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방정식

과학 2023. 11. 7. 15:39

- 지금 우리가 누리는 대부분의 첨단 기술은 자연의 기본 힘을 연구하는 과학, 즉 물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요즘 과학자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을 하나로 통일하는 이론을 향해 나 아가는 중이다. 이 이론이 완성된다면, 아래 열거한 '가장 심오한 질문들'의 답을 알게 될 것이다.
*빅뱅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무엇이 빅뱅을 유발했는가?
*블랙홀의 내부(또는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우리 우주에는 웜홀wormhole이 존재하는가?
*4차원 이상의 고차원 공간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가? 즉, 다중우주 또는 평행우주가 존재하는가?
- 맥스웰 방정식
뉴턴은 미적분학으로 서술되는 '힘' 때문에 물체가 움직인 다고 했다. 그 후 패러데이는 '장' 때문에 전기현상이 나타 난다고 주장했으나, 장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벡터 미적분 학'이라는 새로운 수학이 필요했다. 이 분야를 개척한 사람 이 바로 케임브리지의 수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다. 그러니까 케플러와 갈릴레이가 뉴턴 물리학의 기초를 닦 은 것처럼, 패러데이는 맥스웰 방정식의 기초를 닦아놓은 셈이다.
맥스웰은 물리학의 도약을 견인한 수학의 거장이었다. 그는 패러데이가 발견한 전기와 자기의 특성이 수학이라 는 언어를 통해 깔끔하게 요약될 수 있음을 간파했다. 앞 서 말한 대로 움직이는(또는 변하는) 자기장은 전기장을 생성하고, 움직이는(또는 변하는) 전기장은 자기장을 생성 한다.
맥스웰은 전기장과 자기장의 관계를 파고들다가 현대물 리학의 역사를 바꿀 중요한 질문을 떠올렸다. 변하는 전기장이 자기장을 만들었는데, 이 자기장이 또 다른 전기장을 만들고, 이 전기장이 또 다른 자기장을 만들고. 이런 식 으로 계속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그는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이런 식의 상생 과정이 여러 차례 반 복되면 전기장과 자기장이 끊임없이 뒤바뀌는 파동이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즉, 상생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전 기장과 자기장의 진동으로 이루어진 파동이 생성되어 혼 자 힘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벡터 미적분학을 이용하여 이 파동의 속도를 계산해보 니약 310,740km/s라는 값이 얻어졌다. 맥스웰은 계산 을 직접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값은 그 무렵에 알려진 빛의 속도와 오차범위 안에서 거 의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현재 알려진 빛의 속도는 299,792km/s이다). 그리하여 맥스웰은 '빛은 곧 전자기파 이다!'라는 과감한 주장을 펼치게 된다.
맥스웰은 이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모든 실험 결과를 종합해볼 때, 빛은 전기 및 자기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에서 방출된 횡파transverse wave로 이루어져 있음이 분명하다."
-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수학적으로 대칭적인 관계에 있기 때 문이다. 맥스웰의 방정식에는 '이중성duality'이라는 대칭이 존재한다. 즉, 빛(전자기파)에 포함된 전기장을 라 하고 자기장을 B라 했을 때, E와 B를 맞바꿔도 맥스웰의 방정 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이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 기와 자기가 동일한 힘의 두 가지 측면임을 의미한다. 맥 스웰은 E와 B 사이의 대칭을 이용하여 전기와 자기를 통 일했고, 그 덕분에 19세기 과학은 위대한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 앞서 말한 대로 자석이 움직이면(즉, 자기장이 변하면) 전기장이 생성되고, 전선이 움직이면(전기장이 변하면) 자 기장이 생성된다. 이 사실을 이용하면 빠른 시간 안에 전선 의 전압을 바꾸는 변압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전 소에서 수천 볼트의 전기를 생산하여 송전선을 통해 배달 하면, 도시 외곽에 있는 변전소에서 110볼트(또는 220볼 트)로 낮춰서 일반 가정이나 공장으로 보내는 식이다.
