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주는 미래를 결정하는 힘이 아니라 성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 '대통령이 될 팔자' 따위는 없다. 그러나 '일복 많은 팔자', '먹 을 복 있는 팔자'는 있다. 일복 많은 팔자는 일을 잘하니 남들이 일을 맡기고, 일이 없으면 스스로 찾아서 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먹을 복 있는 팔자는 말 예쁘게 해서 떡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 은 사람이고 배고프면 체면 생각하지 않고 밥 달라고 말할 줄 아 는 사람이다.
명리학 책을 보면 '독수공방할 팔자', '결혼 두 번 할 팔자'도 등 장한다. 일반 언어로 풀어보면 '남자 생각이 전혀 없는 여자', '이 성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이 팔자에 해당한다고 해서 꼭 독신으로 산다거나 결혼을 여러 번 하지는 않는다. 팔자가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은 누구라도 살인을 저지를 법한 상황에 내몰린다. 하지만 주인공은 살인의 충동을 끝내 이겨낸다. 자신의 행동을 결 정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라는, 운명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선언이다.
-  '모든 게 끝났다'고 하는 순간, 실제로 모든 게 끝난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는 순간, 실제로 다 른 방법은 없어진다. 스스로 계속 싸울 의지를 버리고, 다른 방법 을 찾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끊임없 이 다른 가능성을 모색한다. 운명과의 싸움에서 변화의 계기를 마 련한다. 그래서 영웅이 된다. 싸움을 피하고, 고난을 피하는 보통 사람은 변화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고, 지루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 《천자문>을 펴면 가장 먼저 '하늘 천(天) 땅 지(地)'부터 나온다. 하늘은 양(陽)이고, 땅은 음(陰)이다. 《주역》을 펴면 가장 먼저 하 늘을 뜻하는 건괘(乾卦)와 땅을 뜻하는 곤괘(坤卦)부터 나온 다. 건은 양이요, 곤은 음이다. 양은 별이고, 음은 그늘이다. 양은 낮이고, 음은 밤이다. 양은 여름이고, 음은 겨울이다. 양은 남자고, 음은 여자다. 양은 확장이고, 음은 수축이다. 양은 활동이고, 음은 휴식이다.
《천자문》과 《주역》에서 '하늘은 양, 땅은 음'이라고 하니 은연중 에 '양은 고귀하고 음은 비천하다'는 인상을 갖기 쉽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말을 남성을 높이는 근거로 잘못 이해하기 도 한다. 하늘은 사람이 지향할 목표라면, 땅은 발을 디디고 선 현 실이다. 땅에 기반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본다면 결과물 없는 공허 한 이상주의자가 된다. 물론 하늘이라는 원대한 목표 없이 땅에만 붙어서 하루하루 사는 데 급급하다면 평생 가도 발전이라고는 없는 인생이 된다. 하늘과 땅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양이 살면 음이 자라나고, 양이 죽으면 음이 숨어든다(陽生陰長 陽殺陰藏[양생음장 양살음장], <황제내경>>"고 했다. 음과 양은 서로를 보완하며, 서로의 가치를 높여준다.
양과 음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있지 않다. 볕은 따뜻해서 좋고, 그늘은 시원해서 좋다. 그저 볕이 더 좋을 때가 있고, 그늘이 더 좋을 때가 있을 뿐이다. 나무가 성장하는 일은 양이요, 열매를 맺는 일은 음이다. 나무가 마냥 성장하기만 해서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활동하는 양이 있으면 휴식하는 음이 있어야 한다. 양은 좋고 음은 나쁜 게 아니라, 양이든 음이든 한쪽만 있는 게 문제다. 일만 하고 쉴 줄 모르거나, 매양 쉬기만 하고 도무지 일하지 않는 격이다.
- 궁즉통이라고 한다.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말이 다. '궁'의 원문은 이렇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변 변통 통즉구])." '궁하면 통한다'는 말은 궁지에 몰리면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흔히 쓰 인다. 아주 틀린 해석은 아니지만, 원문의 뜻과는 차이가 있다. 원 문에 등장하는 '궁)하다'는 사태의 변화가 끝까지 갔다는 뜻이 다. 여름이 깊어지면 점점 더워지지만, 여름이 끝까지 가면 가을이 와 서늘해지면서 성질이 바뀐다. '궁하면 변한다'의 원래 뜻이다.
- 프로메테우스가 처한 상황은 《주역》이 말하는 박괘(剝卦)와 정확히 일치한다. '박탈하다'의 그 '박'이다. '벗겨내다, 깎다, 찢다' 의 뜻을 가졌다. 박괘는 땅 위에 산이 자리 잡은 모양을 하 고 있다. 광활한 평원에 봉우리 하나 우뚝 솟은 모양새다. 정 맞기 딱 좋은, 모난 돌이다. 괘 전체로 보면 음기가 아래로부터 세력을 키워나가 하나 남은 양기마저 잡아먹기 직전의 모습이다. 세상이 온통 제우스에게 가서 붙었는데, 홀로 자기만의 생각을 고집하고 실천하는 프로메테우스가 딱 그 신세다.
박괘는 '괘사'에서도 “무슨 일 꾸밀 생각 말고 얌전히 있어라 (不利有攸往[불리유유왕])" 하며 겁을 주고, '효사'에서도 침대가 다 리부터 시작해 하나씩 뜯겨나가 박살 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 만 마지막이 반전이다. "큰 열매는 먹히지 않는다碩果不食[석과불식]).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오두막을 잃는다." 여기서 '큰 열매'는 가을이 되어 모든 잎이 다 떨어져나갔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마지막 생명력의 상징이다. 삶의 의지를 일깨우는 희망이 다. 봄이 되면 다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리라는 희망. 단 하나 의 열매가 씨앗이 되어 새로운 나무로 자라난다.
군자는 희망을 보고 (수레를 타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난다. 기왕이면 수레에 동지들까지 함께 태워서 자신의 터전을 떠남은 곧 자신의 세계를 박차고 나간다는 뜻이다. 갇혀 있던 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는 의미다. 비좁고 불편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자신의 틀을 깬다는 뜻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뜻이고,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이다. 익숙함, 당연함과의 결별이다. 아 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레를 얻는 일은 군자의 몫 이다. 비극의 용어로 하자면, 영웅의 몫이다. 반면에 소인은 새로 운 봄에 대한 확신이 없다. 원래 머물던 자리에 앉아서 남은 하나 의 열매라도 먹어치우고 만다. 제 살을 파먹고, 제 삶의 터전을 없애고, 희망의 싹을 자르고 만다. 끝내 변화를 거부하는 보통 사람의 모습이다.
- 따뜻한 마음, 저돌적인 추진력, 어린아이 같은 과시욕, 마지막 까지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 사주에서는 이 모두를 하나의 요인 에서 비롯한 성격으로 본다. 바로 목(木)이다. 그중에서도 갑목(甲木)이다. 목은 하루로 보자면 해가 뜨는 새벽의 기운이고, 계절로 보면 봄의 기운이다. 음의 세상에서 양의 세상을 여는 힘이다. 차 갑게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의 모습에서 봄의 기운을 나무와 연결시킨다.
싹이 올라오려면 얼어붙은 땅이 살짝 녹아야 한다. 따뜻한 마음 이다. 연약한 싹이 땅을 뚫으려면 힘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 저돌적인 추진력이다. 그 추진력으로 계속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면 어 느 틈엔가 주변에서 올려다보는 큰 나무가 된다. 과시욕의 원천이 다. 모두가 우러러봐줬던 경험은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이 된다. 목은 태생적으로 땅을 뚫고 나오는 힘이다. 장애물을 두려워하 지 않고, 땅 밖의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지의 영역으로 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시작의 힘이고 도전의 힘이다. 하지만 목은 땅을 뚫고 나가 새로운 세상에서 높이 솟아오르는 데에만 관 심이 있다. 정작 열매를 맺는 일은 관심 밖이다. 그래서 시작은 거 창한데 결과물은 초라하기 쉽다. 그래서 목의 용기는 객기가 되고 는 한다.
사주팔자는 태어날 때의 자연환경이 인체에 각인된 결과다. 심 리와 성격에 영향을 미치기에 앞서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신체 각 부위 역시 오행과 연결되는데, 목은 간과 연결돼 있다. '간 덩이가 부었다', '간이 콩알만해졌다'는 표현처럼 간은 용기를 내 는 원천이고, 도전을 할 수 있는 힘이다.
- 나무를 말하면서 지금까지 갑목 이야기만 했다. 나무라도 전혀 다른 나무가 있으니 을목乙木)이다. 갑목이 하늘을 찌르는 아름드리나무라면, 을목은 바람 부는 대로 일렁이는 갈대, 바닥에 붙은 이끼, 다른 나무나 건물 벽을 타고 오르는 넝쿨이다. 딱 봤을 때 별 로 폼이 안 난다. 비실비실해 보이기도 한다. 발에 차이기 십상이 다. 흔히 말하는 '을(乙)'의 모습 그대로다.
갑목이 멋있게 자라나는 데에 관심을 둘 때, 을목은 그저 살아 남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서 을목에게는 갑목과 같은 뻣뻣함이 없 다. 을목은 유연하다. 갑목은 자신의 성장에만 신경 쓰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않지만, 을목은 늘 주변을 살피며 위험을 피하고 이용할 거리를 찾는다. 갑목은 장애물을 만나면 뚫고 나가려 들지만, 을목 은 고민하지 않고 우회로를 찾는다.
인생을 살아보면, 장애물을 뚫기보다는 우회하는 편이 힘도 덜들고 성공률도 높다. 돌파력을 과시하다 보면 장애물을 넘지도 못 하면서 애꿎은 적만 만드는 결과가 되기 일쑤다. 그래서 결국 출세하는 사람은 갑목이 아닌 을목인 경우가 많다. 을목은 갑목을 타고 올라가지만(藤蘿繫甲[등라계갑]), 결국은 갑목보다 더 높이 올 라간다. 이때 을목은 갑목이 없었다면 애당초 높이 올라가지 못 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변의 도움으로 성공한 주제에 저 혼자 잘나서 출세했다고 착각하는 순간, 을목의 추락이 기다리고 있다.
