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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인문 2026. 7. 14. 05:56

- 하지만 평생 나를 따라다닌 질문은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니었어요.
삶의 허무함 때문에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다면?' 나는 스스로 묻고 답을 찾기 위해 애썼죠. 그리고 마침내 답을 찾았습니다.
죽음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존재의 허무함이 존재의 의미를 파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겪은 모든 시간과 경험은 과거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안전하게 보관되는 것입니다. 누구도 그 무엇도 그것을 훼손하거나 없앨 수없습니다.

- 나는 완벽주의자여서 잠시도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편입니다. 열심히 해도 늘 맘에 흡족하진 않지요. 하지만 가끔 흡족한 결과를 성취하면,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분석합니다. 사람들이 성공 비결을 질문하면 제 세 가지 원칙을 말해줍니다 
첫째, "작은 일을 할 때는 큰일을 할 때처럼 철저하게 하고, 큰일을 할 때는 작은 일을 할 때처럼 편안하게 하라.'" 나는 아주 짧은 논평을 할 때는 꼼꼼하게 살펴보고 생각을 정리한 후 글을 씁니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는 철저하게 원고를 작성한 다음, 실전에서는 열두 명 앞에서 대화하듯 편안하게 강연을 합니다
둘째,"일을 할 때는 신속하게 처리하라.' 일이 많을수록 처리해야 할 미결의 과제들 때문에 압박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그 부담을 덜기 위해서입니다
셋째, "가장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라."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해치워야 고통이 빨리 끝납니다 물론 이 원칙을 항상 지키며 살아온 건 아닙니다. 마리아 테레지엔 슐뢰셀 병원과 슈타인호프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매주 일요일엔 보드빌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는데 늘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내 생각을 정리해서 책을 써야 하는데, 중요한 일을 미 루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지요. 그런 버릇은 수용소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없어져버렸습니다
수용소에서는 틈만 나면 한 줄이라도 책을 쓰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니까요. 일분일초를 아껴서 의미 있게 쓰는 법을 그 시절에 몸에 익혔습니다. 내 삶에서 꼭 해야만 하는 의미 있는 일에 나의 시간을 바쳤습니다

- 사실 저는 만화가로서 재능도 있었습니다. 정신과 의사와 만화가의 공통점이 있다면, 인간의 약점을 포착한다는 점입니다. 나는 정신과 의사, 심리치료사로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 입니다. 비참한 상황을 극복하고, 고통 속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의미 없어 보이는 고통도 가치 있는 업적으로 바꾸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다고 확신 합니다. 로고테라피는 바로 이런 확신의 토대 위에서 체계화된 이론입니다.

- 정신의학, 그 중에서도 정신분석을 파고드는 동안 나는 철학에도 깊이 빠져 있었습니다. 열다섯 살 무렵이었어요. 시민 대학에는 철학 연구 모임이 있었는데 나는 아주 열심히 참여했죠. 삶의 의미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서 발표도 했어요. 제 화두는 이것이었습니다. "삶의 의미를 물어서는 안 된다. 나에게 발견되어 실현되길 기다리고 있는 내 삶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삶이 나에게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우리 존재를 스스로 책임질 때,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발견해야 하는 삶의 의미는 우리의 수용능력을 넘어섭니다. 무엇보다 나를 초월하는 의미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초월의 욕구가 있고, 자기초월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를 초월하는 의미를 믿어야 합니다.

-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밤에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강제수용소에서의 삶은 지금까지도 악몽으로 찾아옵니다
여기 오지 말았어야 해. 탈출했어야 해. 미국으로 망명했더라면 그곳에서 로고테라피 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었을 거야. 내 평생의 과업을 다 이룰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어. 그래서 아우슈비츠로 온 거야.'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분명 강제수용소는 내가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시험대였다는 것을. 내가 자주 강조하듯이 자기 초월과 자기 상대화에 있어서 인간이 얼마나 무능한지,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제수용소에서 확인했죠. 나의 경험적 지식은 '의미에 대한 의지'나 자기 초월을, 자기 자신을 초월한 무엇인가를 지향하는 인간 존재를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환경의 조건이 같더라도 미래를 지향하는 사람, 미래에 충족될 의미를 지향하는 사람은 반드시 살아남기 마련입니다. 미군에서 의사로 근무했던 나르디니와 리프턴도 일본과 북한의 포로수용소에서 똑같은 상황을 경험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 다면, 잃어버린 원고를 다시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발진티푸스를 앓았을 때, 독소혈증을 이겨내기 위해 밤새 한숨도 잘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책을 완성할 때까진 살아남자고 결심했습니다. 나의 40번째 생일에 수용소에서 만난 친구가 몽당연필과 아주 작은 종이 두 장(나치 친 위대의 문서 용지)을 구해와서 선물로 주었죠. 심장이 마구 뛰더군요. 빠른 속도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나는 책을 다시 쓰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 빈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 폴락을 찾 아갔습니다. 그는 참 선한 사람이어서 누구보다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사람이었죠. 나의 삶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줄 사람이 폴락이었습니다. 그에게 어머니, 형, 그리고 아내 틸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렸어요. 그날 그 장면이 지금도 선명해요. 나는 또 한 번 통곡하면서 그에게 말합니다 고통스럽네. 하지만 극심한 고통일지라도 그 자체로 "너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네. 삶이 내게 뭔가를 요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내가 발견해야 하는 그 무엇인가가 결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다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나아 졌습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고만 있었지 만, 나는 충분히 위로받은 기분이었습니다

