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랭크퍼트가 주장한바 거짓말을 하려면 어떤 형태의 절대적 진실이나 거짓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점점 진실이나 거짓 어느 쪽으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판을 장 악해가고 있다. 이들이 신경 쓰는 것은 담론이다.
프랭크퍼트는 "사실을 전하거나 숨기려는 사람은 어느 정 도 확실하고 인식 가능한 사실이 실제로 있다고 가정한다. 진실 이나 거짓을 말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은 상황을 잘못된 쪽 으로 이끄는 것과 바로잡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고, 적어도 때 에 따라서는 그 차이를 분간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라고 주장 했다. 반면 이런 견해를 부인하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어떤 것도 사실이라고 절대 말하지 않거나 그냥 개소리를 하는 것이다. 그냥 자기주장을 말할 뿐 진실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프랭크퍼트는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이를테면 같은 게 임에서 맞서 싸운다고 해보자. 각자는 어떤 사실에 대해 자신이 이해한 대로 반응한다. 물론 한쪽은 진실의 권위에 따라 반응하고, 다른 쪽은 그 권위를 거부하고 권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개소리꾼은 이런 요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한다. 그는 거짓말쟁 이와 달리 진실의 권위를 거부하지도, 이에 맞서지도 않는다.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진실의 더 큰 적은 거 짓말보다 개소리다.
다시 말해 개소리꾼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한 발언을 할 뿐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 
- 정치인들이 갑자기, 또 전반적으로 거짓말을 더 많이 하게된 것은 아니다. 언론의 거짓말도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이견은 있지만, 대중이 전보다 더 멍청해졌거나 더 혼란에 빠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교육 수준이 높다. 그렇다 면 지금 왜 이렇게 개소리가 기승을 부리는 걸까?
개소리가 승리한 체계적이고 중대한 이유는 상당 부분 미 디어 측면에 있다. 즉 전통 매체의 변화와 인터넷이 낳은 새로 운 경제적 조건에서 비롯한다. 대개 우리가 오늘날의 미디어 환 경을 논할 때 신기술과 플랫폼 그리고 이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른 극심한 변화를 놓친다. 바로 경제적 환경이다.
- '진지한 매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압박받는다. 특히 인쇄 매체가 심각하다. 발행 부수가 계속 줄면서 판매 수 익은 물론이고 광고 수익도 동시에 줄었다. 구독자가 줄면서 기 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인 도달률도 크게 떨어졌다. 기업들이 인쇄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광고를 옮기면서 광고 수익은 더욱 줄어들었다. 신문을 팔 아 얻는 수입도 매해 15퍼센트씩 감소하고 있다. 수입이 줄었다 는 말은 기자가 줄었다는 뜻으로, 이제 기자들은 적은 예산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이 한 말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 발언의 내용을 파헤치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여기서 연쇄작용이 일어난다. 일부 매체는 점점 그 수가 줄 어들고 고령화하는 독자층에 맞추어 보도 방식을 바꾸고, 젊은 구독자를 확보하는 일은 깨끗이 포기해버린다. 대다수 언론사 는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온라인 보도에 치중하면서 개 소리 문제를 더욱 키운다. 반면 규모와 전문성에서 으뜸가는 매체인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곳은 온라인 유료구독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서 자사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한 형태를 유지한다.
다른 대부분의 매체는 구독자보다는 도달률에 관심을 둔 다. 방문자가 기사를 읽을 때마다 함께 뜨는 각종 광고로 아주 적은 돈을 버는데, 이것만으로는 기사 작성에 드는 비용을 마련 하기 힘들다. 이런 푼돈으로 이윤을 내려면 하루에 수백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수의 방문객을 확보하고 기사를 가급적 적은 비 용으로 써야 한다.
이는 개소리를 막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오히려 개소리를 전 세계로 널리 퍼뜨리는 모델이다. 기자 한 명이 오랜 시간을 들여 주장을 검토한 후 사실을 토대로 신중히 기사를 작 성하면 비용은 더 들고 클릭 수는 줄어든다. 이보다 더 쉽게 수 익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원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서둘러 기사로 내보내서 그 주장에 대한 분노와 반박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내는 것이다. 폭로 기사는 다른 언론사가 쓴 기사를 그냥 베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관련 기사가 예닐곱 개 나오는데 그중에는 서로 모순되는 내용도 있을뿐더러 직접 취재한 기사는 하나도 없다.
이러한 모델 역시 뉴미디어와 가짜뉴스가 차용한다. 의견 이 팽팽하게 맞서는 진지한 기사들의 홍수 속에서 방문자를 따 라서 광고 수익을) 최대한 확보하려면 어떤 논란이든 과장 보도로 당파적인 독자들을 대거 끌어모아야 한다.
