하는 투키디데스 함정론은 순전히 미국의 지정학적 관점을 나타낸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이론이 미국 금융자본이나 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에 상당한 이데올로기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책 당국자나 주류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역시 미국의 대외 정책을 규제하는 힘이 자본의 이해관계에서 나온다고 본다면 투키티데스 함정론에 기반한 대외 정책은 언제든 뒤바뀔수 있다. 미국이라는 국가와 미국 자본의 이익을 표현하는 투키디데스 함정론을, 그리고 그에 따라 형성되었지만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미국의 정책을 우리가 무턱대고 따를 이유는 없다. 미국이 주장하는 가치 동맹이라는 허상에 매달려 중국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서 한국 경제가 얻을 이익은 없을 것이다.
-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에서 계층별 분배에 미치는 효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정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과 에너지 기업, 무기 제조 기업, 재건 기업 등과 그 주주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나아가 사모펀드 등을 통해 금융시장 전체에도 좋은 소식을 전달한다. 그러나 다수 시민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을 겪어야 한다. 거기에다 전쟁 비용에 따른 재정 지출의 증가는 교육, 교통, 사회 복지 등 공공 지출에 대한 양보 요구로 이어진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수 시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월스트리트와 극소수의 부유층을 살찌우는 분배정책이라 할 수 있다. 바이든은 그런 보수 정책을 지금까지 이어 왔고, 역설적이지만 트럼프는 전쟁 중단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 연준은 물가 상승에 대해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다. 앞서 스티글리츠가 얘기한 바와 같이 물가 상승의 원인이 공급 쪽에 있다면 그 해법은 금리 인상이나 신용 축소가 아니라 상품 공급을 확대하는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스티글리츠도 물가 상승 대책으로 재정 확대를 통해 공급 제약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물가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은 서둘러 전쟁을 끝내는 데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연준은 물가 문제의 해법을 물가안정목표제를 내세우면서 금융시장을 옥죄는 방향에서 찾으려 했다. 그러한 방향의 정책은 고용을 축소시키고 불안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을 부른다. 연준은 이를 잘 알고 있었지만 금융시장 옥죄기를 통해 자본에 유리한 고용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
-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핍스법도 노동자보다는 자본의 이익에 치우쳐 있었다. 이 법의 목표는 기반시설 복구, 핵심산업재건, 기후투자 확대. 기술 인력 양성 등을 통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법으로 기후 투자,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등 어느 정도의 목표하는 성과가 생겼다
그러나 대규모로 투입된 자금이 기업에 대한 보조금 형태로 들어갔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는 별로 혜택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칩스법Chips Act의 혜택을 많이 받은 주에서 오히려 민주당이 표를 덜 받는 현상이 나타났다
- 정리하자면. 독립적인 통합 감독기구의 설립은 국내 금융기관을 장악한 외국자본의 이해와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은 정부의 간섭과 정치적 개입의 최소화를 보장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과 금융시장의 주요 참가자들은 항상 이를 주장한다. 그러나 간섭과 개입의 최소화가 금융기관들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사회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민간 금융기관의 이해에 편향된 규제의 완화와 느슨한 감독은 당연히 잦은 금융사고를 부를 것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에 벌어진 대부분의 금융사고는 규제 완화와 느슨한 감독의 결합으로 생겨났다. 금융의 이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금융감독의 틀은 결국 사회에 큰 부담을 안기기 마련이다
- 차입 매수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기업이 파산할 가능성을 높이는데 문제는 기업의 파산이 금융위기로 이어져 사회 전체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사회의 신용을 대량으로 끌어다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비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워커 보고서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레버리지가 없다면 사모펀드라는 사업모델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모펀드는 사회의 신용을 대규모로 끌어다 쓰는 데서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사모펀드나 기업은 유한책임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들이 파산하면 그 비용을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이른바 손실의 사회화가 나타난다
사모펀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대신 이전에 존재하는 자산에서 가치를 추출하는 데 관여한다. 사모펀드 옹호자들은 사모펀드의 매니저가 자기의 전문 지식과 통찰력을 회사에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그리하여 사모펀드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회는 흰개미 자본주의로 비유된다. 흰개미는 집이 무너질 때까지 기초를 갉아먹는 특징이 있다. 사모펀드가 생산적인 투자를 희생시키면서 경제의 핵심부문을 부채 더미로 몰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비유한 것이다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를 넘어서 주택, 의료, 공공 부문 등 시민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대부분의 영역에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단체인 '사모펀드 이해관계자 프로젝트'는 미국에 30개 이상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5,100개 이상의 단지에 총 140만 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체 아파트 2.300만 채의 6%를 차지한다. 사모펀드는 주택뿐만 아니라 의료, 요양, 교육, 공공운수 등에도 진출을 확대하는데, 사모펀드가 인수한 공공부문에서는 공공성이 후퇴하고 이용 요금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방식의 사모펀드 활동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린다는 원래의 약속과 거리가 먼 것들이다
사모펀드는 뱀파이어 스퀴드(흡혈 오징어)로 불리기도 한다.
- 일부 비판가들은 이 8%라는 숫자가 일본은 겨냥한 것이라고 말하다. 에컨대 BIS에 대한 최고 전문가들인 캡쉬타인이나 리차드 헤링&로버트 라이탄이 그런 주장을 편다. 미국과 영국의 금융세력이 일본의 금융성장을 막기 위해 BIS 자기자본 비율의 도입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은행들은 BIS 자기자본 비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자기자본 비율이 낮았던 일본의 은행들은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초에 이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본의 은행들이 담보대춘을 회수한 것이 일본의
자산 거품 붕괴에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BIS 자기자본 비율은 그 제정 과정에서 나타나듯이 매우 비민주적인 것이었다. 첫째. 이 비율은 국제적인 조약이 아니라 및몇 중앙은행들의 모임에서 결정되었다. 따라서 이 비율은 강제력을 각지 않은 권고 사항에 지나지 않은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마치 강제 규범인 것처럼 기능한다. 바젤답 의 저자인 아담 레보어도 이 자기자본 비율이 정당성을 갖는가를 물은 바 있다. 둘째, 이 비율의 제정에 특정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은행들의 국제경쟁력에 도움을 주고 이중 적자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이 비율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BIS 자기자본 비율 규제를 계기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주변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구입함으로써 떠받치는 구조가 더단단하게 굳어졌다. 셋째, 8%라는 숫자는 나라들 사이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여 결정된 것이다. 8%라는 숫자가 무슨 객관적인 근거를 갖는 것은 아니었다.