- 늙는다는 건 존재의 덧없음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이 덧없음이야말로 내 삶을 책임지게 하는 자극제이기도 합니다.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책임감! 우리는 내 삶어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로고테라피 치료의 원칙은 인간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이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어느 날 꿈속에서 로고테라피 이론에 대해 고심하다가 번뚝 떠오른 것이었죠. 그래서 자다 일어나서 기록을 남겼습니다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이미 실수했던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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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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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주도 투자의 맹점
중국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집중 투자하는 반도체와 인공 지능 영역에는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맹점은 투자가 중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 정부의 반도체 빅 펀드와 지방 정부의 공적 펀드는 총액만 놓고 본다면 이제 엇비슷한 수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지원을 중복 수혜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허페이 시에 본사를 둔 창신 메모리(CXMT)가 대표적 사례다. CXMT는 2016년에 설립된 메모리 반도체 분야 신생 업체로서 2025년 4반기에 글로벌 DRAM 시장 점유율 약 8퍼센트로 매출 순위 4위에 올라 있다. CXMT는 2021년 이후 12인치 양산 능력을 월 20만 장 수준까지 끌어올렸는데 필요한 자본을 주로 공적 펀드에서 조달했다. 실제로 중앙 정부 2기 빅 펀드로부터 2023년 145억 위안(약 3조 1000억 원)을 투자 받은 것에 더해 2024년 3월 허페이 시 정부가 주도하는 투자 그룹에서 108억 위안(약 2조 3000억 원)을 추가 조 달했다.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CXMT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에서는 가장 앞선 세대인 dla 공정으로 DDR5 메모리 칩 양산에 진입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CXMT는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Micron) 같은 기존의 글로벌 3강이 지배하던 DRAM 시장에 도전 할 수 있는 유일한 중국 업체다. 현재 AI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병목 지점 중 하나인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는 선단 공정을 통해 제조되는 DRAM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반도체 기술 자급화는 물론 인공 지능 생태계로의 확장을 위해 CXMT는 가장 중요한 포석 중 하나다. 따라서 이 기업의 생존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도 대규모의 공적 자금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중복을 감수하더라도 투입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CXMT가 보이는 매출 규모 신장에 비해 기술적 내실화는 여전히 글 로벌 경쟁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업계가 추정하는 CXMT의 DRAM 양산 공정 수율은 세대마다 차이가 나지만 dlz~dla에서는 업계 추정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기준 약 20~55퍼센트 내외다. 이는 동일 세대 기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비해 25~30퍼센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DRAM 같은 범용 반도체(commodity chip)에서는 공정 수율이 곧 원가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CXMT가 (중국 시장 외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기는 당분간 어렵다. 특허 DRAM 상위 3개사는 2025년 이후 dIb, dlc 등 앞선 공정으로의 양산화 병행 발전은 물론 이를 이용해 HBM4 (6세대), HBM4E(7세대) 등 다음 세대 HBM 양산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음에 반해, CXMT는 아직 HBM2(3세대) 양산과 HBM3(4세대) 시험 생산에 머물고 있어 고부가 가치 DRAM 시장에서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CXMT로의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공적 펀드가 주기적으로 수십 억 달러 단위로 계속 투입되지 못할 경우 CXMT가 다음 세대로 기술 개발을 이어 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 중국 정부의 반도체. 그리고 나아가 인공 지능으로의 대규모 투 자 실효성은 확보될 수 있을까? 빅 편드는 계속 후속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과연 어떠한 경로로 진행될까? 본격적인 시나리오를 고민해 보기에 앞서 유사한 과거 사례가 있는지부터 살 펴보자. 대표적 사례는 일본의 반도체 시장 주도 정책이다. 일본은 1980~1990년대 반도체 주도권 수성을 목표로 정부와 기업이 대규모 예산과 보조금을 투입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 초격차 유지에 실패했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해외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수익성이 약화되었다. 독일의 사례도 있다. 독일은 첨딘 장비 및 자동차 영역에서 자립 정책을 추구한 바 있으나 그 효용이 점차 낮아진다고 판단해 결국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균형을 중시하는 기술 협력적 자립 전략으로 선회했다. 즉 완전한 자립보다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위치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수익률과 자급화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더 늦기 전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외부 공급망과 단절되는 방식의 자립화 추구는 고비 용-저성과-글로벌 고립을 초래하는 반면, 협력적 자립은 기술력 제고 및 시장 경쟁력 유지 측면에서 더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러한 과거 사례를 학습해 최적의 투자 조정과 협력적 자립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까? 

-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반도체 공정 장비 업체인 사이캐리어 역시  민 해방군 산하 정보 기술 연구소에서 분사되어 창업한 업체이며 2023년 이후에는 화웨이의 투자가 확대되어 어센드 같은 NPU 칩을 생산하는 팹 라인에 납품 범위가 학대되면서 매출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YMTC 같은 중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칭화 유니그룹 산하 회사이나 칭화 유니그룹 역시 민군 융합 연구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에도 군사용 반도체를 타깃으로 한 미국의 기술 통제가 있다. 군사용 반도체 중에서도 군사용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인공 지능 반도체의 설계 및 제조는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군사용 데이터는 좁게는 첩보 위성 에서 수집한 초분광 이미지(hyperspectral image) 데이터나 무인 항공기(UAV)가 수집한 다분광 이미지(multiband-spectral image) 같은 텐서(tensor) 데이터부터, 넓게는 군용 암호화 통신 자연어 데이터나 자율 무기 체제 개발을 위한 비정형 데이터까지 포함한다. 주목할 부분은 군사용 데이터라고 해도 수학적으로 일반화될 수 있는 숫자 뭉치 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민간의 데이터 처리 및 학습 관련 인공 지능 알고리듬을 얼마든지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 율 주행차 제어를 위한 비전 처리 알고리듬은 무인 전차나 드론, 경계 로봇 같은 자율 무기 체제 제어를 위한 지능형 알고리즘으로 조정될 수 있다. 특히 군사용 로봉의 시각 정보 처리 및 동작 제어 인공 지능 주변 환경 인식 및 추론(reasoning) 알고리듬, 장애물 극복 및 공격 우선 순위 설정 알고리듬 등은 민간 산업용 로봇 제어를 위한 알고리듬 과1 대 1로 대응된다. 민간에서 농업이나 기상용으로 활용해 왔던 초 분광/다분광 이미지 데이터 처리 기술 역시 군사용 첩보 위성 이미지 및 대상 추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데이터 암호화/복호화 기술에는 민간에서 활용되는 사이버 보안용- 생성형 인공 지능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복잡한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알고리듬을 안정적으로 구동하면서도 (온도, 습도, 충격 요구 조건 둥이 강화된) 군용 사양에 적합한 품질을 갖는 전용 반도체 칩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다.

- 10~20년 전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SMIC에 투자하며 기술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던 것처럼 TSMC도 IFS에 자금, 인력, 공정 기술 노하우, 그리고 무형의 기술적. 경영적 자원도 지원하는 구조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심지어 현 트럼프 2기 정부의 강압적인 기조라면, 아예 TSMC의 애리조나 신규 팹의 일부를 인텔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현물 투자를 대체하라는 요구까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만약 반도체판 미국 존스법이 정말 등장한다면, TSMC뿐만 아니라 이미 미국에 투자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삼성전자는 테슬라, 애플 등에서 새로운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하고 있는데. 아마도 대부분은 텍사스 오스틴이나 테일러에 위치한 팹에서 생산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미국 내 물량을 근거로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을 지속하고 싶다면 ASMC 컨소시엄에 더 적극적으로 출자하고, 기술 이전 등의 방식으로 현물 투자하라는 압박을 삼성전자로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SK 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내 팹에 직접 투자하지는 않지만, 인디애나 주 둥에 패키징 팹을 구축하게 될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패키징 기술 파트너로서 IFS 생태계에 참여하면서 현금/현물 투자 규모를 늘리라는 압박을 받을 수있다.
인텔, 특히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을 둘러싼 현재의 쟁점은 단순히 인텔이 살아날 수 있는가. 파운드리가 정상화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넘어선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국가 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반도체판 존스법까지 꿈꾸는 수준의 산업 보호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렇게 보호된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미국은 인공 지능과 산업 특화 인공 지능(vertical AI)으로 가게 될 모든 영역에서 산업을 선도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는 것을 넘어 중국이 미국 생태계에 접근하는 통로 자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디커플링에 가까운 조치를 한층 강화해 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에 협력하지 않는 기업은 립부탄 사례에서 보듯 중국 정부나 공산당, 인민 해방군과의 직간접적 연루를 문제 삼아 강도 높은 제재를 본격화할 것이다. 립부 탄 사례는 아마도 미국 기술 업체 전체로 확산될 것이고. 중국 반도체와 AI 산업에 투자했던 VC들의 자본 이동도 가속화될 것이며, 아직 중국에서 일부 사업을 지속하는 미국 업체들도 철수를 서두르게 될 것이다

