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경영

경영 2020. 4. 29. 12:06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회사의 회생을 위해 모 든 것을 걸었던 가족의 지원으로 포드자동차는 살아났다. 포드 주 주들은 지분을 희석 당하는 데 그쳤지만 주인이 없었던 GM과 크 라이슬러 주주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피터 드러커가 한 말만 명심하면 될 것 같다. “가족이 회사를 우선할 때 회사와 가족 모두 성공 한다. 회사가 가족을 위해 경영될 때 회사와 가족 모두 실패한다.”
- 삼성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스웨덴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은 스웨덴의 대기업들이 가족경영기업의 특성을 유지한 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여전히 지배주주 가족 구성원들의 경영 하에 있기 때문이다. 소유집중형 기업도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달리 경영권의 사적 이익 추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효율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데 스웨덴이 좋은 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발렌베리는 좋은 모델이다.
- 경제학자들의 주류적인 시각은 1주 1의결권 원칙이 주주들의 부 를 극대화 하는데 가장 적합한 원칙이라는 것이다. 1주 1의결권 원 칙은 회사를 적대적 인수 위협에 노출시키므로 기업가치의 제고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발생시켜 지배주주의 통제 하에 있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데 장애가 되는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은 그에 반하기 때문에 기업가치의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경제학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은 공정 거래법이 규제하는 가격담합에 비유되기도 한다. 복수의결권주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의하면 복수의결권 주식은 경영자로 하여금 외부의 개입을 극소화한 상태에서 단기실 적주의의 압력 없이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영을 가능하게 하기 때 문에 기업가치의 제고에 도움이 된다.
- 주식의 보유기간에 비례해서 의결권을 복수로 부여한다는 것은 단기투자자는 기업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 기투자자를 우대해서 장기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는 통상적인 생각 에 기초한다. 이 생각에 따르면 기업 경영자의 의무도 단기적인 주가상승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수익의 시현이다. 장기투자 주주는 충성도라는 심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호의적인 대우를 받는다. TPV는 주주민주주의의 이념과도 일치한다는 시각이 있다. 통상적인 형태의 차등의결권제 도와는 달리 TPV 아래서는 지배주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 모 든 주주가 정해진 조건 하에 동등한 대우를 받을 뿐 아니라 동등한 기회도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투자자 우대는 국내에서 그것이 제도화될 경우 재벌 총수와 가족들에 대한 우대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장기투자자를 우대하자는 서구에서의 논의는 주로 연기금, 보험회사인 기관투자자들이 장기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에게 TPV는 추가적인 인센티브다. 일부 재벌총수들이 지 배주주와 경영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어 경영권의 사적 이익을 추 구하는 행위가 있지만 그를 제외하고 본다면 회사의 장기적인 가 치에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는 점은 기관투자자들과 같다. 장기투자자인 기관들에게 정치적, 재무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되면 기관들이 주주총회와 기업지배구조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경향도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기관들은 실적 압박을 받기 때문에 단기투자자이기 쉬운데 장기투자주주 우대는 그 문제도 바로 잡을 수 있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행동주의 주주들이 TPV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지만 행동주의 주주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를 표 방하고 회사 경영의 장기적인 비전을 요구하는 주주들이다. TPV 에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 이른바 오너 경영의 폐해는 최근 급격히 부상하는 주주행동주의와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 코드가 향후 일부라도 해결해 줄 것이 다. 소액주주들도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고령화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자신들의 권리에 민감해졌다. 소액주주, 기관투자자, 행동 주의 헤지펀드가 동시에 갑작스러운 존재감을 드러냈던 2019년 정 기주총 시즌은 역사에 큰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사회 운영과 결정에서 오너, 경영자와 사외이사들간 사회적 관 계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과거와는 달리 규칙과 법률적 책임에 대한 의식이 이사회 운영에서 매우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기업들의 내부통제와 준법감시가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대기업의 경영권을 일종의 사회적 자산으로 보아 3세로의 승계를 일단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가치 창출에 도 움이 되지 않는다.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진행되는 승계를 반사회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상적인 사업상 목적과 의도 에 의한 적법한 경영권 승계는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두고 그에 관 련된 사람들의 구체적인 행동이 반사회적인지만 평가해야 할 것이다.
