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래 한 알 속에서 세상을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며,
손바닥 안에 무한을 담고
한 시간 안에 영원을 담으라.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

- 생각해보라. 한때 카이사르의 폐 속에서 춤추던 분자들 중 일부가 그토록 먼 거리와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폐 속에서 춤 추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가 숨을 얼마나 자주 쉬는지 (대략 4초 마다 한 번씩 감안하면, 이런 일이 날마다 약 2만 번씩 일어난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나다 보면, 그중 일부는 심지어 우리 몸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카이사르의 몸을 이루었던 액체나 고체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와 카이사르는 평소에 자주 만나면서 서로 키스를 나누는 친척이나 다름없다. 유명한 시인의 시에 나오는 구절을 조금 바꾸어 표현하자면, 그의 숲에 들어 있던 원자들은 당신 몸에도 들어 있다.(The atoms belonging to his breath as good as belongs to you.) [이 표현 은 월트 휘트먼 Walt Whitman의 시 「나 자신의 노래 Song of Myself」에 나오는 "For every atom belonging to me as good belongs to you. (내게 있는 모든 원자를 당신도 갖 고 있을 테니까.)"라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옮긴이]
- 오늘날 우리가 엄청나게 높은 기압에서 살지 않는 또 한 가지 이 유는 우주에서 날아온 소행성(그리고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초기 의 공기를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소 행성 충돌이 무조건 우리에게 재앙을 가져다주기만 했던 것은 아니 다. 게다가 작은 소행성들은 내부의 증기가 빠져나오면서 지구의 대 기에 기체를 추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큰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지구 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충돌이 일어날 때 소행성이 가진 운동 에너지 중 상당량은 열로 변했는데, 이 열 때문에 대기 중의 기체가 끓어올라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갔다. 나머지 운동 에너지는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내 더 많은 공기를 우주 공간으 로 빠져나가게 했다. 
- 세인트헬렌스산이 아름다운 원뿔을 쌓아올리는 데에는 2000년이 걸렸지만, 그것을 날려보내는 데에는 겨우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인트헬렌스산은 순식간에 높이가 2950m에서 2550m로 낮아졌고, 그 과정에서 3억 6000만 톤의 물질을 날려보냈다. 검은 연기 기둥은 26km 높이까지 솟아올랐고, 올라가는 도중에 번개를 만들어냈다. 분 출된 먼지는 미국 전역과 대서양으로 퍼졌으며, 결국에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아 17일 뒤에는 서쪽에서 세인트헬렌스산을 향해 밀려왔다. 이 분화에서 분출된 전체 에너지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2만 7000개에 해당하는 양인데, 분화가 아홉 시간 동안 지속되었으니 1초 마다 원자폭탄이 1개씩 폭발한 셈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세인트헬렌스산의 분화는 화산 분화 규모치고는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 분화로 약 4km2의 암석이 증발하기는 했지만, 1883년에 분화한 크라카토아 화산의 8% 에 불과하고, 1815년에 분화한 탐보라 화산의 3%에 불과하다. 또한 탐보라 화산 분화는 전 세계적으로 햇빛의 양을 15%나 감소시켜, 강 력한 아시아의 몬순을 교란시키고 기온을 크게 떨어뜨렸다. 그 결과 여름철에도 뉴잉글랜드 지방에 눈이 내리게 했던 것으로 악명 높은 1816년의 '여름 없는 해'를 초래했다. 그런데 탐보라 화산도 예컨대 210만 년 전에 일어나 와이오밍주의 암석 물질 2438km를 성층권으 로 올려보낸 옐로스톤 분화처럼 역사상 정말로 큰 분화 사건들에 비 하면 아무것도 아니다.(이 초화산은 언젠가 다시 찾아와 미국 대륙 중 상당 부분을 재 속에 파묻어버릴 것이다.)
- 지구는 탄생 후 수억 년 동안 도저히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었다. 설사 발이 타지 않고 설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하더라도, 화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체들 때문에 숨을 전혀 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산 가스는 단기적으로는 유독한 것이 었지만, 화산은 질소가 풍부한 기체를 뿜어냄으로써 결국은 경이롭게 도 지구의 공기를 구원했다.
무게로 따질 때 우리 몸의 약 93%는 세 가지 원소(산소, 수소, 탄 소)가 차지하는데, 이 비율은 다른 생명체들에서도 비슷하다. 또, 세포 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이들 외에 극소량만 필요한 몰리브데넘(몰리브 덴)을 포함해 수십 가지 원소가 더 필요하다. 뭔가 아주 잘못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동물과 식물은 이 원소들 중 대부분을 주위 환경에 서 손쉽게 얻을 수 있다.