- TSMC의 파운드리 로드맵이 한 자릿수 나노미터 공정에 돌입한 시점부터 이미 TSMC의 가장 큰 고객은 애플이었다. 즉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창출하는 독점적인 수익이 TSMC의 빠른 진보를 자극하는 촉매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로도 애플은 애플 실리콘 대부분을 TSMC에 위탁 생산하고 있으며. 아이폰 14 시리즈에 탑재되는 A16 Bionic 칩은 TSMC의 4나노 극자외선 공정으로. 그리고 2023년 하반기에는 아이폰 15 시리즈 에 탑재되는 A17 칩 생산이 TSMC가 2022년 하반기에 양산에 돌입한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5나노 공정부터 극자외선이 도입된 것은 TSMC 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노광 장비의 단가가 심자외선 장비에 비해 과할 정도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TSMC가 5나노 공정부터 도입한 ASML의 1세대(0.33수차(NA)) 극자외선 노광 장비의 가격은 대략 16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기존에 비해 두세 배 이상 비싼 가격이었다. 또한 한 대 제작에만 18~2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극자외선 노광 장비는 ASML의 제작 규모 한계로 인해 2019~2020년에 생산된 대수가 60대 내외였다. 설사 ASML이 생신 규모를 늘린다고 해도 TSMC가 도입할 수 있는 대수에는 한계가 있다. 도입 대수가 많아질수록 장비가 차지하는 구입 비용은 물론, 유지 보수 비용이 과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TSMC의 재무 구조에서 설비 구매를 포함한 CAPEX 비중은 5나노 공정 돌입 이후부터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7나노 공정까지만 해도 TSMC의 CAPEX 비용은 연간 120억~140억 달러(약 18조~21조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5나노 공정 돌입 후에는 172억 달러 (약25조3000억 원)로 ,4나노 공정 도입 후에는 300억 달러(약 44조 원)로 급상승했다. 7나노 공정까지를 기준으로 삼을 때 5나노 공정 도입으로 CAPEX 가 23퍼센트 이상, 4나노 공정 도입만으로 다시 91퍼센트 이상 더 증가한 셈이다. 5나노 이하급 공정을 모두 고려하면 TSMC는 장비 도입 및 유지 보수 비용으로 CAPEX가 114퍼센트나 증가했다 TSMC가 추가 도입한 설비와 그 유지 비용으로 인한 급격한 CAPEX 비중 상승은 TSMC의 재무 구조 건전성을 약화시킨다. 가장 큰 고객인 애플 실리콘 매출이 4분의 1 이상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스마트 기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고객들의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고성능 제품 수요가 줄어든다면 애플이 TSMC에 지급할 수 있는 공정 비용에 상한이 생긴다. 그런데 TSMC가 도입한 장비는 지속적으로 감가상각되므로. 몇 년이 지나면 새로운 장비로 교체해야 한다. 만약 애플 같은 대형 고객이 어려운 시장 상황을 근거로 생산 단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TSMC의 재무 구조는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 2018년 애플이 아이폰 XS. XS max에 탑재된 A12 칩을 TSMC의 1세대 7나노 공정으로 만들기 시작하던 시점, 화웨이 역시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기린 980 시리즈 AP 제조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는 아직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기술 및 무역 제재를 본격화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화웨이의 AP칩 제작은 TSMC에 위탁할 예정이었다. 기린 980 칩이 목표로 삼은 공정은 애플이 활용한 TSMC의 심자외선 다중 패터닝 기반 7나노 공정(N7)이었고. 업그레이드된 기린 990 5G 시리즈 칩 제작은 TSMC의 극자외선 기반 7나노 공정(N7+)이었다. 당시 TSMC의 N7+ 공정 물량 중 모바일 기기용 공정 대부분은 애플에 예약 배정된 상태였으므로 기린 칩 양산 규모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더구나 N7+ 공정이 본격적으로 양산에 도입된 2019년 하반기부터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2020년이 되자 화웨이를 타깃으로 기술과 무역 제재가 본격화되었다. 이로 인해 기린 칩은 더 이상 TSMC의 7나노 공정에 위탁할 수 없게 되었고, 그다음 세대인 기린 9000 시리즈는 TSMC의 극자외선 노광 공정 기반 5나노 공정위탁 생산 예약이 취소되어 결국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 화웨이가 선택한 대안은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미국 제재가 본격화되기 오래 전부터 SMIC는 중국 정부와 미국 VC의 지속적인 지원. 기술 이전. 경영 자문과 더불어 TSMC의 전현직 전문 인력을 꾸준히 영입하면서 파운드리 공정 기술 격차 단축에 투자를 집중했다. 2017년에는 AMD, TSMC와 삼성전자 등에서 오랜 기간 미세 공정 엔지니어로 핵심 노하우를 획득한 대만 출신 량멍쑹을 CEO로 영입했다. 량명쑥이 SMIC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TSMC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출신 핵심 엔지니어들 20여 명도 한 팀으로 같이 움직였는데. 대부분 전공정에 특화된 주요 공정 장비 운용 및 최적화 노하우를 갖춘 엔지니어들이었다. SMIC는 이러한 핀포인트 방식의 인력 수혈 전략을 통 해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한때 10년 넘게 차이 나던 공정 기술 격차를 단번에 5년 이하로 단축했으며, 2018년에는 14나노 공정 기반 로직 반도체 양산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문제는 SMIC가 그다음 목표로 잡은 10나노 이하 공정 개발 추진 단계에서 미국 정부의 제재가 본격화되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2020년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 반도체 산업 거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술 및 무역 제재를 확대했다. 가장 먼저 언급된 장비는 바로 극자외선 노광 장비였다. 핵심 장비들의 수입마저 끊기면서 중국 업체들에게 남은 대안은 SMIC밖에 없었다
SMIC의 량멍쑹과 그의 팀은 장비 운용과 공정 노하우가 있었으나, 그들이 보유한 장비는 ASML의 구세대 심자외선 노광기뿐이었다. 7나노 이하 공정으로 가기 위해 극자외선 노광 스캐너를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SMIC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이미 보유한 수백 대의 심자외선 장비를 이용해 다중 패터닝하는 공정밖에 없었 다. 이는 앞서 설명한 TSMC의 1세대 7나노 공정에 준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함을 의미했다. TSMC가 1세대 N7 공정에서 심자외선 다중 패터닝이 양산 적용 가능함을 이미 증명했고, 공정 수율도 앞서 추정 한 바에 따라 79.4퍼센트에서 91.9퍼센트까지도 나올 수 있기 때문어 SMIC도 이를 목표로 했다. SMIC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심자외선 다중 패터닝 공정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 2018년 TSMC는 7나노 공정을 처음 시작할 때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심자외선 다중 패터닝 공정을 택했고, 그간의 핀펫 집적도 스케일업 기술 노하우를 이용해 수율 저하 방어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TSMC가 5나노 공정부터 보수적 접근 방식을 버리고 극자외선 노광 공정이라는 보장 안된 경로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기술 노드(technology Node)가 진보할수록 단위 면적당 트랜지스터 집적 밀도 증강과 전력 소모율 감축 요구, 특히 인공 지능 고속 연산에 할당 되는 NPU 등이 추가되는 다이 레이아웃(dielayout) 최적화 요구 조건을 기존 공정만으로는 감당하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술적으 로 SMIC가 7나노 공정을 넘어 5, 3, 2나노, 심지어 옹스트롬 영역 공정까지 달성할 가능성이 0퍼센트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기술 노드가 진보할수록 다중 패터닝에서 요구되는 공정 개수 는 급증한다. 예를 들어 5나노 공정 다중 패터닝으로 로직 반도체를 제조할 경우, 100~110단계의 공정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극자외선 단일 패터닝 공정을 채용하면 15단계의 공정이면 충분하다. 3나노 공정에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 심자외선 다중 패터닝은 450~460 단계의 공정이 필요한 반면, 극자외선 단일 패터닝은 25단계면 된다. 2나노 공정에서는 심자외선 다중 패터닝이 630~650 단계의 공정이 필요한 반면. 극자외선 단일 패터닝은 30단계의 공정만 필요하다. 그래서 종합 수율을 평가했을 경우 심자외선 다중 패터닝 공정은 경제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5나노 공정에서는 44.8퍼센트. 3나노 공정에서는 5퍼센트 이하, 2나노 공정에서는 1퍼센트 이하로 수율이 급격하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처참할 정도로 낮아진 수율은 더 이상 양산을 위한 수치라고 볼 수 없다. 생산할수록 비용은 급격히 증가하고 적자폭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해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 중국은 세 번에 걸쳐 약 1.3~1.5배씩 반도체 빅 펀드 규모를 늘려 왔다. 마치 5년마다 한 번씩 라운드가 돌아가는 글로벌 반도체 도박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거두지 못해. 다시 판돈을 배증시키면서 세 번째 라운드에 도전하는 상태로 보일 수 있다. 이는 앞선 베팅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음을 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놓고 도박을 벌이는 것이라고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애초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승자와 패자가 확실히 구분되는 도박판도 아닐뿐더러.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하는 도박장도 아 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라운드에서 승리한 측이 나왔다고 해도. 누군지도 불확실하거니와 그것이 특정 국가(예를 들어 미국)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다만 투자 기간만 잡아도 무려 20년. 수익 회수 기간까지 따지면 무려 30년에 걸친 중국 빅펀드의 운용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대로 중국이 확실히 반도체 산업에 올인에 가까울 정도로 승부를 걸고 있음을 방증한다. 만약 제3기 빅펀드도 제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2029년 혹은 2034년에 다시 규모 제4기 빅펀드를 집행하려 할까? 