- 우선 대다수 회사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는 일종의 터부다. 거론하기 즐거운 주제도 아니고 이사회가 거론하기 시작하면 이사회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불신으로 오해될 소지도 있다. 카리스마가 강 하고 성공적인 최고경영자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승계계획이라는 개념 자체에 회의적이다. 승계계획이 구체적일수록 회사 내에서 성급한 정치적 활동과 권 력투쟁, 파벌조성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족경영기업에서 는 불필요하게 가족 간 불화를 조장할 수도 있다. 가족경영기업들의 경우 이 문제는 정작 필요한 시점이 오기 전까지 거론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사실 오너 회장들이 승계에 관해 의중을 잘 드러내지 않거나 공식화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최악의 경우 계열분리가 유일한 해법인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 공식적인 승계계획과는 별도로 가족경영 기업집단의 경우 경영권 승계 문제는 어려운 문제다. 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리수가 두어진다. 그러나 요즘은 일반 주주들뿐 아니라 사실상 사회적인 승인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무리한 진행으로 물의를 빚으면 오히려 정통성이 훼손되고 리더십도 약해진다. 또, 지나치게 이른 승계 결 정은 ‘후계자'로 하여금 사내외에서 과도하게 검증을 받게 하거나 아니면 부실한 경영수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현행 승계정책 제도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소유지배구조, 문화적 특성과 잘 맞지 않아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다. 소유가 분산된 기업 에서는 이사회가 차기'를 결정하면 대개 그대로 진행되지만 오너 가 있는 기업에서는 이사회의 결정이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또, 공익과 경제정책 상의 이유로 정부가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 하고 싶어지는 기업도 계속 있을 것이다.
- 언론사는 진실을 말하고 보도함으로써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 권력과 맞설 때는 사운을 걸어야 하는 것이 언론사 다. 송사에도 자주 휘말리고 정권에 밉보이면 세무조사도 당한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에는 카톨릭 교회와 의 어려운 일전에 앞서 보스턴 글로브 편집국장이 발행인과 마지 막 상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에서도 워싱 턴 포스트가 닉슨행정부와 맞서는 결정을 내릴 때 결국은 발행인 이 가장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발행인은 회사가 돌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해 오고 자신이 가진 신용과 사회적 자산으로 회사와 기자들을 보호해야 할 책무 를 가진 사람이다. 유서 깊은 가문의 배경이 도움이 될 수가 있다. 이런 논리는 일반 기업에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 그러나 그런 파워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축적된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언론이 아닌 일반 기업이 그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스웨덴의 발렌베리가 사회의 인정을 받아 세습경영을 하는데도 5세대에 걸친 검증을 받았다. 여기서 핵심은 회사를 잘 보전해서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기 위 해 관리한다는 이른바 스튜어드십 정신이다. '오너는 회사가 어려 울 때는 몸을 던져 건져내고 임직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평소에는 겸손한 관리자여야 한다. 발렌베리의 모토도 “보이지 않 게 존재한다”다. 타임스도 과도하게 부나 영향력을 추구하지 않는 태도 덕분에 가족경영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 중평이다.
- 우리는 3세의 경영능력 검증을 강조한다. 3세가 능력이 출중해 서 실적을 내고 회사를 성장시켜주면 금상첨화겠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지 않은 대기업을 잘 끌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 다. 능력은 전문경영인들 것을 빌리면 된다. 책임감 있고 겸손한 관 리자형 3세 승계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타임스의 5세 승계는 일단 성공적으로 드러났다. AG의 디지털 혁신 작업이 짧은 시간 내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타임스는 2019년 10월 기준으로 디지털 유료구독자가 470만 명이다. 종이신문 최대 발행 부수 기록의 3배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작년 10월에 8면에 걸 쳐 타임스의 승계와 재도약을 특집으로 다루었을 정도다.
