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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의 바보들

경제 2014. 10. 7. 13:29

 


샤워실의 바보들

저자
안근모 지음
출판사
어바웃어북 | 2014-04-1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실업, 부동산 대란, 주가 폭락, 빈부격차 등 우리가 겪는 경제...
가격비교

- 유동성 함정이란 케인스가 대공황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제기한 개념. 중앙은행이 돈을 아무리 풀어도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 상황을 말함. 통상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늘리면 금리는 하락함. 그러나 은행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짐. 은행은 고객들의 예금인출 요구에 응하기 위하여 보유채권을 매각해야 하며, 이 때문에 채권가격은 하락(금리상승)하게 됨. 은행이 대출해줄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오르게 됨. 이때 중앙은행의 통화공급이 예금인출 규모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돈을 풀어도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 금리가 제로수준으로 대폭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유동성 함정이 발생. 은행의 예금과 대출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의 화폐발행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음. 통상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사용하지만 유동성 함정 상태에서는 이런 정책이 작동하지 않음.
- 한 나라의 잠재성장 능력은 크게 세가지 요소로 구성됨. 인구와 자본, 그리고 기술. 인구증가는 노동력을 늘려 경제의 생산능력을 확대함. 생산설비를 의미하는 자본은 노동력과 결합해 역시 경제성장능력을 규정함. 그리고 기술발전에 힘입은 생산성의 향상은 적은 노동력과 자본을 투입하고도 더 많은 산출을 이끌어냄. 이 세가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요소는 인구, 특히 청장년 생산 노동력임. 노동력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생산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아짐. 수요 측면에서도 인구의 증가는 매우 긴요함. 인구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식품과 의류뿐 아니라 주택, 사무실과 공장, 여가시설, 사회간접자본 등 모든 부문에 대한 수요가 팽창하기 때문. 2차대전 이후 나타난 베이비붐 덕분에 미국의 노동가능인구(15~64세)는 한동안 급격한 증가세를 보엿음. 1% 안팎 수준이던 증가율은 해마다 높아져 70년대 초에는 3%에 육박. 이후 인구증가 속도는 다시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진 덕에 경제활동인구의 급증세는 70년대 말까지 이어짐. 그러나 그게 정점이었음. 이후 미국의 노동력 증가속도는 눈에 띄게 감소. 2000년 무렵 속도가 다시 빨라지느가 싶었지만 잠시 반짝 하고 말았음. 2000년대 중반들어 미국의 경제활동 인구 증가율은 기록적인 속도로 떨어져갔음. 그리고 금융위기가 터짐. 인구가 계속 늘기는 했지만 일자리 얻기가 어려워지면서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 2013년 10월 들어 미국의 경제활동 인구는 1년전에 비해 0.5% 감소. 경기 회복기에 이렇게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은 전례가 없는 일. 경제가 반등하기 시작하면 구직을 포기했던 사람들도 다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노동시장으로 돌아옴. 경기회복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쉬워지기 때문. 그러나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기 내내 추락을 거듭해 왔을 뿐임.
- 금융위기 이후 6년간의 극심한 투자부진은 미국 노동인구 증가세의 급격한 둔화와 마찬가지의 충격을 미국경제에 가함. 현재 미국의 생산설비는 6년전인 07년 말의 투자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기만 했을 때에 비해 4조달러나 덜 축적됐기 때문. CBO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활동인구 증가 속도의 둔화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이 각각 미국 경제 잠재성장능력 저하원인의 3분의 1 이상씩을 차지한다고 진단.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투자부진은 금융위기 이후에만 나타난 특이 현상이 아님. 80년대 초부터 기조적으로 진행됐음. 81년 4분기 국내총생산의 15%를 넘었던 미국 기업들의 투자비중은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 12% 수준으로 떨어졌음. 투자가 부진해지면서 일자리 창출속도도 크게 둔화됐음. 기업들의 투자가 자동화와 효율화에 집중되면서 고용없는 성장은 더욱 심화됨. 기업들은 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일까? 세계화에 따른 해외로의 생산설비 이전이 큰 영향을 미친 가운데, 분배구조 악화 역시 적지 않은 부메랑 효과를 낳음. 생산활동의 결과로 생긴 소득이 노동자에게는 더 적게, 기업에게는 더 많이 분배되는 추세가 지난 30년 동안 지속되면서 미국 가계의 소비능력이 저하됐음. 소비가 부진해진 결과 기업들은 투자를 늘려봐야 과거만큼 큰 이윤을 기대할 수 없게 됨.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80년에만 해도 임금 등 노동자 보상으로 배분된 미국의 국내총소득이 58%에 달했으나, '12년에는 53%밖에 되지 않음. 50년 이후 60여년 동안 노동자들에게 분배된 소득이 이렇게 낮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음. 반면 기업이익으로 배분된 몫은 80년에는 20% 수준이었으나, '12년에는 25%로 높아짐. 미국의 기업들에게 이렇게 많은 이익이 돌아간 것은 60년대 중반이후 약 50년만에 처음임. 이에 따라 지난 20년간 미국 기업의 순자산은 3.8배 불어난 반면, 미국 가계의 순자산은 세배 늘어나는 데 그침.
