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마법

인문 2021. 7. 17. 19:27

십여년 전쯤 네이버에 지식인의 서재라는 섹션이 연재된 적이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식인들과 일부 해외 유명작가들이 자신의 서재를 소개하고, 감명깊게 읽었던 책도 소개하는 섹션이었다. 짤막한 영상으로도 만들어져 있어서 읽어볼 만한 책을 찾아볼 때 유용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출연한 분들 중에는 문학작가들이 많아서 추천도서 중에는 소설의 비중이 높았다. 개인적으로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좋아하다보니, 지식인의 서재에서 추천받은 책 중에서 '총, 균, 쇠', '빈 서판' 같은 책을 찾아 읽기도 했다. 

이 책은 교육전문가 김승교수와 김미란교수가 대화형식으로 김승교수의 독서법 및 지식을 체계화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하는 책이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예전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와 유사한 종류일 것이라고 여겼는데, 단순한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저자가 걸어온 삶의 궤적 속에서 꾸준히 지식을 축적하고 자신만의 서재를 만들어온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서재를 갖고자 하는 로망을 꿈꾸본다. 천장까지 닿는 높은 책꽃이가 벽면을 두르고 있고, 가운데는 원목 책상을 갖추고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하지만 저자는 서재라는 것을 단순히 집 안의 별도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베이스캠프로 정의하고 있다. 즉, 서재를 목표로 하는 정상에 도달하기 위한, 다음의 도약을 준비하는 전진기지로 여기는 것이다. 