- 그런데 질소는 예외적인 원소이다. 질소는 우리 몸에서 네 번째로 많은 원소로, 체중의 약 3%를 차지한다. 그리고 공기 중에 가장 많 이 존재하는 성분이기도 한데,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기 분자 5개 중 4개가 질소이다. 그렇다면 질소를 우리 세포에 공급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질소는 아주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은 질소 원자를 얻으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을 포함해 대부분의 동물은 기체 상태의 질소를 그대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물은 다른 형태로 바뀐 질소만 섭취해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지구 역사에서 처음 수십억 년 동안 이에 필요한 재주를 터득한 생물은 몇몇 특별한 미생물뿐이었다.
- 하지만 20세기 초에 호모 사피엔스가 세균이 아닌 생물로서는 최초로 스스로 질소를 만드는 생물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 위업을 이루 는 데 큰 공을 세운 두 사람은 모두 독일인이었고 공업화학자였다. 두 사람은 이 발견으로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았고 노벨상을 받았다. 그리고 둘 다 훗날 국제 전범으로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 나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사람을 미워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하 늘에서 7번 원소를 끌어내려 우리 몸속으로 집어넣는 위업을 이루었 다. 프리츠 하버Fritz Haber와 카를 보슈Carl Bosch가 이룬 화학적 마술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공기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
- 대부분의 분자들은 단일 결합 (X-Y)이나 이중 결합(X=Y)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질소 분자 는 자연에서 가장 강하고 끊기가 가장 어려운 결합 중 하나인 삼중 결합(N≡N)으로 이루어져 있다.(질소 약 30g에 들어 있는 삼중결합을 모두 끊으면, 45만 kg의 아령을 바닥에서 38cm 들어올릴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에 너지가 나온다.) 이 강한 삼중 결합은 오늘날 질소가 대기에서 압도적 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앞 장에서 언급했듯이, 질소는 대부분의 화산 분화에서 극소량만 분출되는 성분으로, 분출되 는 다른 기체들에 비해 그 양이 훨씬 적다. 하지만 화산 기체는 대부 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반면 서로 반응하거나 자외선에 분해되어), 질소의 삼중 결합은 모든 분해 시도에 꿋꿋하게 버텨낸다. 그래서 각 각의 분화에서 분출되는 질소의 비율은 아주 낮지만, 오랜 시간이 지 나는 동안 대기 중에서 질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한다. (그 리고 화산 기체인 암모니아가 분해될 때에도 추가로 N가 생긴다.) 바꿔 말 하면, 질소가 오늘날의 대기에서 주요 성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화산들이 뿜어낸 나머지 모든 기체 성분보다 더 오래 지속되기 때문 이다.
- 거시적 차원에서 이것은 지구의 대기를 다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두 번째 대기가 혹독한 화산 가스로 들끓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라. 그런데 약 20억 년 전에 이 혹독한 기체 성분들 중 충분히 많은 양이 분해되어(그리고 충분히 많은 질소가 축적되어) 새로운 대기(세 번째 대기)라고 부를 만한 것이 생겨났다. 질소를 풍부하게 포함한 이세번 째 대기가 훨씬 고요하고 편안한 성질을 지녔다는 사실은 생물에게 아주 중요한데, 질소는 다른 기체들과 달리 생명체의 분자들을 공격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공기 중의 질소는 '너무' 고요하고 너무 소극적이었다. 우리 몸에는 질소 원소가 상당량 필요하다. 우리 몸의 모든 단백질 조각의 뼈대에는 다수의 질소 원자들이 필요하며, 우리 몸의 세포 30조 개 모두에는 DNA 염기가 각각 30억 개씩 들어 있는데, 이 모든 염기에도 질소 원자가 몇 개씩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정작 세포에 질소를 공급할 때가 되었을 때, N,는 삼중 결합 때문에 좀체 반응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말로 잔인한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질소 기체의 바다 밑바닥에서 살아간다. 머리 위에는 늘 지면 과 우주 공간 사이에 수 '톤'이나 되는 질소가 쌓여 있다. 하지만 우리 는 그것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 이것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서 목이 말라죽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질소는 어떻게 공기에서 빠져나와 우리 몸으로 들어갈 까? 뭔가가 질소를 '고정'해야 한다. 즉, 삼중 결합을 끊어 질소를 덜 냉담한 형태로 바꾸어야만 한다. 번개는 공기 중에서 질소-산소 화합물을 만듦으로써 질소를 약간 고정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 정 질소는 질소 고정 효소nitrogenase라는 특별한 효소가 있는 세균의 도 움으로 만들어진다. 효소는 특이한 반응이 일어나도록 돕는 생물학 적 구조인데, 질소 고정 효소 분자에서 중요한 부분은 철과 황과 몰리 브데넘 원자들로 이루어진 덩어리이다. 이 원소들은 작은 생명의 아 가리처럼 삼중 결합을 단계별로 잘라낸다. 여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상당히 많은 부수적 피해가 발생하는데, 물 분자 16개 가 희생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질소 고정 효소가 N≡N을 분해하고, 질소 원자들이 다시 합쳐지기 전에 효소가 질소 원자에 수소 원자를 몇 개 결합시킨다. 이렇게 해서 (짜잔!) 암모니아 분자가 만들어지는 데, 이 분자는 단일 결합만 가지고 있어 단백질이나 DNA로 아주 쉽 게 전환된다.