그러나 전기장과 자기장이 일정한 직류는 이런 식으로 전압을 바꿀 수 없다. 교류전기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수시 로 변하기 때문에 전기장을 자기장으로, 또는 자기장을 전 기장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즉, 교류는 변압기를 이용한 승압 및 강압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류의 값이 일정한 직류에는 '변압'이라는 과정을 적용할 수 없다.
결국 에디슨은 교류와 직류의 전류전쟁에 패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 모든 것은 맥스웰의 방정식을 무시한 대가였다
- 맥스웰의 방정식과 뉴턴의 운동법칙은 자연의 신비를 풀 고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 사 이에서 매우 그럴듯한 '만물의 이론'으로 수용되었다(적어 도 그 당시에는 만물의 이론이었다).
1900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들은 '필요한 것은 모두 발견되었고, 이제 남은 일은 관측값의 정확도를 높이 는 것뿐'이라며 과학이 종착점에 도달했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당시 과학자들은 뉴턴의 운동방정식과 맥스웰의 방정식이 서로 모순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물리학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 중 하나는 폐기되거나 대대적으로 수정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책은 맥스웰이 사망하던 1879년에 태어난 열여섯 살짜리 소년 이 쥐고 있었다.
-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생 시절에 맥스웰 의 방정식을 처음으로 접하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떠올렸 다. '빛의 속도로 달리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그 전에는 이런 질문을 제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는 맥스웰 의 방정식을 이용하여 기차처럼 움직이는 물체에서 발사 된 빛의 속도를 계산해보았다. 지면에 서 있는 사람이 볼 때, 이 빛의 속도는 원래 빛의 속도에 기차의 속도를 더한 값으로 보여야 할 것 같다. 뉴턴의 고전역학에 의하면 당 연히 그래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기차를 타고 가면서 진행 방향으로 야구공을 던진다면, 지면에 서 있는 사람이 볼 때 야구공은 당신이 던진 속도에 기차의 속도를 더한 속도로 나아간다. 만일 야구공을 기차가 가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던졌다면, 지면에 서 있는 사람이 볼 때 야구공은 당신이 던진 속도에서 기차의 속도를 뺀 속도로 뒤쪽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빛과 같은 속도로 내달리면 빛은 그 자리에 정지한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직접 계산을 해보니, 관측자가 빛 과 같은 속도로 경주를 한다 해도 빛은 한 자리에 멈추지 않고, 관측자에 대하여 여전히 광속으로 나아간다는 결론 이 얻어졌다. 물론 뉴턴역학에 의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다. 충분히 빠른 속도로 나아가면 누구든지 빛을 따라잡을 수 있는데 관측자가 바라보는 빛의 속도가 항상 똑같다니, 지나가는 멍멍이가 웃을 일이다. 그러나 맥스웰의 방정식 은 '당신이 아무리 빠르게 내달려도 절대로 빛을 따라잡을 수 없으며, 당신 눈에 보이는 빛의 속도는 항상 똑같다'고 단언하고 있었다.
- 이것은 아인슈타인에게 매우 의미심장한 결과였다. 뉴 턴과 맥스웰이 모두 옳을 수는 없다. 둘 중 하나는 수정되 어야 한다. 빛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니, 대체 이게 무 슨 뜻일까? 그는 특허청 사무실의 책상 앞에 앉아 이 질문 을 생각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1905년 의 어느 봄날, 그는 베른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과학의 역 사를 바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나중에 그는 이날을 회상하며 "마음속에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빛의 속도를 재려 면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와 공간을 측정하는 자[]가 있 어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아무리 빠르게 내달려도 빛의 속도가 항상 똑같으려면, 내가 바라보는 시간과 공간이 그 만큼 달라져야 한다!