- 은행은 대출을 통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한, 그 대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은행의 대출은 기업으로 향할 수도 있고 가계로 향할 수도 있다. 1980년대 이후에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가계로 향하는 대출은 청구권 자산의 거래를 중개할 수도 있고 가계의 소비생활을 중개할 수도 있는데, 편의상 전자를 자산금융으로 후자를 생활금율으로 부르기로 하자
자산금융과 생활금융의 구분은 일찍이 케인스가 화폐론에서 화폐 순환을 산업 순환과 금융 순환으로 구분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산업 순환은 상품의 생산, 유통, 분배, 소비를 거치는 재생산과 관련한 활동, 곧. 기업의 사업이나 가계의 소비 활동과 관련하여 발생하는데, 그 거래 금액은 명목 GDP와 안정적인 함수관계를 갖는다. 금융 순환은 화폐자본이 금융시장을 통해 움직이는 과정을 나타내는데. 기존 부(주식, 채권, 부동산, 가상자산)에 대한 청구권의
거래가 중심이며, 실제 생산 활동의 요구를 넘어 휠씬 멀리 확장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투기성 상품(원유, 곡물, 1차 산품 등)이나 청구권 자산의 매매를 중개하는 금융 순환은 실물 경제와 아무 연결 없이 독자적으로 팽창할 수 있다
- 과다한 가계부채는 수많은 문제들을 일으킨다. 여러 경험 연구들은 과도한 가계부채가 소득 불평등을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곧 소득 불평등 때문에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부채가 증가하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자산 불평등을 키우는 데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융부문에 집중된 신용에 대한 처분권은 그것이 어떻게 배분되느냐에 따라 불평등을 키울 수도 완화할 수도 있다. 신용에 대한 처분권이 고소득층에 집중적으로 배분되어 자산을 늘리는 데 활용된다면 당연히 자산불평등은 심해질 것이다. 그 밖에도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가능성을 키울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불리한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 대응의 핵심은 은행 영업 행태에 대한 규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가계부채가 갖는 이중구조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지원해야 하는 모순적이고 복잡한 정책적 과제 상황을 만들어낸다. 재생산과 관련 없이 진행되는 청구권 자산의 거래는 부가가치 생산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생산적이다
- 가게부채 총량을 줄이는 데에서 무엇보다 우선으로 삼아야 할 과제는 다주택자의 주택 담보대출 규제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담보대출은 350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현재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담보인정비율을 통해 이루지고 있는데. 이를 강화해야 한다. 현행의 담보인정비율 제도는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한해 30%를 적용하고 있다. 2020~21년에는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해 담보인정비율 0%를 적용한 바 있다
신규 대출분부터 다주택자의 담보대출이나 미성년자 주택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예외 없는 LTV 0%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일정 한도 초과분은 LTV 0% 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주택 담보대출 규제 수단으로서 현행의 BIS 자기자본 규제 방식을 재검토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한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BIS 자기자본 규제이다. BIS 자기자본 비율 규제가 자본의 안정성에 목표를 두다보니,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가계부채 증대에 영업력을 집중하게 된 것이다. BIS 자기자본 비율을 계산할 때 은행들은 보유 자산별로 각기 다른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그런데 실제의 위험가중치를 보면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휠씬 낮게 나타난다. 이를 최소한 기업대출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 한물 간 신자유주의 헛되이 되살리려 하나?
밸류업의 원형은 아베노믹스라 할 수 있다. 아베 정부는 일본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돌파구를 임금의 인상, 실물부문의 투자 증가와 같은 쪽에서 찾지 않고 자산 가격의 상승에서 찾으려 했다.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그것이 부의 효과에 의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러면 일본 경제의 어려움이 극복된다는 것이 아베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이었다. 아베 정부는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화폐 가치를 떨어트리는 정책을 졌는데, 이에 따라 명목금리가 낮아지고 엔의 가치도 덩달아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정책들은 실물 경제에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에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 아베 정부는 자산 가격을 끝어윤리기 위해 거시적으로는 화폐 가치를 떨어트리는 정책을 펴는 것과 동시에 주주가치 중심의 기업 경영. 사외이사제.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와 같은 허물어 가는 신자유주의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의 변화를 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쇠퇴가 애기되는 때에 아베 정부는 오히려 자산가격 팽창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이념적인 헌 칼을 꺼내든 셈이다
그러나 아베. 스가. 기시다 정권에서 추진된 아베노믹스는 인위적인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삶을 개선해는 데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질 임금은 상승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낮은 임금상승물이 경제 성장에 걸림돌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임금을 올리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듯 했지만 결국은 유야무야로 끝났다. 임금이 정체하자 소비도 중가하지 않았다. 투자도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한국은행 동경사무소 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일본기업의 유형.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액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감소했는데. 코로나 위기 이후 약간 개선되었지만 2023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아베노믹스가 별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베노믹스는 기업 이익에는 유리하게 기능했는데, 이는 기업들의 유보이익 증가로 나타났다. 또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이것이 대주주들에게도 큰 이득을 가저다주었다. 그렇지만 임금상승률은 정체하고 자산 가격만 오르면서 임금소득자와 자산소득자 사이의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격차 사회 문제는 더욱 커졌다.
-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은 금융자산과도 다른 특징을 보인다. 주식, 채권, 대출, 파생상품과 같은 금융자산의 발행은 반드시 부채의 생성을 동반한다. 예컨대 어떤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여 누군가에게 팔면 사회 전체의 금융자산은 늘어나지만 그 기업이 채권 만기일에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채도 함께 늘어난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의 발행은 부채의 생성을 동반하지 않는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발행에는 부채의 생성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마치 디지털 금이나 되는 듯한, 새로운 부를 대표하기라도 하는 듯한 환상이 생겨난다.
비트코인은 오히러 상품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고전경제학에 따르면 상품의 가치는 기존의 다른 상품(원재료나 기계)의 가치에서 이전된 부분과 노동자들이 새로 생산한 가치 부분의 합으로 구성된다.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비트코인의 생산에는, 회계학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컴퓨터 감가상각비나 에너지 비용은 들어가지만 노동력은 거의 투입되지 않는다. 그런데 부가가치는 살아 있는 노동력이 투입될 때에만 생산된다
그리하여 비트코인이라는 상품은 가치는 갖지만 부가가치를 생산하지는 못한다는 특성을 나타낸다.
비트코인이 상품과 유사한 특징을 갖는다는 사실은 비트코인이 달러 패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알려준다. 현재 비트코인은 거래소를 통해서 상품처럼 거래되고 있고 거래대금은 달러. 유로 등으로 결제된다. 이는 비트코인 거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결제수단으로서 달러와 유로에 대한 수요도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달러의 힘은 강해지는 것이지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는커녕 오히러 달러 패권을 강화시키고 연장시키는 기능을 하게 될것이다.
