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가 따뜻해지면 식물의 생장기가 길어지고, 그로 인해 식물에도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은 꽤 그럴듯해 보인 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증가된 이산화탄소 흡수와, 그에 따라 더 길어진 생장기가 반드시 양립하는 것은 아니 다.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식물은 비교적 서늘한 환경에 서 진화해왔다. 평균온도와 일조시간이 있고, 빛의 강도와 파장이 수백만 년 동안 평범한 하루하루와 계절에 걸쳐 조 화롭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말이다. 식물은 이러한 균형 잡 힌 환경 변화에 곧장 대응해 복잡한 유전 조절계를 발달시 켰다.
다윈과 적자생존의 법칙을 생각해보라. 하루하루와 계절의 리듬에 맞춰 적정 시기에 적절한 유전자를 발현한 식물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유전자를 복제해 후손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식물들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이들은 유전자가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했기 때문에 번성할 수 있었다. 환경이 주도하는 유전자 발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빠 른 기간 내에 일어날 수 있고(매트 리들리 Matt Ridley의 본성과 양육Nature via Nurture》에 잘 설명되어 있다), 일부 운 좋은 동식물에게는 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게놈은 지구온난화만큼 빨리 진화하지 못하며, 지구 온도의 상승은 기후대를 매우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존다니엘John Daniel,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수잔 솔로몬Susan Solomon). 그 결과 식물 대다수가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 중 일부는 지금도 수천 세대에 걸쳐 전 세계 인류에게 사랑받아온 음식과 음료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우리 세대는 머지않아 그들의 멸종을 목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 2000년대 들어설 무렵, 코니 발로우Connie Barlow 박사
는 자신의 책 《진화의 흔적Ghosts of evolution)에서 '진화론적 시대착오evolutionary anachronism’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진화론적 시대착오란 어떤 종이 다른 종들과 공진화하는 동안 어떤 특징을 새롭게 갖게 되었다가, 다른 종이 멸종했음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그 특징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진화생물학자 댄 잰즌Dan Janzen 은 진화론적 시대착오의 한 예로 아보카도를 든다. 아주 오래전, 거대한 몸집의 땅 늘보, 자동차 크기의 아르마딜로, 원시 코끼리 같은 거대 포유류(거대 동물)는 아보카도를 먹고 씨를 배설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이러한 거대 동물들은 약 12만5000년 전인 플라이스토세(빙하시대) 말에 모두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씨를 퍼뜨릴 수 있는 동물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데도 아보카도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재규어와 다람쥐가 아보카도 씨가 퍼지는 것을 도왔다고는 하지만, 아보카도는 인간의 재배로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 서양인 대부분에게 익숙한 밝은 노란색의 바나나는 캐번디시 Cavendish 종이다. 캐번디시는 열매를 맺는 데 최소 9개월이 걸리는 남아메리카에서 주로 재배된다. 오늘날 판매되고 있는 식용 바나나는 모두 무사 아쿠미나타 Musa acuminata종으로부터 교배된 것이다. 그러나 유전학적으로 식용 바나 나는 염색체가 3배수이기 때문에 씨앗으로 번식하는 것이 어렵다. 다시 말해, 바나나는 염색체에 3개의 사본이 있어서 생존 가능한 씨앗을 제대로 만들어낼 수가 없다. | 이해를 돕기 위해 인간의 염색체와 비교하면, 사람은 염색체가 2배수고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으므로 계산이 쉽다. 인간의 난자와 정자 세포 형성 과정에서 23쌍의 염 색체는 서로 갈라지기 때문에 각각의 난자나 정자 세포는 23쌍 중 절반의 염색체만 갖고 있다. 그러다 수정 직후에 23개의 난자 염색체와 23개의 정자 염색체가 합쳐져 후손의 세포에 모체에서처럼 23쌍의 새로운 염색체를 형성한다. 한편 염색체가 3배수인 바나나는 염색체 수가 제대로 나누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존 가능한 후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 대신 다 자란 나무가 죽으면 뿌리 주위의 작은 가지들(곁가지)을 주워 다시 심으면 된다. 이 말은, 우리가 농산물 코너에서 사는 모든 캐번디시 바나나는 서로 형제자매가 아닌 복제품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모든 캐번디시는 엄청나게 큰 한 집단 유기체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맛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바나나가 병이 들거나 기생충을 만났을 때는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 맥주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보리, 홉, 효모, 물 등 재료가 완벽히 어우러져야 맛있는 맥주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또 재료의 구성 성분(녹말, 단백질, 효소 등)이 조화를 이루어 최적의 발효를 하려면 재료 자체가 좋아야 한다.
