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버리면

etc 2022. 12. 29. 19:08

- 그가 살아가는 삶의 뿌리에는 '무소유'가 있다. 집, 차, 시계는 갖지 않는다. 술이나 담배도 입에 대지 않는다. 돈도 젊은 시절부터 생활에 필요한 몫을 제외하고 전부 다 기부했다. 소유한 것이 없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고민하지도 않고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
- '아직 일러 준비가 안 됐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기다려도 타석에 서는 날은 오지 않습니다. '완벽히 준비된 날'은 평생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완벽하다 생각해도 그 위가 있는 법이니까요. 저는 늘 무작정 행동했고 어느 정도 실패도 겪었지만, 지금 이렇게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 무언가를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는가? 자신에게 질문했을 때, 거짓이 없다면 있는 힘을 다하세요. 괜찮습니다. 타석은 다시 찾아옵니다.
- 시작하는 용기와 비슷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그만두는 용기'입니다. '그만둘 때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너무 힘을 많이 쏟았다고 느꼈을 때'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우리는 세세한 내용들이 아니라 크고 자연스러운 흐름 만들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오기가 생기거나 '왠지 나답지 않은데' 하고 느꼈다면 이제 그만둘 시기라고 생각하세요. 그만둘 때 최대의 훼방꾼은 과거의 자신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게 아까워'라는 마음이 무거운 족쇄가 되어 발을 잡는 사람을 많이 봐 왔습니다. 과연 그렇게 계속 질질 끈다고 해서 미래가 있을까요? 자신에게 질문해 보세요. 이제는 상황이 전과는 달라지지 않았는지 주변을 잘 살펴보세요.
- '목표를 높게 잡고 돌진하라'라는 것은 근대에 추구했던 탐욕을 전제로 한 부국강병의 정신입니다. 인간은 그런 목표 없이도 눈앞에 있는 행복이나 즐거움만 좇으며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나라에서 사는 섭리를 아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요?
- 저는 버릴 생각을 하기보다는 애초에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을 선택했습니다. 대만에 집이 있긴 하지만 월세를 내며 생활합니다. 최소 필요한 가구만 갖고 있고 일본에 일이 있을 때는 호텔에 머무릅니다. 차도 없습니다. 값비싼 손목시계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미팅을 제시간에 마치기 위한 액정 시계 하나면 충분합니다. 비싼 일용품도 사지 않습니다.
저는 물건에 전혀 집착하지 않습니다. 소유하지 않으면 생활이 물건으로 가득 차는 일도 없고 땅이나 집을 사고파는 번잡한 절차도 필요 없습니다. 무엇보다 재해의 위험에서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저는 몸이 홀가분한 삶을 좋아합니다.
- 물건을 소유한다고 해서 안정감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감이 늘어날 뿐이지요. '언제든 옮길 수 있어. 어디서든 바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어. 저는 늘 홀가분한 몸으로 인생의 선택지를 넓히고 싶습니다.
- 추억은 좋은 것입니다. 물론 저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중하다고 해서 거기에 얽매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일수록 거기에 매달리면 안 됩니다. 과거를 지키고자 하면 그것은 '전례'가 됩니다. 그러면 그 전례와 비슷한 일을 또 반복하고 싶어집니다.
전례가 있을 때만 행동하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전례는 미래를 옭아매는 것입니다. 격동하는 현대에서 전례는 쓸모가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인간이고 싶기에 저는 추억도 버립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늘 새로운 경치를 바라보고 싶습니다.
- 처음부터 '이만큼만 갖고 가야지' 하고 한계를 정하면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소지품들은 포기할 수 있습니다. 새 물건을 사면 낡은 물건은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지품을 항상 새것으로 바꾸면 신선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짐을 맡기는 데 대한 걱정도 없고 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절약됩니다. 작은 가방 하나만 드는 생활은 어떤가요?
