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저자
노엄 촘스키, 데이비드 바사미언(인터뷰어) 지음
출판사
시대의창 | 2009-01-1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오바마 시대, 미국은 과연 변화할 것인가[촘스키, 변화의 길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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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해 이스라엘은 언제나 그랬듯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온갖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음.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소행을 합의라고 미화하고 미국은 철수라고 부름. 그러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정책은 이스라엘이 군사적 합병과 분할정책을 통해 옥토를 빼앗고 물을 포함한 중요 자원들을 강탈한 후, 여기에 이스라엘 사람들을 정착시키고 기간시설을 갖추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거주지역을 사람이 살 수 없는 분할지로 고사시키려는 정책. 이러한 분할지는 서로 서로 분리되었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상업, 교육, 문화적 생활의 근거지가 될 수도 있었던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정착지들로부터도 완전 분리됨.
- 2차대전 이후로 미국은 극단적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지원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원자였음. 아랍세계에서 미국의 가장 오래되고 소중한 동맹국은 사우디임. 이란은 그에 비하면 민주주의의 지상낙원임. 사우디의 종교적 극단주의 독재자들에 대한 위협은 세속적 아랍민족주의였는데, 이런 민족주의는 게말 압델 나세르가 추진한 것. 나세르가 미국의 적이 된 이유는 그가 극단적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기반인 사우디를 위협했기 때문. 우연히도 사우디는 원유를 통제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것이 미국이 사우디를 감싼 진짜 이유. 67년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기반으로 하는 세속적 아랍민족주의를 일소함으로써 미국, 사우디 그리고 에너지 회사들에게 엄청난 기여를 함. 당시 세속적 아랍민족주의가 풍미하면서 자국의 지원을 자국국민을 위해 사용하려는 위험한 분위기가 생겨났는데 이런 시도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음. 그러한 자원들은 오래전에 조지키넌이 말한 것처럼 미국의 자원이고 미국은 그 자원을 보호해야하기 때문. 똑같은 일이 되풀이해서 벌어지고 있음. 이스라엘은 세속적 민족주의자들인 PLO를 궤멸시킴으로써 하마스를 태어나게 했음. PLO는 사실 협상과 해결은 요구하는 온건한 집단이었음. 이스라엘과 미국이 절대로 원하지 않는 것이 바로 협상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PLO를 궤멸시켜 버림. 그후 놀랍게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분열하지 않았음. 오히려 그들은 무언가 다른 것, 종교적 근본주의로 눈을 돌리게 됨
- 이상한 지정학적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의 주요 에너지 보고는 시아파가 지배하는 지역에 몰려 있음. 사우디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보고를 갖고 있음. 사우디의 유전은 이라크와의 접경지대에 주로 집중되어 있는데, 이 지역 역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의 독재자들, 즉 그들의 지배를 받는 시아파 회교도들이 몰려사는 곳임. 그러나 이제 이들은 더 많은 권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자치권을 요구하기도 함. 이라크의 시아파 형제들이 이라크내에서의 정책에 대해 어느정도의 통제권을 획득하는 것을 보면서 자극을 받았기 때문. 이렇게 보면 이 지역에서 느슨하나마 일종의 시아파 연대세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음. 이란 시아파, 이라크 시아파, 사우디 시아파들이 연대해서 미국으로부터 벗어나 세계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통제하는 가능성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연대는 동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모름. 미국은 유럽을 위협할 수는 있어도 중국을 협박할 수는 없음.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임. 중국인들은 이미 과거 3000년 동안 이 지역에 등장했음. 쉽게 겁을 먹을 나라가 아님. 미국은 중국으로 하여금 중동문제에 손을 떼라고 하지만, 중국인들은 끊임없이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음.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정부는 그들에게 공식만찬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굴욕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 실제로 미국은 공식만찬대신 오찬만 제공. 후진타오는 매우 전잖은 사람이었음. 그는 자신이 당한 굴욕감을 아주 부드럽게 받아넘기는 대신, 워싱턴에서 곧바로 사우디로 날아가 융숭한 환대를 받음. 그는 사우디와 새로운 투자를 체결하고 무역관계를 증진시킴. 중국은 이제 사우디의 최대 무역파트너가 되었고 지금은 군수불자까지 제공. 이런 사태진전이 미국의 민간전략가들을 경악시켰음에 틀림없음.
- 9/11에 대한 논의가 왜 이렇게 관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가? 이 점에 있어서 권력자들이 의심됨. 9/11은 정부의 훨씬 더 심각한 진짜 범죄들로부터 국민들의 저항 에너지를 분산시킴. 가령 미국 정부가 세계무역센터를 폭파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의 기준으로 보자면 이건 아주 사소한 범죄에 불과. 핵전쟁의 위협과 환경재앙을 증대시키는 것이 훨씬 더 나쁜 범죄임. 인류전체의 생존을 앗아갈수도 있기 때문. 미정부가 저지른 이라크와 레바논 침공을 보라. 아니면 미정부가 자국의 근로자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만행을 보라. 그런 사례는 수없이 많음. 미정부는 실질적 의미에서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 그런데 이런 일상적 범죄에 대해서는 아무런 항의도 찾아볼 수 없음.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많은 잠재적 저항 에너지가 9/11에 소진되고 있기 때문. 권력집단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건 참으로 다행인 셈. '그래 이 사람들에게는 씨스팬(정부관련 일이나 공공문제를 24시간 방송)이나 실컷 볼 수 있게 해주자. 그리고 9/11 관련 서적들을 서점 앞줄에 놔주자.'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 그렇기 때문에 9/11에 대해 이렇게 관대하게 나오는 것임. 말하자면 국민들이 9/11과 같이 전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쫓아다니며 에너지를 소비하는 동안,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하게 되는 것임. 9/11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음. 그와 관련된 증거도 확실하지 않음. 테러의 물리적 증거물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것을 판별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움. 이 문제는 매우 난해한 전문적 공학에 관한 것임.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한가지 논점은 과학자들이 실험을 하는 근본적 이유임. 과학자들은 창 밖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비디오테이프를 분석하지 않음. 이유는 간단함. 창 밖에서 일어난 사건은 너무나 많은 변수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복잡한 사건의 실체를 비디오 테이프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 이런 사건에는 늘 설명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우연의 일치와 명백한 과학법칙의 위반이 수반됨. 통제된 실험에서조차 예기치 않은 문제들은 발생함. 과학저널의 칼럼이나 기사를 보면 이런 사례들은 수없이 나옴.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점을 알고나면, 결국 우리가 에너지를 소진해가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
- 미국역사에서 보자면, 이란에 관해서는 한가지 사건이 있음. 바로 79년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임. 이란의 역사는 반세기 이상 미국에게 끊임없이 고문당하고 괴롭힘당한 역사임. 53년 미 중앙정부국과 영국은 쿠테타를 공모해 이란의 내각을 전복시키고 사악한 독재자 샤 레자 팔라비를 집권시킴. 그 이후 그들은 모든 잔학 행위들을 뒷받침함. 이 기간 동안 이란 통치자가 저지른 고문들, 사바크의 학살행위, 기타 등등에 대해 미국의 언론은 단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았으며, 79년까지 그랬음. 그러다가 마침내 카터가 77년 테헤란에 가서 최고통치자의 위대한 영도력을 추켜올리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예찬했음. 카터의 입에 발린 말은 이란 국민들 다수를 격노케 함. 79년 이란 정부가 전복되자, 카터정부는 거의 즉각적으로 그에 대응한 군사 쿠테타를 기도함. 그런데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레이건 정부는 이웃의 사담 후세인에게 눈길을 돌려 그로 하여금 이란을 침공토록 함. 이를위해 레이건 정부는 이라크를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켰고, 후세인에게 엄청난 지원을 함. 여기에는 화학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수단까지 포함되어 있음. 이렇게 해서 이란 국민 수만명이 학살되었던 것.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지원으로 해서 말이다. 이런 지원은 후세인이 최악의 잔학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이루어졌음. 미국의 개입은 점점 많아졌고 마침내 이란-이라크 전쟁에 거의 직접적으로 개입할 지경에 이름. 그러자 이란은 도저히 미국과 대항해 싸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계산을 하고 항복하게 됨. 이란 국민들이 미국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임. 확신컨대 미국이 후세인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이란 국민들의 기억속에서는 지워지지 않을 것임. 게다가 89년 이란과의 긴 전쟁이 끝나자 미국은 이라크의 핵무기 기술자들을 워싱턴으로 초대해 핵무기 개발법을 가르치기 위한 훈련을 시킴. 이란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잊지 않을 것임.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무기에 관한 근거도 없는 염려를 늘어놓는 데 대해, 이란 국민들은 아마도 냉소적 반응을 보일 것임. 반세기 이상을 억압당했으니 말이다. 미국 국민들에게 이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임. 그러나 이란 국민들에게는 이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됨. 곤봉을 휘둘러댄 가해자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 누군가를 정복해서 억누를 때는 뭔가 이유가 필요함. "나는 원래 개자식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냥 훔치고 싶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음.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이고 그들도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며, 실제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해야 함. 우리가 그들을 돕고 있다는 것. 이런 것이 바로 노예주인들의 태도임. 노예주인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음. "내가 이 사람들을 노예로 삼은 것은 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쉽게 착취할 수 있고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대신 그들은 이렇게 말함. "우리는 그들에게 시혜를 베풀고 있어. 그들은 그것이 필요하거든" 심지어 19세기 인류학자들은, 흑인들의 등이 굽은 것은 면화를 채취하는 데 알맞도록 유전적으로 적응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음. 그렇기 땜누에 흑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17세기와 18세기를 시작으로, 유럽의 제국주의는 특히 악랄한 모습을 띠게 됨
- 각 국가는 자신의 국익을 추구함. 국익이 무엇일까? 아담 스미스는 국익이란 국가정책의 핵심입안자들의 이익이라고 명쾌한 정의를 제시. 아담 스미스 시대의 국가정책 입안자들은 상인과 제조업자였음. 오늘날에는 다국적 기업과 그 무리들임
- 영국은 비록 규모면에서 비교가 될 수 없지만 미국에 앞선 가장 강력한 무역국가였음. 영국은 19세기 말엽에 자유무역을 옹호했음. 그때는 산업화면에서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훨씬 앞섰기 때문에 영국의 제조업자들은 앞으로도 자기들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음. 그들은 잠깐 동안이긴 하지만 선택적으로 경쟁분야를 제어하는 기쁨을 맛봄. 그러나 그것도 상당한 제약을 통해서 가능했음. 예를들면, 영국은 강력한 보호무역조치로 인도라는 시장을 유지. 그런데 20년대 일본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자 영국 산업계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엇음. 결국 32년 일본의 수출공세로부터 대영제국의 시장을 폐쇄하게 됨. 부분적으로 이것이 태평양에서 벌어진 2차대전의 배경이 되기도 함. 사실은 전쟁발발의 강력한 배경이 된 것. 이런 일이 벌어질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 수 있었을 것임. 그러나 미리 생각한다는 것은 권력의 핵심들, 정치가들, 기업의 총수들의 특성이 아님. 그들은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
- 인터넷 검색은 말하자면 생물학자가 모든 생물학 저널을 읽는 것과 같음.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음. 진정한 과학자라면 그렇게 하지 않음. 읽어야 할 문헌은 방대함. 문헌들속에 함몰될 수 있음. 유능한 과학자라면 자신이 어떤 정보를 구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임. 그가 접하게 되는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필요한 것마을 최소한으로 보는 사람 말이다. 의식있는 독자도 마찬가지. 그것이 인쇄물로 되어있든 인터넷에 올라와 있든 구해야할 정보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지식, 배경에 대한 이해, 세상을 해석하고 걸러주는 장치로서의 미디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하는 인식능력이 필요. 그러면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알게됨. 인터넷도 마찬가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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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저자
노엄 촘스키 지음
출판사
황금나침반 | 2006-02-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세계 1%의 지성이자 양심, 촘스키가 고발하는 미국에 대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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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침략직후, 정책 입안자와 분석가 사이에서도 눈치 빠르기로 소문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미국이 중동의 석유공급을 지배한다면 그 지역의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과 아시아 경제에 간접적이지만 정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고 지적. 브레진스키는 2차대전 후 정책입안자들, 특히 조지 케넌의 결론을 되풀이하고 있었음. 케넌은 걸프지역의 에너지 자원을 지배하면 산업 경쟁국들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는 힘을 미국이 갖게 될 것이란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음. 단기적 힘이나 부에 비교해서 인간의 생존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케넌의 계산은 무척 합리적이었음. 하지만 새삼스런 계산은 아니었음. 이런식의 계산은 인류의 역사에서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음. 다만 오늘날에는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라크는 석유 매장량에서 세계 2위인데다 에너지 자원의 주요 공급처인 중동의 심장부에 위치. 따라서 미국이 이라크를 지배할 수 있다면, 지난 30년 동안 형성된 3각구도의 세계경제(미국이 지배하는 북아메리카, 유럽, 그리고 남반구 및 남동아시아 경제권과 연결된 북동아시아)에서 경쟁국들을 압도하는 전략적 힘과 중대한 영향력을 워싱턴이 확보하는 셈. 2차대전 후,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 문제는 언제나 핵심과제였음. 더구나 부시의 공격적 군국주의 때문에 미국의 지배에 반발하며 결속하는 세력이 형성되고, 그 속도가 빨라지면서 에너지 자원의 지배력 확보는 어느때보다 절실한 문제로 부각되었음.
- 중동 산유국은 주로 사우디를 뜻했음. 이제 이라크가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부상. 이라크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보상물임. 기존의 엄청난 매장량 때문이 아니라 아직 뚜껑조차 열지 않은 막대한 유전이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 게다가 채굴비용도 무척 낮아, 그곳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획득하는 에너지 기업에는 노다지가 아닐 수 없음. 이번 침략으로 워싱턴의 규칙을 이라크에 적용할 수만 있다면 미국과 영국의 에너지 기업에는 큰 행운임. 그러나 2차대전 이후 중요한 쟁점은 접근권이나 이익이 아니었음. 석유에 대한 지배권이었음. 국제문제에서 결정적 영향력이란 과제는 예측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권력이기 때문. 파탄국가의 특징은 그들의 국민을 폭력, 심지어 파멸에서도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정책 결정자들이 그런 우려를 지배계급의 단기적 권력과 축재보다 우선순위에서 뒤에 놓는다는 점. 파탄국가의 또 다른 특징은 무법국가라는 점. 달리 말하면, 파탄국가의 지도자들은 국제법과 국제조약을 경멸하고 무시함. 국제법과 국제조약은 다른 나라들에나 적용되는 것이지 무법국가에는 적용되지 않음.
-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교조적 체제는 적을 악마로 둔갑시킴. 이런 성격 규정이 때로는 맞지만, 적에게 뒤집어 씌우는 범죄가 무력응징을 요구할만한 이유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교저적 체제가 제시하는 증거들은 한 국가를 친구이자 우방에서 타도해야 할 궁극적 악으로 쉽게 전락시킴. 최근의 예가 후세인임.
- 공식 발표에 의문을 제기사는 고집쟁이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음. 애덤 스미스가 그런 고집불통 중 하나였음. 그는 고결한 의도를 내세우는 영국의 입장을 경멸. 제국정책을 세운 주역이 장사꾼과 제조업자라며, 그들의 이해가 주로 반영되어 다른 나라, 특히 영국의 야만적 불법행위에 침략당한 인도만이 아니라 영국의 국민마저 통탄할 충격을 주는 정책이라고 주장. 따라서 스미스는 음모론자, 즉 역사의 기록과 문서를 뒤적대면서 국가의 권력구조와 이해관계를 추적한 사람에 속함. 음모론자는 민주주의와 정의와 자유를 세계에 알리고 심겠다는 열정과 같은 고결한 의도에 기계적으로 동의하지 않음. 따라서 그들의 치명적 영향력은 폭력국가에서는 무력으로, 자유국가에서는 다른 수단으로 차단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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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생활의 비밀