- 이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가짜뉴스 사이트를 낳는다. 어차피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과장해서 쓸 것이라면 아예 지어내서 비용을 절감하지 않을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초대박이 난 가짜뉴스는 광고 수익으로 돈벌이가 되기도 하고, 카지노 가입이나 벼락부자 사이트 방문, 수상한 건강 제품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제휴 마케팅에 이용되기도 한다. 낚시 기사 로 이런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이 생길 때 마다 광고 노출보다 훨씬 넉넉한 수입이 생기므로 사기꾼들에 게는 또 하나의 수지맞는 장사가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 반전이 하나 있다. 거의 모든 주요 뉴스 사이트들이 가짜뉴스 사이트와 어떻게 싸울지 고심하고 이들의 위험성 을 경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 덕분에 이윤을 얻는다는 점 이다. 거의 모든 주요 사이트의 기사 하단이나 옆에 있는 '스폰 서 링크'는 방문자가 클릭할 때마다 해당 언론사에 소소한 수익 을 안겨주는데, 대부분의 링크가 가짜뉴스나 낚시 기사로 이어 진다.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가짜뉴스와 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뉴스를 띄워 이익을 얻는 것이다.
- 오늘날 소셜 미디어는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다. 정치 캠페인은 페이스북 광고를 영리하고 정교하게 이용한다. 주류 미디 어와 당파적 미디어도 구독자를 늘리려고 소셜 네트워크를 이 용한다. 가짜뉴스는 소셜 미디어의 공유 기능에 의존한다. 페이 스북과 트위터가 자신들은 미디어 기업이 아닌 기술 기업이라 고 주장한들 이들은 미디어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존재다. 그리 고 개소리를 유포하는 데 큰 몫을 한다.
- 뉴스를 검색하는 시대는 갔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2015년 무렵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 사이트로 들어온 트래픽이 구글을 통해 들어온 트래픽을 앞질렀다는 확실한 근거가 나왔다고 한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이 사이트를 선별하는 방식 못지않게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하는 내용이 트래픽 유입을 결정 짓는 주요 변수라는 뜻이다?
- 사이트에서는 콘텐츠가 쉽게 노출되도록 쉽고 명쾌한 기사 를 작성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 딱딱한 글보다 공감을 일으키는 구어체로 글을 쓰는 것이다. 앞서 여러 번 말했듯이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정치색이 뚜렷한 제목 을 써서 공유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 북을 통해 가짜뉴스 사이트와 정치색이 뚜렷한 사이트에 유입 된 트래픽이, 페이스북을 통해 진짜뉴스 사이트에 유입된 트래 픽보다 세 배 정도 많았다. 소셜 미디어의 공유 기능은 가짜뉴 스사이트와 당파적 사이트가 생존하는 데 필수다.
-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은 뉴스 사이트의 모델과 닮은 면이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관심을 최대한 오래 끌어 맞춤 광고를 보도록 유인하기 때문이다. 뉴스 콘텐츠가 이용자를 오래 붙드는 데 도움이 되면, 페이스북은 이용자에게 뉴스를 보여 줄 것이다. 오락 정보가 더욱 효과적이면 오락 정보를 보여줄 테고, 개인 콘텐츠가 효과적이면 페이스북은 여기에 중점을 둘 것이다. 이 말은 곧 페이스북이 퍼블리셔와 광고를 놓고 경쟁한다는 뜻이다. 2016년에 페이스북이 거둔 디지털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43퍼센트 오른 반면, 다른 미디어 기업들은 같은 기 간에 광고 수익이 사실상 떨어졌다. 퍼블리셔가 간절하게 바라 는 온라인 광고 시장의 신규 수익을 페이스북과 구글이 모두 가 져갔다는 뜻이다.14 광고에 한해서는 페이스북은 오히려 뉴스 사이트들과 직접 경쟁하는 존재로, 가뜩이나 어려운 뉴스 편집 실의 재정난을 더욱 부채질한다. 가짜뉴스와 과장된 기사, 개소 리 문제에서 페이스북은 그동안 기껏해야 땜질식 처방을 했다.
-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같은 레거시 미디어는 정보 검색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주축을 이루는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에게 영향력이 가장 높고, 또 가장 많은 수익을 얻는 매체다.