앞으로의 맥주 생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발효에 필요한 보리 종자일 것이다. 갈수록 가뭄이 심해지면 보리수확량은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살아남은 보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신진대사가 달라져 녹말이나 효소 함량이 적은 낟알을 만들어낼 것이다. 거기에 더해, 붉은 고기의 소비가 줄지 않으면 보리 농가는 보리를 맥주의 재료보 다는 가축 사료로 더 많이 판매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보 리는 소에게(소를 먹는 사람에게도) 옥수수나 콩보다 더 건강한 식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대의 맥주 기업들은 보리를 구하기 위해 유전학자들과 협력 중이다. 이를테면 앤호이저부슈 인베브 AnheuserBusch InBev(벨기에의 유명 맥주 제조회사 옮긴이)는 벤슨 힐바이오시스템Benson Hill Biosystems 이라는 회사와 함께 더 따뜻해지고 더 불안해진 지구에서 번성할 수 있는 새 보리품종을 만들기 위해 기계 학습이 지원되는 유전체학을 적용 중이다. 앤호이저부슈 인베브는 보리 품종과 관련해 수십 년 동안 모아둔 상당한 양의 유전자 정보와 환경 자료, 성장 자료를 제공했다. 그 덕분에 벤슨힐바이오시스템은 이러한 자료에 최신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해 어떤 교배를 통해야 원하는 특성을 갖춘 보리를 생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게 가능해졌다.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다양한 성장 조건에서 수백만 가지의 유전적 조합을 순식간에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서로 다른 보리 품종을 교배한 후 이들이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는 걸 확인하던 전통적 접근법보다 유전자와 환경 간의 관계를 훨씬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 다. 미국 오리건주 벤드Bend에 있는 데슈트 양조장Deschutes Brewery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칼스버그 양조장Carlsberg Brewery 역시 맥주 제조 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이와 비슷한 접근을 하고 있다.
- 병아리콩은 생각보다 강인하지 않다. 병아리콩의 종류가 꽤 다양한 것 같아도, 인간이 재배를 시작한 이후 재배 품종의 유전적 다양성은 크게 감소했다(클래리스 J. 코인Clarice J. Coyne, 미국 농무부). 재배를 시작하면서 인간은 씨앗을 식물 자체에 보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그러한 특징으로 병아리콩을 골라 키웠고, 덕분에 손쉽게 병아리콩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러한 선별 과정은 병아리콩의 적응력을 떨어뜨렸고 기후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만들었다.
아보카도가 열매를 맺기 위해 너무 많은 물을 쓴다고 생각했다면, 병아리콩은 아보카도보다 온스당 8배나 많은 물을 쓰고, 생존과 꼬투리 생성을 위해 끊임없이 습한 토양 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병아리콩이 자라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흙의 수분을 계속해서 유지해주는 일이 쉽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 줄잡아 오늘날 병아리콩 생산 량은 전 세계적인 가뭄으로 인해 20세기 생산량의 절반 수 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아보카도에 작별 인사를 건네야 한 다면,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병아리콩에도 작별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부디 아니길 바라지만,
- 커피에는 판토텐산(비타민 B5, 음식이 에너지로 변하는 것을 도움), 리보플래빈, 니아신(니코틴산), 티아민, 마그네슘, 망간, 칼륨이 들어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1980년대 식약청이 약물로 규정한 카페인이 커피에 들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카페인은 우리 뇌에 억제성 신경조절물질인 아데노신의 영향을 감소시키고, 우리를 깨어 있게 하고, 집중하게 하고, 방심하지 않게 하고, 의욕이 넘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돕는다. 한편 카페인은 뇌의 혈관 수축(혈관이 좁아지는 일)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정제된 카페인은 식욕을 떨어뜨리고 대사율을 높이기 때문에 체중 조절 보충제의 핵심 성분으로도 쓰 인다. 재미있게도 카페인은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의 몸에서 지방 연소율이 세 배 더 높다고 한다. 즉, 카페인의 대사 효과는 지방 함량과 음의 상관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우리가 먹는 생선 대부분에는 건강에 좋은 수많은 미네랄, 칼슘, 철, 요오드, 마그네슘, 인, 칼륨, 아연)과 비타민(B2, B6, D)이 들어 있다. 생선이 몸에 좋다고 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아마 많은 종류의 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 때문일 것이다. 오메가-3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항산화 및 항염증 물질 역할을 하는데, 이 수치가 높으면 정신 건강, 관상동맥 건강, 시력, 임신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염증을 조절하는 데는 오메가-3 지방산뿐만 아니라 오메가-6 지방산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원시시대에는 인간의 혈액 속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1:1에서 5:1 사이 어디쯤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현 대 서구 문명에서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은 자그마 치 약 10:1에서 30:1에 달한다! 오메가-6의 비율이 이처럼 높아진 이유는 붉은 고기, 정제된 곡물, 설탕, 소금으로 구성된 서구식 식단'과 관련이 있다. 포유류는 오메가-6를 오메가-3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부족하다. 소를 빨리 살찌우기 위해 이들의 먹이를 풀에서 곡물로 바꾸면서 소의 오메가-6 비율이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식단과 몸에 서도 오메가-6 비율이 높아지게 되었다.