-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디지털 상품에 가깝다. 비트코인은 비록 가격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가치를 가지며, 그럼에도 부가가치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비트코인의 채굴은 새로운 부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부나 세계 여러 곳의 다른 생산부문에서 생산한 부가가치의 풀에서 이를 이끌어내서 재분배할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부를
불평등하게 분배할 가능성과 함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생산 부문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내포한다
비트코인이 경제학적 의미에서 새로운 부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의 생산과 거래는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분류되며. 그러한 활동은 총 구매력의 면에서 볼 때는 제로섬 게임을 구성한다. 엄밀하게 애기하자면 제로섬 게임에서는 부나 부가가치가 평등하게 재분배될 수도 있고 불평등하게 재분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독특한 상품으로서 갖는 특징은 부와 부가가치가 불평등하게 분배되도록 한다
- 만약 비트코인의 최초 설계자가 100만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그 가격(총액)이 어느 시점에서 35조 원에 이른다면, 그리고 비트코인의 가치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면, 세계의 다른 곳에 있는 부나 다른 곳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그만큼 그 설계자에게 재분배되어야한다. 재분배되는 이 가격 총액은 화폐 발행의 시뇨리지와 유사하다. 주요 가상자산들이 미국에서 설계되고 발행된다면 가상자산의 가격이 상승할 때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서 미국으로 부와 부가가치가 재분배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채굴자와 그 이후의 보유자들 사이에서도 부와 부가가치의 재분배가 나타날 수 있다.
-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의 본질이 점차 드러나면서 진보주의자들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규제 철폐, 국가의 권위 부정, 자유 지상주의라는 보수주의에 맥이 닿아 있는 비트코인 아이디어가 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이들은 이제 블록체인이라는 기술과 비트코인이 상품으로서 갖는 성격을 점차 분리해서 생각한다. 진보주의자들은 비트코인이 성장해야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는 주장에 더는 현혹되지 않는다. 가상자산이 불평등을 촉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면서 이제 진보주의자들은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가는 듯하다.
그러나 진보주의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정치적인 태도를 이제는 분명히 해야 한다. 가상자산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비생산적인 부문에 속할 뿐만 아니라 불평등을 키우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부문에 수많은 청년들이 매달려서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이다. 또한 가상자산은 그 속성상 최초 발행국으로 부를 재분배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점도 떠올려야 한다. 이는 개인들이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볼 수는 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상자산시장은 미국, 유럽과 더불어 3대 시장이라고 한다. 가상자산시장의 팽창이 국민들의 삶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선물, 옵션 거래 규모도 세계 최상위급이라고하는데, 그러한 파생상품 시장 규모의 팽창이 국민들의 삶에 무슨 이익을 가져다주었는가? 그런 면에서 진보주의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을 더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가상자산과 결합시키지 않은 채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있다.
- 주택 대출의 확대는,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집값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전세자금대출까지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기능을 했다. 이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고 실제로도 특례보금자리론이 도입되자 그러한 효과가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은 공적인 자원을 들여서 무주택자들의 주머니에서 다주택자들의 주머니로 부(임대료)가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결국 특례보금자리론의 최대 수혜자는 다주택자들이고 최대 피해자는 무주택자들이다. 정부가 대출 조건을 최대로 완화해서 단기에 대량의 자금을 푼 것은 그것이 집값의 전반적인 상승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되었기 때문이지 서민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구의 거의 반을 차지하는 세입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 서민을 위한 정책일 수는 없다. 정부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정책을 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는 대략 1950년대에 탄생했지만 자본주의 지배계층이 그것을 곧바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도 그들은 통화주의가 제시하는 권고, 곧, 사회적인 목적의 공공지출 삭감, 감세, 국채 발행의 축소, 화폐량 증가율의 엄격한 규제와 같은 것들을 현실 정책에 적용하는 데서 망설였다. 그 이유는 통화주의의 실행이 가져올 사회적인 결과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는 국면에서 케인스주의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통화주의 주장이 호소력을 얻기 시작했다. 자본가 계급은 통화주의 주장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 주장을 공격할 수 있는 그럴듯한 구실을 찾아냈다. 이후 통화주의는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와 영국의 대처리즘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시기 지배 이데올로기로 발전해 간다
통화주의의 본질은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예컨대 불황. 실업. 물가 상승과 같은 것들을 노동계급의 희생을 바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데에 있다. 그런 점에서 통화주의는 가치 중립적이라기보다는 계급 편향적이다. 통화주의가 권고하는 정책들. 곧 사회적인 성격의 공공지출 삭감, 감세, 건전 재정 등은 노동자-서민의 희생과 협상력 약화를 내용으로 삼는다. 프리드먼이 줄곧 강조하는 자유라는 것도 자본이 노동자를 마음대로 착취할 자유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통화주의는 미국 편향적이다. 미국은 국제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축적해두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세게 시장에 공급되는 화폐량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그것이 여러 나라들의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이 세계시장에 인플레이션을 전가시킨 것인데 통화주의는 거기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 오늘날 우리는 자산 가격 안정을 비롯하여 정부와 중앙은행이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술한 과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하는데, 여기에는 중앙은행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금융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하고자 할 때도 역시 중앙은행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의 정치적인 독립성이라는 허울이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의 협력을 가로막는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자산가 계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불평등을 비롯한 여러 사회 문제의 해결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정치적인 독립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대하는 시각을 교정하는 것이야말로 진보 금융을 찾아 나서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 IMF는 왜 우리나라에 물가안정목표제의 도입을 요구했을까? IMF가 우리나라를 걱정해서 그랬을까? IMF는 국제 금융자본의 이해와 동떨어져 있는 기구가 아니다. 그런 기구가 우리나라에 물가안정목표제의 도입을 요구했을 때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것이다.