-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리더는 언제든지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하고 갑작스러운 상담을 언제든 받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분 단위로 빼곡하게 채워진 스케줄로 우쭐대고 있어서는 중요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란 제각각 들어온 정보가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연결됐을 때 번뜩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혹시 방금 본 그게 2주 전에 들은 그거랑 관련이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막연하게 생각할 시간을 일부러 비워두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 업무로 한창 바쁘더라도 정기적으로 '멍하니 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조용히 차 마시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 술자리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인연이 있는 사람과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만날 테니까요. 원래 인간관계에는 맞지 않는 사람도 당연히 있는 법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나요?
- 인간은 익숙해지면 바보가 됩니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점점 녹슬어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웬만큼 불편한 기회를 일부러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소부터 의식하며 지냅니다. 대화 하나만 봐도 잘 아는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할 때가 당연히 편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성격을 지녔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상상이 되기 때문에 안심이 됩니다. 그러나 항상 똑같은 사람과 만나 비슷한 대화만 하면 머리는 점점 녹슬어 갑니다.
-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입니다. 특히 남녀 사이에서는 뛰어난 금슬을 자랑하던 부부도 결국 이별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저는 '서로 향상할 수 없는 관계가 되면 헤어지는 편이 서로를 위한 것'이라는 부부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긴 인생을 좀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별은 찬란한 미래를 위한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좋지 않게 헤어지는 커플이 상당히 많은 듯합니다. 아쉬울 따름입니다.
- '언제 버려도 좋은 옷을 입으면 행동에 제한이 없으니 마음껏 움직일 수 있습니다. 멋은 굳이 비싼 옷을 사지 않아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조합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당히 외치고 싶습니다. 이 조합 저 조합 바꿔 가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즐기는 것이 제 성격에 맞습니다. 그런 마음의 자유가 저에게는 가장 소중합니다.
- 우수한 직원도 많은데 굳이 제 머릿속에 모든 지식을 넣으려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옛날부터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어서 '그날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기억했다가 나중에 끄집어내서 검색할 때도 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림 한 장을 장식하려면 그림을 방해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벽 쪽에 놓인 물건을 치우고 쓸모없는 물건을 버립니다. 결국 소유물의 수는 줄어듭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 훨씬 더 고급스럽습니다. '버리는 사치'야말로 앞으로 새로운 가치가 될 것입니다.
- 상황이 변하면 행동도 변해야 합니다. 두 시간 전에 자신이 했던 말에 사로잡혀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일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이게 옳다'라는 진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 역시 제가 내린 판단조차 정하는 순간부터 의심하니까요.
- 왜 메일도 아닌 전화로, 게다가 시간 간격도 두지 않고 바로 전달을 하냐면, 생각이 떠올랐을 때 느끼는 그 설렘과 흥분이 가시기 전에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글로 적기 시작하는 순간에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 싫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출발하자마자 브레이크를 밟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목소리는 그 크기와 톤에 감정을 실어서 말의 내용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아이디어는 말로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것도 '즉시' 말이지요.
-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유를 갖고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장이 1초라도 빨리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장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마지막에 방침을 결정한다면 현장은 절대 움직이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체되는 것도 아깝고,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일의 질도 떨어집니다. 게다가 결정이 늦어지는 동안에도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점점 정확도는 떨어집니다. 바로 결정하는 것. 그것이 사장에게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금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기부하고 싶습니다. 자산도 심플하게 정리했습니다. 아들들에게 남길 자산도 거의 없습니다. 형태가 있는 것을 남기지 않아야 형제들이 우애 좋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형태가 없는 마음'이야말로 진짜 남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아이를 꾸짖었을 때 꾸짖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왜 이렇게 혼이 나는지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부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렇게 엄격하게 꾸짖는지, 그 '마음'도 한 덩어리로 같이 전하지 않으면 남는 게 없습니다. 형태가 없는 것을 얼마나 남길 수 있는가. 그것이 분명 인간으로서의 역량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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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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