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지리학자 폴 비달 드라 블라슈Paul Vidal de la Blash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요소들을 그들 자신의 필요에 의해 하나의 체계적인 상호 연관된 요소들로 변형시 킴으로써 지역의 특성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과정에 의해 특정 지역 은 다른 지역들과 구분될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되고, 이지 역적 특성은 결국 그 지역 주민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이 문장의 핵심은 마지막에 있습니다. "지역적 특성은 결국 그 지역 주민들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라는 말은 곧 '지역은 우리의 삶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실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 다. 결국 장소는 사람의 공간적 자화상이며,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 들의 참모습이 왜곡 없이 가장 솔직하게 반영된 실체인 것입니다.
- 현대 대도시 경관의 전형, 즉 외관상 특징은 모더니티 양식으로 불리는 장식 없는 직육면체의 마천루들이 도심부를 차지하는 모습 일 것입니다. 모더니티는 이성, 과학적 합리성, 보편주의, 질서, 표준 화, 기능 및 효율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세상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 고 실제적인 시각을 반영한 사상입니다. 전통적인 권위 대신 도시의 시민 생활과 기계문명을 향유하고자 하는 편리성과 효율성이 중시 되었고,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계획'의 의미가 적용되었습 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성장한 기술 발전으로 인구가 급증하 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모더니티가 가속화되었고, 19세기~20세기경 그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마천루를 비롯한 고가와 도로, 고속 도로, 공항, 댐, 항구, 공업단지, 아파트단지 등이 대거 등장했고 경제적·사회적 발전을 이루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모더니티를 Less is More (단순할수록 풍부하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말부터 모더니티 양식의 공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모더니티는 어떤 기후, 문화, 도시에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합성재료, 표준화, 효율적인 대량생산 등 균일하고 보편적 인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몰개성화와 획일화를 유발하여 진부하고 건조한 경관만을 조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더니 티는 과거와 달리 'Less is Bore (단순할수록 지루하다)'이라는 평가를 받 게 되었고, 이에 따라 포스트모더니티 postmodernity가 등장했습니다.

- 핵심지역-주변지역 간 지역 격차 강화 이론
누적적 인과관계 cumulative causation 란 외부경제, 집적의 효과, 국지 화경제 등의 요인들에 의해 특정 지리적 환경에서 누적으로 발생하 는 경제적 이점을 말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웨덴의 군나 르 뮈르달Gunnar Myrdal이 주장한 이론으로, 지역의 원천적인 이점으 로 인해 집적 및 군집의 효과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지역의 경제력 이 누적적으로 강화된다는 이론입니다.
뮈르달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 효과가 누적되어 발생하면 다른 지역에서 이 지역으로 인력과 자본 등이 유입됩니다. 이렇게 되면 특정 지역에 한정된 누진적 효과는 주변의 경제발전 정도가 부진한 지역에 부정적 효과를 유발합니다. 즉 자유로운 시장 메커니즘에서는 지역 불균형을 유발하는 요인이 존재하고, 빈곤한 국가일수록 이 불균형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키블 David Keeble은 뮈르달보다 더 자세히 이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데, 특정 중심지에서 개발이 시작되면 누적적 인과관계를 통해 중심지역의 성장이 더욱 강화되어 간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유는 개발된 중심지역에 서 새롭게 입지한 산업이 다른 지역의 산업을 끌어들이기 때문입니 다. 또한 성장을 가져오는 경제적 힘은 중심지역과 배후지역과의 상 호작용을 통해 유지되고 강화됩니다. 그러나 이 상호작용은 낙후지 역의 자본과 노동이 성장지역으로 유출되는 형태이므로 상품 교역 과 생산요소의 이동은 균형이 아닌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그 결과 지역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고 설명하며 이는 지역 불균형 현상을 해석할 때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용어로 역류효과 backwash effects가 있습니다. 역류효과란 중심지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중심지역의 산업이 주변의 노 동력과 자본을 흡수하고, 주변지역의 산업을 잠식하여 주변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바로 이 역류효과가 지역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봅니다. 역류효과로 인해 다른 지역의 경제발전이 특정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로는 인력과 자본 등의 유출, 지역 세 수입 기반의 약화, 누진적 효과의 발생 저해 등이 있습니다. 학자들 은 역류효과를 지역 간 경제발전의 격차 발생 및 핵심지역-주변지 역의 형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 핵심지역-주변지역 간 지역 격차 완화 이론
누진적 효과와 역류효과가 지역의 경제발전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지역의 경제발전 과정은 이러한 요 인들로만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만약 누진적 효과와 역류효과만으 로 지역의 경제발전 과정이 설명된다면 지역 간 경제력의 격차는 극 단적으로 첨예화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의 경제발전 과정은 이러한 요인들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따라 서 반대로 핵심지역-주변지역 간 지역 격차가 완화된다는 이론도 있는데, 그 요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파급효과 spread effect를 들 수 있습니다. 파급효과는 다른 지역의 경제발전이 특정 지역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로, 중심지의 성장이 주변의 자원 개발과 기술 발달을 촉진하여 주변지역의 산업 을 발전시키는 효과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핵심지역의 경제성장으 로 인한 식량의 수요 증가, 핵심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원료 및 부품 의 수요 증가, 핵심지역에서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기 위한 노동력의 수요 증가 등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한 나라 안에서 1인당 경제성장량 증가로 인해 수요 는 많아지고 공급이 부족해지면 주변지역에서 부족한 만큼을 수입 하게 됩니다. 이때 주변지역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수출이 이루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즉 핵심지역의 경제 활성 화에 따른 수요 증가는 주변지역에 확산 효과를 유발하여 지역 경제 발전의 동기를 제공한다고 봅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미국의 경제발전으로 파급효과를 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 습니다.
