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동

사회 2020. 3. 29. 14:15

- 미래 쇼크는 변화의 「과정」 - 즉 변화가 인간과 조직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본다. 「제3물결」은 변화의 「방향」 - 즉 오늘날 의 변화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력이 동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통제」- 즉 누가 어떻게 변화를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래 쇼크」(이 책에서는 「미래 쇼크를 너무나 짧은 기간 동안에 너무나 많은 변화에 대처하고자 노력함에 따라 유발되는 방향감각 상실과 스트레스라고 정의했다)는 역사의 가속화가 변화의 실제 방향과 는 상관없이 독자적인 결과들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사건과 반응시 간의 단순한 가속화는 변화가 선 또는 악으로 인식되는지의 여부와 상. 관없이 독자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 책은 또한 개인이나 조직은 물론이고 국가조차도 단기간의 너무 나 빠른 변화로 과부하(過負荷) 상태에 빠져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지 성적인 적응적 결정을 내리는 능력에 파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 다. 요컨대 개인·조직 및 국가도 미래 쇼크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지배적인 견해에 반대하여 「미래 쇼크는 핵가족이 곧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유전자 혁명, 일회용 사회 (throw-away society)의 등장과 교육혁명 등을 예견했으며 그 중 대부분은 지금 마침내 시작되고 있다. 뒤이어 1980년에 출판된 「제3물결』은 초점을 달리했다. 이 책은 기 술 및 사회분야에서 일어난 최근의 혁명적 변화들을 설명함에 있어서 이 변화들을 역사적으로 조명하면서 그 결과로 나타나게 될 미래의 모 습을 묘사했다.이 책은 1만년 전의 농업혁명을 인류역사를 변모시키는 변화의 「제1 물결」, 그리고 산업혁명을 「제2물결」이라고 부르면서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된 거대한 기술·사회적 변화들을 인류변화의 거대한 「제3물결」 - 새로운 공장굴뚝 이후의 문명의 시작 - 이라고 설명했다. 그 책은 무엇보다도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산업들, 즉 컴퓨터 · 전자 공학·정보·생물공학 등에 기초한 산업들을 지적하면서 이것들을 경제의 새로운 사령탑이라고 불렀다. 그 책은 융통성있는 생산, 특정분야를 목표로 한 시장, 파트타임제 노동의 확산, 미디어의 탈대중화 등을 예견했다. 그 책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새로운 융합에 관해 설명 하면서 생산소비자(prosumer)라는 용어를 소개했으며, 또한 앞으로 전개될 일부 작업의 가정으로의 복귀와 함께 정치 및 국민국가 체제에 서 일어날 그밖의 여러 가지 변화들도 논했다. 제3물결은 일부 국가에서는 금지되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한동안 중국의 개혁파 지식인들간에 「성서」로 꼽히기 도 했다. 이 책은 처음에는 서방의 「오염된 정신」을 퍼뜨린다고 비난 받았다가 해금된 후 대량으로 출판됨으로써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덩샤오핑 연설문에 이어 두번째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당시 중국의 총리였던 자오쯔양은 특별회의를 열고 정책입안자들에게 이 책을 공부하라고 촉구했었다.
- 부의 창출을 위한 혁명적인 새로운 체제가 확산되려면 반드시 개인적 · 정치적 · 국제적 충돌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부가 만들어지는 방법 이 바뀌면 우리는 즉각 종전의 부 창출체제에서 권력을 얻은 기존의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충돌하게 된다. 격렬한 분쟁이 일어나 쌍방이 미 래를 장악하기 위해 싸우게 된다. 오늘날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이 투쟁이야말로 현재의 권력개편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므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 하기 위해서는 최근에 있었던 그같은 범세계적 투쟁을 잠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300년 전의 산업혁명도 역시 새로운 부 창출체제를 생성시켰었다. 경작지였던 들판에 공장굴뚝들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공장들이 늘 어났다. 이 음침한 악마의 공장들이 전혀 새로운 생활방식 - 새로운 권력체제를 가져다 주었다.
- 농민은 땅에 묶인 준(準)노예상태에서 풀려나 공적 또는 사적인 사 용자들에게 종속된 도시 노동자로 되었다. 이 변화와 함께 가정에도 권력관계의 변화가 찾아왔다. 한지붕 밑에서 여러 세대가 살면서 모두 가 턱수염을 기른 한 사람의 가부장에 의해 통치받던 농업가족들은 붕 괴되어 단출한 핵가족으로 바뀌고 노인들은 곧 축출되거나 아니면 명 망과 영향력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직체로서의 가족 그 자체 는 사회적 권력의 대부분을 상실했으며 여러가지 기능은 다른 조직체로 - 예컨대 교육기능은 학교로 - 이전되었다. 또한 증기기관과 공장굴뚝이 늘어남에 따라 방대한 정치적 변화가 수반되었다. 군주국들은 붕괴되거나 관광명소로 전락하고 말았다. 새 로운 정치형식이 도입되었다. 한때 자기 지방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던 농촌 지주들 중 약삭빠르고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들은 도시로 이주하여 공업발전의 물결을 탔으며 그 자손들은 증권업자가 되거나 실업계의 거물이 되었다. 본래 의 농촌 생활방식에 집착한 대부분의 토지소유 향신(鄕紳)들은 초라한 상류계급으로 몰락했고, 그들의 대저택은 결국 박물관이나 돈벌이를 위한 공원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그들의 권력이 쇠퇴한 대신에 새로운 엘리트들 - 기업지도자·관료·언론계 거물 - 이 등장했다. 대량생산 ㆍ대량분배·대중교 육 및 대중매체에 수반하여 대중 민주주의 또는 「민주적임을 자처하 는 독재정권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국내적 변화에 수반하여 세계권력에서도 거대한 이동이 일어 났다. 공업화된 나라들이 세계 다른 지역의 대부분을 식민지화하거나 정복 또는 지배함으로써 지금까지도 부분적으로 존속하고 있는 세계권력의 위계체계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 요컨대 새로운 부 창출체제가 출현함으로써 낡은 권력체제의 기둥이 모두 붕괴되어 결국 가족생활·기업·정치 · 국민국가 그리고 세계권 력의 구조 자체를 변형시키게 되었다. 미래를 장악하고자 싸운 사람들은 폭력·부(富) 또는 지식을 사용했다. 오늘날 훨씬 더 가속적이기는 하지만 이와 유사한 대변동이 시작 되고 있다. 우리가 요즈음 기업·경제·정치 그리고 세계 차원에서 목 격하고 있는 변화들은 훨씬 더 큰 권력투쟁을 앞둔 최초의 작은 전투 들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금 인류역사상 가장 격렬한 「권력이동』을 목 전에 두고 있다.
