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는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짓밟힌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수단이었다. 보급 초기에 말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같은 이동 거리와 자유를 제공했다. 유전학자인 스티브 존스Steve Jones는 자전거의 발명이 근래 인류의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인접 지역 밖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고, 사귀는 일이 마침내 쉬워졌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사회적 혁명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제조업 부문의 혁명도 초 래했다. 19세기 전반기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정밀 가공한 대체 가능 부품들이 미 육군의 군용 화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초기에 민간 기업 들은 이런 대체성을 완전히 모방하느라 비용을 너무 많이 들여야 했다. 고정밀 군수품 제조와 복잡한 부품의 폭넓은 대량생산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이 바로 자전거였다. 자전거 제조 업체는 품질을 희생시키지 않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냉간 강판을 새로운 형태로 찍어내는 것과 같이 간단하면서 쉽게 반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들은 또한 볼베어링, 공기 타이어, 디퍼렌셜 기어, 브레이크도 개발했다.
헨리 포드 Henry Ford 같은 자동차 생산자들은 이런 제조 기술과 혁신적 인 부품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최초의 안전 자전거는 1885년에 영국 코번트리에 있는 로버Rover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로버가 자동차 업계에서 주요 업체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자전거 제작에서 자동차 제작으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는 이상적인 조건에 서 모든 경매는 동일한 매출액을 올릴 것임을 증명하는 유명한 정리를 만 들었다. 그러나 다른 경제학 정리와 마찬가지로 그의 정리는 문제를 지 나치게 단순화한다. 경매에서는 세부적인 내용이 큰 의미를 지닌다. 그래 서 속임수를 쓸 수 있는 허점이 있거나 입찰자들이 나서기를 주저하게 만 드는 요소가 있으면 크게 실패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경매가 활용되는 반면 다른 경우에는 판매자가 그냥 원 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이유가 궁금할 수 있다. 가령 동네 슈퍼마켓에서 는 배추를 경매에 부치지 않는다. 그 답은 경매란 판매되는 물건의 가치를 누구도 확실히 모를 때 효력을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베이eBay에서 팔리는 중고 제품이 명확한 사례다. 하지만 미탐사지의 석유 시추권, 다빈치의 그림,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 사용권 등 다른 사례도 많다. 과거에는 주파수 대역 같은 공유자원을 미 미한 금액으로 특혜 기업에 넘겼으나 지금은 정부가 경매에 부쳐 수십억 달러를 챙긴다.
이런 각 사례에서 진정한 가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각각의 입 찰자는 나름의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다. 경매는 이 모든 정보를 취합해 가격으로 바꾼다. 이는 상당히 교묘한 방식이다. 로마인들은 경매의 교묘함을 이해했다. 그래서 자신들이 겁먹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한니발의 귀에 들어가도록 경매 결과를 흘렸다.

- 튤립 구근이 정말로 1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보기만큼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튤립 구근은 튤립만 피우는 것이 아니 라 자구offset라는 구근을 추가로 만든다. 아름다운 패턴을 지닌 튤립은 자구도 비슷한 패턴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 희귀한 구근을 소유하는 것은 우승 경주마를 보유하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즉, 그 자체로도 가치를 지니지 만 자손을 낳을 잠재력 때문에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 부자들이 특이한 튤립을 갖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근에 고가를 지불하는 것은 전혀 바보 같은 짓이 아니다.
금융 버블은 기대가 전환점에 이를 때 꺼진다. 충분한 사람들이 가격 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면 더 큰 바보들의 공급이 줄어든다. 이 점이 1637년 2월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가격 폭락을 설명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론도 있다.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같은 희귀 튤립의 구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네덜란드에서 비교적 따듯한 도시 중 하나인 하를럼에서 2월은 튤립의 새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시기다. 풍부한 새싹이 올라오는 것을 본 구근 거래자들은 구근이 많이 늘어날 것이고, 희귀 튤립은 생각 했던 것보다 덜 희귀할 것임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격 하 락은 거품의 파열이 아니라 공급의 증가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광풍은 잦아들었다. 그 여파는 고통스러웠다. 많은 거 래가 현금과 구근의 교환이 아니라 향후에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이 뤄졌다. 돈이 없는 구매자와 구근이 없는 판매자 사이에 누가 무엇을 누 구에게 얼마나 빚졌는지를 두고 엄청난 갈등이 빚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영을 구가하던 네덜란드의 경제는 계속 순항했다.

