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3

사회 2023. 9. 29. 18:17

- 전통매체인 TV 플랫폼에서도 타깃 기반 광고가 등장했다. 원래 TV에서는 같은 시간, 같은 채널을 보고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똑같 은 광고를 송출한다. 반면 2022년 새롭게 등장한 '어드레서블address- able TV'는 마치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개인별로 다른 광고를 노출 하듯, 사람들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서비스 다. 동일한 채널을 보더라도 골프를 좋아하는 시청자에게는 골프 제 품 광고가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금융 상품 광고가 방영되는 형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IPTV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 덕분이다. LG U+ SKB.KT 등 IPTV 회사가 셋톱박스를 통해 소비자가 어떤 채널을 즐겨 보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KBS N ·SBS 미디어넷. MBC와 같은 채널에 개인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다.
- 한편 사용자에게 최적화한 개인화 알고리즘 기술이 부상하자, 이 에 반발하는 소비자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기술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알고리즘 추천을 역으로 활용해 개인화 기술로부터 벗어나 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유튜브 · 넷플릭스 등을 시청하고 나서 수 시로 검색 기록과 시청 기록을 삭제한다. 로그아웃 상태로만 유튜브 를 시청하거나 아예 학습용. 게임용 · 음악용 등으로 계정을 분리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피하고자 하는 단어를 “ᄋᄋ 싫다"라 는 검색 키워드로 입력해서 알고리즘을 학습시키기도 한다.

- 일반 개인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C2C Consumer to Consumer 모델이 빠르게 성장했다. 개인 브랜드 론칭도 쉬워졌다.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뷰티 시장이다. 예컨대 ODM(제조자개발생산) 업체를 통하면 토너 에멀션.크림의 경우 약 100개 정도로 소량생산이 가능하다. ODM 업체에 생산을 위탁하 고 본인은 판매만 담당하는 '화장품책임판매업자' 역시 2022년 약 5,333건이 추가로 등록됐는데, 전년 동기간 신규 등록한 2,632건과 비교해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누구나 쉽게 화장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체 플랫폼 '코스맥스 플러 스'와 '플래닛147'을 각각 선보이기도 했다.
생산에 대한 부담이 적은 일부 업종에서는 POD Print On Demand (주문제작인쇄)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POD 란 창의적인 디자 인 도안만 있으면 상품 판매를 위한 복잡한 머천다이징 절차 없이 온 라인에서 상품을 만들어 판매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플 랫폼이다. '마플샵'은 나만의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손쉽게 론칭할 수 있도록 상품 제작 · 판매 · 배송 등을 대신해주는 POD 커머스다. 오리 지널 굿즈를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이미 자신만의 콘텐츠와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좋아 하는 크리에이터의 굿즈를 갖고 싶어하는 팬들이 크리에이터에게 마 플샵을 소개하며 굿즈 제작을 요청하기도 한다."
제조사가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 Direct to Consumer 모델도 한층 성장했다. 면도기와 리필용 면도날을 판 매하는 생활용품 스타트업 '와이즐리'는 D2C 모델을 활용해 면도기 를 일반 가격의 5분의 1 수준에 공급해, 2021년 기준 한국 면도기 시 장에서 약 9.3% 점유율을 차지했다. 오프라인 체험관과 소셜미디어 를 통해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삼분의일'은 유통. 배송 거품을 뺀 '반값 매트리스'로 창업 1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D2C가 시장 확대를 위한 돌파구가 되 고 있다. 주로 대리점을 통해 침대를 판매했던 시몬스는 2022년 4월, "D2C 리테일 체제로 전환한 후, 2년 만에 총매출이 1,016억 원 증가 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모아 신속하게 생산해내는 C2MCustomer to Manu- facturer 모델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온디맨드' 비즈니스는 생 산자와 제조사를 연결하는 C2M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다. 온디맨드 란 공장에서 제품을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소비자의 주문이 들어오 면 즉각 제품을 만드는 생산 방식을 뜻한다. 판매하기 최소 1년 전 해외 공장에 대량생산 주문을 넣어야 하는 패션 시장에 이런 온디맨드 생산 방식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레 베카 밍코프Rebecca Minkoff는 온디맨드 제조 업체인 레저넌스 컴퍼니 Resonance Company와 협력해 일부 라인을 온디맨드 방식으로 생산한다. 소비자가 옷을 주문하면, 도미니카 공화국에 위치한 '레지던스 공 장'에 클라우드로 디자인이 전송된다. 공장에서는 원단을 디지털 방 식으로 인쇄한 뒤 로봇을 이용해 패턴에 맞게 자른다. 재단된 원단은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미국 내 공장으로 보내져 바느질 해 옷으로 완성된다. 소비자가 주문한 옷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1~2주에 불과해 생산혁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가족 단위의 미세화, 가족 구조의 다양화와 함께, '외로움'과 '사회 적 고립'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도 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인적. 경제적·정신적 도움을 구할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데, 2022년 1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적 고립도는 34.1%로 2년 전 조사보다 6.4%p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은 고립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몸이 아플 때 집안 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27.2%를,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 대가 없다는 응답도 20.4%를 기록하며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18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개인의 가 치를 최우선시하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인간의 근원적 감정인 외로 움에 근간한 '고독사회'의 등장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 혼자가 더 편한 나노사회에서 반드시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기업 들의 고민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향후 기업은 나노사회 구성원 이 서로를 배려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 글로벌 IT 기업 '시스코'는 친절함을 베푼 직원을 시상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 다. 안내데스크 직원에서부터 시니어급 관리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친절직원으로 뽑힐 수 있으며, 선정된 직원에게는 약 100~1만 달러의 보상이 제공된다. 시스코의 이직률은 산업 평균의 절반 수준인데, 전문가들은 기업이 직원에게 "당신의 친절. 도움 . 협력의 가치를 인 정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직원의 조직 충성도를 높 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특임교수 는 최근 저서 『고립의 시대에서 '외로움의 경제 Loneliness economy' 개 념을 소개한 바 있다. 외로움의 경제는 사람들에게 타인 및 공동체와 의 연결을 제공하는 서비스. 제품을 기반으로 한 경제를 뜻한다. '외 로움'이 곧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는 동력이 된다는 사실은 우 리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의 슬픈 단면을 보여준다. 외로움 경제의 출현은 나노사회가 낳은 필수불가결한 현상이겠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를 발판 삼아 서로를 포용하는 배려사회로 진일보하기를 기대해본다.