- 권력 스타일의 변동은 변화된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초기호경제 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개별회사들과 전체 산업을 개편하는 과제는 하 찮은 흠이나 잡고 체면치레나 하고 미주알 고주알 까다롭기만 한 관료 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실 이 과제는 개인주의자 · 과격파· 배짱파나 심지어 괴짜들, 말하자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해안에라도 상륙할 태세를 갖춘 기업 특공대(business commandos)에 게나 적합한 일이다. 오늘날의 모험적 기업가와 거래 메이커들은 당초 공장굴뚝 경제를 건설했던 「강도 귀족(악덕 자본가를 말함)들과 닮았다고들 말한다. 사실 오늘날의 「섬광시대」는 미국 남북전쟁 직후의 「겉치레 시대 (Gilded Age)」와 닮은 점이 많다. 그 당시는 농업노예제도가 북부의 신흥 산 업화 세력에 패배한 후 근본적인 경제구조 개편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그 당시는 또한 「사령관, 밴더빌트(Cornelius Vanderbilt), 「다이어몬드 짐」 브래디(Brady), 「100만 달러의 사나이」 게이츠(John Warne Gates)와 같이 실물보다 과장된 인물들이 살던 과소비, 정치적 부패, 과다지출, 금전착복 및 투기의 시대였다. 반노조주의(反勞組主 義)와 빈민층 멸시로 특징지어지는 그 시대를 벗어나면서 갑작스러운 경제개발이 추진되어 미국이 근대적인 산업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신종 인간들은 관료라기보다는 해적에 가까우므로 이들을 「전자 해적(electronic pirate)」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들이 장악한 권력은 단지 돈자루만이 아니라 복잡한 데이터·정보 및 노하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금융업자 와인가튼(Robert I. Weingarten)은 기업매 수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컴퓨터 스 크린에 매수기준을 열거해 보는 것이다. 그 다음에 여러가지 데이터 베이스를 사용하여 이 기준을 점검하고 목표 회사를 선정한다. 그럼 마지막에 할 일은 무엇인가? 맨 나중에 할 일은 기자회견을 갖는 것 이다. 컴퓨터로 시작해서 미디어로 끝낸다. 』
- 공장굴뚝 혁명이 일어나기 전, 우리 조상들이 땅에 얽매어 살고 있을 당시에는 전세계가 오늘날의 가장 빈곤하고 자본이 부족한 나라를 못지 않게 경제적으로 후진 상태에 있었다. 수십억 달러의 차관이나 대외원조를 제공해 줄 「선진국」도 없었다. 그렇다면 초기의 굴뚝산업을 뒷받침해 준 최초의 재산은 어디서 온 것일까? - 그 재산의 대부분은 직접·간접으로 약탈 · 노략질 · 해적행위에서 ... 도예 주인의 채찍에서 ... 토지 정복에서 .... 산적 행위 ... 강탈 ... 귀족들 의 농민 협박에서 ... 군주가 자신의 무사와 장군들에게 하사한 방대한 면적의 토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붉게 물든 이 부(富)의 연못이 여러 세대에 걸쳐 아버지에게서 아 들·손자로 전해지면서 차츰 핑크빛으로 변하고 나중에는 눈송이처럼 희어지게 되었다. 결국 이것이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에 태어난 최초 의 철공소·방직공장·해운항로·시계공장 등에 자금을 대주게 되었 던 것이다. 이 초기의 공장들에서도 폭력은 여전히 부의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 을 담당했다. 아이들은 기계에 족쇄를 채운 채 구타당했고, 여성 광원 들은 학대받고 강간당했으며, 남자들은 몽둥이로 다스려졌다.
- 물리력의 독점 : 지금 법인체나 기업의 공공연한 폭력이 드물어진 한 가지 이유는 그 동안 여러 해에 걸쳐 폭력을 외부에 하청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체 적으로 폭력을 생산하는 대신 사실상 정부의 서비스를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모든 산업국가에서는 국가폭력이 민간폭력을 대체하고 있다.어떤 정부이건 정부가 구성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도하는 첫번째 일은 폭력을 독점하는 것이다. 군대와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도록 법적 으로 허용한 집단이다.
- 일상적 기업활동에서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이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두번째 이유는 폭력이 법으로 순화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모든 기업은 법에 따라 운영된다. 모든 계약 · 약속어음·주식·채권·저당권·단체협약 · 보험증권 · 신용과 외상은 궁극적으로 법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리고 선·악을 불문하고 모든 법의 배후에는 총자루가 숨겨져 있 다. 프랑스의 전 대통령 드골(Charles de Gaulle)이 간결하게 지적한 것처럼 『법은 물리력을 갖춰야만 한다.』법은 순화된 폭력이다. | 그러므로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그 회사는 정부에 대해 법의 물리력(효력)을 적용하라고 요구하게 된다. 그 회사는 정부가 상대방 회사의 옆구리에 총(여러 겹의 애매한 행정, 사법적인 까다로운 절차 속에 숨겨져 있는)을 들이대고 특정한 행동을 강요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기업전문 변호사를 흔히 「고용된 총」이라고 부르는 것도 전혀 우연이 아니다.
- 기업계에 아직도 권력이, 그리고 심지어 폭력이 남아 있다고 해서 놀랄 것은 없다. 정작 놀라운 것은 물리력을 적용하는 「방법」에 주목 할 만한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 옛 노예상인이나 봉건영주를 오늘날의 세계에 옮겨다 놓으면 그들은 우리가 지금 노동자들을 덜 때리면서도 더 많이 생산하고 있음을 좀처 럼 믿지 못하고 깜짝 놀랄 것이다. | 옛 선장은 지금 선원들이 신체적으로 학대받지 않는 데도 순순히 일 하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질 것이다. 심지어 18세기에서 온 장인(匠人) 목수나 무두장이까지도 지금은 건 방진 도제의 턱을 주먹으로 후려갈기지 못하게 법적으로 되어 있음을 알고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예컨대 1796년 영국에서 인쇄된 호가스 (William Hogarth)의 채색 판화 「근면과 게으름을 보자. 이 판화에 는 도제 두 명이 나오는데 한 사람은 직조기 앞에서 즐겁게 일하고 다 른 한 사람은 졸고 있다. 오른쪽에서는 주인이 게으른 자를 때리려고 화난 얼굴로 막대기를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관습과 법이 모두 이같은 공공연한 물리력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부문에서의 이같은 폭력의 퇴화는 기독교적 사랑이나 너그러운 애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진상은 이렇다. 폭력이 만들어내는 저품질 권력에 1차적으로 의존하 던 사회적 엘리트 집단이 산업혁명 기간 중에 돈이 만들어내는 중품질 권력으로 이행했던 것이다.
- 돈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거나 총부리를 옆구리에 갖다대는 것과 같은 당장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은 상·벌 「양면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 특히 궁극적인 폭력 위협이 아직 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 훨씬 더 융통성있는 권력의 도구가 된다. 종전에 돈이 사회통제의 주된 도구가 될 수 없었던 것은 인류의 대 다수가 아직 화폐제도에 편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산업화 이전 시대의 농민들은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자급자족했다. 그러나 공장이 농장을 대신하게 되자 사람들은 이제 자기 소비를 위해 식량을 재배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돈에 매달리게 되었다. 자가생산이 아닌 화폐제도에 대한 이같은 총체적 의존은 모든 권력 관계를 변형시켰다. 전술한 바와 같이 폭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산업화 3세 기 동안에 돈이 노동력의 주된 동기요인이 되고 사회통제의 주된 도구 가 되면서 폭력은 그 형태와 기능이 바뀌었다.
