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흑역사

인문 2021. 1. 28. 21:14

- 좀 똑똑한 동물들은 의도적으로 용의주도하게 기만을 저지른다는 증거 역시 넘쳐난다. 특히 흥미로운 예로는 기호학자 토머스 A. 세복이 동물도 거짓말할 수 있을까?Can Animals Lie?」라는 책에서 언급한 취리히 동물 원의 '잘생긴 호랑이'를 들 수 있다. 이 호랑이는 “일련의 흥미로운 동작”을 수행하여 의도적으로 방문객들을 우리의 난간 쪽으로 유 인하는 재주가 있었다. 감탄한 방문객이 가까이 다가오면 호랑이는 - 이건 어떻게 완곡하게 말하고 싶어도 말할 방법이 없는데 - 강력한 오줌 줄기를 발사하여 홀딱 젖게 만들었다. 호랑이가 이 짓 을 어찌나 즐겼던지 동물원 관리자는 결국 경고판을 내걸어 방문객들에게 호랑이의 꼬임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해야 했다. 이런 호랑이만 있는 게 아니다. 미시시피의 한 연구 시설에서 사육하던 돌고래는 생선을 주면서 풀장 바닥의 쓰레기를 집어오도독 훈련해놓았더니 쓰레기를 돌 밑에 숨겨놓고는 출출하면 물고 떠올 라 생선을 타가곤 했다. 또 침팬지의 기만행위는 이미 다양한 형 태로 기록된 바 있다. 침팬지는 불안하면 자기도 모르게 씩 웃는 습 성이 있다. 한 침팬지는 등 뒤에 있는 다른 침팬지에게 위협을 받고는 일부러 입술을 내려 이빨을 덮고 돌아서서 겁먹지 않은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집단에서 서열이 가장 낮 은 한 수컷 침팬지가 평소에는 자기가 넘보지도 못할 암컷을 몰래 유혹하려고 한 일이 있다. 서열 높은 수컷이 다가오자 그 침팬지는 자신의 발기한 성기를 손으로 얼른 가렸다. 마치 1970년대 영국 섹 스 코미디의 한 장면 같다.
- 기만은 자연적인 현상일 뿐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점차 발전한 능력인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모든 영장류를 관찰한 결 과 대뇌 신피질(포유류에서 언어 등 복잡한 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 의 크기와 그 종의 기만 빈도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즉, 뇌가 클수록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것. 복잡한 사회집단 속에서 살다 보면 남들을 속여야 한다든지 하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테니, 그 때문에 뇌가 점점 크고 복잡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인지 능력과 기만 능력이 함께 발달하는 현상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도 반복된다. 인간의 아이는 보통 두 살 반쯤 되었을 때 처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말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 았을 때다. 처음 하는 거짓말은 단순한 '소망 충족형’ 거짓말이다. 예를 들면 '내가 과자를 먹은 사람이 아니면 좋겠다' 와 같은 바람 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지적 능력이 커가면서 타인 의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남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벌 어지는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거짓말 솜씨도 이에 발맞춰 일취월장한다.
- 우리가 진실과 허위를 잘 가려내지 못하게 만드는 뇌의 작용은 여러 가지가 있다. 동기에 의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니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이니 하는 다양한 용어로 불리지만, 본질적으로 는 다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무언가를 참이 라고 믿고 싶으면, 우리 뇌는 그 진위를 가리는 일에 굉장히 낮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이유는 우리의 정치관과 잘 맞아서일 수도 있고, 우리가 가진 편견에 들어맞아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소망을 충족해줘서일 수도 있다. ( '혹 시 내가 스페인에서 파는 복권에 당첨됐을지도 몰라. 구입한 적은 없지만 하는 수준의 허황된 소망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어떤 사실을 믿고 싶으면 뭔가 구실을 만들어서 허황된 주장도 그럴싸 하게 포장하곤 한다.