- 버핏은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을 헛일 하는 사람들로 만들어 버렸다. 굳이 책과 강의를 통해 공부할 필요 가 없다. 버핏을 따라 하면 된다. 세계 모든 기업의 경영자가 버핏 같이 유능하고 윤리적이면 지배구조 연구는 필요없다.그런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의 지배구조는 교과서에 나오는 원칙들과 반대다. 소유가 집중되어 있고 차등의결권제도까지 채택하고 있다. 이사회도 버핏 자신과 친한 사람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 고 장기 재임 고령자들이 다수다. 90세 이상 3인 포함 평균 78세다. 이사회는 일 년에 고작 두세 번 하고 사외이사들은 우리말로 거수 기들이다. 아들에게 이사회 의장을 물려줄거라고 한다. 1967년 이 래 한 번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한 적이 없다. 버핏이 극단적인 이 익 재투자론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버크셔는 나쁜 기업이어야 하는데 사업만 잘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주가는 주당 거의 4 억원이다.
- 슬론은 1875년에 예일대학교가 있는 뉴헤이븐에서 출생했고 17 세인 1892년에 MIT를 졸업했다. 더 일찍 졸업할 수도 있었는데 MIT는 슬론이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입학 허가를 몇 년 보류했었다고 한다. 이제 MIT 경영대학원 이름은 Sloan School of Management다. 슬론은 졸업 후 작은 베어링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4세에 그 회사 사장이 되었다. 하얏트 롤러베어링회사다. 자동차 회사들 중에 서는 올스모빌이 첫 고객이었다. 1916년에 이 회사는 다른 자동차 부품회사들과 합병해서 United Motors Corporation이 되었다. 2년 후인 1918년 이 회사를 GM의 일부로 편입시키면서 슬론은 GM의 중역이 되었고 1923년에는 듀폰(Pierre du Pont)의 뒤를 이어 GM 의 CEO에 취임, 무려 23년간 회사를 이끈다. 지분은 없지만 '오너’ 역할을 한 것이다. 사실 슬론은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기업들은 거대화 되었다. 사주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하루하루 회사를 경영하고 관리하는 따분한 일보다는 더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 인생을 살았다. 슬론처럼 그들을 대 신해 회사를 맡을 사람들이 필요했다. 이렇다 할 사주가 없는 회사들은 더 그랬다. 이른바 전문경영인의 시대가 도래했던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는 회사 경영에 필요한 경영자와 관리인력 을 좁은 공간에 차곡차곡 쌓아 넣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 슬론은 경영학 교과서에 기록된 여러 가지 혁신을 남긴 사람이다. 포드가 모든 일을 중앙집권화 해서 처리하려 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 사업부제의 원형이 된 분산화 조직을 도입했다. 분산화된 조 직은 아무리 거대해져도 효과적으로 관리된다. CEO의 능력과 개 성에 크게 좌우되는 포드형 조직에 비해 객관적인 원칙에 의해 운 영될 수 있다. 최초로 어셈블리라인을 공장에 도입해 생산을 효율 화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포드의 관리조직은 비효율 때문에 재무, 회계, 세무 같은 방면에서 엄청난 비용을 초래했다.
- 자동차 측면에서는 슬론은 쉐보레, 폰티악, 올스모빌, 뷰익, 캐딜 락을 서로 경쟁하지 않는 가격대로 펼치고 고객들이 나이와 구매력이 늘어감에 따라 순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GM가족’ 개 념을 창안했다. 이 전략이 GM이 1920년대에 포드를 추월해서 그 후 거의 70년 동안 왕좌를 지키는 동력이 되었다. GM은 슬론의 경 영하에 자동차 회사로서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기업이 되었다. 헨 리 포드 2세는 GM과 경쟁하는 것이 마치 코끼리를 쓰러뜨리려는 것과 같다고까지 했다. 슬론이 쓴 회고록 'My Years With General Motors'는 기업경영 에 관해 씌여진 책들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피터 드러커 는 이 책이 재미있다고 뉴욕타임스에 서평을 썼는데 슬론은 재미 있으라고 쓴 책이 아니라며 드러커에게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전문경영인의 개념을 확립하고 그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 썼다는 것이다. 슬론은 이 책을 1956년 은퇴할 무렵에 거의 완성했지만 당시 법무부와 벌이고 있던 독점금지 소송에서 회사에 불리하게 활용될까 봐 GM의 변호사들이 출판을 만류했고 타계 2년 전인 1964 년에야 빛을 보았다. 슬론은 자녀가 없었다. 이렇다 할 취미도 없었다. 회사를 경영하 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다. 만년에는 청력이 떨어져 보청기에 의존 했는데 당시의 보청기는 대형 밧데리가 착용자의 가슴 앞쪽으로 매달려 있고 귀에는 깔때기를 꽂는 모양이었다. 말을 할 때는 스위 치를 꺼야 했는데 확성기가 부착되어있었다. 그래서 슬론이 말을 시작하면 마치 최후의 심판 날 천둥소리 같은 것이 났다고 한다. 그 러면 회의실 안의 모두가 말을 멈추고 주목했다. 그러나 슬론은 모 든 사람들이 발언을 끝낸 후에만 스위치를 켰다. 드러커는 슬론의 보청기가 역사상 가장 완벽한 경영도구였다고 평가했다.