-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굴뚝사회가 그보다 훨씬 더 가난한 산업화 이전의 문화들보다 더욱 더 돈을 얻으려고 갈망하고 집착하는 것은 바 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주의는 돈을 권력의 주된 도구로 만들었 다. 요컨대 산업주의적 국민국가의 등장은 폭력의 체계적인 독점화, 폭 력의 법으로의 순화, 그리고 인간의 돈에 대한 의존도를 증대시켰다. 이 세 가지 변화는 산업사회의 엘리트 집단이 자기들의 의지를 역사에 강요하는 데 있어서 공공연한 물리력 대신에 더욱 더 부(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것이 권력이동」의 참 의미이다. 그것은 권력이 단순히 한 개인이 나 집단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될 뿐 아니라 엘리트 집단이 지배력 유 지를 위해 사용하는 폭력·부·지식의 혼합물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 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산업혁명이 폭력을 법률로 변형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도 돈을 - 사실 부(富) 일반을 - 어떤 새로운 것으로 변형시켜 가 고 있다. 그리고 공장굴뚝 시대에 돈이 권력을 획득·유지하는 데 주 된 역할을 떠맡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21세기를 눈앞에 둔 오늘날 우리는 권력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전환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지금 새로 운「권력이동」의 문턱에 서 있다
- 모건처럼 자본의 문호를 제한하여 이를 지배하고자 했던 사람들과 밀큰처럼 문호개방을 위해 싸운 사람들 간의 싸움은 모든 나라에서 오 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 뉴욕주립대학의 야고(Glenn Yago) 교수는 이렇게 쓰고 있다. 『미국 자본시장을 개혁하여 문호를 개방하기 위한 오랜 투쟁이 계속되어 왔 다. 19세기에는 농민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싸웠으며 ... 그 결과 농업 생산성이 증대했다. 1930년대에는 은행 신용창구에서 배척받았던 군소 기업들이 구제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근로자와 소비자들이 주택소유와 대학교육을 위한 신용대출을 요구했다. 신용 문호를 제한하 고자 하는 사람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수요에 응답했고 그 결과 국가는 번영했다. 』 신용 과잉이 인플레를 부채질하는 경우가 있지만 과잉(excess)과 문호(access)는 다르다. 밀큰을 가장 격렬하게 비판한 브루크(Connie Bruck)도 시인하듯이 밀큰의 업체는 문호를 확대함으로써 『자기 회사 가 「자본 민주화를 진전시켰다는 주장을 ... 무리없이 입증했다.』 요컨대 모건과 밀큰은 정반대의 방법으로 미국 금융업계를 변모시켰 던 것이다.
- 물론 화폐는 그것이 금속형태이건 종이(또는 금속으로 뒷받침되는 종이) 형태이건간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핵 파멸이나 기 술상의 대변혁이 없다면, 전자통화는 앞으로 더욱 확산되어 대부분의 다른 대안들을 몰아낼 것이다. 그것은 전자통화가 교환을 실시간(實時 間) 기록작성과 결합시킴으로써 전통적 통화제도로 야기된 여러 가지 손해와 비능률을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한 가지 놀라운 패턴이 밝혀진다. 자본(생산 증대를 위해 투입한 부)은 화폐와 함께 변화하고 있으며, 이 두 가지는 사회가 중요한 변혁을 겪을 때마다 새로운 형태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과 화폐의 지식내용(knowledge content)이 변화한 다. 금속(또는 그밖의 특정한 상품)으로 이루어진 농업시대의 화폐는 지식내용이 제로에 가까웠다. 실제로 이 「제1물결, 통화는 유형적이고 내구적이었으며, 또한 그 가액이 겉면에 표시된 숫자가 아니라 중량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의미에서 지식 이전(pre-literate)의 통화였다. 오늘날의 「제2물결」통화는 인쇄된 종이로서 상품의 뒷받침이 있기 도 하고 없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종이에 인쇄된 내용이다. 통화는 상징적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유형적이다. 이 형태의 통화는 대중교육과 함께 등장한다. 「제3물결, 통화는 날이 갈수록 전자 펄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통화는 덧없이 사라지고 ... 순간적으로 송금되며 ... 비디오 스크린에서 모니터된다. 실제로 이 통화는 비디오 현상 그 자체이다. 지구를 가로 질러 깜빡거리고 번쩍이고 윙윙거리며 돌아다니는 이 「제3물결, 통화는 그 자체가 바로 정보 - 즉 지식의 기초이다. 날이 갈수록 물질적 형상을 버리고 있는 자본과 화폐는 역사적으로 비슷한 변화를 거치면서 단계적으로 완전히 유형적인 형태에서 상징적 인 형태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초기호적인 형태로 옮 겨가고 있다. 이 거대한 연속적인 변혁의 수반하에 거의 종교적 개종과 맞먹는 폭 넓은 신념의 변화 ? 황금·종이 등 영구적이고 유형적인 물체에 대한 신뢰에서 극히 무형적이고 덧없는 전자적 순간영상조차도 상품 및 서 비스와 교환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의 변화 ? 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의 부는 수많은 상징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에 기초한 권력 또한 놀라울 정도로 그러하다.
- 그러나 바 코드가 수백만 소비자를 위해 계산대 앞에서의 대기를 줄 여주고 계산착오를 줄여주는 일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바 코드는 권력 을 이전시켰다. | 미국의 평균적인 슈퍼마켓은 지금 2만 2,000종의 각종 품목을 진열 해 놓고 있는데, 수천 종류의 새 제품들이 계속 옛 제품들을 대체하게 되면서 권력은 이 모든 품목의 정보를 - 제품의 매상고 · 수익성 · 광고시기 ·원가·가격·할인가격·소재지 · 특별판촉·운송 흐름 등과 함께 - 계속 파악하고 있는 소매상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127 랠프 (127 Ralph) 슈퍼마켓 사장인 콜 린스(Pat Collins)는 『이젠 우리도 제품에 대해 메이커 못지 않게 압니다」라고 말한다. 랠프 슈퍼마켓의 광학주사기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관리자들이 언제 어떤 제품에 어느 정도의 진열대를 배정해야 할지 결정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투어 찾아와 자사 제품에 진열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배정해 달라고 간청하는 경쟁 메이커에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이제는 메이커가 상점측에 장소를 어느 정도 배정할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점측이 메이커측에 매장 공간을 얻으려면 이른바 「판촉보상금」 이라는 것을, 그리고 특히 좋은 장소를 얻으려면 엄청난 돈을 더 내야만 하게 되었다.
- 권력이 이동함에 따라 소매점들은 점점 더 공격적인 요구를 한다.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체인점인 월마트(Wal-Mart)사는 10만에 달하 는 이 나라의 독립적 메이커 대리상들을 따돌리고 납품업체들과 직접 거래하면서, 질레트와 같은 회사들은 물건을 보내는 방법을 바꿔야 한 다고 강력히 요구한다. 일단 납품업체가 고분고분해지면, 월마트사는 이번에는 모든 주문을 100% 정확하게 - 제품의 수량 · 규격·모델 등 에 이르기까지 ? 이행할 것과 제품을 납품업체측의 일정이 아니라 자 기 회사의 일정에 맞추어 인도할 것을 요구한다. 주문과 인도의 조건을 제때 정확하게 이행하지 못하면 배상금을 요구하거나 납품업체에 지불할 금액 중에서 「처리비를 공제하는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메이커들은 재고를 늘리거나 아니면 생산의 탈대량화를 위한 새로운 첨단기술의 도입으로 공장의 단기 가동과 제품변경 속도의 가속화를 추진해야만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두 가지 모두 비용이 많이 드는 선택이다. 소매상은 또한 보다 엄격한 품질기준 ? 포장 인쇄의 질에 이르기까지 - 을 요구한다. 이것은 사소한 일 같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금 소 매상 세력이 날로 더욱 의존하고 있는 정보가 바 코드에 들어 있으며, 따라서 인쇄상태가 나쁘면 광학주사 장치로 부호를 정확하게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소매상은 주사장치가 제품의 바코드를 제대로 판독하지 못하게 되면 납품업자에게 그 책임을 묻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계산대 앞에서 벌어지는 이 싸움은 소비자에게도 - 그리고 경제 전 반에 대해서도 ㅡ 중요한 함축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이 싸움은 생산자 와 소비자의 역할에 관한 시대에 뒤떨어진 가정들을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통화가 「정보화」하고 정보가 통화화(monetized)한 세상 에서는 소비자는 물건을 살 때마다 두번 되풀이해서 값을 치르게 된다. 첫번째로는 돈을 내고, 두번째로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제 공해 준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보통 이 정보를 거저 내버린다. 그러나 소매상·메이 커·은행·크레디트 카드 회사들 (그리고 그밖의 여러 업체들)은 지금 바로 이 값진 정보를 장악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플로리다주와 캘리 포니아주에서는 소매 연쇄점들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은행과 맹렬한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 변호인들이 서로 상대방에게 묻는 핵심적인 질문은 『소비자 데이터가 누구 소유이냐?』하는 것이다.
