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하는 뇌

과학 2024. 2. 11. 21:21

- 우리 뇌에 두 개의 분리된 시스템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나는 들리는 음의 높낮이가 '무엇인지 판 단하는 '무엇 시스템 (what system)'이고, 다른 하나는 소리가 '어디에서 들리 는지를 판단하는 '어디 시스템 (where system)'이다. '무엇 시스템'으로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지를 결정할 때는 우세귀에 도달하는 음높이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비(非)우세귀가 듣고 있는 음높이에 대한 의식은 억제하 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오른손잡이는 음높이를 파악할 때, 왼쪽 귀보다는 오른 쪽 귀에 주의를 기울인다.) 반면, '어디 시스템'은 완전히 독립적인 규칙을 따르 는데, 실제로 들은 그 음이 높은지 낮은지와는 상관없이, 고음이 들리는 방향의 귀에서 지각된 음이 들린다고 판단한다.
이 모델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오른쪽 귀가 우세한 오른손잡이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고음이 오른쪽 귀, 저음이 왼쪽 귀에 전달된 순간, '무엇 시스템'은 오른쪽 귀로 들은 고음을 듣고 있다고 판단 한다. 또한 이때, 고음이 오른쪽 귀에 제시되었기 때문에 '어디 시스템'은 오른쪽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느낀다. 곧이어 저음이 오른쪽 귀, 고 음이 왼쪽 귀에 전달되면, '무엇 시스템'은 우세귀인 오른쪽 귀에 들리는 저음을 듣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왼쪽 귀에 고음이 들리면서 어디 시스 템'의 주의를 끌어 지각된 음이 왼쪽 귀에서 들린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연속된 음들의 패턴을 들으면, 오른쪽 귀에서 높은 음이, 왼쪽 귀에서는 낮은 음이 교대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양쪽의 이 어폰을 바꾸어 끼어도 이 지각 패턴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음의 연 속이 단순한 하나의 음으로 상쇄되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왼쪽 귀가 우세한 (주로 왼손잡이) 청자에 대한 모델을 생각해보면, 높은음이 왼쪽 귀에, 낮은 음이 오른쪽 귀에 교대로 들려야 한다. 수 많은 실험에 의해 이 모델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옥타브 착청 현상은 심리학자들이 착각적 결합이라 부르는 인지 프로세스의 확실한 예시를 보여준다. 이러한 반복 패턴을 들을 때, 전형적인 오른쪽 우세귀를 가진 청자는 저음이 오른쪽 귀에 제시되고 고음이 왼쪽 귀에 제시되는 순간, 오른쪽 귀에 제시된 음높이와 왼쪽 귀 에 제시된 음의 위치를 결합하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음을 지각과정에서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질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왜 착청을 듣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걸까? 재생된 실제 소리 그대로 지각하지 않고, 굳이 새로운 착청을 만들어내 듣는 이유가 뭘까?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소리들은 대체로 질서를 가지고 있다. 그 리고 우리의 청각 메커니즘은 이 질서에 부합하던 청각적 경험들을 학 습하면서 앞으로 들을 소리는 어떤 패턴일지 예측하거나 가정하며 들 을 수 있게 발달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음계 착청 같은 패턴은 일상적으 로 듣는 소리의 질서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패턴을 들은 우리 뇌는 두 위치에서 각기 따로 도약하는 음들을 지 각하는 것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결론을 거 부하는 것이다. 그 대신 현실에서 들어봄직한 소리인, 한 곳에서 비슷한 음역의 멜로디를 듣고 다른 곳에서 다른 음역의 멜로디가 들리는 것으 로 가정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뇌의 해석에 따라 공간의 음들 을 지각적으로 재조직해 듣는 것이다.”