이는 곧 빠르게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 탑재된 시계는 지 구의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당신이 빠 르게 움직일수록 당신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다른 관측자가 볼 때 그렇다는 뜻이다-옮긴이).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으로부터 예측 가능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지금 몇 시입니까?"라는 질문의 답은 당신의 이동속도에 따라 달라진 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의 내부를 지구 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본다면,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보일 것이다. 또한 우주선을 포함하여 그 안에 들어 있는 모든 물체는 진행 방향으로 길이가 짧아지고, 모든 질량은 증가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은 이 런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가 볼 때 시간은 정상 적인 빠르기로 흐르고, 모든 물체의 길이도 정상이며, 질량도 지구에서 잰 값과 똑같다.
훗날 아인슈타인은 자신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이론으로 맥스웰의 전자기학을 꼽았다.' 현대문명의 이기를 이용 하면 속도가 빠를 때 나타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기에 원자시계를 설치해놓고 지상에 있는 시 계와 비교하면 비행기의 시계가 느리게 간다. 단, 비행기의 속도는 광속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느리기 때문에 두 시 계의 오차는 1조분의 1초보다 작다(두 시계를 비행기에서 비교 하면 지상에 있는 시계가 느리게 간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두 관측 자가 서로에 대하여 움직이고 있을 때에는 상대방의 시계가 자신의 시계 보다 느리게 간다-옮긴이).
- TV에 나오는 우주인들이 우주선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은 '지구와 너무 멀어서 중력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우주정거장이나 우주왕복선의 고도는 기껏해야 450km 이내이다. 이 정 도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밖에 안 된다. '우주'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 을 정도로 가깝다-옮긴이). 태양계 안에서 중력이 0인 곳은 존 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주인의 몸이 둥둥 떠다니는 것 은 우주선이 그들과 함께 '지구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 다. 산꼭대기에서 발사된 뉴턴의 대포알처럼(그림-1 참조), 우주선과 우주인은 지구 주변을 돌면서 지구를 향해 자유낙하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주선의 내부는 무중력상태가 아니다. 우주선과 우주인이 똑같은 가속도로 떨어지고 있 기 때문에 마치 무중력상태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원리를 놀이공원의 회전목마에 적용해 보았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물체의 속도가 빠를수록 공 간이 진행 방향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물체도 진행 방향으 로 수축된다. 목마가 회전하는 것은 바닥원판이 회전하기 때문인데, 중심에서 멀수록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바닥원 판의 중심부보다 가장자리가 더 많이 수축된다. 그러므로 원판의 회전속도가 광속에 가깝다면 원판은 심하게 구부 러질 것이다. 즉, 평평했던 원판은 그릇을 뒤집어놓은 것처 럼 가운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곡면이 된다.
- 이제 당신이 회전목마의 구부러진 원판 위를 걷는다고 가정해보자. 가운데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으니 똑바로 걷기가 어려울 것이다. 눈을 가린 상태라면 당신은 보이지 않는 힘이 자신을 원판의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생 각할 것이다. 회전목마를 탄 사람이 '원심력centrifugal force 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회전목 마의 바깥에 있는 사람은 굳이 원심력을 도입할 필요가 없 다. 그저 '바닥이 휘어졌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바깥쪽으로 밀려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 아인슈타인은 이 모든 결과를 하나로 묶었다. 당신이 회 전 원판에서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것은 원판 자체가 휘어 져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느끼는 원심력은 원리적으로 중 력과 동일하다. 중력은 가속운동을 하는 좌표계에서 나타 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좌표계에 서 진행되는 가속운동은 다른 좌표계에서 작용하는 중력과 완전 히 동일하며, 중력이 작용하는 이유는 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 이다.