저자
김주완, 이승우, 임원기 지음
출판사
거름 | 2013-11-0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당신을 알고 싶어요! ______________ 왜?지금까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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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리주의로 잘 알려진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이 18세기 후반에 구상한 파놉티콘은 일종의 이중 원형건물임. 감옥의 바깥 부분에는 원형으로 만든 건물이 들어섬. 바깥쪽 건물에는 수인들이 살게 됨. 수용실 문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음. 그 앞에는 좁은 복도를 설치함. 건물의 안쪽 부분에는 또 다른 원형의 감시탑이 존재. 이곳에는 교도관들이 머무르며 수인들을 감시함. 수용실이 감시탑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교도관들은 멀리 움직일 필요없이 시선을 돌리는 것만으로 수인들을 한꺼번에 감시 가능. 수인들은 감시자가 있는지 없는지 알 방법이 없음. 그 결과 수인들은 감시하는 사람이 있건 없건 항상 감시자가 있는 것처럼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음. 감시자가 강요하는 규율을 내재화하고 항상 자기검열하는 삶을 강요하는 것이 파놉티콘의 핵심. 미셸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음. 푸코는 파놉티콘이 근대적 감시의 원리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건물양식이라고 보았음. 그는 근대이전의 사회가 군중이 한명의 권력자를 우러러보는 스펙터클 사회였던 반면에 근대 사회는 한명의 권력자가 다수를 감시하는 규율사회로 바뀌었다고 생각했음. 현대사회를 전자 파놉티콘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함. 시간이 흐르고 각종 기술이 발전하면서 벤담의 파놉티콘에서 수인들을 향하던 각종 기술이 발전하면서 벤담의 파놉티콘에서 수인을 향하던 감시자들의 시선은 정보로 진화. 수많은 정보 가운데 감시자의 시선과 가장 닮아 있는 것이 바로 CCTV임
- 앞으로 CCTV가 발전하는 방향의 핵심은 눈이 아닌 뇌. CCTV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렌즈와 이미지 센서는 지금도 상당부분 발전을 이루어냈음. 현재도 소형 카메라에서 풀HD화질로 촬영 가능. 하지만 뇌 부분은 여전히 발전의 여지가 많음. 특히 영상을 저장하고 분석하는 부분의 기술이 핵심임. 과거에는 촬영한 영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특정 시간에 특정장소에서 찍힌 인물의 움직임 정도에 그쳤음. 일일이 영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필요했음. 하지만 앞으로는 카메라에 찍힌 인물의 행동과 움직임 만으로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 그 인물이 특정 장소에 얼마나 자주 나타나 어떤 행동을 했는지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음. 네트워크로 연결된 카메라를 통해 그 인물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일도 어렵지 않음. CCTV가 권력의 비대칭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이유는 감시라는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님. 이 장비를 통해 단순한 사실의 기록을 넘어 축적된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CCTV의 발전은 자료생산을 더욱더 쉽게 만들고 있음. 개인들에 대한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각각을 다른 그룹으로 분류하고 이들을 다르게 취급, 대우할 수 있게 되는 것임. 어느 누구도 CCTV를 이같은 의도로 만든다고 하지 않음. 하지만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이를 상기시킬 필요는 있음. 벤담이 고안했던 파놉티콘이 실제로 건축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를 악용할 것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함. 경제적 이익을 만들어내야 하는 공장과 같은 시설을 파놉티콘으로 만들었을 때 이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 권력을 쥐고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현대의 CCTV도 마찬가지. 국민의 보호를 위해 늘려가는 CCTV가 관리자 혹은 침입자의 의도에 따라 잘못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함. CCTV를 아예 없대자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부작용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을 것임.
- 기술의 발달은 CCTV의 정의를 말단에서부터 바꿔나가고 있음. 과거 CCTV를 사용하는 주체는 정부, 사용자 등 권력을 가진 쪽에 한정됐다면 이제는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도 쉽사리 이를 이용할 수 있음. 교사의 구타를 감시하겠다며 교실에 CCTV를 설치한 학생들이 한 예임. 고정돼 있는 카메라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음. 스마트폰과 블랙박스 등은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어내고 있음. 그렇다고 해서 CCTV가 갖고 있던 권력의 비대칭성이 무너졌다고 볼 수는 없음. 정부 등이 운용하는 대규모의 체계화된 시스템에 비해 개인들이 쓸 수 있는 CCTV는 한정적임. 외려 만인에 의한 만인의 감시 시대가 도래한 것인지도 모름. 재미있는 점은 기술의 발달로 감시가 아닌 다른 용도로서의 CCTV가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전통적 권력기관이 아닌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음. 이들은 당신이 누구인가에 대해선 큰 관심을 두지 않음. 다만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특정 장소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정보를 제공할 때 가장 큰 관심을 보일지 등에 대해 고민함. 쉽게 말해 영상으로 얻어낸 정보를 이용해 더 큰 수익을 올리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
- 구글이 구글 글래스를 만드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함. 알려진 것처럼 구글의 매출 가운데 상당부분은 광고에서 나옴. 세계 최고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어떤 키워드를 검색하는지에 따라 알맞은 광고를 함게 내보냄. 그 사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수록 광고의 정밀도 또한 높아짐. 구글이 제공하는 이메일, 캘린더, 앱스토어, 문서 등 모든 서비스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음. 구글글래스는 모든 서비스 가운데서도 가장 정학도 높은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음. 그 사람이 평소 움직이고 보고 듣는 것을 알 수 있음. 구글은 당신이 누구인가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음.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 싶어함.
- 과거에는 SNS같은 개인 미디어가 없었음.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외쳐도 바로 그 메시지는 바로 증발됨. 지인끼리 편지를 보내고 모임을 가져도 그 기록이 남지 않은 이상 증거가 남지 않음. 설령 기록이 존재한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열람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지도 않았음. 사생활이란 굳이 지켜야할 무엇이 아니었음.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음. 날로 진화하는 IT기술이 프라이버시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음. 그 중심에는 SNS가 있음. 누가 따로 기록하지 않아도 내 글과 내 사진이 인터넷 상에 남아 있음. 숨기려해도 노출되기 십상. 개인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임.
- '11년 미국에서는 회사 입사지원자의 SNS등 인터넷 궤적을 조직적, 체계적으로 뒷조사하는 대행업체가 미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합법성을 인정받아 논란이 됨. FTC가 입사지원자의 인터넷 자료를 조사하는 업체인 소셜인텔리전스의 업무를 승인한 것. 물론 당사자가 동의할 경우로 제한한다는 단서가 붙긴 했음. FTC는 조사업체가 이런 자료들을 7년간 보관할 수 있도록 허가. 미국에서는 또한 취업, 입학 등 지원자의 평판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 레퓨테이션 닷컴. 리부브유어네임, 디펜드마이네임 등은 개인과 기업을 상대로 다양한 온라인 평판관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음. 개인용 서비스에 가입하면 인터넷에서 가입자가 어떻게 언급되고 검색되는지 알려줌. 구글, 야후, 빙 등의 검색엔진에 노출되는 고객의 부정적 정보를 삭제하거나 감추어 주는 서비스도 같이 하고 있음. 사실 인터넷 기업들은 프라이버시를 이용한지 오래임 구글은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온라인 광고를 제공하고 있음. 네이버도 유선상에서 이용자의 인터넷 주고를 기반으로 인근 식당, 마트 등의 정보를 알려줌. 이와 관련해 구글은 '12년 1월 개인정보 통합관리를 하려고 해 논란이 됐음. 지메일, 유투브, 구글맵스 등 각기 따로 관리하던 개인정보를 합쳐서 운영하겠다는 것이 골자임. 개인정보는 많을수록 파괴력이 세짐. 파편화된 퍼즐조각을 모아 원래 그림을 찾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임. 이 때문에 구글의 새로운 개인정보 관리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
- 위치정보 보호법은 업체가 위치정보를 수집하려면 정부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 또한 위치정보를 활용해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을 하려면 정부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함. 허가를 받아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신고한 이후에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불법이 아님. 수집한 정보가 익명의 위치정보가 아니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위치정보라면 불법임. 문제는 개인 식별 위치정보 여부를 가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 구글 나우를 이용하려면 자신에 대한 정보를 구글에 제공해야 함. 많은 정보를 제공할수록 정교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음. 구글이 받아가는 정보는 위치정보와 스마트폰 주소록, 문자메시지, 애플리케이션 목록, 이메일, 구글 드라이브, 크롬 웹브라우저 사용기록, 플레이북, 음악 플레이어 등임. 구글 캘린더에 기록한 일정과 데스크톱의 검색 목록도 포함됨. 스마트폰에서 알 수 있는 정보의 거의 전부가 수집되고 있다고 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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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충격

사회 2014. 10. 11. 16:52

 


현재의 충격

저자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출판사
청림출판사 | 2014-08-18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모든 것이 라이브이고 실시간이며 현재진행형이다!“우리 시대에는 ...
가격비교

- 캠벨이 말하는 영웅적 여정은 지금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임. 이런 식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선형적 구조가 우리 삶의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단지 거기에 너무 길들여저 일어나는 사건과 문제를 바라보는 틀이 규정됐기 때문. 어떤 상황에서든 이와 같은 구조는 매료된 관객에게 어떤 가치관을 지닌 스토리라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음. 왜냐하면 우리가 주인공을 따라 위험속으로 들어가고, 그를 따라 긴장의 경사면을 올라 긴장과 불안이 최고조에 이른다고 할 때, 그가 거기서 빠져나올수만 있다면 우리는 어떤 해결책이든 받아들일 용의가 있기 때문
- 한때 정치적 수완이라고 불렸던 것은 위기관리와의 끝없는 투쟁으로 바뀌고 있음. 정치 지도자들은 이슈를 감당하기는 커녕 그에 훨씬 뒤떨어짐. 그저 발생하고 있는 요지경에 대응하느라 급급할 뿐이고 그 과정에서 얼마간 책임자로 비칠 따름. 대서사가 존재했다면, 이념적 성향이 강한 정책 입안자의 경우엔 민족주의적이며 국수주의적 태도를 취했을 것임. 그러나 서사가 철저히 부재한 상황에선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몰아치는 예측불허의 재난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음. 스토리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있음. 9/11이 발생하고 겨우 사흘이 지났을 즈음, 부시가 워싱턴 내셔널 성당에서 "이 싸움의 시작은 그들이 정한 시간과 방식을 따랐지만, 그 끝은 우리가 정한 방식과 시간에 따를 것입니다."라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을 때, 서사를 제어할 수 있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음. 나중에 그는 전투기를 타고 항공모함에 착륙한 뒤 작전완료라는 현수막 앞에 선 적이 있는데, 그것은 마치 하나의 스토리에 마침표를 찍는듯한 태도였음. 하지만 현실은 그에 아랑곳없었다. 현재주의적 세상에서 스토리를 앞에서 이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 게임을 통해 우리는 대중문화의 많은 부분을 난감하게 만드는 서사의 붕괴에 대해 좀더 건전한, 적어도 좀더 능동적 대응을 할 수 있음. 또한 우리는 어떻게 하면 현재 충격을 피하면서 동시다발적인 오늘날의 삶에 순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음. 플레이어는 스토리의 죽음에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스토리가 되면서 기꺼운 마음으로 순간순가 스토리를 구현해낸다. 그럼에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게임속에 가치관을 심을 수 있다. 이때 그가 하는 일이라곤 미리 가치관을 제시하지 않고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뿐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서사가 몰락하는 거의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다. 정치 영역에서 보자면, 이는 새로운 양식의 사회운동을 시작한 점령운동가들의 방식을 취한 것과 같다. 즉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식의 운동을 탈피하고 상식 범위 안에서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다. 마케팅 영역에서 보자면, 이는 브랜드 신화를 강조하는 대신 브랜드 경험이라 불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같음.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쇼핑 환경에서 소비자가 취하는 실제 쇼핑 방식은 브랜드 경험에 의한 것으로 소비자에게 스토리가 아닌 경험을 안겨줌. 이때의 경험은 선택하고 집중하는 자율적 행위의 경험임. 의학영역에서 보자면, 환자에게 아무짓도 말고 무조건 의사와 제약회사의 말만 믿으라고 하기보다 치유과정에 환자도 함께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음. 게임이라는 렌즈를 통해 문화와 정치 그리고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던 서사의 세계에서 실시간 참여를 유도하는 서사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음.
- 비록 중국인들이 베네딕트 수도사들보다 수백년 앞서 정교한 물시계를 만들긴 했지만, 아시아 문화에선 시계와 시간개념이 유럽에서처럼 널리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 서양인들은 중국인들이 이런 정교한 장치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른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보았음. 하지만 원인은 결핍보다 풍요에 있을 터였음. 중국인들은 그 진척에 대해 서양인과 다른 태도를 지니고 있었음. 시간을 쪼갤 수 있는 시계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중국인은 서양인과 똑같은 영향을 받진 않았음. 중국인은 시간을 다른 누군가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음. 이런 관점으 좋은 점도 있었고, 나쁜점도 있었음. 산업혁명 시대 여명기의 교회 종탑을 살펴보자. 신생 노동계금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모색하던 이들에게 시계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음. 역설적이게도 신성한 존재의 우월성과 편재성을 보여주기 위한 발명품이 결국 세속의 경제활동을 부흥하기 위한 도구로 바뀜. 그보다 한두세기 전부터 교역활동은 점점 활발해지는 추세였으며 숫자와 날짜를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 이전 시대를 달력의 시대로 규정할 수 있었다면, 새롭게 등장한 시계의 시대는 일정표로 규정할 수 있을 것임. 수도원의 종소리는 새롭게 등장한 도시사회의 종소리로 바뀜. 교역하고 노동하고 끼니를 때우고 물건을 사고파는 모든 활동 사이사이에 종소리가 끼어들었음. 통화와 길드처럼 중앙집권적인 르네상스의 여타 산물과 더불어, 종소리를 통제하는 것은 중앙의 권력이었음. 이는 불신의 씨앗이 되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노동자들로서 고용인들이 시간을 제대로 재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 시계탑이 생기면서 누구나 시간을 볼 수 있게 됨. 그리고 시간확인이 가능해지면서 시간의 권위는 더 확장됨. 시계탑 덕분에 이제 일상의 리듬은 기계장치의 지배를 받게 됨.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좀더 촘촘하게 짜인 시간표에 따라 움직였음. 달력이 주도했던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이었던 반면, 시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효율이 될 터였음. 달력을 통해 사람들은 역사를 생각하게 된 반면, 시계를 통해서는 생산성을 생각하게 됨. 시간은 돈이었음. 시계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고 난 직후에 영어 어휘로 새롭게 등장한 단어가 스피드였음. 그리고 원래는 시시콜콜하다는 의미의 펑추얼이란 단어도 정시에 도착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됨. 시계가 인간에 대한 은유가 되기도 함. 심장박동이 초를 재는 시계 탈진기의 똑딱거림과 닮았다는 것. 사람관리란 곧 시간관리였음. 사람들은 그들이 부리는 기계장치의 정확성과 규칙성에 따라 맡은 일을 수행해야만 했는데, 어떤 의미에서 보면 사람들이 기계와 같은 존재가 되어감. 1800년대로 접어들자, 노동자들은 출퇴근 시간을 확인받고자 타임리코더에 시간을 찍음. 테일러는 기계를 다루는 자신의 솜씨를 사람에게 적용해 과학적 관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 조수들과 함께 그는 스톱워치와 클립보드를 들고 회사 곳곳을 돌아다미녀 작업과정 각 부분의 효율성을 측정하고 그것을 극대화하고자 했음. 한 업무를 완전히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표준시간을 산출한다면서 서류함을 여는 데 소요되는 100분의 1초까지 측정. 일단 표준시간을 산출하고 나니 그것을 기준으로 노동자가 얼마나 일을 잘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음. 능률증진 운동이란 것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생산성이 증대된다는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고, 이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주장은 철저히 은폐했음.
- 바깥을 차단해 시간을 짐작할 수 없는 방에 사람을 집어넣고 관찰한 결과 연구자들은 평균적으로 사람의 생체시계가 24시간 주기라는 사실을 알아냄.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하루가 늘어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의 여행보다 하루가 줄어드는 동쪽에서 서쪽으로의 여행이 훨씬 더 우리의 생체시계를 혼란에 빠뜨림. 그러나 무엇보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중요 사실은 우리 안에 어떤 식으로든 신체의 신진대사라던가 생화학적 작용의 지배를 받는 시계가 있다는 것. 우리 몸이 달의 기운변화나 자기장의 변화처럼 보이지 않는 그 무엇과 상호작용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음. 그 둘다일수도 있었음. 어쨌든 생리기능주기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됨
- 우리는 해와 달의 주기와 계절의 순환 등과 같은 외부요인에 대해서도 반응하는 한편 내부리듬에도 반응. 우리 내부의 시계들은 서로 그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함. 낮시간에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체온이 상승하는데, 개중에는 더 빠르게 상승하는 사람이 있고 그들을 가리켜 아침형 인간이라고 함. 반면 체온이 서서히 오르는 사람들은 초저녁이 되어서야 가장 정신이 맑은 상태가 됨. 그런데 체온이 오를 때 우리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낌. 시간은 늘 일정한 속도로 흐르지만 우리안의 시계들은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
- 우리 인간은 농업을 발명한 이래 동기화의 이로움을 취하면서 살아옴. 특정 곡물이 특정 기후와 계절에 더 잘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된 농부는 때맞춰 거기에 맞는 씨앗을 뿌림. 이렇게 체계적으로 농사을 짓게 되면 곡물의 질과 양이 더 좋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특정 계절에 우리 인간의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철에 수확할 수 있는 열매와 채소와 곡물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게 됨. 감자, 당근, 고구마, 비트, 그리고 그 밖의 뿌리채소 등은 겨울철에 많이 수확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우리에게 겨울을 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제공하고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줌. 여름에 수확할 수 있는, 수분이 많은 과일은 더위에 지친 우리 몸을 식혀줌. 이런 피상적 관계 말고도 계절의 순환과 제철에 구할 수 있는 농작물의 효소 사이에는 분비샘과 호르몬의 차원에서 매우 긴밀한 관계가 존재. 지금 제철음식은 인간의 수십만년을 거쳐 진화해 오는 동안에도 제철음식이었음. 제철음식은 갑상선에서부터 비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의 모든 것이 일정한 주기에 따라 비축하고 비워내고 신진대사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거나 알려줌. 우리는 의식적으로 노력해 이런 식습관을 되살려놓을 수 있음. 그렇지 않으면 유기농 상점 진열대에 놓여 있는 일년 내내 구매할 수 있는 수경재배 채소들로 인해 우리는 자연적 식습관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계절은 우리의 정서와 호르몬 수치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영향을 미침. 우리 문화의 많은 부분은 바로 그러한 계절의 미묘한 영향력을 중심으로 이미 어느정도 형성돼 있음. 종교에서는 사람들의 감정상태를 이용하거나 혹은 중화시키기 위해 종교 축일을 만들어냄. 4월은 농사활동과 성욕이 최고조에 이르는 때인데, 그때 고대사회에서는 풍년제를 지냄으로써 토속신과 통치자들에게 그 에너지를 돌리도록 만들었음.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계절적 정서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시기에는 동지맞이 의식을 열음. 그때 각 가정에서는 밝고 푸른색을 띠거나 기름진 음식을 장만하기도 했음. 오늘날 영화사에서 여름철에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액션영화를 개봉하는 것은 여름철 관객들의 고조된 에너지를 겨냥한 것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 그런 식으로 겨울에는 지적인 영화를 그리고 봄에는 로맨틱 코메디를 개봉함. 영화사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우리가 자연적인 시간생물학적 리듬에 잘 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사에 유리하기 때문
- 우리가 독서를 하거나 사색을 할 때 수반하는, 신중한 형태의 인지활동은 속사포같고 피상적이며 충동적인 인터넷 활동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그런 것에 능숙해지면 우리는 마치 제임스 마치가 속성 학습자라고 명명한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속성학습자는 즉석에서 생각의 골자나 과정의 결론만 쏙쏙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 "속성 학습자는 노이즈가 낀 신호를 지나치게 바투 좇는 바람에 앞서 취한 행동의 결과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변화를 시도하게 되고, 이는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음. 이런 방식은 유전알고리즘의 문제를 풀기보다 유명 연예인이 약물중독 치료를 받으러 가다 인터넷에 올린 최근 글들을 분석하려고 트위터 스트림에서부터 블로그 댓글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사람한테 효과가 있음.
- 새로운 미해결 과제가 주어지면 사람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음. 마치 AS센터 접수대에 놓여 있는 수리전표처럼 말이다.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문제 하나하나는 똑딱거리는 시계처럼 우리 뇌리에 자리잡음. 해결하지 못한 문제와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한 과제들은 우리 뇌에서 가장 활성화된 부분에 자리잡고서 처리되기를 기다림. 이와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열린 상태로 계속 돌아가고 있는 루프를 최대한 많이 닫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손댄 모든 일들을 완수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 언제 어떻게 그 일을 처리할 것인지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우유를 사오라고 했다고 하자. 퇴근하면서 사갖고 가겠다고 머리속으로 메모를 하기전까지 루프가 열린 상태로 있게 됨. 우유 살 돈이 있는지 확인하고, 퇴근하는 시간에도 가게가 계속 영업을 하는지 기억을 더듬으며 가게에 들렀다 오는 가장 짧은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한다. 일단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면, 아직 그 일을 마치지 않은 상태라 할지라도 열린 상태로 있던 루프는 닫힘. 지금 현재 할 수 있는 것 혹은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없음. 뇌에서 활성화됐던 부분이 이제 해소됐기 때문. 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입증된 한가지 방법임. 받은 메일함을 다 비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눈엔 메일 하나하나가 다 열린 루프임. 따라서 그들은 메일을 받으면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그것을 매듭지을 수 있는 어떤 조치를 취하라고 한다. 답을 하던가, 달력에 표시를 하던가, 할일 목록에 올리던가, 아니면 그냥 지워버리든가 하라는 것이다.
-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개인들이 시간의 흐름속에서 자신을 탈바꿈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과거의 실수에 대해 용서를 받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그것을 더는 기억하지 않을수도 있음. 유대교 탈무드 율법에서는 사람들에게 일정기간마다 다른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라고 함. 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과거에 혹은 어린 시절에 겪은 부끄러운 순간을 다시 끄집어내지 말라고 한다. 옛 사람들은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음. 어떤 사람을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 약점이 된다면 공동체는 제구실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비교적 최근까지 문서기록물들이 일정시간이 지난 뒤 폐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사람들은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하여 새출발을 할 수도 있었음. 그리고 7년이 지나면 파산기록이 말소되기도 했음.
- 소비라는 행위는 점점 공연관람을 닮아가고 있음. 소비자 입장에서진정한 의미의 소비는 없다. 단지 경험만 있을 뿐이다. 다른 이가 소유한 물건과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갖기 위해 끊임없이 대가를 지불할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는 얽매이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예전에 구입한 디지털 음원이 혹시나 유실될가 봐 관리하고 백업할 필요도 없고 이사할 때마다 싸야 할 책과 음반도 없다. 화재와 홍수로 피해 입을 일도 없고, 원본이 훼손될 리도 없으며, 버릴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계약에 의해서만 접근할 수 있고, 업체가 우리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취급할수도 있으며, 사람들과 나누며 교류할 수 있는 길이 소프트웨어적으로 막혀 있음. 소비가 점점 더 편리하고 빨라지다보니 실제로 소유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지경에까지 이름. 어떻게 보면 마치 공유사회라도 된 듯하다. 모든 것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집단만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의 삶은 언제나 단위로 환상할 수 있는, 일련의 금전적 경험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 서구인은 대상에 집중하고 그것을 범주화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동양인은 배경을 보고 더 큰 환경적 힘에 대해 생각함. 서양에선 형식 논리를 사용해 사물을 파악하는 데 반해 동양에선 다양한 전략들을 사용. 니스벳의 설명에 따르면 아시아인들은 전체론적으로 추론한다. 이는 그들이 대상에 주목하되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관계를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범주나 법칙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고, 행동은 특정한 시간에 개별적으로 작용된다고 추정하는 힘에 종속된 것이라 인식함. 형식논리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변증법적 추론을 한다. 여기에는 종합과 초월 그리고 수렴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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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속이는 나이