- 영화 로열티royalty(저작권)가 있기 전에는 그냥 로열티royalty (왕족)만 있었다. 1760년대에는 영국의 여왕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를 수 없었다. 웨지우드의 퀸스 웨어 도박은 멋지게 성공했다. 그는 판매량이 “실로 놀랍다고 적었다. 퀸스 웨어는 경쟁사의 비슷한 제품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팔렸다. 역사학자인 낸시 콜Nancy Koehl에 따르면 “중산층 고객은 낮은 가격보다 품질과 유행으로 확보해야 했다? 
웨지우드는 자신에게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많이 쓰이고 호 평을 받는 것에 홍보 방식이 차지하는 비중과 실제 효용 및 외양이 차지 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그는 이제부터 “제품 자체만큼이나 왕실 혹 은 귀족의 인정을 받는 데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웨지우드가 다음에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나름의 쿨헌팅coolhunting에 착수했다. 그는 그랜드 투어 Grand Tour를 하는 동안 미술품을 갖고 돌아오는 부유한 미술품 수집가들, 즉 비르투오소 virtuoso들에게 접근했다. 그가 발견한 가장 인기 있는 신상품은 당시 이탈 리아에서 출토되던 에트루리아 Eruscan 도자기였다5 웨지우드가 비슷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는 연구실에서 금분bronze powder, 황산화 철, 미정제 안티몬antimony 등으로 실험해 에트루리아 스타일을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안료를 개발했다. 그는 운하 옆에 세운 공장의 이름을 뻔뻔하게도 에트루리아'라고 지었다.
귀족 고객들은 신제품에 열광했다. 한 노년의 영주는 꽃병 세 개를 주 문하며 “고대 그리스, 로마인 들보다 뛰어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 후에도 웨지우드는 실험을 계속했다. 전통적인 공법은 점토를 구운 다음 페인트나 에나멜을 바르는 것이었다. 그는 불에 굽기 전에 금속 산화물로 점토를 염색해 신기한 반투명 효과를 내는 법을 알아냈다. 그 결과 지금 도 웨지우드 브랜드라고 하면 연상되는 뚜렷한 담청색에 백색 장식이 도 드라진 재스퍼 웨어 Jasper Ware가 만들어졌다.
재스퍼 웨어는 또 다른 초대형 성공작이었다. 역사학자 제니 어글로 Jenny Uglow의 말에 따르면 웨지우드는 “유행을 그저 따르는 것이 아니라 창출했다.
그런데 왜 웨지우드는 코스 추측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난 뒤 귀족 고객들은 웨지우드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 답은 유행의 낙수 효과 이론에 있다. 사람들이 자신보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을 모방하려 할 때 당신이 이미 상층부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당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애쓰게 된다. 현재 일부 경제학자들은 유행을 코스 추측의 예외로 분석 한다. 잠시 기다리면 어떤 제품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아도 때로는 지금 바로 갖고 싶어 한다. 웨지우드는 여왕의 환심을 사고 몇 년 뒤 퀸스 웨어가 “이제는 어디에서나 저속하고 흔해빠진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중산층과 달라지고 싶다면 새로운 것을 사들여 부와 훌 륭한 취향을 뽐내야 했다. 웨지우드는 언제나 그들에게 팔 새로운 것을 갖고 있었다.