- 예를 들어 일부 AI 모델 개발사들은 GPU 확보 경쟁에서 밀리거나 투자금의 한계로 차라리 엔비디아 독점 영역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GPU 공급망을 AMD나 브로드컴, 마벨(Marvell), 미디어텍 같은 회사들이 만드는 ASIC 칩으로 다변화를 추구하거나 아예 자체적인 인공 지능 컴퓨팅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이에 포함된다. 2025년 하반기 들어 오픈AI는 AMD와 향후 2030년까지 6기가 와트(GW)급 GPU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엔비디아 GPU에 락인(lock-in)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현재의 인공 지능 생태계에서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여전히 공고하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업계의 독점 구도 완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구글처럼 아예 10년 넘게 TPU 같은 행렬 연산 전용 ASIC 칩을 자체적으로 최적화하고 제조해 자사의 LLM인 제미나이(Gemini) 개발을 위한 서버 구축으로까지 풀스택화한다면 독점 구도에 균열을 만들어 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도가 가능한 회사는 현재 미국에서 구글 외에는 없다 설사 경쟁사 혹은 경쟁 클러스터의 등장으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독점 구도가 점차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속도는 생각보다 느릴 것이며 미국의 인공 지능,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점 구도에 당분간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 답시크의 사례는 알고리듬 최적화와 시스템 설계에 따라 그 효력이 일부 영역에서는 약해질 수 있으며, 적 어도 모든 모델 개발자가 동일한 비용 구조와 인프라 경로를 따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실제로 딥시크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하던 2025년 1월 말 엔비디아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17퍼센트나 하락하기도 했다. 동시에 브로드컴은 17퍼센트, SK하이닉스는 10퍼센트, TSMC도 13퍼센트나 동반 하락했다. 지금까지는 엔비디아 GPU와 그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 지원 체계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왔기 때문에, 이는 인공 지능업계 의 핵심 병목 지점으로 작용했다. 그렇지만 딥시크는 CUDA 없이도 모델을 만들어 냈고 NVLink 없이도 GPU 간 통신을 최적화하는 병렬 연산 기술을 구현했다. 엔비디아의 독점 구도에 균열이 생기는 징후는 더 뚜렷이 확인되고 있다. 즉 엔비디아 GPU뿐만 아니라 브로드컴이나 AMD의 GPU, 애플 실리콘M시리즈 칩, 화웨이 NPU인 어센드 칩. 테슬라의 A14나 A16칩 등을 사용해서 AI 모델 학습을 최적화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 글로벌 DRAM 메모리 시장 점유율 확장을 위해 중국 정부가 집중 지원하는 CXMT는 가능성이 있을까? 이들은 현재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언더독이지만, 글로벌 인공 지능 생태계 진입을 위해 언제든 단가와 용량에서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고 중국 정부도 기꺼이 지원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인공 지능 생태계의 핵심 HBM 벤더로 인정받으며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TSMC의 제안이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존의 한국 메모리 제조사들을 이런 방식으로 하루아침에 하청 업체 수준으로 격하시키기는 어렵다. 아무리 마이크론, 난야 CXMT 등이 성장해도 DRAM에서 수십 년 동안 과점 지배력을 유지해 온 한국 제조사들의 실력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 제조사들에게 엔비디아-TSMC는 AI 반도체 성능 강화를 명목으로 더 강력한 요구를 할 것이다. 장차 급격히 개편될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메모리 제조사들이 위상 추락을 감내하면서도 계속 엔비디아와의 공급망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새로 판을 짜고 메모리 공급자 위치에서 벗어나 PIM 등을 위시로 제대로 로직다이를 같이 고려해 제조한 하이브리드 메모리로 승부를 볼 것인지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수록 엔비디아-TSMC는 시간을 벌게 된다.