- 사람들의 수익률 사냥은 더욱 위험한 양상으로 전개됨. 이자를 거의 물지 않는 초단기로 돈을 빌린 뒤 상대적으로 많은 이자를 주는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투자가 횡행함. 예를 들어 1주일짜리 자금을 0.2%에 빌려 수익률이 4%인 30년 만기 모기지채권을 사는 식. 자신의 돈은 한푼도 들이지 않은 채 연 3.8%의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음. 캐리 트레이드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투기적 행위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음. 초단기 금리가 뛰어오르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투자한 채권의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음. 연준은 적어도 2년간은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를 반복해서 약속해 왔기 때문. 이러한 투기 행위는 08년처럼 금융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는 경우에도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 빌린 투자자금을 일주일마다 돌려막는게 불가능해지기 때문.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투자한 장기채권을 헐값에 팔아치워 만기가 된 자금을 갚아야 함.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됨.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부도를 낼 수 밖에 없음. 그러나 이 역시도 걱정할 필요가 없음. 연준이 매달 엄청난 양의 통화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 연준의 양적완화 즉, 장기채권 매입정책은 이런 위험투자 대상의 가격을 보증해주는 역할까지 함
-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소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임. 발행주식수가 1억주인 회사가 연간 10억달러의 순익을 낸다고 가정. 이 회사가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해 발행주식 수를 4.3% 줄이게 되면 회사의 순이익이 전혀 늘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당 순이깅느 10.45달러로 4.5% 증가. 발행주식 수 감소로 분모가 줄었기 때문. 따라서 주식시장이 이 회사에 대해 PER을 20배로 적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주가 역시 4.5% 상승하게 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회사와 최고경영자를 주주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음. '13년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펼친 데에는 이런 자사주 매입효과도 크게 작용. 초저금리 환경은 자사주 매입 소각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어줬음. '13년 4월 애플이 발행한 회사채의 평균이자율은 애플의 배당률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 애플이 빚을 내서 자사주를 매입 소각할 경우 이자부담이 새로 발생하는 대신 배당금 지급부담은 그만큼 줄어듬. 대신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해 주가는 상승.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저울질 할 필요가 없음.
- 금융위기 이후 현대 선진국의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정부의 자유로운 채무부담 행위를 의미하고 있음. 민주적 통제와 경제적 규제와 채권시장 야경단의 견제는 무력화됐음. 그러나 이러한 우회에는 반드시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 중앙은행이 강력한 화폐발행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 현재 2조 3421 달러에 달하는 미국은행들의 초과지급준비금은 대출 종잣돈으로 본격 활용될 것임. 미국의 지급준비율이 35라고 가정할 경우 이 초과지급준비금은 반복된 대출과정을 거치면서 총 77조 달러의 예금을 새로 창출할 수 있음. 통화량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팽창한다면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함. 이를 막는 방법으로 연준은 크게 두가지의 출구전략을 제시해왔음. 첫째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는 것. 양적완화의 정반대인 양적긴축임. 채권을 매각하는 만큼 통화가 흡수돼 초과지급 준비금은 감소. 그러나, 이 경우 양적완화와 정반대로 시장의 채권금리가 급등(채권가격 급락)할 위험이 있음. 경기가 급랭하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저금리에(비싼 가격에) 대규모의 채권을 사들였던 연준은 막대한 매각손실을 보게 됨. 다만, 이러한 매각 손실에 따르는 자본잠식 위험은 11년 회계기준 변경을 통해 원천 봉쇄해 놨으니 별 문제는 없을 수 있음. 그러나 본질적 위험은 피할 수 없음. 연준의 양적 긴툭으로 채권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연준이 보유한 자산(채권)의 가치가 채무(초과지준)의 가치 아래로 떨어지게 됨.