- 아직 법률적 해답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무 도 소비자에게는 이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론적으로 소비자들이 데이터를 제공하고 받는 보상은 제도의 능률 제고에 따른 가격인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 비용절감의 일부라도 넘겨받게 되리라는 아무런 보장이 없으며, 또한 소비자야말로 이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기 때문에 사실 그것은 장래의 환불을 기 대하고 소매상에 무이자로 「정보 대여를 제공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비자에게서 나오는 데이터가 재화 및 서비스의 설계와 생산(그리 고 유통) 과정에서 날로 더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소비자는 생산공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기여하도록 되어가고 있다. 어느 의미에서 소비자는 자기가 구매하는 물건의 공동생산자인 셈이다.
- 요컨대 정보전쟁이 기업의 외부에서 전개되고 있는 동안 - 전술한 것처럼 소매업자와 제조업자가 대결하고 업종별 또는 심지어 국가별로 서로 싸우는 등 기업 내부에서도 소규모의 정보전쟁이 벌어지고 있 는 것이다. CIO와 그 직원들은 스스로 인식하고 있건 않건간에 정보전사(情報 戰士)들이다. 스스로는 자기들의 기능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알게 모르게 권력을 재분배하는 일을 (물론 자신들의 권력을 확대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전자 고속도로에서 도로건설 기술자 겸 주(州)경찰관의 역할을 (도로를 건설하고 시스템도 관리한다는 의미에서) 맡고 있는 CIO들은 비록 그들 자신은 듣기가 거북하겠지만 기업체의 「중역급 사상경찰(executive thought police)」인 것이다.
- 오늘날 정보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새로운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지식이 다른 자원에 적용되는 모든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증하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식은 무진장하다. 우리는 강괴(鋼塊)나 직물에 가치를 부가하는 방법을 안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에 가치를 부가하는 방법은 이보다 훨씬 더 어렵 다. 우리는 지금 초기호적 현실을 다루는 데 필요한 새로운 회계·경영이론을 갖고 있지 못하다. 우리는 아직까지 판매 가능하지만 그 대부분이 고객들 자신에 의해 - 또는 의도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경쟁사에 의해 - 공급되는(때로는 무료로) 자원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또한 아직까지 기업 전 체가 어떻게 지식강화에 기여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모든 관료체제는 두 가지 기본적인 특징을 갖는다. 즉 관료체제는 「칸막이방」이고 또 「채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매일매일의 권력, 일상적인 통제권은 두 종류의 간부, 즉 전문가와 관리자가 장악하고 있다. 전문직 간부는 칸막이방 안에서의 정보통제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다. 관리자는 채널을 통과하는 정보 흐름을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장악 한다. 현재 세계 각국의 대기업에서 공격받고 있는 것은 바로 관료체 제의 대들보인 이 권력체제인 것이다. 흔히들 관료제도는 사람들을 「묶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사실들을 묶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능·시장·지역·제품 등에 따라 여러 부서로 명확하게 구분된 회사는 말하자면 전문화된 정보와 개인적 경험이 축적된 여러 칸막이방들의 집합체인 셈이다. 기술분야의 데이터는 기술자에게 가고, 판매에 관한 데이터는 판매부서로 간다. 컴퓨터가 등장하기까지는 이 「칸막이체제」가 부(富)의 생산을 위해 지식을 조직화하는 주된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 체제는 처음에는 무한 히 확대할 수 있다는 데 그 놀라운 장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론적으로 무수한 칸막이방을 둘 수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실제로 기업과 정부기관들은 지금 이런 식의 전문화에 절대 적인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있다. 이 한계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은 각종 정부기관들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여 돌이킬 수 없는 한계점에 도 달한 공공부문에서였다. 예를 들어 최근에 미국 해군장관을 지낸 레만 (John F. Lehman)의 탄식을 들어 보자. 국방성에서 레만은 동료들에게 이렇게 실토했다. 즉 전문화된 칸막 이 부서가 너무나 많이 생겨난 탓으로 지금은 『나나 또는 이 테이블에 앉은 그 누구도 우리가 어떤 시스템을 운영해야 할지 또는 어떤 시스템 안에서 운영해야 할지 ... 정확히 설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간회사도 거대한 규모로 성장하면서 역시 조직상 전문화의 한계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이 회사 저 회사에서 칸막이 체제가 자체의 무게에 짓눌려 붕괴되고 있다. 이 체제가 작동할 수 없게 된 것은 비단 그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 관료체제는 기존의 칸막이제도에 적합한 문제를 다루어야 할 상황에 처하면 특정한 틀에 박힌 방법으로 행동한다. 처음에는 일을 좀 처리해 보다가 누군가가 새로운 부서를(자신을 책임자로 하여) 설치하자고 제안하고 나서게 마련이다. 이 제안은 금방 기존 부서나 다름없이 예 산이나 축내게 될 조직을 만들자는 것임이 드러난다. 그것은 아무도 원치 않기 때문에 타협이 이루어진다. 이 타협이란 부서간 위원회나 기동 대책반(task-force)과 같은 그 진부한 관료적 카멜리펀트가 되고 만다. 미국 정부에 이런 것이 많다. 대기업에도 마찬가지이다.코끼리의 느린 걸음과 낙타의 IQ를 결합시킨 이 새로운 조직은 사 실상 또 하나의 칸막이 부서로서 상설 부서에서 파견한 하급 직원으로 충원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새로운 조직이 기존의 관할권이나 예산배정을 잠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때로는 새로운 문제가 귀찮게 여겨진다. 커다란 위험이 수반되기 때 문에 아무도 취급하지 않으려 한다. 문제가 경험없고 불운한 어떤 젊은 직원에게 내던져지거나 아니면 주인없는 고아신세가 되어 결국 위기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 이 모든 내분에 직면하여 분통이 터진 최고경영자는 「관료주의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를 위해 이론적으로 모든 관계 부서의 협 조를 얻게 될 「전제군주」를 임명한다. 그러나 이 전제군주도 역시 문 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기존의 칸막이 체제에 의존하게 된다. 이제 최고경영자는 부하 관료들을 정면 공격해 봐야 별 도움이 안된 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다른 한 가지 상투적인 방법을 시도한다. 굼뜨 고 말 안듣는 관료기구가 움직여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대신 자기가 신임하는 간부직원 중 한 명을 해결사로 선정하여 은밀하게 문제를 맡기는 것이다. 기존 부서를 따돌리는 이같은 시도는 그들을 더욱 분노케 할 뿐이며, 여기서 기분이 뒤틀린 부서들은 그 담당 직원이 실패 하도록 부단한 공작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 지금은 소기업도 월 스트리트에서 거액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소기업은 언제나 정보도 입수할 수 있다. 그리고 소기업은 비관료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보의 이용도 용이하다. 반대로 방만한 대기업 중에는 「규모의 비경제(diseconomies of scale)」에 말려들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더구나 내일의 경제에서는 대기 업이 작으면서도 매우 활동적이고 융통성이 있는 납품업체로 구성된 광범위한 하청구조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업체는 대부분 가족경영 회사일 것이다. 오늘날의 군소기업 및 가족회사의 부활은 매우 반관료적(反官儀的) 인 이데올로기 · 윤리 및 정보시스템을 불러들이고 있다. 