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자아의 유연화 현상에 대해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은 네트 워크에 접속하여 맺어지는 상호적 관계 속에서 확인되는 부분적인 자아 만이 있을 뿐, 각 개인의 독특한 자아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 라고 이야기한다. 네트워크상에서 자아는 고정된 단일의 실체를 갖기보다다는 관계에 따라 늘 유동적이고 파편화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1950년대에 미국의 사회과학자인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은 가면 없는 삶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인생은 무대이고 우리는 각자의 역할에 맞추어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고프먼의 이론이 현실화되 기에 인터넷은 너무나 적절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인격을 지칭 하는 페르소나는 라틴어로 가면을 쓰다' 라는 의미였으나, 점차 인생이 라는 연극의 배우인 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즉, 이성적인 본성을 가진 개별적 존재자를 가리키며, 자신에 대해 자유로이 책임을 지며 행동하는 주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가면은 무언가 사악한 가 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가면 속의 삶이 인터넷이라는 가상 세계 안에서 누구에게나 가능해졌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객관화시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큰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잘 이용하는 사람은 다양한 사람이나 집단과의 교류를 즐기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성찰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앞으로는 한발 더 앞서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 밝혔듯이, 현대 사회에 서 마케팅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파는 것으로 강조점이 달 라졌다. 특히 명품의 경우 이러한 체험 마케팅이 더욱 잘 들어맞는데, 명 품 가방은 가방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가방을 들고 다니면 어떻게 보일 까.' 하는 체험을 파는 것이다. 리프킨은 이러한 상황에서 제품은 물질적 의미를 상실하고 상징적 의미를 띠며, 물체로서의 성격을 점점 잃고 체험 을 지원하는 도구에 가까워진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명품 가방이 늘 어나거나 가죽이 상할까 봐 소지품을 다 넣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들고 다 니게 될 때, 가방은 더 이상 가방으로서의 본질적인 성격을 잃고 체험의 상징적 소도구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명품 소비와 소비자의 정체 성' 이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일까? 아니 면 정체성 그 자체가 팔 수 있는 상품이 된 것일까? 명품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찾는 현상은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끼니를 굶고 아르바 이트를 해서라도 명품 가방을 사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여대생이나 일본 여고생들의 소비 행태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진귀한 현상이다. 전 통적인 문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동양인들은 서양인들에 비해 자아의개념이 덜 독립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주의에 기반을 두는 서양 문화에서는 자아가 독립적 개인을 지칭하는 주체인 반면 집단주의에 기반을 두는 동양 문화에서는 자아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의해 다른 사람들과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결정됨을 의미한다. 단지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 명품을 소비하기보다는 명품족이 되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알리고자 하는 숨은 뜻이 있는 것이다.
- 과거에 가족은 함께 먹고 자고 일상을 경험하는 공동 생활을 하는 공동체였다. 따라서 가족 간 사적 경험의 핵심은 친밀함보다. 는 의존감 또는 유대감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친밀함'도 가정을 기반으 로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는 행위' 와 같은 경험으로 주로 강화되었다. 하 지만 가족 구성원 간에 휴대전화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친밀함이 강화되 었으며, 그 친밀성을 강화시키는 기제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지만 잦은 빈도를 보이는 의사소통을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과거에는 같이 사는 경험에 기반을 둔 공통의 생활 경험이 가족의 경험 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같이 살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없이 얼마나 자주 일상적 대화를 이용해서 안부를 묻고 답하는지 여부가 가족 경험의 핵심 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가족이 이제 정체성이나 공통성, 유대성 등과 같은 혈연을 기초로 한 단위에 머물지 않고, 의사소통에 의해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가족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 양식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 구성원 간의 끊임없는 안부 확인, 행위 증명, 감정 표출 의견 표명, 요구 확인 등이 가족 경험 그 자체가 되고 있다. 과거의 가족 이 일종의 말이 필요 없는 관계' 인 동시에 재산과 운명을 공유하는 상 호 의존적 관계 였다면, 이제는 '의사소통으로 유지되거나 소원해지는 관계' 로서 구성원 간의 요구를 공유하는 관계' 라고 규정할 수 있다. 짧지만 빈번한 의사소통에 의해 친밀성이 관리되는 관계는 가족 구성 원뿐만 아니라 친구나 연인, 동료의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끊임없이 문자를 교환하고, 전화로 존재를 증명하며,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 미니홈피의 방문을 정례화하는 이들이 추구하는 바를 도대체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매개로 언제 어디에서나 연락 가능한 사회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지만 마음에 남아 있는 친구' 라거나, 연락이 뜸하지만 운명처럼 남아 있는 연인' 이라거나, 대화는 없지만 신뢰하는 동료란 존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짧지만 빈번한 의사소통 회기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사이는 더 이상 친한 사이가 아닌 것이다. 친하지 않으면 단지 어색한 관계일 뿐이며, 이는 친구나 연인, 또는 동료는 물론 심지어 가족 구성원에게도 적용된다.