- '배달 음식 끊기, 물 마시기, 침구 정리하기, 반려견과 산책하기, 멍 때리기' 익숙하고 사소한 일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코로나19 확산 이후 등장한 '갓생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라이프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 요건으로 주목받은 것들이다. 이런 일들의 공통점을 찾 아보면, 기본적인 자기계발의 면모와 함께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신 을 지켜내고자 하는 '자기 돌봄'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 로나19 의 주기적 유행이 지속되면서 혼자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불안해진 소비자들은 스스로 작 은 규칙과 반복된 습관을 만들며 자신을 방어해나갔다. 엔데믹 시대의 소비자는 크고 어려운 성공을 추구하기보다 작은 미션들을 하나씩 달성하며 슬기롭게 일상을 지켜냈다.

- 최근 식품 업계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식품군은 '화이트 미트White Meat'다. 닭·오리 · 칠면조 등의 가금류 고기와 광어나 대구 같은 흰살 생선 등을 지칭한다. 열량이 낮고 단백질이 풍부해 맛있으면서도 몸 에 좋은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슈퍼푸드로 알려진 칠면조 햄이 들 어간 터키 샌드위치부터 어묵바, 오리 바비큐에 이르기까지 종류 또 한 다채롭다. 즐기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제품들이다. 이처럼 플러스 요소를 갖춘 풍부한 식품으로 식단을 짜는 것도 헬시플레저를 추구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식단에 플러스할 수 있는 대장주 격 영양소인 단백질의 활용법이 달라졌다. 헬스 마니아들이 빠르게 운동 효과 를 보기 위해 섭취하는 분말 형태의 단백질 보충제가 음료 형태로 바 뀌면서 이를 아침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먹는 소비자들이 늘어났 다. 운동 전용 식품으로 여겨지던 단백질 관련 제품이 일상 속 가벼 운 먹거리로 진화한 것이다. 단백질 제품은 1세대 분말 형태에서 2세 대시리얼 바, 과자를 거쳐 3세대 즉석 음료로 진화해 꾸준히 성장 중이다.

- 많은 조직에서도 루틴이의 성실한 하루를 지원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사·조직 관리에서도 루틴이들의 업무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이들이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피드백 기반의 상시적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핵심 은 빠른 피드백과 구체적인 칭찬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원대한 목 표보다는 일상에서 성취하는 소소한 목표 달성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여 장기적이고 거대한 피드백 대신 오늘 한 일에 대해 분명하게 알아봐주고, 정확하게 현황을 언급하는 노력 이 중요하다.