- 질소 고정 세균은 특정 식물의 뿌리에 붙어 살면서 영양분을 얻 는 대신에 자신이 만든 암모니아를 내놓는데, 이것은 가장 좋은 형태 의 공생이라고 할 수 있다. 질소를 고정하는 다른 생물들도 흙 속에서 독립적으로 일을 하고, 식물이 그 산물을 흡수해 이용한다. 동물과 균 류 같은 생물은 이 식물을 먹거나 부패한 식물 물질을 섭취함으로써 고정된 질소를 얻는다.(먹이 사슬에서 맨 꼭대기에 위치한 육식 동물도 여 기에 포함되는데, 육식 동물은 식물을 먹고 사는 초식 동물을 잡아먹는다. 심 지어 파리지옥 같은 육식 식물도 주로 질소를 얻기 위해 벌레를 잡아먹는다.) 그렇다면 모든 생물의 몸속에 들어 있는 질소는 결국 이 세균들로부 터 나온 것이다. 이들이 없다면, 동물이나 식물은 단 한 종도 존재하 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태계에서 부양할 수 있는 생물의 양은 그 생태계의 토양에 포함된 질소의 양에 제약을 받는다.
- 그렇긴 하지만, 지난 수천 년 동안 농부들은 토양의 이러한 제약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개발했다. 농부들은 뿌리에 질소 고정 세균이 많이 모여 사는 콩 같은 식물을 이용해 윤작을 했다. 또, 분해되면 고정된 질소가 생기는 노폐물인 오줌과 거름을 논밭에 뿌 렸다. 일부 똑똑한 농부들은 심지어 거름에 피나 그 밖의 썩는 물질을 섞어 그 질을 높였다. 거대한 갈색 식빵 덩어리처럼 보이는 이 두엄 더미들에서는 열이 발생했다. 농부들은 두엄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면 이제 그것을 농작물에 뿌려도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가축의 분뇨만으로는 두엄을 충분히 만드는 데 한계가 있 었다. 19세기가 되자 대다수 선진국들은 질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 해 국경 밖으로 눈길을 돌려야 했다. 영국은 인도에 크게 의존했는데, 가난하고 계급이 낮은 인도 노동자들은 소똥과 오줌을 발로 밟아 으깨 수출용 두엄을 만들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섬들에서 구아노(새똥이 바위 위에 쌓여 굳어진 덩어리)를 채굴하기 시작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제도-페루 앞바다에 있는 친차 제도". 에서 구아노 거래를 통해 얻는 이익이 아주 커지자, 남아메리카의 여 러 나라들은 이 새똥 무더기를 차지하려고 전쟁까지 벌였다. 구아노 는 미국을 대대적인 식민지 경영에 뛰어들게까지 했다. 1856년, 미국 의회는 구아노 제도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에 따라 모든 미국 시민 은 전 세계의 점유되지 않은 모든 섬 중에서 구아노가 조금이라도 있 는 섬이라면, 미국 정부를 대신해 그곳을 점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은 미국이 카리브해와 태평양의 작은 섬 100여 개를 점령하는 데 법적 근거를 제공했다. 이 중 많은 섬들은 아무 가치도 없는 황량한 바위섬에 불과했지만, 존스턴 제도와 미드웨이 제도를 비롯해 여러 섬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소중한 군사 기지가 되었다. 전쟁이 일어나 기 100여 년 전에 구아노를 얻기 위한 미국의 탐욕이 없었더라면, 연 합군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에게 승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최초의 생명체는 아마도 해저 열수 분출공 근처에서 나타나 그곳의 황을 사용해 대사를 했을 것이다. 그런 생물을 혐기성 세균"이라고 부르는데, 지금도 비슷한 미생물이 살고 있다.(한 예를 들자면, 아침 입 냄새도 바로 이 세균이 원인이다.) 약 30억 년 전에 혐기성 세균 중 한 갈래가 해저의 열이 아니라 햇빛을 이용해 살아가는 남세균cyanobacteria 으로 진화했다. 남세균(남조류라고도 함)이 햇빛에서 에너지를 얻는 광합 성 과정을 맨 처음 시작한 생물은 아니었다. 사실, 햇빛을 이용한 미 생물은 여러 종류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각자 다른 파장의 빛 을 이용하기 위해 서로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 하지만 남세균의 독특한 점은 햇빛을 이용한 것 자체가 아니라, 햇빛 을 이용해 물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낸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전자 는 화학 반응을 이끈다. 남세균은 전자를 얻기 위해 황처럼 다소 희귀 한 원소에 의존하는 대신에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분자들 중 하나에 서 전자를 실컷 얻었고, 그에 따라 번식 속도가 크게 증가했다.