- 단호하고 우직한 원칙주의는 쇠(金), 그중에서도 경금(庚金)의 특징이다. 단단한 바위와 묵직한 쇠뭉치다. 흔히 도끼를 들어 설 명하기도 하다. 사계절로 따지면 가을의 기운이다. 봄에 새싹이 돋 아, 여름에 무성하게 자랐다면, 가을에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 겨 울을 나기 위해 성장을 멈추고 껍질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열매가 다 익으면 이듬해 봄, 새로운 싹으로 태어나길 기대하며 열매를 땅에 떨어뜨린다. 제 몸을 잘라내는 이 단호함을 살지 기(氣)'라고 한다.
금(金)은 잘 쓰면 열매를 맺고 수확을 거두는 힘이다. 강한 신념 과 결단력으로 노력을 무위에 그치지 않고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 는 힘이다.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불굴의 의지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 크라토스처럼 비인간적인 독선, 목표 제일주의, 완벽 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거침없는 자기 확신으로 상대를 깔보고 조롱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같은 금이라도 경금이 둔탁한 도끼라면, 신금(辛金)은 예리한 면도칼이나 반짝이는 보석에 비견된다. 금의 성격을 공유하면서도 경금보다 훨씬 깔끔하고 세련됐다. 신금이 많은 사람은 잘생겼고 총명한데, 어째 서늘한 느낌을 준다. 드라마에 나오는 유능하지만 인간미 없는 의사, 또는 '얼음공주'의 인상을 떠올려볼 수 있다.
- 온정적인 합리주의로 정리할 수 있는 헤파이스토스의 성격은 불(火), 그중에서도 정화(丁火)의 특징을 보인다. 하긴 헤파이스토 스 자체가 대장장이 신이고 시칠리아의 에트나 화산이 그의 대장 간이라고 한다. 헤파이스토스의 로마식 이름인 불카누스가 현대 영어의 볼케이노(volcano), 화산이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는 태생적 으로 불의 신일 수밖에 없다. 불에는 태양을 뜻하는 병화(丙)와 모닥불이나 용광로를 뜻하는 정화가 있다. 기본적으로 변화는 불 의 속성 중 빛(밝음)에, 정화는 열(따뜻함)에 주목하지만, 해가 뜬 한 낮에 온도가 올라가고 모닥불도 주변을 밝게 해주듯 빛과 열은 서 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 모닥불은 해가 떨어진 뒤에 위력을 발휘한다. 해가 떠 있는 대낮의 모닥불은 적어도 주변을 밝히는 용도로는 쓸모가 없다 丁光[병탈정광]). 모닥불은 해가 떨어진 뒤에야 앞이 캄캄한 사람들 에게는 빛이 되어주고, 추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정화는 주변을 따뜻하게 보듬는 온화한 성격을 가졌다.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온 세상을 밝게 비추겠다는 거창한 목표 없이 그저 묵묵히 가까운 사람들을 챙겨준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을까?' 하는 감수성이 때론 쓸데없는 걱정 이 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느라 결단력이나 실천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정화도 역시 불이다.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일단 폭발하면 무시무시하다.
정화와 달리, 병화는 아무도 안 시키는데 혼자서 온 세상을 구하겠다고 설친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온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기 때문이다.
- 불은 모든 것을 태운다. 그 자신마저 태우고 나서야 사그라들 고, 마침내는 꺼진다. 그 순간 태우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자 신의 안위조차도 관심사가 아니다. 병화는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한다. 또한 자신의 안위는 뒷전이고 남들을 위해 헌신 하기도 한다. 그래서 화끈하지만, 경솔하고 조급하다. 좋아하는 일 에 한번 빠지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온몸을 불태운다. 그 결과는 말 그대로 번 아웃(burn out), 탈진해 쓰러진다.
병화는 또한 태양의 모습이기도 하다. 태양은 밝고 뜨겁다. 그 래서 병화는 밝고 열정적인 성격을 낳는다. 태양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누가 대가를 주지도 않는데, 홀로 하늘에서 온 세상을 환히 비춘다. 병화의 성격을 가진 사람도 세상을 밝게 비추려 한다.
문제는, 어두운 곳에서 쉬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 법인데, 병화는 각자의 사정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둠 속에 있고 싶은 사람까지 밝음으로 이끌어내려는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당 하는 입장에서는 강요이고 독선이고 폭력이다. 잘 하자고 한 일이 상대에게는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병화는 모른다.
-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사교성, 인정에 약한 여린 마음, 그 자 신만의 정의감은 물(水), 그중에서도 계수(癸水)의 특징이다. 바다 나 큰 강과 같은 임수(手)에 비해 계수는 빗물이나 시냇물과 특 징을 공유한다. 물은 흐른다. 그러다 막히면 돌아간다. 유연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처법을 찾아낸다. 물은 파인 곳이 있으 면 고인다. 물이 고인다는 것은 물이 모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 아진 물이 한 방에 쏟아지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 다만 그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한순간에 쏟아낼 줄 아는 집중력도 아 울러 갖춰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물은 땅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낯선 집단 속에 들어가면 존재감 없이 조용히 있다가 어느 틈에 그들과 자연스레 뒤섞이는 사람들이 계수다.
- 아버지 오케아노스가 태양인 병화라면, 그의 딸들은 빗물인 계수다. 즉, 비는 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태양을 구름이 가려버리 는 형국이다(黑雲遮日 [흑운차일]). 계수는 느림과 성찰의 기운이기 도 하다. 만물을 비춰야 직성이 풀리고 성질 급한 병화로서는 속터져 죽을 상황이다. 화가 나도 오래가지 않고, 폭발력도 지속적이지 않은 병화는 계수의 시간 끌기에 결국 제풀에 꺾일 가능성이 크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외부 조건이 움직임을 결정한다. 그래서 계수는 귀가 얇다.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린다. 그 래서 계수는 유연한 만큼 의지가 약하기도 하다. 어느 사회에나 잘 스며들 만큼 공감 능력이 좋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잘 속기도 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악한 마음을 먹었다면 오케아노스의 딸들 을 나쁜 길로 인도할 수도 있었다.
- 임수는 물의 특징을 가지지만 계수와는 다르다. 시냇물은 졸졸 흐르지만, 큰 강은 도도하게 흐른다. 어지간한 장애물은 그냥 휩쓸고 지나간다. 사람을 대할 때 조심스러운 계수와 달리 임수는 거침이 없다. 계수는 가랑비가 옷을 적시듯 은근하게 스며들지만, 임수는 강물에 빠지듯 한 방에 흠뻑 적신다. 통 크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사교력이다. 시냇물은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으면 금방 썩지 만, 큰 강은 고여 있어도 어지간해서는 썩지 않는다. 오히려 저수지 안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한다. 임수는 그래서 상상력과 창조력의 원천이 된다. 다만 계수는 투명한 데 비해 깊은 물인 임수 는 속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계수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반면, 임수는 '속이 시커먼 사람'이 된다. 속칭, 음흉한 꼼수의 달인이다.
-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지만 황무지는 늘 그 자리를 지킨다. 오가는 사람은 변하나 땅은 변하지 않는다. 오가는 사람은 손님이 요, 땅이 주인이다. 황무지인 무토는 그래서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고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 자부심이 자존심을 높인다.
반면 기토는 좁지만 잘 가꿔진 땅이다. 무엇을 심어도 잘 자라 지만, 기름진 땅이기에 먹을 수 있고 맛있는 작물을 골라서 키워 야 한다. 그 작물을 키우자면 그 땅에 눌러앉아 살아야 한다. 떠돌 이의 땅이 아니다. 거친 삶 대신 안정된 풍요를 누리는 땅이다. 곳 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어서, 기토는 푸근하고 안정감 있고, 남들을 잘 배려한다. 기토는 작물을 키우는 땅이다. 뭔가를 키우는 마음, 곧 모성애다.
기토가 기토답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붙어야 한다. 땅에 아무렇게나 나락을 던져놓는다고 벼가 자라지 않는다. 햇빛도 봐 야 하고, 비료도 줘야 하지만, 무엇보다 물이 충분해야 한다 玉土[윤옥토]). 기토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황무지로 나아가길 극도로 꺼린다. 안락함을 포기해야 하는 탓이다. 그러다 보면 좁은 농토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모험을 꺼린다. 꿈을 찾아 떠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한다.
- 국가에 헌신하는 에테오클레스의 책임감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게 하는 태양을 닮았다. 병화(丙)다. 태양이 대가를 받고 세상을 밝게 비추지 않듯, 병화는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데 익숙하다. 가끔 남들이 필요 없다는데도 억지로 챙겨주겠다고 나 서기도 한다. 태양은 세상을 밝게 하면서 누구의 허락을 받은 적 이 없다. 병화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세상 어디에서나 태양을 볼 수 있다. 태양은 스스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 때문이다. 병화 역시 어디 가나 눈에 띄는 사람이다. 눈에 안 띄면 스스로 띄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기 과시다. 병화는 권력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 경금은 가을의 기운이다. 열매를 맺는 힘이다. 열매를 맺으려면 주변을 다그쳐야 한다. 잔소리꾼이 될 수밖에 없다. 잔소리는 원래 뭔가를 하라는 말보다 하지 말라는 말이 많다. 하는 말마다 금지 의 연속이다. 그 근거는 원칙이고 대의다. 국가라는 대의를 위해서 상대의 기분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다. 목표 달성의 장애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열매를 크게 맺으려면 나무가 자랄 때 가지를 쳐줘야 한다. 그래서 경금은 엄격한 구분을 한다. 이 가지는 계속 키워서 열매를 맺을 가지, 이 가지는 볼품없으니 잘라낼 가지, 하는 식으로, 경금 은 사람을 나눈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우리 편과 적. 그래서 명분, 대의, 원칙을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 이 있는 곳에서는 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원리주의 종파가 극 악한 테러의 배후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 신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역경을 헤쳐나가려는 에테오클레 스의 모습은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는 봄의 새싹을 닮았다. 갑 목(甲木)이다. 차라리 땅속에서 지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 회해서 피하고 돌아갈 줄도 모른다. 그래서 꺾이고 부러지기 일쑤 지만, 그래도 혼자 서려고 안간힘을 쓴다. 독립, 자립의 의지다. 세 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어서, 사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도 움을 준 그 누군가의 입김이 내 결정에 작용하기 마련이다. 갑목 은 그런 간섭을 싫어한다. 남들에게 의존하기 싫어하는 자존심은 그 결과다.