- 우리의 감각기관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파편화된 형태로 도달한다. 지각 시스템은 그러한 정보의 단편들 사이의 연속성을 유추해서 적절하 게 틈새를 메워야 한다. 가령 우리는 보통 잎에 부분적으로 가려진 나뭇 가지를 보게 되는데, 보이는 부분들 중 어떤 것이 같은 가지로 연결되는 것인지를 유추하게 된다. 이런 추론 과정에서 좋은 연속성과 폐쇄성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한 나뭇가지의 부분들 사이의 틈새를 지각적 으로 채워서 하나의 매끄러운 윤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림 3>의 카니자(Kanizsa)의 삼각형 또한 좋은 예다. 그림을 볼 때 우리의 시각적 시스템은 통합된 전체로 지각하기 위해 틈새를 채우는 과정에서 착각적 윤곽이 만들어진다. 좋은 연속성과 폐쇄성의 원리에 따라 이 그림을 아래의 물체를 가리는 '흰색 삼각형'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효과로, 우리의 청각 메커니즘은 놓친 정보를 지속적으 로 복구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번화가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 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지나가는 교통소음들로 인해 간헐적으로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친구가 말하고 있는 것을 따라가기 위해 귀로 들어오는 친구 말소리의 단편들 사이의 연속성을 유추해야 하고, 놓쳤던 소리의 단편들을 채워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메커니즘들이 발달되어 왔고, 그런 메커니즘에 기초하여 쉽게 착 각을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실존하지 않으나 '들리는 소리에 쉽게 속을 수 있다.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Hofstadter)는 저서 『괴델, 에서, 바흐'에서 '이상한 고리'라는 표현을 만들었는데, 이는 하나의 위계적 시스템을 이 루는 개별 수준들을 통과해서 움직일 때 처음 시작했던 지점으로 계속 해서 돌아가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는 '거짓말쟁이 패러독스를 무 한히 돌 수 있는 고리의 대표적 예로 보았다.
네덜란드 화가 M. C. 에셔는 '이상한 고리'의 원리를 여러 작품에서 사용했다.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그림 4.1>의 석판화 <올라가 기와 내려가기>'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수도승들이 끊임없는 여정으 로 계단을 천천히 오르내리고 있는 것을 본다. 이 석판화는 <그림 4.2> 의 펜로즈와 펜로즈(Penrose & Penrose)가 고안한 <불가능한 계단>에 바탕 을 두고 변형시킨 것이다. 시계방향으로 각 계단은 한 계단씩 내려가게 되어 있어서 전체 계단은 끝없이 내려가는 것(혹은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 다. 우리의 지각 시스템은 이 그림이 틀림없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 면서도 이러한 해석을 고집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림 속 4개의 계단들에 대해 원근법을 개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똑바로 이해해볼 수도 있겠으나, 우리는 결코 이런 방식으로 지각할 수 없다. 우리의 지각 시스템은 가장 단순한 해석을 선택한다. 그것이 말도 안 된 다 할지라도 말이다.
-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2017년 영화 <덩케르크>를 위해서, 셰퍼드 음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연속된 소리를 사용하였다. 그는 끊임없이 상승하는 듯한 관현악 패턴 을 만들었는데, 이는 끝없이 긴장감을 고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끝없이 상승하고 하강하는 음계는 정서적으로도 강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하강하는 음계를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다 소 우울해진다고 말한다. 한번은 대형 강의실에서 이런 음계를 재생했 는데, 들려준 지 약 10초 후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반복해서 고개를 내리 고 있었다. 끝없이 상승하는 음계를 들려주었을 때는 반대의 현상이 일 어났는데, 학생들은 활기가 돌았고 대다수가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덧붙이자면, 반옥타브 역설은 청각뿐 아니라 시각에서 일어나는 일 반적인 지각 원리를 보여준다. 우리가 모호한 배열을 지각할 때, 우리 는 그것을 해석하여 가장 이치에 맞는 결론을 내린다. 예술가이자 퍼 즐 제작자인 스콧 킴은 <도치들(inversions)>이라는 시각 작품 시리즈를 통 해 이 지각 원리를 보여주었다. <그림 5.5>는 그중 한 작품인 <upside down(거꾸로)>인데, 이를 똑바로 보거나 거꾸로 뒤집어 보더라도 동일한 단어로 보인다! (윗줄에서 upside, 아랫줄에서 down이 보인다.) 그의 책 『도치들에 서 문자와 단어를 사용하여 만든 다른 시각적 패러독스를 함께 볼 수 있 다. "우리는 영어문자와 단어에 관한 오랜 경험에 근거하여, 우리가 가 장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이 배열을 지각적으로 맞춘다. 이러한 이유로 평소 에 영어를 많이 사용할 일이 없던 독자라면 이미지에서 글자를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 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단번에 upside down 글자를 읽어낸다_옮긴이)
같은 원리로 반옥타브 역설을 들을 때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말소 리(주로 유년기에 들었던 부모님의 말소리) 음역에 대한 사전지식과 경험이 우리 로 하여금 소리 패턴을 이 음역에 따라 방향 잡게 한다. 이처럼 킴의 작 품 '도치들'과 '반옥타브 역설' 모두 우리가 지각 세계의 방향을 잡는 방식 에 미치는 하향식 처리의 힘을 보여준다.
