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불황

사회 2023. 9. 15. 07:17

- 지역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1세기에서 12세 기에 기준온도(1960~1990년 평균 섭씨 16.5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 른 시기에 비해 약간 따뜻한 것을 볼 수 있다. 예전보다 온도가 0.5도 가량 올랐을 뿐인데 유럽에서는 먹을 것이 풍족해지면서 경제가 부흥하고 도시가 발달했으며 예술과 문화가 꽃피기 시작했다. 일부 학 자들은 이 시기를 르네상스의 태동기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0.5도가 가져온 풍요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4 세기 중반부터 지구의 온도는 다시 내려가기 시작해 19세기 초반까 지 기준 온도보다 낮아졌다. 온도가 최대 1도 낮았던 소빙기라고 불 리던 17세기에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약속이나 한 듯 세계 곳곳에서 식량 부족으로 인한 농민반란이 일어났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에서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왕 조실록을 살펴보면 1670~1671년(현종12~13년)에 경신대기근이 있 었으며 1695~1696년(숙종 21~22년)에 다시 을병대기근이 발생했다. 경신대기근 때 조선팔도 흉작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당시 조 선 인구의 5분의 1인 약 100만 명이 아사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20여 년 뒤 발생한 을병대기근 때도 100만 명이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조 선이 치른 가장 혹독한 전쟁인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최대 100만 명이 사망한 것을 감안하면 두 번의 대기근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조선의 평균기온은 이전보다 약 1.3도 낮았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유럽에서는 애꿎은 여성들이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었다. 사람들은 겨울이 유난히 추웠다거나 여름이 유난히 습해 흉작이 되면 그것을 마녀의 저주라고 생각했고 마녀로 의심되는 여자들을 잡아들여 고문하고 화형시켰다. 같은 시기에 중국의 장시성 지역은 수세기 동안 경작하던 오렌지 재배를 포기했으며, 멕시코 지역에서 융성했던 마야와 아스텍인들의 기록에 따르면 같은 기간에 기온이 낮아지고 가뭄이 들었다.

- 이상기후와 마녀사냥
유럽 지역에 번영을 가져왔던 중세 온난기와 마녀사냥이 유행하던 소빙기의 평균 온도 차이는 고작 섭씨 1도 정도 였다. 수백 년 사이에 평균 온도 1도가 변했을 뿐인데 가뭄, 홍수, 냉해가 발생하면서 유럽은 풍요와 혼돈을 오갔고 중국의 장시성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즐겨먹던 오렌지를 포기해야 했다. 마야인들은 가뭄으로 인해 고산지대에 구축해놓은 삶의 터전을 버리고 평야로 내려와야 했다.
몇 백 년 전에 일어났던 이런 기후변화의 발생 메커니즘을 설명하 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몇 가지 유력한 설이 있다.
우선 13세기 소빙하기의 시작을 만든 중요한 사건으로 인도네시아 에서 두 번째로 높은 린자니Rinjani 화산의 대폭발을 들 수 있다. 이 화 산이 폭발하면서 많은 양의 황산미세먼지가 성층권까지 퍼져나갔고 이로 인해 지구로 도달하는 햇빛이 차단돼 지구의 대기 온도가 낮아 졌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벌어진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 또한 흑사병으로 갑작스레 인구가 줄어든 것도 지구 대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347년에 유럽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흑사병 이 창궐하며 유럽 인구의 최소 30퍼센트에서 최대 60퍼센트가 사망 했다. 이 여파로 당시 4억 5,000만에 달하던 세계 인구는 수십 년 만 에 3억 5,000만 수준으로 떨어져 농업활동을 축소시켰다. 급격한 농 업 인구의 감소로 숲이 다시 울창해지자 광합성이 활발해졌고 이 과 정에서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이산화탄소가 흡수돼 지구 온도가 낮 아졌다는 것이다.