- 당시엔 뉴스를 갈구하는 사람들을 이처럼 어이없게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했을 뿐 아니라, 인쇄물의 폭증이 인간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불안감도 만연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정보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고, 불길한 말들이 나돌았다. 1685년 프랑스 학자 아드리앵 바예는 이렇게 암울하게 예측했다.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기세로 폭증하는 서적으로 인해 앞으로 다가올 수백 년은 로마제국 멸망에 뒤이은 수백 년에 못지않은 야만시대로 퇴보 하리라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한 가지 더 오늘날과 똑 닮은 점은, 그러한 정보 과잉이 마치 그 시대  읽을거리가 너무 많다는 하소연을 수천 년간 해왔다. 심지어 성서에도 그런 말이 등장한다. 구약의 전도서 12장 12절에는 “책을 쓰려면 한이 없는 것이니, 너무 책에 빠지면 몸에 해롭다” 라는 글귀가 나온다. 서기 1세기의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책이 넘쳐나면 정신이 산만해진다”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 요즘은 '가짜 뉴스fake news'라는 말이 어디서나 흔히 들린다. 그 리고 그 말뜻도 단기간에 어이없이 바뀌어버렸다. 원래는 (2016년 까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뉴스처럼 가장한 허위 기사'를 뜻했다. 면, 지금은(2017년부터) 정치인에 관한 내용인데 그 정치인의 마 음에 들지 않는 모든 글'을 뜻하고 있다(2017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를 시작한 해 - 옮긴이). 그렇지만 'fake' 라는 단어가 언론 분야에서 의 미가 바뀌어버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단어가 언론계에 처 음 등장했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에도 아주 비슷한 일이 일어난 적 있다. 보통 '날조, 위조, 가장'을 뜻하는 faking' 이라는 단어는 그 이전 까지 주류 담론에서 다루어지는 개념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도둑, 사기꾼, 배우 등 일부 불미스러운 직업군에서 쓰이는 은어였을 뿐 이다. 앞서 뱀 기사를 연구했던 언론사학자 터커에 따르면, 그 용어는 1880년대 말 바야흐로 새로운 직업군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언론인 업계에 상륙했다. 그런데 그 말뜻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 다. '저지르면 업계에서 매장당하는 죄악'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몇몇 연구자들에 따르면 'faking' 즉 '꾸며내기는 언론인의 필수능력으로 여겨졌다.
- 보스턴 헤럴드가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난 1926년 7월, 멘켄은 거기에 착안해 후속 기고문을 썼다. 거기서 그가 남긴 말로 답을 대 신하는 게 최선일 듯하다. 멘켄이 남긴 말은 언론업의 생리를 꽤 신 랄하게 꼬집으면서, 동시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꿰뚫고 있다. 거짓이란 현실의 따분한 제약에 얽매일 필요가 없기에 본래 진실 보다 유리하다는 것. 멘켄은 이렇게 적었다. “진실의 문제는 대체로 불편한 데다가 따 분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는 뭔가 더 재미있고 위안을 주는 것을 추구한다. 욕조의 실제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을 파헤치는 일은 끔찍한 작업일 테고, 그렇게 고생해 봤자 나오는 건 아마 일련의 평범한 사건들일 것이다.” “내가 1917년에 지어낸 허구는 최소한 그보다는 나았다.”
- 엉터리 지리 정보는 과거에 아는 게 부족했을 때나 판쳤던 것이지 위성사진과 구글 지도가 있는 오늘날과는 무관한 먼 옛날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게, 과거에 잘못 알려졌던 정보가 오늘날까지 살아남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그런 정보가 구글 지도에 버젓이 들어간 사례가 적어도 한 건 있었 다. 그 주인공은 오스트레일리아 앞바다 수천 킬로미터 해상에 있 다고 알려졌던 '샌디섬' 이다. 100년 넘게 지도에 그려져 있었는데, 2012년 오스트레일리아 측량선이 이 섬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나 가다가 섬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일대에 수심 1,000미터 이내인 지점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구글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 섬을 지도에서 황급히 지웠다고 한다. 이렇게 허구의 땅이 생명력을 지속하는 것도 어찌 보면 놀랍지 않은 게, 인간은 땅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땅은 생활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돈이 될 수 있다. 그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멕시코만의 유카탄반도 북쪽 바다에 있다고 했던 베르메하섬 이다. 16세기에 처음 지도에 등장해 20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지도 에서 거의 사라졌던 조그만 섬인데, 갑자기 운명의 반전을 겪게 된 다. 멕시코 정부가 그 섬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멕시코만 유전에서 꽤 넓은 구획의 채굴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것이 다. 그래서 멕시코 선박들이 여러 해 동안 상상의 섬을 열심히 찾 았지만 허사였고, 결국 섬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러나 현재까지도 많은 멕시코인들이 그 자리에 섬이 한때는 있었 던 게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몇몇 멕시코 국회의원은 CIA가 섬을 폭파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간의 땅에 대한 착각은 '동기에 의한 추론 motivated reasoning'에 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이 워낙 강해 증거를 결론에 끼워 맞추는 것이다.
