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5.22 센스 앤 넌센스

센스 앤 넌센스

과학 2015. 5. 22. 20:42

 


센스 앤 넌센스

저자
케빈 랠런드, 길리언 브라운 지음
출판사
동아시아 | 2014-09-23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철학자 대니얼 데닛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아이디어를 낸 학자로 ...
가격비교

 

- 인간여성의 배란이 은폐되는 선택이 이루어진 진화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인간과 근연관계에 있는 동물에 대한 관찰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가설을 제시. 예컨대 리처드 알렉산더와 캐서린 누넌은 "배란을 감춤으로써 남성으로 하여금 여성의 곁을 지키게 하고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음. 그렇게 함으로써 남성은 자신이 아기의 아버지임을 더욱 확신하게 되어, 자녀양육에 더 힘을 쓴다는 논리. 그밖에 대립되는 가설로는 "은폐된 배란 때문에 지배적 남성이 모든 성교를 독점하지 못함으로써 여성의 선택권이 강화되었다"는 설, "배란 시기를 알았던 여성들은 출산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그 시기에 성교를 피하려고 했을 것"이라는 설, "남성들이 다산여성에 대한 접근을 놓고 경쟁하지 않게 됨으로써 집단내부의 긴장이 줄어들어, 사회적 결속과 협력이 강화되었을 것"이라는 집단선택론적 주장 등이 있음. 많은 가설들은 진화사와 기능이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은폐된 배란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러한 가설들의 문제는 은폐된 배란을 드러난 배란보다 진일보한 형태로 간주했다는 점. 그러나 일반적 통념과 달리, 나중에 진화한 것은 인간의 은폐된 배랑니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 나타나는 드러난 배란이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드러난 배란의 특징을 보인다 해서, 침팬지와 인간의 공통조상 역시 드러난 배란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추정할 이유는 없다. 대부분의 유인원을 비롯한 대다수 영장류가 배란시기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침팬지는 인간과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나간 뒤 배란을 드러내는 쪽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추론이 옳다면, 과학자들은 지금껏 잘못된 의문을 제기했던 셈이다. 즉 인간 여성의 배란이 왜 은폐되었을까? 라도 묻는 대신, 몇몇 영장류의 암컷이 배란신호를 드러내도록 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라고 물어야 한다. 인간에게 은폐된 배란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별도의 설명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이처럼 '특정한 형질이 자연선택의 결과인가?'라는 의문은 진화론적 분석을 괴롭히는 고질적 문제중의 하나다
-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의 진화라는 말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고작해야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전부였다는 것. "나는 먼 미래에 훨씬 더 중요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장이 활짝 열린 것을 본다. 심리학은 새로운 기초위에서 서서, 정신력과 지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차곡차곡 습득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기원과 역사에도 한 줄기 빛이 드리워질 것이다." 다윈이 종의 기원 말미에서 은근슬쩍 내뱉은 화두를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데는 10여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호기심에 휩싸인 대중은 다윈의 입만 바라보며 주야장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러는 동안 인간이 진화해왔다는 관념은 대중 사이에서 애증의 원천으로 자리잡음. 하지만 다윈은 요지부동이었다. 세상의 박해와 조롱을 두려워한 나머지,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 때까지 인류의 기원에 대하여 자세히 언급하려 들지 않았다. 다윈을 대신하여 결연히 싸움터에 뛰어든 것은 그의 훌륭한 지지자였던 토머스 헉슬리였다. 헉슬리는 1860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벌어진 유명한 논쟁에서 윌버포스 주교를 완파한다. 헉슬리는 강연과 함께 '자연에서의 인간의 위치에 대한 증거'(1863)라는 책을 출간. 그는 이 책에서 유인원의 머리뼈를 이용하여 인간의 조상은 동물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 고고학자들은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누락된 연결고리를 설명해줄 화석을 찾기 시작했다. 1870년이 되자 다윈의 불독으로 불렸던 헉슬리는 과학이 지배하는 신세게의 도래를 알리는 예언자가 되었다. 