레거시 미디어는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 고, 주류 미디어에 회의적이거나 이를 조소하는 사람들의 세계 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종종 헤드라인을 선별하는 레거시 미 디어의 수문장 역할이 무력해졌다는 탈중개화 현상이 거론되지 만, 다수의 대안 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가 맨 먼저 발표한 정 보를 재생산하거나 이에 반박하는 내용을 만들어내어 유지된 다. 어떤 정치인이든 레거시 미디어를 무시하면 상당수의 유권자를 놓치게 된다.
한마디로 개소리는 주요 미디어 없이는 뜨기 어렵다. 매체 는 개소리를 막으려고 애쓰면서도 이를 전파한다. 객관성을 중 시하는 매체들은 진실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인과 캠페인을 다 루거나 요즘 대중에게 친숙한 소통 방식을 택할 때 어려움을 겪 기도 한다. 어떤 매체들은 그들이 선정한 정치적 의제나 그들이 처한 재정 상태 때문에 스스로도 미심쩍은 기사와 담론을 적극 적으로 퍼뜨린다. 하나같이 장기적 과제지만 이와 더불어 매체 들이 대비해야 할 새로운 현상이 있다. 바로 선거 후보와 캠페 인이 미디어를 정보 전달자나 비당파적 기관이 아닌, 또 하나의 정적으로 취급하는 현상이다. 결국 미디어는 재정 위기, 미디어 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하락, 새로운 유형의 경쟁 세력, 매우 질적인 정치적 풍토 사이에서 곡예를 해야 한다.
- 뉴스 사이트들이 기사를 마구 쏟아내고 때로 어리석은 기사를 올리는 것은 그냥 재미로 하는 행동이 아니다. 이들은 인 터넷의 기이한 인센티브 구조에 따라 움직인다. 구글뉴스 상위 권에 오르면, 그러지 못한 기사보다 트래픽이 늘고 더 많은 관 심을 받는다.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은 전통적으로 맨 먼저 기사 를 올린 사이트를 선호한다. 페이스북 알고리즘도 당파적이거 나 믿기 힘든 기사를 철저한 보도 기사보다 선호하는데, 단지 사람들이 그 기사를 더 많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트래픽이 높아 진다는 것은 당연히 해당 사이트의 수익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제목은 나중에 바꾸더라도 일단 기사부터 올리면 트래픽이 올 라가지만 시간을 들여 사실을 확인한 후 아무 기사도 올리지 않 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런 관행은 독자의 신뢰를 대가로 치러야 한다. 신문사가 시간과 자원을 들여 쓴 기사와 달랑 트윗 하나만 믿고 쓴 기사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독자가 한 기사를 다른 기사보다 더 신 뢰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기사가 수시로 교체되는 상황에서, 뉴스 사이트가 기사 제목을 바꾸거나 내용을 완전히 교체했다 는 표시를 안 해주면, 독자는 어느 부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길이 없다. 터무니없는 기사를 제대로 된 기사와 나란히 배 치하고, 두 기사를 전혀 구분하지 않으며, 큰 실수를 해놓고도 공지 없이 넘어가면서 매체들은 개소리 문화를 퍼뜨린다.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면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 냉소주의가 오래 이어지면 결국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키 워 투표율이 낮아지고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율이 떨어진다. 악 순환이 시작된다. 정치인은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과 부동층에 게 호소하기보다,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쪽으로 선거 유세 를 한다. 지지층을 향해 상대 후보가 우리의 핵심 이슈를 위협 한다고, 이를테면 '당신의 기를 빼앗아가고, '여성의 결정권 을 없앤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선거가 우리의 권리를 지킬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경험자보다는 아웃사이더가 과거의 업적보다는 미래의 공약이 더 유리하다. 그 결과 예상 밖의 후보가 갑자기 부상한다. 32년간 평범한 변 두리 좌파 하원의원이었다가 영국 노동당 당수로 수직 상승한 제러미 코빈이나, 조롱받던 후보에서 대통령으로 우뚝 올라선 트럼프가 바로 그런 경우다. '할 말은 하는 정직한 정치'라는 제 러미 코빈의 외침이나 '오물을 빼겠다'라는 트럼프의 공약처럼, 아웃사이더 정치인이 신선함을 무기로 정치 시스템을 바꾸겠다 고 유세하면, 논쟁의 초점이 경험이나 주요 이슈에서 이들이 지 닌 강점으로 옮겨간다.
이러한 게임판에서 트럼프와 그 측근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인 정치인은 없었다. 운이든 타고난 재능이든 아니면 자신의 호텔 및 부동산 사업을 키우려고 다년간 가십거리 위주인 각종 뉴욕 미디어에 출연한 경험 덕분이든, 트럼프의 능력은 독보적이다. 