- 엔비디아의 장기 AX 구상
여러 단계로 리스크 관리 단계를 만들어 둔 후 엔비디아가 계속 대만-중국으로 연계되는 시장에 공을 들이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인공 지능 그 너머의 시장을 본다. AI 모델 학습이나 정보 생성을 위한 추론용 연산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인공 지능을 향한 거대한 투자는 실제 수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고, 그것을 실물 경제에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고객사 들은 폭증하게 된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변환 추세를 읽는다. 물리적 AI 시장에서 인공 지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고객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제조업 비중을 보유한 중국이다. 중국 제조업은 조만간 미국, 독일, 일본, 한국, 인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 하게 될 전망이다. 사실상 세계 제조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중국 제조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로봇을 도입하고 가장 빠르게 신재생 에너지를 공급하며 가장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한다. 인공지능을 자율 제조. 에너지 절감. 불확실성 해소 등에 활용하는 것을 포함하는 물리적 AI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 위에 서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예를 들어 생성형 시뮬레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로봇이나 비전에서는 토르(Thor)/아이작(Issac)/메트로폴리스(Merropolis). 실시간 경로 찾기나 조합 최적화에서는 쿠옵트(cuOpt) 반도체 공정에서는 쿠리소(cuLitho) 등으로 이미 라인업이 맞춤형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들 라이브러리는 다른 산업과의 연계를 위해 스택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형(블랙웰 DGX), 엣지형(Jetson Thor). 옴니버스 디지털 트윈이 각자의 목적에 따라 여러 단계에서 연계될 수 있다. 훈련-검증-실행의 모든 과정이 엔비디아가 만든 인공 지능 파이프라인에서 구동될 준비가 이미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제조업에서 무려 5경 달러(약 7400경 원)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스마트 팩토리만 3만 곳이 넘으며 AI 소프트웨어 시장이 1490억 달러(약 219조 원)에 육박하는 중국은 이러한 인공 지능 파이프라인이 증폭되기에 최적의 시장이다

- 입자 결함이 좌우하는 수율
수천 번의 최적화를 거쳐 겨우 안정된 회로를 갑자기 새롭게 바뀐 공정을 고려해 재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선적으로는 공정에서 오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심자외선 노광 공정도 그렇다. 물리적 선폭을 18나노미터까지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4나노미터 더 줄이는 것에는 마스크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광-식각 같은 단위 공정도 더 많이 반복해야 한다. 단위 공정을 반복한다는 것은 더 많은 마스크를 교체하고, 진공 사이클을 더 많이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세정과 검사도 그만큼 더 많이 반복된 다. 단위 공정이 늘어날수록 웨이퍼는 먼지나 정전기 등 결함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대표적인 결함이 입자 결함(particle defect 이다.
입자 결함은 반도체 제조업에서 가장 싫어하고 또 잡기 어려운 종류의 결함이다. 예를 들어 입자 크기가 100나노미터 이하라면 주사 전자 현미경(SEM)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SEM 은 전자 빔을 이용하는 진공 장비이기 때문에 육안이나 광학 현미경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흑백 이미지이기 때문에 입자의 크기나 형상밖에 관찰하지 못한다. 입자 결함을 잡아내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그 입자가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 찾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진공 챔버 안쪽에 붙어 있던 불순물에서 뜯겨져 나왔을 수도 있고, 플라스마 식각 공정 중에 생긴 화합물일 수도 있고, 웨이퍼 세정 과정에서 섞인 불순물일 수도 있고, 공정 엔지니어의 땀방울이나 피부 세포 조각일 수도 있다. 웨이퍼 표면 위에 새겨야 하는 회로의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원래는 별 문제없었던 크기의 입자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5나노미터 크기 입자는 선폭이 100나노미터인 회로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선폭이 15나노미터인 회로에서는 모든 소자의 작동에 지장을 주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반도체 팹의 청정도는 클래스 0.1(class 0.1)까지 내려와 진공도와 오염도를 극도로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렸으나 입자 결함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일은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다