- 이러한 느슨한 인간관계가 주가 되는 사회에서는 스몰토크 능력이 절대적이다. 인터넷에서는 각종 유머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동창회에서는 가장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주목을 받는다. 문자 메시지 도 위트 있게 날리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느슨한 관계들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앞으로는 혼자서 깊이 성찰하고 사유하는 사람보다 덜 깊이 생각해도 밖으로 많이 표현하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인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제법 공평해서 말을 해야답을 하고 내가 상대를 인정해야 상대도 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과거에 친했던 사람을 만났을 때보다 자주 봐서 서로 시시콜콜 아는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 할 말이 더 많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 이다.표현하지 않으면 관계도 없다. 따라서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은 사회적 성공을 가져오는 발판으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군자는 말로써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다.' 가 아니라 '승자는 스몰토크 로 세상을 지배한다. 로 바뀌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자기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다지는 구심력 있는 노력을 지속하면 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중심으로 그물처럼 퍼져 있는 인간관계망을 스몰 토크를 통한 친밀감의 교류로 관리하는 원심력 있는 노력도 효과적으로 하는 인간이 미래 사회의 리더가 될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균형 감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 남녀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불균형한 상황에서 결혼은 남자 에게는 성적으로 매력적이면서 생활력이 있는 여자를, 여자에게는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남자를 찾는 상호 보완적인 결합의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성적 매력이 있는 여자를 찾는 비용이 줄어들었다면, 그리고 여자에게는 경제적으로 매력 있는 남자를 찾을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면, 그만큼 결혼의 유인책은 줄어든 것이다. 오히려 요즘에는 남자들이 경제적 매력이 있는 여자를 찾고, 여자들이 성적 매력이 있는 남자를 찾는 경향이 증대되고 있다.
- 근대적 관점에서 프라이버시란, 혼자 있을 수 있는 개인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법학자인 루스 가비슨(Ruth Gavison)은 비밀성 과 익명성, 그리고 고독이라는 세 가지 핵심 원리에 입각하여 프라이버시 권을 어떤 개인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권리로 정의한다. 비밀성은 자신에 대한 지식의 유포를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익명성은 원치 않는 관심으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하며, 고독은 다른 사람들과의 신체적 접촉이 없는 것을 말한다. 이 관점에서는 개인 정보의 방어가 중요하다. 그런 데 프라이버시가 자신을 드러내고 명성을 얻고자 하는 전략적 조작과 협상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오늘날, 보호 및 방어의 대상으로만 프라이버시를 보는 것은 일면적이고 소극적이다.