햇빛을 유용한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은 생물학적 안테나처럼 하 늘에서 빛을 흡수하는 초록색 분자인 엽록소에서 시작된다. 그 후의 생화학은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남세균은 기본적으로 햇빛을 이용해 특정 분자들을 분해한 뒤, 에너지를 거기에 저장했다가 나중에 끄집 어내 쓸 수 있는 분자들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남세균은 물 분자를 H와 O로 분해한 뒤, 이 조각들을 CO를 비롯한 여러 분자와 결합시 켜 포도당 같은 당을 만든다.
- 산소는 오늘날에는 생물에게 이로운 물질로 보이지만, 그 당시 생물에게는 독성 물질이었다. 자외선이 O'에 충돌하면 산소 분자가 분 해되어 자유 라디칼로 변하는데, 자유 라디칼이 DNA와 단백질을 자 르면서 갈기갈기 찢어놓는 게 문제였다. 산소는 또한 많은 질소 고정 세균이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도 파괴했는데, 산소가 질소 고정 효소 의 중심부에 있는 철 원자를 떼어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산소는 생 명체에게 아주 유독한 물질이었다.
그 당시의 섬세한 미생물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산소는 처음에 대기 중에 쉽게 축적되지 않았다. 산소는 물속과 공기 중에서 만나는 모든 것(질소 기체만큼은 예외)과 아주 활발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특 히 바닷속의 산소는 물속에 녹아 있는 철과 반응해 녹이 슨 침전물을 만들었다. 이 작은 조각들은 바닥으로 가라앉아 수천 년 이상 축적되 면서 호상 철광층(바닷속에서 산소와 철의 반응으로 생긴 산화철이 침전되어 생성된 띠 모양의 철광층)이 되었다. 이 불그스름한 철광층은 그 시대의 해저가 솟아올라 육지가 된 세계 각지의 노두(광맥, 암석이 나 지층 따위가 지표면에 드러난 부분)에서 볼 수 있다. 이 철광층에는 전 세계 철 매장량의 90%가 들어 있는데, 이 모든 것은 미생물 덕분에 생겨났다.
물에 철이 존재하는 한, 대기의 산소 오염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 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남세균은 바다에서 철을 점점 없앴고, 철이 고갈되자 상황이 아주 심각하게 변했다. 바다에 산소가 축적되기 시 작했고, 그곳에 사는 생물들이 서서히 죽어갔다. 그러다가 산소는 거 품을 이루며 위로 솟아올라 대기로 침입했는데, 니오스호에서 솟아오 른 치명적인 기체 구름에 해당하는 사건이 미생물 차원에서 일어난 것이다. 수억 년에 걸쳐 일어난 이 산소 축적을 과학자들은 산소 급증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이라 부른다.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대폭발)과 달을 탄생시킨 대충돌처럼 이 이름은 절제된 표현의 극치를 보여준 다. 지구상의 생명이 이보다 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적은 일찍이 없 었다. 이것을 대학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이 때문 에 생명의 모든 가지와 잔가지가 멸종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 미토콘드리아는 산소와 고등 생물 사이의 연결 관 계를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한다. 동물이 살아가는 데 산소가 필요하 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알지만, 동물에게 '왜' 산소가 필요한지 그 이 유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짧게 답한다면, 미토콘드리아가 포도당 같은 당을 분해해 에너지를 추출하는 과정에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산소가 없어도 우리 세포는 포도당을 약간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포도당에서 에너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려면(그 골수까지 뽑아내려면),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포도당을 분해 해야 한다. 산소가 없다면, 우리는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 높은 산소 농도 때문에 가장 큰 혜택을 입은 동물 집단은 아마도 곤충일 것이다. 곤충은 폐가 없으며, 대부분(특히 작은 종들)은 산소를 들이마실 수 없다. 대신에 외골격에 있는 숨구멍을 통해 산소가 세포 속으로 스며든다. 이 설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곤충의 몸이 아주 크게 성장하기 전까지는 표면적이 부피보다 더 느리게 증가하는 것 은 기하학적 사실인데, 어느 시점에 이르면 작은 숨구멍으로는 산소를 충분히 빨아들일 수 없게 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곤충이 작은 이유 는 이걸로 설명할 수 있다. 몸집이 커지면, 질식해 죽고 말기 때문이 다. 