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의 전쟁

사회 2020. 3. 4. 08:14

- 그렇다면 보통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미국의 보통 사람은 2년제 대학이나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 대학을 1년 정도 다녔거나 고등학교만 졸업했을 수도 있다. 순자산은 대략 3만6000달러 정도 되는데 주택 자산과 자동차 자산을 빼고 나면 6000달러가량 된다. 그러면서 그달 벌어 그달 쓰기 바쁘다. 요구불 예금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은 500달러가 되지 않고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도 별로 없다. 이 것은 통계치의 중앙값이므로 미국인의 50퍼센트는 이보다 수준이 더 낮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다면, 당신이나 당신 친구 또는 당신 가족의 생활은 아마 위에서 설명한 것과 다를 것이다. 이것이 통계적으로 보통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나한테는 그다지 놀 라운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본 것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기 시작하면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기댈 데가 많지 않을 것이다.
- 어떤 일자리는 다른 일자리에 비해 로봇으로 대체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모두 드라이브 스루 패스트푸드 음식점을 효율적이라며 좋아한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별로 없다는 점은 개의치 않는다. 사실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음식점 매출의 50~70퍼센트는 드라이브 스루 창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 모두가 알고, 사 랑하는(혹은 사랑했던) 맥도널드도 그중 하나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는 멋진 헤드셋을 쓴 직원 한두 명이 스피커로 주문을 받는다. 이 직 원들은 대부분 앞으로 5년 안에 소프트웨어로 대체될 것이다. 증시에 상장된 패스트푸드 체인이 가장 공격적으로 효율성이 증진된 기술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규모도 크고, 재원도 있으며, 분기마다 주주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적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는 얼마 전에 '미래의 경험'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우선 매장 2,500군데의 계산원을 기계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맥도널드의 전임 CEO도 대규모 자동화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의 말을 한 적이 있다. 현재 패스트푸드 체인점 직원이 일반적으로 받는 시급 8,90달러를 옹호하던 중 “프렌치프라이를 봉지에 담는 일을 하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직원을 시간당 15달러를 주고 채용하느니 3만 5000달러짜리 로봇 팔을 사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 라는 말을 했다. 본 팔은 앞으로 값이 더 내려가고 효율성이 높아질 일만 남았지만, 직원 급여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일하는 근 로자는 대략 400만 명가량 된다.
- 최근에 공항에 가본 적이 있다면 서빙 하는 사람을 아이패드로 대체한 식당을 보았을 것이다. 얼마 전에 개업한 레스토랑 체인 잇사 Eatsa는, 한쪽에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아이패드를 설치하고 다른 한쪽에는 칸막이로 구분한 음식 보관함을 설치해놓았다. 서빙 하는 종업원을 모두 없앤 것이다. 잇사는 최근에 외식 업계에서 가장 영향 력 있는 브랜드로 거명되며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다. 위험 을 무릅쓰고 앞장선 체인 몇 개가 사람을 쓰지 않고 효율적으로 운영 되는 모습을 보면 나머지 업체도 곧 따라갈 것이다. 맥킨지는 요리 및 서빙 업무의 73퍼센트를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 지난 몇 년 사이에 제조업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산 사람인지도 모른다. 2000년까지 만해도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1750만 개였다. 그러다 절벽에서 떨 어지듯 급락하기 시작해 1200만 개 아래로 내려가더니 2011년부터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500만 명이 넘는 제조업 노동자가 2000년 이후 일자리를 잃었다. 그중 80퍼센트가 넘는 일자리, 즉 4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자동화 때문에 사라졌다. 제조업 노동자의 73퍼센트가 남성인 점을 고려하면, 노동자 계급에 속하는 남성이 일자리 감소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셈이다. 생산가능인구에 속하는 미국 남성 여섯 명 중 한 명 정도가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져나갔다.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들 500만 명의 노동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새 제조업 일자리를 찾았든지, 재훈련을 받고 다른 일자리를 구했든지, 아니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주로 이사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낙관적 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그중 많은 사람이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져나갔다. 노동부가 2012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09~2011년 사이에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노동자 41퍼센트가 그때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 했든지, 아니면 실직 후 3년 이내에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갔다.