- 프라이버시가 타자의 시선을 차단하고자 하는 소극적 측면과 타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적극적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면, 이제는 이들 상이한 두 측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할 권리를 누가 갖는가가 중요하다. 그러한 해답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수필 모음집인 『미네르바 성냥갑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해 그것이 이제 비공개의 권리' 란 의미로 이해되고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상에서 프라이버시의 보호는 무작정 개인 정보의 비노출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정보 통제권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 학자 게오르크 지멜(Georg Simmel)은 자신의 책에서 “기차나 전차가 생겨 나기 이전에 사람들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으면서 몇 분에서 몇 시간에 걸쳐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것을 상상도 못했다.”고 적고 있다. 근대 도시라는 새로운 공간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포함한 공공장소 및 대규모화된 직장에서 서로 알지 못하는 익명의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를 수도 없이 갖게 되었다. 이웃집 부엌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지내던 소규모 공동체적 삶에서 벗어나 이제 사람들은 낯선 이로부터 자신의 사적 영역을 지키기 위해 서로 간에 일정한 거리를 취하는 익명적 교제 또 는 소통의 방식을 터득해야 했다. 그것이 지멜이 지적하듯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도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근대적 도시민들을 낳은 것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도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 개인적인 것을 묻거나 관심을 가질 때 왠지 경계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근대적 익명성의 관습과 규범을 침해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익명성이 언제나 해방과 자유의 상징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세기 중반 대량 생산의 패러다임이 경제를 지배하고 대중민주주의와 대중매체 가 정치와 사회의 주류를 이룰 때 사회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이나 사회학 자 데이비드 리스먼(David Riesman)은 익명성이 자기표현과 자기선택 능력 을 박탈당한 채 대중 속의 한 명으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 화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경제에 서도 대량 생산 대신 대량 맞춤 생산이 지배적이고, 민주주의도 참여적이 며, 매체도 점점 개인화되어 개인의 삶은 좀 더 많은 선택과 풍부한 개성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변화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익명성은 소 외와 몰개성이 아닌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오늘 날 우리에게 익명성은 개인이 어떤 대상이건 커뮤니케이션할 때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거래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자유와 선택의 문제이다.
- 검색의 진화를 기능에 따라 정리해보면, 디렉터리 형식의 1세대 검색, 구글과 같이 웹 페이지 간의 연결 구조로 검색 결과의 관련도를 결정해 알려주는 2세대 검색, 이어 사용자들의 검색 행위나 취향 등을 분석해 이 용자 개개인에게 맞춤으로 검색 결과를 제안해주는 소셜 서치가 3세대 검 색 방식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 '소셜 서치 (social search)' 는 검색 결과의 적합성을 결정할 때 같은 지식 에 대한 다른 이용자들의 이용 상황을 고려하는 유형의 검색을 말한다. 이용자의 참여가 검색 결과를 더욱 풍부하고 검색 맥락에 적합하게 만드는 검색 시스템인 셈이다. 다시 말해, 사용자들의 검색 행위에 따라 검색결과가 결정되는 상호 의존적인 검색 체제인 것이다. 