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에 드는 사진을 보고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가끔은 사진에서 왠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 이 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찍은 사물이 너무 도드라지게 튀어서 주변 경관 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의 카메라 노출 이나 광원 그리고 피사체의 위치에 따라 생기는 의도치 않은 현상이다. 이렇게 사물과 배경이 어울리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할까. 사진 편집에서 사용하는 기법으로 블러링(blurring)이라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기법을 활용하면 사진 속에 들어가 있는 노이즈(noise)를 제거하면 서 전체적으로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사물과 배경을 구분하는 경계 역시 부드러워진다. 블러링과 반대되는 개념도 있다. 바로 샤프닝(Sharpening)이다. 이것 은 사진의 사물들을 더 도드라지게 해준다. 그런데 사진에 무작정 샤프닝 기법을 적용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원하는 부분이 도드라지는 것을 떠나서, 마치 스크래치가 난 것처럼 사진 곳곳에 자국 들이 올라오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사진 속 사물의 외 곽선을 강조하려다가 사진에 들어간 빛의 노이즈까지 덩달아 강조되 었기 때문이다. 이 때 블러링을 먼저 한 다음 샤프닝을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이렇게 하면 노이즈를 제거한 상태에서 적당히 도드라진 사진을 만날 수 있다. 결국 사진에서 사용하는 블러링 기법은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된다.
첫 번째는 사진 속의 경계선을 포함해서 사물을 부드럽게 보이도록 한다. 두 번째는 사진 속에 들어간 사람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빛의 노이즈를 제거한다. 선명함만을 가치로 내세울 줄 알았던 사진조차 때로 는 일부러 부드럽고 흐릿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 이 있다. 그중에서도 당시 동서양의 다양한 문물이 교류하는 중심지가 영국이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장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은 나폴레옹 이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킨 후 전쟁으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였다. 영국은 자유무역을 지탱해줄 만한 충분한 배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유럽의 대형 상선들은 전쟁 중에 거의 파괴되었다. 따라서 동서양의 새로운 과학기술들은 영국을 거쳐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영국은 무역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며 산업혁명을 위한 기초 체력을 쌓아갔다. 당시 영국은 대영제국(British Empire)으로 불렸다. 아프리카, 인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했다. 식민지와의 무역은 자원의 공급원임과 동시에 거대한 시장이 될 수있다는 면에서 영국 경제에 큰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당시 영국의 주요 수출품은 면직물이었는데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따라서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화에 힘쓰게 된 것도 지금의 산업혁명을 낳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 고령화 문제와 경기 침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저 성장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유럽에서도 구조 적인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유로존이 해체되는 혼란을 겪거나, 유지되 더라도 회원국 사이에서 상당한 진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매년 10퍼 센트 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던 중국 역시 세계적인 저성장 시대로 넘어가면서 경제 시스템이 도전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학자이자 『거대한 침체』의 저자이기도 한 타일러 코웬은 이러한 위기가 “사람들이 실제보다 자신을 부자라고 생각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세계적인 부를 낳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기술, 교육 등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1880년부터 1940년 사이에 전기, 전화, 전등, 자동차, 석유 등 인류 역사에 기념비적인 기술혁신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인터넷을 빼고는 눈에 띌만한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도 그의 이야기처럼 최근 70여 년간 대단한 기술혁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하지만 우리 가 사는 사회시스템을 한 단계 진화시킬 정도의 근본적 변화가 경제성 장의 근간이 되는 힘이라는 점은 공감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저성장의 시대는 개인과 기업에게 고성장 시대에 익숙했던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한다. 먼저 개인은 당장의 불필요한 소비를 줄 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설비투자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성장까지 이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 수동적 객체로서의 소비자는 찾기 어렵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서로 소통하면서 다면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해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의도적인 이미지 형성이 이전처럼 쉽지 않다. 무대 위에 있는 순간뿐 아니라 무대 뒤의 모습까지 소비자들은 매섭게 찾아내고 서로 의견을 나누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직접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스마트한 소비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는 기업의 관계 전략에서 근본적인 차원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에 연결이 원활해지는 것이 반드시 그만큼 관계가 풍성해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관계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약하게 연결된 많은 관계들도 어느 순간 특정 관심사나 이슈에 촉을 세우게 되면, 이때 동시에 발생하는 에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다. 이렇게 소통하고 거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사라져감에 따라 발생하는 기회를 활용해 협업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늘 고 있다. 조직화 되고, 프로세스를 갖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 들려는 것이다.