-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노동자 중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 40 퍼센트는 어떻게 살까? 간단히 답하자면 극빈층으로 전락해 장애 급 여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 장애 급여 신청자는 2000년부터 급증하 기 시작해 모두 350만 명이 늘었다. 특히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제조업이 몰려 있는 주에서 그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 다. 미시간주의 경우 2003~2013년 사이에 실직한 31만 명 중 거의 절반이 장애 급여를 신청했다. 일자리에서 쫓겨난 사람 중 많은 사람이 정부에 의존하는 최하층 계급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 모건스탠리는 화물 운반을 자동화했을 때 절감할 수 있는 비용 규모를 믿기 어려울 정도의 금액인 연간 1680억 달러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연료 절감(350억 달러), 인건비 절감(700억 달러), 사고 감소(360억달러), 생산성 및 장비 활용도 증가(270억 달러) 등의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정도면 화물차 기사를 집에 가라고 하기에 충분한 유인이 되고도 남는다. 기사에게 연간 4만 달러의 연봉을 주고 출근하지 말 라고 해도 1년에 거의 10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율주행 트럭을 도입하면 수백억 달러를 절감하는 경제적 효과 외에도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미 도로교통안전국에 따르면 2014년 미국에서 대형 트럭과 관련된 사고로 목 숨을 잃은 사람은 3903명이었고, 부상자는 11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 다. 사고 원인의 90퍼센트 이상이 적어도 일정 부분은 운전사 과실 이었다. 사망 사고 7건 가운데 대략 1건은 운전사 과로가 원인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운전을 배울 때 고속도로에서 트럭을 만나면 피하라는 말을 듣는다.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350만 명에 이르는 화물차 기사 중 일부분만 실직한다고 해도 그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화물차 기사가 미국의 지역 경제에 얼 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화물 자 동차 휴게소, 식당, 모텔 등에서 화물차 기사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720만 명에 이른다. 미 전역에서 2000개가 넘는 화물 자동차 휴게소가 화물차 기사 전용 호텔, 식당, 식료품점, 오락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화물차 기사 한 명이 1년에 길에서 5000달러 정도만 쓴다고 가정해도(주당 100달러가량 된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75억 달러에 이른다. 매일 수천 명의 화물차 기사가 지나다니지 않 으면, 수십만 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는 것에 더하여 존재 목적을 잃 을 위기에 처할 마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네브래스카주의 경우 근로자 열두 명 중 한 명꼴인 6만3000명이 화물차와 관련된 산업에 종사한다.
- 우리는 아무리 복잡한 자료라도 가져다 종합한 뒤, 대부분의 경우 그 분야에서 최고로 뛰어난 사람과 같거나 그보다 나은 수준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결정을 내리는, 초지능형 컴퓨터 시대에 들어서고 있 다. 이런 복잡한 자료의 예로는 판례, 방사선 촬영 필름, 자산 가격, 금융 거래 명세, 보험 통계자료표, 페이스북의 좋아요 표시, 고객 사용 후기, 이력서의 중요한 내용, 얼굴 표정 등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회사의 업무처리 방식이나 직원 고용 방식이 엄청나게 바뀌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회사의 운영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 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많은 사람을 고용한다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 고 어떤 과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돈을 번다. 갈수록 많은 사람을 고용 한다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뜻이 되어 가고 있다.
- 주요 투자은행들은 벤처기업 켄쇼 Kensho가 만든 AI 투자 분석 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켄쇼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과 회사 내부 자료를 토대로 상세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전에는 투자은행 애널 리스트가 담당하던 일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이 채 되지 않는 켄 쇼의 가치는 5억 달러에 이른다. 켄쇼 시스템을 이용하면 연봉 25만 달러짜리 고학력자가 40시간에 걸쳐 쓰던 보고서를 몇 분 안에 받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는 월스트리트의 인력이 2016년에 최 고치에 달했으며 앞으로는 차츰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 다. 금년에 주요 은행 대부분이 직원을 해고하며 이 보도가 맞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미국인 2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보험업계는 정보 처리를 중심 으로 돌아가는 산업이다. 자동화에 아주 적합하다는 뜻이다. 맥킨 지는 보험업계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예상한다.” 인력 감축의 영향 은 전 부서에 미치겠지만, 특히 운영부서와 판매부서가 가장 크게 영 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25퍼센트의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도시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 근로자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회계사와 경리도 위험하다. 어떤 회계사는 시간당 보수를 산정하 던 방식에서 월별 정액 상담료를 받는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클 라우드 기반의 회계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회계장부를 정리해주는 바람에 그 일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170만 명의 경리와 내부 감사인이 있고, 120만 명의 회계사와 외부 감사인이 있다. 경리와 내부 감사인은 이미 사라지는 추세다. 회계사들은 용감하게도고객에게 재무 전략을 조언하는 일로 업무의 방향을 틀겠다고 말한다. 나도 지금까지 대여섯 명의 회계사를 써보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세금 신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는 일 이상을 바란 적이 없다.