- '많이 달라 보여도 본질은 똑같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미디어가 그렇다. 매카시 시절이나 지금이나 미디어는 취약한 환경에 놓였고, 또 그때처럼 교묘하게 이용당하고 있다. 그렇지 만 매카시와 트럼프의 유사성은 단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두 사람에게는 여러 조언자와 측근이라는 연결고리도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트럼프는 전부터 알고 지낸 악명 높은 뉴욕의 변호사이자 해결사인 로이 콘Roy Cohn에게 자신의 법률 소송을 맡겼다. 콘은 적색공포 시대에 매카시의 대표 자문을 맡 아 소위 빨갱이 동조자를 잡는 일을 도왔고, 본인도 동성애자면서 게이 공무원을 탄압하는 연방정부 캠페인에 앞장섰다. 비윤리적인 행실로 죽기 직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던 콘은 트럼 프의 멘토이기도 했다.
- 트럼프의 호전성과 개소리, 미디어 폭격은 흔히 미디어가 곧장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으로, 대처법을 알아두어야 할 매우 새로운 현상으로 언급된다. 24시간 뉴스채널과 소셜 미 디어, 극당파적 사이트의 확산 등 일부 현상은 분명 새로운 난 제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이용하는 방식 중 상당수는 그가 1990 년대에 뉴욕에서 썼던 전술이며 1950년대에 매카시가 펼친 전 술과도 겹친다. 정치적 극단론자의 흔한 전술을 단지 중앙 무대 로 끌고 온 측면도 있다. 이 중에는 트럼프의 정적들과 미디어 가 예상한 수법도 많다.
- 그렇지만 영국인은 이주 문제의 실상을 정확히 모른다. 평균적으로 영국인은 인구의 31퍼센트가 이민자라고 추산한다. 실제로는 1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또 영국 인구의 30퍼센 트가 흑인이거나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11퍼센트에 불과하다.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인식을 보이는 것은 다음 항목 이다. 영국인은 영국 인구의 24퍼센트가 무슬림이라고 보지만 실제 무슬림은 전체 인구의 5퍼센트로 추정치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반대로 영국 사람들은 기독교 인구가 전체 인구 의 34퍼센트까지 크게 떨어졌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59퍼센트 정도까지 하락하는 데 그쳤다.
- 이러한 인식은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이주 규모를 실제보다 두 배 이상 크게 보고, 영국에 사는 이슬람교도가 실제보다 훨씬 많다고 여기며, 영국 사회가 실제로 변화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주율이 높든 낮든 이는 사람 들의 견해에 영향을 끼치기 쉽다. 이주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틀 렸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기존 관념이 정책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장애로 작용하는 것은 분 명하다.
- 우리는 내가 동의하지 않는 정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확고히 믿는 정보는 어떤 식으로든 논리적인 평가를 건너뛰려고 한다. 『비합리성의 심리학』은 이 러한 인지적 편향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을 낳을 수 있는지 한 가지 사례를 든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있기 전, 미 태평양 함 대 총사령관 허즈번드 킴멜Husband Kimmel이 보여준 행동이다. 키멀은 태평양 함대 기지 근처에 일본 잠수함이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진주만 상륙을 금지하거나 해군의 경계 태세를 높이지 않았다.
서덜랜드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이렇게 결론 내렸다.3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두 가지 방법을 살폈다. 하나는 자신의 신념과 다른 증거를 찾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증거가 내 주의를 끌더라도 이를 믿거나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키멀은 두 가지 잘못 을 저질렀다. 그는 모호한 메시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워싱턴에 확인하지 않았고, 진주만 외곽에 잠입한 잠수함이 일본 잠수함 이라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은 전함 4대, 항공기 188대를 잃었고 2403명이 사망했다. 키멀은 2주 만에 지휘권을 박탈당 했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퇴역했다.
- 확증 편향 하나만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이보다 훨씬 강력한 심리적 편향이 있다고 한다. 내가 굳게 믿는 신념에 반하는 증거를 알게 될 때, 신념을 바꾸기보다 오히려 더욱 굳히는 현상이다. 다트머스대학교의 정치학 교수 브렌던 나이한Brendan Nyhan과 제이슨 라이플러Jason Reifler가 실험에서 발견한 이 현상을 역화 효과라고 부른다. 
- 데이비드 맥레이니David McRaney는 역화 효과를 다룬 기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확증 편향이 적극적인 정보 탐색을 가로막듯이, 역화 효과도 내게 들어오는 정보를, 나를 기습적으 로 공격하는 정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뭐가 뭔지 혼란스러 울 때 우리는 신념을 의심하기보다 고수하는 쪽을 택한다."
