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실제 온라인 플랫폼 '프리랜서 코리아'를 론칭하여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Exit과정까지 완료한 양민호 씨가 지은 책이다. IB분야 투자전문가나 스타트업 관련 강사가 지은 책이라면 책의 내용은 무척 진부했을 것이다.

 

실제 무작정 퇴사를 하고, 인수합병 자문을 통해 약간의 종자돈을 모은 뒤, 이리저리 부딪치며 사업을 일궈낸 과정이 무척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책의 중간 중간에 저자는 벤처사업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 과정이 얼마나 피말리는 일이었으면, 스타트업의 성공방정식을 논하는 책에서 벤처사업을 시작하지 말라고 하겠는가.

 

그래서 저자가 조언하는 성공방정식은 다른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서와는 다르다. 스타트업에 대한 막연한 희망을 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성공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두려움마저 갖게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실전에서 나오는 조언이 진짜 조언이다.

 

저자가 말하는 성공방정식을 살펴보자
(1)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있는가 :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그리고 기업가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투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버릴 것을 조언한다
(2) 주식투자보다 위험한 사업 : 1억원이 있다면 주식을 할 것인가,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주식투자 1억원은 손실을 봐도 5천만원 정도는 남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는 데 1억원을 투자한다면, 0원 혹은 빚이 남을 수도 있다.
(3)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 많은 조언서들은 스티브잡스, 엘론머스크, 제프베조스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곳은 미국도 아닌 한국이고, 우리는 그들과 같은 천재도 아니고, 그들과 비슷한 처지도 아니다. 저자는 영웅들이 쏟아낸 명언의 홍수에 현혹되지 말라고 한다.
(4) 원래부터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조언이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공정함에 기반한 사고와 의사결정을 한다. 나와 비슷했던 친구가 나보다 잘나가면, 뭔가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기 쉽다. 동등한 조건에서 출발하는 것 같지만 스타트업 창업세계조차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불평만 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5) 잘 모르는 영역에 도전해도 될까 : 당연히 안된다. 잘 아는 영역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모르는 영역에서 시작하여 성공한 기업인들도 있기는 하다. 이럴 경우 공동창업자 선정을 잘 해야 한다.
(6) 기업가치평가에 신경쓰지 말자 : 스타트업 창업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본업보다 기업가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가치평가나 지분율은 잊어버려아. 자신의 비즈니스 구축에만 온 힘을 기울여라
(7) 사업을 구상할 때 중요한 세가지 원칙 : 그 세가지는 현금흐름, 마니아층 확보,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어찌보면 스타트업에만 적용되는 원칙은 아닌 것 같다. 기업이라면 이 세가지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8) 혼자 할 것인가, 함께 할 것인가 : 당연히 함께이어야 한다. 저자는 홀로 창업을 했다가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단지 혼자서는 힘들어서가 아니라,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역량있는 공동창업자를 확보해야 한다.
(9) 처음 시작할 때의 능동성을 잊지마라 : 이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말한 Day 1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사업을 시작하여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면, 창업가의 마음가짐이 해이해지기 쉽다.
(10) 정정당당하게 정공법으로 : 위기에 닥쳤다고 해서 세상과 타협하지 말라. 올바른 신념을 갖고, 그 신념을 따르라
(11) 고정비를 줄이고 또 줄여라 : 이 교훈 역시 일반기업뿐만 아니라 가정경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특히나 스타트업은 성공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 돈은 생각보다 무섭게 빠져나간다. 고객을 위해 지출하지 않는 돈은 모두 낭비다.
(12) 스톡옵션으로 인재를 확보하라 : 요즘에는 스타트업의 경우 채용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스톡옵션은 기업의 미래를 보는 직원에게 창업자가 제안할 수 있는 직원유치 및 유지 방법이다. 흥미롭게도 스톡옵션을 통해 직원이 나중에 피해를 받지 않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13) 팀원을 존중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다 : 당연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많은 창업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4) 어떻게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 : IR자료나 투자설명서를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실제 작성자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직장인, 창업동아리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협찬을 통해 작성되었음

 