- 보스턴대학교 법학 교수 타마르 프랭클은 『폰지 사기의 수수께 끼The Ponzi Scheme Puzzle」(2012)라는 책에서 금융 사기꾼들의 이모 저모를 살펴보았다. 그들이 공통으로 보이는 성격적 특성은 대부분 놀랍지 않았다. 이를테면 공감 능력 부족, 강한 자기애, 과한 탐욕, 자기 정당화 성향 등이었다. 사기꾼들은 범행이 발각되면 부인하고 발뺌하면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일을 남들 탓으로 돌린다. 자기도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행동을 했다고 믿으며 자신의 행동을 옹호하기도 한다. 즉, 남들도 하나같이 다 사기꾼이고, 피해자들 역시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자들이니 당해도 싸다는 것이다. “정직한 사람에게 사기 못 친다” 라는 옛말처럼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이다. 얼마든지 칠 수 있다. 정직한 사람 중에도 못 말리는 호구가 많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사기꾼들은 그 밖에도, 프랭클의 말 을 빌려 말하자면 “비현실적인 꿈과 강렬한 야망에 중독”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프랭클은 사기꾼의 기술을 배우의 기술에 빗대어 “사기꾼은 자신이 오래도록 꿈꿔왔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라고 주장한다. 나라 하나를 통째로 그려낸 맥그레거의 꿈은 보통 사람의 꿈과 비교할 때 조금 더 비현실적이고 강렬했을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는 같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기꾼이 자기 거짓말을 정말 스스로 믿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사기꾼 본인의 행동을 잘 설명해줄 뿐 아니라, 사람들이그를 믿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스스로 믿으면 남들도 믿게 된다"라고 프랭클은 말한다.
- 디매러가 신분을 밥 먹듯 바꾸고 중책을 쉽게 맡을 수 있었던 것 은 당시 미국 사회의 구조적 특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 교나 지역 유지 등 알 만한 사람들에게서 (자기가 사칭하는 가짜 인물 에 대해) 추천서를 매번 다발로 받아낸 덕분에 쉽게 뜻을 이루어나갈 수 있었다. 추천서는 모두 그대로 받아들여져 그의 신분 증명이 되었다. 일단 조직에 발을 들여놓고 나면, 어떤 행동을 해야 자리를 확실히 보존할 수 있는지 잘 알았다. 크라이튼의 『위대한 사기꾼』 에 적힌 구절을 빌리면, 디매러의 가장 중요한 통찰은 “어느 조직에 나 쓰이지 않고 남아도는 권력이 있기 마련이며, 그것은 누구도 적 으로 만들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다”라는 사실이었다. 비단 사기꾼의 전기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잘나가기 위한 처세술 책에도 아주 잘 들어맞을 원리다.
- 대다수 정치인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가끔씩만 한다.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는 여느 사람과 똑같이 단순하고 바보 같은 이 유에서 할 때가 아주 많다. 이를테면 불편한 대화에서 발을 빼려고, 자기의 직무 능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아니면 열애 사실을 무슨 이유에서건 감추려고 말이다. “범죄가 아니라 은폐가 문제다it's not the crime, it's the cover-up”라는 말이 닳아빠진 경구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즉, 정치인이 몰락하는 이유는 기껏해야 좀 부끄러울 만한 일이 대중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한 거짓말 때문인 경우가 아주 많다. (오해할까 봐 덧붙 이자면, 그 구절은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잠시 후에 간단히 살펴보겠지만 그 사건은 물론 은폐 공작도 있었으되 범죄자체가 무지막지하게 많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통념 속에 정치와 거짓말이 그렇게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엮여 있는 이유는 뭘까? 문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 문제는, 정치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을 꼭 더 높은 비율로 끌어들이지는 않는다 해도(그런 내용의 연구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누가 좀 해주기 바란다), 일단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에 게 그 재주를 아주 공공연하게 펼칠 기회가 한껏 제공되는 장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벽촌의 작은 영농 지원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럴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은 일어나서 아침밥 먹기 전에 여섯 번은 거짓말할 기회 가 있다. 그뿐 아니라 거짓말하기 좋은 무대와 잘 들어주는 청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항상 듣기 좋거나 화를 돋우는 거짓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곧 좋은 시대가 온다거나, 우리가 고생하는 게 누군가의 탓이라거나, 세상은 복잡하거나 애매하지 않고 흑과 백으로 시원하게 가를 수 있다거나 하는 말들 말이다. (방금 얘기가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 독자가 있다면, 본인 얘기일 가능