하지만 산소 농도가 35%이던 시절에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간 여행자가 3억 년 전에 웜홀을 통해 지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면, 길이가 1m나 되는 노래기, 갈매기만큼 큰 잠자리, 타이어만 한 거 미 등을 보았을 것이다. 곤충 세계의 거인족에 해당하는 이들은 모두 산소 덕분에 이렇게 큰 몸집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재의 산소 농도에서 사람은 4초마다 한 번씩, 하루에 약 2만 번 숨을 쉬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각자가 24시간 동안 1024 (1,000,000,000 ,000,000,000,000,000)개나 되는 산소 분자를 들이마신다는 뜻이다. 지 구에는 70억 명이 살고 있고, 게다가 살아가는 데 산소가 필요한 다 른 생물도 엄청나게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 동물 이 얼마나 탐욕스러운 존재인지 알 수 있다. 만약 지구에서 모든 식물과 산소를 만드는 세균이 내일 사라진다면, 인류와 그 밖의 동물들은 1000년이 지나지 않아 모두 질식해 죽을 것이다. 진화하는 데 걸린 시간에 비하면 100만분의 1도 안 되는 시간에 지구에서 지적 생명체 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식물과 남세균은 매일 우리의 산소 예산을 다시 채워준 다. 서로 다른 생명체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것들을 잘 살펴보면, 모 든 것이 아주 아름답게 균형이 맞춰져 있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이산 화탄소와 물을 흡수해 당과 산소를 만든다. 동물은 일반적으로 당과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든다. 음과 양, 정과 반이 조화 롭게 작용하면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라부아지에처럼 화학적 회계를 까다롭게 따지는 사람조차 여기서 아무런 결함을 발견하지 못한다. 우리는 물리학자들이 자연의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대칭과 자 연의 아름다움을 언급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O/CO, 대칭에서 훨씬 큰 경외감을 느낀다. 이것이 진화 하기까지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훨씬 많은 부 분들이 관여했고, 자칫 일이 어그러져 모든 것이 잘못될 수 있는 길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떡갈 나무, 극락조, 남세균과 우리를 비롯해 모두가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 마취의 불가사의
일산화이질소와 에테르, 클로로포름은 모두 단일 약품이자 단일 화합물이다. 오늘날 마취제는 대개 각각 다른 생리적 기능을 겨냥한 여러 약품을 혼합해 사용한다. 어떤 것은 호흡을 느리게 하고, 어떤 것은 근육을 마비시키며, 어떤 것은 불안을 가라앉히거나 기억 형성을 방 해한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 약품들의 작용 방식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셈인데, 이 약품들이 혈압과 체온과 그 밖의 십여 가 지 신체 징후에 정확하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할 수 있기 때 문이다.
하지만 더 넓은 의미에서는 우리는 이 약품들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이 약품들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소 무서운 상황이다. 우리는 마취제 성분이 지방질 뇌 조직에 우선적으로 녹아들며, 신경세포의 기능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는 게 별로 없다................ 마취제는 의식에 혼란을 초래하는데(기본적으로 의식을 일시
중지시킨다), 애초에 의식의 작용 방식에 대해 우리가 아는 지식이 어 렴풋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문제이다.
하지만 최근에 여러 연구를 통해 일부 수수께끼가 풀렸다. 한 가 지 놀라운 사실은 뇌가 마취제의 영향으로 그냥 기능을 멈추는 게 아 니라는 점이다. 마취제를 잔뜩 투여받고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생각해보자. 외과의가 뭔가를 잘라내고서 "아이고!"라고 외치면, 환자 의 고막에 그 소리가 부딪치고, 뇌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부분은 여전 히 활발하게 활동한다. 냄새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외과의가 몸에 탈 취제를 뿌리는 걸 깜빡했다면, 환자의 뇌에서 후각 중추는 그 냄새를 감지한다. 마취 상태에서도 우리는 주변 세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 는게 아니다.