- 마지막으로 반옥타브 역설은 '절대음감'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함의를 제시한다. 절대음감은 음이 단독으로 제시되었을 때 음의 이름을 맞힐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이 능력은 서양에서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사람들이 반옥타브 역설을 일관성 있게 판단한다면 그들은 이미 절대음 감의 암묵적인 형태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음고류 나 음이름들에 따라 절대적으로 높거나 낮게 듣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 다. 따라서 반옥타브 역설은 사람들이 음정을 듣고 그 음이름을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절대음감의 암묵적 형태를 소 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어린 아기들이 북경어에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음고와 단어를 결합하고 이를 통해 단어에 대한 절대음감'을 발달시킨다. 따라서 아기들이 음 악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절대음감을 위한 뇌 회로가 이미 발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성조와 함께 어휘를 습득했던 것과 유사 한 방식으로 '음에 대한 절대음감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반면, 영어 같은 비성조 언어에서 음높이를 사용하는 목적은 문법적 구조, 정서적 어조 및 운율 같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지, 단어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비성조 언어 구사자는 절대음감 습득에 서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나의 기존 가설을 강하게 지지한다. 즉, 유아가 성조 언어를 습득할 때 모국어 성조에 대한 절대음감을 발달시키고 후 에 다른 성조 언어의 성조를 습득하듯이 음악적 음에 대한 절대음감을 습득한다는 가설이 좀 더 힘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결과는 유 아기에 음높이와 단어의 뜻을 결합하는 기회를 갖지 못한 대부분의 영 어 구사자들이, 심지어 충분히 어린 나이에도 왜 음악적 음에 대한 절대 음감을 습득하는 데 훨씬 더 어려움을 겪는지를 설명해준다.
아직까진 이 가설에 관한 증거는 단어의 의미를 결정하는 데 음높이 가 두드러지게 관여하는 '성조 언어 구사자에 한정되어 적용된다. 하지만 일본어나 한국의 특정 지역의 방언과 같은 다른 동아시아 언어에도 동일한 원리가 어느 정도 적용된다. 일본어는 구성하는 음절들의 음높 이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바뀌는 피치-악센트(pitch-accent) 언어이다. 예를 들어 도쿄 일본어에서 '하시라는 단어를 '고저'로 발음하면 '젓가락'을 의 미하고, '저고'로 발음하면 다리(橋)'를 뜻하며, 두 음절 사이에 음높이 차 이가 없으면 '모서리'를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함경도와 경상도 방언이 성조 언어 혹은 피치악센트 언어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경상남도 방언에서 단어 '손'을 저음으로 발음하면 '손자'나 '손해'를 의미하고, 중간 음으로 발음하면 신체 일부인 '손(hand)'이 되며, 높은 음이면 '손님'이 된다. 유아기에 이러한 피치악센트 언어나 방언에 노출된 사람들은 절대 음감 발생률이 비성조 언어만을 경험한 사람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측 되지만 완전한 성조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에서만큼 발생률이 높지는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비성조 언어 구사자보다 일본어 구사자 사 이에서 절대음감 발생률이 높지만 북경어 구사자들보다는 그 비율이 덜 하다고 보고되었다."
- 절대음감 습득의 '결정적 시기' 가설을 더욱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약 리학 연구를 소개한다. 동물 연구에 의하면 발프로에이트, 또는 뇌전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 발프로산이 뇌의 가소성을 회복시켜서 늦은 연 령에도 결정적 시기를 다시 열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교 의 타코 헨쉬(Tako Hensch)가 이끈 국제 연구팀은 음악 훈련을 거의 받지 않았거나 전혀 받지 않은 젊은 남성들을 모집하여 음과 음이름을 연관짓는 훈련을 실시하였다. 발프로에이트를 복용한 집단은 플라시보를 복용한 대조군보다 음이름 맞히기를 더 잘 학습했다. 이 연구에서 발프 로에이트를 복용한 참여자가 11명, 플라시보 군이 12명으로, 참여자 수 는 적었지만 대규모 연구로 진행할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매 우 흥미로울 것이다.

- 종종 절대음감 소유자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음이름 식별 능력이 점 차 쇠퇴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이러한 경향성은 40~50세 즈음 시작 되고, 보통 매우 당혹스러워한다. 젊었을 때보다 음이 조금 높거나 조금 낮게 들리게 되는 것인데, 예를 들어 피아노의 C음을 누르면 B나 C# 음 으로 들리는 것이다. 이러한 지각 수준에서의 음고 이동 현상은 내이( 4) 조직의 변화와 관련이 있는데, 이는 노화 과정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 이다.