이제 회전목마를 태양계로 대치해보자. 지구는 태양 주 변을 공전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태양이 지구에게 중력이 라는 힘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구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는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는 지구 주변의 공간이 휘어져있고, 지구가 그 휘어진 길을 따라 원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여 '중력은 실체 가 아닌 환상'이라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했다. 물체가 움 직이는 것은 중력이나 원심력 때문이 아니라, 물체 주변의 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 어서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물체가 움직이는 것은 중 력이 잡아당기기 때문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이 밀어내기 때문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 은 거대한 무대이며, 우리는 그 위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배우이다." 이것은 뉴턴의 고전역학에 딱 맞아떨어지는 표 현이다. 그는 이 세상이 정적靜的 static이고 평평한 3차원 공간이며, 모든 만물이 그 안에서 특정한 법칙에 따라 움 직인다고 생각했다(공간이 평평하다는 것은 납작한 평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휘어짐 없이 똑바로 이어지는 입체 공간'이라는 뜻이다- 옮긴이).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우주관을 폐기하고 '휘어 진 공간'을 도입했다. 이런 곳에서는 똑바로 걸어갈 수 없 다. 휘어진 곡면 위를 걸을 때에는 발밑에 형성된 굴곡에 의해 몸이 특정 방향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게 된다.
- 결국 중력이라는 힘은 실체가 아닌 환상이었다. 당신이 지금 의자에 앉아 이 책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내 몸이 공 간으로 날아가지 않는 것은 중력이 나를 의자 쪽으로 잡아 당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 인은 '지구의 질량이 당신 머리 위의 공간을 휘어지게 만 들었고, 그로 인해 당신의 몸이 의자 쪽으로 내리 눌려지고 있기 때문에 의자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있다'고 강변한다. 
- 일반상대성이론은 모든 물체와 시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중력의 근원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특수상대성이론보다 훨씬 강력하면서 대칭성도 높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공 간에서 직선 궤적을 그리는(즉, 등속운동을 하는) 물체만 을 다루고 있는데, 실제 우주에서 등속운동을 고수하는 물 체는 거의 없다. 우리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물체들(경주 용 자동차, 헬리콥터, 로켓 등)은 속도가 수시로 변하는 가 속운동을 하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이처럼 속도가 일 정하지 않은 물체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이론이다.
- GPS의 핵심부품은 초정밀 원자시계이다. 그런데 GPS가 정확도를 유지하려면 특수 및 일반상대성이론에 입각 하여 시계를 수시로 보정해야 한다.
GPS 위성은 시속 27,000km라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 기 때문에, 그 안에 탑재된 시계는 지표면의 시계보다 조금 느리게 간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움직이는 물리계에 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빛을 쫓아가 는'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현실적으로 실행 이 불가능하여 상상 속에서 진행되는 실험-옮긴이)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위성은 높은 고도에서 선 회하기 때문에 지표면보다 중력이 약한데, 일반상대성이론 에 의하면 중력은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중력 이 약할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즉, 인공위성의 시계는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해 느려지고,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빨라지고 있다. 이 상반된 효과가 정확하게 상쇄되면 좋겠 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GPS의 정확도를 유지하 려면 지구의 관제팀이 위성의 시계를 주기적으로 보정해 줘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및 일반상대성이론이 없다 면 전 세계의 운전자들은 수시로 길을 잃고 헤맬 것이다.