- 대만 파운드리 산업 경쟁력의 또 다른 한 축은 대만에서는 가치 사슬 집적 파트너(한국에서는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나 디자인 플랫폼(design platform)이라고 알려진 설계-파운드리 사이의 접점이다. 대표적 VCA 업체인 대만의 글로벌유니칩 , GUC)은 TSMC가 직접 출자한 회사이자 가장 규모가 큰 회사이며 2024년 약 1조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VCA 업체들은 팹리스 업체의 설계를 파운드리 업체의 공정 스펙에 맞춰 레시피로 만든다. 따라서 공 정의 디테일. 그리고 팹리스 고객사의 설계 도구이자 TSMC가 인증한 EDA 도구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애플이 2020년 말부터 제품군에 탑재한 M시리즈 애플 실리콘이 TSMC에서 독점 생산되는 것도 TSMC와 VCA로 구성된 생태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VCA는 TSMC뿐만 아니라 UMC. PSMC. VIS 등과도 협력해 다양 한 팹리스 업체들이 최적화된 파운드리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대만 파운드리 산업 전체의 전략의 한 축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10나노 이하급 최선단 공정은 TSMC가, 10~30나노 사이의 공정은 UMC가. 30나노 이상의 공정은 PSMC나 VIS 등이 분담하는 식이다. 이러한 분업 구조는 각 사의 주력 공정이 오버랩되는 일을 최소화하면서도 대만 내 인력-기술 생태계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며 반도체 클러스터 전체의 효율도 높여 준다
대만의 파운드리 산업은 2020년대 이후 인공 지능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중이다. 인공 지능 전용 반도체는 기존의 GPU 외에도 HPC 온디바이스 AI 기반 추론 전용 칩, 더 나아가 NPU, TPU, 멤리스터 (memristor) 같은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파운드리 산업 역시 다변화되는 로직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공정뿐만 아니라 첨단 패키징 같은 후공정. 화합물 반도체(chemica compound semiconductor) 같은 신소재, 그리고 반도체 장비와 부품 생태계로까지 확장하며 제조 경쟁력을 다각도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3나노 공정에서 2나노 공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핀펫 대신 GAAFET 같은 3차원 트랜지스터로 전공정이 전환된 케이스를 생각해 보자.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누설 전류(leakage current 나 계면 불안정성(interface instability)이 발견되어 소모 전력은 늘어나고 신호 대 잡음비(SNR)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트랜지스터 집적도 향상을 위해 커패시터(capacitor)의 물리적 크기를 줄이면서 정전 용량(capacitance)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조성의 고유전율 (high K) 소재를 도입했는데, 의도치 않게 열팽창률(hermal expansion coefficient)에 비등방성(방향마다 팽창하는 정도가 다른 성질)이 발견되어 장시간 사용 시 변형이 제대로 제어되지 못해 칩의 성능 저하는 물론 수명도 크게 짧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대당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도입한 이후 생각지도 못한 광화학 반응 이상 현상이 발생해 감광재(PR) 박막의 경시 변화가 제어되지 않아 미세 패턴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세부적 기술문제들은본격적으로 공정 단계에 적용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선행 기술 탐색은 현장에서 다양한 오류와 기술문제가 출현하면 최대한 빠르게 그에 대처하는 연구 개발이 맞춤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 TSMC는 반도체 제조업에서 기술 개발 사이클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연구 개발 자원을 현업 문제 해결에 우선 배분한다. TSMC가 최첨단 분야의 연구 개발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그냥 엄살이 아니다. TSMC는 극단적이다 싶을 정도로 트러블슈팅에 연구 자원을 집중하는데 이는 사실 그 외의 영역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TSMC 도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 솔루션을 최대한 알뜰하게 활용하는 것에 항상 높은 가중치를 둔다. 이는 첨단 미세 공정이나 패키징 공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왜 TSMC가 최대한 보수적인, 즉 이미 개발된 기술을 먼저 이용하고 부족한 영역에만 신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을 추가하는지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TSMC는 ASML의 극자외선 노광기를 인텔이나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단 공정 양산화에 본격 투입한 것은 삼성전자보다 다소 늦었다. (삼성전자가 2019년 자사의 엑시 노스 9825 AP 칩 양산에 먼저 적용.) 또한 핀펫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 펫(GAAFET)으로 트랜지스터 구조를 전환하는 것 역시 삼성전자가 3 나노 공정부터 먼저 도입한 것과는 달리 2나노 공정에 진입한 후에야 도입했다. 이러한 조심스러운 태도는 TSMC가 도전 정신이 약하거나 혁신성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기술적 불확실성을 최소 화하고 가장 최근까지 충분히 성숙된( 그래서 더 믿을 수 있는) 기술 솔루션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려 하기 위함이다
TSMC가 현업 문제에 집중하는 까닭은 그들이 제조하는 칩이 TSMC의 브랜드가 아닌 고객의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즉 TSMC는 세계 최대, 최고의 파운드리 업체라는 지배적 지위와는 별개로 여전히 '을'로서 '갑'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집의 형태로 실현시켜야만 그 독점적 지배력이 보장된다. 이는 TSMC로 하여금 선행 기술 개발보다는 현업에서 매일 수없이 부딪히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솔루션의 통합과 관리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관리 체계가 성숙될수록 기술 솔루션 하나하나는 개발되는 즉시 TSMC만의 기술적 자산이 된다. 이는 다시 미래의 팹리스 고객 들에게 차세대 칩 제작도 TSMC에 위탁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 라피더스는 지속 가능한가?
라피더스가 2025년에 시험 생산된 초기 2나노 웨이퍼를 내세워 고객사에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과연 공정 단가를 어느 정도로 책정해야 할까? 비교를 위해 TSMC 2나노 공정을 생각해 보자. 2025년 하반기 기준으로 TSMC가 고객사들에게 제시하는 2나노 공정 12인치 웨이퍼 단가는 장당 3만 달러(약 4500만 원) 이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 웨이퍼 방식으로 2나노 공정 12인치 웨이퍼를 제조할 경우 OPEX가 3~5배로 늘어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라피더스 웨이퍼는 장당 최소 9만~15만 달러(약 1억 3000만~2억 2000만 원) 정도는 되어야 채산성이 확보된다는 뜻이다. 3만 달러 수준의 TSMC 2나노 공정 웨이퍼도 과도하게 비싸서 이를 대량 구매할 고객은 애플이나 엔비디아, 구글 정도로 한정된다. 그런데 그보다 3~5배나 더 비싸진 웨이퍼를 선뜻 대량 구매할 글로벌 고객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라피더스 프로젝트 초기 멤버로 참여한 민간 기업들, 예를 들어 키오시아나 소니, 덴소 같은 기업이 주력 고객이 될 수 있을까?

- 팹리스 업체는 대부분 1~2개 정도의 주력 파운드리 업체와 거래히
며 그 외의 옵션을 잘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오랜 시간 파운드리와 같
이 최적화해 온 DTCO로 인한 일종의 락인 메커니즘 때문이다. 즉 팥 리스 업체가 비록 칩을 잘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그 설계는 공정과 동 시 최적화되며 파운드리에서 생산이 진행되기 때문에 설사 단가가 조금 더 저렴한 파운드리가 옵션으로 제시된다고 하더라도 팹리스 업체들은 원만해서는 주 거래처를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또한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경우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3분의 2 이상을 점유하는 선두 EDA, IP 업체인 시높시스나 케이던스 기반으로 설계-공정 최적화가 이루어지는 반면 라피더스의 EDA+IP 공급 파트너는 3위 업체인 지멘스다. 지멘스 역시 세계적으로 충분히 영향력이 있지만, 주요 팹리스 업체들과 그 파트너인 파운드리의 생태계가 이미 시높시스나 케이던스의 EDA 위주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멘스 기반의 DTCO 패키지로 기존 고객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가질 경쟁력은 두렸하지 않다. 양산 속도에 제한이 있는 데다가 대형 고객과 파트너십 경험이 전무한 신생 파운드리 업체를 보조금이 있다는 조건만으로 쉽게 세 번째 파트너로 삼는다는 옵션은 성립이 어려울 것이다