- 오메가-3에 비해 오메가-6의 비율이 높아지면 전신 염증이 증가해 관상동맥성 심장 질환, 뇌졸중, 당뇨병, 유방암 등 다양한 서구 질환'에 걸리기 쉽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 오메가6 섭취량이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염증의 수치도 같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메가-3와 오메가-6, 그리고 이들과 그리 멀지 않은 친척인 오메가-9 지방산 간의 상호작용과 이들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끼치는 영향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 가리비와 연어는 지구 온도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에 속한다. 잠시 옆길로 새자면, 우리 몸에서는 대사 작용의 일부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며, 인간은 이 이산화탄소가 쌓이지 않도록 숨을 내쉰다. 이산화탄소가 쌓이면 탄산이 형성되어 혈액의 산성도가 높아진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바닷 속의 산성도에도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바다에는 탄산이 많아진다. 바다의 산성도가 높아지면 가리비는 껍데기 생성과 움직임에 방해를 받아 포식자에게 더욱 취약해진다. 조개와 굴 같은 다른 조개류들 역시 해양의 산성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면 다음 세기가 오기 전에 기후변화가 대다수의 조개류와 산호를 멸종시킨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2050년이면 가리비 수확량이 지금의 5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연어는 탁 트인 바다보다 좀 더 작고 따뜻한 강에서 일생의 일부를 보내기 때문에 다른 어종보다 온도에 더 민감하다. 강이 따뜻해질수록 물은 연어들이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를 덜 함유하게 된다. 또 따뜻한 물은 연어가 기생충과 질병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 벌은 전 세계 식물의 80%를 수분시키는 주요한 꽃가루 매개자다. 적게 잡아도 벌은 우리가 먹는 상업용 채소, 곡물, 과일의 약 35%를 만들어내는 농작물을 수분시킨다. 우리는 절대로 벌을 잃어선 안 된다! 벌들은 최근 약 10년 동안 기록적인 속도로 죽어갔는 데, 이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급속히 퍼지는 기생충, 재배 작물의 영양분 감소와 단일경작 농법으로 인한 먹이 질의 저하, 그리고 벌들을 모조리 죽이거나 비행 능력을 앗아가는 인공 화학물질(대부분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이다. 참고로 나는 아직 기후변화의 영향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벌에 미치는 영향은 이러한 비교적 최근의 문제들(전염병, 제한된 영양분, 중독)보다 더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벌 서식지의 남쪽 경계는 해마다 약 8km씩 줄어들고 있으며, 1970년대 이후 북쪽으로 약 320km 이동했다. 중요한 것은, 벌이 사는 지역의 북쪽 경계는 북쪽으로 더 이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줄어드는 일조시간과 먹이의 양, 소규모 집단에 한정된 구역 확장 등의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영토 압박의 결 과 벌의 서식지는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다. 서식지 감소 외에도 많은 야생 꽃과 재배 꽃식물이 기 후변화로 일찍 꽃을 피우자, 생태학자들은 꽃가루 매개자의 출현 시점과 꽃식물의 수분 준비 시점 사이의 시기를 걱정 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레베카 어윈Rebecca Irwin과 그 녀의 팀은 꽃이 피는 시기가 꽃가루 매개자의 행동과 식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조사했다.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진 장기 연구를 통해 이들은 벌의 건강이 꽃식물의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이 이른 봄에 꽃을 피우면 수분을 돕는 벌과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길어져 실제로 식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연구는, 수분이 너무 일찍 이루어지면 식물은 이후에 내리는 서리에 훨씬 취약해지기 때문에 여기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이는 식물에도, 수분하는 벌에도 문제가 된다.