- 그렇지만 마취는 인지 과정의 다음 단계들을 방해한다. 완전히 깨어 있는 사람의 경우, 소리와 냄새는 뇌의 다른 부분들로 거침없이 나 아가 어떤 반응("끄악!" 또는 "ㅇㅇ.......")을 일으킨다. 하지만 마취 상태 에서는 이 신호들은 다른 부분들로 나아가지 못하고, 나머지 뇌 부분 들은 신호들을 전혀 듣지 못한다.(신경과학자는 환자의 뇌가 그러한 신호 를 받긴 하지만 지각하진 못한다고 표현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마취제는 뇌를 완전히 정지시키진 않지만, 뇌의 각 부분들 사이의 대화를 단절 시킨다.
이 연구들은 또한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밝히는 데에도 도움 을 주었다. 직관적으로는 마취가 그냥 서서히 '풀리면서' 환자가 깊 은 마취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 돌아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뇌는 약간 비정상인 단계에서 조금 더 나은 단계로 양자 도약을 하며 나아가는데, 각각 몇 분씩 지속되는 그런 단계는 모두 6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과학자들은 이것을 어떻게 알까?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뇌파의 차이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마취 상태에서 기본적인 감각 신호들은 짧게 지속되는 저주파 펄스(단순한 신호)로 나타난다. 환자 가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하면, 뇌의 각 부분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늘어나면서 고주파 뇌파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 호들은 금방 사라지는 대신에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서로 먼 지역 들 사이를 오간다. 환자가 완전히 깨어나 뇌 전체가 윙윙거릴 때까지 신호들의 복잡성은 점점 증가한다.

- 놀랍게도 방귀를 이루는 가스 중 99% 이상은 아무 냄새가 없다. 심지어 메탄조차 그 악명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없다. 방귀의 고약한 냄새는 대부분 몇몇 미량 성분에서 나온다. 썩은 달걀 냄새가 나는 황화수소 (HS), 썩은 채소 냄새가 나는 메탄티올(CH,SH), 아주 역겨울 정도로 달 콤한 냄새가 나는 다이메틸설파이드(C,HS) 등이 그런 성분이다. 뭉뚱그 려 휘발성 황화합물이라고 부르는 이 성분들 역시 포식한 세균의 배 속 에서 생겨난다. 이 성분들은 구취를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 해서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 방귀는 부분적으로는 공기이다. 우 리가 음식이나 물을 삼킬 때마다 공기도 몇 밀리리터씩 삼킨다. 이 중대 부분은 트림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일부는 위와 창자로 새어들어 가며(특히 누워 있을 경우에). 거기서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방귀 성분 중 약 75%는 창자에 사는 세균이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만 든다. 발효라고 하면 흔히 맥주를 떠올리지만, 맥주 말고도 발효와 관련된 현상은 아주 많다. 탄수화물이 소화되어 더 작은 대사 산물로 분해되는 곳에는 으레 발효 과정이 관여한다. 창자에서는 방귀 발효 세균이 탄수화 물 사슬을 삼켜 이산화탄소와 수소, 메탄으로 분해한다. 그런 다음, 미생 물은 이 성분들을 토해내 우리 창자를 가스로 가득 채운다. 가스가 많이 들어 있다고 말하는 식품들은 위와 창자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 탄수화물 (예컨대 우유에 들어 있는 젖당과 양배추와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라피노즈)을 포함하고 있어 창자에서 미생물에게 성대한 만찬을 제공한다. 평균적인 어른은 하루에 1.5L의 가스를 약 20회에 걸쳐 방귀로 내보낸다. 하지만 이 수치는 크게 변할 수 있다.
- 노벨의 건강은 늘 좋지 않았지만, 그 후 몇 년 동안 급격히 무너졌 다. 나이트로글리세린 증기를 들이마신 것이 원인이 되어 오래전부터 두통을 앓았는데, 많은 공장 노동자들도 불평하던 질환이었다. 나이 트로글리세린이 몸속에서 대사되면 일산화질소(NO)가 생긴다. 일산 화질소는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머리에 혈액이 많이 흘러들어 머 리를 때리는 듯한 두통을 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 면 내성이 생기지만, 노벨은 그런 면역이 생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은 금요일 오후마다 모자에 두른 띠에 나이트로글리세린을 묻혀 주말 동안 그 냄새를 조금씩 맡았는데, 내성을 유지해 월요일 아침에 두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노벨은 두통 외에 관상 동맥에 플라크가 축적되어 생기는 협심증 도 있었다. 협심증에 걸리면 산소가 심장 근육에 도달하지 못해 심한 흉통을 겪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벨이 마침내 치료를 위해 병원 을 찾아가자, 의사는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처방했다. 나이트로글리세 린은 혈관을 확장시키므로, 두통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소량만 투 여하면 관상 동맥을 확장시켜 산소 부채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노 벨의 공장에서 일하던 일부 노동자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흉통이 있 는 사람들은 월요일 아침의 두통을 두려워한 사람들과 달리 얼른 작업장에 가길 원했다. 나이트로글리세린 증기는 공짜 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벨은 처음에 나이트로글리세린 투여를 거부했다. 그러지 않아도 자신 의 생각과 사업을 지배하고 있던 그 물질을 일부러 몸속으로 집어넣 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노벨도 어쩔 수 없이 이 기묘하고 치명 적인 물질을 자신의 심장으로 집어넣었다.