- 2022년은 팬데믹과 위기 속에서 산업 전체가 길을 잃은 한 해였지 만, 그 결과 한국 사회는 경쟁과 개발을 쫓던 성장 논리 대신 '쉼'과 '돌아보기'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됐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찾아 스스로를 위로했다. 팍팍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과 정이 그동안 당연했던 삶의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한 계기가 된 것 이다. 가치의 변화는 사회의 모습을 바꾸고, 나아가 시장의 지형도를 바꾼다. 2023년은 팬데믹에서는 벗어나 회복 국면에 진입하겠지만, 동시에 경기 침체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 시장의 트렌드가 또 어떻게 바뀌고 그것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한층 더 촉각을 세워야 할 때다.

-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온라인 세계, 이를 현실과 잇는 방식, 그리 고 스토리와 서사로 무장한 세계관을 통해 구축된 내러티브는 모두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로 기능한다. 이렇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현대인의 욕망이자 결핍이기도 한 존재감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존재감을 갖추려면 그럴듯한 세계에 내가 존재 한다는 주관적 인지가 가장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야 한다. 그 장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안하고 팬덤을 만들며 내 삶의 이상향을 꿈꾸게 하는 '새로운 현 실'이다. 이곳에서 소비자는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통해 브랜드를 향 한 친밀함과 열정, 신뢰라는 로맨스의 완성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평균 실종 트렌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엄중하다. 평균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무난한 상품, 평범한 삶, 보통의 의견, 정상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정규분포로 상징 되는 기존의 대중mass 시장이 흔들리며,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 · 차별화·다양성이 필 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 일 것이다. 양극단의 방향성에서 한쪽으로 색깔을 확실히 하는 '양자택일' 전략, 소수 집단(때로는 단 한 명)에게 최적화된 효용을 제공하는 '초다극화' 전략, 마지막으로 경쟁 자들이 모방할 수 없는 생태계(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승자독식' 전략이다. 평범하면 죽 는다. 특별해야 한다. 평균을 뛰어넘는 남다른 치열함으로 새롭게 무장할 때 불황으로 침체된 시장에서 토끼처럼 뛰어오를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사회 역시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행정 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전체의 이념적인 양극화가 심화되지는 않았으 나, 양당에 대한 정서적인 양극화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커진 것으 로 보고됐다. 특히 20대 집단의 경우 전 영역에 걸쳐 성별에 따른 이 념 성향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우 려도 존재한다. 이는 단 한 표라도 더 득표한 후보자가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소선구제 선거제도 아래에서 거대 양당이 지지표를 결 집하기 위해 갈등을 부추기며 적대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무 관하지 않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들이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뉴스 와 의견만을 청취하게 만드는 '반향실(에코체임버)' 효과를 강화시키 면서 정치·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 평균적 사고는 세 가지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 첫째, 평균 점수 하 나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차원적 사고방식'에 빠질 수 있다. 개인이 지닌 수많은 특성은 서로 독립적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키와 손의 크기는 비례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러 측면을 고려해가며 입체적으 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정규분포를 기반으로 개인을 유형화 혹은 등급화하여 모든 것을 설명해내려는 '본질주의 사고'를 범할 수 있 다. 이는 MBTI 유형만으로 한 사람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려는 것에 빗댈 수 있는데, 사실 모든 사람은 맥락에 따라 달리 행동한다. 한여 성이 식당을 찾았을 때의 행동을 파악하는 데는 그가 20대 직장인 이라는 분류보다 그가 가족과 방문했는지, 아니면 혼자 방문했는지 를 살펴보는 맥락적 사고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셋째, 평균대로 살아 야 한다는 '규범적 사고'에 얽매일 수 있다. 평균은 상태를 기술할 뿐 그 과정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다.

