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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역습

과학 2014. 10. 12. 21:09

 


사물의 역습

저자
에드워드 테너 지음
출판사
오늘의책 | 2013-06-1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간이 고안하고 발전시킨 9가지 물건의 은밀한 이야기!피아노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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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이든 가스관이든, 만든이들조차 자신의 발명품이 어떻게 쓰일지 완전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 어떤 목적에 맞게 환경을 변형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테크놀러지라고 정의한다면, 테크닉은 이런 변형을 실현하는 구체적 방법임. 그러나 테크놀러지와 테크닉간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임. 새로운 사물은 행동을 변화시키지만, 그 변화가 항상 발명가나 생산자의 예상대로만 진행되지는 않음. 사람들의 행동변화는 새로운 도구의 영감이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도구는 이어서 더 많은 혁신을 낳음
- 인류학자 노무라 마사이치에 따르면 19세기 중반까지 일본의 아이들은 남바라는 걸음걸이를 배웠음. 오래된 나무판 그림에서도 볼 수 있는 이 걸음걸이에서 팔은 크게 흔들리지 않음. 팔은 같은 쪽 다리와 함께 앞으로 뻗는 방식은 팔과 반대쪽 다리가 앞으로 나서는 현대 걸음걸이와 반대임. 마상궁술에 쓰이는 말들 또한 활쏘기에 더 적합하도록 왼쪽 두다리와 오른쪽 두다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남바 스타일로 훈련되었음. 오늘날 대부분의 일본인은 팔을 더욱 적게 움직이며 발가락이나 발바닥 전체를 이용해 땅을 딛음. 대개의 미국인이나 유럽인이 지면을 발꿈치로 딛는 것과 대조적. 문화인류학자 팀 잉골드에 따르면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기 전까지 일본 아이들은 엉덩이를 되도록 움직이지 않고 무릎을 움직여 걷도록 배웠음. 반면 유럽이나 북미의 어린이들은 엉덩이를 움직여 걷도록 훈련되었음. 이는 다리를 일직선을 유지함으로써 서양문화에서 선호하는 꼿꼿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였음. 잉골드는 보행의 기법이 단순히 유전적 능력에 문화가 얹힌 형태가 아니라 전체 사회의 테크톨로지와 테크닉을 포함한 복잡한 발달 프로그램의 결과라고 생각. 전통적 일본식 걸음걸이는 울퉁불퉁한 현지 지형에서 발을 잘 디딜 수 있게 해주며 어깨에 걸치는 봉에 무거운 짐을 묶어 옮기는 일본 특유의 운반법과도 조화를 이룸. 반면 일본인은 몇몇 서양의 걸음걸이 테크닉들은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기도 했음.
- 고무, 플라스틱, 실리콘 젖꼭지의 기능은 각기 다르며, 이는 유아가 터득하는 수유 테크닉에 영향을 미침. 가령 젖병에 달린 인공 젖꼭지를 물면 입으로만 빨아도 우유가 나오므로 턱을 사용할 필요가 없음. 유아가 덜 노력해도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으므로 무척 효율적임. 그렇기 때문에 태어난 직후나 모유수유를 하기 전 보조수단으로라도 젖병으로 수유를 시작한 유아는 이 쉬운 방식을 포기하기 어려움. 이 경우 유아는 모유수유를 해도 본능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혀를 앞으로 내밀면서 입으로만 젖꼭지를 빨려 함. 턱으로 물지도 않고 혀를 연동시키지도 않으니 자연히 젖이 잘 나오지 않음. 이렇게 되면 남아도는 젖이 뭉쳐서 모유량이 점점 줄어들고 수유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일어남.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유두혼동 혹은 제삼유두 증후군이라 부름.
- 개도국에서는 물리적 피임용구나 화학적 피임약이 비쌀뿐더러 구하기도 어려움. 그러나 모유수유가 배란을 막아주는 덕분에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세살에서 네살 터울이 됨. 이는 초기 수렵채집민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패턴이기도 함. 여기에는 진화적 관점에서 훌륭한 이유가 있음. 형제들이 모유를 먹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이들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적으로 유전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 유아가 젖을 빨면 모유생산을 촉진하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이 자극에 반응해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짐. 이 프로락틴은 또한 배란과 생리를 억제하는데 이를 의학적 용어로 수유 무월경이라고 함. 그래서 자식들에게 모유수유대신 유모를 붙였던 초기 현대 유럽의 상류층 여성은 저소득층 여성보다 자식들을 더 많이 낳았음. 다만 모유수유가 일반적인 문화권에서도 수유중에 배란이 다시 시작되기도 하는데 젖을 빠는 간격이 긴 경우임. 이렇게 되면 프로락틴 레벨은 낮아져서 다시 배란이 시작됨. 따라서 프로락틴 수치를 충분히 높이려면 유아에게 자주 젖을 물려야 함