영국 심리학자 필립 버논(Philip Vernon)은 음고 이동에 관한 자신의 경 험에 관해 상세히 묘사했다. 52세가 되었을 때 그는 젊었을 때보다 반음 높은 조(key)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특정 조마다 특정한 기분을 연관시키는 일종의 공감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저 에게 C장조는 힘있고 씩씩한 느낌이라면, C#장조는 더 음탕하 고 연약한 느낌입니다. 이 때문에 유명한 C장조 작품인 바그너 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서곡이 C#장조로 연주되는 것으 로 들렸을 때, 듣기가 괴로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나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회에서 음악을 들을 때, 항상 습관적으로 조옮김을 했습니다. 즉 제 귀에 C#이나 D로 들리면 실제 음이 각각 C와 C#일 것이라 추론하는 방식이었죠. 이제 71세가 되니 음이 더 높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온음(2반음) 높은 음이나 조로 들리기 시작해서, 바그너의 C장조 서곡이 이 젠 분명한 D장조로 연주된답니다! 
-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Sviatoslav Richter)에게 절대음감은 그가 듣고 연주하는 음악에 있어서도 필수요소였다. 그는 만년에 자신의 절대음감이 변했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에 빠졌다.
저는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음악이든 듣고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청력은 점차 나빠지고 있습니다. 요즘 제게는 조가 뒤죽박죽이고, 실제 음보다 온음 높게 듣거나 때로 는 두 온음 높게 듣습니다. 예외적으로 베이스 음은 원래보다 더 낮게 들립니다. 마치 뇌가 흐물흐물 해져서 제 귀와 청각 시 스템이 조율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저 이전에도 노이하우스와 프로코피에프도 비슷한 증상으로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프로 코피에프의 경우에는 말년에 모든 음을 3온음까지 더 높게 들 었다고 합니다. 이는 고문 그 자체입니다....
-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정부는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를 '모니터링 서비스' 감독으로 임명하여 친구와 적의 무선 송 신을 감시하도록 하였다. 당시의 기술을 고려했을 때, 일부 전송은 거의 들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도청된 소리로부터 메시지를 유추하는 일 은 어려웠을 것이다. 곰브리치는 “청각에 대한 공리, 사색, 그리고 힌트" 라는 제목의 내부 메모에서 이러한 도청된 소리의 해석에는 듣는 이의 지식과 예상이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했다. 그의 기록에 의하면, 'Send reinforcements, am going to advance(증원군을 보내라. 전진하겠다)'라는 긴급한 메시지를 어떤 신호원이 엉뚱하게 들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고한다. 'Send three and four pence, am going to a dance(3, 4펜스를 보내라. 춤추러 간다) 
- 뇌가 모호한 신호로부터 의미 있는 말을 재구성한다는 또 다른 예가 있다. 바로 '사인파 음성(sine wave speech)'으로, 심리학자 로버트 레메즈 (Robert Remez) 연구팀이 제작한 것이다. 사인파 음성은 다양한 길이의 사인파 3~4개를 합성하여 만드는데 각 사인파가 자연스럽게 문장을 말 할 때 나타나는 포먼트 주파수들의 형태와 유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음원을 문맥 없는 상황에서 재생하면 그저 수많은 휘파람 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원래의 문장을 먼저 듣고 나서 이 사인파 음성 을 들으면, 청자가 그 순간 무슨 단어가 등장할지를 알고 듣게 되므로 우리의 뇌는 이런 휘파람 소리 같은 음원을 마치 문장을 말하는 것처럼 인식하도록 소리를 재구성한다. (여기서 포먼트(formant)란, 말소리에서 에너지가 크 게 두드러지는 특정 주파수 대역을 뜻하며, 보통 이 주파수 대역의 조합에 의해 모음을 인식하 게 된다. 사인파, 배음, 포먼트 주파수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이 궁금하다면, 물리학자 에릭 헬러(Eric Heller)의 저서 『왜 우리는 우리가 듣는 것을 듣는가?」를 참고하길 추천한다.
- 그렇다면 어떻게 뇌에서 이러한 재구성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고전 적 인지신경과학의 관점에 따르면 소리가 제시될 때, 소리 신호는 귀의 가장 안쪽에 있는 달팽이관에 의해 전기 신호로 변환되어 청각 경로를 구성하는 일련의 신경회로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신경회로 각 구조의 뉴런(신경세포)들은 이 전기 신호를 이어진 상위 수준의 구조물로 전달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리가 해석되는 청각피질과 연합피질로 보낸다.
