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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경제

경제 2016. 5. 2. 09:50

- 철통같던 베를린 장벽이 사소한 해프닝으로 끝났을 수도 잇는 어이없는 오보하나로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은 동독의 경제불황과 거듭되는 대규모 소요사태로 인한 사회불안이 이미 임계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었음. 복잡계 경제학에서 볼 때, 임계상태에 이른 경제나 정치상황은 아주 작은 충격만으로도 쉽게 붕괴되거나 파국을 맞게 됨. 이 때문에 경제붕괴나 장기불황 같은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금리인상 같은 방아쇠만 막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임계상태 자체를 해소해야 함
- 하버드의 대니 로드릭 교수는 "한 나라의 경제에서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기업의 이윤은 커지는 반면, 근로자들이 임금으로 받아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역설. 특히 아무런 비전 없이 단지 수출물량만 확대하는 데 몰두하는 정부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게 되고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글로벌 경쟁을 핑계로 끊임없이 근로자들을 압박하기 때문에 임금은 낮아지고 재벌의 몫은 커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근로자들의 몫이 줄어들어 임금이 노동생산성 증가분조차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내수시장이 급격히 축소된다는 점. 그리고 이 같은 경제구조가 계속되면, 마치 하늘만 쳐다보며 비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처럼 남의 나라 경제에 완전히 의존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 저임금을 기반으로 수출 증대만을 추구하는 것은 중상주의 시대에는 통용되던 낡은 전략임. 일찍이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부는 나라 안에 쌓인 금은보화 총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중상주의의 무지를 호되게 비판. 달러를 창고에 가득 쌓아놓은 채 국민들이 더 가난해진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바이킹이 유럽의 바다를 호령했던 것은 그들의 땅이 너무나 척박하여 바다로 나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지, 결코 풍요롭게 안정된 환경 덕분에 강해진 것이 아니다. 재벌이 별다른 도전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주면, 재벌이 바보가 아닌 이상 혁신적이고 위험한 도전에 나설 이유가 전혀 없다. 그동안 정부가 기업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온갖 특혜를 제공해온 덕에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안락한 온실이 생겼는데, 어떤 기업이 스스로 온실 밖으로 뛰쳐나가 악조건 속에서 싸우는 어려운 길을 택하겠는가? 결국 온갖 풍파를 이겨내며 강인하게 성장해온 대한민국의 재벌이 온실속 화초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정부가 규제완화를 핑계료 혁신적 중소기업을 위협하는 재벌의 불공정 거래를 눈감아준다면, 재벌입장에서는 창의적 도전에 나서는 것보다 미래의 경쟁상대가 될지로 모르는 중소기업의 싹을 제거하는 것이 이윤을 더욱 극대화하는 전략이 됨.
- 우리나라 부동산 부양책은 점점 미국을 닮아가고 있음. 미국과 다른점이 있다면, 미국의 마지막 폰지사기가 주로 저소득층과 소수인종을 대상으로 했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이 바로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점. 정부는 부동산을 살 수 있는 기성세대가 줄어들자 청년들에게 장기저금리 집값을 대출해주는 정책을 내놓았음. 청년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포장되었지만, 자칫 미국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면 가장 마지막에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청년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음. 우리나라에서 평균소득을 버는 청년이 부모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신의 수입마으로 서울에서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를 사려면 원리금을 갚는데 무려 40년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져서라도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부정책은 청년들에게 막대한 빚만 떠넘기게 될 것이다.
- 국민 대부분이 부동산에 매달린 상황에서 언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가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상황은 바나나 멸종위기를 빼닮았다. 현재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음. 당장 눈낲에 돈이 되는 것에만 몰두해 전세계가 캐번디시라는 단일품종의 바나나를 재배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
- 지금까지 우리경제는 생산가능인구비중이 늘어나면서 경제성장이 가속화되는 인구 보너스 혜택을 누려왔음. 하지만 2015년 이후에는 생산가능인구 비중의 감소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인구 오너스의 습격이 시작될 것임. 인구 오너스 시대에는 노동력 감소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보다 심각한 문제는 소비시장이 위축된다는 점. 은퇴세대는 젊은 층과 달리 자동차, 냉장고, 가구 같은 내구재를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음. 더구나 청년층이 줄어들면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사는 얼리어답터의 숫자가 감소해 창의적 신제품이 설 자리가 사라짐. 더 큰 문제는 자산시장이 크게 흔들리 수밖에 없다는 점. 은퇴세대는 아무래도 실물자산을 팔 수밖에 없는데, 이를 사줄 청년층의 숫자가 줄어들면 자산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짐. 지금까지 인구 오너스의 습격에서 자산가치를 방어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해외자본이 대거 유입됐거나 청년층이 든든한 경제기반을 갖고 있는 경우 밖에 없었다.