- 어떤 일자리는 그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도래한다 고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의료 분야에 자동화가 어떻게 전개 될지는 많은 부분이 법규와 면허에 달려 있다. 현재는 의사나 약사 면허 없이 하는 의료 행위는 대부분 불법이다. 의료는 기술 혁신이 월등 히 진전된 다음에야 AI가 진료 행위를 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다. 막강한 로비 능력을 갖춘 의사들이 제도 도입을 막기 위 해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발달해 그렇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가 눈앞에 보여도, 그 누구도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인간 의 사보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인간 의사를 더 좋아하는 환자도 많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질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 잘나가는 분야에 있는, 기술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노동시 장이 언제나 열려 있다. 만약 당신이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프로그래 머라면, 문자 그대로 길만 건너면 또 다른 고소득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한테 딸린 수수료를 노리고 당신을 도와줄 괜찮은 헤드헌터도 몇 명 따라붙을지 모른다. 그런 뒤 당신을 소개해 준 대가로 당신 연봉의 12~15퍼센트 정도를 챙길 것이다. 당신의 기술과 재능이 열악할수록, 또 당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 가 불황일수록 새 일자리를 찾을 전망은 불확실하다. 만약 당신이 공 장 노동자이거나 방금 문 닫은 소매 매장의 판매 점원이라면, 인근에 있는 다른 공장이나 소매 매장도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당신이 시장을 떠나면 그때부터 상황은 더 나빠진다. 한동안 실직 상태에 놓인 사람은 자신감과 기량이 떨어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용자는 6개월 이상 실직한 사람을 매우 위험하게 본 다고 한다. 위축감은 금방 자리 잡을 수 있다.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 아온 여성은 다시 자리를 잡느라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이것은 고학력 여성이라고 다르지 않다. 고용 시장은 비효율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모두 실생활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비현실적인 꿈의 세상을 상정하고 수 립한 정책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무한정 주 경계를 넘나 들 것이고, 어떤 일자리가 나와 있는지 알고 있고, 일자리를 다시 잡 을 때까지 버틸 수 있을 만큼 돈을 저축해 놓았고, 학교로 돌아가서 공부할 것인지에 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무한한 회복력이 있고, 자기를 응원하고 자기의 장점을 알아줄 이해심 많은 사용자를 만나리라는 것 등이다. 나도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수백 명을 고용해보았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사실상 위에서 말한 내용 중 해당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 성공적인 실직자 재훈련 프로그램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말은 100퍼센트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실직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재훈련 프로그램을 제대로 성공시킨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 프로그램이 다양한 산업의 대규모 인원에게 효과적으로 적용되기를 바라는 것은, 정책 수립을 위한 권고라기보다 희망 사항에 더 가깝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 윌리엄 데레지위츠 William Deresiewicz는 그의 책 『공부의 배신Excellent Sheep』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요즘 대학생을 이유도 모르면서 성취에 내몰린 젊은이'로 묘사한다. 그러다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무기력에 빠져버린다고 한다. 나도 어릴 때 좋은 성적을 받 으려고 며칠씩 열심히 공부한 기억이 난다. 그러다 'A' 등급을 받으면 하늘로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기쁨은 30초를 넘기지 못하고 곧바 로 공허함이 몰려왔다. 나는 성공하려는 욕구와 관련된 콤플렉스를 '성취 마귀라고 불렀다. 수천 명의 젊은이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가 족의 압력, 친구들의 따돌림, 자신이 영리하다거나 재능이 있다거나 특별하다거나 뭔가 중요한 일을 할 운명을 타고났다거나 하는 믿음 등이 결합해서 생겨난 성취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승자의 대열에 머무는 데 실패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비참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응석받이로 자란 대학생들이 기가 좀 죽은들 무슨 상관이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신경을 써야 할 이유 중 하나는 18~30세 사이의 젊은이가 소유한 개인 기업 수가 1989년 이후 60퍼 센트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멸종 위기종이 된 미국의 젊은 창 업가'라는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는 현대 역사상 가장 적은 수의 기업을 창업한 세대가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기가 죽고 부채가 있으며 위험 회피적인 젊은이는 회사를 새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 결과는 앞으로 수십 년을 두고 영향 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학력 위주 사회의 꼭대기에 올라가려는 대규모 경쟁에서 승리한 젊은이들조차도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뭔가가 크게 잘못된 것 이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발버둥 치면서 노력하는 거지?”