하지만 재구성의 과정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상대적으로 상위 구 조인 청각피질의 뉴런은 청각회로에서 더 하위 수준의 뉴런에도 신호를 보내는데, 다시 그 뉴런들은 좀 더 하위 수준의 구조로 계속 연이어 달 팽이관까지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또한 양쪽 뇌의 뉴런들도 서로 상호 작용한다. 그래서 달팽이관에 전달된 소리에 대한 최종 해석은 정교한 피드백 루프를 포함하게 되며, 그 안에서 신호들은 수차례 변환된다. 문 제를 더 복잡하게 하기 위해 청각 뉴런들은 시각과 촉각을 비롯한 다른 종류의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뇌의 또 다른 구조로부터 신호를 받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청각피질 뉴런들은 기억, 주의, 정서와 같은 상위 인지 과정을 구성하는 뇌 영역의 신경신호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 청각 시스템은 매우 복잡한 상호 연결구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청각 경로 각 단계를 거치는 소리 신호는 특정 방식(강화되거나 약화되는 방 식)으로 조정되며, 이러한 조정은 청자의 경험, 기대, 정서 상태로부터 향을 받는다. 그 결과, 의식으로부터 지각된 최종 형태를 표상하는 신경 신호는 말 그대로 '뇌 속에서 변형된 것이지만 청자는 그 변형된 형태가 '외부 세계'로부터 도달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말소리에 대한 지각은 청각뿐 아니라 시각 시스템의 입력에 강하게 영향받을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사례가 맥거크 효과(McGurk effect)'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상에서 가(ga)'를 발음하는 입모양을 보여주면서 실제 소리는 '바(ba)'를 들려주면, 사람들은 가라고 지각할까? 아니면 바라고 인식할까? 일반적으로 '바' 혹은 '가'를 듣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혼합되어 다(da)'를 듣는다.
우리는 일상에서 소음이 있는 상황에서 입 모양으로 말을 인식해야 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난청이 있는 사람들도 이 러한 인지과정을 거치는데, 맥거크 효과는 입술 움직임 같은 시각적 정 보를 통해 말소리를 추론해낼 뿐만 아니라, 시각 신호가 소리를 듣고 지 각하는 과정에 영향을 끼치고 심지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소리가 '들리도록'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환경이 어떠했는지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1877년 토머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할 당시만 하더라도, 에디슨은 축음기가 음악을 위해 주 로 사용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기사 없이 대화록을 받아 적거나 웅변술의 훈련과 같은 언어 기반 활동을 위해 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축음기가 특허를 받은 후에 기업가들은 '녹음된 음악'에 엄청 난 상업적 잠재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음 악 산업은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19세기 후반부터 히트곡을 제작하기 위해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 출판사, 기획자가 함께 작업했다. 틴 팬 앨 리(Tin Pan Alley)라 불렸던 이 새로운 사업은 뉴욕을 중심으로 어빙 베를 린(Irving Berlin),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콜 포터(Cole Porter) 등의 작곡 가들이 참여했다. 작사·작곡을 위한 가이드북도 나왔는데, 노래를 기억 하기 쉽게, 또한 계속 귓가에 맴돌도록 단순하고 친숙하게 만들도록 권 고했다. 1920년 어빙 베를린은 성공적인 대중음악을 쓰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제안했다. 그 규칙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제목은 단순하고 쉽게 기억되어야 하며 노래 안에 효과적으로 '주입해야' 한다. 벌스(verse; 절)와 코러스(후렴부) 전반에서 반복해 서 강조되어야 한다. ... 노래는 전적으로 '단순'해야 한다.
또 어빙 베를린은 "새로운 선율 같은 건 없다"라고 말하며, 효율을 아 는 작곡가들은 "옛 악구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서 새로운 곡조로 들 리도록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노래는 친숙한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 녹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대중음악에서는 반복성이 훨씬 더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힙합 디제이들은 동일한 레코드를 카피하 여 두 개의 턴테이블에 두고는 둘을 옮겨가며 특정 음악 구간을 무한히 반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후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루프 (Loops) 테크닉은 랩 음악에서 악기 반주의 기본 요소가 되었다. 후에 디 지털 사운드 레코딩의 발달로 루프는 샘플링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되었 고 그 결과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물론 대중음악의 반복성 경향이 전적으로 기술적 진보로부터 시작되 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음악이론가 엘리자베스 마굴리스(Elizabeth Margulis)가 저서 「반복에 관하여』에서 설명하듯, 대중음악은 음악의 반복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자극했을 것이다. 사실 민족음악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반복이 모든 문화에서 나타나는 음악의 근본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리 선상에서 음악에서 반복을 갈망하는 경향성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 음악의 단편을 다시 재생하도록 유도하여 '맴도는 음조'를 만들 게 할 수 있다.