- 뭐니뭐니 해도 디랙이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은 반물질 antimatter의 존재를 예견했다는 것이다. 반물질은 일상적인 물질과 동일한 물리법칙을 따르지만, 전하가 반 대이다. 그러므로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positron는 음전 하가 아닌 양전하를 띠고 있으며, 양전자와 반양성자 anti- proton, 그리고 반중성자 anti-neutron를 잘 결합시키면 반원 anti-atom를 만들 수도 있다(반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을 반물질이 라 한다-옮긴이). 그러나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폭발을 일 으키면서 에너지로 변하기 때문에, 반물질을 안전하게 보 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반물질은 만물의 이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궁극의 이론에 등장하는 모든 입자 에는 그에 대응되는 반입자 짝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 과거에 물리학자들은 대칭이라는 것이 물리 이론의 미학적 요소일 뿐, 필수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디랙 이후로 물리학자들은 대칭으로부터 새로운 물리적 현상(반물질, 전자의 스핀 등)을 예측할 수 있음을 절실하 게 깨달았다.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우주를 서술하려면 대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 슈뢰딩거의 고양이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근본적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고실험을 고안했다. 이 실험은 멀쩡한 고양이 한 마리를 상자에 넣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자 안에는 방사성원소인 우라늄이 들어 있는데, 여기서 입자가 한 개만 방출되면 가이거계수기가 작동하면서 미리 설치해놓은 총이 고양이를 향해 발사되도록 세팅되어 있다. 질문: 임의의 순간에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우라늄이 붕괴되는 것은 순전히 양자적 현상이기 때문 에, 고양이의 상태도 양자역학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하이 젠베르크는 '상자의 뚜껑을 열지 않는 한, 고양이는 두 개 의 파동(살아 있는 고양이를 서술하는 파동과 죽은 고양이 를 서술하는 파동)이 섞인 상태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양이는 살아 있거나 죽었거 나 둘 중 하나이지 '살아 있으면서 죽은 고양이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다. 고양이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뚜껑을 열어보는 것뿐인데, 뚜껑을 연다는 것은 주어진 물 리계를 관측한다는 뜻이고, 관측이 실행되는 순간 파동함 수가 곧바로 붕괴되어 둘 중 하나로 결정된다. 다시 말해 서, (의식이 동반된) 관측 행위가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모든 것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슈 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은 18세기 아일랜드의 철학자이자 주교였던 조지 버클리의 질문을 연상시킨다. 울창한 숲속 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는데 그것을 보거나 듣는 사람 이 하나도 없다면, 과연 그 나무는 소리를 낼 것인가? 유아 론자(자기중심주의자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한술 더 떠서 '숲속에 사람(관 측자)이 없다면 나무는 목탄, 묘목, 땔감, 합판 등 다양한 상태가 섞인 채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의식을 가진 누군 가가 나무를 바라봐야 비로소 그 순간에 파동이 마술처럼 붕괴되어 평범한 나무가 된다는 것이다(반드시 나무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나무가 될 확률이 제일 높은 것뿐이다-옮긴이).
아인슈타인은 방문객들과 담소를 나눌 때 "쥐 한 마리 가 무심결에 달을 바라봤기 때문에 달이 그곳에 존재한다 니, 이게 말이 됩니까?"라며 양자역학의 문제점을 지적하 곤 했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상식에서 아무리 벗어난다 해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 양자역 학은 실험 결과를 이론적으로 재현하는 데 단 한 번도 실 패한 적이 없다. 맥스웰의 고전전자기학에 양자역학을 적 용한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은 이론과 실험 결과가 소수점 이하 11번째 자리까지 일치한다. 간단 히 말해서 QED는 인류의 지성이 낳은 '가장 정확한 과학 이론'이다. 이토록 정확한 이론을 어느 누가 감히 부정할 수 있겠는가?
양자역학이 '진실의 일부만 서술하는 미완의 이론'이라 고 주장했던 아인슈타인도 1929년에 하이젠베르크와 슈 뢰딩거를 모두 노벨상 후보로 추천했다.
-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을 시원하게 풀어줄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지금도 물리학자들은 이 문제 가 거론될 때마다 갑론을박을 벌이곤 한다[관측을 실행하 여 파동함수가 붕괴되어야 고양이의 실체가 드러난다는 닐스 보어의 해석(이것을 '코펜하겐 해석'이라 한다)은 과 거보다 입지가 좁아졌다. 그 사이에 나노기술이 발달하여 개개의 원자를 다루는 실험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이다. 사실은 보어의 확률해석보다 다중세계 가설이 더 그 럴듯하다. 이 가설에 의하면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당 신의 우주는 '고양이가 살아 있는 우주'와 '고양이가 죽은 우주'로 갈라진다]
- 핵력
아인슈타인이 통일장이론을 완성하지 못한 이유는 퍼즐의 커다란 조각인 핵력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20~ 1930년대에는 핵력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QED가 전대미문의 성 공을 거두면서,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을 핵력에 적용하 는 작업에 착수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맨땅에서 출발하여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려면 새롭고 강력한 도구 가 필요한데, 당시에는 입자를 빠른 속도로 발사하는 장치 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에는 두 종류의 핵력이 존재한다. 강한 핵력strong nuclear force(강력)과 약한 핵력 weak nuclear force (약력) 이 바로 그것이다. 양성자는 양전하(+)를 띠고 있어서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원자핵이 이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면 인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원자핵이 양성 자의 척력을 극복하고 견고하게 유지되는 것은 이들 사이 에 전기력 외에 핵력이 추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핵력 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산산이 흩어진 아원자입 자subatomic particles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구름으로 덮여 있을 것이다.