라고 묻는다. 그 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 기회를 얻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기는 하지만 '동부 연안이나 서부 연안 시장에 있는 집단에 합류해 미친 듯이 일하는 것'이 그 답일 수도 있다. 당신이 이 런 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 우리는 성공은 노력과 인성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 은 사실이 아니다. 오늘날 성공은 대부분 시험 성적과 집안 배경에 달려 있다. 물론 일부 예외도 있어 공평한 세상처럼 보이기는 한다. 이 제는 학업 성적이나 각종 시험 성적이라는 좁은 잣대로 측정된 지적 능력이 사람의 가치를 재는 척도가 되어버렸다. 그다음 척도는 효율 성이다.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는 특정 재능이 다른 무엇보다도 큰 보상을 받는다. 내가 잘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특정 재능이 있었기 때문 이다. 우리 교육제도가 필요로 하지 않는 다른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 나는 현실에 절망해 큰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작은 희망에 만족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 한 사람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창업의 성공 사이에는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영국에서 수행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창업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공통 특성은 가족이나 친척 또는 유산 등을 통한 자금의 확보라고 한다. 2014년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80퍼센트가 넘는 스타트업이 초기에 자기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 했다고 답했다. 즉, 창업가가 돈이 있어서 직접 투자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인구통계학적 연구 논문에 따르면, 잘나가는 창업가 대부분이 교육 수준이 높고 자존감이 강한 백인(84퍼센트) 남성(72퍼센트)이라고 한다. 논문 공저자 중 한 사람은 이런 주를 달았 다. 만약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아 돈이 없는 사람이라면 창업가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 나도 수백 명의 성공한 창업가와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안 출신이었다. 솔직히 말해 몇 가 지만 해결되면 창업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게다가 자원뿐만 아니라 풍요한 마음가짐이라는 장점도 있다. 한 가지가 잘 풀리면 다른 어떤 것도 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 결핍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깊은 영향을 끼친다. 엘다 샤 피어Eldar Shafir 프린스턴대학 심리학 교수와 센드힐 멀레이너선Sendhil Mullainathan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여러 형태의 결핍이 가난한 사 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일반적인 IQ 측정 방법인 유동성 지능 검사에서 아주 유사한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검사 직전 에 예상치 않게 발생한 자동차 수리비 3000달러를 어떻게 마련할 것 인지 고민하게 하였더니 가난한 사람들은 IQ가 13점이나 떨어졌다. 단지 가상으로 발생한 비용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 게 한 것만으로도 IQ 점수를 떨어트려, '우수'를 받은 사람은 '평균' 으로 '평균'을 받은 사람은 다소 떨어짐으로 만든 것이다. 가상으로 발생한 비용을 이용해 결핍감을 촉발했더니 자제력 검사에서도 가난한 사람은 올바른 반응을 보인 비율이 83퍼센트에서 63퍼센트로 떨어졌다. 반면, 잘사는 사람은 아무런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 결핍의 마음가짐은 단순히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를 넘어선다. 실제로 결핍은 정신적 여유를 없애 사람을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으로 만든다. 샤피어 교수와 멀레이너선 교수는 다른 연구에서 사람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두 자리 숫자, 다른 집단은 여덟 자리 숫자를 외우게 했다. 그런 다음 두 집단에 케이크와 과일을 가져다주었다. 그랬더니 여덟 자리 숫자를 외우느라 정신이 팔린 집단에서 케이크 를 먹는 사람 비율이 훨씬 높았다. 또, 소수 민족 출신자를 시켜 비위 에 맞지 않는 전통 음식을 내오게 했더니, 그들을 무례하게 대하거나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내뱉는 경향이 여덟 자리 숫자 집단에서 훨씬 강했다. 심적으로 쉬운 과제를 받은 집단은 좋지 않은 반응을 자제하 고 예의를 지키려는 정신적 여유가 있었다.