- 다른 사람들의 시끄러운 의견 때문에 여러분 마음속의 소리를 덮지 마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 묵묵히 성실하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원래 세상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마구치 슈)
- 언론에서 말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은 잊으세요. 대부분 거짓말입니다. 스타트업 중 절반은 1년 안에 망합니다. 살아남은 1인이 되려면 당신의 사업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세요. (줄스피에리)
- 인내는 아주 중요하다. 억지로 포기를 강요당하지 않는 한, 결코 포기하지 마라. (일론 머스크)
- 창업가 본인이 남들과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대단한 착각에 기인한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일종의 미신 또는 선민사상選民思想이 아닐까.
- 지난 10년 동안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이 쏟아낸 '명언의 홍수'는 동기부여를 넘어 '도전하지 않으면 무능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낳기도 하였다. 유능한 인재는 회사에서 나가고 결국 무능한 사람들만 회사에 남는다.' 라는 통념이 바로 그것이다. 대기업 금융회사에서 10년 넘게 관찰한 나의 주관으로 판단하건대, 이 통념은 실제와 다르다. 사람을 회사에 남게 하는 건 유능과 무능을 떠나 성향, 또는 직업을 바라보는 그 사람의 직업관이다. 나는 사업을 하며 여러 스타트업 대표와 교류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직업관도 세상의 통념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들은 종착지가 어디인지 알지도 못한 채 불안한 마음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다. 심장이 뛰는 곳으로 담대하게 도전하고 있는 그들의 무의식에는 '나는 월급쟁이보다 힘들더라도 내가 더 우월하다.' 라는 생 각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일부에게는 '이 주체적인 노동은 월급쟁이 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종의 숭고한 의식'이라는 배타성도 있었다.
- 창업을 한다는 도전 행위가 창업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적 으로도 높은 가치로 인식되는 최근의 현상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가수 정인의 노랫말처럼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이니까 말이다. 그 러나 무턱대고 창업을 부추기거나, 기업가 정신을 고취해 그렇게 행 동하지 않는 이들에게 일종의 열등감을 심는 것은 매우 큰 잘못이다. 어느 뛰어난 인재는 철저한 준비나 배경 지식 없이 그저 '명언의 홍수'에 자극받아 시류에 이끌려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면, 그가 스티브 잡스나 서정진이 될 확률은 0에 가깝다.
- 2019년 슈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에서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에 기업경영과 인간의 삶을 투영했다. 이 책에서 슈는 멜빈 러너 Melvin Lerner의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을 통해 인간이 착각하는 신념 중 하나를 비판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글래드웰이 주장한 1만 시간의 법칙, 즉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 나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허구에 가깝습니다. 노력은 언 젠가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공정한 세상 가설은 실증 연구에서 부정되었습니다. 이 주장은 비록 아름답게 들리지만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세계관이며 개인의 바람일 뿐입니다. 묵묵히 성실하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원래 세상은 공정하지 않 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공정한 세상 가설에 사로잡힌다면 여 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상은 공정해야 하는데 조직(국가 등)은 공정하지 않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조직에 원한을 품게 됩니다. 테러리스트의 심리 과정 그 자체입니다. 세상은 결코 공정하지 않습니다. 남모르는 노력이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사고는 인생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 성공한 기업가들을 보면 자신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창업했다. 즉 (1 )본인이 이미 잘 아는 영역에 도전했고, (2) 적절한 시점에 네트워크가 작동했고, (3) 소정의 성과를 거둔 후 이 현금흐름과 외부 투자자금으로 기업을 더 성장시켰다. NHN의 이해진도, 카카오의 김범석도 삼성SDS 출신이다. 드림위즈의 이찬진과 엔씨소프트의 김택진이 대학 동아리 시절 한글과컴퓨터를 창업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배달의민족 김봉진은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네오위즈와 NHN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플랫폼이나 이커머스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 밸류에이션은 세 가지 오류.
(1) 벤처캐피털을 망라한 모든 전문 투자자는 신이 아니다. 이들의 펀드에 담긴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데 상당수의 투자 건은 실패하고 소수가 소위 '대박'을 쳐서 펀드수익률을 맞춘다. 따라서 이들의 밸류에이션은 정성적 ·정량적 지표를 모두 고려하여 '이 정도의 지분율 이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와 같은 이들의 심증적 예측'에 불과하다. 투자자가 어느 기업의 가치를 매긴다고 그것이 곧 기업 가치가 되지는 않는다.
(2) M&A가 점점 활성화되고 있지만 투자 회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은 여전히 기업공개라고 봐야 한다. 특히 국내 투자 회수 시장은 더욱 기업공개에 의존한다. 투자자는 보통 기업공개를 통해 큰 수익 을 맛볼 수 있다. 국내 기업공개 시장에서의 밸류에이션 방법론은 일 부 바이오, 제약, 보험업 등을 제외하고 99% PER이다. 즉 직전 연도와 해당 연도에 예측된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기업공개 시 공모 가격과 그 이후 시가총액이 형성된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은 정성적·정량적 지표를 통해 꽤 먼 장래의 손익과 가능성을 추정한다. 초기 투 자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이것은 PER의 개념보다는 일종의 개념적 또는 심증적 DCFdiscounted cash flow (현금흐름할인법)에 가까운 방법론이