- 빚으로 간신히 유지되는 경제는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는 위태로운 상태가 될 수밖에 없음. 미국 대공황 시절, 1934년 미연준 의장 매리너 에클스는 이같은 상황을 포커판에 비유. 포커판에서 계속 한명만 돈을 따서 판돈을 모두 독식하면 더 이상 게임을 유지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에 이름.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승자가 게임을 계속하려고 돈을 잃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한다. 이렇게 게임이 진행되면 당장은 빌린돈 때문에 판도이 훨씬 커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모두 빌린 돈으로 유지되는 허상에 불과. 그런데 아무리 더 많은 돈을 빌려주어도 한사람만 돈을 따는 상황이 끝없이 계속되면 포커판은 결국 깨지게 됨. 에클스는 바로 이 빚으로 유지되던 위태로운 포커판이 멈추면서 세계 대공황이 엄습했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 공정한 분배가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경제관료나 경제단체들의 신념과는 대조적으로 칭기즈칸의 지혜는 현대경제학에서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결과에서 공정한 분배는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디딤돌임이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연구의 첫 포문을 연 것은 하버드대 알레시나 교수와 이탈리아 보코니 대학의 페로티 교수였다. 이들이 60년부터 85년까지 71개 나라 불평등과 성장관계를 조사한 결고, 소득 불평등은 사회불안을 키우고 그 여파로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져 결국 투자가 줄어든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 스파르타는 당시 대제국이었던 페르시아를 격퇴할 정도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였음. 탁월한 용맥 덕에 군대의 규모가 동일한 경우는 물론 훨씬 적은 경우에도 좀처럼 패하지 않았음. 그런데 무적이나 다름 없던 스파르타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의 강력한 적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인구소멸이라는 내부의 적이었음. 스파르타는 기원전 7세기 무련, 자신들보다 훨씬 인구가 많았던 이웃나라 메세니아를 제압하고, 포로가 된 모든 시민을 노예로 삼음. 그결과 자유시민이라 불리는 지배계급과 노예의 비율이 1대 20을 넘게 되어 지배계급과 노예비율이 1대 3정도에 불과했던 아테네 등 다른 그리스 국가들보다 그 격차가 매우 컸음. 이처럼 압도적 인구차이 때문에 스파르타인들은 언제든 메세니아인들의 반란으로 국가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됨. 그 결과 스파르타인들은 어린 소년들을 가족으로부터 분리해 군사학교에서 엘리트 전사로 집단 양육하는 데 열을 올림. 스파르타에서는 혹독한 군사훈련을 견대낸 남성만이 자유시민으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스파르타는 정치, 군사적으로는 집단주의를 택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철저하게 개인주의 원칙을 고수. 성인 남성들은 열다섯명씩 조를 짜서 함께 공동식당에서 식사를 했지만, 그 비용은 각자 개인이 부담하는 독특한 체제였음.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비용도 모두 개인의 몫. 공동식사비나 교육비용을 내지 못하는 것은 스파르타 시민으로서 최악의 수치였을 뿐만 아니라, 자유시민의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스파르타가 한창 전성기였을 때는 빈부격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경제 시스템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음. 하지만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토지를 소유한 가문이 고작 100여개 정도로 줄어들었음. 빈곤의 늪에 빠진 절대 다수의 스파르타인들은 양육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출산을 포기. 그 결과 스파르타 시민권을 가진 남성인 스파르탄들은 기원전 640년 9천명에서, 300년 뒤에는 1000명으로 급감. 아무리 무적의 군대를 갖고 있던 스파르타라고 하더라도 그 숫자가 턱없이 줄어들자 중과부적으로 몰려드는 적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음.
- 국제결제은행 엘로드 타카츠가 22개 선진국 자료를 토대로 70년부터 무려 40년에 걸친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인구구조가 집값 결정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고령화는 집값을 떨어뜨리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결론내림. 그리고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고령화가 시작된 22개 선진국에서 앞으로 40년 동안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 그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일단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나라 중에서 집값이 눈에 띄게 오른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음. 세계 최초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고 장기침체가 시작되자, 처음에는 이를 일본만의 독특한 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음. 하지만 일본에 이어 고령화 사회르 진입한 다른 나라들이 연이어 집값 하락현상을 겪짜, 이제 집값 하락은 고령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
- 환율을 높이면 당장은 더 장사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급변하는 국제환경에서 인위적인 고환율 유지에 실패하면 고환율에 익숙해진 기업들은 외풍에 쉽게 무너진다. 또한 기업하기 쉽게 하겠다고 법인세를 과도하게 낮춰주면 결국 모자란 세수를 채우기 위해 다른 경제주체의 세금부담을 높여야 함. 가뜩이나 실질소득이 정체된 가계를 대상으로 증세를 하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더욱 줄어 소비가 감소하고, 그 여파는 결국 기업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옴.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면 인건비가 줄어들어 기업은 더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이 소비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음. 더구나 외국인 근로자는 수십년의 경험을 통해 이뤄지는 공정혁신의 주체가 될 수 없기에 결국 우리의 기술력까지 퇴보하게 됨
- 11년 일본의 국민생활 만족조 조사결과,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20대 비율이 무려 70%를 넘음. 일본의 황금기였던 70년대의 만족도 50%에 비해, 오히려 지금 청년들이 훨씬 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청년들이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 실제 일본 청년들은 더이상 아무것도 탐을 내지 않는 사토리 세대로 진화하고 있음. 사토리세대란 마치 득도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 일본의 많은 청년이 절망의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희망고문을 그만두고 모든 것을 체념한 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 이 때문에 이들 사토리 세대는 성공하겠다는 욕망은 물론, 더 좋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사소한 욕구마저 모두 버림. 사토리 세대의 등장으로 청년들은 마음의 평안을 얻기 시작했지만, 당장 비상이 걸린 것은 기업들이었다. 청년들이 해외여행은 커녕 음주까지 줄이면서 내수시장이 큰 타격을 받은 것. 가장 먼저 위기에 직면한 산업은 자동차 산업으로 일본 전체 운전빈도 중 20대 청년들의 운전비중이 99년 16%에서, 11년 8%로 반토막이 났다. 심지어 청년들이 운전면허조차 잘 따지 않으려 함.
- 지금까지 어떤 나라나 지역에서 인구수, 특히 청년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일은 흑사병과 같은 대재앙 속에서만 일어났음. 그런데 오늘달은 특별한 계기 없이도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청년인구가 동시에 줄어드는 충격적 변화가 시작됨. 이제 흑사병이 휩쓸고 지나갔던 중세 유럽 대륙처럼 세계 전체의 경제구조가 송두리째 바뀌게 되므로, 그 변화를 간파하고 대비하지 못한 나라들은 몰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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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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