- 결핍의 문화는 부정의 문화다. 사람들은 최악의 경우만 생각한다. 서로를 공격한다. 패거리 문화와 분열의 문화가 기승을 부린다. 이성은 설 자리를 잃는다. 체계적 의사결정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결혼이나 창업, 새 일자리를 찾아 이사하기 등 낙관적인 시각에 바탕을 둔 행위는 모두 줄어든다. 이런 말이 익숙하게 들리는가? 오늘날 미국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풍요로운 땅에 서 네 몫은 네가 챙기고 내 몫은 내가 챙기는 땅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풍요의 마음가짐을 갖느냐 결핍의 마음가짐을 갖느냐는 자기가 사는 지역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지역에 따라 경제적 역동성에 큰 차 이를 보이기 때문에 거기 사는 사람들의 미래관도 확연히 다른 경우가 많다. 사람의 삶의 방식은 크게 보아 자기가 사는 곳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일자리가 사라지면 사회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과 시민단체도 크게 해볼 만한 수단이 없다. 공동체가 실제로 붕괴하면 그것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아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문명의 요소라 할 수 있는 도덕 성과 신뢰와 결속력을 다시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불황 이 찾아오면 공직의 부패도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성장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점점 쪼그라드는 기업에서 일하 는 것의 차이를 겪어본 창업가가 많을 것이다. 성장하는 조직에 있는 구성원들은 낙관적이고 창의적이고 용기가 있으며 관대한 경향이 강 하다. 쇠퇴하는 조직의 구성원들은 부정적이고 정치적이며 자기 잇속만 차리고 부패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실패하는 스타트업 에 가 보면 인간성의 부정적인 측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 은 규모의 차이가 있다뿐이지 공동체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미국인들이 가진 근거 없는 믿음 중 하나는 모든 문제는 저절로 고쳐진다는 것이다. 즉, 무언가가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위로 올라올 것이고, 너무 높이 올라가면 다시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 지만 올라가거나 내려간 다음 그 상태를 유지할 때도 있는 법이다. 특 히 많은 사람이 다른 곳으로 떠나 버리면 그렇게 된다.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딴 데로 이사할 수 있는데도 살인 범죄의 수도에 계속 머물고 싶어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2016년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5개 주는 웨스트버지니아, 뉴햄프셔, 켄터키, 오하이오, 로드아일랜드였다. 오피오이드에 의존하는 미국인은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처방받은 진통제를 사용한 사람은 9500만 명에 이른다. 흡연자보다 많은 숫자다. 12개 주에서는 인구보다 오피오이드 처방전 숫자가 더 많았다. 약물 중독이 워낙 만연하다 보니 현재 신시내티주에 있는 병원은 산모의 약물 검 사를 의무화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5.4퍼센트의 산모에게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신시내티 신생아보건기관의 스콧 웩셀 블랫 Scot Wexelblatt 박사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오피오이드입 니다”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오피오이드 중독은 처방받은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 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1996년 옥시콘틴yContin이 기적의 약으로 알려지며 시장을 휩쓸었다. 제약사 퍼듀파머Purdue Pharma는 2000년에 11억 달러어치의 진통제를 팔았고, 이 금액은 2010년에 30 억 달러라는 믿기 힘든 액수로 뛰었다. 퍼듀파머는 중독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허위 표시의 이유로 2007년에 6억35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 퍼듀파머는 2001년에만 2억 달러의 마케 팅 비용을 지출했다. 여기에는 판매 사원 671명을 고용한 비용과 이 들이 매출 목표를 달성해서 받은 25만 달러 가까운 성공 보수도 포함 되어 있다. 양복을 입은 마약상 군단이 수십억 달러의 보수를 받으며 의사를 상대로 중독성이 강한 오피오이드 마케팅을 벌인 것이다. 미 국 질병통제센터 책임자 톰 프리든 Tom Frieden 박사는 옥시콘틴에 대 해 “치명적이지 않은 질병에 자주 쓰이는 약물 중에 환자 사망률이 이렇게 높은 약물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연구 결 과에 따르면 오피오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환자 550명 가운데 한 명은, 처방을 처음 받은 지 평균 2.6년 후에 오피오이드 관련 이유로 사망했다고 한다