과학자가 어엿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과학이 중요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순전히 헉슬리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그리고 이런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핵심으로 작용한 것은 다윈주의였다. 1870년대에 이르자 다윈은 유명해졌고, 사람들 모두가 위대한 다윈선생이 인간의 진화에 대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기다렸다. 다윈은 특유의 조심성을 발휘하여 기회를 엿보다 결국 '인간의 유래'(1871)와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1872)를 내놓음. 다윈은 헉슬리의 영역이었던 인간의 해부에 머무르지 않고 지적능력의 진화라는 문제에 주목. 그는 종의 내부는 물론 종 사이에도 지능의 변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선천적으로 높은 지능을 부여받은 쪽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투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의견을 내놓음. 인간의 유래에서는 "성공적으로 적을 피하거나 공격하는 것,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것, 무기를 발명하고 만드는 것 등에는 높은 정신적 능력, 즉 관찰, 추론, 발명,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도킨스는 사회생물학적 방법론을 인간에게 직접 적용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함. 그는 "문화가 인간을 새로운 영역으로 인도한다"고 주장하며, 사회생물학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이에 반해, '자신의 신념을 떳떳히 밝히는 과학자'로 유명한 윌슨은 이런 도전을 결코 망설이지 않았따. 그는 사회생물학의 마지막 장에서 인간의 본성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녀의 역할, 공격성, 종교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문제에 대해 과감하고 모험적 진화론적 가설을 제시. 그리고 노골적으로 "사회생물학의 목표 중 하나는 사회과학 분야를 개편하여 현대 진화론으로 통합하는 것이라고 선언. 윌슨의 책이 발간된 것을 계기로 수많은 사회생물학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책들의 관심사는 하나같이 사회생물학의 주제를 활용하고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혁명적 열정이 사로잡혀 과감해진 연구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만만한 먹이감 정도로 간주했다. 그 결과 많은 생물학자들이 인문학의 영역을 넘보며 몰려들었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인문학자들은 극단적 적대감으로 대응. 사회생물학을 둘러싼 전대미문의 소동은 70년대 가장 큰 과학적 논란거리였다. 사회생물학의 발달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사회생물학이 인간성을 다뤄도 좋은가? 라는 우려 이상으로 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 혈연 선택은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벌목 곤충을 연구하는 데 적절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단수배수성이란 특이한 성 결정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 벌목 곤충의 새끼 중에서 암컷은 수정란으로부터 태어나기 때문에 두벌의 염색체를 지니는 반면(이배체), 수컷은 미수정란으로부터 태어나기 대문에 한 벌의 염색체만 지님(단수체). 먼저 새끼 암컷들부터 생각해보자. 모든 새끼 자매들이 아비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세트는 똑같음. 왜냐하면 아비는 한벌의 염새겣밖에 갖고 있지 않기 때문. 그러나 새끼자매들이 어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는 경우가 다르다. 어미는 두벌의 염색체를 갖고 있으므로, 새끼 자매들이 어미의 유전자 하나를 공유할 확률은 50%가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새끼 형제들은 어미의 특정 유전자를 공유할 확율이 50%이므로, 형제들 간의 근친도는 50%에 불과. 따라서 벌목 곤충 자매들의 근연관계는 다른 동물들의 경우보다 가깝다. 그러므로 새기 암컷들은 자신의 새끼(근친도 50%)보다 자매들 자매들(근친도 75%)을 양육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더 많이 전할 수 있음. 벌목 곤충의 군락에서 사냥, 둥지짓기, 방어, 육아에 종사하는 일꾼은 모두 암컷이다. 해밀턴은 "개체의 번식성공이 직계자손의 수뿐 아니라 친척을 도와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분의 적응도에도 의존한다"는 개념을 다루기 위해 포괄적응도라는 용어를 만들어냄. 나중에는 직계자손은 물론 다른 친척까지도 선택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혈연선택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혈연선택은 벌목 곤충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개체가 포괄적응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근친에게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모든 상황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소녀는 소년보다 살해되거나 버려지거나 음식물 또는 의약품을 제공받지 못할 가능성이 많음. 