이럴 경우 이용자가 단순히 검색 정보를 제공받는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자신의 검색 행위 가 전체 지식 공동체의 기반을 변화시키는 유기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과거 기계적인 알고리즘에서는 페이지뷰 등에 따른 웹 페이지의 링크구조나 문서상의 텍스트를 분석함으로써 검색어와의 연관성이 결정되었던 반면, 소셜 서치는 북마크의 공유나 콘텐츠의 태깅(tagging: 꼬리표 달기)을 이용함으로써 컴퓨터 알고리즘에 콘텐츠를 평가하는 이용자의 지성을 결합시킨 좀 더 세련된 형태의 검색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요약해서 소셜 서치는 이용자들이 다른 이용자의 검색을 돕도 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것은 페이지의 링크 구조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 기 때문에 링크 스팸을 줄일 수 있고, 이용자들의 검색 행위에 기반을 두 어 더욱 관련성 높은 검색 결과를 내놓을 수 있으며, 소수의 에디터가 갖 는 검색 결과에 대한 영향력의 범위를 줄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각광받 고 있다. 이제 소셜 서치의 개념은 디렉터리 작성, 태경, 소셜 랭킹, 문답서비스 등 각종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 예를 들어, 소셜 북마킹을 살펴보자. '딜리셔스(delicio.us)' 나 마가린' 같은 서비스에서는 각 이용자가 관심 있는 웹 사이트에 꼬리표를 붙여 북 마크를 해놓고 나중에 다른 이용자들이 얼마나 많이 그 웹 사이트를 북마 크 해놓았는지에 따라서 그 웹 사이트의 유용성이나 관련성을 평가하도 록 하는 서비스이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꼬리표가 붙은 연관 북마크를 찾아보거나 자신과 비슷한 북마크를 갖고 있는 다른 이용자들의 웹 사이트 이용 형태를 살펴보면서 서로가 남겨놓은 꼬리표를 따라 서치를 확장시 켜 나가는 구조이다. 또 다른 검색의 예로 이메일 시큐리티 기업인 '클라 우드마크' 는 사람들이 스팸으로 버린 메일 자료를 기반으로 스팸을 필터링하는 기준을 세우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검색 형태는 협동적 필터링' 이라고도 불린다. 기계적 알고리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취향의 문제나 지식의 촘촘한 네트워킹에 대한 해법은 결국 이용자들의 자유분 방하고 이기적인 지식 이용이 남기는 꼬리와 흔적이다.
- 태깅, 즉 꼬리표 달기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웹상의 정보를 찾거나 표 시, 분류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식표로서 기존에 전문가들이 분류하던 디 렉터리나 카테고리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것이다. 디렉터리가 트리(tree)구조로 되어 있다면, 태경은 꼬리표(tag)가 연결된 정보 노드들이 상호연결된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를 띤다. 하나의 정보에는 한 개 이상의 꼬리 표가 연결되어 있다. 꼬리표는 블로그나 이미지, 음악 파일 등 인터넷상의 모든 콘텐츠에 붙을 수 있다. 꼬리표의 힘은 검색을 통해 나타난다. 기 존의 키워드 검색 방법이 질의어에 해당하는 정보를 찾는다면, 꼬리표는 콘텐츠들 간의 관계망을 검색해준다. 기존의 정보 분류 방식이 카테고리 방식이라면 폭소노미는 일반 이용자들의 꼬리표 달기를 기반으로 한 분류 기법이다. 사용자의 집단 분류 기법 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이트 플리커는 검색 결과에 사용자가 꼬리표를 단다든지 블로그에 포스팅되는 콘텐츠에 주제어를 입력하여 이를 검색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사용자의 주관적인 정보 계열화가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소셜 북마킹 서비스인 딜리셔스 역시 이러한 꼬리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집단 분류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서비스이다.
- AJAX는 비동기 자바스크립트와 XML' 로서, 검색 엔진에 키워드를 입 력하면 기존에 다른 이용자들이 사용한 관련 키워드들의 목록과 검색 결 과의 수가 자동으로 보이게 하는데, 이때 웹 페이지를 새로 고침' 하지 않고도 대화형의 웹 페이지 기능을 이용하게 하는 기술이다. 구글 서제스트, 구글 맵, 네이버 검색창의 키워드 추천 기능 등이 이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AJAX는 다른 이용자들의 자료를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줌으로써 검색의 확장성을 높인다. 이러한 기술과 더불어 이용자들의 행동 자료를 분석하는 데이터마이닝 (data mining: 데이터 가운데 숨겨진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해, 실행 가능한 정보를 추출해 내고 의사 결정에 이용하는 과정) 기술들은관 계형 검색 기술의 핵심 요소이다.