- 몇 년 전, 매우 기억하기 쉽고 성공적인 킷캣(KitKat) CM송 Gimme a Break(김미 어 브레이크)>의 작곡가 마이클 A. 레빈에게 CM송 성공 비법 에 관해 '외우기 쉬운 속성 외에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이 곡은 보통 가장 기 억에 남는 CM송 중 하나로 불리고, 여전히 그 힘이 강력하여 10대 귀벌레 중 하나로 꼽힌다.) 레빈은 탄 토스트(Burnt Toast)"라는 팟캐스트에서 그가 스폰서들과 상의 하기 위해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CM송을 작곡했던 것 대해 설명했 다. 레빈은 나에게 보낸 이메일에 다음과 같이 썼다.
제가 피상적으로 느꼈지만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던 그 무언가에 관해서, 말콤 글래드웰은 귀벌레의 고유한 속성인 '들러붙 음'이 어느 정도의 '오류(wrongness)'에 달려있다고 표현하더군요. 무언가가 올바르지 않더라도 의식 수준에서 인식될 정도가 아 니라면, 잠재의식이 그것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계속해 서 반복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약간의 오류, 즉 낮은 수준의 오류를 '인식적 치아 사이에 낀 옥수수 조각 같은 것'이라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문장은 말콤이 자기 웹사이트에 인용할 만큼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이는 '상위'와 '하위' 문화 모두에 해당이 됩니다. 모나리자 미소 의 감정적 모호함, 베토벤 5번 교향곡 도입부에서의 리듬적 모호함(셋잇단음표인지, 8분음표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탈출한 노예를 돕는 것이 윤리적인지에 관해 논쟁하는 허클베리 핀의 아이러니, 백여 편의 소네트에 걸쳐 자신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묘사하던 셰익스피어와 그의 한 시구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할까요(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윈스턴 담배는 담배가 그렇듯 맛 이 좋습니다(Winston Tastes Good Like A Cigarette Should)”에서 “as" 대신 "like"라는 구어체를 사용해서 1950년대 문법학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
킷캣 광고음악은 켄 슐드먼(Ken Shuldman)의 “기브미어 브레이 크(Give me a break! '그만 좀, 적당히 좀 해!'라는 뜻)"라는 광고 문구가 아 니었다면 그렇게 효과적이진 않았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킷캣 바는 조각내서 먹는 과자였고, 일종의 말장난을 만든 것이죠. “기브미어브레이크가 원래는 부정적인 표현이라는 중요 한 사실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짜증 섞인 경고와 같은 튕기는 듯한 짧은 어조였다가 이내 초콜릿 한 조각을 달라는 요 구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약간의 음악적 부딪힘이 있는 데 선율의 첫 네 음은 상행하는 5음음계를 내포하고 뒤이어 하 행하는 첫 음은 '블루' 음인 플랫 7도음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틀린 음 아냐?'라고 소리칠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라고 다시 생각해 볼 만큼 어색하거나 이상 한 소리이죠.
물론 이러한 모든 분석은 사후에 한 것입니다. 광고 대행사에서 열린 미팅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제 머릿속에서 그 음악을 작곡했는데, 사실 그때 제 손에 들고 있던 켄이 만든 가사들은 두 페이지 분량이었지만, 그중 “Give me a break!(그만좀 해!)"와 "Break me off a piece of that KitKat Bar(킷캣바 한 조각만 떼주라)"가 제가 사용한 전부입니다."

- 왜 하필 청각이 손상되었을 때 음악 환청이 시작될 확률이 높은 걸까? 정상 수준의 청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귀에 도달한 소리는 신경 자극으로 변환되어 뇌의 청각 중추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정보를 분석, 변환, 해석해 소리가 지각된다. 뇌의 감각 영역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감각 기관으로부터 입력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입력정보가 부족하면 뇌가 스스로 심상을 만들면서 환청이나 환각을 경험한다.
이런 견해를 방출 이론(release theory)'이라고 한다. 방출 이론은 19세기 영국 신경학자 헐링스 잭슨(Hughlings Jackson)이 제안한 뇌 '조직화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잭슨에 따르면 뇌는 계층적으로 조직된 단위 (뉴런 집단)들로 구성되어 있고, 상위 계층의 단위들은 하위 계층 단위들의 활동을 억제(inhibit)한다. 하위 계층 단위들이 일반적인 억제 신호를 받지 못 하면 하위 계층 단위들의 활동이 방출된다. 환청을 설명하기 위해 이 이론이 변형되어 사용되긴 하지만, 사실 환청의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상위 중추가 억제를 담당하기보다는 보통 하위 단위인 귀로부터의 입력 이 뇌의 감각 영역의 활동을 억제한다. 귀가 입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뇌의 활동에 대한 억제가 풀려 환청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감각 경로 가 손상될 경우에도 억제가 풀릴 수 있는데, 이것이 뇌손상 또는 약물 이 환청을 야기할 수 있는 이유라 여겨진다.