예컨대 대부분의 서구사회에서 남녀 출생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인데 반해, 중국의 출생비는 114명이다. 이 차이에 해당하는 여아의 대부분은 임신중 낙태되거나 출생 후 살해되는 것으로 추측됨. 디크먼은 인도, 중국, 중세 서유럽 등의 사례를 이용하여, 남아선호는 재산상속의 패턴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견을 제시. 예컨대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엄격한 사회경제적 계급에 속할수밖에 없었던 19세기 인도에서는 아들이 가족의 재산을 상속한 반면, 딸은 더 높은 사회게층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기대되었따.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영국인들은 최상위층에 해당하는 라지푸트 계급의 가정에 딸이 없다는 사실을 의아해했지만, 이윽고 이 계급의 딸은 대부분 출생직후 살해된다는 것을 알게 됨. 최상위층의 딸은 더 높은 계층의 남자와 결혼할 수 없기 때문에 아들에게 상속되어야 할 재산을 축내기 마련이었다. 이에 반해 아들은 여러명의 아내를 거느릴 수 있었으므로,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아들이 딸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었던 것. 디크먼은 낮은 계급의 가정보다 높은 계급의 가정에서 여아살해가 더 흔한 것을 발견함으로써, 트리버스와 윌러드의 이론을 이용하여 이들 국가에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성비가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은 아들보다 딸을 선호할 것'이라는 디크먼의 예측은 자료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했다. 이유는 아마도 지참금, 즉 딸을 데려가는 대가로 요구되는 금전이나 물품의 부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 사회생물학 연구그룹을 주도하던 세력은 하버드 출신 마르크스주의자 및 좌파학자들이었다. 그들 중에서 가장 명성이 높고 과격했던 인물들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르원틴과 스티븐 제이굴드였는데, 이들은 하버드의 같은 건물에서 윌슨과 동고동락하던 사이. 실제로 인간사회생물학을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과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은 윌슨의 연구실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르원틴의 연구실에서 회동했다. 사회생물학 연구그룹은 75년 11월 뉴욕 북 리뷰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인간사회생물학은 성, 계층, 인종과 관련하여 지지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현상유지를 유전적으로 정당화하고 불균형을 영속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서언. 그들은 "사회생물팍은 환원주의와 생물학적 결정론에 치우쳐 있으며, 무지와 쇼비니즘의 소치"라고 비난했고, 사회생물학의 기본 가정(사회는 생물학적 필요성을 반영한다)을 트집잡았으며, 과거에 진화론이 오용됐던 것은 순전히 사회생물학 때문이라며 얼토당토 않은 누명을 씌웠다.
"1910~30년 미국의 단종법과 제한적 이민법 제정, 나치 독일의 우생학 정책 수립과 가스실 설치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 이론들을 상기해 보라. 최근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한 것은, 생각만 해도 지긋지그한 이론들 되살리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윌슨은 "훌륭한 과학자란 어려운 문제를 회피하지 말아야 하며, 일단 연구를 시작한 이상 비난이 들끓더라도 꾸준히 밀고 나가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는 원칙을 신봉했다. 그리고 자신이 사회생물학에서 언급한 내용의 정당성을 확신하고 반격에 나섰다. 윌슨은 비판자들을 백지설이란느 신화의 영속화를 획책하는 정치적 극단주의자라고 몰아세우며, 그들의 생각은 완전한 사회에 대한 그들의 순진한 꿈과 일맥상통한다고 혹평. 이와 동시에 인간행동에 대한 연구를 확대한 윌슨은 78년 '인간본성에 대하여'를 발표했고,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데다, 퓰리처상까지 수상. 윌슨은 "남녀의 행동차이는 과거의 진화사를 반영하며,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만 비로소 근절될 수 있다."는 등 과감한 주장을 계속함으로써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쟁은 격렬해지면서 정치적 성격을 띠었으며, 78년에는 감정이 격화된 나머지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어느 중요한 학술회의에서 일군의 시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가, 윌슨이 발표를 시작하려는 순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외치면서 머리에 얼음물 한 주전자를 쏟아부은 것이다.