다. 먼 미래의 잉여현금흐름을 적정한 할인율로 할인하여 구한 현재 가치로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일부 M&A나 사업성 평가에서 '심증적'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수단 정도로 활용되며 주식시장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너무 많은 가정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가치를 예상하는 밸류에이션 방법론은 대부분 업종에서 큰 의미가 없다. 먼 미래의 기업 흥망과 당기순이익을 맞추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3) 40억 원 가치의 기업이 10억 원을 유상증자한다고 50억 원의 가치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 상장된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평균 PER이 10배 정도 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어느 반도체 장비 기업은 당기순이익 20억 원을 달성할 때(또는 예상될 때) 시가총액이 200억 원 내외가 될 것이다. 이 기업이 100억 원을 증자한다고 시가총액이 300억이 될까? 그렇지 않다. 이 기업은 그 100억 원의 유입자금을 잘 활용하여 당기순이익 30억 원을 달성해야만(또는 예상되어야만) 시가총액 300억 원이 된다. 만약 그 100억원으로 신규 사업을 벌여 실패하거나 기존 사업의 전략이 엇나간다면 오히려 시가총액은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프리밸류, 포스트 밸류라는 의미는 밸류에이션이나 기업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단지 투자자의 지분율 계산을 위한 것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미 창업가나 스타트업 기업가이거나, 또는 그것을 꿈꾸고 있다면 우선 밸류에이션과 기업 가치에는 신경 쓰지 말자. 이 말은 초기에서 중기 투자를 받을 때 창업가의 지분율에 대해서도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는 말이다. 고객이 모이고 현금흐름이 발생하여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 알아서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그 기업에 높은 가치를 매겨 기업가를 찾아온다.
- 세 가지 원칙
원칙 1. 현금흐름의 중요성 - 투자 유치 없이 간다고 생각하자. 가장 낮고 보편적인 곳에 현금흐름이 있다.
원칙 2. 마니아층을 확보하라 -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필수 소비 영역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자.
원칙 3. 최소한의 안전망은 필요하다 - 현 직장을 관두지 말고 시작하자. 최소 생활비 정도는 어딘가에서 나와야 한다.
-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스타트업을 창업했을 때 그 누구도 당신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 지인이 직원 수와 회사의 흥망을 물어봤을 때 당신이 고통을 호소하며 체념한 듯 대답한다면 그는 자신도 모 르게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반면에 당신이 자신만만하게 성공에 대해 말한다면 그는 무의식적으로 과장한다고 여기거나 질투를 느낄 것이다. 그래서 독일어에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손실, 불이익을 뜻하는 '샤덴'과 기쁨, 즐거움을 뜻하는 프로이데'를 합성한 것으로, 타인의 불행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또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격언 하나가 있다.
"누구도 당신의 사업이 성공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성공을 바라지도 않는다. 당신은 모든 사람에게 '거봐. 당신은 틀렸어. 내가 옳았어'라고 반증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그래서 동양의 옛 어른들은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다니라고 했다. “물어보면 잘된다고 절대 말하지 마세요. 항상 어렵 다고 말하세요. 그래야 비로소 그들은 기뻐하며 당신을 도와줄 것입니다.”
- 1999년 아마존은 이미 상장을 완료했고 제프 베조스는 거부富를 손에 거머쥐었지만 그의 사무실을 보라. 남루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돈을 고객에게 쓰겠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에는 돈을 쓰지 않겠다는 하나의 상징입니다(It's a symbol of spending money on things that matter to customers and not spending money on things that don't).”
난 자본금의 규모를 떠나 스타트업 창업가는 가장 비천한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즈니스 구축이 안 된 상태에서 임차료 라는 매몰비용으로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은 생각보다 무섭게 빠져나간다.
- 일반 노동자가 생각하는 노동은 상사가 시키는 일을 빠짐없이 성실히 수행하여 급여와 복지를 반대급부로 취하는 것이겠지만, 스타트업은 이러한 노동자들로만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초기 스타트업의 노동자는 세 가지의 중요한 덕목을 갖춰야 한다. (1) 어려움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신념, (2) 회사와 CEO의 비전에 전적으로 동 의하여 마치 공동창업자처럼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의지, (3) 업무역량과 경험이다. 누군가는 코웃음을 쳤을지 모른다. 이런 인재를 어디서 구하느냐고.
- - 창업가가 명확한 지표(현금흐름 등) 없이 시리즈A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을 찾아간다면 어김없이 이 말을 듣게 될 것이다. “투자를 받아 보거나 현재 투자하겠다는 곳이 있나요?” 없다고 하면 이런 대답 이 돌아온다. “회사의 단계는 저희보다는 프리 시리즈 ApreseriesA 나 액셀러레이터에 맞는 것 같습니다.” 즉, 본인들이 비록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자이지만 위험을 피하겠다는 의미다. 설령 투자를 집행한다고 해도 이들은 단독 투자를 꺼린다. 이들은 클럽 딜lub deal 형태로 여러 벤처캐피털의 컨센서스consensus를 모아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정부에서 자금을 받아 가장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정작 위험을 피한다는 게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다. 물론 모든 투자 행위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들이 위험을 피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이들이 영세하기 때문이다. 즉 투자에 실패하여 추가적인 자금 조달(편딩)이나 성과보수를 받지 못하 는 경우 해당 벤처캐피털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벤처캐피털이 존재감 없이 시장에서 사라진다.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에 투자하지 않아요.”와 같은 말이 나오는 이유다.
