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신장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콩팥을 남편에게 떼어준 아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편은 30대 중반부터 유전적 요인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었는데, 5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합병증으로 신장까지 않좋아졌고, 급기야는 투석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천만다행이었는지 부인의 콩팥을 남편에게 이식해도 가능한 것으로 판정되었고, 책의 저자인 부인은 응당 자신이 할 수 있으면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무사히 이식수술을 마치게 된다.

스토리로만 보면 아내의 따뜻한 순애보라고 할 수 있는데, 중간중간에 부모님 시절부터 집안사이에 인연이 있었던 남편을 만나게 된 과정이라던지, 결혼생활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간간히 소개되어 있어서, 단순히 신파조의 눈물을 자아내는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아내의 간병과정과 신장이식과정, 그리고 이식 이후 남편에게 식단관리를 해 주는 힘겨웠을 과정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부부간의 사랑이란게 이런 거구나 하는 묵짐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저자의 이력 자체가 물리교사로 봉직하다가 다도에 입문하면서 다도대학원, 카톨릭대 생명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카톨릭 생명사목연구회와 카톨릭생명윤리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하신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감히 엄두조차 못낼 일을 신앙과 사랑의 힘으로 드러내지 않고 사랑의 힘과 생명의 소중함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저자와 그녀의 남편이 무사히 완쾌되는 해피엔딩을 기대했건만,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의 백혈병 진단과 " 당신이 나를 이렇게 건강하게 살려줬쟎아. 우리 지금껏 잘 헤쳐왔으니 앞으로도 그럽시다. 다 잘 될거요."라는 남편의 위안으로 마무리된다. 작가의 쾌유를 빌며, 다음번엔 작가의 완쾌과정을 또 다른 책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마음 깊이 다가온 몇몇 구절을 소개한다.

* 인생의 척도는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가다.
* 의미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일관성 있게 조율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다. 인생은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깊고 충만하게
* 오랜 투병에서 오가는 생각들은 발자국이 되고 길을 이루었다. 고통이 덮칠 때 주저앉아 울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쓸 것인가? 고통을 겪을 때마다 그 고통이 내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이만큼 살아보니... 시시때때로 쪼그라들었던 마음에도 어느 순간 빛이 흘러들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처럼 휘황하게 눈부시지 않던가. 삶이 가르쳐준 길이었다.
*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고, 달은 자신을 위해 어두운 길을 밝히지 않는다. 이순을 넘어서니 자신만이 누리는 행복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로 인해 어느 누가 행복했다면 그런대로 잘 살아온 삶일 것이다.
*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을 지탱한다
* 생텍쥐페리는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저 아래 샘이 있기 때문이라는 불후의 명언을 어린왕자에서 밝혔다. 야간비행의 선구자였던 그는 불시착한 사막에서 겪었던 막막한 체험으로 생명의 본질을 깨우쳤고, 낮과 밤의 극명한 대비로 드러나던 사막의 속내를 꿰뚫어 알아차린 것이다.
*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천천히 태어나는 것이다. 신장 하나를 내어주고 받아든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의 생명이 되고, 그는 생명을 받아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것들 가운데 버릴 것은 버리고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바람이 지나는 길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부부지간이라도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부모 노릇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추측대로 상대방을 속단해서도 안 될 것이다. 부부가 아니더라도 함부러 단정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 사람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신은우리에게두개의콩팥을주었다 #치유에세이 #파람북 #에세이추천 #힐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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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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