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차입자들이 그러했듯이,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깡통이 됨. 보유한 채권을 다 팔아도 초과지준을 다 거둬들이지 못할 것이기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부풀어 오를 수 있음. 그래서 연준은 향후에도 채권을 가급적 매각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할 계획이란 점을 거듭 밝히고 있음. 하지만 이 경우에도 비용은 불가피함.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초과지급준비금이 대출 종잣돈으로 쓰이지 않기 위해서는 은행에 높은 이자를 줘가며 연준 금고에 유동성을 묶어 둬야 하기 때문. 현재 연준은 초과지급준비금에 연 0.25%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데, 향후 경기회복에 맞춰 이 금리를 인상해 나갈 계획. 두번째 출구전략이며, 둘 중 더 유력한 시나리오임. 하지만 이렇게 해도 연준의 이자비용 지출은 대폭 증가하게 됨. 금리를 일정 수준이상으로 올리게 되면 이자비용은 이자수입을 능가하게 됨. 해마다 700~800억 달러씩 되던 재무부에 대한 이익금 납입도 중단됨. 연준은 앞으로 3~4년쯤 뒤에는 이런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수지가 악화된다는 의미임. 시장이자율도 상승할 것이니, 재정의 부담은 더욱 커짐. 양적 완화때 누렸던 이익을 비용으로 후불해야 하는 셈. 행정부의 이런 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연준이 긴축에 소극적 자세를 보인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질 수 밖에 없음.
-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자본이 잠식되면 정부가 이를 메워줘야 함. 그러나 미국의 경우 예외임. 일반회사와 달리 연준은 어떤 상황에서도 적자결산을 기록하지 않음. 11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내부회계 규정 덕분. 따라서 연준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본이 잠식되지 않음. 따라서 미국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연준의 자본을 보충해줄 필요가 없음. 그렇기 때문에 연준의 국채탕감은 이론적으로 가능. 연준이 나중에 보유한 국채를 팔아서 초과유동성을 거둬들일 경우 큰 손실을 입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음. 채권을 매입할 당시에는 저금리(높은 채권가격)였는데, 팔 때는 고금리(낮은 채권가격)일 것이기 때문. 심지어는 연준이 파산할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음. 그러나 그런 일을 발생하지 않음. 다시 말하지만 연준은 아무리 큰 손실을 봐도 적자결산을 하지 않기 때문. 이렇게 놀라운 회계의 마술이 어떻게 가능할까? 연준 대차대조표의 부채내역을 보면 기타부채 및 미지급 배당금이란 항목이 있음. 14년 1월 1일 기준 80억 3500달러가 잡혀 있음. 이는 대부분 연준이 미국 정부에 진 빚을 의미. 연준은 정부에 빚을 진 것. 연준은 해마다 이익이 발생하면 자체 운영비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부에 납입. 이렇게 이익금을 이전하기 전에 회기중에 발생한 이익은 부채로 잡아둠. 결산 뒤에는 정부에 줘야 할 돈이기 때문. 만약 연준이 회기중에 쌓아둔 돈보다 큰 손실을 본 경우에는 이 항목이 마이너스가 됨. 예를 들어 이 항목에 100억달러가 쌓인 상태에서 2조달러의 미국 국채를 탕감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기타 부채 및 미지급 배당금 항목은 -1조 9900억 달러로 표시됨. 부채가 마이너스란 의미이며 이는 채권임. 즉 연준이 미국정부로부터 1조 9900억 달러의 받을 돈이 새롭게 생겼다는 뜻. 따라서 연준이 보유국채를 탕감해주는 즉시, 정부로부터 받을 돈이 생김. 정부는 연준으로부터 국채상환 채무를 탕감받는 즉시 연준에 갚아야 할 새로운 채무를 안게 됨. 그럼 새롭게 생긴 정부의 부채는 연준에게 어떻게 갚게 될까. 만기는 없음. 매년 넘겨받은 연준 이익금을 차츰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상환함. 연준이 그해 100억달러의 이익이 생기면 해당 부채학목은 마이너스 1조 9800억 달로로 100달러 줄어듬. 빚을 탕감받을 때 좋은 것은 이자부담이 사라진다는 점을 들 수 있음. 그러나 애초부터 미국 정부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에 한해서는 이자부담을 지지 않음. 정부가 연준에 지급한 이자가 매년 이익금의 형태로 정부에 반환되기 때문. 따라서 연준으로부터 국채를 탕감받아야 할 이유도 애초부터 없었음. 물론 국채를 탕감받은 뒤에는 부채의 만기가 사라지는 이점이 있기는 함. 그러나 연준이 탕감해 주기 이전에도 그 국채만큼은 만기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만기가 돼서도 연준이 똑같은 양의 미국 국채를 새로 사들일 수 있고 그러면 자동으로 원금상환이 연기되기 때문. 다시 말하자면 연준이 미국 국채를 탕감해 줘봐야 아무런 소용도 효과도 없음. 괜히 중앙은행이 정부의 빚을 탕감해줬다는 오해만 불러 일으켜 중앙은행과 달러화에 대한 신뢰만 허공으로 날릴 뿐임.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자구 연준의 국채탕감이라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를까? 그만큼 미국 정부의 빚이 걱정되어서일 것임.