- 사실 복지 확충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오피스 빅뱅을 체감하는 기업들은 인사팀과 별도로 직원들의 업무 환경과 복리후생 컨설팅을 담당하는 '피플팀'을 발 빠르게 신설하고 있다. 20년 전 구글이 하던 '일 문화'에 대한 고민이 국내 스타트업 및 대기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배 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는 '배민다운' 일이란 무엇인지 연구하고 조직 내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팀만 3~4개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을 다시 오피스로 불러들이기 위한 사무 공간 리노베이션 노력도 다양하다. 2022년 2월 잠실 롯데타워에 마련된 우아한형제들의 새로운 사무실 '더 큰집'은 '구성원들의 협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택근무도 잘할 수 있는 공간' 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다. 구성원들이 비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 '우물가'와 서울에서 벗어나 워크숍을 즐기는 듯 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룸인 '청평 같은 방'을 조성해 협업을 독려하고 있다. 나아가 화상회의 때 얼굴이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회의실에 직접조명을 없애고 테이블로 반사판 효과를 주도록 만드는 등의 세심한 디테일도 돋보인다. 
한편, 미국에서는 '레지머셜resimercial'이라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레지머셜은 주거 공간을 뜻하는 '레지던스residence'와 상업 공 간을 뜻하는 '커머셜 commercial'을 합친 신조어로, 말 그대로 사무실을 마치 집처럼 꾸미는 경향을 뜻한다. 재택근무 기간 동안 집에서 누린 편리한 업무 환경을 사무실에 재현해주겠다는 기업들의 새로운 사무 공간 전략이다.
문제는 최적의 업무 환경을 지원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택 과 사무실 근무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원하는 직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 근무 형태의 변화는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 '출퇴근'을 문화 인류학적 관점에서 다룬 책 『출퇴근의 역사』의 저자 이언 게이틀리 lan Gatley는 1854~1866년 런던에서 콜레라가 대유행하면서 많은 노 동자들이 가족과 함께할 깨끗한 주거 환경을 찾아 '탈도시'에 나섰 고, 마침 철도의 발전이 시작되면서 도시에서 30~4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교외에 집을 얻고 도시를 오가며 통근하는 현대적 의미의 출 퇴근이 탄생했다고 분석한다. 더불어 이때부터 근대적 의미의 '시간’ 개념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중세에는 아침을 배불리 먹고 오 후 3~4시쯤 디너 dinner를 즐겼는데 출퇴근을 시작하면서 런치 Lunch라 는 개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또한 출퇴근길에 읽기 적당한 분량으 로 소설의 장이 나뉘어지는 등, 새로운 풍속도가 탄생했다. 36
콜레라가 현대적 의미의 출퇴근을 탄생시킨 것처럼 팬데믹 또한 노동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철도로 통근을 하게 되면서 시간의 개념 이 바뀌고 각종 산업에 영향을 주었듯, 오피스 빅뱅은 일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자 와 조직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더 큰 연쇄적 빅뱅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혁명적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정책과 사회적 측면에서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지인과 연락하던 시절은 가고,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특 정 다수와 소통하는 시대가 왔다. 수단이 본질을 바꾼다. 소통의 매체가 진화하면서 관계 맺기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소수의 친구들과 진한 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예전의 '관계 맺기'라면, 요즘의 관계 맺기는 목적 기반으로 형성된 수많은 인간관계에 각종 색인 index을 뗐다 붙였다 하며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관계 관리'에 가깝다. 이제 현대인 의 인간관계는 "친하다/안 친하다"의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 선망하는 '인친'-함 께 덕질하는 '트친'-최신 뉴스를 알려주는 '페친'-동네에서 만나는 '실친'에 이르기까 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다. 이렇듯 요즘 인간관계는 여러 인덱스를 붙여 관리 되는 형태를 띤다는 점에 착안해 '인덱스 관계Index Relationship'라고 이름 붙이고자 한다. 인덱스 관계는 1 만들기, 2 분류하기, 3 관리하기의 3단계로 나뉜다. 먼저 관계만들기는 과거처럼 학연·지연 같은 인연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혹은 완전히 우연에 기대는 '랜덤' 방식으로 형성된다. 둘째, 이렇게 관계를 만들고 나면 그 친분을 분류한다. 서로 소통 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한 만큼 그 관계의 친소疏도 매우 복잡하다. 다시 말해 관계 의 중요도가 다차원적으로 구성되면서 관계의 '밀도'보다 '스펙트럼'이 중요해졌다. 마 지막은 관계를 관리하는 단계다. 분류된 관계에 붙여진 인덱스를 뗐다 붙였다 하기를 반복하며 관리해나간다.
개인주의화되는 '나노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사회생활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 꿔놓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가운데 관계 맺기의 양상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다.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인간관계'가 새로운 변화의 국면 을 맞고 있다. 이제 문제는 다양한 인덱스 관계가 사람들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사회에 서 우리가 어떻게 더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느냐다.