이 자존심은 곧잘 승부욕으로 발동되기도 한다. 나무가 하늘 높 이 쭉쭉 뻗은 숲속에 들어가면 낮에도 늘 그늘이 져 있다. 숲속의 나무는 늦게 자라면 옆의 나무에 가려 햇볕을 받지 못하게 될 숙 명을 안고 태어난다. 어떻게든 더 높이 올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갑목은 그래서 곧잘 선두에 서는 역할을 떠안는다. 싸움이 일 어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에테오클레스는 원래 1년씩 번갈아 왕좌를 차지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동생 폴리네이케스를 쫓아 냈다. 햇볕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갑목의 승부욕이 발동한 결과다.
- 겉으로는 에테오클레스도 신들에게 기도한다. 도입부에서 전투 태세를 지시할 때도 신의 가호를 먼저 빌고 병사들에게 구체적인 대응 지침을 내린다. 마음으로는 신에게 의지하지 않지만 관습으 로서 종교라는 하나의 원칙을 인정한 결과다. 신에게 의지하지 않 는 자립심은 갑목이고 종교라는 원칙에 따르는 행동은 경금이다. 경금은 갑목이라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잔가지를 쳐주는 도끼이거나, 또는 갑목이라는 나무를 세상에 쓰이는 재목으로 만드는 도끼인 셈이다. 법이라는 세상의 원칙(庚金)이 욕심 많은 인간의 무한경쟁(甲木)을 막는 셈이다.
그런가 하면 경금이 병화를 만나면 더욱 예리해진다. 하늘 높이 치켜든 도끼날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 생각만 해도 살기가 등등하다. 쇠는 원래가 열기를 통해 제련되는 법이다. 경금의 원칙 주의가 병화의 헌신성을 만나면 극단적인 원리주의로 변모한다. 국가의 안위를 내세워 개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에테오클레스가 딱 그 모양이다.
차라리 병화(丙) 대신 정화(丁)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갑목 (甲)이라는 나무를 경금(庚)이라는 도끼로 잘라 정화라는 모닥불 을 피우는 모양새가 된다(甲引丁[벽갑인정]). 서로가 서로에게 딱맞는 쓰임새가 된다. 이런 경우 대개 똑똑하고 일 잘해서 출세하는 팔자라고 한다. 사주팔자의 글자 하나가 달라지면 성격도 판이 하게 달라진다.
사주는 팔자(八)라는 이름처럼 여덟 글자로 구성돼 있다. 여 덟 개의 자리에 다섯 개의 기운이 배치되려니 오행이 골고루 배치 되기란 불가능하다. 뭔가가 많으면 다른 뭔가는 적기 마련이다. 어 떤 오행은 너무 많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오행은 아예 없는 경 우도 허다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주에는 토(土)가 무려 여섯 개였던 반면에 화(火), 수(水), 금(金)은 아예 없었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오행들이 때로는 서로 를 더욱 강화하고, 때로는 무력화시키는 상호작용을 벌이며 사람 의 성격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성격이 운명을 만들어간다.

- 봄 다음에 여름이 오고, 여름 다음에 가을, 가을 다음에 겨울, 겨울 다음에 다시 봄이 오듯, 목은 불을 낳고(木生), 불은 토를 낳고, 토는 금을 낳고, 금은 물을 낳고(金生水), 물은 다시 목을낳는다. 나무가 타 불이 되고, 불이 탄 재가 흙이 되고, 흙이 굳어 돌이 되고, 돌 틈에서 샘물이 나오고, 물을 먹고 나무가 자라는 이치다.
- 키워야 할 나무가 많으면 물이 고갈된다(木多水縮[목다수축]). 지 펴야 할 불이 많으면 나무도 다 타버려 더 이상 연료가 되지 못한 다焚[화목분]). 불을 너무 많이 피우면 재가 오히려 불길 을 막는다(多晦[토다화회]). 금을 만들다 보면 흙이 얇아진다(金 多土薄[금다토박]). 물을 만들어내다가 금이 물에 가라앉기도 한다 (金沈[수다금침]). 아무리 금덩이라도 한강에 가라앉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수다금침은 특히 도박, 약물중독에 빠질 사주로 명리학에서 아주 흉하게 본다.
- '생한다'고 하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관계처 럼 보이는데, 실상은 주고받는 관계일 때도 많다. 목이 불을 낳는 다고 하지만, 태양과 같은 불은 오히려 나무를 키우기도 한다. 목화통명(明)이라고 해서 나무는 불의 연료가 되어주고, 불은 나무를 통해 더욱 밝게 타오르는 형상을 명리학에서는 총명한 두뇌와 글재주를 가진 사주라고 풀이한다.
금이 물을 낳는다고 하지만, 금은 물로 씻어 반짝반짝 빛나거 나날이 설 수 있다. 금백수청(金白淸) 또는 금수쌍청(金水雙淸) 이라는 말이 있는데, 물이 금을 더욱 빛나게 하고 금은 수량量) 을 더 늘리는 상생의 모양새다. 역시 수재의 상징으로, 과거급제 감이라고 불렀다. '생한다'고 하지만, 남 좋은 일만 하는 경우는 없 다. 하긴 어머니도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지만, 또 자식들 크는 즐 거움에 살기도 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상생이라고 한다.
- 생하는 관계라고 해서 무조건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나무를 너 무 많이 넣으면 불이 오히려 꺼지고(木多火熜[목다화식]), 불이 너 무 뜨거우면 땅이 바싹 말라 사막처럼 쓸모없어지고(多燥[화 다토조]), 흙이 너무 많으면 쇠를 묻어버리고(多金埋[토다금매]), 쇠가 많으면 물이 탁해지고(金多水濁[금다수탁], 철분이 많은 오색약수 를 보통 사람들은 잘 먹지 못한다), 물이 많으면 나무뿌리가 썩는다(水 多木浮[수다목부]). 굳이 오행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사람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 마련이다. 자 식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만, 사랑이 지나치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마마보이가 된다(母慈滅[모자멸자]). 지나치면 모자 람만 못한 법이다(過猶不及[과유불급]).
세상이 돕고 키워주는 관계로 가득하다면 좋겠지만, 대립과 갈등도 차고 넘친다. 사주 용어로 말하면 극克)의 관계다. 새싹이 땅 을 뚫고 나오듯 목이 토를 극하고(木克), 제방이 물을 막듯 토는 수를 극하고克), 물이 불을 끄니 수가 화를 극하고克), 용광로에서 열이 쇠를 녹여내듯 불이 금을 극하고(克金), 도끼 가 나무를 찍어내듯 금이 목을 한다(金).
- 관계란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목은 토를 극한다. 그런데 여기에 화도 함께 자리하면, 목은 화를 생하고, 화는 토를 생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목은 토를 생하는 근원이 된다. 탐생망극貪生忘克). 나무가 불에 타 재가 되면 결국 땅 의 자양분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불은 상생의 관계 에 속도를 더해줬을 뿐이다. 불이 없더라도 나무는 언젠가는 썩어서 땅의 자양분이 될 테니 말이다. 상생과 상극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 일상 언어에서 상극이라고 하면 원수지간처럼 여기기 쉬운데, 명리학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물과 불은 상극이지만, 물이 위 에 불이 아래에 있으면 솥단지에 물을 끓여 뭔가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양새가 된다. 《주역》의 괘 이름을 빌려 수화기제(水 旣濟)"라고 부르는데,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뜻한다. 또는 강(壬水)위에 해丙)가 떠 있는 모양을 떠올려도 좋다. 물에 불이 꺼지기는커녕 물에 반사돼 햇빛이 더욱 강렬해진다(江暉相暎[강상영]).
땅과 나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무가 땅을 극한다고는 하지 만, 땅이 없으면 나무는 서 있지 못한다. 나무가 너무 강하면 흙이 무너져(散[목강토산]) 나무도 함께 쓰러진다. 땅이 물을 극한 다고 하지만, 물이 없는 땅은 곡물을 키우지 못하는 쓸모없는 땅 이다. 땅은 물기를 머금었을 때 가치를 갖는다潤玉土[습윤옥토]). 극하는 관계라고 해서 늘 이겨먹으려고만 들면 결국 스스로 망하 는 길이다. 금이 목을 극한다고 하지만, 낫 한 자루도 제 역할을 하 려면 나무로 만든 손잡이가 있어야 한다. 때론 이기고 때론 지지 만, 때론 지배하고 때론 복종하지만, 때론 이용해먹고 때론 이용당 하지만,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의지하고 살아간다.

- 갑목과 을목(乙木), 병화(丙火)와 정화(丁火), 무토(戊土)와 기토 (己土), 경금(庚金)과 신금(金), 임수(壬水)와 계수(癸水)는 순수 한 오행의 기운을 양과 음으로 나눴을 뿐이다. 양의 목 기운이 갑 목, 음의 목 기운이 을목, 이런 식이다. 이 순수한 오행의 기운을 천간(天干)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다. 인목은 갑목과 마찬가지로 봄에 새싹이 움트는 힘이다. 그러나 얼 어붙은 땅(무토)의 기운과 따사로운 봄 햇살(병화)의 기운도 함께 담고 있다. 나무를 떠받치는 땅, 나무를 키우는 태양의 도움을 받 아 인목은 갑목 자체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복잡 한 속사정을 담고 있는 오행의 기운을 지지(地支)라고 한다. 천간 의 '간'과 지지의 '지'에서 한 글자씩 따와 둘을 함께 부를 때 간지 (干支)라고 한다. 천간 갑목과 지지 인목이 결합하면 갑인(甲寅)이 라는 간지가 된다.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가 만나면 60개의 간지가 만들어진다. 흔히 '육십갑자'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 인목은 양력으로 2월이다. 정확히는 입춘(2월 4일쯤)부터 경칩 (3월 5일쯤)까지다. 여전히 춥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땅에 서는 새싹이 올라오고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 죽었던(음) 것들이 되살아난다(양). 시간으로는 새벽 3시 30분부터 5시 30분 까지다. 동트기 직전이다. 사찰에서는 기상 시간이다.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음의 활동(수면, 휴식)에서 양의 활동(일, 움직임)으로 돌아서는 시간이다. 그래서 인목은 무엇보 다 새로운 시작의 힘이다. 바닥에 있는 무거운 물건을 밀 때, 일단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관성으로 쉽게 움직여진다. 처음 움직이는 순간에 가장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인목이다. 아가멤논의 추진력과 명예욕, 모험심도 이 힘에서 비롯된다.