-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덴버그는 직장과 학교, 집이 아닌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 공간은 목적 중심적인 직장, 학교 혹은 편하긴 해도 가정과 관련된 모든 일들이 뒤섞인 집이 아니다. 편안하고 친근함을 주면서도 사람들과 사교하면서 간단한 용무도 볼 수 있 는 곳이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제3의 공간을 현실에 구현한 대표적 사 례라고 할 수 있다. 17세기 유럽에서 크게 유행한 소셜카페(Social Cafe) 개념을 현대적인 미국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CEO인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인테리어나 분위기 속에 제3의 공간을 되살리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스타벅스가 만든 공간은 커피라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임과 동시에 방문자들에게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을 의미하기도 했다. 기업과 소비자의 만남은 이제 온라인 등을 통한 소통과 상호작용 그 리고 협업생산 등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시장으로서의 공간이 아닌, 커뮤니티 기반의 또 다른 '제4의 공간'을 만들어 서로 소통하려는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웹진과 기업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스스로를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제4의 공간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대량공급 시대의 기존 방식은 제품을 시장에 들이미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제품을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업과 소비자가 만나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는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 기업들은 슬리퍼 히트(sleeper hit)라는 측면에서 소비자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많은 영화들은 개봉 초기에 성적이 안 좋으면 바 로 실패로 규정한다. 반면 슬리퍼 히트 작품들은 물량공세가 아닌 관 객의 평점과 입소문에 힘입어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인기가 올라간다. 이러한 슬리퍼 히트는 초기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광범위한 배급 망을 통해 승부를 보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고객들의 좋은 평가에 의 해 조금 긴 호흡으로 성과를 거둔다. 영화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개봉 후 영화 순위에서 1위에 오르기까지 10주 정도가 필요했다. '황금 연못'이나 '플래툰'과 같은 명작으로 평가받는 영화 역시 7주 이상이 걸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위 '대박'을 가져다주는 블록버스터형 성공 하나 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는 슬리퍼 히트에 해당하는 '중박' 수준의 성공 을 꾸준히 내는 쪽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 불필요한 비용을 아껴 적은 예산으로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이를 초연결사회의 자발적 전파력을 활용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 이제 많은 기업들은 기능적 요소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눈에 띄기 어렵다고 보고 디자인에 집중해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또한 소비자가 인지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고도로 기획하고, 그에 맞 게 노출시킴으로써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하나의 또 다른 인격체인 것 처럼 친근하게 받아들여지도록 하고 있다. '일상재화가 만연해가는 세상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공급자적 관점만으로는 제대로 된 브랜드를 구축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투여해 만든 대중 광고의 영향력 을 사람들은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근본적으로 기업에게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관계 접근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브랜드 진정성 또는 브랜드 진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것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말과 행동이 과연 진심인지의 여부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더불어 초연결사회의 특 징상 브랜드 이미지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대화를 통해 소비자의 고충을 이해하고 거래가 아닌 지속적인 관계로 만나야 한다. 또한 획일적인 제품이 아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수많은 상품 제안과 광고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제품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브랜드 진심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훌륭한 방법이기도 하다. 기업은 시장이라는 제3의 공간이 아닌 또 다른 제4 또는 제5의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앞서 살펴보았던 공동가치 창출의 공간을 넘어 거래가 아닌 대화와 소통의 공간 또는 제품이 아닌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말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면 기업의 본질에 대한 성찰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윤을 내는 수익 집단이 마치 기업의 목적 인 것처럼 당연시 되어왔다. 하지만 사실 이윤은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앞으로는 기업의 목적을 좀 더 사회적인 가치에 둘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전처럼 소비자의 고충을 해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과 세금 납부 역시 기업이 담당해야 할 큰 몫이다. 하지만 공급 과잉의 시대, 고용 없는 성 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이러한 기업의 역할은 다소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사회는 소비자의 고충뿐만 아니라 사회의 고충을 이해하고 발전적인 해결에 나서는 기업에 지지를 보낸다.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의 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의 변신은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벽을 허물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지속할 수 있는 소통과 관계 맺음은 새로운 시대에 외면할 수 없는 경쟁력 요인이 되고 있다. 브랜드 진심이 의심받고, 소비자들 간의 대화가 활성화되면서, 기존에 는 기업이 비대칭적으로 많이 가졌던 정보도 소비자 쪽으로 이전되고 있다. 과거 기업이 무엇인가를 숨기는 것은 관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노출의 영역인 마케팅과 혁신의 기능이 점점 더 기업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도 고객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 상호작용하는 마케팅과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이 소비자와 대화를 나눌 때 일상적인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스몰톡(small talk)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체 대 화를 부드럽게 끌고 가기 위해 중간 중간 넣는 가벼운 입담을 의미한 다. 모든 대화의 주제가 목적을 가지고 있고, 진중하다보면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스몰톡을 기업의 마케팅과 혁신 그리고 관계 발전에 도입한다면 브랜드가 더 인간적인 모습으 로 느껴질 수 있다. 