저자가 20여년간 책을 읽으며 삶의 방향과 목표를 찾아내고, 그것을 이루어온 과정은 일반인이 따라하기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는 것도 어렵지만, 독서 이후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긴 지식바인더나, 36개의 테마 일기장에 대한 소개에서 저렇게 실천하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비결은 스스로 목표를 갖고 삶의 변화를 일으키려는 의지와 제자들과 대중에게 그 변화의 여정을 소개하고 싶은 저자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20여년간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에게 서재는 단순히 책을 모아놓고, 책을 읽는 공간 그 이상이다. 물리적으로 화이트보드룸, 바인더룸, 미디어룸, 이동카트, 잡지꽂이, 심지어 벤치의자까지 구비해 놓았다. 이런 공간에서 저자는 서재를 사유와 변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놓았고, 이 안에서 지식을 탐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서재를 꾸미면서 살기에는 좀 팍팍한 삶일 수 있다. 집 한켠의 작은 서재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공간 속에 나만의 서재를 꾸며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일단 난 매일 작은 책 두 권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다닌다. 한 권은 인 생의 방향에 관한 책이며 다른 한 권은 인생의 방법에 관한 책이다.
책을 읽을 때는 습관적으로 2트랙을 유지한다. 적절한 균형을 항상 유지하려는 것이다. 아침에 두 권의 책을 가지고 나올 때의 선정기준 은 여러 가지이다. 지성과 감성, 방향과 방법, 원대함과 치열함, 미래와 현재, 종교와 과학, 인문학과 성공학 등의 균형이다.
비품 중 갤럭시 노트는 철저하게 그림그리기 및 스케치 용도이다. 이 기기는 서재에 있는 대형 화이트보드와 연결되어 있다. 화이트보드에 그린 그림은 갤럭시 노트를 활용해 세부적으로 다듬는다. 강의기획, 작품구상, 콘텐츠 설계 및 구조화 등의 작업이 갤럭시 노트로 이루어진다.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는 오로지 모바일 독서와 강의를 위해 특화된 기기이다. 반복적으로 읽어야 할 책, 페이지 분량이 너무 많은 책, 종이 가독성이 떨어지는 책 등 용도에 따라 iBooks에 세팅하여 가 볍게 읽는다. 종이책과 아이패드리딩을 연동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독서의 필요와 종류에 따른 구분과 창의적 독서가 일어난다. 또한 읽은 책의 활용도가 폭발적으로 향상된다. 삼성노트북은 글쓰기 용도로 사용하고, 맥북은 그래픽 용도로 사용한다. 
그러고 보니 이 기다란 가방은 사무실과 같은 존재이다. 내가 머무는 모든 곳이 지식사무실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가방 안을 채우는 모든 지식은 나의 베이스캠프 서재와 연동되어 있다. 또한 서재의 모든 데이터베이스는 웹 드라이브와 클라우드에 동기화되어 있다. 이것이 나의 삶이고 나의 일상이다.
- 가장 발전한 문명사회에서도 책은 최고의 기쁨을 준다.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은 것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 폭넓은 시야에서 깊이 있는 시각을 지나 마지막은 날카로운 시선이 죠. 세 가지 프로세스가 다양한 리듬을 구성하며 반복되고 있어요. 시 야에서 시각을 지나 시선으로 가는 흐름에 기초하여, 관심에서 관찰로 그리고 통찰로 이어지는 것이고요. 이것이 또 넓이와 깊이, 높이로 이 어지는 것이죠. 이를 정리해 보면, 1단계는 넓은 독서, 관심의 폭, 폭넓은 시야', 2단계는 '깊은 독서, 관찰의 깊이, 깊이 있는 시각' 그리고 3단계는 '높은 독서, 통찰의 안목, 날카로운 시선입니다.
- 이스라엘 사람들은 일 년 중 일정한 주간에 '광야주간 Tent Week'을 갖습니다. 이는 과거 자신들의 선조가 모세와 함께 이집트를 탈출하여 40년 동안 여호와의 인도를 따라 광야생활을 했던 방식으로 돌아가는 초심회복의 방식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들은 특정 주간에 광야의 텐트 경험을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역사성과 신앙을 점검합니다.
- 변화의 크기와 속도를 매일 경험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더욱 본질을 추구한다. 이것이 바로 변화를 담는 그릇이며 넉넉한 내공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거셀수록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 킬 수 있다.
변화 앞에서 본질을 추구하는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이다. 본질을 추구하는 독서란, 본질을 추구하도록 하는 도서를 잘 선택 하는 것과 함께 본질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독서하는 것이다. 먼저 도서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책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독서의 목적을 알고 그 목적에 따라 책을 선택하고 읽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독서의 목적이 없는 사람은 늘 주위의 목소리를 듣고 책을 선택하는 '베스트 셀러 구매족'이 되는 것이다.
반면 독서의 목적, 즉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그 필요에 따라 책을 선택하는 사람은 주도적인 책 구매자가 되는 것이다. 독서의 목적 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독자의 읽는 이유와 저 자의 집필의도가 서로 연결되는 과정을 말한다. 저자는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정하고, 장르와 분야를 결정하며 최적의 독자층에 맞게 글 을 쓴다. 대부분의 책은 처음 기획 단계부터 독자층을 결정하고 시작 된다. 한편, 독자는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책의 분류체 계에 들어가서 책을 탐색하고, 선택하여 구입한 뒤, 읽는 행위를 한다. 
- 글을 지으려는 사람은 먼저 독서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물을 파는 사람은 먼저 석 자의 흙을 파서 축축한 기운을 만나게 되면 여기서 더 파서 여섯 자 깊이에 이르게 되고 그 탁한 물을 퍼내고 나서 더 파서 아홉 자 깊이까지 파내려 간다. 아홉 자의 깊이까지 판 후에야 맑고 맛이 있는 물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물을 끌어 올려 천천히 음미해 보면, 그 자연의 맛이 그저 물이라 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음을 깨 닫게 된다. 이 정도 깊이의 물이라야 물 이상의 가치가 있고, 그것을 마시는 사람들은 오장육부와 피부가 좋아지게 되고, 음식을 맛있게 할 수 있고, 고기도 익히고, 옷도 빨고, 땅에 물을 주어 어디든지 쓰이지 못할 데가 없게 된다. 하지만 우물을 판다고 해놓고서는 겨우 석 자 깊이 정도만 파고 나서 얻게 된 젖은 흙을 가져다가 부엌 아궁이의 모서리에나 바르면서 우물을 판 보람으로 삼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오직 책만 읽는 바보 중에서)
-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는 대형트력 가득히 있다. 우리가 할일은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것뿐이다. (달리기를 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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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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