가족내에서는 모든 것이 이해된다. 반면에 관료체제는 아무 것도 이 해되지 못한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이 때문에 모든 것을 운영지 침서에 명시해야 하고 종업원은 「규칙대로, 일해야 한다.) 「이해」되는 것이 많을수록 말이 줄어들고 메모에 의한 전달도 줄어든다. 지식이나 정보를 많이 공유할수록 조직내의 칸막이체제나 채널의 필요성이 줄어 든다. 관료적 회사에서는 「누구」를 아느냐 하는 것은 중요시되지 않고, 그대신 피상적으로 「무엇」을 아느냐에 따라 지위와 급여수준이 결정되었 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하며, 세상에 진출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누구를 아느냐에 따라 매우 중요한 지식 - 즉 누가 누구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가, 누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의 정보가 신뢰성이 있는 가)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가족회사에서는 아무도 남을 골탕먹이지 않는다. 모두가 모두를 너 무나 잘 알며 「연줄을 통해 아들이나 딸이 성공하도록 돕는 것은 당 연시된다. 관료적 회사의 경우 연줄은 「정실주의」로 불리며, 회사를 지배하는 이른바 실적평가제에 위배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가족제도에서는 주관·직관력·정감(情感)이 사랑과 다툼을 모두 지 배한다. 관료체제에서는 비록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요한 결정은 교 과서에 나와 있는 냉정하고 명철한 합리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 력투쟁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인격적이고 객관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 끝으로 관료체제에서는 공식적인 위계체계와 직책에도 불구하고 누 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지 알기 힘들 때가 많다. 반면에 가족기업에 서는 직책이나 형식절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 다. 권력은 가부장, 그리고 때로는 가모장(家母長)이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실권자가 물러나면 그가 직접 선정하는 친척에게 권력을 넘겨 주는 것이 보통이다. 요컨대 사업에서 가족관계가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관료적 가치 관과 규칙이 파괴되고 이와 함께 관료체제의 권력구조도 파괴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가족기업의 부활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관료주의 이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여기서 가족회사는 관료체제와 그것이 구현하는 권력에 대신할 여러가지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
- 오늘날까지 잔존해 있는 봉건적 조직체의 가장 좋은 예는 대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학에서는 각 학과가 하나의 영지(領地)를 이루고 교수들은 서열이 정해져 있으며 농노집단을 이루고 있는 조교들을 통 치한다. 이 봉건적 잔재는 대학의 관료적 행정구조 속에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이 행정구조와 싸우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예로 535명의 선출된 「귀족이 거대한 관료조직체를 통치하는 미국 의회를 들 수 있다. 산업주의적 관료체제가 봉건영지와 결합된 이와 유사한 예는 미국의 8대 회계사무소, 대규모 법률사무소, 중개회사, 그리고 군대에서도 찾 아볼 수 있다. 군대에서는 육·해·공 3군이 각기 매우 독립적인 봉토 (封土)를 이루고 있다. 이 봉토를 맡고 있는 장군이나 제독은 휘하 부 대를 갖지 못한 채 참모직을 맡고 있는 상급 장성보다 더 큰 실권을 장악하기도 한다. 이 「관료 귀족체제」에서는 귀족이 서로 싸우면서, 때로는 중앙의 통 제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동맹을 맺기도 한다. 이같은 봉건적 요소는 이른바 「퇴화한 봉신」과 함께 아직까지도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장기판 조직체 : 제2차 세계대전 후 오스트리아에서 양대 정당이 협약을 맺어 어느 한 당이 윗자리를 차지하면 야당 당원을 두번째 자리에 앉히며 이같은 방 법을 공장의 작업현장에 이르기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이 프로파르츠 (proparz) 체제는 국영회사 · 은행·보험회사 그리고 심지어 각급 학교 와 대학에서도 모든 핵심적 직책을 사회당의 붉은 말과 보수당의 검은 말이 서로 교차하여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도 이같은 방식을 응용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일본 은행은 위계체계의 각 단계마다 일 본인과 미국인을 순차적으로 배치하여 비단 위에서 내려오는 정보뿐 아니라 조직내의 여러 단계에서 보내는 정보의 흐름을 일본인의 검토 를 거쳐 도쿄의 본점이 받아볼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있다. 여러 단 계에서 동시에 보내오는 끊임없는 통찰력의 흐름에 의해 정상부의 권 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기업이 국제화함에 따라 이같은 오스트리아 및 일본식 접근방법을 시도하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 인민위원 조직체 : 소련의 군부대에는 전통적으로 군사 지휘관 외에도 정치장교가 배속 되어 있다. 군사 장교는 군지휘계통을 통해 상부에 보고한다. 그러나 정치장교도 공산당에 보고서를 보낸다. 그 목적은 군을 당에 종속시키 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기업에서도 종종 위에서 「인민위원(commissar)」들을 선임, 하부 단위에 배치하여 업무를 감시하고 정상적 위계 체계와 다른 별도의 채널을 통해 보고하도록 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
다. 이 경우 하나의 정보채널이 아니라 두 개의 주요 정보채널이 존재하게 되는데, 그것은 관료체제의 엄격한 단일 채널적 특징에 반하는 것 이다. 그것은 또한 최고경영층이 통상적 채널을 통해 올라오는 정보에 관해 갖고 있는 뿌리깊은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변화가 가속화하고 예측 가능성이 감소함에 따라 최고경영자들은 통 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으로 「인민위원」을 활용하여 관료체제를 따돌리게 될 것이다.
- 탄력회사는 명확한 권한 계통이 없는 대신 훨씬 더 복잡하고 과도적이고 애매한 모습을 드러낸다. 최고경영자는 오늘날의 관료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부족(部族)의 족장(族長), 인민위원, 이기적인 프리마돈 나, 민첩하고 잘난 체 하는 귀족, 응원단원, 말없는 테크너크랫 (technocrat), 광신적인 설교자, 그리고 가족회사의 가부장이나 가모 장(家母長)을 조금씩 따서 모은 혼합체와 같은 인물들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맥박치는 조직체는 작은 조직과 큰 조직을 모두 이끌어갈 수 있는 중역을 필요로 할 것이며 ... 아니면 조직체가 처하게 되는 국면에 따라 통제권을 다른 종류의 역량을 가진 지도자에게 넘겨줄 질서 정연한 승계체계를 필요로 할 것이다. 장기판 원리나 인민위원 원리를 함께 채택하는 회사에서는 이원 적인 의사전달 계통이 맞서게 된다. 장기판 제도에서는 두 계통이 모두 최고경영자의 사무실로 이어진다. 인민위원 제도에서는 두 의사전달 계통의 종점이 다르다. 한 계통은 최고경영자에게 보고를 보내고, 다른 한 계통은 예를 들어 직접 임원회의에 보고하는 것이다. 정보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모든 제도는 권력을 배정 또는 재배정한다. 귀족 조직체의 경우에 최고경영자는 계속적으로 중역 귀족들 과 협상하면서 귀족 연합체에 의해 거세되거나 축출되지 않도록 그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지도자는 비인격적인 모습과 짐짓 과학적인 체 하는 모습을 탈피하고, 그대신 책략·배짱·구태의연한 감격과 함께 직관적 감수성과 감정이입(感情移入)에 더 한층 의존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구성요소를 관리한다는 것이 정치적이라는 의미에서 탄력회 사는 더욱더 정치성을 띠게 된다. 권력의 의식(意識的)인 행사가 정치적이라는 의미에서도 탄력회사는 정치적이다. 권력 - 법률의 힘으로 뒷받침되는 회사 자금 및 정보의 장악은 법적 또는 공식적 지위를 가진 자로부터 떠나서 지식과 특정한 정신적·정치적 수완에 기초한 자연스러운 권위를 가진 자에게로 이동한다.