- 사회생물학 논쟁의 격렬한 분위기 속에서는, 누구라도 어느 한쪽에 편승하여 "윌슨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거나 르원틴이 마르크스주의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일축하기 쉬웟따. 그러나 찬반 양측 모두 정치나 편견과는 무관했고, 그들의 차이는 주로 과학에 대한 것이었다. 윌슨은 굵직굵직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즐기고, 대국적인 견지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고 통합함으로써 국면을 주도해 나가는 타입의 과학자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르원틴은 신중했고, 광범위한 언급과 근거없는 추측을 경계하며, 생물학적 주장의 남용 가능성에 매우 민감했다. "잘못된 과학이론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과학은 가능한 한 정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르원틴의 신념이었다. 대부분의 비판자들이 인간사회생물학의 묵과할 수 없는 문제로 지목한 것은 언어나 문화와 관련된 인간의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윌슨은 자신가 다른 사회생물학자들을 겨냥한 몇가지 비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서전에서 윌슨은 "인간사회생물학이 지적, 정치적 난관을 타개하려면, 문화를 분석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고 술회했다. 79년 윌슨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던 캐나다 출신 이론물리학자 찰스 럼즈든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두사람은 유전자와 문화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수학모델을 개발하기로 하고 매진한 끝에, 2년도 채 안되어 '유전자, 정신, 문화'라는 제목의 책을 발표. 윌슨은 이 책에서 "인간의 문화는 사회적으로 전달되는 특징을 공유하며, 이 특징이 인간의 문화를 다른 표현형과 구분해준다"고 인정. 여러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사회생물학을 비롯한 윌슨의 전작들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됨. 사회생물학이 인간의 본성을 구두로 설명하는 데 그침으로써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데 반해, '유전자, 정신, 문화'는 인간사회생물학을 확고한 이론적, 계량적 토대 위에 올려놓음. 럼즈든과 윌슨은 기본으로 돌아가 인간심리학, 인류학, 사회행동론 등으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흡수함으로써, 사회생물학 논쟁의 핵심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이론체계를 구축하려고 애썼다.
- 아마도 사회생물학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은 "많은 가설들이 인간의 행동형질의 기원을 그럴듯하게 꾸며댄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일게다. 예컨대 로즈 등은 다음과 같이 비아냥거렸다. "윤리, 종교, 남성지배, 공격성, 예술적 능력 등에 대해 상상이 가미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사회생물학자가 하는 일은 이미 유전적으로 정해진 대조적 형질들을 확인한 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키플링의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다윈주의적 버전으로 각색하는 것뿐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모든 문제는 진화론적 추론에 풍부한 상상력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유래. 진화론적 이야기를 꾸며내기란 매혹적일 정도로 쉬운 일이다. 예컨대 오늘날 남녀의 평균신장 차이를 설명하려 한다면, 우리는 수많은 진화론적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남성의 평균신장이 여성보다 큰 것은 여성이 키 큰 남성과 짝짓기하는 것을 선호했었거나, 아니면 키 큰 남성이 사바나에서 사냥을 하거나 먹이를 찾거나 창을 던지는 데 이점이 있었거나, 아니면 다른 남성들과 싸우는 데 이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키 작은 여성은 어쩌면 채집생활을 하는 동안 땅위의 작물을 채집하기가 수월하다거나 포식자의 눈에 덜 띈다는 이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남녀의 신장 차이를 연구하는 것은 그나마 쉬운 편에 속함. 