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멀리스트에 관심이 생기고 관련 서적을 읽으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중 심플한 삶에 대한 깊은 철학을 지닌 도미니크 로로 작 가의 책은 미니멀 라이프에 심리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인상적 이었답니다. 특히 그의 저서 《심플한 정리법》(문학테라피, 2013)의 한 문장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불행한 사람일수록 더 쌓아두려 한다."
- 사람에겐 본래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게다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유하는 것이 정상이고, 더 많이 소유할수록 더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게끔 하는 데 일조 한다. (도미니크 로로, 《심플한 정리법> (문학테라피,2013))
- 유년시절 핑크색을 사지 못했던 결핍은 지금 아무리 핑크색 물건을 산다 해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 시절의 나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화해하는 것이 우선이라 여겨집니다. 앞으로도 나는 종종 핑 크 아이템을 구매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핑크 자체는 참 고운 색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제 안의 결핍은 외면한 채 무조건 저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물건이 비어 있기에 햇살이 가득합니다. 
빗소리가 가득 찹니다.
향기가 구석구석 퍼져나갑니다.
물건들은 도드라짐 없이 조화롭습니다.
수박 한 조각뿐이라도 풍성한 컬러감으로 공간을 밝힙니다.
이렇게 오늘도 우리 집이 비어 있으면서 가득한 곳이라 느낄 수 있 어 감사로 내 마음이 충만합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비어 있으면서 가득한 집'이 되길 소망합니다. 또한 스쳐 지나갈지언정 이 집을 잠시 나마 채워주는 존재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스트 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많은 것을 의도 적으로 줄이다 보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되듯 공간을 통해서도 변화가 찾아오길 소망했습니다
- 나이가 들어도 취미를 간직하는 것은 큰 행복이고 삶의 질을 위해 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오랜 취미를 꼽는다면 여행과 맛 집 탐방으로 아무래도 소비를 동반합니다. 돈이 드는 취미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모든 취미가 돈이 없으면 단 한 발자국도 전진 할 수 없는 것이다 보니 궁핍해지면 취미 생활도 저절로 단절되고 상실감이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돈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취미력을 키우는 데 마음을 쓰고 싶어집니다.
예를 들어 산책하기, 독서, 사진 찍기, 블로그 글쓰기, 집에서 혼자 또는 지인과 차 마시기 등 이런 취미들은 큰돈이 들지 않습니다. 취미 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을 의미하니 그게 무엇이든 스스로 만족을 느끼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충 분합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취미력을 단단하게 키워놓으 면 혹여 예상치 못하게 수입이 줄더라도 취미 생활을 유지하며 나름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취미가 돈과 분리되는 자유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기에 그 순간 백 퍼센트의 마음을 다해 흠뻑 빠져 즐기 게 됩니다. 여행을 너무나 선망하지만 떠나고자 마음먹은 순간부터 항 공권, 숙박료라는 돈의 범위에서 고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동네 산책로에 갈 때는 지갑조차도 필요 없이 내키는 그 순 간 길을 나서면 됩니다. 항공권을 결제하는 여행은 분명 즐겁습니다만 지금은 산책을 위해 현관문을 열고 내딛는 가벼운 발걸음의 행복도 알 게 되었답니다.
- '이 물건을 사면 행복해질 거야'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조급하게 물 건을 사기보다 이 물건이 있든 없든 행복해질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 려도 늦지 않을 겁니다. 또한 진심으로 행복할 때는 물건을 빨리 소유 해야 한다는 초조함도 사라진다는 것을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며 깨달 았습니다. 앞으로도 그 물건이 발산하는 당장의 반짝임에만 끌리지 않 고 곰곰이 미래를 그려볼 겁니다. 아무리 탐나는 물건이라 해도 경제 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차 어려움을 줄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포기할 거라 다짐합니다.
'단순할수록 미래는 안전하다'는 도미니크 로로 작가의 말에 제 생 각을 조금 덧붙여봅니다. 단순한 삶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제게 있어 미니멀리스트로 산다는 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불행을 피해 가는 안전한 노선입니다.
- 최대치를 바라보고 맹렬하게 전진하면서 사는 삶과 '최소한'으로 만족하는 삶 중에 무엇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둘 다 그 나름의 값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대한'의 기준만 앞세우던 내가 '최소한'의 기준으로도 삶이 꽤 괜찮아진다는 새로운 마인드 를 얻은 것이 큰 기쁨이랍니다.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살면 최고로 행복해지리라는 자신은 없지만 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힘만 큼은 최대치로 늘어날 것이며 작은 실패에 낙담하는 일도 없을 거라 믿습니다.
- 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서 '왜 저런 걸 샀을까?' 하는 비난은 '왜 이런 것도 없을까'와 다를 바 없는 그릇된 태도라고 말합니 다. 미니멀리스트로서 추구해야 할 것은 단순히 물건의 개수를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삶에 집중하는 태도라는 점을 알면서도 타인의 소중한 삶에 이렇다 저렇다 참견을 하고 평가를 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이 있고 물건에 나름 의 이야기가 잠재되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거실에 가구 수가 적다고 청빈한 사람이 된다거나 부엌 싱크대가 얼마나 반짝이는가로 행복을 측량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니멀리스트'라는 잣대로 타인의 인품과 행복을 함부로 추측하려 한제 교만하고 얄팍한 마음을 반성했답니다.
- 거실에 아이 장난감이 널브러져 있다면 집에서 행복하게 잘 놀아주는 부모님이구나, 개수대에 설거지하지 않은 그릇들이 쌓여 있다면 집에서 함께 밥을 자주 먹는 화목한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말입 니다.
미니멀리스트의 정의가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또 다른 정의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 제 마음속 쓸모없는 '교만'이라는 이름의 덩어리를 버리려 합니다. 냉동실에 오랜 시간 쌓여 있던 정체불명의 검은 비닐봉지를 버린 것 처럼 개운합니다.
- 미니멀 라이프란 편리함 과잉의 시대에 자발적으로 불편을 택함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만 타고 다 니다 때때로 두 발로 걷는 불편함을 택하는 것입니다. 막상 걷다보면 주유나 운전, 주차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천천히 풍경을 구경하는 여유가 생기고 몸도 한결 건강해집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편리 과잉'에 둔해져 있던 감각이 깨어나 스스 로 '불편'과 '편리'의 사이에서 균형 잡힌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 다. 편리라는 일방통행만 있던 삶에 '불편함'이라는 새로운 노선이 생 겨 쌍방 통행으로 순환되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내 삶의 풍경이 더욱 풍성해져갑니다.
- 도미니크 로로는 《심플한 정리법》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기는 유품이 너무 많다면 그건 고통을 남기는 것이며 추억만 남기는 것이 이별의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화평이와의 이별은 슬펐지만 제게 따뜻 한 기억들과 함께 삶을 대하는 소중한 태도를 전해주었습니다. 이를테 면 행복이란 물질이 아니라 현재 만들어나가는 기억이며, 값진 이별의 선물 또한 물건이 아니라 함께한 추억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남기고 가는 건 심플하게, 살아있을 때는 차고 넘치도록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 "예를 들면,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온 날 밤, 잠자리에 들어도 여전히 몸이 파도에 일렁이는 듯한 느낌. 한낮의 해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도 태양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식으로 너는 늘 내 안에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 <선잠>,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소담출판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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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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