강력은 다양한 화학원소를 무한히 긴 시간 동안 안정 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특히 양성자 와 중성자의 수가 같거나 비슷한 원소들은 우주가 탄생한 후 줄곧 안정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원자핵에 양성 자와 중성자가 너무 많으면 몇 가지 이유로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양성자가 너무 많으면 전기적 척 력이 강하게 작용하여 원자핵이 산산이 흩어지고, 중성자 가 너무 많으면 상태가 불안정하여 자연적으로 붕괴된다. 특히 약력은 중성자를 영원히 잡아둘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붕괴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예를 들 어 자유중성자 free neutron (원자핵에 속하지 않고 홀로 돌아다니는 중성자-옮긴이)한 줌을 용기에 넣어두면 14분 만에 절반이 붕괴된다. 중성자가 붕괴되면 양성자와 전자, 그리고 유령 같은 반뉴트리노anti-neutrino가 남는데,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다룰 예정이다.
핵력의 특성을 알아내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핵의 크기가 너무나 작기 때문이다. 원소의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핵의 지름은 원자 지름의 10만 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러므로 원자핵의 내부를 탐색하려 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탐사 입자를 발사하는 입자가속 기particle accelerator가 있어야 한다. 20세기 초에 러더퍼드 는 납 상자 속에 넣어둔 라듐에서 방사선이 방출되는 것을 목격하고, 이것을 탐사 입자로 삼아 산란 실험을 실행하여 원자핵의 존재를 알아냈다. 그러나 이제는 원자의 내부가 아니라 '원자핵의 내부'를 탐사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강 력한 복사를 내뿜는 에너지원이 필요했다.
- 물리학자들은 1950년대부터 입자빔으로 양성자를 때리는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입자의 종류가 예상했 던 것보다 너무 많아서 큰 혼란에 빠졌다.
정말이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자연은 더 깊이 파고 들어갈수록 단순해진다고 믿었는데, 실상은 정반대 였다. 아마도 양자물리학자들이 아인슈타인과 의견 일치 를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혹시 신은 정말로 악의적인 존재가 아닐까?'
연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입자 목록에 질릴 대로 질린 로 버트 오펜하이머는 '금년 노벨상은 새로운 입자를 하나도 발견하지 않은 물리학자에게 줘야 한다'고 할 정도였고, 엔리코 페르미는 "내가 그 많은 입자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암기력이 좋았다면 진작에 식물학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물리학자들은 입자의 바다에 빠져 익사할 지경이었다. 어찌나 혼란스러웠는지, 일각에서는 인간의 지성이 아원 자 영역을 이해하기에 턱없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불가지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개에게 미적분학을 가 르칠 수 없듯이, 인간은 원자핵에서 일어나는 일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진정시킨 사람은 캘리포니아공과 대학(칼텍 Caltech)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과 그의 동료들이 었다. 겔만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기본입자가 아니라, 쿼크 라는 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부분 적으로나마 문제를 해결했다.