- 인텔이 남긴 교훈
어찌 보면 예견되었던 문제들, 예를 들어 1세대 극자외선 노광 공정의 양산 적용 같은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고 2세대 극자외선 노광 공정으로 바로 진입한다는 모험수. 테스트 단계를 대부분 생략하며 연구-양 산 사이의 간격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불확실성 감수, 누적된 선행 공정 문제 해결 없이 다음 세대 공정에 바로 진입하는 무리수, 팰리클이나 마스크, PR 등의 주변 기술 문제 해결책이 확보되지 않은 채 바로 선단 공정에 진입하는 강수, 팹리스 고객사 수요와 기술 개발의 변화 방향을 무시하고 자사의 공정 로드맵만 추구하는 고집으로 누적된 문제는 경영진에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과제였다. 그러나 겔싱어를 비롯한 임원진은 시간을 압축해 승부를 보려는 방식으로 이 거대한 문제들을 돌파하려 했다. 그 결과는 신제품 CPU의 연이은 성능 저하와 그에 따른 시장 장악력 약화, 그리고 무엇보다 GPU나 NPU 같은 AI 반도체 시장 진출의 교두보 확보 실패와 고객 맞춤형 생태계의 황폐화로 이어졌다
인텔의 주가는 이제 회사를 10개 넘게 팔아도 엔비디아 같은 회사 하나를 사기 버거운 상황이며 퀄컴 같은 팹리스 업체들이 외려 인텔 파운드리 인수를 타진한다는 소식마저 나올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결국 벼랑 끝에 몰린 겔싱어는 CEO 사임 후 반도체 업계를 떠나게 되었지만. 2025년 EDA에서 잔뼈가 굵은 립부 탄으로 수장을 바꾼 공룡이 과연 앞으로 더 급변할 반도체 시장에서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슷한 IDM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해 약30년 동안 반도체 업계에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해 온 한국 반도체 업계에게 인텔의 상황은 반드시 참고해야 할 반면교사다. 특히 삼성전자도 그간 누적된 구조적. 기술적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인텔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도 2010년대 들어 시스템LSI를 비롯한 파운드리 부문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2020년대 들어 글로벌 2위권 까지 도달한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어떻게 계속 제조 기술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특히 AI 반도체로 가는 길목에서 옹스트롬 공정 진입을 앞둔 선단 공정을 어떻게 안정화하느냐. 그리고 양산으로 활용하느냐가 핵심 관건이 되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인텔의 사례를 숙지하고 냉철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 타이베이 안보 대화 2024 포럼에 참석한 미국 전략가들은 미국의 반도체 리쇼어링 정책의 배경을 설명하며, 그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효용은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공유했다 보통 반도체 업체들이 해외로 팹을 신설할 때 주로 채용하는 방식은 이른바 마더 팹-차일드 팹(mother fab-child fab)으로, 즉 본토와 해외 팝의 기술 수준에 의도적인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요구는 최선단 공정을 채용하는 대만 본토의 TSMC 반도체 팹을 사실상 고스란히 미국 내로 복제해 오라는 것이다. 미국의 표현을 빌리 자면 미국판 TSMC 쌍둥이 팹(TSMCamerican twin)을 구현하는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TSMC가 파운드리 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곳의 협력사는 물론, 운용을 위한 전문 엔지니어들도 수백~수천 명 단위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들이 모두 그대로 복제되어 이전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대만에서 유지되던 강도 높은 근로 문화는 미국 현지의 근로 시스템과 양립이 거의 불가능하며. 대만 정부가 TSMC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던 전력과 산업용수 등의 인프라 혜택도 그대로 재현되기는 어렵다. 설사 재현된다고 해도 인건비, 세금, 공급망 재편 비용. 운송비 등으로 운영 비용이 최소 1.5배 이상으로 올라가며, TSMC 투자액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보조금이 2027년 이후 규모가 축소될 경우 실제로는 40퍼센트 이상의 비용 상승을 거의 반 영구적으로 TSMC 가 감내해야 한다. 상승한 비용은 당연히 생산 원가에 반영되며, 이 맵을 이용하는 미국의 주요 팹리스 업체들 그리고 AI 반도체 회사들 은 더 비싸진 청구서를 받아들게 될 것이다

- ASML이 여러 극자외선 파장 대역 중에서도 하필 13.5나노미터를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이 대역에서 그나마 반사율을 높일 수 있는 인공 반사경 소재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반사경(Mo/Si DBR) 은 ASML와 수십 년 협력해 온 독일의 광학 전문 회사 칼 자이스(Car Zeiss)가 만든 것으로, 몰리브덴(Mo)과 실리콘(Si) 박막이 교차로 수십층 적충된 형태의 인공 거울이자 일종의 1차원 광결정(photonic crystal)이기도 하다. 칼 자이스가 제작한 반사경의 극자외선 반사율 은 70퍼센트 내외로서 현재까지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 반사경이 파장을 절반으로 줄인 극자외선에 대해서는 반사율이 거의 0 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짧은 파장의 극자외선을 활용하는 노광기를 구현하려면 기존과는 다른 재료 조합의 인공 거울이 필요하다. 

- 극자외선 노광 공정을 제어하기 더욱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바로 확률론적 효과(stochastic effect)가 극자외선 영역에서 훨씬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ArFi 심자외선(193나노미터) 노광 공정까지는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이 기본적으로 광학 리소그래프 (optical lithography)의 연장선에 있었다. 따라서 D-line이나 I-line 같은 이전 세대에서 축적된 광학 기술 노하우와 장비 파라미터를 상당 부분 계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극자외선은 가시광 기반 공정과 성격이 크게 다르다. 파장이 13.5나노미터로 기존 193나노미터 공정의 14분의 1 수준까지 짧아졌을 뿐 아니라. 파장이 짧아질수록 개별 광자가 지니는 에너지는 그만큼 더 커진다. 때문에 이전 세대보다 투입할 수 있는 노광량(dose)을 크게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웨이퍼 단위 면적당 입사하는 광자의 수도 함께 급감하므로, 통계적 불확실성에 서 비롯되는 확률론적 효과가 오히려 더 커진다. 그래서 극자외선 노광 공정에서는 이전 세대 광학 리소그래피의 경험칙과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받기 어렵다. 한때 포토리소그래피 장비 시장에서 ASML 과 경쟁하던 일본의 캐논이나 니콘 같은 기업이 경쟁에서 뒤쳐진 것도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며. 그 결과 일본의 장비 업체들은 2000년대 후반 막대한 투자를 했던 극자외선 노광기 개발을 포기했다.
극자외선 노광 공정의 문제에는 극자외선 광자에 적합한 신소재와 부품 개발이 어렵다는 것도 있다. 극자외선 파장 대역에서 요구되는 광화학 반응성과 광흡수 특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물질은 자연계에서 쉽게 찾기 어렵다. 그래서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양산에 도입한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노광기 자 체는 물론, 그에 맞는 소재와 부품까지 아우르는 공급망 관리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극자외선 노광 공정에 적합한 감광재는 인프리아 (Inpria, 미국의 스타트업 화학 소재 회사였으나 2021년 이후 일본의 반도체 소 재 회사인 SR가 지분 100퍼센트 소유)에서 만드는 주석 산화물(Sn-O) 나노클러스터 기반의 무기물 소재밖에 없으며 이를 대체하기 위한 다른 회사의 소재는 양산 단계에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를 보호하는 팰리클 같은 부품도 그래핀이나 탄소 나노 튜브 (carbon nanotubes. CNT) 등의 소재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대면적 양산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1세대 극자외선 노광 공정조차 이를 뒷받침할 기술 생태계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는데도, 시장의 요구는 이미 2세대 극자외선 노광기의 양산 투입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2세대 극자외선 노광 공정은 더 극한의 기술 조건 -예를 들어 더 얇아진 감광재 박막 두께로 인한 광특성 및 품질 제어ㅡ을 만족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양산 적용에 더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 현재 DRAM 제품군 가운데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쪽은 GDDR이나 LPDDR보다 HBM이다. 기가바이트 기준으로 보면 HBM의 가격은 GDDR 보다 5배 이상 높다. 물론 그만큼 공정 원가도 높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일반 DRAM이 HBM과 비교되기 어렵다. 문제는 HBM은 범용칩이 아니라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201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HBM 시장에서 독점적 지배력을 갖게 된 이유도 바로 비범용 메모리로서 HBM이 갖는 차별점을 먼저 파악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AMD, SK하이닉스 등 여러 회사가 함께 제안하고 JEDEC에서 첫 표준화 작업이 시작된 2010년경부터 따져도 HBM의 역사는 20년이 채 안 된다.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1세 대 양산을 시작하던 때만 해도 HBM은 엔비디아 GPU 맞춤형이 아니었다. 엔비디아보다 먼저 HBM을 GPU 설계에 반영하기 시작한 회사는 AMD였다. 2015년 AMD는 라데온 R9 퓨리(Fury) X 시리즈 GPU에 하이닉스의 HBM1을 결합시켜 고대역폭의 장점을 활용하는 GPU 개념을 최초로 선보였다.' 초기 HBM은 DRAM보다 체감 속도가 빠른 메모리 정도로 여겨졌다 행렬 연산에 특화된 GPGPU 맞춤형으로 HBM이 본격적으로 설계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엔비디아가 파스칼 P100 GPGPU 시리즈에서 HBM2의 대역폭과 동작 속도 사양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2019년 이후 3세대 HBM으로 볼 수 있는 HBM2E는 12-Hi 스택 구조로 발전 하면서 TSMC에서 CoWoS 같은 고난도 패키징 공정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12-Hi 스택은 DRAM 다이를 더 얇 게 갈아내 12층으로 쌓고 이들을 TSV 공정으로 채널을 만들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게끔 연결했다는 뜻이다. 스택 개수가 많아지면서 패키징 공정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졌다. 2022년 HBM3 표준 발표 후 2023~2024년에 HBM3E. 그리고 2026년 HBM4 등장 후 HBM 은 사실상 JEDEC 표준은 준수하되, 제조 공정에서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GPU 레이아웃에 최적화된 구조로 변모했다. SK하이닉스는 처 음부터 엔비디아 GPU 데이터 통신 규격과 연계될 수 있는 베이스 다이와 패키징 소재. DRAM 다이의 두께 초박화, TSV 기반 I/0 채널 밀도 강화, 그리고 패키징 공정 파라미터를 최적화해 DRAM과 분리된 라인에서 HBM을 따로 양산했다. 이는 사실상 주문 맞춤형 메모리 파운드리를 한 셈이다