- 역사학자이자 황금빛 대학살 Golden Holocaust)의 저자인 로버트 프록터Robert Proctor는 “담배 산업이 현대 마케팅의 대부분을 고안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담배가 마케팅의 길을 열었을까? 언제나 단 하나의 답은 없다. 담배는 1839년에 황색종건조법flue-curing이 우연히 발견되어 알칼리성을 낮추지 못했다면 고전했을 것이다. 알칼리 성이 낮아진 덕분에 폐까지 연기를 흡입할 수 있게 되어 그냥 입에만 머금 고 있는 것보다 중독성이 높아졌다. 성냥의 발명도 도움을 주었다. 그러 나 주연은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 발명가 제임스 본색James Bonsack의 몫이 었다.
본색이 1881년에 신기계에 대한 특허를 얻었으나, 담뱃잎은 이미 수세기 동안 존재해왔다. 그러나 개비형 담배는 틈새시장에 머물렀다.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파이프 담배와 시가 그리고 씹는 담배였다. 본색의 아버지 는 모직 공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거기에 있는 소모기 carding machine, 즉 섬유를 방적사로 바꾸는 기계를 바라보다가 담배를 마는 데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고안한 기계는 무게가 1톤이었다. 이 기계 는 1분에 200개비의 담배를 뽑아냈다. 이는 사람이 한 시간 동안 손으로 말아서 만드는 것에 육박하는 양이었다.6 그 의미는 담배 회사를 창업한 제임스 뷰캐넌 벅’ 듀크 James Buchanan 'Buck Duke에게 명확한 것이었다. 그는 즉시 본색과 계약을 맺고 담배 시장을 독점하는 일에 나섰다. 그러나 듀크에게 주어진 기회는 숙제도 안겨주었다. 담배를 많이 만들 수는 있는데, 그것을 다 팔 수 있을까? 담배는 이미지에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담배는 기계화하기가 훨씬 더 어려운 시가보다 저급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도 듀크는 기죽지 않았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바로 광 고였다. 그는 쿠폰과 수집용 카드 같은 수단을 고안했다. 1889년에 그는 매출의 20퍼센트를 판촉에 지출했다. 당시에는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이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1923년 무렵 개비형 담배는 미국인들이 담뱃잎을 소비하는 가장 인기 있는 수단이 되었다.

- 스위프트는 유럽연합이 동의하지 않을 때도 미국의 직접적인 지시를 거스를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미국이 이런 힘을 가진 이유는 가령 독일 렌즈 제조 업체와 일본 카메라 제조 업체 사이에 오가는 유로와 엔 도 상업적 거래의 보편적인 매개체인 달러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거래 정보를 전달하는 스위프트 시스템은 브뤼셀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거래 자체는 미국 은행을 통해 혹은 다국적 은행의 미국 지사에서 처리된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감시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은행 을 제재할 수 있다. 스위프트는 지정학에 관심이 없지만 지정학은 스위 프트에 관심이 많다.
정치학자인 헨리 패럴Henry Farrell과 에이브러햄 뉴먼Abraham interdependence의 사례로 본다. 이는 국제 경제의 강대국들이 공급사슬, 금융 거래, 통신망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아무 때고 감시와 처벌을 일삼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중국의 통신사인 화웨이 Huawei 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이 또 다른 사례다.
이런 전술이 현대에만 활용된 것은 아니다. 1907년에 심각한 은행 위기 가 미국을 뒤흔들었지만 영국의 금융 시스템은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 을 때 영국 전략가들은 깨달았다. 영국은 제조업 부문에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금융 중심지로서는 여전히 최고 위치에 있었다. 런던은 은행과 전신선, 세계 최대 보험 시장으로 구성된 금융망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나면 금융 시스템을 통한 충격과 공포로 독일 은행을 신속하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스포일러를 말하자면, 이 계획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유사한 이런 사례가 미국을 겁먹게 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스위프트 통 신 시스템을 비롯한 국제 경제의 급소를 계속 확고하게 붙잡고 있을 것이다. 이는 강압적인 미국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힘을 얻은 기구로서는 상당히 왜곡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 스톡옵션이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한다면 분명히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이 전제조건은 비약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가지 문제는 스톡옵션이 실제로는 주 어진 기간에 주가를 올리는 일에 매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회사 를 잘 운영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엔론Enron 주식을 당신에 게 팔고 싶다.13 스톡옵션은 노골적인 사기는 아니더라도 주가에 부담을 줄 만한 정보를 감추고 싶은 유혹을 초래한다.