그 이유는 물가안정목표제가 국제 금융자본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물가안정목표제는 노동자의 협상력을 떨어트리고 실질임금을 낮은 수준에 묶어 두는데 유리한 제도이다. 이는 이 제도가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데 유리한 제도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물가안정목표제는 물가 안정 국면에서 자산 가격을 팽창시키는데 유리한 제도이다. 국제금융자본 쪽에서 보면 자산 가격의 상승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다는 것과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자산가 계층의 일부도 자산 가격 팽창 과정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이익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주머니 속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물가안정목표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떠받치는 기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신자유주의 시기 이전에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였다. 정부들은 고용안정이나 경제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했는데, 그때는 중앙은행이 그 국채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인수하더라도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은행이 정부와 서로 협력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협력하여 높은 성장률과 고용 확대. 물가 안정. 대외경제의 균형과 같은 목표들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나 물가안정 기능은 지금보다는 휠씬 덜 강조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그리고 특히 1990년대 이후 물가안정목표제가 도입되면서 중앙은행의 재정 지원 기능은 금기처럼 간주되었다. 중앙은행의 목표에서 경제성장이나 고용 확대는 지워지고 오로지 물가안정만이 남았다. 중앙은행의 목표가 좁은 범위로 제한됨에 따라 이에 비례하여 정부 재정의 역할도 줄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가 사회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을 늘리려고 할 때 물가안정목표제가 그것을 가로막았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에 제격이었다. 물론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한 재정의 역할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었다. 폴린이 애기하듯이. 신자유주의는 구제금융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
- 미국의 경제학자 에드윈 디킨스는 연준에서 금리 결정을 담당하는 공개시장위원회의 1950년대 회의록을 분석하여 연준의 금리정책이 노동자들의 순응성을 키우고 임금을 낮게 유지하는 데에 어떻게 활용되었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1979).를 쓴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의 아들인 경제학자 제임스 갈브레이스는 연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반응의 결과인지 낮은 실업률에 대한 반응의 결과인지를 조사했는데, 인플레이션보다 완전고용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이 연준의 정책을 결정하는 우선적인 기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이클 패럴먼은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2014) 라는 저서에서 미국 연준의 1979년 고금리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공표된 목표 외에도 노동조합 세력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개입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몹시 경계했고 이를 정책 금리 결정에 참고했다. 그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 수준과 협상 상황, 그리고 노사 합의 내용까지 일일이 체크했다. 곧, 볼커는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에 연준의 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했던 것이다
연준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어느 정도의 실업률을 유지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가 주도하는 사회에서 실업의 공포가 사라진 경영 환경은 자본가로서는 끔찍할 수밖에 없다. 파월의 발언은 최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결정의 과정도 물가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는 임금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의 물가 상승이 에너지와 식량 부족,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파손에서 생긴 것이고 따라서 정책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러한 판단에 힘을 실어준다
- 금융자산의 가격은 미래에 생산되는 부가가치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금융자산의 가격은 미래에 노동자들이 생산하는 부가가치, 그 가운데 금융부문으로 흘러가는 몫, 그리고 실제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금융의 영향력에 의존한다. 그리고 그 정도는 이윤율과 이자율의 전망으로 표현된다. 미래에 이자율이 오르고 금융자산의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금융자산의 상대적인 가격은 떨어진다. 어제 시장 금리가 5%일 때 발행된 10년 만기 채권이 있다고 해보자. 내일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채권이 시장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 어제 발행된 채권의 상대적인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 기존의 증권 가격은 하락하고 거꾸로 시장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금융자산의 가격은 상승한다.
화폐 자산만을 보유하고 있는 어떤 사람이 이를 누군가에게 대출해주어야 한다면 그 사람은 금리가 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금융자산(부동산을 포함하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이를 언제든 시장에서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은 금리가 떨어지기를 바람 텐데 그 국면에서 오히려 자본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금융자산의 축적이증가하면 금리 인하에서 생기는 단기적인 이익은 클 것이고 그럴수록 금리 인하에 목매는 세력도 증가한다
1980년대 이후 금융 세력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주요 중앙은행들이 여기에 호웅하면서 저금리 편향적인 금융정책을 편 배경에는 이 시기에 금융자산이 크게 팽창했다는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자산이 거대하게 축적된 현실에서 금리 인하는 금융세력의 약화가 아니라 강화로 이어질 수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생산한 부가가치의 많은 부분이 금융부문으로 지속적으로 흘러 들어가야 한다.
- 문제는 낮은 시장 이자율을 유도하려는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항상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금리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임대료가 올라간다. 집이나 상가를 임대해서 사용해야 하는 계층에게는 저금리가 오히러 불리한 상황일 수 있다
저금리로 주식 가격이 올라가면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증대함에 따라 기업 경영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연장. 노동강도 강화. 임금 인하를 더 거세게 압박할 수 있다. 만약 어떤 나라가 자산 가격이 폭락할 것을 우려하여 주요 나라들에 비해 금리를 충분히 올리지 못하면 그 나라 화폐의 상대적인 가치가 떨어져서 환율이 오를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그 나라는 수입품에 대해 더 많은 화폐를 지급해야 할 텐데. 그 수입품이 내수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그 가운데 다수가 노동자)가 져야 한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의 상승은 실질 임금을 대폭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금리 인하 요구는 노동조합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상황별로 금리 인하가 노동자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만약 중앙은행이 실업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고금리 정책을 활용하려고 한다면 그때는 노동조합은 그러한 시도를 좌절시켜야 할 것이다. 양적완화처럼 순전히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에 목적이 있는 저금리 정책에 대해서라면 노동조합은 다른 판단을 해야 한다. 금리 수준에 따른 유불리가 상황별로 다르다는 점은 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저금리만을 주장할 수 없게 한다. 이러한 사실은 노동조합이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단계부터 참여하여 상황별로 요구를 다르게 해야 한다는 점을 나타낸다. 노동조합은 무조건 저금리를 외치기보다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에 자기의 목소리를 대변할 위원을 보내는데 먼저 힘을 쏟아야 한다.
-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발걸음을 뗀 금융.자본 시장 개방과 1985년에 맺어진 플라자 합의를 계기로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이 급속히 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금융.자본 시장 개방을 보자. 1980년대 초. 미국 정부는 자국의 구조조정을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정책을 폈다.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는.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문을 닫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실업자가 늘 것이며. 실업자가 늘면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질 것이라는 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본에 우호적이었던 레이건 행정부는 노조의 힘이 약해지면 임금 수준이 낮아져 자본의 수익률이 올라갈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낮춤으로써 돈의 실질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기대한 화폐자본가들의 이해도 금리를 위쪽으로 이끄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달러 가치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이 달러로 표시된 자산에 대해 이자를 더 많이 주겠다니 달러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달러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달러로 표시된 미국 상품의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 그러므로 미국 기업들이 상품을 수출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꾸로 미국에 수출을 하는 다른 나라 기업들은 상품 대금으로 받는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수출을 하기에 더 유리해진다. 현실에서도 높은 달러 가치의 영향으로 레이건 행정부 들어서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났다
미국은 상품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을 줄이거나 수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달러 발행을 늘려서 적자 대금을 메우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달러 발행을 늘리기 위해서는 미국 주변 나라들에서 달러가 활발하게 흘러 다녀야 한다. 이리하여 미국은 이 무렵부터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 대해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솔로몬교수(당시)가 작성한 솔로몬 보고서는 일본 시장 개방의 이론적인 기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개방은 당연히 달러 자금의 일본 유입 증가로 이어졌다

-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대기업입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약 3만 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인당 200만 달러가 넘는 생산성을 자랑하고, AI 컴퓨팅 인프라 분야에서 대안이 없는 절대 강자가 되었다. 엔비디아는 하나의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 이를 위해 정보 전달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했다. 그 결과 임원부터 인턴까지 모든 직원들이 젠슨황의 생각과 비전을 머릿속에 주기적으로 동기화'하며, 저마다 같은 정도의 지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매번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고, 이전에 구축한 '메이드 인 엔비디아'조차 과감히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기업 구조로 인해 젠슨 황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엔비디아의 오늘에 관해 충실한 이해도를 갖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직원 개개인이었다.