- 《주역》의 태괘(泰, ")는 동트기 직전의 인목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양(-)이 세력을 확장해 음(-)을 몰아 내고 지배하기 직전의 상황이다. 아직은 새벽이지만 양(-)이 하 나만 더 생긴다면 확실히 낮의 영역으로 들어갈 판이다. 그런데 태괘는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는 모양이다. 얼 핏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흉한 괘처럼 보이는데, 주역에서는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니, 길하고 형통하다"며 아주 좋게 본 다. 하늘은 본성이 위로 올라가려 하고, 땅은 본성이 아래로 내려 가려 하니, 하늘과 땅이 서로 활발하게 소통해 잘 어우러지지 않겠냐는 뜻이다. 인목답게 무턱대고 밀어붙이기 전에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자세로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라는 주역의 가르침이다.
-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 성급함, 동료들은 못난이고 자신 이 잘나서 전쟁에서 이겼다는 유아독존의 자기과시는 천간으로 치면 병화(丙), 지지로 치면 사화(巳火)의 기운이다. 사회는 계 절로는 입하(5월 5일쯤)부터 망종(6월 6일쯤)까지다. 시간으로는 오 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이다. 급격하게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 다. 봄인가 싶었더니 어느 틈에 여름이고, 아침인가 싶었더니 순식 간에 한낮인 시간이다. 한마디로 급발진의 힘이다. 그래서 사화를 가진 사람은 폭발적인 추동력을 보이는가 하면, 갑자기 분노를 폭 발시키기도 한다. 속칭 욱하는 성격이다.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사화에는 나무와 풀이 갑자기 많이 자라 가지를 치고 잡초를 뽑는 기운(경금)도 숨어 있다. 사화의 폭주를 막는 제동장치다.
- 본심을 숨기는 한밤중의 기운, 10년을 묵혀온 원한의 농축, 욕 망을 감추고 은밀하게 진행하는 음모, 모두 자수(水)의 영향이 다.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망설여지기도 하는데, 자수는 생 식력, 번식력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밤중에 집 안에서 하는 일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면 자명하다. 혼자 생각에 빠지거나, 다른 사람 들과 은밀한 계획을 꾸미거나, 이성과 잠자리를 갖는다. 그래서 사 주를 풀이할 때 자수가 나오면 '재주는 있는데 성욕 때문에 패가 망신한다'는 험담을 듣는 수도 있다. 남편이 전쟁 나간 동안 아이 기스토스를 침실에 끌어들였던 클리타이메스트라를 보면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자수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자수는 계절로는 대설부터 소한까지다. 한겨울이다. 밤이 가장 긴 동지 (12월 22일쯤)를 포함하고 있다. 밤의 기운이 가장 강한 때 다. 그러나 동지를 지나는 순간,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 작한다. 새로운 시작의 기운이다. 그래서 양력 새해 첫날인 1월 1일도 자수의 계절에 있다. 크리스마스도 자수의 계절에 있다. 예수의 탄생은 새로운 세상의 시작 아니던가. 자수는 시간으로는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담고 있다.

- 명리학에서는 태어난 날의 천간('일간'이라고 부른다)을 '나'로 상정하고 기준점으로 삼는다. 일반적으로 사주 팔자를 뽑았을 때 윗줄의 왼쪽 두 번째에 위치한 글자다.
수(水)는 휴식과 사색을 통한 상상력과 창조력, 유연한 사교력 을 발휘하는 힘이다. 하지만 일간이 화(火)인 사주에 있는 수라면, 기준점이 화라면, 물은 다른 무엇보다 불을 끄는 기능이 강조된다. 불을 끄는 일이 1순위이고, 상상력과 사교력은 부차적인 기능이 된다. 물이 불을 끄는 힘, '나'라는 일간을 극하는 힘을 관성(官星) 이라고 한다. 흔히 관운이라고 부르는 힘이다. 출세운이고, 명예운이고, 승진운이고, 취직운이다. 여성에게는 남자운이기도 하다.
수(水)가 일간이고 화(火)가 사주 안에 있는 다른 오행이라면 정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열정에 차서 조급한 화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수 하기 나름이다. 불은 물의 관리 대상이다. 수라는 일간이 화를 한다. '나'라는 일간이 극하는 힘을 재성(財星)이라고 한다. 흔히 재물운이라고 부르는 힘이다. 돈복이고 일복이다. 남자에게 는 여자운이기도 하다.
사주에 화(火)와 수(水)가 있다는 점에선 똑같지만 어떤 사람에 겐 출세를, 어떤 사람에겐 돈을 뜻하는 셈이다. 갑목(甲木)이면 갑 목, 자수(水)면 자수, 특정한 천간과 지지는 고정된 의미와 역할 을 갖고 있지 않다. 일간이 무엇이냐에 따라, 옆에 있는 천간과 지지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의미와 역할을 갖는다. 마치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집에서, 직장에서, 동창회에서, 또는 예비군 훈련에 서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과 의미를 부여받는 것처럼.
같은 계수(癸水)라도 일간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 간이 금(金)이라면 '일간이 생하는 힘'인 식상食傷)이 되어 청산 유수의 말재주가 된다. 일간이 목(木)이라면 '일간을 생하는 힘'인 인성(印星)이 되어 기발한 발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 일 간이 수(水)라면 '일간과 같은 힘'인 비겁(劫)이 되어 폭포수와 같은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간이 토(土)라면 '일간이 극하는 힘'인 재성이 되어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일을 한다. 그래서 재산도 물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특허권이나 저작권 같은 형태로 쌓기 쉽다. 일간이 화(火)라면 이미 본대로 '일간을 극하는 힘'인 관성 이 된다. 구석구석 스며드는 물처럼 실무까지 꼼꼼히 챙기는 관리자가 될 수 있는 힘이다.
- 가정교사의 재성을 말하다 멀리 돌아왔다. 일간, 즉 내가 극하는 힘이 재성이다. 관리하고, 다루고, 통제하고, 조절하는 대상이 있다는 말은 책임지고 맡은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일을 하 고 나면 어떤 형식으로든 대가를 받게 된다. 그래서 재성을 일복 이고 돈복이라고 한다. 대개의 일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 재 성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도 익숙하다. 사람 들과 어울리다 보면 일만 하지 않는다. 농담도 나눠야 하고 맥주 도 한잔해야 한다. 재성이 있는 사람은 놀기도 잘 논다. 하긴 관리 의 최고봉은 '갖고 놀기'가 아니던가.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갖 고 놀고, 타짜는 호구를 갖고 놀고, 바람둥이는 이성(異性)의 마음 을 갖고 논다.
- 재성은 흔히 돈을 의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돈이 꼭 재 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구는 한 달에 1,000만 원씩 벌고 20억 짜리 아파트도 있는데 생활비로 300만 원을 쓰고, 다른 누군가는 한 달에 300만 원을 벌고 원룸에 사는데 생활비는 역시 300만 원씩 쓴다면, 두 사람의 재성의 크기는 같다. 자신이 먹고, 일하고, 놀고, 일상을 영위해서 다시 먹고사는 일을 하는 순환 구조를 만 들어내는 돈이 재성이다.
재성이 강하다고 무작정 반길 일이 아니다. 재성은 또한 일복이 기도 하기 때문이다. 돈은 써야 맛인데, 일만 죽도록 하고 정작 돈 을 쓰지는 못하는 수도 있다. 돈 벌겠다고 미친 듯이 일만 하다 보 면, 번 돈을 쓰지도 못하고 몸만 축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돈 이란,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다. 문제는 돈을 목적으로 삼을 때 발 생한다. '내가 극하는 힘'이 재성이고 돈인데, 오히려 '나를 극하는 힘'이 된다. 내가 관리하고 다루어야 마땅한 돈이 오히려 나를 지 배하게 된다. 내가 갖고 놀아야 할 돈이 내 주인 행세를 하게 된다. 속칭 '돈의 노예'가 된다.

* 일간이 목(木)이라면 토(土), 일간이 화(火)라면 금(金), 일간이 토(土)라면 수(水), 일 간이 금(金)이라면 목(木), 일간이 수(水)라면 화(火)가 재성이 된다.
- 재성은 정재(正財)와 편재(偏財),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정재는 월급처럼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 편재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처럼 들어올 때 왕창 들어오지만 왕창 나가기도 하는 돈으로 구분한다. 정재를 정규직, 편재를 비정규직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 재는 '내가 극하는 힘'이지만 음양이 다른 존재다. 음양이 서로 다르면 아귀가 맞는 요철(凹凸)처럼 꽉 낀다. 꽉 끼니까 운신의 폭이 좁다. 빈틈도 없다. 그러니 극하는 대상을 빈틈없이, 꼼꼼하게관리하고 다룬다. 일 처리는 틀림없지만 사람은 좀 답답하기 쉽다. 편재도 '내가 극하는 힘'이지만 음양이 같은 존재다. 서로 짝이 긴 한데, 아귀가 정확하게 맞지 않는 요철, 크기가 맞지 않아 헐겁 게 조여진 나사, 또는 지퍼를 올리다 만 바지 같은 느낌이다. 꽉 끼지 않고 빈틈이 있다. 관리 대상을 챙겨주면서도 활동 공간을 남겨준다. 투자는 하면서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는 천사 같은 투자자랄까? 결과적으로는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도 있다. 그래서 편재는 남에게 봉사하는 성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편재는 일을 해서 재미를 느꼈으면 그것으로 이미 보상은 끝난다.