- 오피오이드 사용자 중 많은 사람이 헤로인으로 넘어간다. 마약 중 독이 진행되는 전형적인 양상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 사람들은 통즈 완화용으로 진통제를 처방받아 사용하다가 이를 파티용 마약으로 쓰 기 시작한다. 알약을 갈아 코로 흡입하면 황홀경이 몇 시간이나 지속 된다. 그러다 헤로인으로 넘어간다. 오피오이드 사용자들은 그전보다. 헤로인을 구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말한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메디신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66퍼센트가 옥시콘틴을 쓰다가 다른 오피오이드로 넘어갔다고 한다. 과거에는 헤로인을 쓰는 사람 대다수가 남성이었다. 하지만 오피 오이드를 처방받는 여성이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헤로인을 사용하는 남녀 비율이 반반 정도 된다. 헤로인 사용자의 90퍼센트는 백인이다. 헤로인 시장을 연구하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 대니얼 치카로네Daniel Ciccarone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헤로인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슬픈 현실을 목도하고 있 습니다.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2017년이 결코 헤로인의 절정기가 아닙니다. 헤로인은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약 범죄 조 직은 헤로인에 펜타닐Fentanyl과 카펜타닐Carfentanil을 조금씩 섞어 팔기 시작했다. 펜타닐은 황홀감을 더 높일 뿐 아니라 중독성도 더 강한 합 성 오피오이드로 헤로인보다 값이 싸다. 카펜타닐은 코끼리 마취제로 쓰일 정도로 강력해 만지기만 해도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 마약 흡입 증세를 보이는 약물이다. 미국의 제약회사와 의료제도는 수십만 명의 오피오이드 중독자를 만들었다. 이제 이들은 마약상으로부터 헤로인을 구매하는 사람이 되었다.
- 비교적 소규모 인원을 지원하려고 계획했던 프로그램이 여러 사람과 지역 사회의 주요 생명줄이 된 현상이 바로 대실업의 일부다. 우 리는 경제가 아무 이상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 은 수백만 명이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고 정부에서 주는 복권 당첨금 같은 돈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장애 급여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업자나 취업이 불가능한 사람을 위한, 1년에 1430억 달러가 들어가 는 완충 장치다. 일단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은 수급자라는, 실체가 없는 영구적인 계급에 진입한다. 이들은 설령 몸이 좀 나아지더라도 평생 받을 수 있는 급여를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별 볼 일 없는 일 따위는 하려고 들지 않는다. 자신을 매월 주는 복권 당첨금을 받으려고 사회를 속이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할 것이다. 장애 판정을 받았건 아니건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는 건강 문제 를 안고 살아간다. 좋은 일자리를 갖고 있다면 요통 정도는 무시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회사가 건강보험료를 내준다면 치료를 받고 일을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어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 하면 같은 병이라도 훨씬 더 아프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일이 체력을 고갈시키는 육체노동으로 이루어진 곳에서 훨 씬 심하다. 많은 사람이 제조업 노동자에서 장애 급여 수급자로 넘어 가는 과정을 밟는다. 제조업 노동자의 또 다른 주요 도피처는 소매 매 장이다. 이 일자리마저 사라지면 장애 급여 수급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장애 급여 제도는 정부가 관리하는 대규모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계 최악의 제도다. 정작 장애를 입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불필요한 요식 절차 때문에 도움을 받기 힘든 반면, 변호사를 선임해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나 변호사들이 혜택 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시스템의 허점을 노려 돈을 빼내라'는 메시지와 자신이 무능력해서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널리 퍼트리는 셈이다. 이 제도는 사기에 취약하다. 게다가 한번 수급자가 되고 나면 다시는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 피터 터친Peter Turchin 교수는 저서 『불화의 시대 Ages of Discord」에서 역사상 등장한 여러 사회를 분석한 후 정치적 불안정에 관한 구조적 - 인구통계학적 이론을 제안했다. 터친 교수는 혁명의 전제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엘리트의 공급 과잉과 분열이다.