-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대부분의 버전에서는 아르키메데스가 물이 반쯤 담긴 그릇에 왕관을 집어넣고 수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측정함으로써 이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다 음에는 똑같은 무게의 순금으로 동일한 과정을 반복했다. 만약 두 경 우에 물이 올라간 높이가 서로 다르다면, 대장장이가 금 일부를 빼돌 린 게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 시나리오에 이의를 제 기하는데, 전형적인 그리스 그릇을 사용했을 때 두 경우의 수위 차는 겨우 0.5mm에 불과해 맨눈으로 구별하기 어려웠을 것(실제로 한번 실 험해보라)이라고 주장한다. 대신에 아르키메데스는 다음과 같은 방법 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르키메데스는 물이 물속에 잠긴 물체 에 위로 떠오르는 부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다.(우리도 수영을 할 때 이 힘을 느낀다.) 물체의 부피가 클수록 부력은 더 커진다. 그래서 아 르키메데스는 저울을 찾아 왕관과 순금 덩어리를 양쪽에 놓고 균형 을 맞춘 뒤, 그것을 몽땅 물속에 넣었다. 왕관의 무게는 순금 덩어리 와 정확하게 똑같다.(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저울이 균형을 이룰 리가 없 다.) 하지만 만약 왕관에 은(금보다 밀도가 낮은 물질)이 섞였다면, 왕관 의 부피는 순금 덩어리의 부피보다 더 클 것이다. 부피가 더 큰 왕관 은 물속에서 부력을 더 많이 받는다. 저울에서 한쪽에 부력이 더 많이 작용하면, 저울은 더 이상 균형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저울을 물속 에 넣으면, 왕관이 있는 쪽이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유레카! 따라서 대장장이가 금을 빼돌린 게 확실하다.
- 이것과 같은 실험은 오늘날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라고 부르는 원리를 낳았다. 첫째, 물속에 잠긴 물체는 부력을 받는다. 둘째, 물체의 부피가 클수록 물체가 받는 부력은 더 크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부력의 크기는 그 물체가 밀어낸 액체의 무게와 똑같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기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얼핏 보기에는 아무 관련도 없을 것 같다. 18세기에 공기도 일종의 유체이며 따라서 물체에 부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랬 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부력을 느끼지 못하고 공중으로 둥둥 떠오 르지 않는 이유는 그 힘이 너무 작은 반면, 우리 몸의 밀도는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 속에서도 분명히 부력이 작용한다. 실제 로 공기 중에서 잰 몸무게는 진공 속에서 잰 것보다 아주 약간 덜나간다. 기구처럼 부피가 크고 밀도가 작은 물체는 이 부력을 강하게 느 낀다. 물론 기구와 거기에 매달린 화물(곤돌라 같은)의 무게가 물체를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힘으로 작용하면서 부력과 맞선다. 그리고 기체 자체의 무게도 생각해야 한다. 즉, 기구가 하늘로 날아오를 만큼 충분 한 양력이 있는지 없는지 계산할 때에는 구피에 집어넣은 기체의 무 게도 무시해선 안 된다. (이 기체는 양력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 자체는 '공짜' 화물이 아니다. 기체도 전체 무게 중 일부를 차지하기 때문이 다.) 수소처럼 가벼운 기체가 기구에 유용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소 는 무게가 아주 가벼워 중력이 큰 힘을 미칠 수 없다. 그래서 부력은 중력을 뿌리치는 데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된다.
- 20세기 초가 되자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냄새가 없고 산소를 빼앗지 않으 면서 더 밝은 빛을 내는 전구가 가스등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전구는 더 현대적인 기술처럼, 즉 진행되고 있던 발전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다음 단 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석탄 가스가 나무나 연기 없이 순 수한 불을 제공했다면, 전구는 심지어 불 없이도 순수한 빛을 제공했다.