**일간 갑(甲)에게는 기(己), 축(丑), 미(未), 일간 을(乙)에게는 무(戊), 진(辰), 술(戌), 일간 병(丙)에게는 신(辛), 유(酉), 일간 정(丁)에게는 경(庚), 신(申), 일간 무(戊)에 게는 계(癸), 자(子), 일간 기(己)에게는 임(壬), 해(亥), 일간 경(庚)에게는 을(乙), 묘 (卯), 일간 신(辛)에게는 갑(甲), 인(寅), 일간 임(壬)에게는 정(丁), 오(午), 일간 계(癸) 에게는 병(丙), 사(巳)가 정재가 된다.
- 힘이 뻗쳐 있는 아이아스를 보고 있자면 《주역》의 대장괘)가 떠오른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크게 씩씩함'이다. 의기 소침해 풀이 죽어 있는 모습과 비교한다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런 데 《주역》은 주의를 당부한다. “바르면 길하다(貞吉[정길])." 대장 괘는 하늘 위에서 우레(")가 번쩍이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높 은 하늘 꼭대기에서 꽝꽝거리며 위세를 과시하는 꼴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역동의 기운을 뿜어낸다. 한마디로 힘이 뻗친 상황이다. 이렇게 힘이 뻗칠 때의 과제는 함부로 힘자랑하지 않고 써야 할 곳에만 힘을 쓰는 일이다. 남들이 인정해주든 인정해주지 않든, 자 기할 일에 충실한 식신의 힘이 필요하다. 《주역》이 말하는 "바르 면 길하다"의 뜻이다. 단속할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 신이다. 주역의 경고처럼 뻗치는 힘을 갖고 "주먹질에나 씩씩하면 [장우지]) 바르다 해도 흉하다(貞凶[정흉])".
- 노력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을 명리학에서는 재성(財星)으로 표현한다. 보통 사람에게는 노동의 대가, 즉 돈을 버는 방법으로 주로 해석된다. 재성 중에서 정재(正財)는 자신에게 필요한 가치를 파악하고 획득하는 능력이다. 당장 돈이 없으면 밥을 굶기 때문에, 정재는 돈이 꼬박꼬박 들어와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안정 적인 직장을 선호한다. 현실적이다. 당장 밥벌이에 보탬이 되어야 일을 한다. 하지만 그 밥이라는 게, 아무리 잘 먹어도 하루 세끼다. 정재가 뜻하는 돈은 큰 규모가 아니다. 좋게 말하면 꼼꼼하고 치 밀하다. 나쁘게 말하면 쩨쩨하다. 더 나쁘게 말하면 인색하다. 돈 이 안 들어올 때를 대비해야 하는 탓이다. 일단 제 주머니에 들어 간 돈은 쉽사리 내놓지 않는다.
- 반면 편재(偏財)는 사회가 인정하는 가치를 파악하고 획득하는 능력이다. 편재가 하는 일은 사회에 보탬이 될 뿐 당장 내 배를 채 워주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남 좋은 일이다. 그러니 일할 때는 신 나서 보람차게 하지만, 내키지 않으면 안 해도 그만이다. 하고 싶 을 때만 일하니 매일 출근하는 월급쟁이는 취향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한다. 그러다가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대박이 터진 다. 돈의 액수가 정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장 끼니 해결도 못 하 면서 억 단위 돈을 우습게 말하는 뻥쟁이가 되기도 한다. 남의 돈 빌려다가 일을 벌인다. 벌면 크게 벌지만, 잃으면 크게 잃는다.
- 품만 들이고 결과물을 누리지 못하는 더 큰 이유는 비견(比肩) 과 겁재(財) 때문이다. 예전의 명리학 책은 비견은 친형제, 겁재 는 서자 형제라고 설명했다. 친형제만 있어도 유산을 나눠 가져야 하니 자신의 몫이 줄어드는데(群比爭財 [군비쟁재]), 겁재까지 있으 면 상속권도 없는 자식까지 유산을 빼앗겠다고 덤벼드는 꼴 爭財[군겁쟁재])이 된다. 겁재라는 이름 자체가 '재산을 겁탈한다' 는 뜻이다. 친형제인 비견은 유산 다툼을 하더라도 상식선에서 신 경전을 벌이는 정도이지만, 어차피 상속권이 없는 서자 형제는 인 정사정 보지 않고 죽자 살자 달려든다.
- 비견과 겁재를 갖고 있으면 전투력은 급상승하지만, 정작 전리 품을 나눠 갖거나(비) 빼앗기는(겁재) 꼴이 된다. 고생은 고생대 로 하고, 실속은 챙기지 못하는 셈이다. 명리학에서 군비쟁재(群比 爭財), 군겁쟁재(群劫爭財)라고 표현하는 상황이다. 전리품(재성)이 충분히 많다면 사이좋게 나눠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재성이 하나 뿐이라면 죽 쒀서 남 주는 팔자가 된다. 아이아스가 꼭 그렇다. 무 엇이든 나눠 갖고 빼앗아가는 비견과 겁재는 편관(偏官)이 이룩한 영광마저도 나누고 빼앗는다.
- 세상만사가 그렇듯 비견과 겁재가 나쁘기만 하지는 않다. 편관 은 기본적으로 일간을 극하는 힘이다. 말하자면 자신을 잡아먹으러 온 호랑이다. 비견과 겁재는 함께 호랑이와 싸우는 동맹군이 된다. 동맹군이 많으면 호랑이를 잡아서 타고 다닐 수도 있다. 호랑이를 앞세운 동맹군이라면, 천하무적이 된다. 명리학에서는 편 관과 겁재의 힘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殺相停[살인상정]) 군인으로 출세할 팔자라고 봤다.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무기가 비견과 겁재 덕분에 남들을 제압하는 무기가 되는 셈이다. 적군이 될 수도, 동맹군이 될 수도 있는 존재가 비견과 겁재다. 비겁이 많은 사람은 이들을 동맹군으로 만드는 데에서 인생의 성패가 갈린다.

-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말은 '대운(大運)'이다. '대운이 들어왔다'는 말을 흔히 쓰는 바람에 대운을 '좋은 운' 정도로 오해하기 쉬운 탓이다. 대운은 그저 10년 단위의 운을 이르는 말이다. 대운 이 들어오기로 말하면 늘 들어와 있다. 다만 아이아스처럼 미친 짓을 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고, 흔히 쓰는 대로 만사형통의 기운이 될 수도 있다.
봄의 기운이자 해가 떠서 하루를 시작하는 기운인 목(木) 기운 이 대운이나 세운으로 들어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평소 소심한 사람이었다면, 이 자신감이 새로운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동력이 된다. 반면 평소에도 겁없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일을 벌여 사고 칠 위험이 있다.
어려서는 부모의 사랑을 담뿍 받고, 공부에 재미를 느낄 나이에 인성 대운이 들어오고, 열심히 일하며 뜨겁게 연애할 젊은 날에 식상 대운이 들어오고, 결혼하고 재산을 불리고 승진할 나이에 재성과 관성 대운이 들어온다면, 일생을 살면서 필요한 때에 필요한 대운이 작용하는 셈이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주유소가 나타나는 격이다.
타고난 사주팔자는 물론 중요하지만 살면서 마주하는 대운과 세운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름을 살기에 적합한 사주를 타고났 는데 대운에는 겨울 기운이 가득하다면, 수영복만 입고 한겨울을 나는 기분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반면 수영복만 입고 태어난 팔자인데, 대운이 여름 기운이라면 폼은 좀 안 나더라도 먹고사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는 인생이다.
- 강력한 비견, 겁재와 편관의 힘으로 마구 폭주할 위험을 안고 있던 아이아스는 식신의 힘으로 훌륭하게 제 몫을 하며 잘살고 있었다. 아이아스가 영원한 2인자의 한계를 넘어 1인자의 영광을 누 리려면 정재운이 필요했다. 이 정재는 식신과 편관을 중재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극단적인 성격을 부드럽게 만들어 아이아스 에게 부족했던 2%를 채워줄 수 있다. 아이아스의 인생을 꽃피게 해주는 이 정재에 해당하는 기운을 명리학에서는 '용신(用神)'이 라고 한다. 또 이 용신에 힘을 보태주는 오행(아이아스의 경우에는 식신)을 '희신(神)'이라고 한다. 멀쩡하게 살던 아이아스는 편인운을 만나면서 인생이 꼬여버리고 말았다. 용신이나 희신을 망가뜨 리는 이런 기운을 명리학에서는 '기신忌神)'이라고 부른다.
사주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운이 바로 용신이다. 사주풀이의 핵심은 용신 찾기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용신은 명리학의 핵심 개념이다. 그런데 용신만큼 논쟁적인 개념도 없다. 같은 사주를 두 고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용신을 뽑는다. 그래서 명리 학 교과서들은 용신 찾는 방법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차라리 길이 하나라면 그 길을 좇아가겠건만, 길이 여러 개라고 하니 초보자로 선 오히려 길을 잃을 지경이다.
- 대운이나 세운에 용신이 들어오면 만사형통이고 운수대통이라 고 한다. 사주에 필요했던 '부족한 2%'를 채워주는 힘이기 때문이 다. 아이아스처럼 일간이 너무 강해서 폭주한다면 힘을 빼주는 기 운이 필요하다. 반면 일간이 너무 약해서 줏대 없이 휘둘리고 세 상이 요구하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힘을 보태줄 필요가 있 다. '억부용신'이라고 해서 사주가 신강한지 신약한지를 먼 저 보고, 신강하면 억제하고, 신약하면 부축해주는 기운을 말한 다. 같은 관성운이라고 해도 신강한 사주에게는 살이 권력으로 변 해(假殺爲權[가살위권]) 출세운이 되지만, 신약한 사주에는 수갑 찰 운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는 '조후(候)용신'으로 사주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도 있 다. 겨울의 기운인 수(水)와 가을의 기운인 금(金)이 너무 많으면 '사주가 춥다'고 한다. 이럴 때는 봄의 기운인 목(木)이나 여름의 기운인 화(火)로 기후를 적절하게 맞춰줄 필요가 있다. 수의 기운 이 넘쳐 우울증에 걸릴 지경인 사람에게 화(火)의 활달함을 불어 넣는 격이다. 억부용신의 중심이 일간이라면 조후용신은 사주 전체, 그중에서도 월지가 중요하다는 점이 차이다. 이 밖에 통관용신, 전왕용신, 병약(病藥)용신, 격국(格局)용신도 사주에 필요한 기운을 찾는 방법이다.