- 단일통화로 바뀌면서 유로존 내부의 가격경쟁은 더욱 심화됐음. 한 나라의 소비자들은 자기 나라에서 팔리는 물건이 다른 나라에서는 몇 유로에 팔리는지를 쉽게 비교할 수 있었고 가격차이에 따라 무역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었음. 그 사이 주변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었음. 주변국 노동자들의 소득이 급증했다는 것은 그곳 기업들의 비용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 독일보다 15!205나 쌌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의 단위노동비용이 유로존 창설 뒤 약 10년에 걸쳐 대대적으로 상승. 부동산을 중심으로 내수경기가 열기를 이어간 결과임. 반면 독일의 노동비용은 오히려 떨어졌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의 개혁조치를 취한 결과였음. 금리가 대대적으로 수렴했듯이 노동비용의 격차도 급격히 좁혀졌음. 주변국의 비용경쟁력은 완전히 사라져가고 있었음. 주변국의 수출은 대폭 위축되고 수입은 대폭 증가했음. 주변국 정부들의 정책도 한몫했음. 대외 경쟁력 저하로 실업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위해 해고를 어렵게 하고 실업수당과 사회보장을 확대. 내수 활성화에 힘입어 재정수지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돈 씀씀이를 늘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음. 그러나 이는 주변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킴. 가뜩이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던 주변국의 산업은 무역시장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었음. 주변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대대적으로 확대됨. 유로존 통합이전에도 이런 현상이 종종 있었음. 그때만 해도 주변국 정부들은 자국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함으로써 불균형을 바로잡고는 했음. 예를 들어 비용상승으로 인해 대외수출가격이 50% 이상 상승해 경쟁력을 잃는 경우 자국 통화가치를 10% 절하함으로써 수출 가격은 인하했음. 그러나 이제는 이 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됐음. 스페인은 독일과 같이 유로라고 하는 단일통화, 단일환율에 고정돼 있기 때문.
- 유로존 국가들은 이제 미국이나 일본처럼 화폐발행으로 재정을 지원해주는 중앙은행을 갖게 됨. 따라서 재정위기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됐음. ECB의 OMT 프로그램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온갖 투기적 배팅을 잠재울 수 있었음. 중앙은행의 무제한적인 발권력을 이겨낼 수 있는 투기세력은 없기 때문. 주변국 국채시장은 빠른 속도로 안정됐음. 문제가 생기면 ECB가 나서줄 것이었기에 투자자들은 안심하고 주변국 국채를 사들일 수 있게 됐음. 주변국의 국채는 오히려 다른 어떤 곳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고금리를 제공하는 매력까지 있었음. 수익률에 굶주린 자금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들었고 국채가격은 오르고 또 올랐음. 금리는 계속 떨어졌음.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등 구제금융을 받았던 정부들이 국채시장에 속속 복귀. 그렇다고 해서 주변국들이 다시 행복해진 것은 아니었음.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에게는 여전히 혹독한 재정긴축과 경제개혁 과제들이 부과돼 있었음. 은행 구제금융을 받은 스페인이나 잠재위기국가였던 이탈리아 역시 자발적 개혁의 형식으로 똑같은 체질개선 작업을 해야 했음. 만에 하나 ECB의 OMT프로그램 지원을 받게 된다면 더욱 가혹한 긴축과 개혁을 요구받게 될 것이기에 꾀를 부릴 틈이 없었음. OMT는 유로존의 구제금융 실탄문제를 해결해줬을 뿐, 유로존 특유이 위기극복 방식을 바꾼 것은 아니었음. 유로존의 해법은 미국이나 영국, 일본과는 판이했음. 재정지출을 대폭 줄이고 세금을 인상하는 강력한 긴축정책을 요구함. 근로자의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한편, 독과점을 보장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 경쟁을 촉진하는 개혁 프로그램을 부과했음. 부채위기는 너무 적게 벌고 너무 많이 써서 생긴 문제였던 만큼. 과거와 정반대로 사는 내핍의 길을 해법으로 선택했음.