그래도 전구 생산업체는 그 설계에서 기체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 다. 대부분의 전구 안에 들어 있는 필라멘트는 가느다란 금속(주로 텅스텐)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속을 통해 전류를 흘려주면 필라멘트에서 빛이 나오지만, 그와 동시에 필라멘트가 가열된다. 그래서 전구 안에 산소가 있 으면 뜨거운 금속이 타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구 생산업체 는 전구에서 공기를 모두 빼내 그 안을 진공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 만 이 문제를 해결하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뜨거운 금속 필라멘트가 아 주 낮은 압력에서 서서히 증발하면서 전구 내부를 검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사용하는 전구는 대부분 먼저 그 안의 공기를 뽑아낸 뒤에 질소나 다른 비활성 기체로 채운다.
전구가 불꽃을 없앴다면, 오늘날의 일부 조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필 라멘트마저 없앴다. 노란색 나트륨 가로등의 기본 원리인 증기 조명이 그 런 예이다. 증기 조명은 19세기의 가스등과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데, 가스등은 화학 반응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가스등의 경우, 메탄 분자와 수 소 분자의 내부 결합이 끊어지면서 열과 빛이 나오고 새로운 물질이 생긴다. 증기 조명의 경우에는 결합이 끊어지지도 않고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 지지도 않는다. 대신에 나트륨 원자 기체에 전기를 흘려주어 나트륨 원자 를 들뜬상태로 만든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트륨 원자에 있는 전자들 을 들뜬상태로 만든다. 그러면 전자들은 더 높은 에너지 준위로 올라갔다 가 잠시 후에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 이렇게 전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과정에서 광자가 방출되는데, 이것이 밖 으로 퍼져나와 우리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는 어두운 곳의 구덩이 를 피해갈 수 있다.
네온등은 전자를 들뜬상태로 만드는 바로 이 과정을 통해 빛을 낸다. 네온등을 만들 때에는 원하는 색깔에 따라 여섯 종의 비활성 기체 중 하 나를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 유리관에 크립톤이나 제논 혹은 다른 비활 성 기체를 채운 뒤 전류를 통해주기만 하면 된다. 프랑스의 저온화학자
- 조르주 클로드Georges Claude가 1912년에 파리의 한 이발소에 최초의 네온 사인 광고 간판을 팔았고, 그 뒤를 이어 베르무트(포도주에 향료를 넣어 우 려 만든 술) 옥상 광고판을 팔았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클로드는 파리 오 페라 극장의 입구 통로를 밝히는 일도 맡았고, 그곳에서 추가로 여러 가 지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네온등이 그 직후에 바로 크게 성공한 것은 아 니었다. 클로드는 1920년대에 파산 직전으로 내몰렸다. 하지만 1960년에 죽을 때에는 아주 큰 부자였다. 기묘하게도 초기의 많은 컴퓨터와 계산기 는 디스플레이에 네온등을 사용했는데, 네온등은 전통적인 전구보다 에 너지를 덜 소비하고 쉽게 과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조명이 흔하게 사용되기 이전 시절에 사람들은 인공조명을 가끔 '빌린 빛'이라고 불렀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표현처럼 들린다. 마 치 햇빛 일부를 훔쳐와 어둠 속으로 몰래 가져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표현 이다. 물론 지금은 우리는 밤중에 빛을 좀 더 차단하려고 애쓴다. 우리는 광공해가 별들을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에 눈살을 찌푸리고, 창문 밖의 가로등이 수면을 방해한다고 불평한다. 어둠 자체가 현대 세계의 소중한 상품이 되었는데, 이것은 우리 조상들이 경이롭게 여길 만한 반전이다.
- 우리는 핵무기 시대를 돌아볼 때, 방사능 오염 우유와 책상 밑으 로 숨는 어린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핵무기에 대한 일반적인 공포가 처음부터 곧장 자리잡은 것은 아니었다. 1940년대와 1950년대 전반 만 해도 사람들은 핵무기에 콧방귀를 뀌거나 심지어 웃어넘기기까지 했다. 그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대신에 크로스로드 작전과 311번 돼지를 떠올렸다. 돼지가 원자폭탄 폭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원 자폭탄이 그렇게 무서울 리가 있겠는가?
이렇게 무사안일한 태도는 최대한의 핵무기를 최대한 빨리 시험 하려는 미국 정부의 목표와 잘 부합했다. 군부는 그 후 20년에 걸쳐 200여 회의 핵실험을 재빨리 실시했고, 우리는 아직도 그 영향을 받 으면서 살고 있다.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이들 폭탄에서 나온 방사성 원자들을 들이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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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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