- 메모리뿐만 아니라 낸드 플래시 시장도 점차 파운드리 개념과의 결합을 피할 수 없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다. 현재 낸드 플래시 시장은 DRAM 시장 3강 외에도 키오시아(일본)-웨스턴디지털(미국) 연합.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의 YMTC를 포함해 6개가 넘는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관건은 낸드 플래시 시장이 치킨 게임을 거쳐 재편되는지 여부가 아니다. 낸드 플래시 시장이 성숙하고 메모리 반도체는 점점 인공 지능 하드웨어와 하이브리드화 혹은 메모리 파운드리 같은 개념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범용 메모리만의 시장 확장이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 낸드 플래시는 DRAM보다 훨씬 예전부터 용량 확장을 위해 수직 적층 방식, 즉 3D 적층을 택했다. 이는 TSV나 더블스태킹(double-stacking) 등의 공정으로, 이후에는 CoA, CuA 등의 방식으로 기술 혁신이 이어져 왔다. 앞으로 혁신이 더 이루어질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이제 수백 층 정도(현재 400층 이상)에서 1000층 이상으로 워드 라인 층수를 늘리는 것 외에는 거의 없다. 물론 극자외선 노광 공정이 충분히 성숙하면 낸드 플래시에도 적용될 것이므로 혁신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극자외선 노광 공정이 낸드 플래시용 성숙 공정이 되는 것은 2030년대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다. DRAM이나 HBM은 물론, 앞으로 낸드 플래시 시장이 성숙 시장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낸드 플래시 전용 팹을 어떻게 전환하거나 남길 것인지가 주요 과제다.

- 글로벌 DRAM 전략의 방향이 분기되기 시작한 것은 SK하이닉스의 HBM이 본격적으로 엔비디아발 AI 반도체의 지수 함수적 성장 곡선에 합류하면서부터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협업은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딥 러닝이 주목을 끌기 시작하는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그러나 MS 윈도우와 인텔 x86 시리즈의 연합체인 윈텔(wintel 같은 수준의 강력한 파트너십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대 부터다. 특히 기계 학습의 주력이 딥러닝으로 사실상 확정된 후, 딥러닝에 필수적인 대용량 행렬의 반복 연산은 GPU에게 확실한 날개를 달아 주었다. GPU는 설계 단계부터 이러한 행렬 연산에 특화된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간 범용 메모리는 CPU 특화 DDR와 GPU 특화 GDDR로 임무가 나뉘어 있었다는 것이다. GPU로 무게 중심이 옮겨 오면 GDDR로 메모리를 통합하면 될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인공 지능 산업은 예상보다 너무 빨리 발전했고 연산 처리량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GPU 특화라고 믿었던 GDDR는 이러한 추세와 맞지 않았다. 2020년대로 가면서 이제 GPU는 어느새 AI 연산 가속기로 불리기 시작했고, 다뤄야 할 행렬은 차원이 더 복잡해진 텐서 데이터가 주종이 되었다. 텐서 데이터는 처리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메모리 셀의 레지스터에 데이터를 덩어리로 나눠 배치하는 것, 읽고 쓰는 것에도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이 는 GPU 성능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이렇게 GPU로 인공 지능 가속기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그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조짐이 보였음에도 2020년대 초반 삼성전자는 HBM을 주력 사업 방향으로서 진지하게 고려하지는 않았다. HBM의 시장성이 당시에도 여전히 별로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앞서 AI 반도체로서 HBM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한 AMD 과 협업하며 양산형 HBM 시장을 개척하던 2015~2016년에는 시장성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았다. 당시 1세대 HBM의 주요 임무는 GDDR 보다 더 고속으로 고해상도 그래픽 이미지를 로딩/언로딩하는 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즉 그래픽 처리용 DRAM 시장의 일부를 HBM이 대체할 정도로만 평가되었다. 흥미롭게도 이미지 처리는 고해상도 렌더링, 동영상 업스케일링, 이미지 내 물리적 호과(그림자나 빛 의 반사 등) 계산 같은 다양한 행렬 연산을 필요로 한다. 애초에 디지털 이미지가 거대한 고차원 행렬임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이 역할을 담당하던 GDDR 역시 이미지 데이터를 코어에 보내고 처리된 데이터를 다시 메모리 셀 내 할당된 주소에 저장하는 것을 가속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HBM이 처음 등장했을 때 GDDR 에 익숙하던 엔지니어와 임원진은 이미 기존 메모리가 잘 하는 행렬 처리 기능을 굳이 HBM이라는 새로운 맞춤형 메모리로 대체해야 할 근거가 약하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당시 많은 메모리 제조사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그러나 HBM과 GDDR의 차이는 행렬 연산을 잘 할 수 있느냐 여부보다 더 큰 스케일에서 생긴다. 단순히 대역폭이나 데이터 입출력 속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HBM은 범용 메모리가 아니라 오히려 PNM(processing-near-memory), 즉 코어에 근접한 특화 메모리 에 가깝다. 여기서 말하는 근접은 데이터 입출력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물리적 근접과 신호 처리의 병목을 줄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관점의 근접을 동시에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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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4

Quote of the day 2026. 7. 14.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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