신장은 화석에 분명히 드러나는 특징이고, 쉽게 정량화할 수 있으며, 남녀의 차이가 사회적, 경제적 차이에서 유래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 그러나 난혼이나 지능과 같은 행동적, 심리적 속성을 연구하려면, 신장과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 가설설정은 과학적 연구과정의 기본요소이며, 진화론이 과학자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온 이유도 어느 정도는 가설설정을 위한 효과적 도구이기 때문. 하지만 가설을 세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모든 가설은 검증가능해야 하며, 실제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 사회생물학이 인간행동, 특히 협동, 이해관계 상충, 양육투자, 여성의 성적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사회생물학은 유전자 관점, 혈연선택, 진화적 게임이론, 상호 이타성 등 인간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방법론까지도 제공했다.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은 동물의 행동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이기적 유전자 관점이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형질을 의미하지 않으며, 사회생물학적 추론을 통해 협동행동의 근거를 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요컨대 사회생물학 이론은 인간의 다양한 이타적 행동들을 이기적 유전자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던 것이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인간행동의 특정한 패턴이나 차이가 진화한다는 것과 그것이 옳은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 사회생물학자들은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 거듭 주의를 촉구해왔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나는 사물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지, 우리 인간이 도덕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적었으며, 윌슨은 "사회생물학에는 끊임없이 경계해야만 피할 수 있는 치명적 덫이 하나 있다. 그 덫은 바로 윤리학의 자연주의 오류로서, 존재는 당위라고 무비판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명이 잡아야만 가장 효과적인 기러기나 들꿩과 같은 사냥감의 경우, 가장 흔히 채택되는 집단규모는 역시 한명이었따. 하지만 한명 이상의 인원을 필요로 하는 사냥감의 경우, 가장 흔히 채택되는 집단규모는 최적 집단 규모와 일치하지 않았다. 예컨대 숨구멍을 찾아 물개를 사냥하는 경우, 일인당 포획량을 최대로 하는 사냥집단 규모는 세명이었지만, 가장 흔한 사냥집단 규모는 네명이었고, 심지어 여덟명까지 불어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는 다음 두가지 결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1) 일인당 포획량은 적정 사냥집단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2) 흥미롭게도, 식량획득 활동에 사회적 상호작용이 개입될 경우에는 일인당 포획량을 최대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물개를 잡으려고 숨구멍을 찾아가는 사냥꾼이 있다고 하자. 만약 혼자서 물개를 잡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 사냥군은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냥집단에 끼어들려고 할 것이다 만약 세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사냥을 떠나려 한다면, 그 사람은 그들과 함께 가려고 애쓸 것이다. 이 경우 한 명이 추가되면 각자에게 분배될 사냥감의 양이 줄어들 것이므로, 세명의 사냥꾼들은 그를 떼어놓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주위에 외톨이 사냥꾼이 또 있다면 그 역시 사냥집다넹 추가로 가담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만약 기존 사냥집단의 구성원들이 다른 사냥꾼들의 가담을 거부할 수 있다면, 평균적인 사냥집단의 규모는 최적수준(세명)으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구성원들이 타인의 참가를 거부할 수 없다면, 집단의 규모는 특정 수준까지(집단사냥의 효율성이 단독사냥의 효율과 거의 같아질 때까지) 증가할 것이다. 가장 흔한 상황은 보통 양극단 사이에 위치할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당사자들(집단의 구성원과 신규 가담자)이 생각하는 비용과 이익을 절충한 선에서 결정될 것이다.