둘째, 생활수준 하락으로 나타나는 대중의 빈곤이다.
셋째, 재정 위기 상태다. 터친 교수는 이런 조건을 측정하기 위해 실질 임금, 결혼 추 세, 양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어린이 비율, 최저 임금, 부의 분배, 대학 등록금, 평균 신장, 변호사의 공급 과잉, 정치의 양극화, 부유층에 부 과하는 소득세, 국가 기념물 방문자 수, 정부에 대한 신뢰 등 여러 변 수를 사용했다. 터친 교수에 따르면 어떤 사회든 장기간에 걸친 통합과 번영의 시기가 지나면 불공정의 시기가 찾아와 빈곤과 정치적 불안정이 증대되고, 이것이 사회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 불공정의 시기를 겪는 중이라고 했다. 자 신이 측정한 변수 대부분이 1965~1980년 사이에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현재는 거의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터친 교수는 '미국의 현재 상황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850년대와 유사 하며, 더 놀라운 점은 (...)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프랑스와 유 사하다'고 분석했다. 터친 교수는 2020년까지 혼란이 계속 증가할 것 으로 전망하며 ‘우리는 미국 사회가 격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역사 의 전환기에 급격히 다가서고 있다'고 경고한다. 만약 혁명이 일어난다면 근본 원인은 자동화가 야기한 경제 문제때문이겠지만, 표면적으로는 인종과 정체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상류층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백인, 유대인, 아시아인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미국은 2045년경이면 소수 인종이 다수가 될 전망이다. 자동화가 어느 정도 끝나고 나면 흑인과 히스패닉이 하류층의 절대 다수를 차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현재도 이들의 부나 교육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새로운 다수가 찬밥 신세라 인종 간의 불평등 문제는 더 시끄러워질 것이다. 성 불평등 문제도 첨예하게 불거질 것이다. 대 졸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이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류층에 속한 백인은 자 기네 사회적 위상이 저하되고 공동체가 붕괴한 원인을 자동화와 자 본주의 체제보다는 유색 인종이나 이민자, 문화 규범의 변화에서 찾 을 것이다. 문화 전쟁이 경제 문제를 둘러싼 전쟁의 대리전이 될 전망이다.
- 미국 정부는 보장 소득이 개별 가정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1968~1975년 사이에 많은 연구 용역을 시행했다. 가장 중요한 목표 는 사람들이 정부로부터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받아도 일을 계속할 것 인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뉴저지주는 1968~1971년 사이에 1300 가구에 현금을 지급해 빈곤선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점진적 근로장려 금 실험Graduated Work Incentive Experiment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현금 지 급이 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의 주당 노동 시간은 한 시간 줄었고, 여성은 다섯 시간 줄어들었다. 대신 여성이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 자녀의 학업 성적이 향상되었다. 이 기간에 고등학교 졸업률은 30퍼센트나 늘었다.
-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인디애나, 콜로라도, 워싱턴주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실험 결과는 대부분 뉴저지주와 크게 다 르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돈을 많이 주고 엄격한 기준으로 실시한 덴 버와 시애틀의 실험에서는, 남성의 노동 시간이 약 9퍼센트 줄었고, 기혼 여성은 20퍼센트, 싱글맘은 14퍼센트가 줄었다. 덴버 실험에서는 이혼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 결과 는 동 제도의 법제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무기가 되어 결국 1978년 법제화는 영구히 무산되고 말았다. 1988년에 당시의 데이터를 다시 검토한 위스콘신대학 교수들은 결혼에 미친 영향이 잘못된 모델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부풀려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중에 다 른 교수들은 스스로 신고한 시간을 근거로 발표한 노동 시간 감소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논쟁은 이미 끝난 다음이었다.