- 그렇다면 지식은 왜 필요한 것일까? 지식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질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정보와 자료를 효율적으로 교환 하는 것이다. 지식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좀 더 효율적으로 정보와 자료를 소통할 수 있다. 노키아에서 고위 경영자로 일했던 일카 투오미 (Ilkka Tuomi) 박사는 최근 혁신적인 이론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사람들이 자료를 가공하면 정보가 나오고 정보를 가공하면 지식이 산출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것보다는 반대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식을 말로 설명해나가는 과 정에서 산출되는 것이 정보이고, 그 정보의 해석 관점을 고정시키는 객관 화 노력을 해나가면 그것이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결국 어떠한 자료나 정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어 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투오미는, 자료는 이미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으며 정보 는 이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이면서, 자 료-정보-지식에 대한 새로운 개념적 계층 구조를 제시한다. 지식 관리 문헌에는 항상 자료와 정보, 지식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지 적되어 왔고,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견해는 다음과 같았다. 자료는 단순한 사실들인데 의미 있는 구조들로 결합될 때 정보가 되며, 그 후에 의미 있 는 정보가 어떤 상황 속에 주입되고 예측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을 때 지식이 된다. 이 견해에 따르면, 자료는 정보의 선행 조건이며 정보는 지식의 선행 조건이다. 그러나 투오미가 주장하는 역전된 지식 계층 구조에서는 지식 관리와 조직 기억을 지원하는 정보 체계를 개발할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정보 체계 이론에서 그동안 간과되어온 것을 재삼 확인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자료를 가공하면 정보가 산출되고 정보가 일반화되면 지식이 된다고 앵무새처럼 되뇌어왔던 기존의 정보 체계론을 생각할 때 투오미의 주장 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신선한 충격에서 벗어나 생각해보면, 그 의 주장은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분명 그의 주장처럼 어떠한 자료는 그 자료를 산출하는 어떠한 지식에 의존한다. 즉, 자료는 그 자료를 산출하는 지식이 가정되어야 하고, 자료를 주고받는 사람들 간에는 지식이 공유되어야 한다.
- 결국 디지털 경제의 실상은 저작권을 가지고 독과점 체계를 유지하는 소수의 '지주'를 한편으로 하고, 제한된 이용권을 끊임없이 갱신해야 하 는 처지에 놓이는 일종의 세입자' 를 다른 한편으로 양산하는 체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술이란 이런 의도에 따라 편향되게 발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상 디지털 기술과는 별개로 자본주의 사회는 재산권의 활용 방법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형태로 진화, 발전해왔기 때문에 그러한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이 같은 현상 역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 게임 공간에서 재현되는 것은 성별 간의 불균형만이 아니다. 미국과 같은 다인종 국가에서는 아바타의 피부색에 따라서도 게이머들간의 인터랙션이 다르다는 것이 쟁점화된 적이 있다. 실제로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최근 이루어진 실험 연구에 따르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가 어떠한 외양 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이용자의 행동 양식과 사회적 인터랙션이 변화하 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바타가 키가 크고 잘생긴 경우, 키가 작고 못생겼 을 때보다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프로테우스 효과' 라고 한다. 자신의 겉모습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고정관념을 벗고 환상적인 모습의 아바타로 게임 세계에 몰두하고 싶은가? 그러나 게임 속에 존재하는 세상도 우리가 현실 세계 에서 갖고 있는 불평등이나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만은 않다.