- 경제학자와 기업이론가들은 오랫동안 이같은 네트워크의 역할과 구 조를 무시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기업구조의 잠재적 모델로서 이 에 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이같은 관심은 여러가지 사회적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전술한 바 있는 기업내 공식 의사전달 체제의 붕괴이다. 기업의 관료적 채널과 칸막이체제가 정체되어 부(富) 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대량의 정보 및 통신량을 전달할 수 없게 되 면, 전과는 달리 알맞은 사람에게 알맞은 정보가 도달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종업원은 그 정보량을 운반해 주는 비공식 네트워 크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제의 탈대량화도 기업체와 사업부서들이 종전보다 더 많고 다양한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것은 낯선 사람과의 대인관계와 전자적 접촉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낯선 사람의 말이 정확한 것인지의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이런 의문을 품는 관리자는 방법만 있다면 자신의 개인적 네트워크 -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내거나 함께 일해 본 사람들 - 에 조회하여 공식 채널을 통해 얻은 지식을 보완하고 검증하게 된다. 끝으로 오늘날 학제적(學際的,interdisciplinary) 정보를 요구하는 기업문제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칸막이 및 채널 시스템이 방해가 되고 있기 때문에, 종업원들은 친구에게 의존하게 되고 또한 구성원이 여러 부서와 조직단위에 걸쳐 흩어져 있는 네트워크내에서의 접촉에 의존하게 된다.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이 네트워크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이들은 수직적이라기보다는 수평적인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위 계체계가 수평적이거나 아니면 아예 위계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을 의미한다. 이들은 적응적이어서 스스로를 신속하게 변형시켜 상황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내의 리더십은 사회적 또는 조 직상의 서열이 아니라 능력과 퍼스낼리티에 바탕을 두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권력은 관료체제의 경우보다 빈번하게, 그리고 더욱 손쉽게 무 너지며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권력자 가 바뀐다.
- 이같은 권력 이동의 장래를 조망해 보는 데는 영국과 서유럽의 초기 산업혁명의 역사, 그리고 초기 공장노동력의 공급 원천이었던 농촌 주민들의 무기력 · 무책임성·술주정 및 무지를 탓한 초기 경영자들의 불 평에 관한 기록을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각 사회는 특유의 노동규범이나 관리방식」을 부과한다. 노동자들은 이심전심으로 특정한 규칙에 복종하도록 요구된다. 노동자들의 직무성 과가 감시·단속되고 규칙시행을 위한 권력구조가 들어 앉는다. 제1물결, 사회, 즉 농업사회에서 대부분의 농민들은 끊임없이 일해 도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가족단위 생산팀으로 조직화된 이 농업노동 력은 계절변화와 일출 및 일몰의 리듬에 의해 정해진 노동규범을 따랐다. 어떤 농부가 일터에 나타나지 않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친척들이 그를 훈계했다. 친척들은 그를 추방하거나 구타하기도 하고 식량배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가족 자체가 사회의 지배적 조직체였으며, 예외가 있기는 했지만 노동규범을 부과하는 것도 가족이었다. 개별 가족 구성 원에 대한 가족의 지배력은 부락민들의 사회적 압력에 의해 강화되었다. 지역 엘리트들이 농민에 대해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장악하는 수도 있었다. 전통이 사회적 · 성적 · 종교적 행동을 제한하기도 했다. 농민들은 몹시 심한 굶주림과 빈곤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일 상적 노동생활에서 그들이 받는 규제는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 점증하고 있던 산업 노동력에 비해 덜 엄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농업사회의 노동규범은 수천년 동안 계속되었으며, 불과 1~2세 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대다수는 다른 규범을 알지 못한 채 이 노동규범만이 노동을 조직하는 논리적이고 불변적인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 최초의 공장이 나타나면서 이와는 전혀 다른 노동규범이 형성되어 우선 인구의 작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고, 이어 농업노동이 쇠퇴하고 산업노동이 확대되면서 더욱 광범하게 확산되어 갔다. 「제2물결」사회의 도시 산업노동자는 사람들이 우글거려 신분을 감 출 수 있는 거대한 도시 빈민굴에 파묻힘으로써 사회적으로 보다 자유 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장 자체에서의 생활은 보다 엄격하게 규제되었다. 문맹자(우리 선조의 대부분이 문맹이었다)를 상대로 한 잔인한 기술이 고안되었다. 인간의 완력을 확대하기 위한 이 기술은 힘들고 엄격하고 자본집약적이었다. 소형 전동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모든 기 계들을 일렬로 배열해 놓고 공장 전체를 차지하는 고가(高架) 벨트에 의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나중에 기계식 컨베이어 라 인이 등장하여 수많은 노동자들을 동시에 움직이도록 만듦으로써 그들을 생산시스템에 묶어 놓았다.
- 오늘날 초기호경제가 전개되면서 다시 한번 새로운 노동규범이 낡은 규범을 대체해 가고 있다. 오늘날 아직까지 남아 있는 굴뚝식 공장과 사무실의 상황은 대체로 수십년 전과 다를 것이 없다. 전세계에 걸쳐, 그리고 특히 신생공업국 에서는 아직까지 수억의 노동자가 「제2물결」적 산업규율에 얽매어 있다. 또한 오늘날에도 우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혁명을 과소평가하는 경영자를 목격하고 있다. 이들은 컴퓨터 등 여러 가지 제3물결적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만 - 그래도 여전히 지난 날의 제2 물결적 노동규칙과 권력관계를 보호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들은 종업원들을 오웰(George Orwell)식 표현으로, 「전자 프롤레 타리아(electronic proletaria)」로 전환시키고자 애쓰는 나머지 키보드 를 두드리는 횟수를 계산하고, 휴식시간을 감시하며, 종업원의 전화를 도청한다. 그들은 작업과정을 아주 세부사항까지 통제하려고 한다. 산 업노동의 특징을 나타내는 이같은 방법들은 특히 보험청구의 서식처리 라든가 그밖의 다른 업종에서의 일상적인 데이터 기재작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보다 높은 수준의 작업에도 적용 될 수 있다. | 미국 의회 기술평가국의 보고에 따르면 이같은 방법은 『.... 날이 갈 수록 보다 숙련된 기술직·전문직·관리직 요원을 대상으로 삼고 있 다. 상품거래 브로커, 컴퓨터 프로그래머, 은행 대출담당자들의 직무 도 ... 감시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이 과연 얼마 동안이나 성과를 올릴지는 역시 의문이다. 과거의 노동규칙은 첨단기술에 수반되는 새로운 가능성과 모 순되기 때문이다. 급진적인 새 기술과 낡은 작업체제가 병존하는 경우 에는 기술이 잘못 적용되고, 그 진정한 장점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진정한 선진기술은 참다운 선진 작업방법과 조직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역사는 거듭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전자적 프롤레타리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은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공장을 축력(畜力)에 맞추어 만들어진 낡은 방법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반동적인 제철업자나 방직업자들을 방불케 한다. 그들은 이같은 잘못을 재빨리 시정하거나 작업과정 자체의 개편방법을 터득하여 그 당시의 가장 선진적 기술에 알맞는 노동규범을 도입했던 보다 민첩한 경쟁자들에 의해 업계에서 밀려났다. 오늘날 자동차공장에서 각종 사무실에 이르는 수많은 사업장에서도 기민한 회사들은 새로운 규범을 시험하거나 이를 실제로 실시하고 있다. 그 근본적인 특징은 지식과 권력 양자에 대한 태도의 변화에 있다. 과거에는 근로자가 어떤 문제에 부딪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경우 상급자를 제쳐 놓으면 곤경에 빠졌다. 그러나 가속화는 종업원으로 하여금 위계체계를 건너 뛰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종업원들 은 현재 실제로 필요한 경우 서열을 무시하도록 권장받고 있다. 일본 나고야에 있는 브라더 인더스트리즈사 본사에서는 이같은 일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 회사의 어떤 인사관리자는 이렇게 말한다. 『부하직원이 허가없이 자기를 건너 뛰었다고 모욕을 느끼는 중간관리자가 있다면, 그런 사람은 즉시 위·아래 모두에게서 존경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가속화와 기술혁신 두 가지는 모두 과거의 공장굴뚝식 권력 위계체 계를 파탄시키고, 선진적인 제3물결 노동규범의 보급을 촉진시키고 있다.