- 청각장애가 있는 노인들 사이에 일어나는 음악 환청은, 시력을 잃은 노인들에게 일어나는 환각과 몇 가지 공통적 특징이 있다. 스위스의 박 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샤를 보네(Charles Bonnet)는 1760년 자신의 할아버지 샤를 룰린(Charles Lullin)의 시력이 떨어지고 있을 때 나타났던 현상들을 처음으로 묘사했다. 한번은 두 손녀가 방문해서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동안, 할아버지의 눈앞에서는 멋진 옷을 차려입은 젊은 남성 둘이 나타났다가 잠시 후 사라졌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이 노인의 눈에서는 아름답게 두건을 쓴 여인들, 작은 입자들의 무리가 비둘기 떼로 변하는 것, 공중을 떠다니는 회전하는 바퀴, 물체가 엄청나게 커지거나 극단적 으로 작아지는 환각이 보였다고 한다. 시력이 떨어진 다른 노인들은 아 름다운 풍경, 정성껏 차려입은 대규모의 남녀 무리, 건물, 차량, 기이하게 생긴 동물, 다른 특이한 물체들을 보았다고 보고했다.
환각적 반복시'는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들의 환 각을 나타내는 용어로, 이 증상은 때로 뇌손상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산타클로스를 본 한 환자는 이후 또 다른 파티에 서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흰색 수염을 보았다고 한다. 또 다른 환자는 누군가가 공을 던지는 장면과 같은 일련의 동작을 구간 반 복되는 비디오 영상처럼 몇 분에 걸쳐 계속해서 봤다고 한다. 하지만 귀 에 박힌 곡조나 음악 환청과 달리, 이러한 맴도는 영상은 몇 분을 넘는 환각을 일으키지는 않고,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 음악 환청은 특히 측두엽(귀 윗부분의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뇌가 활성화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다. 신경외과의사인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의 기념비적인 연구를 소개한다. 그는 환자들의 두개골을 열어, 측두엽 표면 일부 지점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가할 때 환자가 어떤 경험 을 하는지 연구했는데, 이러한 테스트는 뇌전증 완화를 위해 뇌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발작의 시작점을 찾아내는 데 도움 을 준다. 환자들은 완전히 의식이 있는 상태였고,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두피에 국소마취만 한 상태였다.
1차 청각피질에 전기자극을 가하자 환자들은 윙윙 소리나 휘파람 같 은 단순한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인접한 부위의 피질에 자극을 가하자 놀랍고 꿈같은 경험을 했다. 환자들은 온갖 종류의 시각적 장면을 지각 했고, 발소리, 개 짖는 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속 삭임, 외침, 웃음소리를 들었으며, 음악은 꽤 빈번하게 들었다. 어떤 환 자는 합창단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고 또 다른 환자는 여러 노인이 함께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또한 다른 환 자는 <아가씨와 건달들>이 무대에서 마치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것처 럼 들었고, 또 다른 환자는 멘델스존의 <사제들의 전쟁 행진곡>이 마치 라디오에서 들리는 것처럼 들었다. 모든 환자들은 자신이 수술실에 있 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듣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환청들을 실제인 것처럼 느꼈다.
- 펜필드 박사는 음악을 비롯한 유사한 환상 지각들이 간질 발작이 시 작할 때 발생했다는 것에 주목하여, 환상이 뇌의 전기자극으로 유발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유발되었을 것이라 가정했다. 한 환자는 발작이 일 어나기 직전에는 항상 엄마가 불러준 자장가 <잘자라, 우리 아기>를 들 었다고 한다. 또 다른 환자는 발작의 시작을 알리며 라디오나 춤에서 자 주 듣던 노래, <난 견뎌낼 거야(ill get by)> 혹은 <넌 절대 모를 거야(Youll never know)>를 목소리 없이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다른 환자는 발작 중에 라디오 광고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춘 단어들을 들었다고 했다.
- 음악 환청은 드물게 나타나는 반면, 말소리를 듣는 환청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 사이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조현병 환자 중 약 70퍼센트는 단어와 구를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심지어는 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환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 때론 둘, 혹은 여럿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목소리는 비판적이거나 욕설을 퍼붓기도 하며 위협 적이고, 상스러운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환자들에게 다양한 행동을 '지시'하는 것은 흔하게 나타나며, 그들은 그 지시를 꼭 이행해야 한다 고 느낀다.