- 가난한 사람은 돈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 돈을 낭비할 것이라는 생 각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편견으로 보인다. 부자들 은 가난한 사람을 절약 정신이 없고 의지가 박약한 어린아이처럼 보 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증거는 그 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네덜란드 철학자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은 “가난은 인성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금전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라고 말한다. 결핍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신적 여유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완벽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기본적 수요가 충족되어 정신 적 여유가 생긴다면,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판단 을 하게 될 것이다.
- 1953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해리 트루먼은 돈이 없어 미주리에 있는 처가로 이사했다. 트루먼 대통령의 수입은 전직 육군 장교였기 때문에 받는 한 달에 112달러의 군인 연금이 다였다. 트루먼 대통령 은 자신의 명성을 돈벌이에 이용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컨설팅 등 돈을 많이 주겠다는 사업적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책에서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는 제안이라 해도 대통령직의 위신과 품위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거래에는 절대 응할 수 없 었다” 라고 썼다. 트루먼이 대통령직을 통해 얻은 유일한 상업적 이득 은 자신의 회고록을 라이프」라는 잡지에 팔아 얻은 수익이었다. 전임 대통령은 공개적인 행사나 돈벌이를 위한 자리에 나서지 않 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이런 전통은 1977년 퇴임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20세기폭스의 이사가 되면서 깨지기 시작해 그 이후 급속히 늘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퇴임 후 강연료로 만 1억500만 달러를 벌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번 돈은 비교적 적은 1500만 달러가량 된다. 전임 대통령을 연사로 초청하려면 15만 ~20만 달러의 강연료를 지급해야 하고, 그 밖에도 각종 부대 경비가 들어간다. 1958년에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의회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딱 한 사정을 알고, 현재 기준으로 1년에 25만 달러에 이르는 종신 연금에 비서진과 건강보험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지급하는 내용의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전임 대통령을 지원하기 시작한 후부터 그들의 돈벌이 행위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몇 년 후 자신을 초청해 20만 달러 또는 40만 달러까지도 줄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지나친 억측일까? 우리가 사회집단으로서 길을 잃은 이유 중 하나는 시장이 우리 지도자들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엘리트 집단 전체가 지나치게 유착되어 있다. 출신 대학이 모두 비슷하고, 비슷한 사립 고등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사는 동네도 비슷하며, 같은 콘퍼런스나 모 임에 참석하고, 심지어 같은 회사에 다니기도 한다. 서로 유착해 살아 갈 매우 강한 유인이 있는 셈이다. | 인간이 자본을 이기려면 주 정부가 다른 무엇보다도 공공의 이익 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퇴임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어떤 세력의 눈 밖에 나도 꿈쩍하지 않는 지도층을 만들어야 한다.
-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 면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전례 없이 늘었고, 사회성이 떨어졌으며, 심지어 자살률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를 담당하던 트리스턴 해리스Iristan Harris가 쓴 글을 보면, 앱을 디자인할 때는 슬롯머신처럼 사람들의 주 의를 끈 뒤 예상치 못한 다양한 보상을 이용해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우리 자신의 스마트 폰 사용 습관이나 자녀들의 습관을 통제해보려고 해도, 수십억 달러 의 자산을 가진 회사를 당해 낼 수 없는 것이다. 해리스는 같은 글에 서 사람들을 사로잡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일과인 엔지니어 수백 명이 모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했다. “현 시대의 똑 똑한 사람은 모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광고를 더 많이 클릭하게 만 들까를 궁리하는 것 같다”라고 하며 한탄하는 기술자도 있다. 실제 로 사회는 그들 뜻대로 되어 가고 있다.
- 앞으로는 고등 학생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 라서 고등교육을 받지 않고도 사회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열정과 끈기, 적응력, 경제 분야의 지식, 면담 기술, 인간 관계, 대화와 소통, 관리 기술, 갈등 관리, 건강에 좋은 음식 만들기, 육체적 건강, 회복력과 절제력, 시간 관리, 기본적인 정신 건강 지키기, 음악 및 미술, 이 모든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학교는 그만큼 더 중요해질 것이다. 현재는 모든 교육 제도가 대학 입학 준비에 치중하다 보니 고등학교 교과 과정은 전부 공부 위주로 되어 있고 인생을 살아가는 기술과는 거리가 멀다. 일과 상관없이 시민이 올바르고 긍정적이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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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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