사회 2014. 10. 7. 13:27

 


나이를 속이는 나이

저자
패트리샤 코헨 지음
출판사
돋을새김 | 2014-03-3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중년은 없다. 중년이라는 '생각'이 있을 뿐!이 책의 주인공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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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중년이란 개념은 모호했으며 어린이, 성인, 그리고 노인이라는 구분만 있었음. 노동 집약적인 농경사회에서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나이와 시간이 중요한 가치기준으로 부상. 더불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일반화되면서 연령별, 세대별 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그 와중에 중년은 비효율과 쇠락, 일탈과 위기라는 왜곡된 정체성을 부여받게 되어씀. 실체와는 동떨어진 문화적, 사회적 허구인 중년이 탄생한 것
- 1900년 이전에 실시된 인구조사에서는 출생일조차 물어보지 않아음. 그저 어린사람과 성인, 그리고 늙은 사람으로 구분. 중년이 그렇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생의 단계들은 모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아리에스가 유년기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시기가 16~17세기라고 밝혔듯이, 혹은 루이스가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시기는 중세였다고 추정했듯이, 가장 익숙한 가설들마저도 언제나 우리의 심리지도에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것들임. 오직 시간을 거치며 제2의 천성이 되어 평상적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게 되면서 우리들의 인생 그자체가 되었던 것
- 당연하게도 언제 어디에나 어린이들이 있는 것처럼, 언제나 사람들은 사랑에 빠짐. 하지만 루이스는 사랑의 우화(1936)에서 상호존중과 애정 그리고 개인적 선택에 근거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랑 이야기는 중세의 음유시인들 사이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 아리에스는 어린이들의 세기에서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어린이들은 그저 자그만한 성인으로 인식되었으며, 르네상스 이후에야 귀족들 사이에서 그들의 신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논증했음. 19세기 후반에 아동의 노동에 관련된 법률이 제정되고 보편적 교육을 명시하게 되면서 마침내 그런 생각이 나머지 계급에게 조금씩 전달됨. 이와 마찬가디로 아리스토텔레스오 셰익스피어도 인간의 여러 단계들을 언급해쓰며, 단테는 지옥편을 우리 인생 여정의 중간쯤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함. 하지만 중년을 특별한 성격을 지닌 별개의 발달범주로 인정했던 것은 겨우 지난 150년 동안의 일임. 중년은 그 무렵부터 비로소 행정명령과 과학적 분류, 정치적 관심 그리고 사업과 마케팅의 중요한 대상이 되었던 것임.
- 중년이란 개념이 19세기 후반부에 혜성처럼 등장하게 된 주된 이유는 우리가 더 오래살게 된 것 때문이 아님.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는 자녀수가 줄어들었다는 것. 중년의 발명으로 가장 먼저 혜택을 입게 된 사람은 노화를 한탄하는 농담의 대상으로 너무나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던 중년 여성들이었음. 자녀수가 줄어들자 자녀를 양육하는 기간도 그만큼 짧아졌고 그 시기를 벗어난 그들의 삶에 중년이란 개념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줌. 중년에 관한 가장 진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30세 이상의 사람들을 매우 못미더워하던 시대인 1960년대라는 것. 또한 그 뒤로 이어진 수많은 연구에서 중년의 가정에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여겨지던 중년의 위기 또는 빈 둥지 신드롬과 같은 문제들이 실제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는 것도 밝혀짐.
- 몇몇 실험에서 젊은 성인들의 경우, 신경을 거슬리게 하거나 희망을 주는 이미지에 노출되었을 때 뇌 측두엽 깊숙한 곳에 있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된다는 것이 밝혀짐.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년 이상의 성인들은 부정적 감정을 걸러내거나 억누르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즉, 긍정적인 이미지를 볼 때는 그들의 편도체에 불이 들어오지만 거북한 이미지는 무시한다는 것.
- 초창기의 미국에서 중년은 토론의 대상이 되거나 공식적으로 명칭을 붙일만한 가치도 없는 것처럼 보였음. 역사가 존 데모스는 사실, 중년은 특별히 구별해야 할 필요가 없는 임시적인 시간이라고 여겨졌다고 했음. 그 대신 이 중간의 시간들은 인간의 능력이 활짝 피어나는 시기를 대표하는 것이었음. 30대와 40대 그리고 50대의 사람들은 완전히 성숙한 인물로서, 한편으로는 유년과 청년에 반대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년에 반대되는 일탈로서 평가되는 기준이었음. 한 사람의 토지소유와 경제적 자원은 중년층에서 가장 풍족했으며, 정치나 교회단체에서의 위치도 확고하게 확립되어 있었음. 중년의 아내는 농장 또는 소매사업을 감독하면서 가정과 자녀들 그리고 그 외의 가족 구성원들을 확실하게 통제했음. 1850년대에 커리어앤아이브스가 판매했던 인기삽화는 인생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10년단위로 묘사. 5층으로 된 계단의 정상에는 50세가 서 있고, 그 아래층의 양옆으로 40세와 60세가 서 있음.
- 사람들이 도심지로 몰려들게 되면서 시골의 가정과 농장, 학교 그리고 교회에서 세대에 대한 자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형서오디어 있던 사회는 점차 나이와 관련된 집단으로 분류되기 시작. 규모가 커지던 군대와 같은 정부조직의 관료들은 나이를 활용해 주민들을 판단하고 조직하고 편성함. 나이는 교육과 통계자료 그리고 군입대의 기준이 됨. 1850~60년대에는 처음으로 학생들을 나이에 따라 학년을 구분하여 배치. 1880년대에는 YMCA, 보이스카우트, 캠프파이어 걸스, 4-H클럽과 같은 시민단체들이 출생연도에 따라 구성원들을 분류하기 시작. 1900년에 시행된 인구조사에서는 그동안 10년 단위로 주민들을 분류했던 것과는 달리 최초로 출생일에 대한 설문이 추가됨. 도시에서는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이어지던 농장일이 공장이로 대체되고 전기가 밤을 밝히면서 일련의 여가활동이 개발됨. 놀이공원, 댄스홀, 친목회, 그리고 남녀 대학생의 사교클럽에서 같은 세대의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리게 되었음. 산아제한 활동가인 마가렛 생거는 여성 친목회가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을 찾을 수 잇는 중년여성들을 위한 학교가 되었다고 했음. 이런 분류는 세대별 정체성을 소개함과 동시에 그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함. 1910년 이후로 빠르게 퍼진 공립 중고등학교의 확산은 10대들을 분리시켜 그들만의 독특한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음. 고등학교는 자신의 부모들이 받았던 수준을 넘어서는 교육을 제공해쓰며, 직장이라는 성인들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간을 늦추어주었음. 사람들이 점점 더 특정한 인생단계와 자신들을 동일시 하게 되면서 각 단계 사이의 경계긋기는 더욱 확실해짐.
- 점점 더 커지게 된 자율성에 대한 의식은 여성으로 하여금 자녀를 갖는 것이 오직 신의 뜻이라거나 남성의 권위와 관련된 문제라기보다 개인적 선택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음. 이러한 견해는 점점 늘어나는 여성주의자와 산아제한론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의해 뒷받침 되었음. 타이어를 탄생시킨 굿이어의 가황고무 발명은 값싸고 안전한 고무 콘돔의 생산으로 이어져 1870년대에는 콘돔이 대중화됨. 1900년 무렵,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100년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인 2~3명의 자녀만을 두었음. 평균 53세에 모든 자녀가 독립했으며, 평균 71세에 사망했음. 성인기는 이제 더 이상, 죽을때까지 농장일과 자녀양육을 위한 일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었음. 중년의 여성들은 처음으로 패션, 쇼핑, 직장, 그리고 자원봉사와 같은 다양한 관심사들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음. 자녀를 키우고 난 이후의 삶이 생겨난 것임.
- 20세기 내내 상품 제조업자들은 대중들에게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면서, 의복에서부터 자동차와 전화기 그리고 실내장식에 이르기까지 정기적인 유행주기를 확장시켰음. 1900년에 AT&T사가 처음으로 지역의 벨 시스템을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시켰을 때, 전화는 사업과 가정의 필수품으로 시장에서 거래되었음. 거의 30여년 후 AT&T사는 자신들의 판매방식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음. 한때는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각 가정마다 한대의 전화기가 있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왜 두번째 전화기를 구매하게 되었을까? 회사의 경영진이 전화기가 편리함과 부유함의 상징으로 보이도록 판매전략을 수정하면서 화장실을 포함한 모든 방에 전화기가 있는 것을 자랑으로 삼도록 유도했던 것임. 수건 제조업자들은 실용품으로만 여겨졌던 수건을 색상과 패턴을 활용하여 디자인과 고급스러움을 과시하는 대상으로 바꾸어 놓음. 그들은 마침내 색상을 조화시킨 새로운 수건세트를 정기적으로 선보이면서 하루에 한번이상 목욕을 하고 매번 새로운 수건을 사용하도록 권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냄.
- 스탠리 홀 역시 심리학적인 표현으로 중년의 위기를 제시. 노년기에서 그는 "청년기 후반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노화의 시기와 동일한 특징들이 많이 나타난다. 우리는 갑작스럽게, 어쩌면 한순간에, 인생이 더 이상 우리 앞에 펼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젊음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격렬히 저항한다. 이 돌연한 공포는 더 이상 재주넘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에 품었던 희망들과 타협을 해야만 한다는 것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풍족한 시간이 있다는 생각을 버리면서, 서둘러야만 한다." 고 했음.
- 54년 로저 배니스터가 1마일 달리기의 4분대 벽을 깨고, 또한 과학자들이 남성의 정자는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타고난 한계라는 생각의 오류는 증명될수도 있었음. 하지만 타고난 한계라는 믿음은 그런 객관적인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되고 있음. 그 믿음이 철학이나 정치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 자유주의자들이나 보수주의자들이 본질적인 한계라는 이론을 끌어들이는 것은 변치 않는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함임. 이처럼 중년에 대한 생각들을 고치기 어려운 것은 지적인 유행, 그리고 심리적 경향의 영향을 받기 때문.
- 오늘날의 신경과학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결국 데카르트의 생각은 틀린 것으로 보임. 오히려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저작물들이 출판되는 것을 보지 못했던 17세기의 우울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의 생각이 옳았던 것. 그는 정신과 신체는 별도로 분리된 두개의 존재가 아니며 단지 똑같은 것을 다르게 표현할 뿐이라고 주장. 스피노자의 우주론에 따르자면 오직 하나의 절대적이고 무한하며 나눌수 없는 존재가 있는데, 그것은 신이거나 자연이다. 신경과학자이며 스피노자 들여다보기의 저자 다마지오는 "스피노자는 현대 신경과학의 결과로 모양을 갖추고 있는 감정과 감각 그리고 도덕심에 대한 생각들을 매우 뛰어난 방식으로 예상했습니다."라고 했음. 사실 우리의 감정들은 우리의 신체적 건강상태와 결합되어 있으며 우리들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함
- 뇌의 변화하는 능력인 신경가소성은 지난 10여년 동안 신경과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임. 우리 몸속의 다른 어떤 기관보다 더 뇌는 경험에 반응해 변화하도록 구성됨. 과학자들은 뇌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적응능력이 뛰어나다는 데 동의. 단지 얼마나 더 뛰어난지를 아는 사람이 없을 뿐임. 데이비슨은 동기화된 감마파를 발생시킴으로써 집중력과 감정들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승려들처럼 사람들은 마음챙김 수련과 명상과 같은 연습을 통해 뇌의 활동을 변화시키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 데이비슨은 그것을 신경에 영향을 받은 행동간섭이라 부르며 이것을 통해 세포의 급격하 노화는 물론 노년에 심혈관계 질병이나 당뇨병과 같은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들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음.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09년에 발간된 실험보고서에서는 이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혔음. 연구원들은 아프리카계 중증 환자들 중에서 5년 동안 명상을 했던 사람들이 다이어트와 생활습관에 대한 충고를 들었던 사람들에 비해 심장마비와 뇌졸중 그리고 사망발생률이 대락 절반 정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 11년 매사추세츠 중앙병원 과학자들은 명상이 뇌의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발표. 8주간 매일 30분씩 명상을 했던 사람들이 학습과 감정조절과 관련이 있는 해마를 비롯해 그밖의 부분들에 있는 회백질이 더 많이 발달되었다는 것. 동시에 스트레스의 중심지인 편도체에 있는 회백질의 밀도는 감소. 이 연구결과를 집필한 저자들 중 하나인 사라 라자르는 "이 연구는 뇌 구조의 변화들이 이러한 개선의 기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함. 데이비슨은 "뇌의 어느 한 부분의 특정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행동이나 정신적 간섭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견해를 밝힘
- 보톡스와 디스포트라는 상품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A형 보톨리늄 독소는 신경과 근육간의 연결을 일시적으로 방해함으로써 주름살을 제거하는 신경독소이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시술되는 최소 침습치료법임. 35세 이상의 배우들에게 널리 사용되어 그들의 표정연기가 사라진 것을 한탄하는 감독들도 있음. 11년 연구 결과는 더욱 심각함. 보톡스가 표정을 모방하는 능력을 없애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까지 줄어든다는 것. 보톡스를 생산하는 엘러건 사는 중년이 엄청난 판매시장이라는 것을 증명 본래 사시 치료용으로 개발된 보톡스는 90년대 중반에 마비된 얼굴 근육을 치료하기 위해 처음 사용됨. 그러다가 02년에 FDA가 미용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고, 이후로 주사용 제품의 판매는 해마다 엄청나게 들어나 11년에는 전체 판매량이 15억달러를 훌쩍 넘어섬. 보톡스라는 상표는 이제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까지 알려주는 상징이 됨. 엘러건 사는 08년에 쥬비덤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며 새로운 성공역사를 쓰려하고 있음. 그들의 광고 캠페인은 한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중년의 모습을 다시 정의하는지에 대한 사례연구로 역할을 하게 될 것임.
-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30세에 시작해 대략 1년에 1%씩 자연적으로 감소. 연구자들은 전반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성적 건강의 쇠퇴사이에는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밝힘. 성욕감퇴, 우울증, 활력감소는 호르몬 수치의 감소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와 나쁜 식습관 그리고 게으름에서 비롯됨. 그러나 여전히 남성 갱년기에 대한 논의는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 또한 안드로겔 같은 국소도포용 테스토스테론 광고에서는 체중이 조금 늘고 성적 욕구가 떨어진 것을 느낀다면 질병을 겪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널리 퍼뜨리고 있음.
- 독일의 제약회사 베링거 인겔하임은 09년 가장 일반적인 여성 성기능 장애의 한 형태인 성욕감퇴장애를 치료하게 될 여성용 비아그라 프리반세린의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 이 회사는 시제품을 복용한 북미 여성들은 한달 평균 4.5회의 성적인 만족을 경험했으며, 반면에 위약을 복용한 여성들은 3.7회, 아무런 약도 복용하지 않은 여성들은 2.7회로 나타났다고 발표. 흥미로운 사실은 유럽 여성들에게서는 아무런 특별한 변화도 보고되지 않음. 이것은 문화적 허구가 성에 대한 기대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지표임. 플리반세린은 본래 우울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것이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음. 이것이야말로 새로 개발된 약품들이 질병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 이런 과정은 09년에 엘러간 사에서 출시한 속눈썹 영양제인 라티세를 생각나게 함. 라티세는 처음에는 녹내장 치료제로 개발되었음. 하지만 이 약의 효능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로 FDA의 승인을 받지 못함. 이 새로운 약의 용도에 고민하던 중 이 약에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속눈썹을 자라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떠올림. 결국 엘러간 사는 라티세를 속눈썹 영양제로 출시. 그것은 속눈썹 감모증 혹은 빈모증이라는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낸 셈. (엘러간사는 현재 머리카락 빈모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음.)
- 중년의 노동자들은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보장하는 고용정책의 혜택을 받았으며, 그로 인해 수십년 동안 한 직장에 머물 수 있었음. 확실한 임금상승과 각종 혜택이 보장되면서 당시 젊은 사람들은 의욕적으로 일했으며, 선임자와 승진 그리고 봉급에 관한 분명한 규정들은 차별대우를 막아주었음. 하지만 80년대에 경제의 기초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와 첨단기술로 이동해가면서 이러한 고용관행의 많은 부분들이 변경됨. 81년에 파업중이던 항공관제사들을 해고하면서 시작된 레이건 행정부와 조직화된 노동자들 사이의 지속적인 갈등은 나이은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장치들을 더욱 더 약화시켰음. 세계화가 정착되면서 40대와 50대의 사무직 노동자들은 이미 육체노동자들에게는 익숙해져 있던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으로 인한 충격을 받아들여야 했음. 82년에 시작된 경기후퇴의 여파는 십년 동안 폭넓게 지속되었음. 88년 로스엔젤레스 타임즈는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수천명의 미국인들이 중년과 경기하락의 흥망성쇠를 겪고 있다고 논평. 직업선택의 경로는 크게 뒤틀어졌음. MIT경제학자인 프랭크 레비는 94년에 숙련된 노동자들이 경험해왔던, 나이와 함께 임금이 상승하던 기본적 방식이 더이상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함. 닷컴 혁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첨단기술에 정통한 젊은 세대를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였지만, 그들의 선임자들은 그들만큼의 지식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음. 경제학자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직업과 기술이 거의 필요치 않은 직업의 범위가 모두 확장되었다는 것을 확인. 창고 담당자, 안전감독관, 텔레마케터, 급여담당자, 판매대리인, 그리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등과 같은 중간직책은 자동화되거나, 값싼 노동력이 있는 외국으로 회사가 옮겨가는 경향이 있어 45세 이상의 상당수 사람들이 기술이 필요없는 직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음. 경기침체는 이런 인력시장의 공동화를 더욱 가속시킴. 50세 이상의 노동자들은 젊은 노동자들보다 더 오래 직장에 근무했지만 일단 해고되고 나면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훨씬 더 오랫동안 실직자로 남아 있게 되었음. 그리고 다음 직장을 구하더라도 더 낮은 임금과 더 적은 혜택을 받는 곳이 대부분이었음. 경기침체가 가장 극심했던 09년에 해고된 중년은 임금이 20% 이상 줄었고 4분의 1 가량이 건강보험을 상실. 동시에 금융위기는 자산의 붕괴로 이어져 몇년 동안 쌓아온 재산의 20~40%가 한순간에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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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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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사회 2014. 10. 7. 13:26