- 환각은 감각 기관에서 평상시보다 자극이 없어지는 상황에서도 발생 할 수 있다. 다른 말로는 박탈 효과라고 일컫는데, 1950년대에 시작된 존 릴리(John Lilly)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감각 박탈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부유 탱크(Hotation tank)'라는 것을 사용하였다. 부유 탱크 안에서 실험참 가자에게 얼굴을 위로하고 피부 온도와 동일한 사리염이 가득한 물에 떠 있게 한 다음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차단시켰다. 감각 자극이 부 족해지자, 잠시 후 참가자들은 환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극심한 슬픔 또한 환각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사별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죽은 사람의 환각 혹은 환청을 경험했고, 종종 그들과 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 연구에서는 1년 전에 배우자가 사망한 70대 초반의 사람들이 배우자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유족들은 그 목소리들로부터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환청은 조현병과 강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정 신이상의 증상이라는 믿음이 팽배하고, 그리하여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하면 정신병원에 갇히게 될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 스탠퍼드 대학 교의 교수 데이비드 로젠한(David Rosenhan)은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 표한 "정신병원에서 정상으로 살아가기"라는 논문에서 놀라운 실험에 관해 기술했다. 그를 비롯한 정신병력이 없는 7명의 가짜환자들은 "empty(빈)", "hollow(공허한)", "thud(쿵)" 등의 말소리가 들린다고 여러 병 원의 접수처에 가서 말했다. 다른 증상은 없었지만 그들 모두 정신병동 에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 직후부터는 더 이상 어떤 증상도 없다고 말하 고 매우 정상적으로 행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퇴 원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최소 7일에서 52일까지의 입원기간이 소요되 었다!
환청으로 말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정신이상일 수 있다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짧게 말소리를 듣는 환청이나 유령을 보는 환시는 건강한 사 람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자주 나타난다. 1890년 대초, 헨리 시즈윅(Henry Sidgwick) 연구팀은 심령연구협회를 대표하여 '온 전한 정신에 깨어있는 상태의 환각을 경험하는 국제 인구조사'를 착수하였다." 응답자 대부분은 영국인이었고, 나머지는 미국, 러시아, 브라질 출신이었다. 연구자들은 설문 집단을 신중하게 검토했는데,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명백한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조사에 포함하지 않았 고, 수면에 진입하는 순간 환각을 경험해본 사람 또한 배제하였다. 왜냐 하면 이러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2.9퍼센트는 목소리를 듣는 것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추후 연구에 따 르면 기능상의 장애나 고통이 없는 사람들의 약 1.5퍼센트가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적 요인, 특히 종교가 목소리 환청을 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약성경에는 에덴 동산에서 하나님이 아담과 대화했다고 씌어 있다. 또한 모세는 불타는 덤불 속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고, 십계명 을 받아적으라는 명령을 들었다. 아브라함,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욥, 엘리야 모두 신성한 목소리를 경험했다. 신약성경에는 예수님께서 악마와 대화했고 유혹을 거부했으며, 성 바울은 자신에게 말하는 목소 리를 듣고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종교적 전통에 따라 많은 독실한 영적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들었다. 13세기에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는 하나님의 목소리로 종교생활로의 '부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5세기에 잔 다르크는 프랑스 왕이 영국 침 략자로부터 그의 왕국을 되찾는 것을 도우라는 성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목소리를 들은 다른 종교적 인물로는 성 어거스틴, 힐데 가르드 폰 빙엔, 성 토마스 아퀴나스, 시에나의 성 카타리나, 아빌라의 성 테레사가 있다. 오늘날 기도 등 영적 운동에 폭넓게 임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가끔 환영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곤 한다.
사람들이 환청으로 목소리를 들을 때 대부분은 음악 환청을 경험하 지는 않는다. 그리고 음악 환청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가끔 말소리 같은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대체로 웅얼거리는 듯하고 분명하지 않아서 알 아듣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음악 환청과 언어 환청을 일으키는 뇌 회로는 대체로 구별되고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 하나의 청각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특성화된 기능을 가진 모듈들의 집합으로 보는 관점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가 표현한 바와 유사하다.
마음은 특성화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특성화된 부분들로 이루어져야 한다. 오직 천사만이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유한한 우리는 단편적인 정보로부터 불완전한 추 측을 해야 한다. 각 마음의 모듈들은, 없어서는 안 되나 또한 옹 호할 근거도 없는 가정을 하면서,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맹목적으로 풀어나간다. 옹호할 수 있 는 유일한 근거는 그 추정과 가정이 우리 조상이 살던 세계에서 는 충분히 잘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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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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