기존에 기업들은 홍보용 메시지만 전달했지만 이제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몰톡을 포함해 상호작용이 가능한 대화의 영역까지 포괄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트위터, 페이스북에 전담 마케팅 직원을 배치해놓고 대응하고 있지만 소셜네트워크의 범접할 수 없는 전파 능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많은 권한을 위임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유명 가전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BestBuy)는 트위터를 통해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궁금한 점을 문의하면 3천 명 가까운 기술 관련 직원들이 해당 글을 보고 답변을 해주는 방식이다. 2009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후 1년 만에 2만 건 정도의 질문이 이곳 을 통해 답변을 받았다. 이전에도 소수의 소셜네트워크 담당직원들로 구성된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현장에 있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직접 소비자의 질문을 챙기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이상한 글이 올라오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런 일도 생길 수 있다. 직원들은 이러 한 경우를 대비해 본인의 이름을 공개한 상태에서 솔직하고 정중한 방식으로 답변하도록 교육받는다. 또한 기업의 회계나 매출 그리고 회원 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사항은 답변에 포함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두 명의 담당직원이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직원이 같이 참 여하는 방식은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대화의 느낌 자체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요즘에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데에 공식 소셜계정 이외에도 직원들의 협조가 중요해진다. 앞서 베스트바이처럼 공공연하게 노출해서는 안 되는 정보의 보호 대상 영역만 서로 합의해 둔다면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서 솔직하고 되도록 긍정적으로 표현하 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고객도 좋은 이미지를 전달받는다.
- 피터 드러커 교수는 기업의 목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만약 우리가 기업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 목적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은 기업 밖에 존재해야 한다. 실제로 기업은 사회가 움직이기 위한 몸의 일부와 같으므로, 사회속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 에릭 레이먼드는 리눅스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다. 그는 저서 『성당과 시장을 통해 특히 소수 전문가만 폐쇄적으로 진행하는 성당 모델보다 조금 혼잡해 보이더라도 계속 공개해놓고 같이 만 들어가는 열린 시장 모델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보는 눈만 많으면, 어떤 오류라도 잡아낼 수 있다는 리눅스의 법칙이 그러한 근거가 된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된 이런 집단저작물은 생산과정 자체가 효율적이기까지 해서 지금도 여러 가지 형태로 영향을 미친다.
- 생존과 진화를 위한 영리한 선택은 완전히 별개로 존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서비스의 블럭들을 조합하는 것이다. 이제 그 위에 자신이 원하는 최종 모습을 그려나가면 된다. 이 전에는 자원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시장 진입과 성장을 막는 좁은 문이 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부분은 상당히 완화되었다. 대신 얼마나 창의 적인 방식으로 이미 존재하는 외부의 자원들을 엮어 하나로 연결해, 내 것 처럼 활용하는가가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량이 되었다. 이럴 경우 각각의 부품을 만드는 능력보다 전체를 아울러서 하나로 짜임새 있게 엮는 통합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 협력적 소비 또는 협업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는 소유권보다는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더 우선시한다. 공유 경제로의 변화를 다룬 저서 『위제너레이션』의 저자인 레이철 보츠먼(Rachel Botsma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유한다는 것 대 공유한다는 것의 관계는 카세트테이프 대 아이팟 혹은 광산 대 태양광과 같은 것입니다.”
음악을 구매하지 않고도 아이팟을 통해 들을 수가 있다. 또한 태양광 처럼 가둬둘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생각 은 자원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측면이 있 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자리를 잡으려면 사람들의 생각과 라이프스 타일이 상당히 바뀐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공유 경제의 확산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 캠브리지 대학의 앤디 닐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에 서비스를 접목했을 때 매출은 올라가지만 이익율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문을 닫는 비율도 일반적인 제조업 과 비교했을 때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서비스업이 제조업에 비해 이익률이 높고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통념에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다르게 본다면 제조업체의 서비스 접목이 항상 성공에 이르는 단순하고 쉬운 길이 아님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 제조기업들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제품에 적용할 수 있을지 궁 금해진다. 사실 이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많아도 그 과정이 순탄 하지만은 않았다. 서비스가 특정 제품에 특화되어 있는지 그리고 해당 기업만이 제공 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 여부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 코닥의 경영진들은 디지털카메라로 시장이 전환되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만 보았을까. 사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어 2005 년에는 소니를 제치고 미국 내 시장점유율 25퍼센트로 1위를 차지하기 도 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디지털카메라가 어느 정도 일상재화되어서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시장이 변해 있었다. 심지어 초기에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분투할 때에는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팔 때마다 코닥 입장에서는 60달러씩 손해가 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비교적 마진이 좋았던 제품이 DSLR이었다. 사진이 선명하게 찍히는 등 장점이 많았지만 꽤 비싼 가격에 팔렸기 때문에 주로 전문가들이 사용했다. 코닥에 잠시 뒤처졌던 소니와 캐논은 2006년경에 저가형 DSLR을 내놓고, 이를 계기로 다시 시장에서 선두로 뛰어오르게 된다. 원래 소니와 캐논은 DSLR 분야에서 앞서가 던 기업이었는데, 코닥은 이 두 업체가 저가형 DSLR 제품을 내놓은 후 에도 크게 인상적인 경쟁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1년 만에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어주고, 그 후로도 계속 점유율은 떨어져 2010년에는 7퍼센트 아래로 내려갔다. 2012년에는 결국 디지털카 메라 사업 자체를 접기로 공식 선언한다. 결과를 놓고 보면 코닥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크나큰 실수를 저질렀다.