- CEO와 이사회 의장을 각각 다른 사람이 맡는 이른바 분리모델이 부각되면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그 모델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SK와 삼성전자가 분리를 채택했는데 베스트 프랙티스'를 선도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미국 상장회사의 약 20%, S&P500 기 업의 거의 절반이 분리모델을 채택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해외 기업들이 CEO와 별도로 이사회 의장을 두는 경우는 대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다.
첫째, 회사에 오너가 없기 때문에 두 지위가 분리된다. 오너가 없는 회사의 경우 이사회가 새 CEO를 영입한다. 사실 이 이유가 미 국 대기업에서 분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애플의 팀 쿡이 이 사회 의장이 아닌 이유도 레빈슨 현 의장이 스티브 잡스 때부터 선임 사외이사였고 잡스 사후 팀 쿡의 CEO 발탁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오너가 있는 회사여도 피아트(FCA)의 마르키오네처럼 사외이사들 중에서 CEO가 발탁되는 경우 자동적으로 분리가 발생한다.
둘째, 회사에 문제가 있어 CEO에 대한 불신이 발생한 경우다. 월트 디즈니 CEO였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2004년에 본인의 재선이 결정되는 주총을 앞두고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이 불신을 표명하자 이사회 의장직을 CEO와 분리하는 것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기업 경영에 가장 어두운 사외이사 전 상원의원 조지 미첼을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의장에 추대했다. 그러나 이는 꼼수로 평가받았다. 아무도 아이스너의 진정성을 믿지 않았고 아이스너는 22년간의 CEO 자리에서는 물론이고 이사직에서도 결국 퇴 임했다.
셋째, 행동주의 주주들이 CEO의 힘을 약화시키려 시도하는 경우다. 후일의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이 CEO로 있던 2008년에 엑슨 모빌에서는 주주들이 회사의 친환경 정책이 미온적이라고 생각했다. CEO의 권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분리모델 도입을 추진했다. 기관투자자들과 록펠러 패밀리가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위한 주주제안을 회사에 제출했다. 그러나 주주총회에서 39.5%의 찬성 밖에는 얻지 못해 부결되었다.
넷째,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를 영입하면서 오너가 잠시 후선으로 물러나는 경우다. 즉, 오너가 사외이사가 되는 경우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당시 포드 CEO였던 헨리 포드의 증손자 빌 포드는 앨런 머랄리를 CEO로 영입하면서 이사회 의장으로 옮 겼다. 포드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마다하고 회사 전 자산을 담보로 제공, 대규모 차입을 감행했다. 머랄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빌 포드는 포드 패밀리를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다. 회사는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포드 모델은 일종의 공동경영 모델인데 아직도 유지된다.
다섯째, 오너가 애당초에 경영에 관심이 없거나 다른 직업을 가 지고 있어서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경우에 이사회 의장으로 참여한다. 여기서도 오너가 사외이사다. 경영평가와 그에 따른 인 사권을 행사한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는 버핏이 은퇴하면 아들이 이사회 의장이 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오너가 사외이사로 참여해도 꼭 이사회 의장이 되지는 않는다. BMW의 오너 슈테판 크반트는 부의장이다. 폭스바겐처럼 특이하게 CEO직에 연령 제한을 두는 회사도 있다. 오너 피에히 전 회장은 65세에 CEO에서 의장으로 이동했었다.