 


상처받지 않을 권리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프로네시스 | 2009-07-0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킬로의 ...
가격비교

- 화폐경제는 물물교환 시대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인격성과 물질적 관계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해체해버림. 매 순간 화폐경제는 인간과 특수한 사물 사이에 완전히 객관적이며 그 자체로는 아무런 특성도 없는 돈과 화폐가치를 삽입시킴. 개인과 소유 사이의 관계를 일종의 매개된 관계를 만들어 버림으로써 화폐경제는 이 둘 사이에 거리가 생기도록 만듬. 이런 식으로 화폐경제는 인격적 요소와 지역적 요소 사이에 존재하던 이전의 밀접한 관계를 분리시켰음. 이를 통해서 돈은 한편으로는 모든 경제행위에 미증유의 비인격성을 부여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그와 같은 정도로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고양시키게 된 것이다.
- 돈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인격적이며 특별했던 모든 관계를 철저히 유보하고 개인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가르쳐주었음. 필연적으로 돈을 지불하면 우리는 그 대가로 일정하고 구체적인 가치를 얻게 됨. 그래서 돈은 동일한 경제권의 구성원들을 매우 강력하게 연결함. 돈은 직접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님. 그런 이유 때문에 돈은 우리를 실제로 구입하려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줌. 따라서 현대인은 고대 게르만 민족의 자유인이나 혹은 으 후의 농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급자와 공급원에 의존하게 됨. 그래서 현대인은 매순간 돈에 대한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지는 수백가지의 결합관계들에 의존하게 된 것임. 이런 결합관계가 없으면 현대인은 마치 체액의 순환이 차단된 유기체처럼 더이상 존속할 수 없을 것임.
- 화폐경제 이전 시대 사람들은 좁은 지역에 같이 살고 있던 소수의 사람들과 상호의존하고 있었음. 그래서 그들은 서로 누구인지 인격적으로 결정되어 있었음. 반면 오늘날 우리는 익명적인 상품 공급자들 일반에 의존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들을 자주 그리고 자의적으로 바꾸고 있음. 그래서 우리는 특정한 상품 공급자에 대해 훨씬 더 독립적인 것임. 바로 이런 유형의 관계가 강력한 개인주의를 만들어냄. 타인들로부터의 고립이 아니라 차라리 타인들의 익명성과 그들의 개성에 대한 무관심이 사람들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소외시키고 각각의 개인들로 하여금 자신에게만 의존하게 하기 때문. 과거 다른 시기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모든 외적인 관계가 인격적 특성을 지녔음. 이에 비해 오늘날 돈의 존재는 - 근대에 대한 우리의 성격 규정에 상응해서 - 인간의 객관적인 경제행위를 개인적 색채 및 고유한 자아로부터 더욱 명확히 분리해버림. 결국 인간의 고유한 자아는 외적인 관계들로부터 물러나서 과거 어느때보다도 심가헤 자신의 가장 내면적 차원으로 회귀하게 되었음.
- 인간은 외적 환경에 대해 자극과 반응을 주고받는 존재. 짐멜의 표현은 음미해볼 가치가 있음. "인간은 차이를 본질로 하는 존재이다. 즉 그의 의식은 그때그때의 인상이 선행하는 인상과 구분되는 차이에 의해 촉발된다." 만약 새로운 인상이 이전의 인상보다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인상에 대해 별로 의식하지 않을 것임. 그런데 문제는 선행하는 인상과 뒤따르는 인상의 차이가 클 때 발생. 이 경우 우리는 새로운 인상을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음. 물론 이 새로운 인상은 우리 삶에 부담으로 인식됨.
- 짐멜의 논의를 역사적 순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음. 산업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이전, 그러니까 대도시가 형성되기 이전에 인간은 공동체 주의에 매몰되어 있었음. 그러다가 마침내 산업자본주의와 대도시가 점차 발달하자 사람들은 비로소 양적 개인주의에 입각한 생활을 하게 됨. 다시 말해 상호불간섭으로 규정되는 소극적 의미의 자유가 도래한 것. 그런데 이 같은 소극적 의미의 자유라는 공간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침잠하고, 이에 따라 서서히 자신만이 가진 단독성을 깨닫게 됨. 이로 인해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망이 이전시대보다 더욱 강해짐. 짐멜은 이것이 바로 질적 개인주의의 진정한 기원이라고 설명함. 그가 명확하게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특이성 혹은 질적 고유성을 표현하려는 욕망은 사실 도시적 삶이 가져다주는 고독을 극복하려는 데서 작동한다고 볼 수 있음.
- 현대 도시인들은 다양한 방식의 소비행위들, 예를 들어 값비싼 오페라를 감상한다든가, 명품의류를 입고 다닌다거나, 아니면 골프장에서 골프태를 휘두르는 식의 화려한 소비로 자신들의 고유성을 드러냄. 전자본주의 시대든 자본주의 시대든 인간에게는 특이한 허영심, 즉 구별짓기에 대한 욕망이 있음. 짐멜이 대도시의 삶에서 보았던 질적 개인주의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구별지으려는 인간의 허영심과 그것을 이용한 산업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논리가 결합된 현상인 셈. 따라서 짐멜이 니체를 통해서 긍정하고자 했던 질적 개인주의는 인간이 새로운 역사로 나아갔다는 진보의 표시로 보기 어려움. 겉으로는 자신의 개성과 욕망을 표현하는 자유가 실현된 듯 보이지만, 그것은 생산의 차원이 아니라 소비의 차원에만 국한된 문제이기 때문.
- 예링은 패션을 개인적 욕망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학적 층위에서 사유함. 벤야민이 인용한 패션에 대한 예링의 주장은 다음 세가지로 정리됨. 첫째, 패션은 상류사회로부터 기원. 상류사회는 스스로 하류사회와 구분하기 위하여 새로운 패션이 필요했음. 둘째, 패션은 중간계급이 상류사회의 패션을 모방하자마자 곧바로 소멸돔. 중간계급이 상류사회의 패션을 모방하게 되면, 특정한 패션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폭군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드러남. 이것은 스스로 상류계급을 지향하는 중간계급으로서는 상류계급이 택한 패션을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임.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예링이 패션의 소멸, 즉 사회적 차원에서 기능하는 패션의 소멸을 꿈꾸었다는 점. 그것은 중간계급이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존엄에 눈을 뜨고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을 때나 가능한 일. 그러나 예링은 상황이 그렇게 되도록 산업자본이 인간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음. 계속해서 새로운 패션을 창출해내어 인간의 허영심을 끊임없이 자극할테니까...
- 푹스에 따르면 패션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 첫째, 패션은 예링이 지적했듯이 상류계급이 다른 계급에 대해 계급적인 구별을 두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음. 둘째, 패션은 계속 매출을 올려야만 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때문에 가능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패션은 인간에게 에로티시즘을 추구하려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 또한 중요함. 푹스가 예링의 패션론을 비판했던 이유는 예링이 패션과 관련된 첫번째 측면만을 염두에 두고 나머지 두번째나 세번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
- 종교는 아편이라는 마르크스의 주장을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음. 마르크스는 종교 자체를 거부한 무신론자였다는 식으로 단순화함. 그러나 종교에 대한 마르크스의 입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자본주의 사회는 무척 고통스러운 곳임. 이때 종교는 그들에게 현실의 고통을 덜어주는 아편처럼 기능. 만약 종교마저 없었다면 그들은 현실의 고통에 무방비 상태로 내몰렸을 것. 따라서 사람들에게 종교를 부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마치 그들에게 마취제 없이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과 같음. 물론 이것이 마르크스가 말하려고 했던 최종결론은 아님. 그가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말은 만약 현실의 고통이 사라진다면 종교적 공상 또한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었음. 그래서 그는 자본주의라는 현실이 가진 모순과 고통을 치료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 그러면 우리의 불쌍한 이웃들이 종교를 맹목적으로 믿을 이유도 곧 사라질 것이라고 본 것.
- 부르디외에 따르면 전자본주의적 인간과 자본주의적 인간 사이의 결정적 차이점은 미래와 관련된 시간의식에 있음. 전자본주의적 인간에게 미래란 가능성의 장이 아니라 단순히 잠재적으로 올 것으로만 이해됨. 두가지 사이의 구별이 어려울 수도 잇음. 미래, 가능성의 장, 그리고 잠재적으로 올 것 등과 같은 표현들이 모두 비슷한 의미처럼 보일 수 잇음. 부르디외에게 미래에는 두 종류가 있는 셈. 우선 미래란 자본주의적 인간의 내면에서는 가능성의 장으로서 이해됨. 이에 반해 미래는 전자본주의적 인간의 경우에는 잠재적으로 올 것으로서 표상됨. 가능성의 장으로서 미래란 다양한 경우의 수들 가운데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드러남. 예를 들어 내가 프랑스에 여행가기로 결정하면 미래에 나는 프랑스 파리의 센 강에 있을 테고, 만약 체코에 여행가기로 결정하면 나는 미래에 프라하의 야경을 보면 맥주를 마실 것이. 이것이 바로 가능성의 장으로서의 미래의 모습. 반면 잠재적으로 올 것으로서의 미래는 이전에도 왔던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올 것임. 잠재된 어떤 무엇인가가 펼쳐지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미래가 나에게 도래할 뿐이고, 나는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도래할 그것을 기다릴 뿐. 잠재적으로 올 것으로서의 미래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이어지는 순환에 비유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음. 만약 지금이 봄이라면 여름, 가을, 겨울이 나에게는 잠재적으로 올 미래를 의미
- 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이란 구별이나 수익성이 있는 노동과 수익성이 없는 노동이란 구별도 부차적 차원으로 물러나게 됨. 이 사회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립은 사회적 의무를 결여한 무위도식하는 혹은 나태한 사람과 노력의 산물이 무엇이든 간에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노동하는 사람 사이에 세워짐. 휴식하는 순간에도 진정한 농민은 조그만 작업이라도 수행하려고 하며, 그것에 매우 자긍심을 느낌. 이 조그만 작업들에는 밭에 울타리치기, 나무깎기, 짐승들로부터 어린 가축을 보호하기, 밭의 감시 같은 것이 포함되는데, 이것들은 마치 예술을 위한 예술처럼 농민생활의 기술에 속하는 것들임. 농민들이 수익성과 수확고를 염두에 두지 않고 혹은 생산성에의 강박관념도 없이 주어진 일을 성스럽게 수행하는 이유는 그들의 행위와 노력은 그 자체로서 수단이고 목적이기 때문.
- 베버는 근대 자본주의가 발전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주장. 도덕 및 종교와는 전적으로 무관한 개인적 이윤추구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전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오히려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은 자본가들이 프로테스탄티즘 원리에 입각해서 자신의 직업을 종교적 의무와 책임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로빈슨 혹은 베버의 아비투스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원주민 방드르디는 이제 기독교 신자 혹은 노동자가 되어야만 했음. 그러나 그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힘든 일. 로빈슨과 베버의 아비투스를 공유하지 않는 방드르디는 웃음과 게으름으로 자본주의적 아비투스를 무력화해버리고 말았으니까. 이제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집필할 때 투르니에가 품었던 속내를 짐작할만 함. 그는 베버의 생각을 조롱하고, 심지어 전복시키고자 한 것임. 이런 심오한 역할을 방드르디에게 부여했으니, 결국 방드르디는 투르니에의 화신이 아니었을까...
- 특수한 생활조건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미적 성향은 동일한 생활조건을 공유한 사람을 함께 묶어줌. 그렇지만 미적 성향은 동시에 그 밖의 다른 사람들과는 구분시켜줌. 그리고 핵심적인 측면에서 구분시켜 줌. 왜냐하면 취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모든 것, 즉 인간과 사물 그리고 인간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원리이기 때문. 이를 통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구분하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분됨. 취향, 즉 겉으로 표현된 선호도는 피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에 대한 현실적 증거라고 할 수 있음. 따라서 취향이 정당화될 때 순전히 부정적으로, 즉 다른 취향에 대한 거부의 형태로 확인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님. 아마 취향의 문제만큼 모든 규정이 부정일수 밖에 없는 그런 영역은 없을 것임. 그리고 취향은 무엇보다도 먼저 혐오감, 다른 사람의 취향에 대한 공포감 또는 본능적인 짜증에 의해 촉발되는 불쾌감이라고 할 수 있음. 취미에 대해서는 논쟁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모든 취미가 본성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각 취향이 스스로를 자연스럽다고 느끼기 때문.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정말 그렇기 때문에 취향은 결국 아비투스가 된다. 그리하여 다른 취향은 비자연적이며 따라서 타락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거부되는 것이다.
- 우리는 이제 왜 하류계급 사람들이나 벼락부자들이 상류계급의 미적 취향을 동경하는지 알게 되었음. 그것은 상류계급이 우리 사회의 모든 찬양과 칭송을 한몸에 받기 때문.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지속적인 찬양을 얻고자 상류계급은 하류계급이 따라올 수 없는 상류계급 특유의 미적 취향을 계속 고집. 물론 새로운 미적 취향을 만들어내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음. 미적 취향은 아비투스의 한 종류이기에 구조화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림. 사실 미적 취향만큼 상류계급 사람들의 무의식적 구별짓기 욕망이 잘 드러나는 경우도 없음. 그리고 이런 구별짓기 욕망의 이면에는 파스칼이 이야기했듯이 인간의 허영심이 깊이 자리잡고 있음.
- 지금 우리 사회의 상류계급이 미적으로 선호하는 아이콘은 사실 19세기 산업자본을 상품화한 것에 지나지 않음. 세잔과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가치를 드높인 것은 19세기 화상들이었음. 당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주로 19세기에 사회적 힘을 얻게 된 부르주아 계급의 눈높이에 맞춰 그려진 것들이 대부분. 세잔, 모네, 피사로, 르누아르 등은 아케이드가 거미줄처럼 퍼져 있던 파리의 풍경, 센 강의 뱃놀이, 파리 대로에 있던 야외카페 등을 주요 테마로 삼아 그림을 그림. 그러니 당시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의 삶을 그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선호.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 리스트나 파가니니에게 환호했던 최초의 관중들도 바로 19세기의 부르주아들이었음. 물론 리스트와 파가니니를 곳곳에 선전하고 다니면서 청중을 음악회에 끌어들인 것은 당시의 음악중개업자들이었음. 심지어 이들 음악중개업자들은 더 많은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 교향곡과 같은 거대한 규모의 작품을 작곡가들에게 강력하게 요구. 바로 이때를 즈음해서 신격화된 음악의 대가들이 곧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등이었음. 보다 많은 흥행을 창출하기 위해 음악중개업자들은 이 당시 악성이니, 음악의 아버지니, 혹은 음악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서 청중을 불러 모음. 음악중개업자들의 이와 같은 판매전략에 부합해, 작곡가들의 전설적 삶이라는 레퍼토리도 그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만들어짐. 현대 부르주아들, 혹은 상류계급들의 미적 취향의 기원이 19세기에는 너무나도 대중적이었다는 것음 매우 흥미로움.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류계급의 미적 취향의 기원보다는, 클래식 음악과 인상파 미술로 대변되는 19세기의 예술이 현대 상류계급의 미적 취향을 드러내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것.
- 68혁명 이후 프랑스 지식인들은 이제 두가지 문제에 직면. 첫번째 문제는 인간을 경쟁으로 내몰며 삶과 노동을 소외시키는 산업자본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두번째 문제는 누구에게도 권리를 양도하지 않는 직접 민주정치는 어떻게 가능한가였음. 물론 이 두문제는 서로 분리된 문제라고 볼 수 없음. 산업자본주의 도한 삶의 권리를 자본에게 양도하라고 강요하는 체계이니 말이다. 68혁명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보드리야르가 산업자본주의 체계가 유지되는 원동력에 대해 깊이 숙고한 것도 결국 이 시대의 필연적 산물임. 그런데 산업자본주의가 극복의 대상이라면, 무엇보다 산업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객관적 메커니즘을 해명하는 작업이 필요. 68혁명이 실패로 끝난 3년 뒤, 1970년에 보드리야르는 그의 출세작 소비의 사회를 출간. 그는 산업자본주의의 핵심에서 바로 소비의 논리를 발견.