- NV1은 대단한 기술적 성과였으나 제품으로는 끔찍했습니다. 아무것도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이 없는데 3D 그래픽, 영상 프로세싱, 가속 등 온갖 기능이 들어간 상태였죠."
이때의 경험으로 엔비디아는 모든 용도를 다 갖춘 '스위스 아미 나이프' 같은 제품보다는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는 하나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것이 더 훌륭한 제품이라는 철학을 갖게 됐다. 이처럼 시장성과 고객의 니즈에 따라 기능을 덜어내는 것도 '메이드 인 엔비디아'만의 미학으로 꼽힌다.
- 세가와의 계약을 파기했지만, 세가로부터 계약금 500만 달러는 확보한 상태로 6개월의 런웨이(스타트업이 보유한 자금으로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기간) 시간을 벌었다. 그렇게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고작 6개월일 뿐이었다. 이 기간 동안 다른 제품을 출시해 만회해야 했다. 이전처럼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데 2년에 달하는 시간을 투자할 수도 없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젠슨 황은 '제1원리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에 집중했다. 제1원리 사고란 일체의 추정을 배제하고., 가장 근본적인 사실이나 물리 법칙에 입각해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전제를 새롭게 세우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제1원리로 돌아가 다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주어진 조건, 동기부여, 도구, 기술을 비롯해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까지 감안한다면, 나는 이 일을 어떻게 다시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어떻게 재창조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에 젠슨 황은 첫 번째 원칙으로 돌아가서 질문했다.
'어떤 아키텍처를 선택할 것인가?'
모든 기업이 이미지 렌더링 표준을 삼각형'으로 삼은 상태에서 사각형을 표준으로 하는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2년 이상 개발에 매달렸던 기존의 아키텍처를 버리는 걸단율 내리고,이 상태에서 다시 질문했다.
'어떻게 6개월 안에 제품을 완성해 시장에 내놓을 것인가?'
- 아키텍처의 성능은 제품별로 다르지만, 특정 아키텍처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도는 개발 부문이든 지원 부문이든 고객이든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엔비디아의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는 칩은 모두 하나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엔비디아의 제1원리 사고법을 엿볼 수 있다. 가장 적은 인원으로 최적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두 동일한 이해도를 가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즉, 저마다 단일한 칩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른바 원 아키텍처문화다
게임 그래픽, 데이터센터, AI,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분야는 다르더라도 동일한 GPU 아키텍처를 활용한다. 쓰임에 따라 옵션과 같은 부가적인 기능을 추가하거나 성능을 덜어낼 수 있지만, 코어를 이루는 핵심 칩은 하나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2024년에 출시된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의 경우 두 개의 블랙웰 GPU에 자체 CPU(중앙처리장치)인 그레이스Grace를 결합하면 데이터센터 부문에 활용할 수 있고, 싱글 칩으로는 그래픽카드에 쓰이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위해 차랑에 투입되는 칩 역시 마찬가지다
원 아키텍처 기조는 경제적인 면에서 장점이 크다
통일된 아키텍처 하나를 개발하면 이를 통해 '원 아키텍처 멀티 유즈'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엔비디아가 매년 새로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업의 확장성과 유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 특히 개발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Toolset로 작업할 수 있으므로 개발 효율성이 높다. 이는 엔비디아가 실질적으로 원 팀을 운영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자율주행 부문에 소속된 엔지니어가 데이터센터부문으로 용병 역할로 파견된다고 하더라도, 바로 그날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칩의 설계에 대해 모두가 같은 이해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원 아키텍처는 엔비디아의 '원 팀'을 현실로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인 셈이다.
- 엔비디아에는 팀이 하나뿐입니다.
사내 정치나 위계질서가 없다는 뜻입니다.
보고 체계는 존재하지만 필요한 기술을 기반으로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팀이 구성됩니다.
- 한동안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정신은 'Fake it till you make it'으로 통했다. 될 때까지 그런 척 행동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의미다. 스타트업 호황기에는 스타트업의 생존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그 과정의 정직성은 때로는 간과됐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고 다음 단계를 모색하려면 기술의 진척 상황과 재무 상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풀림은 용납되는 분위기였다. 결국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척하는 자세를 창업자의 자신감과 배포를 가능하는 잣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성공한 기업가들 사이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약속을 먼저 던져놓고 이후 결과를 만들어낸 후일담들이 등장하다 보니. 정직한 태도는 무시되고 과도한 자신감이 신성시되기도 했다. 일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될 때까지
되게 만든다는 '허슬' 정신과 지나친 자신감을 혼동하는 경우도 생겼다. 업계 전체에 퍼진 이러한 자기기만은 곧 재난급의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 그가 정의하는 엔비디아표 지적 정직함은 '의도된 합리화Motivated reasoning'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데서 시작한다. 대개 사람들은 부서별 이해관계나 자신의 선호, 성향, 선입견으로 인해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자신이 잠재적으로 세운 결론에 부합하는 증거만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1원리 사고'로 돌아가 하나하나 합리적으로 추론해, 설령 원하지 않는 결론에 다다르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문제 해결의 관건은 '원하지 않는 결론'이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다. 일단 그 결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수동적인 태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선택과 결론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아마존에서 실행의 대원칙으로 삼는 동의하지 않아도 헌신한다Disagree and Commit'보다 한 단계 더 앞서 나간다. 아마존의 이 원칙에 따르면, 자신이특정 결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이 좋든 싫든 충실히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이 나면 자기 입장에 상관없이 이에 전념해 이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에서는 원하지 않는 결론 자체가 '의도된 합리화'의 산물이라고 본다. 애초에 모든 가정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점검하고, 그 결과 검증된 근거만을 바탕으로 결론을 유추하는 자세다
- "대다수 사람들이 실패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에 대한 인내심을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위험 요소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일을 시도할 때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또한 CEO들은 직감을 따른다고 해도 직원들이 이를 알아채고 바로 실행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빠르게 실패하고, 막다른 길이라면 그 상황을 알자마자 방법을 바꾸도록 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니, 대규모로 실패에 관한 회의를 하는 경우는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사라졌어요.
하지만 자연스럽게 실패의 이유를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교훈을 반영하는 과정이 업무에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아요.
이슈는 매번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불필요한 데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이유를 명확히 분석하고, 다음에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끝까지 파고드는 업무 태도가자리 잡아 있어요."