- 19세기부터 이민, 식민지화 그리고 개간사업 등을 통해 의도치 않게 기생충이 전 세계에 퍼지게 되면서, 신발은 유충을 막을 수 있는 방벽이 됨. 특히 암컷 기생충은 엄청난 양의 알을 낳으므로 장기에 만성적 손상을 입는 것에 비하면 발을 감싸서 얻는 피해 정도는 값싼 대가라고 할 수 있음. 실제로 기생충 박멸운동에서도 위생적인 습관 다음으로 신발착용을 강려갛게 강조한 바 있음. 또한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따른 위험요소들도 있음. 예를 들어 길에서 쉽게 발견되는 녹슨 못은 파상풍을 일으킴. 맨발 하이킹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북동부 삼림지에도 라임병을 일으키는 사슴 진드기가 창궐함. 오늘날의 도시환경 또한 위험요소임. 요컨대 신발은 교정도구는 아니지만 적어도 보호도구로서는 유용한 셈
- 운동화는 화학의 전환기였던 19세기에 태어났으며 지난 150여년 동안 지속된 속도에 대한 시대적 열광을 대변하는 물질적 상징. 볏짚으로 만들었던 전통적 조리가 느린 지식을 상징한다면, 운동화는 속도의 전성시대를 의미
- 60년대 후반 이후 운동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테크롤로지는 무엇일까? 바로 텔레비전임.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알아보기 쉽게 브랜드화된 신발, 그중에서도 특히 챔피언들이 신던 신발들이 순식간에 세계적 명성을 얻음. 54년 월드컵 결승 이전부터 아돌프 다슬러는 신발전체 색상과 대비되는 색으로 줄무늬를 넣음. 젊은 고객들이 신발의 이름이 아닌 줄무늬 모양을 떠올리며 신발을 찾기 때문. 아디다스의 세줄 장식은 54년 월드컵 때 독일팀의 활약과 함께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감. 얼마 지나지 않아 아디다스 신발은 독일의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음.
- 수면과 휴식은 물질문화의 형태를 띠기도 함. 가령 일본 이불은 조리샌들과 다다미판을 포함해서 하나의 문화를 구성. 그리고 서양식 침대는 발을 감싸는 형태의 신발과 입식가구들을 아우르는 시스템에 포함되어 있음. 이런 침대문화를 처음 도입한 것은 고대 그리스인. 근대의 거대한 침대틀이나 내부가 스프링으로 꽉 찬 매트릭스와 달리,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침대는 이동이 가능하도록 나무와 금속같은 재질로 가능한 한 가볍게 만들었음. 오늘날 우리는 고대인이라 하면 긴 의자에 편한히 누워서 포도송이에 주렁주렁 달린 포도알을 음미하는 풍경을 떠올리는데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아마도 19세기 아카데미 회화에서 퇴폐적으로 묘사된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이런 이미지가 굳어진 것 뿐임.
- 고대 지중해 지방에서 전 세계로 퍼져 몸의 습관을 혁신한 도구 중 등과 허리를 변화시킨 도구로 의자가 있다면 손가락에는 건반과 자판, 즉 키보드가 있음. 샌들과 신발에 따라 우리의 걸음걸이가 정해지고, 의자에 따라 작업방식과 휴식하는 방법이 정해지는 반면, 키보드는 앉는 자세뿐만 아니라 사고능력에도 영향을 미침. 키보드는 음악을 연주하고 작곡하는 양쪽 모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 키보드는 또한 목소리와 펜이라는 제한적 도구에 갇혀 있던 은밀한 이야기들을 꺼내어 전파해 주기도 함. 샌들과 안락의자처럼 키보드는 우리 몸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접점으로서 처음 등장한 이래로 꾸준히 우리 곁에 머무르고 있음. 20세기 문화가 격변했던 시기를 지나면서도, 음악건반과 타자자판 모두 지난 백년간 그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 피아노와 오르간의 아름다운 소리를 타자 자판이나 컴퓨터 키보드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비유하는 것이 몰상식하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연주는 물론 타자도 심리학자조차 아직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지적 테크닉이 수반되는 행위임. 각각의 키를 누르는 연속적 행위로부터 일종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에 우리의 정신은 놀라운 능력을 보여줌. 사실 이런 인간의 능력은 역설적으로 음악건반과 타자자판이 온갖 혁신적인 시도를 기각시킬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되기도 했음. 1851년 등장해 여전히 특별한 라이벌없이 사용되는 스탠턴 체스 세트처럼, 음악건반과 타자자판에서도 기존의 도구가 이상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쓸만해서 숙달된 전문가들이 굳이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하지 않는 상황이 고착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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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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