스톡옵션이 성과를 보상할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면 기업의 이사회가 대안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주주를 대신해 CEO 와 협상하는 것이 이사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또 다른 주인 대리인 문제에 해당한다. CEO가 이사 선임과 급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뒤를 봐줄 명백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루치안 벱척Lucian Bebchuk과 제시 프리드 Jesse Fried는 『성과 없는 급여Pay Without Performance]에서 이사들은 사실 급여를 성과와 연계하는 데 관심이 없지만 이 무관심을 주주들이 모르게 위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래서 스텔스 보상Stealth compensation 이 경영자들에게 최고의 보상방식이 되었다. 스톡옵션은 스텔스 보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 듯하다.16
아마도 주주들에게는 이사들이 CEO에게 보상하는 방식을 감독할 또 다른 대리인이 필요한 것 같다. 마침 적당한 후보가 있다. 많은 사람은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금을 통해 보유한다. 이 기관투 자자들이 CEO와 더 강력하게 협상에 임하도록 이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는 증거들이 있다. 대주주가 통제력을 약간 발휘하면 경영진의 급여 와 성과가 보다 제대로 연계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대단히 드물어 보인다.
경영진의 급여는 일반 직원 급여와의 간극이 미국보다 작은 나라들에서도 종종 신문에 오른다. 이 점을 감안하면 무엇이 합리적인 방식인지 말해주는 증거가 놀랍도록 적다. CEO의 경영 성과를 얼마나 잘 평가할수 있을까? 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960년대의 경영진은 일반직원보다 20배밖에 더 많이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실적 개선에 대한 동기가 약했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 다른 한편 대기업 경영자의 좋은 결정은 나쁜 결정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실제로 이 CEO들은 수천만 달러의 급여를 받을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클린턴 대통령이 한때 목소리를 낸 과도한 경영진 급여에 여전히 분노하는 유권자나 노동자들에게는 이것이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CEO는 돈을 더 벌 줄 알 만큼 영리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지 따질 만큼 현명했던 탈레스에게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 미국의 납세자들은 GPS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연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댄다. 대단히 관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계속 그들의 인심에 기대는 것이 현명할까? 사실 GPS가 유일한 위성 항법 시스템은 아니다. GPS만큼 뛰어나지는 않지만 글로나스 GLONASS 라는 러시아의 시스템도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은 베이더우Beidou와 갈릴레 오Galileo라는 상당히 진전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이다. 일본과 인도도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이런 대안 위성들은 GPS가 지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구미가 당기는 군사적 목표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두의 시스템을 다운시키기 위한 우주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거대한 태양 폭풍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지상에서 위성 항법 기능을 대신할 만한 것이 있다. 주요 대안은 이 로란eLoran 으로 불리는데, 이로란은 전 세계를 포괄하지 않는다. 또한 일 부 국가는 자국의 고유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다른 나라보다 많은 노력 을 기울이고 있다.
이로란이 지닌 큰 장점 중 하나는 신호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GPS 신호는 2만 킬로미터를 지나 지구에 당도할 때 아주 약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방법만 알면 쉽게 신호를 방해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 직업적으로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시스템 전체가 운된다든가 하는 묵시록적 시나리오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보다 테 러 집단이나 국가가 특정 지역에서 부정확한 신호를 GPS 수신기에 전송 해 시스템을 망가뜨릴 위험을 더 걱정한다. 텍사스 대학교 공학 교수인 토드 험프리스 Todd Humphreys는 신호 조작으로 드론을 추락시키고 슈퍼요 트를 다른 항로로 돌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공격자들이 전력망 을 망치거나, 이동통신망을 마비시키거나, 주식 시장을 정지시킬지도 모 른다고 걱정한다.