- 보드리야르는 객관적 기능의 영역안에서 사물들은 교환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런 명시적 의미의 영역 밖에서 어떤 사물이라도 무제약적인 방식으로 대체가능하게 된다고 말함. 객관적 기능의 영역이란 구체적 사용의 세계를 의미. 예를 들어 자동차는 사람들의 이동을 편하게 해주는 객관적 기능이 있으며, 아파트는 사람들의 주거를 편하게 해줌. 객관적 기능의 영역에서 자동차는 아파트를 대신할 수 없음. 그래서 보드리야르는 객관적 기능의 영역 안에서 사물들은 교환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것. 반면 객관적 기능의 영역을 넘어서면 사정은 달라짐. 만약 자신의 신분이나 부유함을 나타내는 차원이라면, 고급 자동차나 고급 아파트는 대체 가능할 것임. 이런 경우 다이아몬드나 골프 회원권도 자동차나 아파트를 대신할 수 있음. 보드리야르는 객관적 기능의 영역을 넘어서는 차원, 즉 암시적 의미의 영역에서 사물은 기호의 가치를 갖는다고 이야기함. 기호의 차원이 바로 산업자본주의가 소비의 논리에 의해 작동하는 증거로서, 보드리야르는 그 사례의 하나로 세탁기를 언급. 세탁기가 도구로 쓰이는 것과 함께 행복, 위세 등의 요소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고 함. 도구로 쓰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쉽게 이해됨. 그것은 세탁기라는 어떤 사물의 사용가치를 의미. 세탁기는 사람들을 빨래에 대한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준 장치임. 지금은 밀린 빨래들을 세탁기 안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깔금하게 세탁이 되는 시대임. 하지만 보드리야르가 주목한 것은 세탁기가 상징하는 행복, 위세 등의 요소라는 다른 가치임. 보드리야르는 세탁기의 사용가치와 무관한 이런 관념적 가치를 기호라고 부름. 보드리야르가 말한 소비의 논리란 바로 이 기호를 구매하는 것과 관련 있음.
- 타인으로부터 주목과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과 허영 같은 감정이 있기에 산업자본의 기호가치가 작동할 수 있음. 소비사회에 대한 보드리야르의 통찰이 중요한 이유도 그가 인간에게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구별하려는 욕망 혹은 허영이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기 때문. 사실 이 점은 벤야민이나 부르디외의 통찰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 그런데 인간의 구별짓기 욕망에는 다음과 같은 의식이 깔려 있음. 부당하게도 자신의 현재 삶은 행복하지 못하다는 일종의 피해의식 말이다. 또한 이런 피해의식의 이면에는 모든 인간에게 행복, 위세, 혹은 안락함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비관도 함께 깔려 있음. 그래서 행복, 위세 혹은 안락함은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허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능한 것. 스스로 그런 소수에 속하고 싶다는 욕망, 다시 말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구별하려는 욕망은 부르디외가 말한 귀족적 취향에 대한 욕망과 같음.
- 소비사회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유대감을 소비자들 사이의 경쟁적 허영심으로 변질시킴. 이에 휩쓸린 소비자들은 자기과시의 치열한 소비경쟁에 빠져듬. 그 결과 우리는 연대의 전망을 잃고 고립된 개인들로 산산이 분해되고 만다.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최근 산업자본의 경향. 산업자본의 소비논리는 이제 한 인간의 내면마저도 산산이 쪼개어 분열증적 소비촉진의 경향으로 심화하고 있기 때문. 아내로서의 자아, 어머니로서의 자아,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자아, 동창모임 성원으로서의 자아 등으로 쪼개질수록 한 개인이 소비하는 상품의 목록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음. 이처럼 소비사회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이며 동시에 노동자의 연대 가능성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통일성 마저도 가능한 분해하려는 것. 매우 무서운 일이다. 노동자이며 소비자라는 자신의 현실을 망각하게 하고, 동시에 소비자의 내면조차도 소비행위의 촉진을 이해 산산이 분열시키고자 함. 하지만 이런 비극적 상황으로부터 우리는 역설적 교훈을 얻음. 분열된 자아상을 연결하여 통일적 인격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나아가 분열된 개인들을 연결하여 통일적 연대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결국 우리는 산업자본주의가 던져놓은 거대한 욕망의 집어등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라는 교훈을 말이다.
- 기호와 차이의 논리라고 할 수 있는 소비의 논리를, 그 논리에 얽혀 있는 여러가지 다른 논리로부터 구별해낼 필요가 있음. 네가지 논리가 논쟁의 대상이 될 것임. (1) 사용가치라는 기능적 논리, (2) 교환가치라는 경제적 논리, (3) 상징적 교환의 논리, (4) 가치/기호의 논리, 첫번째는 실제적인 작용의 논리임. 두번째는 등가의 논리임. 세번째는 애매성의 논리임. 네번째는 차이의 논리임. 또한 유용성의 논리, 거래의 논리, 증여의 논리 신분의 논리, 물건은 이 가운데 어느하나에 입각하여 정돈됨에 따라 각각 도구, 상품, 상징, 또는 기호의 지위를 취하게 됨. 그런데 마지막 것만이 소비라는 특수한 영역을 규정지음
- 자본주의 사회는 피상적으로 보면 이전사회보다 더 자유로워 보임. 하지만 자본주의가 보장하는 자유란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님. 자본주의에서 자유는 돈을 가진 자의 자유, 소비의 자유에 불과할 뿐. 소비의 자유란 결국 돈에 대한 복종의 이면이라 볼 수 있음. 우리는 소비의 자유를 위해서 돈의 노예가 된 사실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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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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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사회 2014. 10. 7. 13:25

 


인간의 조건

저자
에릭 호퍼 지음
출판사
이다미디어 | 2014-02-2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간과 자연의 근원적 본질과 조화에 대한 성찰!"나는 전문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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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함에는 어딘가 비인간적인 면이 있다. 전문가의 손길에서는 본능적이거나 기계적인 면이 돋보인다. 역설적이게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바치는 노력은 지극히 인간적이지만, 기술의 완전한 터득은 비인간적인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인간을 완전한 존재로 만들려는 자들은 결국 인간을 비인간적인 존재로 타락시킨다.
- 인간의 창조성의 원천은 그 불완전함에 있다. 인간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창조력을 발휘한다. 특화된 기관이 없기 때문에 호모 파베르(무기와 도구 제작자)가 되었고, 타고난 기술이 없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호모 루덴스(연주가, 장인, 예술가)가 되었다. 동물의 의사소통 수단인 텔레파시 능력이 없어 말을 하게 되었고, 본능의 무력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색가가 되었다.
- 대중운동은 비합리성을 이용해 지성을 차단하고, 사람을 예측가능하며 비정한 기계로 만들어 버린다. 스탈린과 히틀러 둘다, 영혼을 기계화하는 도구로 맹목적인 믿음을 이용했다.
- 인간을 천사로 만들고 싶어하는 구세주는 인간을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전체주의 독재자만큼이나 인간본성을 증오한다. 절대권력과 절대신앙은 서로 닮은 점이 있다. 절대복종의 요구, 불가능한 것을 해보겠다느 각오, 매듭을 풀지 않고 아예 잘라버리는 단순한 문제 해결성향, 타협을 항복으로 보는 태도, 사람을 조종하고 피를 동반하는 실험을 자행하려는 성향이 바로 그것이다. 절대 권력과 절대신앙은 둘 다 비인간화를 위한 도구이다. 따라서 절대신앙은 절대권력과 똑같이 반드시 부패한다.
- 불완전한 열등 동물인 인간이 자연계에서 동물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약점을 이점으로 바꾸는 비범한 천부적 재능 덕분이었다. 인간의 도구와 무기는 특수기관의 결여를 보완해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냈고, 인간의 학습능력은 타고난 기술과 기관의 적응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업적을 달성했다. 장애를 기회로 바꿀 때 인간의 그 고유성을 최대로 발휘한다는 것은 여전히 불변의 진리이다.
-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발명이나 관습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대부분의 경우 비실용적인 영역에 도달한다. 많은 무기와 도구는 놀이도구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활은 무기이기 전에 악기였고, 바퀴는 도구로 사용되기 전에 장난감이었다. 아즈텍인에게는 바퀴가 없었지만, 이들의 놀이도구 중 많은 것에는 발에 롤러가 달려 있다. 토우가 토기보다 먼저 나왔고, 장식품이 의복에 앞서 생겨났다. 동물은 애완용으로 처음 집에서 기르게 되었고, 곡물을 처음 재배한 목적도 식량확보가 아니라 맥주제조였으리라 추측된다. 지금까지 수백년 동안 등장했던 많은 기계는 원래 놀이도구로 모습을 드러냈다. 알타미라 동굴 천장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동물 벽화를 그린 구석기 시대의 사냥집단은 가장 원시적인 도구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예술활동은 실용품 제작보다 유래가 깊고, 놀이 역시 노동보다 먼저 생겨났다. 인간은 필요에 쫓겨 하는 활동보다 놀면서 하는 활동을 통해 완성되었다. 인간의 독자성과 창조성의 원천은 어른 속에 있는 아이의 성향이며, 놀이터는 그 능력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 사회가 많은 업적을 달성하려면 고상한 목적과 빛나는 이상이 필요하다는 발상은 청소년식 사고방식이다. 시장에서나 전쟁터에서나 놀이도구를 열망하는 사람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진취적인 정신과 추진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창조적 과정에 무지한 사람은 사고와 상상의 세계에서 동기와 업적간의 밀접한 대응관계를 찾아내려고 한다.
- 교육의 주요 역할은 학습의욕과 학습능력을 심어주는 것이다. 교육은 배운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는 배우는 사회이며, 그곳에서는 조부모도 부모도 자식도 모두 학생이다. 급변의 시대에 미래를 이어갈 사람은 계속 배우는 학습자이다. 배움을 끝낸 사람에게는 과거의 세계에서 살아갈 기술밖에 남아 있지 않다.
- 쥐가 아직도 주위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배가 가라앉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 지금 현재로 볼 때, 드러낼 진실이 있는 사람은 감출 거짓도 있는 것 같다.
- 진짜 창조자는 그 자체로 생명이 있는 것을, 창조자 없이도 존재하고 기능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낸다. 이는 저술가, 예술가, 과학자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창조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코메니우스의 말을 빌리면 창의적인 교사는 덜 가르치면서도 학생이 좀더 많이 배우게 하는 사람이다. 창조적인 조직가는 자기 없이도 잘 굴러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낸다. 진짜 지도자가 자기 임무를 완수했을 때,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은 우리가 스스로 해냈다고 말하고, 위대한 지도자 없이도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느낀다. 창조력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이와 반대의 현상이 발생한다. 하는 족족, 자기들이 없으면 안되게끔 일을 만들어 놓는다.
- 텅빈 머리는 실제로는 텅 빈게 아니라 쓰레기로 가득차 있다. 그러므로 텅 빈 머리에 뭔가를 집어넣는 일은 어렵다.
- 언어는 질문을 하기 위해 발명된 것이다. 답변은 소리나 몸짓으로 할 수 있지만 질문은 말로 해야 한다. 인간이 처음으로 질문을 했을 때, 드디어 인간성이 완성되었다. 사회침체는 답변이 부족할 때가 아니라 질문을 할 충동이 결여될 때 나타난다.
- 사회의 활력은 풍부하게 사물을 차용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어느정도 결정되기도 하는데, 단 사물에 악영향이나 정체성의 손상을 주지 않고 차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서구는 다른 문명으로부터 풍부하게 빌려온 것을 기반으로 번영했다. 놀랄만한 것은, 1400년에서 1800년 사이 동양이 서양에 끼친 영향이 서양이 동양에 끼친 영향보다 컸다는 사실이다. 동양의 영향이 없었다면 콜럼버스는 미 대륙 발견을 위해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아시아 정복의 도구인 화약, 나침반, 천체 관측기를 전해준 쪽이 바로 아시아였다는 사실도 기억해두는 게 좋다. 현재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이 선진국으로부터 차용하는 일에 혐오감을 갖는 것은 바로 쇠퇴의 조짐이다. 사회적 소화불량 증상 없이 남의 것을 풍부하게 차용할 수 있을 정도로 활력을 갖춘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역사 초기에는 이집트, 크레타, 인도 등이 수메르에서 자유롭게 차용을 해 와 독자적이고 활력에 찬 문명을 발전시켰다.
- 현재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교훈은 놀랍게도 거의 없다. 과거는 문제로 삼기엔 현재와 너무 동떨어져 있고 너무 판이하다. 현재에 대한 통찰은 역사책이 아니라 인간조건에 대해 고찰한 서적에서 얻을 수 있다. 현재 분명해지고 있는 것은, 기술이 승리를 거둘 수록 사물이나 비인간적인 요소가 인간사 형성에 기여하는 역할은 작아진다는 사실이다. 탈산업 시대는 심리적 요인에 지배될 것이고, 우리 시대의 의미있는 역사는 인간이 역사를 만든다는 가정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 우리는 천성적으로 목적에 대해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목적지에 도달하느니 차라리 끝없이 가기를 좋아한다. 수다닝 주어지면 거기에 매달려 종종 목적을 잊어버린다.
- 모르면 대담해진다. 이미 알려진 것인데도 이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자는 미지의 것에 대처할 준비가 특히 잘돼 있는 사람이다. 배우지 못한자는 배운자가 차마 두려워 디디지 못하는 곳에 종종 돌진해 들어가고, 맹신자는 불가능한 일에 주저없이 도전한다. 자기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우연에 몸을 맡긴다. 과거에도 종종 현자들은 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커다란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19세기 초반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지식인들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가? 미 대륙의 발견에 지식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은 활활 타올랐다.
- 자기에게 먹을 것을 주는 손을 물어버리는 사람은 대개 자신을 차버리는 장화는 핥는다.
- 자기 자신과 대화를 더 이상 하지 않을 때 종말이 온다. 이는 순수한 사고의 종말이며 마지막 고독의 시작이다. 주목할 것은 자기 내면과의 대화중단이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에도 종지부를 찍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마치 자신에게 보고를 해야 할 때만 세상을 관찰하고 고찰하는 것 같다.
- 우리는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인생의 목적뿐 아니라 자신의 고통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목적도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는 살아가는 목적만큼이나 고통받는 목적도 필요하다.
- 아주 큰 소음을 내는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다. 개나 사람이나 이점은 똑같다.
- 나이가 든다는 것은 평범하게 되는 것이다. 노년은 인간을 평등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태초부터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하지만 젊을 때 우리는 세계 최초이ㅡ 젊은이라도 되는 것처럼 활개를 친다.
- 진정으로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지성이 필요하다. 지성이 없는 사람은 그저 독선에 빠질 수밖에 없다.
- 우리는 예상치 못한 것에 걸려 넘어질 때보다 예상했던 일이 일어날 때 더욱더 놀란다.
-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확실히 모를 때 말을 가장 많이 한다. 할 말이 있을 때는 몇 단어밖에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할 말이 전혀 없는데도 그것을 절실하게 말로 표현하려고 할 때는 세상의 모든 사전과 그 안에 수록된 단어를 총동원해도 충분하지 않다.
- 인간의 가치는 현재 자신의 위상을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위상으로 나눈 값이다.
- 아무일도 하지 않는 것은 해가 없지만,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서 바쁜 것은 해롭다
- 우리는 실제로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만 세세하고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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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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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8-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
가격비교