- 유로존의 위기해법은 경쟁력이 저하된 나라의 임금을 삭감하는 형식을 띤다는 측면에서 내부재균형이라 부름.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를 통해 외부를 상대로 균형을 되찾는 방식과 대비됨. 유로존의 독자노선은 전통적인 외부재균형 방식보다 정치적으로 상당한 위험이 뒤따름. 통화가치를 절하하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지 않고도 대외경쟁력이 높아짐. 노동자들은 수입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실질구매력이 떨어지지만 일자리와 명목임금이 유지되기에 크게 반발하지는 않음. 반면 실업이 증가하고 명목소득이 하락하는 내부재균형은 강력한 반발에 부딪힘. 주변국에서 시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 유로존의 경제이기는 정치위기로 비화될 잠재성을 갖고 있음. 내부재균형의 효과로 경제가 가시적으로 살아나고 실업이 감소하기 시작해야만 정치적 위험은 줄어들 수 있음. 그러나 아직은 기미가 보이지 않음. 유로존의 내부재균형이 조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일 역시 재균형에 나서야 함. 상대적으로 잘사는 독일은 주변국과는 반대로 과거보다 소비를 늘려야 함. 정부가 앞장서서 지출을 확대해야 하며 임금은 상승해야 함. 그래야만 독일의 과도한 경쟁우위가 완화되고 주변국이 살아날 수 있음. 주변국이 경상수지 적자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독일이 주변국의 물건을 더 많이 사주어야 함. 지난 수년간 많은 개선은 있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함. 독일은 유로존 창설을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누린 국가임. 주변국들과 똑같은 통화를 사용함으로써 실질적인 평가절하 효과를 향유. 유로화 환율은 독일같이 경쟁력이 높은 나라뿐 아니라 주변국처럼 기초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나라들의 경제까지 모두 반영한 평균치이기 때문. 자신들의 경제력에 비해 저평가된 환율덕분에 독일은 대외무역에서 경쟁우위를 얻을 수 있었음. 반면, 주변국들은 독일까지 포함된 평균환율을 사용하는 바람에 유로존 바깥경제와의 교역에서 큰 손실을 보았음. 유로화는 독일 마르크화에 비해 절하된 것이었고, 스페인 페소화보다는 절상된 통화였음. 단일통화를 사용한 뒤로 독일에 대한 주변국의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주변국에 대한 독일의 무역흑자가 부풀어 오른 것인 이 때문.
- 젊은 경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흑자를 내고 저축을 늘리지만, 늙은 경제는 젊을 때 벌어놓은 저축을 소비하는 적자구조를 갖게 됨. 젊은 경제에선 필수소비재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음. 그래서 이 시기에 통화가치가 절하되면 수입 수요가 빨리 위축됨. 그러나 재량소비재에 비해 필수소비재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늙은 경제에서는 통화가치 하락이 수입 수요를 억제하는 탄력성이 떨어짐. 필수 소비재 수입가격 상승에 따르는 고통만 커질 뿐이며, 이는 여타 재량 소비재 소비를 위축시키게 됨. 일본의 경상수지 구성내역은 완숙기를 지나 늙어가는 경제구도를 여실히 보여줌. 상품무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적자를 해외투자(과거의 저축)에서 얻는 소득으로 메워가고 있음. 그러나 소득수지 흑자는 그대로인 반면, 상품수지 적자는 날로 확대되고 있음.