* 상극 관계의 두 오행이 각각 세력을 이뤄 대립할 때 이들을 연결시키는 기운이 용신이다. 화(火)와 수(水)가 맞설 때 목(木)이 개입하면 상극의 관계가 상생의 관계로 변한다.
** 사주 여덟 글자 중 한 오행이 6~7개를 차지할 경우 애써 균형을 잡으려 하기보다 편 중된 오행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의 용신. 어차피 억제할 수 없다면 성질대로 살도록 도와주라는 뜻이다.
*** 일간이나 용신의 힘이 과도하거나 심하게 부족할 때 '병들었다'고 표현한다. 넘치거 나[태과] 부족한不及[불급]] 기운을 덜거나 더해주는 기운은 '약'에 비유하는 데, 결과적으로 억부용신과 비슷하다.
**** 일간과 월지의 관계로 격을 정하고, 신강 신약에 따라 용신을 정한다. 과거에는 어 떤 힘으로 세상을 살고, 어떤 지위까지 오를지를 격으로 판단했는데, 요사이에는 격이라는 개념 자체를 잘 쓰지 않는다.
- 타고난 사주팔자가 자동차라면 대운과 세운은 도로에 흔히 비 유된다. 타고나길 벤츠로 타고났더라도 다니는 길이 줄곧 모래펄 이나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라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 싸구려 경차로 태어났더라도 잘 닦인 고속도로를 대운으로 만난 다면 최고 속도를 내며 제 몫의 인생을 구가한다. 그래서 사주풀이를 할 때는 타고난 팔자를 본 뒤 대운의 흐름을 살핀다.
- 한밤중에 가슴 절절하게 써내려간 연애편지를 밝은 날에 다시 보면 얼굴이 화끈거려 견디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밤중에는 감성 넘치는 수(水) 기운이 지배하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손발 오그라 들만한 사랑 고백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화(火) 기운이 지배하는 한낮이 되면, 한밤을 지배하던 감성은 사라진다. 간밤에 미친 짓을 한 느낌이다. 한밤에 써내려간 연애편지를 대개 부치지 못하는 이유다.
- 인생이라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면서 전방에 정체 구간이나 사고구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적어도 직진할지, 우회 할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급할 것 없다면 느긋하게 정체 구간을 통 과하며 동승자와 우애를 돈독하게 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 다. 급하다면 다른 길로 우회해서 사고 구간을 피할 수도 있다. 정체 구간에 들어서면 아무리 가속 페달을 밟아봤자 앞으로 나 가지 못한다.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뿐이다. 이미 정체 구간에 들 어섰을 경우, 사주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조급하게 굴지 않고 느긋 하게 언제쯤 정체가 풀리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다시 신나게 달릴 수 있는 때가 언제인지만 알아도 정체 구간의 답답함은 한결 가벼워진다. 대운과 세운을 통한 사주풀이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인생의 네비게이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네비게 이터가 있어도 결국 운전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올해 승진 한다'는 말은 점집에 가서 들을 말이다. 사주풀이를 한다면 '승진 운이 있으니 열심히 달려보시죠' 정도의 말이 고작이다.
- 예전의 명리학은 상관을 무척 안 좋게 봤는데, 무엇보다 정관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상관이라는 이름 자체가 '관(官)에 상처를 낸다'는 뜻이다. 관은 지금에 와서야 회사를 비롯해 각종 조직, 나아가 명예를 뜻하지만 과거에는 국가 그 자체였다. 말하자면 상 관은 반역의 기운이었던 셈이다.
주변에 보면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데 유독 승진에서는 물을 먹 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남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 어가는 회사의 부조리를 콕 짚어낸다. 윗사람의 지시가 잘못됐다 면 결국에는 따를지라도 기어이 한마디를 하고 넘어간다. 내키지 않는 일은 일부러 뭉그적거리다 마감 시한을 어기기 일쑤다. 관성 은 작게 보면 윗사람이다. 상관은 쉽게 말해 윗사람에게 대드는 기운이니 이런 사람에게 출셋길이 트일 턱이 없다
- 나이 어린 사람의 사주를 볼 때 상관이 강하면 '자격증을 따라' 는 충고를 듣기 마련이다. 바꿔 말하면 평범한 월급쟁이 생활에는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변호사니 의사니 대개 자격증 있는 사람들 은 정떨어지는 말버릇을 갖고 있어도 능력으로 인정받는다. 자격 증이란 '입바른 소리할 자격'을 주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두고 '상관이 도장을 차고 있다(傷官佩印[상관패인])'고 하는데, 실 제 의미는 훨씬 더 깊다.
잘난 척하는 상관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강자 앞에서 당 당하지만 약자에게는 연민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약자에 대한 연민을 잃어버리면 상관은 힘의 근거를 상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권력에 맞서 저항하다 나이가 들어 권력 이 됐을 때 더 이상 과거의 용기도, 총명함도, 설득력도 갖지 못하 는 이유는 그 자신이 강자 앞에 약하고 약자 앞에 강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상관의 힘으로 출세했지만 더 이상 상관을 쓰지 못하는 탓이다.
상관이 정인을 만난다면 상관 특유의 얄미운 말투가 사라지고 말투도 부드러워진다. 대신 약자에 대한 연민을 강화할 수 있다. 정인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힘이다. 존중하는 힘이 다. 현재의 상황도, 상대방의 입장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부 당한 지시를 내리는 윗사람에게 야멸찬 한마디를 날리려다가도 '저 양반인들 좋아서 저럴까'를 한번 떠올리는 힘이다. 자칫 인신공격과 감정 소비로 이어질 위기 상황 개선을 위한 토론으로 유 도하는 힘이다. 그러면서도 연민은 잃지 않는다.
- 재성이라면 여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돈을 뜻한 다. 말하자면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과연 좋은 일일까? 재성은 그 자체로 관성을 생하는 힘이다. 재성이 과도하면 없던 관성도 생긴 다旺[왕생살]). 사람들이 돈을 벌고 나면 명예를 탐내는 이치다. 하지만 관성이란 늘 양날의 칼이다. 그 자신이 휘두를 수 도 있지만, 자신이 그 칼에 베일 수도 있다. '재왕생살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돈을 너무 탐내다간 제명에 못 사는 수 가 있다는 뜻이 된다. 오디세우스는 강력한 재성의 유혹을 극복하 고 키르케나 칼립소의 품속을 떠났기에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 헤라클레스는 성격만큼이나 평판도 극단적이었다. 이런 극단적인 성격은 불로 가득 찬 사주에 물이 없을 때 곧잘 나타난다. 화(火)는 기본적으로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적극적이면 서도 인정 많고 예의 바르다. 다만 감정 기복이 심하다. 이때 불을 끄는 물이 없다면 감정 조절이 안 된다. 화가 끓어오를 때 참지 못 하는 분노 조절 장애다. 여기에 불의 땔감이 되어줄 나무(木)까지 있다면 격분 상태에서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를 만큼 위태롭다. 군대는 뭉쳐 있을 때 힘이 강하다. 대신 구성원의 개성을 말살 한다. 오행의 기운도 뭉쳐 있으면 특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화에 해당하는 계절은 여름 이다. 사주에 여름을 구성하는 사(巳), 오(午), 미(未)가 함께 있으 면 어마어마하게 뜨거운 불바다를 만든다. 이때 미는 토(土)의 기 능을 잃고 화로 작동한다(방합). 이보다 더 극적인 변화는 전혀 다 른 오행이 하나의 힘으로 뭉칠 때다. 초봄인 인(寅), 한여름인 오 (午), 늦가을인 술(戌)이 함께 있으면 역시 강력한 불바다가 된다 (삼합). 겨울이 끝나고 이제 막 도는 온기나 겨울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온기나 한여름의 열기라는 같은 꿈을 꾸기 에 기꺼이 자신의 성질을 버리고 화에 힘을 보탠다. 애틋했던 연 인과 과거 첫 만남의 추억이 현재의 사랑을 키워주고, 미래에서 로 의지하는 노년 부부의 꿈이 권태로운 부부에게 현재 사랑을 다 시 일깨우는 이치다.
- 타고난 사주에 삼합이 있으면 성격이 강할 뿐 그러려니 하고 살 기에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대운이나 세운에서 합이 이뤄질 때 다. 나무의 성질을 가진 인(寅)은 원래 불을 키우는 땔감이지만, 대운이나 세운에서 오(午)를 만나면 땔감이 아닌 불 자체가 된다. 헤라클레스가 병화(丙) 일간을 가졌다면, 약한 사람을 도와주던 모 성 본능과 힘든 일에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험심을 상실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고집불통이 되는 순간이다.
* 같은 계절을 구성하는 세 글자가 어우러진 모습을 '방합(合)'이라고 한다. 계절을 방위와 연관지어 생각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봄[목]은 동쪽, 여름[화]은 남쪽, 가을 [금]은 서쪽, 겨울[수]은 북쪽). 봄을 구성하는 인묘진(寅卯辰)은 강력한 목 기운을 형성 하고, 여름을 구성하는 사오미(巳午未)는 화, 가을을 구성하는 신유술(申酉戌)은 금, 겨울을 구성하는 해자축(亥子丑)은수 기운을 형성한다.
** 서로 다른 계절을 구성하는 세 글자가 하나의 힘을 만드는 모습을 '삼합三合)'이라 고 한다. 봄-여름-가을이 뭉친 인오술(寅午戌)은 화, 여름-가을-겨울이 뭉친 사유축 (巳酉丑)은 금, 가을-겨울봄이 뭉친 신자진(辰)은 수, 겨울-봄-여름이 뭉친 해 묘미(卯)는 목 기운을 만든다.