- "우리의 경우 기업 문화는 '지적 정직함'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지적 정직함이란 '자기비판' 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식할 수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리더로서 직원들이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자신이 세계 정상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CEO는 항상 옳고, CEO가 한번 결정하면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제게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우리가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제1원리'에 위배된다면 예외는 없습니다.
매번 우리가 세운 가정이 옳은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합니다.
만약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면, 곧바로 생각을 바꿉니다."
- 혁신은 실험을 필요로 합니다.
실험은 탐험의 여정을 필요로 하고요.
탐험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요.
실패에 대한 역치'가 낮다면, 당신은 결코 실험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혁신도 성공도 없어요.
그저 그렇게 살게 될 뿐입니다.
- 우리에게 지적 정직함이란 '자기비판' 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 젠슨 황은 컴퓨터 아키텍처 전문가, 칩설계 전문가, 프로세서 설계 전문가 등 수많은 전문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각 영역의 정보들이 흐르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순간 외부를 향하는 촉수가 둔감해지고, 결국에는 조직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고 본다. 무엇보다 해결해야 할 사안이 생겼을 경우 민첩한 대응이 어려워져 느리고 무딘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늘 경계한다.
- "3D 그래픽의 성능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GPU를 매년 2배씩 향상시켰습니다.
창업후 첫 5년 동안은 시야에 블라인드를 내리고 고객의 의견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객은 중요하지만, 그들은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특성이나 잠재력을 모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와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해당 비즈니스에 대한 상식이 생기기 이전입니다.
기업가라면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 "기회 근처에 자신을 위치시킨다면 그렇게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과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을수 없더라도, 사과를 집어 올릴 수만 있다면
나무 근처에 있으면 됩니다. (...)
제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회사를 기회 근처에서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단계마다 수익을 창출할수 있는 기술을 갖춰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될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최근 실리콘밸리에는 '창업자 모드Founder mode' 방식을 둘러싸고 리더십 논쟁이 불붙었다.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창업자 폴 그레이엄이 상당수 스타트업들이 일정 규모로 성장한 이후에는 창업자가 모든 일에 세부적으로 관여하는 '창업자 모드'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중시하는 '관리자 모드Manager mode'로 변화해야 한다는 업계의 기존 상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레이엄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예로 에어비앤비 Airbnb를 꼽았다. 그레이엄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약 6,9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가 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서 관리자 모드로 운영했더니 내부적으로 나쁜 결과가 발생하며 실패를 맛봤다고 설명했다. 체스키는 이후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업자 모드로 운영 방식을 전환했는데, 그 결과 에어비앤비가 큰 성과를 내면서 창업자모드가 유효하다는 것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창업자가 떠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른바 '기관화 Institutionalization' 과정을 거친다. 이를 `실리콘밸리 컴퍼니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창업자가 떠나고 뒤이어 CEO가 부임하면. 월스트리트의 금융 업계 등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최고재무책임자를 비롯해 최고운영책임자 등의 자리를 채우고 점점 경영진용 보고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칫 창업자 모드를 강조하는 것이 '권한 위임'을 최소화하고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극대화해 독성적인 조직 문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 "우리는 이미 뚜렷이 상품화된 비즈니스에서는 기꺼이 빠져나옵니다.
직원들에게 그저 상품을 위해 일하도록 하지 마세요.
엔비디아에서는 '시장 점유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왜 우리가 시장 점유율을 위해 싸워야 하나요.
이 같은 경쟁에서는 도망치세요."
- "누구도 아침에 일어나면서 '그것을 빼앗을 거야', '내가 그 지분을 갖겠어'라고 결심하며 하루를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그렇습니다.
저는 '이전에는 아무도 하지 못했던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낼 것이고, 그것이 성공적일 경우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상품화된 시장에서 빠져나오기로 결정한 후 압도적으로 어려운 일들을 선택했고, 그 결과 엄청나게 훌륭한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 "누구도 제게 관련 비즈니스 사례를 제출하거나 손익계산서와 재무예측서를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질문은
'이것이 중요한 일인가'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할수없는 일인가'입니다.
- "더이상 의지할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고객도 없고 경쟁사도 없으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시장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고객이 없는 시장인 '제로 빌리언 달러 시장' 을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봇공학이었습니다.
우리는 결국 딥러닝 알고리즘을 처리하는 최초의 AI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 엔비디아는 사업 초기부터 PC 게임을 위한 그래프카드를 만들고자 했고, 1990년대 말 GPU를 새롭게 발명했다. 이는 부품처럼 딸린 것으로 인식됐던 그래픽 가속기를 CPU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로 발돋움하게 했다. GPU 제품을 개발하면서 쓰임과 그에 따른 인식 자체를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이후 GPU를 범용 컴퓨팅 영역로 확장한 것도 엔비디아다.
한 인터뷰에서 젠슨 황은 이같이 말했다
"(모바일 시장을 떠난 뒤) 가속 컴퓨팅 방향으로 배를 돌렸을 때, 우리는 지구상의모든 AI 연구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로부터 엔비디아의 플랫폼이 AI 연구자들의 연구에 유용하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 세계의 모든 위대한 AI 연구자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제게 미래의 성공에 대한 초기 징후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작은 성공에서 큰성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 "졸업하고 사회에 나서면 먹이를 찾아나서든 혹은 먹잇감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하든, 여러분은 달리고 있을 겁니다.
종종 어느 쪽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들수 있어요. 명심할 것은 단 한 가지, '걷지 말고 뛰어라' 라는 겁니다.
우리가 했던 것처럼요."
- AI 가속기인 GPU와 이 위에서 완벽히 호환돼 작동하는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인 'CUDA', 그리고 CUDA를 플랫폼으로 삼아 딥러닝과 퀀텀 컴퓨팅을 비롯해 어떤 전문적인 작업이든 고도화할 수 있는 '도구모음'. 이 삼박자가 정교하게 합을 맞춰 돌아가면서 오늘날 엔비디아에게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CUDA를 엔비디아라는 원조 맛집의 시크릿 소스'라고 빗댄다. CUDA가 있는 한 엔비디아의 대체 불가능한 지위는 공고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측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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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가지 행운
몰락한 현대전자가 SK하이닉스로 넘어가는 과정의 우여곡절을 되짚어보면 여러 사건이 있었는데, SK하이닉스 입장에서 3가지 행운이 따랐던것 같다.
첫번째는 ST마이크로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존의 디램 비즈니스 모델에서 낸드로 확장한 것,
두번째는 스마트폰 시장의 개화로 인해, 특히 애플의 아이폰으로 인해 낸드 시장이 확대되었는데 하이닉스는 LG반도체와 합병하면서 엄청나게 증가한 8인치 캐퍼를 낸드 생산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
세번째는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와 ST마이크로의 지원을 받아 중국 우시에 새로운 생산 라인을 지음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지난 30년간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돌이켜보면 슈퍼사이클이라고 힐
수 있는 시점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1995년의 슈퍼사이클이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고베대지진이 일어나 공급 이슈가 발생했다.