- 감자를 121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물질이 생긴다. 우리는 보통 프렌치프라이를 162도 이상에서 튀기고, 통감자의 경우는 204도에서 굽는다. 분자생물학 실험실에서 아크릴아마이드는 생물 표본에서 추출 후 크기별로 단백질을 분리하는 데 쓰이는 폴리아크릴아마이드겔'의 재료로 쓰인다. 우리 몸에서 아크릴아마이드는 글리 시다마이드로 전환되는데, 이 물질은 독성이 있어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 실험을 통해 아크릴아마이드가 암을 일으킬 확률을 높인다는 확실한 증거가 밝혀지면서 1994년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Cancer는 아크릴아마이드와 글리시다마이드를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역시 아크릴아마이드를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미국 국립독성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 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킬 것으로 상당히 예상되는 물질로 분류했다. 하지만 감자를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고, 조리 전에 감자를 잘라 차가운 물에 최소 30분간 담가두면 아크릴아마이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어차피 양질의 감자튀김과 감자 침을 만들려면 튀기기 전에 두어 시간 물에 담가두는 게 좋다. 집에서 감자튀김을 만들 때도 이렇게 하면 된다. 게다가 감자는 121도 이하에서도 잘 튀겨지고 구워진다.
- 전 세계적으로 와인 양조장에 적합한 기후대의 평균기 온은 섭씨 10도 정도밖에 기온차가 나지 않는다. 어떤 와인의 경우는 그 폭이 더 작기도 하다. 소기후의 평균기온 차가 섭씨 2도밖에 되지 않는 피노pinot 포도는 어쩌면 기후변화 의 첫 번째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 지역별로 봤을 때, 대부 분의 남유럽과 서유럽은 앞으로 포도 농사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곳이 될 것이다. 한편, 지난 몇십 년간 포도 재배에 적합하지 않았던 지역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포도 재배에 적합한 소기후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한때 포도를 재배하기에 너무 추웠던 영국 남부의 에식스Essex, 켄트Kent, 서식스Sussex 같은 지역은 이제 포도를 기를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건조한 여름 을 맞고 있다. 독일 남부와 프랑스 북부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 다. 이는 좋은 소식으로 들릴 수 있고,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포도를 재배하기에 너무 추운 지역 에서 너무 따뜻해진 지역으로 변화를 거치는 것일 뿐이다. 아마도 이번 세기가 지나면 끝날지도 모르는, 달콤한 지점에 잠시 머물러 있을 뿐이다. 결국은 이 지역들도 포도밭으로는 적합하지 않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이 짧은 설명에 와인 생산에 쓰일 수 있는 육지 면적이 줄고 한때 낮은 위도에서만 살았던 벌레들이 더 높은 위도의 포도밭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되는 해수면 상승의 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유명한 포도 재배자 리처드 스마트Richard Smart는 와인을 가리켜 지구온난화의 '탄광 속 카나리아 (과거 탄광에서 유해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탄광에 데려가 카나리아의 이상 행동을 탈출 경고로 삼았던 데서 유래 옮긴이)라고 불러왔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기온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 는 와인의 질이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포도가 익는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포도의 당도는 기존보다 더 높아지고 산성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더 실해진 포도들은 발효되면 더 많은 알코올을 만들어내고, 더 달콤하고 강한 맛을 낼 것이다. 대신 이제 드라이와인은 없다. 섬세한 와인도 없다.
- 사우스다코타대학의 로버트 드보락Robert Dvorak 박사는 지연 할인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불충분한 영양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나의 흥미로운 연구에서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다음 수업 시간에는 모두 저혈당 상태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점심을 걸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학생의 반은 진짜 설탕이 든 탄산음료를, 나머지 반은 인공 감미료가 든 탄산음료를 마시게 했다. 대사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잠시 기다린 후, 모든 학생은 같은 설문지를 작성했다. 이들은 설문을 통해 작지만 즉각적인 만족 혹은 상당한 시간 동안 주어지지 않을 훨씬 더 큰 보상을 선택했다. 조사 결과 진짜 설탕이 든 탄산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더 크지만 지연된 보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인공감미료가 든 탄산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즉각적인 만족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모든 학생은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당 수치가 낮은 상태였다. 인공 감미료가 든 탄산음료를 마신 학생들은 대사가 만족스럽지 못해 즉각적인 만족에 굴복하고 말았다. 반면 대사가 만족스러운 학생의 경우, 먼 미래에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았다. 달리 말해 멸종 위기에 처한 먹거리를 구하고 그 결과 충분한 영양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미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등식의 일부 조건을 만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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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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