우선 시장 진입 시점이 너무 늦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뒤늦게 들어 감으로써 필름카메라에 비해 형편없는 수익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타이밍이 늦어지며 디지털카메라에 맞는 비즈니스모델을 학습할 시간 을 충분히 벌지 못했다. 카메라를 싸게 팔고, 소모품인 필름과 인화지에서 수익을 내던 코닥의 사업 방식이 디지털카메라에는 먹히지 않았다. 필름 대신 메모리카드에 사진을 저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사진을 인화하기보다는 컴퓨터에 저장하고, 가끔 프린터로 직접 출력 하는 방식으로 사용 패턴이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값싼 인건비를 토대로 아시아 공장에서 만든 카메라와 가격으로 경쟁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실수는 그럼에도 높은 마진을 받을 수 있는 DSLR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니와 캐논이 보급형 DSLR을 내 놓으면서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재편한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다. 100년 전에 코닥이 필름카메라 시장을 재편한 방식을 그대로 닮았기 때문이다. 경쟁자를 넘어섰던 방식에 똑같이 당한 형국이 되었다. 코닥 은 앞서 1달러짜리 브라우니 카메라를 통해 전문가들만 사용하던 고가 의 장비를 일반인도 쓸 수 있도록 보급한 예가 있다. 전문가 시장에서 쓰이던 DSLR의 보급형 모델을 만약 코닥이 먼저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면, 코닥의 운명은 상당히 바뀌었을지 모른다. 코닥 내에서도 필름카메라가 사라지고 완전히 디지털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다고 알려진다. 그래서 그들의 강점을 살려 화학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필름과 인화지가 사라지는 대신 사람들이 사진을 집에 있는 프린터를 통해 출력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고, 2003년에는 프린터 사업에 매진할 것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카메라와 관련된 소모품으로 수익을 내던 코닥에게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이미 캐논, HP, 제록스 등 프린터 제품 분야의 강자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프린터 시장에서 HP같은 경우 프린터를 싸게 팔고 교체형 잉크로 수익을 내는 방식의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코닥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접근했다. 프린터를 고가에 팔고 잉크를 싸게 판 것이다. 결과적으로 코닥의 프린터 사업은 카메라와 필름 분야에서 잃어버린 시장을 상쇄 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필름카메라와 관련된 수익구조는 디지털에 의해 완전히 재편되었다. 코닥이 수익을 내던 필름의 수익은 반도체 메모리를 만드는 회사들로 이전되었다. 카메라의 경우는 소니처럼 가전제품을 만들던 기업들이 앞서 나가고, 또 다른 수익원이었던 인화 부문은 HP 같은 프린터 시장 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이처럼 하나의 필름카메라를 둘러싼 사업 영역 에서는 전혀 이해관계가 없던 기업들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반도체나 가전, 프린트 분야에서 고유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던 코닥은 화학 분야에서 답을 찾으려 했지만 이마 저도 실패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기존의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주로 다른 경계 에서 넘어온 이방인이라는 점이다. 또한 경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는 먼 저 변화를 학습하고 실행하는 조직이 우위에 선다. 코닥이 가장 먼저 디 지털카메라를 개발한 회사이긴 하지만, 가장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의 해 변화될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 기업은 아니었다. 비즈니스 영역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존한다. 카메라의 경우도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이를 인화해서 앨범에 보관하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기술의 발달과 사회 구조의 변화에 의해 이러한 비즈니스 영역의 틀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 며 비즈니스 진화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문을 디자인하라  (0) 2020.04.14
더 메시지  (0) 2020.04.07
인공지능 네트워크와 슈퍼 비즈니스  (0) 2020.03.08
일본전산 이야기  (0) 2020.03.08
49가지 마케팅의 법칙  (0) 2020.02.23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