- 남자 사주에서는 돈과 여자를 똑같이 본다. 자신이 극하는 대상, 재성(財星)이다. 돈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어야 좋지, 통제를 못하면 오히려 돈이 주인이고 사람이 노예가 된다. 여자 역시 마 찬가지다. 적지 않은 (아마 대부분의) 유부남들은 아내를 극하기는 커녕 떠받들고 살지 싶다. 여자가 떠받들고 살 대상이라면 하나도 버겁다. 하물며 가는 곳마다 여자에 치인다면, 그 인생이야말로 고해가 아닐는지.
- 사주에서 욕망, 특히 성적인 욕망으로 해석하는 글자가 자수 (子)다. 자수는 시간으로 보면 밤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 30분, 한밤중이다. 휴식의 시간이자, 사색의 시간이자, 사랑을 나누는 시 간이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다산, 나쁘게 말하면 과잉 성욕을 뜻 하는 기호로 쓰이기도 한다. 대개의 명리학 책이 자수를 두고 '잔 꾀가 많고 재주는 있으나 색정으로 인한 패가망신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가뜩이나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던 헤라클레스 같은 사람이 자수 대운을 만난다면 패가망신으로 가는 고속 열차를 타는 셈이다.
- 자정(正)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자수는 날짜가 바뀌어 새 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때다. 그래서 자수를 대운이나 세운에서 맞 이하면 새로운 시작의 기호로 읽기도 한다. 좋게 말해서 새로운 시작이지, 나쁘게 말하면 상황의 급변, 악화를 뜻할 수도 있다. 특 히 헤라클레스처럼 강력한 불기운의 힘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에 게 한겨울의 차가운 얼음물인 자수는 삶의 동력 자체를 꺼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물은 불을 끄는(극하는 힘이지만, 자수가 오화(午) 를 만날 때는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한겨울의 기운 과 한여름의 기운이 만난다면, 얼음이 더위를 식힐까, 더위가 얼 음을 녹일까? 얼음도 녹고, 더위도 꺾인다. 서로 망가지는 셈이다. 대형 세단과 경차가 정면충돌하면 (경차가 더 많이 부서지긴 하겠지만) 박살 나기는 둘 다 마찬가지인 원리다. 이걸 두고 명리학에서는 '충(神)'이라고 한다. 상반된 힘이 정면에서 서로 부딪혀 깨지 는 상태를 말한다. 봄의 절정(卯)과 가을의 절정(酉)이 부딪힐 때 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난다.*
명리학자가 마치 점쟁이처럼 사람의 일생을 줄줄 읊을 수 있는 힘은 타고난 사주팔자에다 대운과 세운이 일으키는 합과 충의 작 용을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으로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하 지만 그 사건이란, 결국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자신의 사주를 스 스로 보고 해석하는 일은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내면 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 대운은 월지에서 뽑기 때문에 누구나 50대에 월지에 충을 맞게 되어 있다. 월지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힘이다. 이 힘이 충을 맞 았다는 건 사회생활을 해온 동력을 상실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 부분 50대에 극심한 심리적 방황을 하고 은퇴를 한다. 하지만 생 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어떨까. 50세까지 사회생활을 이끌어온 힘 을 상실했다면, 새로운 힘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어쩌면 50대에 겪는 방황이란, 새로운 방식의 삶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아닐까?
- 귀가 얇아 남의 설득에 쉽게 넘어가는 성격은 계수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정인(正印)과 편인(偏印)이 함께 있을 때 나타나는 특 징이기도 하다. 데이아네이라는 계수(癸)가 정인인 경금(庚)과 편 인인 신금(辛)이 지장간인 유(酉)을 깔고 앉아 있는 유(酉) 일주의 소유자가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사주는 여덟 글자로 구성돼 있지만 단 두 글자일 뿐인 일주만 봐도 대략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명리학 책들이 말하는 계유 일주 는 대개 이렇다. 좋게 말해 감수성이 뛰어나고, 나쁘게 말해 감정 적으로 예민하다. 뭔가에 꽂히면 몰입하고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많지만 내면은 늘 불안하고 여리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자칫 우울증의 위험이 있다.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면 엉뚱한 짓을 벌이기도 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누군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얼핏 봐도 데이아네이라의 성격과 판박이다.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행위는 발산을 뜻한다. 응축을 뜻하는 물은 발산을 뜻하는 불이 없으면 고인 물이 된다. 고인 물은 썩는다. 썩은 물이 바로 우울증이다. 의사들이 모든 우울증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이 있다. '집 안에 혼자 있지 말고 야외 활동 하시고, 다른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세요.' 해를 보는 야외 활동은 말 그대로 화(火) 기운을 보충하는 지름길이다. 사람들을 만나 속 마음을 털어놓는 일 역시 발산의 화 기운이다. 사주에 화 기운이 없거나 부족해서 우울증에 걸렸지만, 야외 활동이나 친구들과의 수다만으로도 없는 화 기운을 만들어 쓸 수 있다. 돈 주고 부적 쓸 필요가 없다. 진짜 부적, 진짜 처방은 생활 속에 있다.
- 데이아네이라는 말하자면 예뻐서 괴로운 여자다. 아닌 게 아니 라 헤라클레스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상태에서도 네소스에게 강간 당할 위기를 겪기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남자가 꼬이는, 좋게 말 하면 남자에게 인기가 많은 여자다. 여자 사주에서 남자는 관성( 星)이다. 관성이 강하거나 일간이 관성과 합을 이루면 남자와의 인연이 유독 강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여자 사주에 관성이 많으면 기생 팔자라고 불렀다.
여자 사주에 관성이 많으면 '남자를 밝히는 여자'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에 욕망에 큰 여자'로 이해해야 한다. 관성 자체가 권력과 명예를 지향하는 힘이고, 조직에 속해 사회생활을 하는 힘이다. 남자들과 적극적으로 경쟁하며 사회생활을 하거나, 직업이 없 다면 동네 통반장, 하다못해 동창회 총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 는 여자들이다. 비하하는 뜻으로 기생 팔자라는 말을 했지만, 따지 고 보면 과거에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의 대표가 기생 아니었 을까?
- 비겁이 있으면 여자가 자존심 세우느라 남자의 구애에 뜨뜻미지근하게 대응할 법하다. 비겁의 또 다른 특징은 강한 인정 욕구다. 떠받들어줘야 만족하는 여자다. 고집이 세서 의견 조율 과 정에서 물러서지도 않는다. 이런 여자와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을 연애한다면 남자가 가끔 서운해하고 싸우긴 하겠지만 사랑의 힘 으로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1년, 2년, 나아가 10년, 20년 동안 같 은 행태가 반복된다면 어떨까? 남자도 지친다. 남자로서는 탈출구 를 찾고 싶어지는 것이다.
- 명리학 격언에 '상관이 관성(정관)을 보면 100가지의 불행이 닥친다(傷官見官爲禍百 [상관관 위화백단])'고 한다. 과거에는 관성을 극하는 상관을 가 장 흉하게 봤다. 벼슬길에 오르는 것만이 유일한 출셋길이었기 때 문이다.
상관은 특히 여자 사주에 있을 때 흉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 그 도 그럴 것이, 남편 자체가 이미 관성인 탓이다. 즉, 남편 이겨먹는 여자인 셈이다. 특히 사주에 상관과 관성이 함께 있는 여자가 아 들을 얻으면 남편과 이별한다(得夫別[득자부별])는 말도 있었다. 상관인 아들이 성인 남편을 잡아먹는다는 무시무시한 저주다.
- 사주팔자에서 천간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남들 눈에 보이는) 모 습이다. 파이드라의 경우 정숙한, 즉 법과 도덕에 충실한 여자로 보이고 싶어 한다. 관성이 천간에 있는 셈이다. 반면 지지는 남들 이 보지 못하는 내면의 모습, 남들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 의 현실이다. 예컨대 재성(財星)이 천간에 있으면 부자로 소문났 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사람, 재성이 지지에 있으면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알부자라고 흔히 해석한다.
- 식상은 여자 사주에서 자식을 뜻하기도 한다. 식상이란 일간이 생하는 대상이니, 말 그대로 여자가 낳은 사람, 자식이 된다. 반면 관성은 여자 사주에서 남편을 뜻하기도 한다." 신혼일 때에는 남 편밖에 모르던 여자가 자식을 낳고 나서는 남편은 안중에 없고 자 식만 챙기는 모습을 흔히 본다. 식상이 관성을 극하기 때문에 벌 어지는 현상이다. 식상이 많으면 관성이 힘을 쓰기 힘들기에 부부사이가 서먹하기 쉽다.
* '여자에게 관성은 남편'이라는 명리학 이론이 남녀평등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 도 있다. 남자가 여자를 극한다는 발상은 과거에나 통용되던 사고방식 아니냐는 지적 이다. 여성의 변화된 사회적 지위로 보면 맞는 말처럼 보이는데, 생물학적인 남녀 관 계를 떠올려보면 역시 아무리 여성의 위상이 높아지더라도 여전히 남편은 관성이 될 수밖에 없다. 생물학적으로 임신은 남자가 분출한 정액을 여자의 난자가 받아들인 결 과다. 남자가 일간이라면 분출이라는 식상의 대상이 여성이라는 재성이 되고, 여자가 일간이라면 남자라는 관성의 정액을 받아들이는 인성의 과정을 거쳐 임신이 되기 때 문이다.
- 인생을 비관해 자살에 이르는 유형을 사주로 풀이하자면 우선 신약(身弱)한 경우, 즉 의지가 약하고 주변에 이끌려 다니는 경우 가 있다. 사주에 일간과 같거나(비) 생하는 기운(인성)이 부족할 때 신약하다고 한다. 일간이 약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일간과 같 거나 생하는 기운이 많으면 신강(强)하다고 한다. 신강하면 '남 들이 뭐라 하든 알게 뭐야. 난 잘 살고 있어'라고 말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대부분의 자살은 한순간을 참지 못해 일어난다. 즉, 순간의 감 정을 참아낼 능력이 있다면, 설령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자살에까 지 이르지는 않는다. 살면서 닥치는 어려움은 관성(직업 활동, 조직 스트레스, 여자의 경우에는 남자)에서 비롯된다. 특히 편관(偏官)이 강하면 삶의 어려움이 커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자살의 요인으로도 꼽힌다. 하지만 일간을 극하는 관성은 인성(印星)을 거치는 순간 일간을 강하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殺印相生 [살인상생]). “나를 죽 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유명한 말은 명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도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인성 이 없다면 직접적으로 관성의 극을 당해 버티기 힘들 수 있다.