- 트위터는 새들이 짹짹거리며 지저귈 때 내는 소리를 의미. 새의 생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새들의 지저귐, 곧 트위팅은 어쩌다 가끔씩 하는 일이긴 해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두가지 역할을 수행. 우선 트위팅은 새들이 서로 접촉을 유지할 수 있게 함. 새들이 혼자 있지 못하게 하거나 둥지 안에서 또는 나머지 무리들 속에서 자기 파트너의 흔적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것. 게다가 트위팅은 다른 새들, 특히 같은 종의 다른 새들이 이미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은 영역이나 곧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음. 사실 새들의 트위터는 이것 이외에는 전달해야 할 또 다른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음. 그렇기에 트위터의 내용이 어떻든 별로 상관이 없음. 설령 어떤 내용이 담겨 있다 하더라도 결코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아님. 트위터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친숙한 소리를 내고 친숙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또 앞으로도 기대하던 그런 친숙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인지임
- 점차 변화해온 인간의 의사소통 기술이 가져온 효과는 마치 은행 주도로 이루어지는 업적들과 마찬가지로 그 손실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데 반해서 그 이득은 사유화되는 경향이 있음. 그리고 양쪽 경우 모두에서 발생하는 이차적 피해도 정말 드물게 생기는 이점들에 비해서 오히려 한쪽에만 보다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는 것 같다.
- 소유자들의 휴대전화에 기록된 네트워크는 언제나 마치 달팽이집과 유사한 방식으로 그 소유자들의 뒤를 따라다닌다. 그러므로 휴대전화 소유자들은 어떤 순간에도 이동하거 멈출 수 있따. 따라서 그것은 소유자에게 마치 자신이 그것을 영구적으로 계속해서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을 준다.
- 70년대의 10대들은 요즘의 10대들과는 다르게 고작 비디오 게임이나 휴대용 음악재생기, 영화관람 같은 체험을 즐기는 일 정도에만 휩쓸리도록 유혹받고 매혹 당했을 뿐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함. 그러나 70년대 10대들이 추구했던 이러한 욕망의 대상은 한층 더 복잡해진 요즘 형태의 물건들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비싸서 거의 접근하기가 어려웠음. 물론 영화표는 아마 예외가 될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당시에 이러한 욕망의 대상들은 필수품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꿈의 대상이자 사치품처럼 여겨졌음. 그래서 그러한 대상들을 소유하는 일은 정당한 기대도 아니고 게다가 권리나 의무의 문제도 아니었으며, 단지 특별히 인정많고 관대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행운처럼 생각되었음. 지금은 그렇게 욕망했던 물품들 대부분이 모두 가격도 매력적으로 낮아져서 10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짐. 그렇기에 그런 물품을 갖는 일은 이제 아주 평범하고 정상적이며, 그 누구든 모든 사람들이 누리는 삶의 일상적인 일부분처럼 되었음. 그러한 일은 이제 어저다 축하하고 기념할만한 일이 있어야만, 또 신에게 감사할 정도로 행운을 얻어야만 생길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이 아님. 이런 변화가 뜻밖에도 가져오게 된 피할 수 없는 결과는 바로 그처럼 획득하게 된 물건과 10대들의 정서적 유대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 이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물품과의 지속적인 우정이 아니라 단지 획득하게 되는 그 순간뿐임
- 패션산업은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들 스스로가 한층 더 나아졌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 아님. 오히려 패션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결코 얻지 못할 것 같던 그 어떤 무언가를 원하게 만드는 일과 관련된 것이며... 결국 그렇게 성취된 그 어떤 만족도 아주 순식간일 뿐 곧 희미해지면서 실망을 안겨줄 뿐임.
- 이제 유동하는 근대의 문화는 함양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갖고 있지 않음. 그 대신에 이 유동하는 근대의 문화는 유혹해야만 하는 고객들을 갖고 있음. 견고한 근대라는 이전 시대의 문화와는 다르게, 이 유동하는 근대의 문화는 이제 직업과는 상관없이 단지 그 문화라는 일 자체만으로 작업하길 원하지 않으며 결국에는 단지 무조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처럼 되었음.
- 마샤 에인절이 뉴욕 북 리뷰(09.01.15)에서 무려 책 3권 분량에 해당하는 연구들을 재검토하면서 제시했던 바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제약회사들은 시장을 더 확장할 수 있는 보다 새롭고 극히 효율적인 방법을 완성시켰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들을 홍보하는 대신에, 오히려 자신들의 약들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질병들을 더 홍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략은 "미국인들에게 오로지 단 두종류의 사람들만이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는 의학적인 상태를 지닌 사람들과 반면에 바로 자신도 약물을 필요로 하는 상태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 철학자 다니 로베르 뒤푸르가 말했던 것처럼 자본주의는 지구의 한계점까지 자기 영토를 밀고 나가서 지구표면에 있는 모든 대상들을 모두 상품으로 채우려 할 뿐 아니라, 아래로도 깊이 파고들어가 이전에는 사적인 일들에 불과했던 것을 상업적으로 수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그 영토를 확장하려 함. 물에 대한 권리나 인간 게놈 유전자에 대한 권리, 살아남은 생물종이나 아기, 인체조직들에 대한 권리에 이르기까지 지구표면에 있는 모든 대상들을 다 상품으로 만들려 하고, 예전에는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몫이었던 주체성이나 섹슈얼리티 같은 것들도 상품처럼 판매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재활용하려 함.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이든 단지 순간적으로만 사로잡히게 되든 간에 동물학자 콘라드 로렌츠의 실험실에서 서로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신호들에 노출된 큰 가시고기들이 처했던 곤경과 똑같은 어려움을 공유할 수 밖에 없다. 서로 모순되는 행동양식을 구별하게 해주는 경계들에 관해 확신할 수 없었던 수컷 큰 가시고기가 보여준 그 기이한 행동이 점차 인간 남성들과 여성들의 가장 평범하고 흔한 행위에서도 나타날 정도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그 신호들이 혼란스러운 만큼 반응들도 혼란스럽게 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말이다.
- 결국 성공하는 비법은 나머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비슷해지는 데 달린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자기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달려 있다. 최고로 잘 팔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차이지, 동일함은 아닌 것이다. 이제는 전적으로 그 직업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지식이나 기술, 또는 이전에 그 일을 했거나 지금도 그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라들에 의해 입증된 지식이나 기술들만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 아마 이런 지식이나 기술들은 오히려 약점처럼 여겨지게 될 것임. 그 대신 필요한 비법은 바로 그 어떤 누구와도 같지 않은 특이한 생각들과 그 어떤 누구도 결코 이전에는 제안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 이례적이며 우수한 기획들, 또한 그 무엇보다도 마치 고양이처럼 자기 혼자 잘 지내면서 홀로 자기길을 걸어갈 수 있는 그러한 성향을 갖는 것이다.
- 분명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많은 것들이 부족하거나 공급이 딸리지만, 그럼에도 그와 같은 걱정들 중에서 그처럼 심각한 문제를 예상해야 할 만큼의 신뢰할 만한 근거들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음. 오히려 우리 모두는 그 정도만 다를 뿐 포보포비아(공포에 대한 공포증)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만이 유일하게 타당한 일일 것이다. 포보포비아라는 이 용어는 하몬 레온이 최근에 새로 만들어낸 신조어인데, 여러가지 공포들에 대한 공포증, 다시 말해 공포들에 대한 공포를 의미. 결국 우리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것은 실상 템포가 빠르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서 도저히 예측할 수 없기게 여러 유혹들과 위험들이 들끓고 있는 이 유동하는 근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인 바로 우리 자신들이 느끼는 그 두려움 자체에 대한 공포인 셈이다.
- 우울증? 결국 그것은 환상을 상실한 데 대한 반응이자 달콤했던 꿈들이 소멸되어버린 데 대한 반응이며, 또한 주위의 세계가 점차 개같이 타락해가고 있고 우리들도 모두 싫든 좋은 그러한 세계와 어울리며 살아야 하고 또 그렇기에 그처럼 타락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에 저항할 길이 거의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에 대한 느낌이기도 하다.
- 미국에서는 신용붕괴 이전에 소비자들의 지출이 총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했음. 사실 경제활동이 화폐가 유통되는 양에 의해서 측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결국 과거에는 70%나 차지하는 많은 양의 화폐 유통이 바로 소비자들의 손을 거쳐 소비재 상품들을 파는 판매자들의 손으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유지되었던 것임. 그런데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미 벌어놓은 것이든 장차 앞으로 벌어들이게 될 현금이든 간에 소비자들이 현금 내놓기를 거부하는 사태는 비록 그 양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을 뿐만 아니라 외견상 무시해도 될 정도로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더라도 즉각 경제상태를 나타내주는 통계들에 반영됨.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출하기를 꺼리는 행태가 결국 이미 지나버린 그 공포보다 더 암울한 상황으로 다시 복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도 갖게 하는 또 다른 공포의 발작을 초래했던 셈.
- 과거처럼 어떤 필요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주의깊에 고려된 욕구를 달래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던 고객들에게 깊이 자리잡은 오래된 습성을, 충동적이며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충동에 이끌려 물건을 구매하는 습성으로 대체했던 일이야말로 사실상 소비지상주의 경제가 이룩한 위업이었음. 그 결과 충동구매라는 새로운 습성은 마치 기계나 엔진의 회전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플라이휠처럼 소비지상주의 경제를 급속하게 확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그렇기에 충동구매라는 습성이 사라지는 상황은 소비지상주의 경제에서는 완전한 재앙이나 다름 없음. 필요에 맞춰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은 당연히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음. 더구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도 오랫동안 복잡하고 느리게, 많은 대가를 치루면서 여러가지 소원들을 가다듬고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함. 그러나 즉흥적으로 충동에 이끌려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은 많은 비용이 드는 경기부양 정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미리 무언가를 지루하고 불편하게 가다듬거나 손질하는 귀찮은 일들도 필요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도 분명 하늘이라는 한계점을 넘어설 수 없음. 바로 그 하늘이란 정작 자신의 고객들이 지닌 그 성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소비지상주의 경제의 한계점이기도 함. 어쨌든 이런 소비지상주의 경제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한 그런 식으로 유지될 것처럼 보임. 우리가 정말 전혀 한계도 없고 무한히 갱신될 수 있는 그런 소비자 금융과 끊임없이 높이 치솟는 증권거래소의 주가지수들을 지니고 있으며 더구나 결코 막을수도 되돌릴 수도 없이 주택들의 가치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듯이 거짓으로 가장하며 살아가는 한 말이다. 또한 우리가 정작 자신들이 현재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훨씬 더 부자라고 느끼면서 이러한 경이로운 느낌들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정당화하며 믿고 살아가는 한 말이다. 우리가 아직은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래에도 확실학 "지금과 같은 행복보다 오히려 더 많은" 행복을 거머쥐게 해줄 것이라고 위압적으로 약속하면서 아주 강한 믿음을 심어주는 저 모기지론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한 말이다. 또한 우리가 계산을 모두 치러야 하는 순간을 멀리 뒤로 미뤄놓을 수 있는 한, 그러니까 아무런 근심도 없이 계속해서 오늘은 일단 즐기고 지불은 나중에 하는 삶의 전략에 붙들려서 나중일은 별로 생각하지도 않은채, 그와 같은 무모한 삶의 전략에 숨겨져 있는 그 위험들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할 필요도 있고 분명 인정해야만 하며 더구나 진지하게 미리 계산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계산해야 하는 순간을 뒤로 미루며 살아가는 한 말이다. 그런데 어찌할까! 나중에 지불해야 하는 그날이 도래한 것이다.
- 경계는 차이를 창조하기 위해 그려짐. 예를 들어 집과 바깥처럼 한 장소와 다른 나머지 장소 사이에 차이를 두기 위해, 또는 어린 시절과 성인시절 처럼 어떤 특정한 기간 동안의 시간과 나머지 다른 기간 동안의 시간 사이에 차이를 만들기 위해, 혹은 가장 영향력이 큰 구분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와 그들처럼 하나의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인간존재와 나머지 인간들 사이에 차이들을 창조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서로 다른 행동유형을 채택해야 할 필요가 있는 차이들을 창조하기 때문에 개연성 있는 일들도 조작됨. 그 경계의 이쪽편에 있는지 아니면 저쪽 편에 있는지에 따라 어떤 특정한 사건들이 더 개연성 있는 일이 됨. 반면에 다른 것들은 별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되거나 아니면 아마도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되버림. 어떤 형태도 없었던 덩어리가 구조화되면서, 어떤 구조가 주어짐. 그런 식으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을 알게 되고,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으며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됨. 결국 경계들은 확신을 제공. 그런 경계들은 우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어디로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게 하고, 우리 스스로가 자기-확신을 지닌 채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셈. 바로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경계들은 분명하게 표시되어야 함. 당신의 집과 다른 사람들의 집 주변에는 안과 밖을 동시에 구분하는 차이점을 만들고 표시하기 위해 담장이나 울타리가 쳐 있음. 또한 출입문이나 방문에도 내부인과 외부인, 거주자와 손님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사람들을 표시하기 위해 이름표가 붙어 있음. 바로 이런 기호들이 분명하게 설명하거나 암시하고 있는 그 지침들에 순순히 복종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어떤 질서 있는 세계가 창조되고 재현되면서 분명하게 드러나며 자연화된다.
- 인류학자 메리 더글라스가 순수와 위험(1966)이라는 획기적인 연구서에서 인상적으로 설명했던 것처럼, 질서란 바로 적절한 사물들이 그 어떤 다른 자리가 아니라 바로 정확히 있어야 하는 그 제자리에 위치해 있는 것을 의미. 그런데 사물들이 있는 자리가 과연 적절한지 아니면 제자리를 벗어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경계임. 예를 들어 화장실은 부엌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하고, 침실은 식당과는 떨어져 있어야 하며, 옥외는 실내와 떨어져 있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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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세계사 불변의 법칙