- 투자 하이라이트는 위와 같이 구성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당신이 투자하지 않아도 우리는 먹고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금으로 기존 비즈니스를 개선한다면 충분히 가파른 성장이 예상됩니다. 우리는 미약하나마 이미 시도해 봤고 당신에게 지표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예상되는 리스크는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대비했습니다(또는 하려고 합니다).” 결국은 흐름을 잘 짠 스토리다.
- 회사에 투자자의 현금이 들어오면 그것이 부채 성격인지 자본 성격인지에 따라 종종 채권적 투자와 자본적 투자로 그 성격을 구분하기도 한다. 투자 업계에서 채권적 투자는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CB 가 대표적이고, 자본적 투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대표적이다. RCPS를 자본적 투자로 보는 이유는, 대부분의 비상장 기업이 회계 기준으로 채택하는 K-GAAP(한국회계기준)에서 RCPS를 회사의 자본 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상장 기업과 달리 상장 기업이 적용받는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서는 RCPS를 부채로 인식한다. CB와 RCPS는 그 성격이 매우 유사하다.
- 회사를 청산(파산)할 때 우선권에서 CB가 RCPS보다 더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 대부분의 벤처투자는 RCPS로 이뤄 진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자산이 없어서 어차피 투자 기업이 청산까지 가는 상황이라면 CB도 큰 의미가 없기 때 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투자 후 피투자 기업의 재무제표상 부채 비율을 높이고 싶지 않아서다. 다만 기계와 설비 중심의 청산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성숙한 비상장 기업이나 일반 상장 기업에서는 폭넓게 CB가 활용된다.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할 때 현금과 보통주식stock을 교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통주주는 우선주주보다 배당과 잔여재산 분배에 서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국가의 상법은 주주가 배당을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우선주식preferred stock과, 주주임에도 마치 채권자처럼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주식redeemable stock 그리고 우선주식을 보통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담긴 전환 주식convertible stock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 모든 상법상 주주의 권리를 가진 것이 바로 RCPS다. 비록 회사의 입장에서는 보통주식으로 투자 받는 것이 가장 유리하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당연히 RCPS를 선호한다. 결국 투자와 피투자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피투자 기업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RCPS 투자 관행에 따를 수밖에 없다. 혹자는 '왜 굳이 이렇게 좋은 우선주식을 보통주식으로 전환할 까?' 의아할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 첫째, 기업공개IPO 후 유통되는 주식은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식만 허용하기 때문에, 피투자 기업의 기업공개 이후의 보통주식 전환 및 지분 매각을 감안해서다. 둘째, 일정 조건하에서 전환 비율'을 조정하여 투자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함인데, 이러한 전환 비율의 조정을 투자 실무에서는 '리픽싱refixing' 이라고 한다. 리픽싱은 스타트업 창업가라면 피투자 전 반드시 알아야 하므로 투자 계약 체결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에서 다시 정리하겠다. 많은 창업가는 투자 계약 당시 투자자의 전환권 보다 상환권을 더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예민하게 반응한다. RCPS는 실질적으로 부채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RCPS의 'R', 즉 상환권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많은 투자자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 상환의 재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 배당가능이익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이익으로 형성된다. 투자자가 회사에 상환을 청구하여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면, 이 회사에 상 법상의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과 거처럼 최대주주 등 이해관계자, 즉 '사람'에게 연대보증채무를 지게 하는 시대가 아니므로 오로지 투자자는 회사에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익을 내지 못해 투자 당시의 기업 가치(밸류에이션)를 달성하지 못한 채 상환권 청구 시점에 도달한 기업에 과연 배당가능이익이 있을까? 이 경우 대개 회사의 배당가능이익보다 회사의 자본잠식이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점점 상환권을 포함하지 않는 추세이며, 최근 국내 스타트업 투자 업계에서도 초기 기업 대상 투자에서는 이 'R'을 뺀 CPS(전환우선주) 투자가 왕왕 이뤄진다. 만약 어느 스타트업 창업가가 투자 계약과 관련하여 투자자와 협상을 벌인다면 우선 상환권과 관련한 부분(기한, 금리 등)은 내주는 카드로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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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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