- 보석인 동시에 날카롭게 벼려진 칼이기도 한 신금의 성격에서 가장 무서운 특징은 복수심이다. 누구라도 자신을 건드리면 참지 못한다. 손해를 입히거나 망신을 주면 어떻게든 반드시 갚아준다. 특히 신금이 두 개 연달아 있다면 면도날 두 개가 서로 싸우는 형 태로 '못 말리는 잔인한 복수심(伏吟相剋[복음상극])'을 나타낸다. 그래서 '신금 일주와는 웬만하면 싸우지 마라'는 사주 격언이 있 다. '내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너 잘되는 꼴은 못봐주겠다' 하는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 지극히 편협한 히폴리토스의 사고방식은 편인(偏印)과 편관이 결합했을 때 만들어진다.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편인) 자 신만의 시각을 세상에 강요(편관)한다. 망상(편인)에 빠져 있으면서 과도한 자신감(편관)으로 주변 사람을 무시하고 피곤하게 한다. 광 신도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사주 구성이다.
사주와 무관하게 SNS를 자주 하거나 유튜브를 자주 보는 사람에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본 것과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알아서 제 공한다. 자신도 모르게 늘 똑같은 말을 들으면서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세상이 온통 자기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듯 보이고, 간혹 다른 생각을 접하면 경멸과 혐오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아져 광신도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SNS 세상이 만들 어내는 편인과 편관이다.
- 남자에게 재성은 여자를 뜻한다. 그래서 남자 사주에 재성이 많 으면 흔히 바람둥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여자와 연애에 관심이 없는 히폴리토스는 재성이 없거나, 있더라도 강한 편관 때문에 힘 이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그저 관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 로까지 발전했다면 재성이 아예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간절히 원하는 대상이 결핍됐을 때, 사람들은 그 대상을 싫어하는 듯 행 동하고는 한다. 너무나도 먹고 싶은 포도를 먹지 못하게 되자 신 포도라고 제멋대로 규정하는 식이다.
재성이 아예 없는 무재사주를 흔히 청빈낙도의 팔자로 본다. 돈에 관심 없이 청빈한 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과 아예 인연을 끊고 살면 모를까, 세상과 부대끼면서 과연 돈에 관심을 끊고 산다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이런 사람들은 대운(또 는 세운)에서 재운이 들어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재운이 들어 왔을 때 돈도 벌고 결혼도 한다.
남자 사주에서 재성은 아버지를 뜻하기도 한다. 아버지 없이 태 어나는 사람은 없으니 재성이 없다면 아버지가 있어도 없는 사람 같다는 뜻이다. 즉, 인생에서 아버지가 미치는 영향력이 작거나 살 면서 아버지 덕을 못 본다는 뜻이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물론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다소 서럽겠지만, 자식 입장에서 아버지란 재성이라 는 말 그대로 '돈 벌어다주는 사람이다."
- 사주에서 재성이 없다면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사주에서 재성은 흔히 돈, 재운으로 풀이하지만 곧잘 일복, 사 교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돈을 벌자면 당연히 일을 해야 하고, 그러자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재성이란 쉽게 말해 거친 세상과의 직접 만남이다. 무재 사주란, 좋게 말해서 청 빈낙도의 삶이지 나쁘게 말해서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삶이 다. 일도 하지 않고 친구들도 마음 맞는 몇몇하고만 어울린다.
재성은 인성을 극한다. 학생이 친구들과 놀기 (재성) 좋아하면 공 부(인성)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일(재성)에 푹 빠진 직장인에게 공 부(인성)까지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내(재성) 뒤꽁무니 만 졸졸 쫓아다니면 어머니(인성)를 서운하게 만든다. 일(재성)을 하다 보면 딴생각(인성)이 없어진다. 
- 전통적으로 사주에서 성적인 의미로 가장 많이 쓰인 개념은 도화살이다. 무시무시한 살 앞에 꽃 이름을 붙인 이유는 복이다.
사꽃복숭아꽃의 꽃말이 '사랑의 노예'라는 점만 봐도 알 만하다. 도화살은 과거 호색, 음란한 성격에 주색잡기로 패가망신한다고 해서 남녀 불문하고 결혼 기피 대상 1호였다.
도화살을 뜻하는 글자는 자수), 오화(午), 묘목(卯), 유금(酉) 이다. 각기 계절이 가장 왕성할 때, 계절의 매력이 가장 돋보일 때 를 나타내는 글자다. 도화살이 있으면 자석처럼 남의 시선을 끌 어당겨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면접 장에 여러 명이 우르르 들어갔는데 유독 눈에 띄는 딱 한 명의 느 낌이다. 예뻐서가 아니라 왠지 모르게 호감 가는 유형이다. 현대명리학에서는 도화살을 인기살로 이름을 바꿔 부르기도 한다.
히폴리토스는 종교적인 성향이 강했다. 세상 속에서 권력을 누 리기보다는 순수 그대로의 초원에서 아르테미스 여신을 영접하기 를 즐겼다. 세속을 떠나 출가하는 편이 더 어울리는 성격이다. 명 리학은 이런 성격을 '화개살華蓋殺)'이라고 설명한다. 화려했던 (華) 삶을 뒤로하고 뚜껑을 덮는다(蓋)는 뜻이다. 과거 명리학에서 는 화개살을 출가해서 승려가 되거나 기생이 될 팔자라고 불렀다. 승려가 되든, 기생이 되든, 가족을 버려야 한다. 즉, 외로움과 고독 을 감당해야 한다. 화개살은 '꽃방석살'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승 려가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 명예를 얻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명예살'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 화개살을 뜻하는 글자는 진토(辰), 술토(戌), 축토(丑), 미토(未) 다. 모두 하나의 계절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절로 이어지는 때를 뜻하는 글자다. 이미 이룬 성과를 미련 없이 버리고 남들은 범접 하지 못하는 분야를 개척하는 힘이다. 개척해서 성공하면 대박이 지만 실패하면 쪽박이다. 그래서 사주 지지에 토를 많이 깔고 있 다면 인생에 풍파가 많다고 풀이한다.
지지의 토가 갖는 변화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몇몇 천간들이 있는데, 과거 명리학 하던 분들이 이 경우에도 '살'이라는 험악한 이름을 붙여놓았다. 하나는 북두칠성처럼 밝게 빛날 수 있는 괴강살(魁罡殺), 또 하나는 보통 호랑이에게 물려간다는 백호살(白虎殺)이다. 이름만 봐서는 괴강살은 좋고, 백호살은 나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둘 다 극단적인 길흉의 작용력을 갖고 있다. 잘 풀리면 대박, 안 풀리면 쪽박이다.
- 역마살(驛馬 殺) "도 함께 비교해볼 만하다. 한곳에 붙어 있지 못하고 이리저 리 떠돌아다닌다는 뜻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었던 과거라면 몰 라도 지구촌 시대가 된 지금은 역마살을 흉한 팔자로 받아들일 이 유가 전혀 없다. 역마살을 뜻하는 글자는 인목(寅), 사화(巳), 신금 (申), 해수)다. 각 계절을 시작하는 때를 뜻하는 글자들이다. 그 만큼 분주하고 역동적이며 활동적이라는 뜻이다.
히폴리토스가 마침 도화살, 화개살, 괴강살이 작용한 흔적을 보 이긴 하지만, 사실 최근의 명리학 흐름은 신살에는 큰 의미를 두 지 않는다. 사주 전체를 흐르는 오행의 흐름을 봐야 하는데, 신살 에 주목하면 한두 글자에 집착하느라 전체를 놓치기 때문이다. 그 런데도 많은 명리학 용어 중에 유독 신살의 이름들만 우리 귀에 익숙한 이유는 뭘까? 사주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신살을 앞세워 겁부터 주려 했던 탓이 아닐까 싶다. 명리학을 점술 수준으로 깎아내리는 행동이다.
- 여자에게 배우자는 관성이다. 기본적으로 관성이 비겁을 극하 지만, 비겁이 강하면 관성이 무력화된다. 도끼가 나무를 베지 못하 고 도끼날이 부러지는 격이다. 그래서 여성의 사주에서 비겁이 강 하면 남편이 제 역할을 못 하거나, 여성이 남편을 무시한다고 흔 히 풀이한다. 비겁은 특히 재성을 극한다. 여자에게 재성은 관성 (남편)을 생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어머니가 된다. 여자 사주에서 비겁이 강하면 고부 갈등의 신호라고 보는 이유다
- 식신은 무언가에 관심이 꽂히면 깊이 파고들어간다. 완전히 헤집어 바닥까지 봐야 직성이 풀린다. 자신이 꽂힌 대상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어린아이가 TV를 보느라 집중할 때 옆에서 불러도 듣지 못하는 딱 그 모습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고, 세상의 규칙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 과 도무지 섞이지 않는 괴짜들이다.
식신은 흔히 연구와 창조력의 원천이라고 풀이된다. 영화에서 보는 천재 과학자들의 기이한 행색, 정장이라고는 입을 줄 모르는 방송사 PD, 공식 회의 자리에서도 햄버거로 식사를 대신하던 빌 게이츠나 어디서나 터틀넥만 고집한 스티브 잡스가 식신을 쓰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식신이 강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해야 하고, 남 들이 시키는 '해야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내키면 겁 없이 덤벼 들어 팔을 걷어붙이지만, 싫으면 때려도 안 하고 버틴다. 듣는 사 람 기분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고, 마음에 없는 말은 죽어도 못한다. 마음 상하는 순간 동생 이스메네에게도 '넌 빠지라고 하는 안티고네처럼 일 처리도 감정적이다.
식신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느라 남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다면, 상관(傷官)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남들을 이용한 다. 상관의 가장 큰 특징으로 흔히 사교성을 꼽는다. 사람을 이용 해야 하니, 당연히 사람을 가까이 둬야 한다.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 자신이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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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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