사실 GPS 신호 조작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힐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 다. 카르피까지 간 스웨덴 부부에게 물어보라. 길을 잃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안다고 오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 페이스북은 당신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두 가지를 할 수 있다. 
첫째, 페이스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뉴스피드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가령 당신에게 고양이 동영상 이나, 고무적인 밈이나, 도널드 트럼프에게 분노하게 만드는 콘텐츠나, 도 널드 트럼프의 정적들에게 분노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 이 는 이상적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둘째, 광고주들이 당신에게 타깃을 잘 맞추도록 돕는다. 광고 효과가 좋을수록 매출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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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광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기 오래전에도 가령 스프링필드에 자전거 매장을 여는 사람은 뉴욕 타임스나 굿 하우스키핑 Good Housekeeping 이 아니라 스프링필드 가제트 Springfield Gazette나 『사이클링 위클리 Cycling Weekly』에 광고를 실었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크게 효율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 스프링필드 가제트 독자는 자전거를 타지 않으며, 대다수 사이클링 위클리 독자는 스프링필드 근처에 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페이스북이 단지 이 과정을 개선했을 뿐이며,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광고주가 자전거와 관련된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른 스프링필드 주민에게만 광고를 노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페이스북은 연관 광고 relevant advertising'라는 개념을 방어할 때 주로 이런 예를 언급한다. 하지만 우리를 거북하게 만드는 다른 용도도 있을 수 있다. 임대 광고를 내면서 흑인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은 어떤가? 탐사보도 사이트인 프로퍼블리카 ProPublica가 이런 일이 가능한지 시 도했더니 실제로 가능했다. 페이스북은 당혹스러워하면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기술적 장애였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광고주들이 자칭 유대인 혐오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어떤가? 프로퍼블리카는 이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페이스북은 당혹스러워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은 우려를 자아낸다. 모든 광고주가 자전 거 매장처럼 무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령 광고비를 내고 사용자들이 문맥을 파악하거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정치적 메시지를 퍼트릴 수도 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라는 회사는 자신들이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기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들 이 부분적으로 활용한 방법은 '좋아요 버튼의 힘을 활용해 개별 유권자 를 겨냥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최초로 주장한 미할 코신스키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정서적으로 취약한 10대들이 특히 침울할 때를 노려 부도덕한 마케터 들이 제품을 선전한다는 생각은 어떤가? 2017년에 호주의 일간지 오스 트레일리언 The Australian은 이런 능력을 자랑하는 듯한 페이스북 내부 유 출 문서를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당혹스러워하면서 관리 실수”가 있 었으며, '감정 상태에 따라 광고 대상을 정해주는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이기를 바랄 뿐이다. 페이스북이 이전에 슬 픈 소식과 행복한 소식을 취사선택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조작한다고 인정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페이스북의 정신 조종 능력은 확실히 제한되어 있는 것처 럼 보인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를 살핀 전문가들은 그들이 실제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분석가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온갖 표적화 수법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 광고의 클릭률 은 여전히 1퍼센트 미만이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를 스크린 앞에 옭아매고 과도한 양의 주의를 빨아 들여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만드는 페이스북의 명백히 뛰어난 능력을 더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셜 미디어가 만든 이 멋진 신세계에서 우리의 충동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우리는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 는 방식에 대한 정서문해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사회적 인정이 산소처럼 필수적인 것으로 느껴진다면 더 많은 자기애가 답일지 모른다. 만약 이 주제를 다룬 좋은 만화를 보면 나는 꼭 좋아요를 누를 것이다.