끔찍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난 2,000년 사이 에 지구의 온도는 1도 정도를 오르내리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 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인류는 살아남아 번영을 구가했고 전 세계 인구는 70억까지 늘어났다.
- '지구 살리기'에 필요한 처방을 담은 책을 두 차례나 내놓은 러브 록 박사는 2006년에는 《우리는 아직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책으로 행동을 촉구했다. 하지만 3년 후에 이 노학자는 다섯 번째 가 이아 책 《사라지는 가이아의 얼굴》에서 '마지막 경고: 남은 시간이나 즐겨라A Final Warning: Enjoy It While You Can' 라는 섬뜩한 부제를 달았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도 지구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섭씨 5~6도 더 오를 것이고 전 세계 인구는 현재 70억 수준에서 10억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 런 세상이 되면 우리는 그나마도 생존이 가능한 극지방에서 근근이 살아남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종말론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2008년 인터뷰에서 "2040년이 되면 사하라 사막이 중부 유럽까지 확장되어 파리, 베를린도 사막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가 하면, 2010년에는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사회도 전시에는 민주주 의를 잠시 내려놔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내 생각에는 기후변화는 전 쟁과 같은 수준의 심각한 이슈다. 어쩌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민주 주의를 잠시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만 2012년에 본인이 지나치게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 같다며 기존 의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서서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사태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천천히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 2010년에는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사회도 전시에는 민주주의를 잠시 내려놔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내 생각에는 기후변화는 전 쟁과 같은 수준의 심각한 이슈다. 어쩌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민주 주의를 잠시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만 2012년에 본인이 지나치게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 같다며 기존 의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서서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사태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천천히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 450ppm에서 멈추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판에 350ppm으로 돌 려야 한다는 핸슨 박사의 업데이트된 결론은 기후변화 해결을 주장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너무 과격해서 정 치·사회적으로 해결책을 도출하기 불가능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 러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50ppm이 되도록 줄여야 한다는 과학적 결론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두 제임스는 과학자이지 정치인도 언론인도 아니다. 그러나 우수 한 과학자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이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에 관해 '과격한' 주장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한동안 '왕따'를 당했다. 다행히 빌 게이츠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 두 과학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등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러브록 박사와 핸슨 박사의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을 주장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걱정스러운 사실은 이 두 제임스만큼 지구온난화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왔고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구를 지금 같이 많은 사람이 지금처럼 살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건 이미 글러먹었다'는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실질 적인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 《기후대전>을 발표한 이래로 귄 다이어 박사는 기후변화와 관련 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는데 2013년 9월, 사람들이 북극해 대량 메탄 방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가속화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점 을 지적하는 <바보야, 문제는 피드백 효과야 It's the feedbacks, stupid>를 발표했다. 인간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도를 1~2도 정 도만 올려도 6도 상승의 방아쇠가 당겨진다는 사실을 좀 더 널리 알 려야 한다는 의도가 담긴 글이다. 이 글은 예전보다는 좀 더 비관적 인 느낌이 든다. 1943년생인 귄 다이어 박사가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 한 본인의 '희망적인' 전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산불 때문에 소방관이 죽고 집이 불타는 것은 얼핏 개인의 피해나 지역의 피해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대형 화재의 빈번한 발생은 국 가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 실제로 미 연방정부는 1990년대 화재진압 에 평균 10억 달러(1조 원)를 사용했으나 2002년 이후부터는 그 액수 가 연간 30억 달러(3조 원)를 넘어섰다.