쿼크 가설은 단순한 모형이었지만, 입자를 몇 개의 그룹 으로 분류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과거에 멘델레예프 가 원소를 화학적 특성에 따라 분류했던 것처럼, 겔만은 자신의 분류표에서 빈칸으로 남은 부분에 '강한 상호작용 (핵력)을 교환하면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후 1964년에 쿼크모형에서 예견된 '오메가 마이너스(-)'라는 입자가 발견됨으로써 겔만의 이론이 검증되었고,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69년에 노 벨상을 수상했다.
쿼크모형이 수많은 입자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대칭 에 기초한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아인슈타인은 시 간과 공간을 맞바꿔도 이론이 변하지 않는 4차원 시공간 대칭을 도입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상대성이론을 완성했 다. 겔만은 세 개의 쿼크를 포함하는 방정식을 제안했는 데, 방정식 안에서 쿼크를 이리저리 맞바꿔도 방정식의 형 태는 변하지 않는다. 즉, 겔만의 방정식은 쿼크의 맞교환에 대하여 대칭적이다.
- 약력은 다양한 원자의 핵을 단단하게 유지시킬 정도로 강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원자핵이 더 작은 입자로 붕괴 되는 과정에 관여한다. 앞서 말한 대로 지구의 내부가 뜨 거운 이유는 그곳에서 방사성붕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러므로 화산폭발과 지진을 일으키는 막대한 에너 지의 원천은 약력인 셈이다. 중성자는 상태가 불안정하여 양성자와 전자로 붕괴되는데(이것을 베타붕괴 beta decay라 한다), 붕괴 전과 붕괴 후의 물리량이 보전되려면 제3의 입 자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유령입자로 알려진 뉴트리노이다.
- 물리학자들이 뉴트리노를 유령에 비유하는 이유는 행성 전체를 뚫고 지나갈 정도로 투과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 금 이 순간에도 우주에서 날아온 수많은 뉴트리노들이 당 신의 몸을 관통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두께가 4광년(약 40조 킬로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납덩어리를 가뿐하게 통 과하는 것도 있다.
1930년에 뉴트리노의 존재를 예견한 파울리는 훗날 이 런 말을 남겼다. "결코 관측할 수 없는 입자를 이론에 도입했으니, 결국 제가 죄인입니다." " 유령 같은 뉴트리노는 물 리학자들의 애간장을 있는 대로 태우다가 1956년에 원자 력발전소에서 방출된 복사에너지에서 마침내 발견되었다 (뉴트리노는 일상적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다. 다시 말해서, 상호작용을 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뜻 이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낮은 확률을 극복하기 위해 엄 청나게 많은 뉴트리노를 관측 대상으로 삼았다. 당첨 확률 이 100만분의 1인 로또 복권을 수백만 장 사들여서 기어 이 당첨금을 받아낸 것과 비슷하다).
- 물리학자들은 약한 핵력을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대칭 을 도입했다. 전자와 뉴트리노는 약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쌍을 이루고 있으므로, 새로 도입한 대칭을 통해 한 쌍으 로 묶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대칭을 맥스웰 이론의 대칭에 결합한 것이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한 약전자기 이론elec- troweak theory이다.
스티븐 와인버그와 셸던 글래쇼, 그리고 압두스 살람은 약전자기이론을 구축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9년에 노벨 상을 받았다(세 사람 모두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옮긴이). 아인슈타인은 빛과 중력을 통일하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빛은 중력이 아닌 약력과 통일되었다.
강력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는 겔만의 대칭에 기초한 이론이고, 약력은 전자와 뉴트리노 사이의 대칭에 기초하여 전자기력을 결합한 이론이다(약력의 대칭은 강력의 대칭보다 규모가 작다).
쿼크모형과 약전자기이론은 난장판에 가까웠던 입자 동 물원을 성공적으로 설명했지만 중요한 문제가 여전히 남 아 있었다. '이 모든 입자들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것인가?'