- 이처럼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는 사회적 권력과 권위를 이동시 키고 있으며, 정치권력이 시민들로부터 끊임없이 견제 받고 있다. 흔히력과 권위는 안간을 복종시키는 힘으로서 지배와 복종, 통제 정치 등의 요어와 동의어로 사용되곤 했다. 권력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자 신이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행동을 가하는 일련의 능력을 말한다. 여 기에는 강제력이 포함될 수 있다.그러나 권위는 권력의 한 속성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권력은 아니다. 권위는 어떤 대상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되는 근거이다. 의사의 명령 에 복종하는 환자는 권위를 따르는 대표적 사례이다. 앨빈 토플러에 따르면, 권력은 물리적 힘(완력)과 경제력(부), 그리고 지 (정신)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여기서 물리적 힘은 저품질의 권력으로 융통성이 적고 응징의 차원에서 활용된다. 경제력은 중간 품질 의 권력으로 처벌 대신 현물의 보상(보수와 뇌물)으로 활용된다. 지식은 고품질의 권력으로, 이것은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자인 경우에도 모두 소유할 수 있다. 오늘날 권력의 축은 고품질의 권력인 지식의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 다. 디지털화된 정보는 무한 복제를 가능케 하고 유통 비용을 줄임으로써 사회 구성원 간의 네트워킹을 통한 메가 지식을 축적시키고 있다. 과거 전 통 사회와 근대 사회에서는 권력을 가진 집단이 상징이나 정보 조작, 통제 를 통해 효과적으로 정당성을 획득했지만, 개방적 인터넷 환경에서는 이러한 권력 획득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서 지식과 정보의 공유와 공개는 권위의 훼손' 을 의미하고, 이는 곧 권력집단에 게 물리적 힘과 경제력만으로 안정적인 권력 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인식시킨다. 또한 경험 지식을 확장하고 공유함으로써 상징의 힘인 이데올로기를 약화시키고 있다.
- 디지털 네트워크는 이렇게 권력과 권위 구축의 메커니즘을 바꾸고 있 다. 과거에는 경제력과 물리적인 힘이 중심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고품질의 권력인 정보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는 세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또한 권력을 쌓기위해 사회적으로 안정된 체계, 즉 사회적 거점 공간(또는 네트워크)이 해체되고 느슨하지만 다접점으로 연결되며, 이질적 요소가 서로 연결된 공간(또는 네트워크)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작은 가치의 차이로도 결합되거나 분리될 수 있는 가변성이 높은 사회 공간을 의미한다.
- 미셀 푸코가 말한 대로 권력은 누군가의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 그 자체의 속성이다. 그리고 사회의 속성에서 권력은 지식과 불가분의 관계 에 있다. 노마디즘 이전의 사회에서 지식은 규율이나 규제, 표준 등을 정하는 중 앙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한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간에도 마찬 가지였다고 할 수 있다. 문화적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그 예이다. 그렇 다면 오늘날에는 어떤가? 중앙에 집중된 지식에 대항하는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고 있으며, 노마디즘은 끊임없는 변화와 이동, 그리고 덧없음을 특 징으로 한다. 지식은 이제 영구불변의 진리나 항구적 기준이 아닌 끊임없 는 변화 과정 속에서 특정 시점에 존재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지식이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인식이 이제는 광범위하게 인정받게 되었 고, 이러한 지식의 사회적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권력이라는 사실도 공공연한 것이 되었다. 만약 노마디즘 시대의 권력이 네트워크상 에서 공유되고 분산되는 것이라면, 지식 또한 네트워크를 매개로 생겨나고 인증되며 전파되는 것이 아닐까?
- 한번 권위를 인정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실력을, 또는 그 성실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권위의 특징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것은 사회 공동 질서의 해체라기보다는 합리화의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권위는 특히 인터넷에서 해체되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 서 말했듯이 이것이 단지 권위의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어찌 보면 권위의 편재를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정치문화나 경제문화 영역에 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현상은 권위에 진입하는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권 위에 대한 경쟁 역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 정보화 시대에 권위가 약화되는 것은 기존의 수직적이던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부분적으로 수평적으로 변화하면서 생기는 인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전문가의 권위를 얼마나 인정하는가를 생각해보 면 잘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아래에서 전문가는 한번 인정을 받아 그 말에 힘이 실리게 되면 그대로 수직적인 질서 속에서 권위자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전문가는 여전히 존재하고 여전히 그의 말에 힘이 실리기는 하지만 전문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 이 인정을 받아야 하는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그 어느 것도 고정적이지 않다는 점, 바로 그 점에서 기존의 권위가 약화되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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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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