산불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산 속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다. 예컨대, 미국 국립공원에서 1킬로미터 이내에 지어진 집이 1940년대에는 50만 가구 정도였으나 2012년에는 180만 가구로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국립공원과 1킬로 미터 이상 떨어져 있지만 국유림 경계지역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약 120만 가구의 집이 이미 지어졌다. 이런 변화로 소방관들은 산불 진 압은 뒤로 미루고 우선 사람을 구하고 집이 불타는 것을 막기 위해 예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조사에 따르면 화재 진압 비용의 최소 50퍼센트에서 최대 95퍼센트를 건물을 보호하는 데 쓰 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야말로 산불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데 불길 자체를 잡는 데 들어가는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연방정부가 국유럽도 관리 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지불하다보니 아이러니하 게도 국유림 주변의 개발에 대한 허가권을 갖는 지방정부는 계속 산 불 위험지역에 개발 허가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점점 더 많 은 재산과 인명이 위험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서부의 토지 개발과 관리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된 헤드워터 이코노믹스연구소Headwater Economics 소장인 레이 레이커 박사는 이 런 현상이 심해지면서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 했다.
- "아직은 국유림 주변의 84퍼센트가 미개발되어 있다. 현재 화재진 압에 지출되고 있는 비용이 높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더 깜짝 놀랄 일이 많아질 것이다. 산불은 예전보다 그 규모가 두 배 더 크고 그만큼 더 오래 탄다. 앞으로 관련 비용도 같은 비율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2012년 12월에미 삼림청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50년 에는 미국에서 매년 화재로 피해를 보는 숲의 면적이 현재 두 배로 늘 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 좋고 물 좋은 국유림 주변에 집을 짓는 사람 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레이 레이커 소장의 경고처럼 화재진압 비용이 점점 더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굶주려가는 세계
1869년 미국 서부와 동부를 잇는 첫 번째 대륙횡단철로가 건설되자 미국 정부는 대평원 지대에 정착을 원하는 사람 들에게 160에이커의 땅을 무상으로 할당하기 시작했다. 네브라스카 주의 경우 정착민 1인당 640에이커를 지원했고 다른 지역도 320에이 커를 무상으로 나눠줬다. 당시는 마침 미국 대평원 지역에 강수량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부동산 업자들은 "쟁기 가는 곳에 비 따른다Rain follows the plow"라는 문구로 광고를 하면서 가뭄 걱정하지 말고 정착 해 살 것을 권유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대평원에 정착해 소를 방 목하고 밀을 심었다.
- 하지만 1930년대에 4년간에 걸쳐 장기간의 가뭄이 들면서 강수량 이 뚝 떨어졌다. 잦은 경작으로 척박해진 토양은 모래처럼 변하게 되 었다. 거기다 강한 태풍까지 자주 발생해 거대한 모래폭풍을 일으켜 미국 전역을 덮치는 '미국판 황사'가 빈발했다. 마침 미국은 대공황 이 닥쳐 경기가 나빴는데 대평원의 몇몇 주에 살던 약 250만 명의 주 민은 모래폭풍으로 집이 부서지고 농기계가 모래 속에 파묻히는 피 해를 입자 고향인 대평원을 떠나 캘리포니아 등 서부로 이주했다. 이 숫자는 1849년에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대규모의 이주가 있었던 골드러시 Gold Rush 당시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다.
- 미국 전체가 흙먼지에 휩싸인 것 같다는 의미로 더스트볼Dust Bowel 이라고 명명된 이 현상은 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자연재해로 알려 져 있는데 실제로는 과도한 경작으로 발생한 인재이기도 하다. 이때 경작에 필수요소인 비옥한 겉흙의 75퍼센트가 손실되었다. 당시 토양 유실의 영향으로 발전된 농업기법이 보급된 지금도 대평원 지역의 농 업생산성은 초창기에 비해 여전히 75퍼센트에 그치는 수준이다.