우리는 역화 효과를 다룬 연구를 통해 당신이 온라인 논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를 확인했다. 당신이 각종 사실과 수치, 링크, 인용을 꺼내 들기 시작하면 상대방은 자기 생각을 훨씬 강하게 고수하게 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열정적으로 근거를 쏟 아내면, 당신의 두개골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역화 효 과로 두 사람 모두 원래 지녔던 신념이 더욱 확고해진다.
이처럼 다양한 근거로 내 생각을 확고히 할 수는 있어도, 근거를 제시하는 논쟁으로 상대를 설득하기는 매우 어렵다.
- 우리는 테러를 그 위험성에 비해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위스콘신대학교의 명예교수인 마이클 로스차일드Michael Rothschild는 테러 위험을 설명하기 위 해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미국에 서 매달 비행기 한 대를 성공적으로 납치해 폭파하는 세상이 있 다고 상상했다. 이 세상 그 어떤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현실 적인 시나리오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경우다. 이런 세상에서 매 달 네 번씩 항공기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 어느 해든 죽을 확률 이 54만 분의 1이다. 1년에 한 번 비행기를 타는 사람은 사망할 확률이 600만 분의 1이다. 반면 어느 해든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은 7000분의 1이고, 암은 600분의 1, 심장질환은 400분의 1이다. 테러 공격이 실제보다 상상 이상으로 심각해져도, 일 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위험보다는 훨씬 낮다. 그런데도 막연한 두려움과 근거만 제시해도 안심하지 못하는 기질 때문에 우리 는 개소리에 쉽게 휘둘린다.
- 동조성은 정중하게 행동하거나 함께 어울리려는 욕망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자체로 위험한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헤퍼 넌은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가 사실이라고 믿으면서도 행동에 변화가 없는 이유를 동조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소비 습관도 같다 보니 기후변화의 비용을 보지 못한다. (...) 우리는 고분고분한 소비자여서 누가 행동을 바꾸자고 하면 바꿀 수도 있겠지만 혼자서 는 바뀌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방관자처럼 주변에 보이는 소비 패턴을 따라 하면서, 누군가가 개입해주길 바란다. 그렇지만 정 부와 기업은 너무 복잡해서 소통하거나 바꾸기 힘들므로, 우리는 자신도 원치 않는 위치에 그냥 머물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소속 집단에 구성원임을 보여주는 행동을 하는데, 이런 행동이 소셜 미디어에서 실제로 어떻게 드 러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집 단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얻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떤 기사를 이 들과 공유하려고 할까? 예를 들어 우리가 트럼프 지지자인데 두 가지 기사를 읽었다고 해보자. 하나는 트럼프 진영이 주요 무슬림 국가 출신자들의 입국을 가로막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집행한 것이 최선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한 기사이고, 다른 하나 는 트럼프 행정부의 활동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언론을 질타한 기사일 때, 우리는 소속 집단에서 좋은 반응을 일으킬 두 번째 기사를 공유할 것이다.
- 우리는 내가 속한 집단에 순응하고, 그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신호를 보내며, 집단을 통해 성향이 양극화한다. 소속 집단 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정보보다, 정체성 을 한층 더 견고하게 하는 개소리 정보를 더 반기는 이유다. 정 체성이 한층 단단해지는 또 다른 상황은 바로 다른 집단과 대립 을 할 때다. 이를 일컬어 내집단, 외집단 행동, 또는 현실 갈등 이론이라고 한다. 우리는 집단에 대한 진짜 소속감을 다른 집단에 대한 경쟁의식, 심지어 적대감을 통해 느끼기도 한다.
- 주류 언론에서 개소리 비즈니스 모델은 주로 광고와 PR이며, 일부 비주류 매체도 마찬가지로 광고와 PR에 집중한다. 특 히 음모론이나 당파적 영상을 제작하는 매체들이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는데, 상당수는 구글이 소유한) 유튜브에서 많은 자금을 지원받는다. 조지프 번스타인Joseph Bernstein이 《버즈피드 뉴스》에서 지적했듯이 페이스북은 대중의 이목을 끌어 개소리 를 퍼뜨린다면, 유튜브는 개소리에 자금을 댄다. 앞서 언급한 피자게이트 음모론을 퍼뜨린 자들이 만든 영상을 수백만 명이 봤고, 우버 Uber와 퀘이커오츠Quaker Oats가 여기에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들은 유튜브의 광고 네트워크를 통해 맺어졌다.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사명인 인터넷 최대 광고 네트워크 구글과 대형 브랜드 기업들이 음모론과 허위 정 보가 수익을 내도록 돕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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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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