성이 높다.) 두 번째 문제는, 나랏일을 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안 하는 게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누구나 마주치는 '정직이냐 거짓말이냐'라는 선택의 갈림 길에서, 정치인은 정직을 택했을 때 손해를 볼 만한 요인이 훨씬 많 다. 벽촌의 작은 영농 지원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고객의 이메일 에 깜박하고 답장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래 봤자 양 몇 마리가 어디 갇혀서 못 움직이는 사태가 초래될 뿐이다. 물론 양을 키우는 농장주에게는 나쁜 소식이고, 회사는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직원은 경 위서나 시말서 따위를 써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거짓말하기보다. 는 잘못을 깨끗이 털고 혼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반면, 내무부 장관이 출입국관리 관련 이메일에 답장하는 것을 깜박했다면, 14만 명의 성난 유권자들이 공항에 발이 묶일 수도 있 고, 황색신문들은 난리를 칠 텐데, 그럴 때 “뭐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지요. 앞으로는 잘해야지요” 한다고 사태가 좋아지진 않을 것이 다. 우리는 말로는 늘 정치인들이 더 정직해지면 좋겠다고 하지만, “아이고, 제가 사고 한번 크게 쳤습니다. 이번에 많이 배웠고 다음 부터는 더 잘하겠습니다” 하고 솔직하게 나오는 정치인이 있다면 국민들이 딱히 칭찬해줄 것 같지는 않다. | 그뿐 아니라, 지도자가 거짓말을 하면 정말로 엄청나게 많은 사 람이 죽기도 한다. 전쟁 등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일은 대중의 뇌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 '일단 된다고 우기기' 자세는 경영 분야에서 용납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업가 정신의 필수 덕목으로 꼭꼭 가르칠 정도다. 제일 좋아하는 SNS가 링크드인LinkedIn인 부류의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는 맨손 창업 성공담 따위와 함께 말이다. 한 예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한 계기는 빌 게이츠가 (같이 일하던 친구 폴 앨런인 척하면서)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로 알려진 '알테어’ 의 제조사 사장에게 전화한 일이었다. 게이츠는 알테어에서 구동되 는 소프트웨어를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게 있다고 했다. 사장 에드 로버츠는 감탄하며, 와서 시연해달라고 했다. 계획 성공이었다. 문 제는 게이츠가 한 말이 전혀 사실무근이었다는 것. 게이츠와 앨런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놓기는커녕 만들려고 아직 시작도 하지 않 은 상태였다. 두 사람은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시연 날짜까지 남은 두 달 동안 미친 듯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알테어 컴퓨터가 없 어서 소프트웨어가 잘 돌아가는지 테스트도 못 해봤지만, 약속 장 소에 가서 시연에 성공했다.  '일단 된다고 우기기' 작전의 성공 사례는 그 밖에도 물론 많다. 범위를 '세계 유수의 미국 IT 회사'로만 한정해도 그렇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선보여 세상을 감탄시켰던 순간도 그런 예다. 전화기의 개념을 바꾸어놓을 “혁신적이고 마술 같은 제품”이 라고 당당히 선언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애플에서 그때까 지 아직, 제대로 작동하는 아이폰을 만들지 못했던 것. 시제품이 있 었지만 계속 다운되고, 작동이 멎고, 전화가 끊기곤 했다. 샌프란시 스코의 모스코니 컨벤션 센터를 가득 메운 열광적인 관객 앞에서 생중계로 시연에 나선 잡스는 이 앱 저 앱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실 행해가며 아이폰의 획기적인 성능과 사용성을 여유롭게 뽐내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정확히 짜인 순서에 따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기기를 조작했을 뿐이다. 그것은 애플의 엔지니어들이 고민 끝에 찾아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작 순서였다. 물론 게이츠와 잡스가 오늘날 전 세계의 경영대학원 수업 자료에 꼭꼭 이름이 올라가는 이유는, ‘우긴' 다음에 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단 직감적으로 결단을 했는데, 실제로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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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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