- 뉴턴은 시간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한다고 생각했다. '한번 흐르기 시작한 시간은 우주 전 역에 걸쳐 똑같은 속도로 오직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지 구에서의 1초와 우주 반대편에서의 1초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같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믿음이었다. 즉, 당신과 내가 우주공간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적 절한 통신수단만 있으면 두 사람의 시계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장소에 따라 다른 속도로 흐를 수도 있다. 게다가 20세기 후반의 물리학자들 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간의 강물에 소용돌이가 생기면 당신을 과거로 데려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물리 학자들은 이것을 닫힌 시간꼴 곡선closed timelike curve, 즉 CTS라 부른다). 또는 시간의 강물이 두 갈래로 갈라져서 각기 다른 두 개의 우주(평행우주)를 낳을 수도 있다.
- 아인슈타인은 누군가가 삶의 의미를 물을 때마다 궁색 한 표정을 짓곤 했지만, 신에 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갖 고 있었다. 그는 이 세상에 두 종류의 신이 존재하며, 둘을 확실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기도할 때 찾는 인격적인 신으로, 성경에 적힌 대로 블레 셋(팔레스타인)을 벌하고 믿음에 보답하는 신이다. 아인슈 타인은 이런 신을 믿지 않았다. 그는 우주를 창조한 신이 인간사에 일일이 간섭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이 믿은 것은 스피노자의 신이었다. 즉, 우주 에 아름다움과 단순함, 우아함을 부여하여 지금과 같은 질 서를 창조한 신을 믿은 것이다. 우주는 추하고, 무작위적이고, 혼란스러운 곳이 될 수도 있었지만, 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 심오한 질서를 숨겨놓았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거대한 도서관에 막 들어선 아 이'에 비유했다. 미스터리로 가득 찬 우주의 해답이 방대 한 양의 책에 적혀 있는데, 그 한복판에 자신이 서 있다는 뜻이다. 그가 일생을 두고 추구했던 목표는 그 책의 단 몇 장이라도 읽어보는 것이었다.
-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질문만 남겨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우주가 거대한 도서관이라면 그곳을 관리하는 사서는 누 구이며, 책을 쓴 저자는 누구인가? 모든 물리법칙이 만물 의 이론으로 설명된다면, 그 방정식은 어디서 온 것인가? 그가 제기한 또 하나의 질문도 매우 심오하다. '신은 이 세상을 왜 하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창조했을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지금과 같은 모습 을 특별히 선호했던 것일까?'

- '플랫랜드Flatland'라는 2차원 평면세계에 사는 납작한 생명체를 상상해보자(나는 이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이들에게는 2차원 평면이 세상의 모든 것이며, 눈에 보이 지 않는 세 번째 차원은 그저 전설로만 전해져올 뿐이다. 플랫랜드가 처음 창조될 때 아름다운 3차원 수정이 있었 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상태가 불안정해지다가 수백만 조각으로 쪼개져서 플랫랜드에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후 플랫랜드에 거주해온 플랫랜더(평면인간)들은 수백 년 동안 수정 조각을 열심히 모아서 퍼즐을 맞추듯이 쌓아나 갔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두 개의 커다란 수정 덩어리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둘 중 하나를 중력이라 부르고 다른 하나를 양자이론이라 불렀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두 덩어리는 하나로 합쳐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진취적 사고로 유명했던 한 플랫랜더가 엉 뚱한 제안을 하여 다른 플랫랜더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 다. "수학을 이용해서 두 개의 수정 덩어리를 세 번째 방향 으로 쌓아봅시다. 2차원에서는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 으니까, 3차원으로 쌓으면 정확하게 들어맞을 겁니다!" 플 랫랜더들이 반신반의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 번째 방 향으로 수정덩어리를 쌓았더니, 완벽한 대칭을 보유한 아 름다운 원형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 스티븐 호킹은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완벽한 이론이 발견되면 처음에는 일부 과학자들만 이해하 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게 될 것 이다. 그러면 '우주와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심오한 토론에 철학자와 과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질문의 해답을 찾는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무지한 상태로 살아왔던 인간이 드디어 신의 마음을 알아냈기 때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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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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