- 여러 인간집단에서 부모의 재산이 자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후기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이 같은 상관관계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되었다. 부유한 가족이 가난한 가족보다 자녀를 덜 낳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재산과 가족규모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는 나라들의 공통된 특징은 일반적으로 인구학적 변천기, 즉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출산율과 사망률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역사적 시기를 거쳤다는 것이다. 인구학적 변천을 초래한 사건의 일례는 19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이다. 인구학적 변천의 일반적 특징은 사망률 감소와 급격한 출산율 감소다. 인구학적 변천의 또 다른 특징은 부유한 가정일수록 다른 가정들보다 더 일찍, 그리고 더 현저하게 출산을 줄인다는 것.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생식을 제한하는 이유는 뭘까? 재산과 자녀수간의 상관관계가 붕괴된 현상을 보고, 인간은 더 이상 생식 성공률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으며, 진화론적 접근방법이 현재의 가족규모를 설명할 수 없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음. 전통적인 인구학 방법론은 역사적, 경제적 측면만을 중시했기 때문에, 인구학적 변천을 일관되게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 인간행도생태학자들은 출산패턴이 특이하게 변화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 초기 연구자들은 "자녀를 성공시키려면 양육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모에게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재산이 많은 부모들이라도 자녀를 적게 갖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자녀의 수가 줄어들면 자녀 일인당 자원배분량은 증가하고, 이는 자녀의 생식능력을 크게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손주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재산과 출산간의 역 상관관계를 적응전략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산이 많은 부모가 자녀를 적게 낳음으로써 미래에 손주의 수가 증가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는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극단적 주장을 펼치는 연구자들이 등장. 이들은 인간은 금전, 토지, 가축 등과 같은 이질적 재화들이 복잡하게 얽힌 결정을 최적화하는 능력을 진화시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고 주장. 인간은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조화롭고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지만, 산업사회에 들어와서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한다. 즉, 급격한 환경변화(예컨대, 성과급 위주의 경제체제와 효과적인 산아제한 방법)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들은 다양한 대안들을 정확히 평가하는 능력을 상실하여, 최적의 자녀수를 결정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출산율이 낮아진 것은 가까운 친척간의 교류가 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통사회에서 친척의 존재는 어머니의 자녀 양육능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퍼트리샤 드레이퍼는 "인간은 가족계획을 세울 때 금전적 자원보유량보다 친척의 존재를 더 중요시한다. 부모는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인식할 경우 실제 능력보다 적은 수의 자녀를 낳는다"고 주장.
- 폐경의 진화를 설명하는 연구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뉜다. 첫번째 그룸은 폐경을 인간의 적응이라고 간주하며, "죽기전에 마지막 자녀의 젖을 떼는 데 도움이 되거나 손주를 양육할 수 있다면, 생명이 끝나기 전이라도 생식을 중단하겠다'는 선택의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 두번째 그룹은 폐경을 '생애 초기에 서둘러 번식하려는 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기능장애 부산물'로 간주하며, '노쇠의 불가피한 일부' 또는 '보건의료 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됨으로써 발생한 인공물'이라고 설명. 초기 모델들은 "폐경후 할머니로 행동하는 것의 이득이, 더 많은 자녀를 얻는 이득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게다가 다른 포유류의 암컷들도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번식력 쇠퇴의 징후를 나타내므로 인간핸동생태학자들은 "폐경은 호미니드만의 독특한 형질이 아니며, 설명이 필요한 것은 폐경자체가 아니라 폐경 이후 연장된 여성의 수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일단 폐경이 일어나자, 폐경이 없었더라면 나타나지 않았을 형질이 선택될 수 있었을 것이다. 향후 폐경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려면, 좀더 현실적인 매개변수를 사용한 모델이 필요할 것으로 보임
- 코스미디스와 투비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무임승차 행위(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이득을 얻는 행위)에 주목하도록 조율되어 있으며, 사회계약에 상응하는 추상적 진술보다 사회계약 자체를 더 효과적으로 추론한다고 함. 사기꾼 탐지 메커니즘의 증거는 오늘날 여러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서너살 짜리 어린이도 사회적 교환관계 속에서 사기꾼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짐