저자
옌쉐퉁 지음
출판사
글항아리 | 2014-02-0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세계가 움직이며 발전하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역사의 관성inert...
가격비교

- 미국이 상대적으로 침체되었는가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학계에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 주류 쪽은 미국이 침체될 가능성은 없으며 상대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조차 없다고 주장. 이런 주장의 근거는 대체로 두가지인데, 첫째는 역사적 경험임. 60년대 말 소련이 급부상하여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있었고, 80년대에는 미국이 크게 발전하여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음. 그러나 미국의 침체에 관한 이 두 예측 모두 틀린 것으로 판며오딤. 따라서 현재 중국이 급부상하여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 역시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는 잘못된 주장으로 판명되리라는 것. 두번째 근거는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므로 중국보다 자체조정능력이 우월하다는 주장. 미국이 민주주의 선거제도 덕분에 중국보다 더 빠르게 국가정책을 조정할 것이며, 따라서 중국은 결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 반면 소수파는 미국이 이미 상대적으로 침체되고 있으며 갈수록 많은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잃고 있다고 주장. 소수파는 기본적으로 경제데이터를 근거로 내세움. 가장 많이 거론되는 논거는 미국이 대외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반면 중국은 미국 채권의 최대 보유국으로 떠올랐다는 사실. 2012년 미국 연방 재정적자는 1조 2000억 달러이고, 2013년에는 아무리 줄인다 하더라도 1조달러에 이를 것임. 오바마 정부의 예산계획에 따르면 12년말 부채총액은 16조 20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액 15조달러보다 1조 2000억 달러 더 많음. 다시 말해 미국이 1년 동안 창출한 부로는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는 의미. 미 공화당은 2013년에 10년 안에 정부예산의 수지균형을 맞추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고 민주당의 비난공세에 시달렸음. 오바마 대통령은 12년 3월, 앞으로 10년 안에는 미국 정부 예산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밝혔음. 따라서 소수파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침체될 것으로 보고 중국이 채권국의 지위를 활용해 미국의 발전을 견제할 것이라고 주장.
-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늦출 수 있다고 보는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적인 침체라는 속성 때문. 앞으로 10년 미국이 겪게 될 상대적인 침체는 90년대 러시아의 절대적 침체와는 본질적으로 다름.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는 국토면적이 23.8%, 인구는 48% 감소했으며 국민총생산은 3분의 1, 병력은 23.7% 줄어듬. 옐친 집권시기의 러시아는 다시 8년 동안의 절대적 침체기를 겪어야 했음. 99년 말에는 92년에 비해 인구가 350만명 감소하고 국민의 평균수명은 10세나 줄어들었으며, 항공모함 함대는 5개에서 1개로 줄어듬. GDP는 1조 달러에서 1827억 달러로 80% 감소. 반면에 미국의 상대적 침체는 이와는 확연히 다름. 각 분야에서 미국의 실력 요소는 현재의 수준보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체되거나 더디게 성장할 것임. 2023년 미국의 종합 국력의 절대치가 적어도 2012년보다는 클 것이란 의미. 이것이 중국과 러시아 간의 국력과 입지가 92년에서 2002년의 10년 동안 역전되었지만 앞으로 10년 중국과 미국의 국력과 입자가 역전되기 힘든 이유
- 중국이 국내문제 때문에 초강대국이 될 수 없으리라는 시각과 국내문제만 제대로 해결하면 초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은 모두 내부 요인 결정론에 근거하고 있음. 그러나 대국의 부상이나 민족의 부흥은 역사적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그 결과는 부상하는 국가와 현재 패권을 쥐고 있는 외부요인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의미. 관자 패언편에 "군주된 자가 백성을 다르리는 데는 도가 있고, 패업과 왕업을 이루는 데는 때가 있다. 자기 나라를 잘 다스리는데 이웃나라에 도가 없다면 패업과 왕업을 이룰 자격이 있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음. 중국이 앞으로 10년안에 초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이 시기에 중국이 국력을 빠르게 증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미국의 상대적인 침체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 시장이 세계화되어 기술 선도국이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상품을 수출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무역이 전쟁을 대체해 해외에서 이익을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됨. 일부 학자는 프랑스와 독일이 경제의 상호의존도가 높았음에도 유럽에서 1차대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들어, 강대국 사이에 전략적으로 경쟁이 진행중일 때 경쟁의 당사국은 전쟁 때문에 입을 경제적 손실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함. 따라서 냉전 이후 세계화로 경제의 의존관계가 깊어진다고 해도 부상하는 국가와 패권을 쥔 국가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 그러나 이런 인식은 시장의 세계호와 양국의 상호의존 관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데서 오는 착각임. 시장의 세계화는 양자간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에는 없는 기능이 있음. 강대국에게 세계적인 범위에서 해외시장과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임. 반면 양자간의 상호의존 관계만으로는 두 나라가 제3국에서 시장과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없음. 소련이 붕괴된 후 세게화와 시장화가 두가지 측면에서 전세계 시장을 휩쓸었음. 첫째, 공산권경제상호원조회의(코메콘)가 해체되어 동서진영의 국제시장이 하나로 통합됨. 둘째, 시장화로 굳게 닫혀 있던 많은 나라의 국내 시장이 열림. 북한과 쿠바를 비롯한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는 이미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됨. 중국과 미국이 해외시장을 확보하고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데 대외무역과 해외투자가 전쟁보다 더 효율적 수단이 되었다는 것.
- 한 지역이 세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가져야 함. 첫째, 이 지역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가 있어야 하고, 그중 1국 또는 그 이상의 국가가 막강한 물리적 힘(특히 군사력)과 정치력(특히 사상적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세계의 다른 국가가 모방하는 본보기가 되어야 함. 둘째, 세계의 중심은 국제적 갈등이 가장 집중적인 지역이어야 함. 여기서 갈등은 주로 중심국가가 펼치는 전략적 쟁탈전에서 나타나며, 전략적 다툼은 해당 지역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일어날 수도 있음. 역사를 돌아보면 세계의 중심지역에는 두가지 상황이 나타남. 하나는 중심국가의 전략적 쟁탈전의 축이 해당 지역에 있는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전략적 쟁탈전의 축이 중시에서 주변지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임. 전략적 쟁탈전의 축이 중심국가가 속한 지역에 있을 때 이 지역이 세계 중심으로서의 지위가 더욱 분명해짐. 앞서 말한 두가지 조건 가운데 세계적 영향력이 있는 국가가 포함되어 있는가가 이 지역이 세계의 중심이 될지 판가름하는 전제조건. 18세기 산업혁명에서 2차대전 까지 유럽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의 중심이었음. 오랫동안 유럽은 쟁탈전의 주역국가들의 소재지이자 전략적 쟁탈의 격전지였음. 식민주의가 끊임없이 팽창하면서 유럽 대국간의 전략적 쟁탈전이 유럽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지만, 유럽은 줄곧 이 대륙의 강대국들이 쟁탈전을 벌이는 주요한 무대였음. 예컨대 자연적인 국경선을 정하려고 노력한 프랑스의 루이 14세와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3국이 세차례에 걸쳐 완성한 폴란드 분할, 유럽 대륙에서의 나폴레옹 제국의 확장, 영국/프랑스/러시아 등이 발칸반도를 차지하기 위해 일으킨 크림전쟁, 히틀러 지배 아래 독일의 유럽확장 등이 모두 이 같은 사례. 이처럼 2차대전이 끝나기전까지 근현대의 국제관계사에서 유럽은 줄곧 세계의 중심이었음. 2차대전 이후부터 냉전이 끝날때까지 미국과 소련은 세계에서 국력이 가장 강한 나라였고, 국제체제에서 최고의 전략 경쟁자였음. 양극중 하나인 소련이 유럽에 있고 이시기에 미국과 소련이 다투던 전략적 중심지 역시 유럽이었기 때문에 유럽은 냉전시기에도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짐. 46년 미국의 풀턴에서 처칠은 이렇게 연설. "발틱해의 슈체친(폴란드의 지명)에서 아드리아 해의 트리에스테(이탈리아 지명)까지, 유럽 대륙을 가로지르는 철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 말을 냉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임. 미국과 소련이 모두 전략적 경쟁의 축을 유럽에 두었기 때문에 철의 장막이 세계의 다른 지역이 아닌 유럽에 형성될 수 있었음. 그리고 동서 양대진영을 각각 상징하며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회원국은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고 모두 유럽에 몰려 있었음. 이는 미소 양국이 유럽지역에서 쟁탈전을 벌인 직접적 결과임.
- 80년대 일본과 동아시아 네마리 용이 고속성장한 것이 동아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유럽을 넘어서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세계적 전략 경쟁자가 되기에는 일본의 종합 국력이 강하지 않아 동아시이 전체의 종합적 실력과 지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 일본은 20여년 동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종합국력은 초강대국 수준에 못 미침. 반면 소련은 경제규모에서 일본에 자리를 내준 후에도 여전히 초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유지. 동아시아가 앞으로 세계의 중심이 된다면 그것은 이 지역에 강한 종합국력을 갖춘 초강대국이 등장하기 때문일 것임. 21세기에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초강대국이 등장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음. 70,80년대의 일본의 경제적 부상과는 성격이 다름. 중국의 종합국력이 전반적으로 부상한다는 것은 중국이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간다는 의미. 중미간의 구조적 갈등은 경제분야의 경쟁뿐 아니라 전방위적인 전략경재응로 나타날 것임. 따라서 미국은 중국을 21세기 가장 주요한 전략경쟁의 맞수로 보지 않을 수 없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세계전략의 중점을 두게 될 것임. 이 때문에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이동하는 속도 역시 가속화될 것임. 2023년에 중국이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어 세계적인 전략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때 동아시아 역시 세계적인 전략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임. 중국의 부상이 있어야만 동아시아가 유럽을 대신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음.
- 23년에 아세안의 통합은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을 가능성이 큼. 아세안 국가에서 유럽연합을 아세안이 나아갈 지향점으로 여기는 시각이 있었지만, 창설 이후 아세안은 경제통합의 측면에서 유럽연합과 같은 발전을 거두지 못했음. 아세안 10개국은 444만 제곱킬로의 면적에 5억 7600만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GDP총액은 일본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음. 아세안 회원국들은 여러차례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통합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아세안은 아직까지 관세통합도, 통일적인 비자체계도 없고 통화의 통합도 이루지 못했음. 아세안의 통합이 실질적으로 진전을 거두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회원국간의 경제발전 수준의 격차나 정치제도의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한데서 찾을 수 있음.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으로 통합할 때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미국도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주도했음. 덕분에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경제통합은 실질적인 진전을 거둘 수 있었음.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에서 가장 큰 나라로, 인구가 아세안 인구의 41%인 2억 3700만명이나 됨.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경제가 낙후되어 GDP가 800여 억 달러에 불과.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경제가 가장 발전한 나라는 싱가포르지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인구가 530만명밖에 되지 않음. 아세안의 경제통합에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한 국가가 없다는 것이 아세안이 수십년 동안 경제기구가 아니라 정치기구에 머물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앞으로 10년 안에도 정치적 리더십 문제는 해결하지 어려울 것임. 동시에 아세안의 통합을 저지하려는 필리핀과 베트나의 공세도 한층 강화될 것임. 따라서 23년에 아세안은 경제협력을 핵심으로 삼는 기구가 아니라 정치안보 측면의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구에 머물 전망
- 10년 이후 동아시아 지역의 섬을 둘러싸고 충돌이 일어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구체적 원인이 있음. 하나는 일본의 상대적 침체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과 아세안 자유무역협정이 전면저긍로 실시된 것임. 2010년에 일본은 세계 2대 경제대국이라는 지위를 잃었음. 이는 일본 국민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음. 일본 국민은 정부에 불만을 품게 되었고, 이것이 일본내 우익세력을 움직였음. 단기간 내에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었던 일본 정부 역시 갈수록 강력해지는 우익 세력에 영합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도서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택했음. 이로써 일본은 남쿠릴 령도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충돌하고, 독도를 두고 한국과 충돌하며,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놓고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음. 만일 일본 정부가 도서분쟁을 빌미로 강경한 대외정책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일본이 중국, 러시아,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충돌을 빚는 원인을 설명할 방법이 없음. 중국, 러시아, 한국 이 세나라가 동시에 일본과 영토분쟁을 일으키기로 사전에 공모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 따라서 일본이 동시에 3개국과 영토분쟁을 일으킨 것을 정부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이해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는 것이 타당. 다시 말하면 일본 정부가 이 방법 말고는 갈수록 추락하는 국제적 위상을 추스를만한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
-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함. 표트르 대제는 1689년 실권을 잡은 후 1721년에 북방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32년간 러시아를 유럽의 강자로 만듬. 소련정부는 45년에 2차대전이 종식된 후 16년 후인 61년 유인우주선을 우주에 쏘아올렸고, 72년 학계에서 소련을 미국과 동급인 세계 초강대국이라고 인정하기까지 27년이 걸림.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은 비단 러시아뿐만이 아님. 중국의 진시황도 기원전 238년 직접 정권을 잡은 후 기원전 221년에 여섯나라를 통일할 때까지 17년만에 진나라를 대제국으로 만듬. 이런 역사의 기적이 일어나려면 지도자가 특별한 정치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 푸틴이 지난 13년 동안 러시아의 세력침체를 다소 늦추기는 했지만 역사적 기적을 일군 이들 정치가와 비교해보면 푸틴에게서 이토록 비범한 정치적 리더십은 보이지 않음.
- 80년대 말, 미국의 많은 학자들은 일본의 국력이 곧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생각. 이런 생각을 표현한 가장 대표적 저작물이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임. 일본 스스로도 미국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해서, 향후 동아시아 경제를 운영할 기러기 행렬 전략, 즉 일본을 필두로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 그 뒤를 따르고 맨 뒤에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따라오는 전략을 짜기도 함. 첨단 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일본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기술산업을 아시아 네마리 용에게 넘기면 이들 국가는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 넘긴다는 전략. 그러나 역사는 결코 인간의 예측대로 전개되지 않음. 일본이 20여년 동안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초강대국도, 세계의 일극도 되지 못함. 그 반대로 90년대부터 장기적 경기침체에 빠진데 이어 2010년에는 결국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라는 지위마저 내놓아야 했음. 그러나 GDP 세계 2위의 자리를 내준 현실보다 더 일본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향후 10년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갈수록 줄어들고 해외 언론의 일본 주재 특파원수도 줄어듬. 23년에도 일본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란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전반적인 국제영향력에서는 더 이상 세계적인 강대국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대국에 머물 것임. 80년애 일본 경제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일본의 GDP는 미국의 3분의 2에 달했음. 그러나 11년에는 미국의 38%로 뚝 떨어짐. 일본 경제가 10년 더 침체된다면 2023년 일본의 GDP는 미국이나 중국의 3분의 1보다 적을 것임.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은 더이상 미국이나 중국과 동급이 아니란 의미
- 아프리카의 발전이 더딘 이유.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아프리카는 사실상 5개 지역으로 나뉨. 북아프리카는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어권 국가들로 구성되고, 이집느가 이 지역을 주도. 이집트는 아시아아 아프리카 두 대륙에 걸쳐 있고, 북아프리카 지역 역시 정치, 경제, 종교, 종족 측면에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보다 중동과의 연계성이 더 강함. 따라서 많은 국가가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에 외교부 산하기구를 두고 있음. 서아프리카 국가 대부분도 이슬람교를 믿음. 그러나 문화면에서 아프리카 색깔이 강하고 흑인이 주류를 이루며 대부분 프랑스어를 사용함. 이 지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나라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이지리아임. 중부 아프리카 최대국가는 콩고로 영어를 쓰며 주요 종교는 카톨릭교. 동부 및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고 카톨릭과 기독교를 믿음.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케냐,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이 각각 주도적 지위를 차지. 아프리카는 이처럼 정치와 경제적인 면에서 5개 소지역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국제정치에서 통합된 힘을 발휘하기 힘든 것.
- 브라질과 미국의 이해관계 대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 브라질과 미국은 줄곧 미주자유무역지대 문제에서 의견마찰을 빚었음. 브라질이 미국에 농업 보조금 철폐를 협상의 전제조건을 내세웠으나 미국이 계속 거부. 브라질의 콩 생산량이 2012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브라질과 미국이 경쟁하는 농산품 품목이 하나 더 늘었다는 의미. 농업 부문에서 브라질과 미국의 경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음. 브라질은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하는 목화에 보조금을 지급해 세계 목화가격을 낮추어 브라질 목화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며 세계 무역기구에 제소. 미국은 또 양적 완화정책을 실시해 무절제하고 통화를 발행함으로써 헤알화 평가절하 작용을 상쇄. 이는 12년 브라질 수출이 줄어든 원인중 하나임. 정치측면에서 브라질이 미국에 가장 큰 불만을 품은 부분은 미국이 브라질을 세계대국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 브라질 경제규모가 이미 인도, 러시아, 이탈리아, 심지어 영국까지 넘어섰는데도 미국은 브라질이 이 4개국만큼 중요하다고 인정하지 않음. 특히 미국은 인도를 세계 대국으로 보면서도 브라질을 세계대국으로 여기지 않고, 인도가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지지하면서 브라질의 승격은 지지하지 않음. 또 인도가 전략적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지지하면서 브라질의 우주계획은 지지하지 않음. 향후 10년 브라질은 중남미의 주도국이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미국이라고 여길 것임.
- 향후 10년 인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의 발전추이를 예측. 기본적 주장은 다음과 같음. 첫째, 인도는 글로벌화 시대에 대외개방 측면에서 심도있는 개혁을 실시하지 못하면서 향후 10년 고속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힘들 것임. 23년까지 인도는 여전히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지 못한 채 세계 최대 개도국으로 남을 것임. 둘째, 햐후 10년 외부 강대국이 중동지역에 개입해 전략 경쟁을 벌이는 일이 줄어드는 대신, 터키, 이란, 이집트, 사우디가 역내 경쟁의 주인공으로 부상하면서 중동은 여전히 세계에서 군사충돌이 가장 빈번한 지역으로 남을 것임. 셋째, 새로운 유전이 발견되어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성장 속도가 높아지겠지만 효과적인 사회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아프리카는 23년까지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륙으로 남고, 양극화도 더욱 심화될 것임. 넷째, 향후 10년 중남미 지역의 경제 단일화가 가속화되면서 미국이 이 지역에서 행사하고 있는 주도권이 약화될 것임.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여전히 선진국이 등장하지 않을 것임. 23년까지 브라질도 세계의 한 극이 되기 힘들다.
- 예로부터 중국이 강국으로 부상할 때마다 왕도와 패도에 관한 논쟁이 등장. 왕도사상은 강대국의 전략적 위신을 구축하는 대외정책을 강조. 전략적 위신이 물질적 역량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근간이기 때문. 반면에 패도사상은 물질적 역량만이 국제주도권의 근간이기 때문에 국제적 위신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 중국의 국제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중국의 외교정책은 서로 다른 정치사상을 영향을 받게 됨.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사상은 세가지임. 지금으로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은 경제적 실용주의. 이 사상은 경제가 종합 국력의 근간이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외교 정책의 첫번째 목표로 삼아야 하며 경제건설을 중심에 두는 사상을 대외정책의 첫번째 목표로 삼아야 하며 경제건설을 중심에 두는 사상을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 이 사상에 따르면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은 계속해서 도광양회 원칙을 고수하고 자국과 관계없는 국제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며 안보이익이나 주권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와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더더욱 피해야 함. 이 사상의 논리는 타협으로 평화를 추구하고 평화로 경제성장을 유지하며 경제성장으로 사회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 두번째 사상은 정치적 자유주의임. 이 사상은 좋은 국제적 이미지가 강대국이 추구해야 할 가장 주된 외교정책의 목표이므로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에 편입하는 것을 대외정책을 이끄는 사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 이 사상에 따르면 좋은 국제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중국은 도광양회 원칙과 내정불간섭 원칙을 버리고 서구가 주도하는 국제개입에 적극 동참하며, 특히 독재정권에 대한 제재에 참여해야 함. 이 사상의 논리는 개입에 동참함으로써 서구에 받아들여지고 이로써 좋은 국제적 이미지를 수립하며 좋은 국제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국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세번째 사상은 도의적 현실주의. 이 사상은 정치 지도력이 종합 국력의 근간이므로 초강대국의 전략적 위신향상을 외교정책의 첫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 이 사상에 따르면 중국은 고대 왕도 사상을 본보기로 삼아 현대의 도의적 현실주의를 발전시켜야 하며, 공평, 도의, 문명을 대외정책을 이끄는 사상으로 삼아 책임과 권한이 대등한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해야 한다는 것. 국제사회에서 전략적 위신을 향상시키기 위해 중국은 국제안보 분야에서 더 많은 책임을 지고 특히 우방국의 안보를 보장해야 함. 이런논리는 물질적 국력과 도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전략적 위신을 수립하고, 이로써 우방국을 늘리며, 많은 우방국을 바탕으로 민족부흥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
- 1840년 아편전쟁이 끝난 후 중국은 강대국에서 약소국으로 전락했고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지위를 잃었음. 이후 100여년 동안 중국은 줄곧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을 도모하는 외교정책을 펼쳤고, 30년 전부터 비로소 생존에서 발전으로 외교방침을 바꾸었음. 발전이 생존보다 높은 목표인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를 선도한다는 외교원칙에 비하면 여전히 보잘것 없는 목표임. 지난 200년 동안 중국 외교는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붙거나 아예 모든 강대국과 등을 졌음. 따라서 국제문제를 주도하고 국제사회를 이끌어본 경험이 부족함. 60년대에 3개 세계론(미/소의 초강대국을 1세계, 서유럽과 일본을 2세계, 1/2세계의 지배를 받은 국가를 제3세계로 구분한 외교이론)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제3세계의 진정한 주도국은 아니었음. 향후 10년 양극으로 재편된 국제구도에서 한 극을 차지할 중국은 외교적으로 더이상 다른 나라에 의존하거나 무임승차하거나 독립적 정책을 취할 수 없음. 중국은 지도자가 되는 법, 국제사회의 추앙을 받는 지도자가 되는 법, 특히 미국보다 더 사랑받는 지도자가 되는 법을 깨우쳐야 함. 중국은 겸허하고 신중한 자세로 국가전략을 더 발전시켜야 하며 도광양회라는 전략적 원칙을 더이상 고수해서는 안됨. 향후 10년 중국이 추앙받는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전략적 위신을 세워야 함. 강력한 물질적 역량만으로는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지도국이 될 수 없음. 순자는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국가의 성격을 왕권, 패권, 강권으로 분류. 왕권국가는 다른 나라의 존경을 받는 나라, 강권국가는 다른 나라가 적대시하는 나라이고 패권국가는 중간적 성격을 띠는 국가로 이중적 외교정책을 채택함. 순자의 분류에 따르면 미국은 아직 패권국가가 아니지만 이미 이 기준에 가까워졌음. 핵 확산 방지에 관한 문제에서 인도와 북한 모두 핵 확산 금지원칙을 위반했지만 미국은 인도와는 핵 협력을 추진하면서도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함. 전형적인 이중 잣대임.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왕도를 추구하는 외교원칙을 채택해야 함. 왕도를 추구하는 외교원칙에서 핵심은 높은 전략적 위신임. 가장 대표적 개념은 21세기 들어 유행하기 시작한 책임감 있는 강대국임. 다시 말해 중국이 왕도를 추구하는 외교원칙을 채택한다면 세계 여러나라가 중국을 책임감 있는 강대국으로 인정할 것임.
- 앞으로 10년 경제분야의 성장은 중국과 미국의 국력 격차가 줄어드는데 여전히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임. 따라서 중국은 이런 우위를 활용하여 미국이 정치적으로 취하는 강경한 대 중국 정책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음. 자본주의 가치관에서는 부의 규모가 옳음의 기준임. 미국 국민은 미국보다 경제적 활기가 더 넘치는 정치체제가 옳다고 믿음. 따라서 중국과 미국의 경제력 격차가 줄어들수록 미국인들은 중국의 정치체제가 국제적 합법성을 갖추었다고 믿게 될 것임.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이런 지위 덕분에 중국의 대미 정책은 정치적으로 도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음. 이처럼 정치와 경제관계를 결합하는 정책은 미국이 이념문제에서 공연한 트집을 잡지 못하도록 막고 양자간 전략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임. 앞으로 10년 미국의 최대 무역 동반자로서 중국은 미국에 자유무역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미국이 취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보호무역주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공론화해야 함. 미국에 보호무역주의 이미지가 덧입혀지고 정치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국가라는 비난이 거세질수록 미국에 반대하는 국내외 자유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임. 중국과 미국의 경제력 격차가 커질수록 미국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그럴수록 중국에 대한 강경노선의 정당성도 저하될 것임.
- 앞으로 10년 중국과 러시아 모두 양자간 전략적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질 것임. 냉전 조익후 러시아는 서방진영에 합류하여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음. 그러나 핵무기와 대규모 재래식 무기감축을 비롯해 러시아가 취한 모든 양보도 이 목표를 실현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음. 나토는 오히려 동쪽으로 러시아 국경지대로까지 세력을 확장했음. 향후 10년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압박은 줄어들지 않을 것임. 미국은 여전히 러이사를 유럽국가의 공동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간주할 것임. 12년 푸틴이 재임에 성공한 후 나토는 폴란드에 미사일방어체제를 배치하고 더이상 러시아와 협상하지 않기로 결정. 러시아가 실제로 어떤 의향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러시아는 나토와의 협상에서 중국과 동맹을 맺는 것보다 더 큰 전략적 이득은 얻지 못할 것임. 앞으로 10년 중국 역시 최대의 전략적 이득을 얻기 위해 러시아와 동맹관계를 구축해야 함. 전 세계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의 범위가 넓게 확대되면서 전략적 안보 측면에서 맞닥뜨릴 문제도 늘어남. 이에 따라 우방의 필요성이 커지며, 러시아와 맺는 동맹의 전략적 가치도 갈수록 커질 것임.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하여 UN의 시리아 결의안에 부결표를 행사한 것은 양국의 공통된 이익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와의 사이에서 전략적 이익을 둘러싸고 객관적 마찰이 존재. 이론 인해 중국은 거의 모든 국제문제에서 이 세나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동맹을 맺는다면 UN안보리에서 1:4의 고립국면에 처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음. 앞으로 10년 미국은 스마트 외교를 강화하여 중국의 전통적 우방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임. 갈수록 조여오는 국제체제의 압박을 막기 위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여 미국의 동맹확대전략에 대응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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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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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뿐인 세상