둘째,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95라는 혁신적인 운영체제를 출시한 덕분에 PC시장이 급성장했을 뿐 아니라 기기당 메모리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커짐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1995년은 메모리 반도체 역사상 가장 좋았던 한 해로 기록됐다
두 번째는 2018년의 슈퍼사이클이다. 여기에도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당시 수년간 산업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 보수적인 투자로 인해 공급이 제한되었다. 둘째, 2018년에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공격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메모리 가격과 상관없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메모리를 사재기한 탓에 디램과 낸드 가격이 폭등했다. 메모리 시장 규모는 1,600억 달러 가까이에 이르러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로 1995년 이후 역대 최고였다
- 그리고 세번째 슈퍼사이클이 2024년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도래하리라고 시장에서는 예상한다. AI 서버에(HBM을 장착하게 되면서 역사상 세번째 슈퍼 사이클이 발생하리라는 기대가 충만하다.
위의 3차례 사이클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기존 수요가 아니라 새로운 수요가 일어나 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공급이슈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1995년에는 고베 대지진이 일어나 당시 가장 큰 공급처였던 일본 반도체 회사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2018년에는 공급업체 간 통합과 더불어 장기간에 걸친 PC와 스마트폰의 수요 둔화로 인해 3개의 디램 업체가 보수적으로 투자한 탓에 공급증가가 크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HBM의 경우에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HBM 공급에 제한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슈퍼사이클의 시발점은 수요에서 기인하지만 결국 제한된 공급으로 인해 급격한 가격 상승이 일어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장 상승분은 모두 업체들의 마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산업 특성상 고정비 비중이 높고(전체 원가의 50% 이상)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출 상승분은 대부분 이익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메모리 시장이 돌아가는 가장 근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의 방향성이 결국 메모리 사이클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사실은 지난 30년 넘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에서 입증되었다.
-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투자할 때 보는 rk장 중요한 변수는 분기별 이익의 변화이다. 주가는 보통 3개월 선행하기 때문에 이익이 증가하는 시점보다 한 분기 전에 주식을 사고 이익이 떨어지는 시점, 즉 이익의 모멘텀이 떨어지는 시점보다 한 분기 전에 주식을 매도하는 전략이 잘 맞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바뀐 트렌드는 주가가 이익의 변동 시점보ek 짧게는 6개월 길게는 9개월(3분기) 전에 반영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익이 성장하는 분기보다 3분기 전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고 이익이 떨어지는 분기보다 3분기 전에 주가는 이미 조정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시장의 효율성이 증가되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어지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메모리 사이클 추세가 과거와 같은 4년 주기의 올림픽 사이클이 아니라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2~3년의 호황기가 아니라 1년 주기 심지어는 더 짧게 사이클이 바꾸는 게 최근 트렌드다. 참고로 반도체 시장에서 호황과 불황을 나타나는 지표는 매출 규모이다. 고정비가 높은 산업 특성상 매출의 증가는 모두 이익으로 반영되고 거꾸로 매출이 감소된 만큼 이익 규모도 줄어들게 되어 있다.
- 현재 사이클은 HBM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HBM은 닌텐도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게임에서 중요한 그래픽 성능을 강화gk기 위해 메모리 대역폭I/O, Input/output을 늘려보자는 기획에서 GPU를 만드는 AMD와 같이 2013년에 공동 개발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고성능 그래픽 디램인 HBM이 필요할 만한 게임도 없었고 게임 외의 다른 수요처도 없었기 때문에 시장 규모는 굉장히 작았다. 심지어 2019년 삼성전자는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시적으로 사업을 철수했다. 하지만 2022년에 오픈 AI의 챗GPT가 등장함에 따라 고성능 서버에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GPU가 사용되면서 HBM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HBM은 2024년 기준으로 전체 디림 생산량의 5% 정도에 불과하지만, 디램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50% 이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삼성은 40% 중반, 나머지는 마이크론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HBM은 SK하이닉스에게 의미가 깊은 제품이다.
- HBM은 기존 제품과 다르게 실리콘 관통전극TSV, Through Silicon Via 공정을 통해 구조적으로 휠씬 더 복잡한 후공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율도 기존 제품 대비 휠씬 더 낮은 편이다. 현재 HBM 수율은 전공정 수율이 60% 수준으로 범용 디램commodity DRAM의 전공정 수율 90% 보다 낮은 수준이고, 후공정 수율도 70% 이하라 95% 이상인 기존 제품의 후공정 수율보다 휠씬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추가 캐퍼 증설 없이도 전공정과 후공정 수율 향상을 통해 향후 HBM 공급은 어느 정도 증가하리라고 예상한다.
사실 HBM만 가격 프리미엄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디램 시장의 중심축이 기존의 PC에서 모바일, 그래픽, 서버 등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초기 제품에는 늘 가격 프리미엄이 붙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가격이 하락해 범용 디램과의 가격 차이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HBM은 공정 자체가 복잡한 데다 대용량 메모리이고 또한 고성능 AI 서버에 사용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 프리미엄은 유지될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가격 프리미엄이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다. 따라서 메모리 사이클도 2024년을 기점으로 HBM보다는 원래 원리대로 전체적인 수급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 현재 주가는 회사에 대한 분석을 끝낸 후 해당 주식에 대한 추천 여부를 정하는 벤치마크로 사용될 뿐이다. 좋고 나쁜 회사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좋고 나쁜 주식은 매일 바뀔 수 있다. 좋은 회사가 꼭 좋은 주식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나쁜 주식이고 그 반대 경우도 성립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좋은 회사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좋은 주식은 아니었다. JP모건 리서치팀 직원들에게 늘 강조해서 하는 말이 있다. 주식을 분석할 때는 주가를 보지 말고 일단 회사의 펀더멘털Fundamental(해당 기업의 성장 가능성. 재무 상태, 경영진의 역량. 시장점유율 등 기업의 내재 가치)을 기준으로 수익을 추정하라. 그런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목표주가를 산정한 이후 현재 주가를 보고 매수, 중립, 매도를 결정하라. 따라서 매수, 매도 추천을 정하는 것은 정말 단순한 논리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다.