-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살인 행동에 보편적 성차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데일리와 윌슨은 진화생물학을 이용하여 그 이유를 설명. 트리버스는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들의 경우, 자녀양육에 많이 투자하는 성ㅇ느 적게 투자하는 성의 적합성을 제한하기 대문에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 경향이 있다. 다라서 후자들은 배우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게 된다."고 주장. 포유류의 경우 자녀양육에 더 많이 투자하는 성은 암컷이며, 수컷은 다수의 암컷에게 접근함으로써 한 마리의 암컷과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새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수컷들은 암컷에게 접근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됨. 물론 암컷들도 훌륭한 수컷을 두고 서로 경쟁하지만, 암컷을 둘러싼 수컷들 간의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더 많음.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암컷으로 인한 수컷의 적합성 변화폭이 수컷으로 인한 암컷의 적합성 변화폭보다 더 크기 때문. 인간의 경우 성공한 남성은 여러명의 아내와 자녀를 거느림으로써 큰 승리를 거둘 수 있고 패배자는 극도로 비참해지는 반면, 여성들의 생식성공률에는 큰 차이가 없어 웬만한 여성들은 중간수준의 성공을 거두게 될 것임. 따라서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경쟁의 결과에 따라 보상의 크기가 많이 엇갈리는 남성들은 전 생활사에 걸쳐 고위험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 (1) 플라이스토세 동안 심리적 형질을 부여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했다. (2) 플라이스토세 이후에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한 중요한 선택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3) 진화적 변화는 느리게 일어난다. 이들 가정은 80년대와 90년대에는 어느정도 타당성을 인정받았지만, 그후 생물학적 진화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발견된데다, 최근 인간의 게놈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 대니얼 데닛은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서 다윈의 자연선택론은 만능용매에 비유하며, 전통적 개념들을 깡그리 녹여버리고, 그 자리에 혁명적 세계관을 남겨 놓았다고 말했다. 추상적인 설명적 개념으로서의 자연선택은 외견상 너무 멋진 개념이어서, 생물학적 진화에만 한정시키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종의 기원이 출간되자마자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은 면역계나 중추신경계까지도 자연선택과 동일한 과정을 통해 진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사회과학자들은 심지어 과학이론조차 진화적 변화를 겪는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다윈은 인간의 유래에서 특정한 단어가 생존경쟁을 통해 살아남거나 보존되는 것도 자연선택이라고 과감하게 언급함으로써 언어도 진화하고 있음을 암시. 자연선택은 수많은 과정들의 변화를 설명하는 일반법칙일지도 모른다는 다윈의 직관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예컨대 면역계는 자연선택과 동등한 과정을 통해 항체를 생성한다.
- 인간의 창조성을 다룬 문헌들을 읽어보면, 상당수의 문화변이가 무작위적이며, 유도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왓슨과 크릭이 다양한 분자모델을 궁리한 끝에 이중나선 구조를 생각해낸 것처럼, 혁신이나 발견은 시행착오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조차 필요조건이 아님이 드러난다. 예컨대 1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뢴트겐은 음극선이 어떻게 상이한 물질들을 관통하는지 연구하다가, 1895년 우연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엑스선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짐. 그밖의 우연적 발견과 발명에는 발전동물, 일산화질소, 마취제, 전자기, 오존, 사진, 다이너마이트, 축음기, 백신, 사카린, 방사능, 고전적 에어컨, 페니실린, 테플론, 벨크로 등이 있음. 과학기술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천재성보다는 행운, 재조합, 점진적 세련화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영웅적 발명가의 신화를 비판한다
- 젖당 흡수 유전자의 출현빈도와 낙농업의 역사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 즉 낙농업을 영위하는 집단의 경우 젖당 흡수자의 비율이 90%에 이르지만, 낙농업 전통이 없는 집단의 경우 이 비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보통. 일부 집단의 경우에는 젖당 함유량이 낮은 치즈와 요구르트 등 발효유제품을 섭취하는 전통이 있는데, 이들 젖당 소화능력이 중간정도인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우유와 유제품은 6000년 이상, 세대로 환산하면 약 300세대 동안 일부 인간 집단의 식단을 구성해왔다. 그렇다면 낙농업이 선택압을 형성하여, 목축 사회 전체에 젖당 흡수 유전자를 퍼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생가근 문화사 가설로 알려져 있으며,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이 가설을 검증하는 데 안성맞춤인 이론이다.