- 일본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재정불균형과 국가부채임. IMF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부채는 97년 GDP의 100%를 넘어서기 시작해 09년에는 200%를 웃돌게 됐으며, '11년에는 GDP의 230%로 불어남. 국가부채가 GDP의 100%를 웃돌게 되면 경제에 부작용을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본은 이미 그 수준을 두배 이상 능가하고 있음. GDP 대비 일본의 국가부채는 빚 때문에 사회가 붕괴된 그리스보다도 훨씬 더 심각. 일본정부는 '14년 회계연도에 총 95조 8900억 엔의 일반예산을 지출할 계획. 전년에 비해 3조 3000억엔이 늘어난 규모. 이 가운데 세금 또는 여타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는 돈은 54조 6300억 엔에 불과. 나머지 41조 2500억엔은 채권을 발행해서 조달할 예정. 전체 예산의 43%를 빚을 내서 쓰는 구조. 그나마 소비세가 인상되는데 힘입어 나아진 편임. '13년 회계연도에는 채권의존도가 46.3%에 달했음. 이렇게 해마다 빚을 내서 정부를 운영해온 결과 일본정부의 부채는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있음. 이처럼 기형적 예산구조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디플레이션 때문. 성장과 물가가 침체되 이자율이 극도로 낮게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만약 일본의 디플레가 종식돼 성장과 물가가 살아난다면, 저금리 시대 역시 끝나게 됨. 이는 일본 재정에 커다란 위협임.
- 선진국 경제가 수시로 덜컹대던 뉴 노멀 당시 이머징 마켓은 평온했음. 내수경기에 불이 붙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려들면서 경제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름. 저성장과 디플레로 상징됐던 선진국의 뉴노멀은 이머징 국가에서는 호황과 인플레를 의미. 그러나 선진국의 성장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네오 뉴노멀로의 전환기에는 이머징 국가가 불황과 디플레를 맞을 차례가 됨. 모건 스탠리 호아킴 펠스는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은 음양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함. 미국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은 이머징 마켓에 나쁜 소식이라는 것. 미국의 성장이 빨라지고 금리가 상승하면 이머징 마켓의 고금리 매력은 사라지게 됨. 선진국 돈을 빌려서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가 큰 손실을 볼 수 있음.
- 이머징 국가의 위기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음. 뉴 노멀 시대 선진국들이 저성장에 허덕이는 동안 이머징 국가들은 강력한 내수부양 정책을 펼침. 수출로 먹고 살던 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음.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자 이머징 국가의 소비와 투자가 강력하게 살아남. 경제성장률이 다시 솟아오름. 선진국들의 제로금리 양적완화정책은 이머징 마켓에 기름을 부음. 휘발성 강한 자금들이 물밀듯이 밀려왔음. 저성장에 시달리는 선진국보다는 이머징 마켓에서 돈을 굴리는 게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음. 선진국에서 낮은 금리로 빌린 돈들은 이머징 마켓 곳곳에 투입돼씀. 이머징 국가가 선진국을 대신해 고성장한 덕분에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세계경제는 그럭저럭 굴러갈 수 있었음.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는 마치 이머징 국가에 넘어간 듯 했음. 중국은 이머징 마켓의 부침을 상징하는 곳.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수출에 의존해 성장. 미국이 저금리와 주택거품에 기대어 흥청망청하는 동안 중국의 수출은 폭발적으로 성장. 반면 내수소비와 투자는 그리 활발하지 않았음. 그 결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대폭 확대되고 중국의 흑자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났음.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이었음.
- 경제불안정은 투기적 행위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에 의해서도 발생. 그것이 도덕적인 것이든, 쾌락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우리의 적극적인 행동은 많은 부분에서 산술적으로 계산된 기대심리보다는 자발적인 낙관에 의존하게 됨. 우리가 어떠한 적극적인 결정을 내릴 때 그에 따른 모든 결과는 여러 날에 걸쳐서 장기간 나타나게 되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이는 오로지 야성적 충동의 결과라고 간주될 수 있을 것임. 야성적 충동은 그냥 있기 보다는 뭔가 하려는 자발적 열망임. 인간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효익을 수치화된 확률에 곱해서 측정하고 이를 숙고한 뒤에 어떠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야성적 충동이론은 현대 거시경제정책에서 자신감이란 이름으로도 사용됨. 경제 주체들이 공포에 휩싸이고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에서는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의 효과가 제한됨. 따라서 정부는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야성적 충동을 회복시키는 정책도 동시에 수행할 필요가 있음. 로머 교수의 기대심리 변경 정책과 이를 위한 엘런 의장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은 모두 경제주체들의 야성적 충동을 북돋아 경기부양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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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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