여섯째, 두 회사가 합병하는 경우 양측의 수장이 CEO와 이사회 의장을 나누어 맡는 경우다. 대개 연장자가 이사회 의장이 된다. 아 르셀로와 미탈이 2006년에 합병할 때 락시미 미탈은 자신이 인수 주체였지만 아르셀로의 회장을 이사회 의장에 올렸다. 그 은퇴 이 후 미탈은 겸직을 유지하고 있다.
일곱째, 100% 분리인 독일의 경우다. 독일은 법률상 이사회가 복 층 구조로 되어있는데 감독위원회와 경영위원회는 서로 중복되지 못하므로 자동으로 분리가 된다. CEO에 해당하는 경영위원회 위 원장이 퇴임 후에 일정 기간 쉬었다가 감독위원회 위원장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다임러의 디터 제체 전 회장이 지금 쉬는 중인데 내년에 감독위원회 위원장, 즉, 이사회 의장이 된다.
두 지위를 분리하는 것은 이사회가 CEO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같 이 오너가 경영 일선에 나서는 경우 두 지위를 분리하는 데 큰 의미 는 없다. 오너 CEO에 대해 이사회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오너 의장과 독자적인 존재감 없는 CEO는 사실상 분리하지 않은 것과 같고 오너 CEO와 이사회 소집과 진행 외에는 독립된 역할이 없는 의장도 사실상 분리하지 않은 것과 같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평가기관들과 일부 교과서에서 좋게 평가 한다는 이유만으로 분리모델을 택할 것은 아니다. 분리와 기업가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학술 논문들도 결론이 일치하지 않는다. 회 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의 사업 내용과 소유구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는 논문도 있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80% 이 상이 분리모델이고 첨단 테크기업들은 30% 미만이 분리라는 자료도 있다. 특히 전환기에서 혁신과 신사업모델 추진에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분리모델 채택이 리더십에 불필요한 착시 현상 만 발생시킬 수 있다.
- 사외이사의 가장 큰 가치는 그 존재 자체에 있다. 경영진과 사내이사들이 이기적인 이유로 뭔가를 추진한다 해도 사외이사라는 벽을 넘어야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용과 강도를 조절하게 된 다. 또 양식있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나 부 탁을 하기 어려운 것처럼 채택이 곤란한 내용을 이사회에 올리는 것이 억지된다. 일단 이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미국의 스트라인 판사가 말했듯이 서로 '일상적인 행동에 있어서 통상적인 영향을 받는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러한 유형의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인 간의식의 근저에는 독립성을 해치는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따라 서 이사회가 구성된 이후의 운영은 그야말로 개개인의 양식에 맡 길 수밖에 없다. 후보의 발굴이나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작 문제는 현재의 이사회 모델이 경제 현실에 맞는가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사회 모델은 1975년에 버클리대 로스쿨의 아이젠버그 교수가 창안한 것이다. 그 이전의 이사회는 자문기 구였고 보통 20인이 넘는 사내이사들이 CEO와 함께 경영상의 결 정을 내리는 형태였다. 견제나 감독 기능은 거의 없었다. 1975년에 도입된 이사회 모델은 이사회의 경영판단 기능을 경영진에 대거 위임하고 대신 견제와 감독 기능을 부각시키는 현실적인 모델이 다. 사외이사가 다수가 되게 하고 감사위원회의 비중이 높아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40년도 넘은 이 모델이 계속 유효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에 비해 기업들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 기 때문이다. 최다 10인 이내의 사외이사들은(애플 7인, 알파벳 8 인, 페이스북 7인, 아마존 10인) 경영진을 감독하기에는 정보와 시간과 여력이 부족하고 인센티브도 떨어진다. 그래서 근래에는 사 외이사들의 부족한 점을 오히려 외부의 행동주의 주주들이 메꾸어 주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 우리는 45년 전에 도입된 모델도 아직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굳이 앞서가는 나라들의 발자국을 고스란히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들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우리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선두기업들은 이미 그 규모와 복잡성에서 그들 못지않다. 스탠퍼드대 길슨 교수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사회적 으로 무리가 없고 이사회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호 적인 사내 행동주의자'가 되게 할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하고 회사는 그에 필요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른바 '이사회 3.0'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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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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