- 아오키 겐이치의 뒤를 이어 펠드먼과 카발리-스포르차는 유전자-문화 공진화 모델을 이용하여 젖당 소화능력의 진화과정을 연구. 그들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키시는 모델을 구축. (1) 한쌍의 대립유전자가 젖당 소화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2) 한쌍의 대립유전자 중 하나만 갖고 있어도, 성인은 아무 탈 없이 우유를 섭취할 수 있다. (3) 우유 섭취는 하나의 전통으로, 다른 구성원들로부터의 학습을 통해 확립된다.
두 사람은 모델분석을 통해, 성인의 우유섭취를 가능케 하는 대립 유전자의 출현빈도는 우유 섭취자의 자녀가 우류를 섭취하게 될 확률에 달려 있다는 결론을 내림. 만약 이 확률이 매우 높다면, 젖당 소화능력의 적합성 이익이 상당하므로, 300세대 이내에 젖당 흡수 유전자의 출현빈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유 섭취자의 자녀 중에서 상당수가 유제품을 섭취하지 않을 경우, 젖당 흡수 유전자가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선택의 강도가 비현실적일 정도로 강해야 하는 것으로 타났다. 달리 말해서, 문화전달의 정확성이 문화권별로 다르므로, 문화권에 따라 젖당 소화능력의 유전적 다양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 인간행동생태학과 진화심리학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상당부분은 진화과정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됨. 간단히 말해, 인간행통생태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적응적이냐, 즉 현재의 조건에 대응하여 생식 성공률을 높일 수 변화했느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반해,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적응이냐, 즉 특정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자연선택의 관문을 통과했느냐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적응과 적응적 행동은 엄연히 다른 개념일 뿐 아니라, 서로 엇갈리거나 독립된 개념으로 간주될수도 있다.
- 인간행동생태학자들과 진화심리학자들의 설명은 모두 불충분하다. 인간의 형질을 한가지 측면에서만 평가해서는 만족스러운 진화론적 설명을 내놓기 어렵다. 특정 형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진화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능과 역사라는 두가지 측면을 모두 탐구해야 하기 때문. 결국 인간행통생태학과 진화심리학의 접근방법은 둘 다 필요하며 양자는 상호보완적.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행동과 진화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은 하나의 형질을 바라보며 각각 다른 의문을 품는 것 같다. 인간행동생태학자와 일부 인간사회생물학자들은 그 특징이 적응적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반면에 진화심리학자와 일부 사회생물학자들은 그 특징이 적응인가?라고 묻는다. 문화진화론자들은 그 특징이 적응과 유사한 문화진화인가?라는 의문을 품는다. 마지막으로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자들은 그 특징이 어떻게 진화하는가? 라고 묻는다. 이상의 네가지 의문들은 각자 나름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으며, 어느 것 하나만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는 없ㄷ. 요컨대, 다양한 진화론 학파들은 가설 수립과정에서 상이한 의문들을 제기하는데, 이 의문들의 가치는 모두 동등하며 상호보완적 지식을 제공한다.

'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도체 비즈니스 제대로 이해하기  (0) 2016.05.23
우리는 이렇게 나이들어 간다  (0) 2015.05.22
만물의 공식  (0) 2015.05.03
맛이란 무엇인가  (0) 2015.04.09
단맛의 저주  (0) 2015.04.03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