- 생태학자들은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야생벌의 개체 수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을 걱정한다. 누구도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가능한 원인으로는 기생충과 살충제 그리고 벌들이 여왕벌 만 홀로 놔두고 사라져버리는 불가사의한 봉군붕괴증후군colony collapse disorder 등이 있다. 사육되는 벌들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단순한 경제원리가 작용할 것이라고, 즉 벌의 공급이 줄면서 수분 서비스 의 요금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보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봉군붕괴증후군은 벌 시장의 모든 실질적인 척도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농가는 수분의 대가로 비슷한 금액을 지불하고 특별히 번식되는 여왕벌의 가격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산업적 양봉 업체들은 번식, 여왕벌 교환, 봉군 분할, 우량벌 구입 등 그들이 의지하는 벌의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한 전 략을 개발해낸 듯하다. 벌꿀 혹은 아몬드, 사과, 블루베리 품귀 현상이 일 어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그렇다. 벌의 개체 수를 적어도 어느 정도는 보존하게 만드는 경제적 동기를 칭송해야 할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또 다른 관점은 애초에 자연계를 통제하고 수익화하려는 현대 경제의 오랜 노력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단작單作 농업이 생태계를 바꾸기 전에는 수분을 위해 랭스트로스 벌집을 들여와 주위에 둘 필요가 없었다. 현지의 야생 곤충들이 공짜로 그 일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시장이 사회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않아서 긍정적 외부 효과를 기대해야 하는 사례를 찾는다면 야생벌과 다른 곤충에게 도움을 주는 토지 활용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가령 야생화가 자라는 벌판을 조성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정부는 제임스 미드가 조언했을 법한 대로 이런 사업을 보조하고 있다.

- 1960년대 초 베네수엘라의 석유부 장관이었던 후안 파블로 페레스 알 폰소 Juan Pablo Perez Alfonzo는 보다 생생한 표현을 썼다. 그는 1975년에 석유는 악마의 배설물이다. 우리는 악마의 배설물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가 많은 것이 왜 문제일까? 석유를 수출하면 화폐의 가치가 오른 다. 그래서 석유를 제외한 모든 것이 수입하기에는 저렴해지는 반면 자국 에서 생산하기에는 너무 비싸진다. 즉, 제조업이나 복잡한 서비스 같은 다 른 경제 부문을 개발하기가 어렵게 된다. 한편 정치인들은 종종 자신과 우군을 위해 석유를 독점하려 혈안이 된다. 독재정치도 드물지 않다. 소 수는 부를 누릴 수 있지만 이런 경제는 얄팍하고 취약하다. 적어도 피트 홀에서는 유전이 말랐을 때 사람들이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예 나라를 등지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석유를 대체할 대상이 나오기를 바라는 한 가지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물론 기후변화가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석유는 지금까지 배터리에 자리 를 물려주지 않으려고 끈질기게 버텨왔다. 그 이유는 계속 이동하는 기계는 에너지원을 갖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너지원이 가벼울수 록 좋다. 1킬로그램의 휘발유는 60킬로그램의 배터리만큼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또한 사용한 뒤 사라지는 편리한 점도 있다. 반면 방전된 배 터리는 충전된 배터리만큼 무겁다. 그래도 전기차는 결국 돌파구를 열기 시작했다. 다만 전기제트기는 전기차보다 힘든 난제다.

- 스프레드시트가 회계와 금융 부문에서 한 일은 다른 사무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려주는 전조다. 저널리스트들은 더 이상 기업의 실적 보 고서에 대한 판에 박힌 기사를 뽑아내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이 일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를 낸 뒤 학생들이 어디서 막히는지 파악하고 도와 준다. 의사들은 때로 간호사와 진단 앱의 조합으로 대체될 수 있다. 로펌 들은 문서 취합 시스템document assembly system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질의 를 하고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런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회계사들만 큼 터미네이터와의 조우를 기분 좋게 돌아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스프레드시트의 사례가 들려주는 마지막 교훈을 배워야한다. 때로 우리는 판에 박힌 일을 오류가 없는 컴퓨터에 맡겼다고 생각 하지만 실은 인간적 실수를 커다란 규모로 키우는 레버를 얻었을 뿐인 경 우가 있다.