- 사실 회사내에서는 위계체계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1980년 대에는 이윤 센터들의 창설과 함께 이른바 「위계체계의 수평화」 또는 중간관리자의 학살이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윤 센터들로의 권 력의 이동과 마찬가지로 이같은 변화도 역시 기업내에서 지식체계를 재장악해야 할 필요성에 의해 촉진되었다. 대기업이 중간층 직원을 감축하게 되면서 전에 큰 것이 좋다고 합창했던 관리자 · 학자 · 경제 전문가들이 이제는 다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갑자기 규모의 비경제에 눈을 뜬 것이다.
규모의 비경제는 주로 낡은 지식체계 - 부서별 칸막이방과 공식적 인 의사전달 채널로의 관료적인 정보 배정 - 가 붕괴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내 중간관리층의 업무는 대부분이 하급자로 부터 정보를 수집 · 종합하여 이를 계통에 따라 상급자에게 전달하는 업무이다. 그러나 사업운영이 가속화하고 보다 복잡해져 칸막이방과 채널의 부담이 과중해짐에 따라 업무보고 체제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각종 실수와 오해가 늘어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늘 어나 고객을 미치게 만들었다. 이 카프카적(Kafkaesque) 체제를 무시 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업무비용이 급증했다. 종업원들이 열심히 일했지만 성과는 적었다. 종업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는 관리자는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최고경영 자는 공장 현장의 부품 결함이나 기계 고장에 관해 보고하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안다. 그러나 그들은 지식체제가 낡고 고장났다고 보고해 주어도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최고경영자가 지식이 밑으로부터 단계적으로 종합되어 메 시지가 지휘계통을 따라 서서히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는 것 이다. 더구나 지식이 공식적 칸막이방을 벗어나 공식적 채널 바깥에서 전달되는 경우가 늘어날수록, 그리고 지식이 컴퓨터에서 컴퓨터로 순간적으로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수많은 중간관리자들은 더욱 더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보조자가 아닌 장애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당초부터 지식 하부구조가 뒤떨어지도록 방치했던 관리자들은 경쟁 압력과 기업매수 협박에 직면하게 되자 이제는 필사적으로 원가절감안 을 찾아 나섰다. 빈번하게 나타난 최초의 반응은 원가절감이 회사의 지식체계를 손질 하는 행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좀처럼 깨닫지 못한 채, 공장 문을 닫고 말단 근로자들을 길거리로 내쫓음으로써 이를 실현한다는 것이었다. 종업원 감원문제에 관한 전문가인 페이스대학의 오클랜더(Harold Oaklander) 교수는 이같은 이유 때문에 원가절감을 위한 해고가 실 제로는 생산성에 역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단체협 약이 일시해고시에 선임 근로자가 신참 근로자를 밀어내도록 규정 하는 경우에는 연속적인 직종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에는 실제로 해고되는 근로자가 1명이더라도 필요한 지식을 갖지 못한 다른 근로자 3~4명이 하급 직종으로 배치된다. 장기간 유지되어 온 의사전달 관계가 단절된다. 그 결과 해고 후의 생산성은 생각대로 늘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최고 간부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는 정보 홍수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증원해 온 중간관리자를 표적으로 삼는다. 미국의 사장들은 감원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생각하지도, 그것이 회사의 지식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군살을 뺐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감원을 사업실패라고 생각하는 일본 경 영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노조대표를 이사회에 참석시켜 가능한 다른 모든 조치를 취했음을 납득시켜야만 하는 유럽 여러 나라들의 경 우도 사정이 다르다.) 살을 깎는 이 중간관리층 해고는 회사의 정보 하부구조를 개편하여 의사전달을 촉진시키기 위한 때늦은, 그리고 대개 무의식적으로 취해 지는 조치이다.
- 중간관리층의 비창의적인 업무 중 다수가 이제는 컴퓨터와 전기통신 네트워크에 의해 더욱 훌륭하게, 그리고 보다 빨리 수행될 수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IBM은 사내 전자 네트워크의 일부 PROFS 네트워크 만으로도 중간관리자와 화이트칼라 근로자 4만 명이 소요되는 작 업을 대신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매일처럼 새로운 네트워크가 설치됨에 따라 정보는 이제 옆으로 또는 대각선으로 흘러가면서 직급을 무시한 채 상·하 단계를 건너 뛰고 있다. 최고경영자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건간에 이같은 감축이 가져온 한 가지 결과는 회사내의 정보 하부구조를 - 그리고 이와 함께 권력구 조를 ―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 센터들을 설치하고, 위계체계를 평면화하고, 컴퓨터 본체를 탁 상용 컴퓨터로 대체하여 이들을 네트워크를 통해 본체와 그리고 상호 간에 연결시키게 되면 회사내의 권력은 단일체적인 특징이 줄고 보다 「모자이크」적인 것으로 된다.
- 어떤 체제, 특히 경제체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그 체제의 「클록-타임 (clock-time).. 즉 체제가 운영되는 속도이다. 모든 체제는 - 인체의 순환계통에서 사회의 부 창출체제에 이르기 까지 - 특정한 속도로만 운영될 수 있다. 너무 느리면 고장나고 너무 빠르면 산산조각이 난다. 모든 체제는 역시 특정한 속도 범위내에서만 운영되는 여러 하부체제로 이루어진다. 전체 체제의 「속도」는 각 부분 의 평균 변화속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국민경제와 부 창출체제는 각기 특유의 속도로 운영된다. 말하자 면 각각 특유의 신진대사율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부 창출체제가 갖는 속도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다. 기 계공정의 속도를 측정하거나 사업거래나 의사전달 흐름의 속도, 연구 실의 지식이 상업적으로 제품화되는 속도, 또는 특정한 의사결정에 소 요되는 시간, 제품 인도까지의 리드 타임을 측정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 내일의 富
지금까지 이 새로운 부 창출체제의 여러가지 요소들을 대충 살펴보 았다. 이제는 이 모든 단편들을 함께 묶어 하나의 일관성있는 틀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새로운 부 창출방법이 과연 얼마나 혁명적인가, 그리고 과거에 부를 생산하던 방법과 얼마나 판이한가가 분명해질 것이다.