두 번째는 수입대체입니다. 한마디로 수입대체산업을 통해 격차 를 완화한다는 것인데, 수입대체산업이란 수입 상품을 국내에서 직 접 생산 및 충당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외국에서 상품을 수입하는 일은 무역수지 면에서 감소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소득 및 고용에 서도 여러 가지 부정적 요소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인 주변지역에서는 가능한 한 수입 상품을 국내 생산품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소극적 방안으로 수입대체산업(수입 절약 산업)을 육성하는 것 이지요. 19세기 및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입대체는 일본 경제발전 의 토대이기도 했습니다. 즉 핵심지역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을 복사 생산하여 자국의 고용효과를 증진하고 국가 수입을 늘리는 것입 니다.
세 번째로 핵심지역의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핵심지역-주변지 역 간 격차가 완화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있습니다. 핵심지역 내부 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누진적 효과 때문에 격차가 완화된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집적의 비경제agglomeration diseconomies를 들 수 있습니다. 집적의 비경제는 도시화와 산업의 집중으로 발생하는 경제 측면에서의 부정적 효과(높은 토지 및 노동비용, 교통 체증 비용, 물류비 용 증가, 높은 세금 부담 등)를 말합니다.

- 19세기의 유럽 제국주의는 세계의 주변지역 에 그들의 상업적·정치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식민도시를 많이 건설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식민도시는 유럽 식민지 정책이 낳은 독특한 산물이기도 합니다. 식민 지배를 받았던 주변지역들의 식민도시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식민세력(핵심지역)에 의해 직접 건설되거나 거의 건설된 도시입니다. 순수한 혹은 순전한 식민도시the pure colonial city 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곳은 식민세력 유입 이전에는 도시 기능이 거 의 없다가, 식민화 이후 식민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정치·경제·군 사·문화적 기능들이 부여된 도시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 식민지 시 절 명칭인 봄베이 Bombay로도 알려진 인도의 뭄바이Mumbai, 베트남의 호찌민 Ho Chi Minh City, 필리핀의 마닐라Manila, 영국령 홍콩British Hong Kong(1841~1997)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식민도시들은 식민세력 인구가 유입되고 취업 기회가 많아 지면서 주변 지역에서도 인구가 몰려들었고, 도시인구가 급속히 증 가하면서 성장했습니다. 즉 자연발생적인 인구 증가가 아니라 선진 세력의 유입에 따른 사회적 인구 증가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식민지의 기능이 이입된 도시로서, 원래 도시였으 나 식민세력이 들어오면서 더욱 이국화된 도시를 말합니다. 즉 식민 화되기 이전에도 이미 도시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식민지가 되면서 도시의 입지적 이점과 풍부한 노동력에 식민지 기능이 이입되며 더 욱 발달한 도시를 의미합니다. 자체적으로 성장하던 도시가 식민세 력에 의해 이용당하는 도시가 되어버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도시에는 기존의 전통적인 도시경관에 식민세 력이 건설한 건축물들이 혼재된 경관을 보입니다. 인도의 델리Delhi, 멕시코의 멕시코시티Mexico City, 중국의 상하이Shanghai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항만도시도 이에 해당하는데, 한 예로 전라북 도 부안군에 위치한 줄포의 곰소항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국에서 착취한 농산물과 군수물자를 반출하기 위해 항만을 구축할 도로와 제방을 축조하여 육지가 되면서 만들어진 항구입니다. 지금은 작고 조용한 항구의 모습으로 남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줄포에는 아직까지도 시골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넓은 도로가 그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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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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