고위 경찰직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지원자들에게 합격 통보가 갔던 사건을 생각해보라. 옆 열을 정렬하지 않고 엉뚱한 열을 정렬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한 대학원생이 유명 경제학자인 카르멘 라인하르트 Carmen Reinhart와 IMF 수석 경제학자였던 켄 로고프 Ken Rogoff가 쓴 영향력 있는 논문에서 스프레드시트 오류를 찾아낸 적도 있다. 이 일로 두 사람은 큰 창피를 당 했다. 그들은 공식 적용 구간을 나타내는 박스를 드랙으로 5셀 더 내리는 것을 깜박하는 바람에 여러 국가를 빠뜨리고 말았다.?
심지어 투자은행 제이피모건.. P. Morgan이 60억 달러의 손실을 냈을 때 스프레드시트에 기재된 위험 지표를 두 수치의 평균이 아니라 합으로 나 눈 것이 부분적인 원인이 된 적도 있다. 그 때문에 위험 정도가 정확한 수 준보다 절반이나 낮게 설정되었다.

- 알고리즘이 점점 많은 분야에서 뛰어난 인간에 비견될 만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해지면서, 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노동에 미칠 영향을 숙고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프랭크 레비Frank Levy, 리처드 머네 인Richard Murnane| 2003년에 발표한 논문이 이 문제에 대한 통념을 형성했 다(통념의 내용은 스프레드시트와 챗봇을 다룬 챕터에서 이미 접했다). 그들은 대다수 직업이 일부는 판에 박히고 다른 일부는 그렇지 않은 일련의 작 업들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알고리즘은 그중에서 판에 박힌 작업을 계속 가져간다. 이 구분은 컴퓨터가 일터에 미칠 영향을 이해하는 강력한 방식인 것으로 증명되었다. 사람이 하던 작업을 컴퓨터가 가져감에 따라 직업은 사라지기보다 변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판에 박힌 작업이 어디서 끝나고 판에 박히지 않은 작업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항상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암 진단을 판에 박힌 작업이라고 말하겠는가? 그러나 이 문제는 너 무나 오랫동안 입에 올리기도 힘든 것으로 여겨졌던 체스의 사례에서 이 미 분명하게 드러났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현재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일은 바로......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것이다. 알파제로 Alphazero는 구글의 자매회 사인 딥마인드 DeepMind가 개발한 게임 학습 알고리즘이다. 전 영국 체스 챔피언 매슈 새들러 Matthew Sadler는 알파제로가 신들린 사람처럼 플레이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알파제로는 사실상 자신을 프로그래밍했다. 즉, 사람이 학습 알고리즘을 작성했고, 이 학습 알고리즘이 체스를 두는 알고리즘을 작성했다. 2017년 알파제로는 두어 시간 만에 학습을 끝내고 최고의 체스 소프트웨어인 스톡피시Stockfish 를 완패시켰다. 최고 수준의 체스 플레이어를 쉽게 이기는 스톡피시는 1초당 6,000만 개의 배치를 검 토한다. 반면 알파제로는 1초당 6만 개의 배치만 검토한다. 그래도 알파제 로가 이기는 이유는 그 신경망이 게임의 패턴을 더 잘 파악하기 때문이다.1앞서 우리는 스프레드시트부터 인쇄기, 재봉틀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직업을 도태시켜도 걱정하지 말아야 할 많은 이유를 살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은 지금이 과거와 다른지 여부다. 판에 박히지 않은 작업이라 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앨런 튜링처럼 한 장의 종이와 소박한 연필로 각 단계를 계획할 필요. 가 없을 때 단계별 절차를 통해 훨씬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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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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