1. 새로운 가속적 부 창출체제는 더욱 더 데이터·정보 및 지식의 교환에 의존한다. 그것은 「초기호적이다. 지식의 교환없이는 새로운 부가 창출되지 못한다.
2. 새 체제는 대량생산을 탈피하여 탄력적인 주문생산, 즉 「탈대량 화」 생산으로 나아간다. 이 체제는 새로운 정보기술 덕분에 고도로 다 양한 제품, 심지어 주문화 제품을 대량생산 비용에 근접한 원가로 단 기간에 생산해 낼 수 있다.
3. 종전의 생산요소 - 토지·노동·원료 및 자본 -는 기호화된 지 식이 이를 대체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감소한다.
4. 금속화폐나 지폐 대신에 전자적 정보가 참다운 교환수단이 된다.. 자본의 유동성이 극히 높아져 하룻밤 사이에 거액의 자본 풀(pool)을 만들었다가 분산시킬 수 있다. 오늘날의 엄청난 자본집중화에도 불구 하고 자본 공급원천의 수는 늘어난다.
5. 재화 및 서비스는 모듈화하여 표준의 증식과 끊임없는 수정이 요 구되는 시스템을 구성한다. 이로 인해 표준의 기초가 되는 정보를 장악하기 위한 싸움이 일어난다.
6. 움직임이 완만한 관료체제는 탈대량화한 소규모의 작업단위, 임시적 또는 「애드호크러시」적 팀, 더욱 더 복잡해지는 기업 협력체와 컨소시엄에 의해 대체된다. 위계체계는 의사결정을 신속히 하기 위해 더 면화되거나 폐지된다. 지식의 관료적 조직화는 흐름이 자유로운 정비 체제로 대체된다.
7. 조직단위의 수와 다양성이 늘어난다. 이러한 단위들이 늘어나고 그들간의 업무처리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정보가 생성되고 전달되어야 한다.
8. 근로자의 상호교환성이 더욱 더 줄어든다. 과거에는 산업노동자 가 소유하는 생산수단이 별로 없었다. 오늘날에는 가장 강력한 부(富) 의 증식도구가 근로자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기호(symbol)이다. 그러므로 지금 근로자들은 「생산수단」중에서 극히 중요한, 그리고 때로 는 대체할 수 없는 부문을 소유하고 있다.
9. 이제 새로운 주역은 블루칼라 근로자도, 자본가도, 관리자도 아 니며 창의적 지식을 행동과 결합시키는 혁신자(대규모 조직의 안팎에 있는)이다.
10. 부의 창출은 폐기물이 다음번 생산 사이클을 위한 투입물로 재 생되는 하나의 순환과정이라고 보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이 방법은 컴퓨터화한 모니터 체제와 더욱 심오한 차원의 과학적·환경적 지식을 전제로 한다.
11. 산업혁명에 의해 분리되었던 생산자와 소비자가 부의 창출 사이 클에서 재결합하여 고객은 비단 돈으로만 기여할 뿐 아니라 생산공정 에 필수적인 시장 및 설계상의 정보를 제공해 준다. 구매자와 공급자 가 데이터 · 정보 및 지식을 공유한다. 언젠가는 고객들이 단추를 눌러 원격지에 있는 생산공정을 작동시키게 될지도 모른다. 소비자와 생산 자가 「생산소비자로 융합되는 것이다.
12. 새로운 부 창출체제는 지역적이기도 하고 세계적이기도 하다. 강력한 마이크로테크놀러지는 이 체제가 종전에는 전국적 규모에서만 경제성이 있었던 일을 지역적으로도 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여러가 지 기능이 국경선 밖으로 넘쳐 흘러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하나의 생산적 노력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속적 경제가 갖는 이상의 12가지 요소는 상호 관련되어 있어 경제 전반에 걸쳐 데이터·정보 및 지식의 역할을 서로 강화해 준다. 이 요 소들이 하이테크적 부를 창출하는 혁명적인 새 체제를 규정한다. 이 체제의 단편적 요소들이 합쳐지면서 산업주의시대의 부 창출체제를 뒷받침하도록 고안된 권력구조를 붕괴시킨다. 지금까지 요약해서 설명한 새로운 부 창출체제는 지금 전체 지구상에 확산되고 있는 엄청난 격변 - 부 창출체제들이 미증유의 규모로 충돌하리라고 알려주는 예고적 전율 - 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 민주체제이건 아니건 모든 체제에서는 사람들이 부를 창출하는 방법 과 스스로를 통치하는 방법 사이에는 어느 정도 조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정치체제와 경제체제가 크게 다르다면 언젠가는 어느 한 쪽 이 다른 한 쪽을 파괴하게 될 것이다. 역사상 우리 인류가 전적으로 새로운 부 창출방법을 만들어낸 적은 두 번밖에 없었다. 그 때마다 인류는 이에 상응하는 새로운 통치형태 를 만들어냈다. 농업의 확산은 부족집단 · 수렵부족 등의 사회적·정치적 제도들을 일소하여 이들을 도시국가 · 세습왕국 · 봉건제국 등으로 대체시켰다. 산업혁명은 다시 이들의 대부분을 일소해 버렸다. 그 결과 대량생산 · 대량소비 · 대중매체와 함께 여러 나라에서 이에 상응하는 체제, 즉 「대중민주주의」가 대두되었다. 그러나 대중민주주의는 심한 저항에 봉착했다. 봉건적 농업 체제 이 낡은 세력 - 토지를 소유한 상류계급, 위계체계하의 교회, 그리고 이들의 지적·문화적 옹호자 - 이 새로 등장하는 산업주의와 여기에 종 종 수반되는 대중 민주주의를 상대로 저항하고 제휴하고 싸웠던 것이 이다. 사실 모든 공장굴뚝 사회의 중심적인 정치투쟁은 흔히들 생각하듯 좌익과 우익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제1물결」농업체제와 「전통주의, 찬미자를 한편으로 하고 「제2물결, 산업체제 또는 「근대주의」 옹호자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투쟁이었다. | 그같은 권력투쟁은 다른 깃발 - 예를 들어 민족주의·종교 또는 민 권을 내걸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이 투쟁은 정치뿐 아니라 가정생 활·남녀관계 · 학교·전문직업·예술 등에까지 파급된다. 지금도 진 행되고 있는 이 역사적 투쟁은 오늘날 하나의 새로운 투쟁 「제3물 결」, 즉 근대 이후의 문명이 근대주의와 전통주의 모두를 상대로 벌이 는 투쟁에 의해 그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다. 그리고 만일 지식에 기반을 둔 새로운 경제가 지금 공장굴뚝 생산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정치체제를 개 조하여 이를 대량생산 이후의 혁명적 경제체제와 조화시키기 위한 역사적 투쟁이 전개되리라고 예상해야 할 것이다. 모든 산업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집중적인 위기 - 도시체제 · 보 건체제 · 복지체제 · 수송체제 · 환경체계 등 모든 기본체제에서 일어나 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공장굴뚝형 정치가는 여전히 이러한 위 기에 대해 한 번에 하나씩 여러가지 낡은 접근방법으로 대응하고 있 다. 그러나 대중사회에 맞도록 만들어진 현존 체제하에서 그러한 위기 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현재 등장하고 있는 경제체제는 전혀 새로운 문제와 위기를 제기함으로써 종전의 가설과 대중민주주의 시대의 제휴관계를 분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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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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