사회 2014. 10. 7. 13:18

 


중국뿐인 세상

저자
후안 파블로 카르데날, 에리베르토 아라우조 지음
출판사
명랑한지성 | 2014-03-1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중국뿐인 세상』은 전 세계를 울리는 거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
가격비교

- 중국수출입은행과 중국개발은행은 무한한 자금을 어디에서 얻는 것일까? 세계 전체가 금융혼란에 휩싸여 있는 와중에 중국 같은 발전도상국이 어떻게 금융거인이 될 수 있었을까? 중국의 비법은 무엇일까? 수수께끼의 답은 독재체제의 심장부에 놓여 있음. 중국의 국가적 꿈과 야심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바로 중국 국민들임. 어째서 그럴까? 중국수출입은행과 중국개발은행은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상업은행들이 이 채권을 매입하는 자금은 13억 중국인의 예금에서 나옴. 복지제도가 전무한 탓에 중국인들은 수입의 40% 이상을 저축하므로 저축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음. 그런데 이런 막대한 예금은 경제학자들이 금융억압(시장이 자유롭게 작동되도록 두었다면 다른 곳으로 향했을 자금을 정부가 정책수단을 동원해 끌어오는 것)이라고 부르는 현상과 결부됨. 중국의 경우 금융억압은 저축을 한 예금자들이 손실을 볼 수 밖에 없게끔 작동.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밑돌아 예금수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자금흐름에 대한 엄격한 통제 때문에 더 나은 수익을 찾아 예금을 인출하는 것이 불가능. 국내 투자대안은 제한적이고, 엄격한 자금통제에 막혀 더 수익성 높은 해외에 투자하는 것도 어려움. 그러므로 국민들의 금융손실은 중국주식회사의 필요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짐. 국민의 예금으로 사실상 제로금리를 지불하면서 국영기업들의 세계 정복 자금을 값싸게 조달하는 것. 제한조치들이 철폐된다면 이런 예금이 해외의 투자대안처로 빠져나가 저렴한 자금조달 흐름도 끊기게 될 것임. 결국 무한한 자금공급이라는 마법의 지팡이는 중국 예금자들의 막대한 부담위에서 효력을 발휘함. 중국의 경쟁자들이 이런 특혜 자금이 불공정하다고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
- 베이징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라틴아메리카와의 경제관계를 상보성이란 말로 그럴싸하게 꾸밈. 하지만 현실에서 중국이 이 지역들과 맺은 경제관계의 기초를 이루는 공식은 너의 원료로 만든 나의 최종생산품임. 예전에 서구가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썼던 식민지배 체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음. 식민지재체제는 산업혁명으로 강대국이 된 영국이 19세기에 고안. 현재 베이징이 답습하고 있는 영국모델에서는 식민지를 면화와 같은 천연자원의 공급자로, 또한 국내수요를 초과해 생산된 맨체스터산 직물 등의 제품을 풀어놓는 시장으로 이용했음. 중국이 당시 대영제국이나 20세기의 일본처럼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노리는 것은 똑같음. 원자재 공급을 보장받고, 생산한 제품을 팔 새 시장을 손에 넣고, 그 기반위에 교역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임.
- 중국은 극도로 자금에 목마른 국가들을 상대로 유리한 계약을 따내면서 전략적 투자를 실행할 때 국가라는 기계의 모든 톱니바퀴를 효율적으로 사용함. 금융(은행), 경제(국영기업), 그리고 최종결정권을 가진 정치기관이 한 몸이 되어 국가적 목표를 달성함. 이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목적은 동일함. 천연자원의 장기공급을 획득 또는 보장하고, 경쟁을 내몰고, 정치적 영향력과 힘을 손에 넣는 것이다. 중국 정책은행들이 돈을 대고, 주로 국영기업들이 실행하는 프로젝트들에서는 금융적 이익과 환경적 영향이 종종 열외로 밀려남. 그렇다고 중국 은행과 기업들이 해외투자에서 상업적 이익을 무시하는 것은 아님. 국가적 우선순위가 아닌 사업에서는 더욱 그러함. 국가의 승인이 필요하긴 해도 중국기업들도 일상적 사업운영에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한다. 하지만 달리 대안이 없을 경우 교향곡 연주를 위해 오케스트라(은행, 기업, 외교관들)를 지휘하는 것은 공산당들임. 물론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삼각편대(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CNPC, 중국개발은행, 외교)를 활용하는 것이 중국에만 고유한 것은 아님. 다른 나라들도 외교적 목표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개발은행을 활용. 차관을 공여받은 국가가 제공국가로부터 정해진 액수의 장비를 구매하거나 서비스 계약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 대표적 사례. 그렇긴 해도 이를 중국의 방식과 나란히 놓을 수는 없음. 우선 규모에서 차이가 남. 중국은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국이어서 엄청난 금융영향력 행사가 가능. 또한 중국의 일당체제에서는 균형추(언론, 시민사회, 야당)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정부가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대로 행할 자유가 있다는 점도 중요함.
- 국경을 넘어 흐르는 강을 공유하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메콩강이 아닌 다른 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북한만 예외일뿐, 중국과 주요 수자원을 공유하는 나라들(인도, 러시아, 카자흐스탄)은 모두가 베이징의 일방적 방식을 비난하고 있음. 뉴델리의 경우 물 공급을 둘러싼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임. 물론 그 분쟁은 인도와 중국 사이의 일반적인 긴장감과 더 밀접히 연관된 것이기는 함. 메콩강 문제가 물관련 분쟁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논란이 많은 사안이지만, 베이징이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자기 의지를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곳은 중앙아시아 접경지역임. 이곳에서 중국은 신장성에 농업용수 및 석유산업 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이르티시강과 이리강의 물길을 틀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관계가 최근 몇년간 돈독해지긴 했어도 수자원과 같은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음. 카자흐스탄 정부는 중국이 물길을 바꿈으로써 발하슈 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 발하슈 호는 인근에서 가장 중요한 담수의 원천이며 생태계의 다양성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임. 하지만 계속 회피하기만 하는 중국에게는 쇠귀에 경읽기임. 베이징은 물을 국가안보 문제로 보기 때문에 협상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음. 13억 인구의 수요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히말라야 산맥이 수자원과 관련해 핵심 역할을 하는 지리적 위치임. 중국은 이른바 상류국가로 강의 발원지를 품고 있음. 이는 중국이 독자적으로 담수를 손에 넣을 수 있으며 동시에 물 관련 분쟁에서 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다른 나라의 자원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 따라서 외교에서 윈-윈 협력을 줄기차게 부르짖으면서도 수자원에 대해서는 이웃 나라들의 우선순위에 대해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음. 실제로 중국은 다수의 합의를 창출하기까지 27년이 걸린 유엔 국제수로 비항행적 사용에 관한 협약에도 터키, 브룬디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음.
- 금융 영향력의 위력은 역사속에서 확인됨. 20세기 초반에 유럽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간 것은 미국이 지금의 중국처럼 세계 최대의 채권자이자 제조업 초강국이 되었을 때였음. 워싱턴은 앞장서서 유엔을 창설하고, 세계은행과 IMF등 국제금융기관을 만들고, 무역자유화를 추진. 이 세가지 요소가 2차대전 이후 수립된 세계질서의 특징임. 현재 중국은 미국이 양 대전 사이에 겪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음. 바로 산업확장과 거의 무한한 금융역량임. 이는 중국이 현 상태를 뒤엎고 새로운 세계질서 창출의 기반을 다지는, 미국과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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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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