- 적재적소의 미디어 전략이 필요한 시점
TV·라디오·신문·잡지로 표현되던 4대 미디어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 셀 수 없이 많은 미디어가 공존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이 다양 한 미디어들을 그 특성에 맞게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매체 전략 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K-컬처 신드롬을 이끌 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자사의 세계관을 계속 확장해, K- 팝 팬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드는 프로슈머가 될 수 있는 무한한 '콘 텐츠 유니버스CU, Contents Universe'의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SM엔터테 인먼트의 CU에서 처음 선보인 혼합 영상을 '카우만CAWMA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카툰Cartoon . 애니메이션Animation. 웹툰Web-toon • 모션 그래픽 Motion graphic · 아바타Avatar. 노블Novel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다시 말해서 장르를 가로지르는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생산 및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디깅러의 몰입도를 높이고 싶다면 이처럼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 들며 끊임없이 즐길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2022년 8월, 카카오는 2021년 데뷔해 큰 인기를 끌었던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과 그 의 친구 춘식이로 구성된 '라춘듀오'의 컴백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들의 활동을 기다린 팬들에게 컴백 소식과 관련된 내용을 틱톡 • 유 튜브 · 인스타그램 · 트위터 등에 모두 공개했고, 각 플랫폼에 특화된 콘텐츠를 차례로 게시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극대화시켰다.  더불어 라춘듀오의 컴백 기념 행사는 MZ들의 최애 백화점인 더현대서울에 서 진행하고 인천공항을 배경으로 'K-팝 댄스 인천공항 편'을 제작 하기로 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보여 주었다

-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ques Lacan은 "일상이란 죽음으 로 가는 지루한 통로"라고 표현하며 지루함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은 비일상성으로, 일상에서 볼 수 없는 환상감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 한 바 있다. 소매의 종말이 예견되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간력에 주목해야 한다. 공간력은 하나의 테마와 컨셉을 통해 공간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고객의 환상을 현실공간에 구현하는 데에서 나온다.  공간의 죽음이 운위되는 가상의 시대, 공간이 공간만의 힘을 갖추려면 그 출발점이자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고객이어야 한다.

-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성장을 의미했다. 세 월의 더께가 앉으며 외모에는 연륜이 쌓이고, 조직에서는 직급이 올 라가며, 인간관계와 취향은 성숙해졌다. 말하자면, 자기 나이에 맞 는 '나이값'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생각이 흔들리고 있 다. 성숙이든, 성장이든, 연륜이든 "변하는 것은 싫다"고 말하는 사 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외모만 해도 그렇다. 연륜 있는 외모보다는 젊은 외모가 더 가치 있다. 연예인이나 외모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들 사이에서는 예전부터 어려 보이는 것이 중요하긴 했지만, 전문가 들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을 선호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곧 오 랜 경험을 상징하며, 그것은 그 사람의 권위와 실력으로 간주됐기 때 문이었다. 하지만 30대에 대기업 임원에 발탁되는 경우가 많아지면 서 더 이상 나이로 전문성이나 업무 실력을 판단할 수 없게 됐다. 이 제 젊은 외모는 자기 관리의 척도로 여겨진다. “도무지 나이를 가늠 할 수 없다"라는 감탄은 그만큼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 며, 어리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되고 있다.

- 미국에서 유행하는 밈 중에 'adulting is hard'라는 것이 있다. 의 역하자면 '어른 해 먹기 힘들다' 정도인데 스스로 빨래를 해보지 않 은 청년들이 세탁기 사용에 서툴러 고장을 낸다거나 용돈을 받아 써 온 탓에 매달 날아오는 고지서 처리가 얼마나 힘든지를 직접 납부해 보고서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빠르게 자립하여 가족을 부양하면서 도 힘든 내색 한 번 않는 것이 당연했던 세대에겐 이러한 모습이 철 부지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른이란 이러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기성세대만의 것일 수 있다.
고대부터 있었을 것 같은 '청춘'의 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에 서서히 형성됐고, 20 '중년' 역시 20세기 후반에야 탄생한 개념이 다. 전형적이라 생각했던 중년의 모습은 겨우 한두 세대가 겪었을 뿐인, 이 시대와 세대가 만나 빚어낸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과 한 책임감과 쓸데없는 체면 차리기 대신, '하루만 어른 안 할래' 같 은 밈을 공유하며 어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솔직하게 고충을 나누는 것도 '요즘어른'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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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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