주가를 보고 회사를 분석하게 되면 계속 주가가 오르는 회사는 무조건 좋아 보이고 주가가 떨어지는 회사는 나빠 보이는 심리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에 회사의 펀더멘털과는 관계없이 그 회사 주식을 추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간단히 애기하면 과거의 주가 흐름이 미래의 주가흐름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지배 구조 이슈와 낮은 주주 환
원 정책에 있다
첫 번째 문제는 한국 대기업의 지배 구조가 지주사 구조로 이루어져 있거나 아니면 순환출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 대기업 대부분이 지주사와 자회사 그리고 손자회사 구조이거나 아니면 현대차그룹처럼 현대모비스 ㅡ> 현대차 -> 기아차 ㅡ‣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삼성물산이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삼성생명과 함께 삼성전자를 통제하고 삼성전자는 기타 삼성그룹 계열사를 통제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상장사들의 총 이익을 계산할 때 이중 삼중으로 계산이 되는 형태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기가 100이라는 순이익을 내면 삼성전자가 가진 지분율 24%, 즉 24가 지분법이익으로 삼성전자 이익에 포함되고 24의 일부와 삼성전자의 이익이 삼성전자의 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가진 지분율만큼 삼성생명, 삼성물산의 이익에 각각 포함된다.
실제 삼성그룹 각각이 낸 이익의 합을 1,000이라고 가정했을 때 현재의 지분 구조에서는 보고되는 이익이 1,300 정도로 계산되기 때문에 한국 상장사의 이익은 과대 계상된 부분이 있다. 이런 구조는 삼성그룹뿐 아니라 한국 대기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코스피가 전체 상장사 이익 대비 10배에 거래된다고 하면 다른 나라 주식과 비교할 때 예를 들어 30% 이상, 즉 13배에 거래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문제는 지배 구조 이슈의 연장선상에서 회사 정책의 가시성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LG화학이 이차전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회사를 새로 설립하고 기업공개를 한 일을 들 수 있다. IG화학 주주 대부분이 LG화학의 이차전지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G는 어느 날 이차전지 사업을 분할해 따로 상장했다.
카카오도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등을 분사해 기업공개를 한 사례가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 케이스다. 카카오 주주들은 카카오라는 플랫폼하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때문에 카카오 주식에 투자한 것인데, 회사가 어느 날 주요 사업부를 다 분사해버린 탓에 껍데기만 남은 회사인 카카오의 주주로만 남게 된 것이다
이런 행위는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주주의 이익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성장성 있는 사업이 분사된 탓에 기존 주주가 가진 회사의 밸류에이션도 떨어지고 주가도 급락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세 번째 문제는 정부 정책이다. 정부가 갑자기 유예 기간 없이 공매도 금지를 발표하거나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은 산업 중 하나인 은행에 대해 '은행은 공공재'라고 언급하는 일 등은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소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 특정 회사에 주식투자를 할 때 가장 꺼려하는 부분이 불확실성인데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도 한국 시장의 낮은 밸류에이션의 원인 중 하나이다.
마지막 문제는 한국의 주주환원율이 대만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 시장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PC에서 모바일, 그리고 서버로 계속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 PC 시대에는 수많은 디램 회사가 난립했는데 전형적인 범용 제품 생산에 치우쳐 있었기에 규모의 경제만이 원가 절감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모든 메모리(대부분 디램) 회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과잉 투자를 지속했다
수요의 축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맞춤 제품의 성격을 지닌 모바일 디램으로 인해 디램 회사들의 차별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 내부 고객이 있는 삼성전자는 계속 업계 선두를 유지했고, SK하이닉스는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중국 모바일 업체를 공략하고 기존 공장의 효율성을 최적화하며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기보다는 2등 업체로서 만족하며 생존 전략을 이어갔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신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공급업체 간 통합을 추진하던 중에 파산 직전인 일본과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를 헐값에 사들여 기존 마이크론의 기술을 접목하는 전략을 취했다. 마이크론은 이런 전략을 통해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갔다. 따라서 모바일 시대에는 1등부터 3등까지의 순위와 시장점유율 변화가 크지 않았다.
그 후 메모리 수요가 서버 쪽으로 옮겨가면서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업체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의 기업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또한 2019년 삼성전자가 아마존에 판매한 1×mm(세대 10나노미터 서버 디램의 불량 문제가 제기되면서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 일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가 장악했던 미국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을 흡수하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챗GPT와 더불어 AI 서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에,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전체 시장의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 삼성전자도 포기한 HBM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뚝심 있게 계속 투자한 일이 HBM 내에서 지금의 SK하이닉스의 위상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측면에서 서버 비중이 가장 높고 모바일이 그다음이다. PC는 전체 수요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보다 수요의 다변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메모리 사이클은 걸국 메모리가격에 따라 결정되고 메모리 가격은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근본적인 구조는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수요의 변화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과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3사가 치킨게임(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 이론)을 하기보다는 투자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보
수적인 수요 에측으로 저투자Underinvestment(필요한 투자보다 적게 투자)에 나서면 메모리 시장은 과거와 다른 사이클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기존의 생산 물량 기준이 아니라 매출기준으로 다음 분기 실적에 대한 예측치를 제공하는 것도 물량 기준인 시장점유율보다는 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는 경영 방침을 시장에 보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HBM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기존의 사이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에상하지만, 나는 앞서 언급한 대로 2024년을 기점으로 HIBM이 일으킨 주가 움직임은 점점 사그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메모리 가격의 방향성에 따라 메모리 회사와 관련된 공금망 회사들의 주가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움직이리라고 생각한다
- 주가는 회사의 미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이고 회사의 미래 가치는 결국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시장 참여자들, 특히 애널리스트들이 계속 오르고 있는 주식의 목표주가를 울리기 위해 수익 추정치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올리면서 리레이팅re-raring을 외치는 순간 주가의 업사이드는 제한적이라고 보는 게 맞다.
리레이팅은 애널리스트가 향후 회사의 수익이 더 오를 확률은 높지 않은데 현재 주가가 이미 본인의 목표주가에 다다랐기 때문에 타깃 멀티플Target multiple(목표주가 산정을 위헤 이익의 배수를 정하는 것)을 상향 조정해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보다 높은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내년도 주당순이익이 10,000원이고 이 회사는 주당순이익의 10배에 거래될 것이라고 가정해 목표주가 100,000원을 제시했는데 주가가 100,000원까지 오르고 주당순이익을 올릴 만한 재료는 없는 상황에서 타깃 멀티플을 10배 대신 15배로 제시하면서 목표주가를 150,000원으로 올린다는 뜻이다
거꾸로 애널리스트가 디레이팅de-rating을 말하면서, 계속 떨어지는 주식의 이익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깃 멀티플을 하향 조정해 목표주가를 낮추면 주가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신호로 봐도 좋을 듯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오르는 주식은 계속 오를 듯싶고 내리는 주식은 계속 내릴 듯싶은 게 인간의 심리이다. 하지만 계속 오르거나 계속 떨어지는 주식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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