더스트볼 사태로 망가지기는 했지만 미국 대평원에서 식량이 생산 되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총 식량 생산량은 급격히 늘어났다. 새로운 농업기술의 보급으로 세계 각지의 식량 생산도 동시에 늘어났다. 우 리나라가 배고픔에서 벗어나던 1980년대부터는 전 세계 곡물재고 율이 연간소비량 대비 25퍼센트 이상을 유지했다. 이는 전 세계 인구가 3개월을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비축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에 최대 32퍼센트까지 상승했던 주요 수출국의 곡물재고율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해 다시 20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량 기준으로 당시 동향을 살펴보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한 반면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2005, 2006, 2010, 2012년에 연달아 나타났다. 2012년 기준 주요 수출국의 식량재고량은 역대 최저 수준인 1억 톤 이하로, 재고율은 17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전 세계가 두 달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 미국의 옥수수 농사가 망하면 한국의 달걀 가격이 오른다
우리나라는 식량의 70퍼센트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특히 가축 사료는 거의 전적으로 미국산 옥수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 대평원에 가뭄이 들면 축산품의 가격이 요동친다. 2013년 1월 다 국적 기업인 카길퓨리나가 소사료 가격을 1킬로그램당 13.5원 올렸 다. 소사료 원료가격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옥수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의 횡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우리나라 농협 관계 자들은 곡물가격 상승을 반영했을 때 20~30퍼센트 이상 가격을 인 상해야 수지가 맞다며 조만간 추가인상이 있을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2013년 봄에는 닭 사육 농가들이 지난해에 비해 10퍼센트나 오른 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500만 마리의 닭을 햄이나 고기용으로 팔았다. 이는 계란 공급을 축소시켜 특란의 고시가격이 한 달 만에 50 퍼센트 급등했다. 이상기후로 미국이 옥수수 농사를 망치면 우리나라의 달걀가격이 뛰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 기후변화가 심화될 경우 국내 쌀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자 우리나라에서 쌀을 이모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기대하 고 있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 어 일부 지역에서 이모작이 가능해지더라도 병충해가 심해져 실제로 생산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주요 쌀 수출국인 태국, 베트남 지역의 쌀 생산량도 기온이 상승하면 꾸준히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벼는 더운 곳에 서 잘 자라지만 여느 식물과 마찬가지로 가장 잘 자라는 적정 온도가 정해져 있다. 사람도 임신했을 때 훨씬 민감해지듯이 벼도 열매를 맺을 때 가장 민감해진다. 벼는 자가수분으로 열매를 맺는데 그 시기 에 39도가 넘는 폭염이 3~4일만 계속돼도 제대로 수분이 이루어지 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이미 기후여건상 쌀농사가 가능 한 지역에서 최대한 경작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 지역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벼를 주식으로 소비하는 국가들은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 중국 탄광의 95퍼센트는 지하탄광인데 1톤의 석탄을 캐내는 과정 에서 약 2.3톤의 물이 사용된다. 과열된 장비를 식히고 먼지를 가라앉 히기 위해 사용되는 물이 1톤가량 된다. 게다가 광산 근처에 지하수 가 있으면 광산으로 유입될 위험이 있어 펌프로 전부 퍼내버린다. 이 렇게 퍼내어 버려지는 지하수의 양만 해도 석탄 1톤당 1.03톤에 달한 다. 이렇게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소비하다 보니 지하수를 이용해 농 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지역주민과 석탄광산업자 사이에 갈등 이 커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에서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물의 양은 석탄 채취에 들어가는 양(65억 톤)의 12배가 넘는 786억 톤에 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농사짓고 마실 물이 먼저냐 석 탄채굴이 먼저냐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 인류는 땅속 깊이 숨겨져 있던 자원을 끄집어내 사용하는 행동이 어떻게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초래했는지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발전을 했 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이성적으로 이해하 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도로는 진화하지 못했다.
- 주류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여러 이론은 나름대로 논리적이고 특정 한 상황에서 쓸모가 있다. 높은 할인율의 적용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투자를 결정할 때는 유용하다. 하지만 높은 할인율이라는 장치로 인해 미래에 기후변화가 가져올 피해, 즉 우리 세대는 물론이 고 우리의 손자 세대가 입게 될 피해는 편익 분석에서 너무 낮게 평가 되고 있다.
- 쿠즈네츠 박사는 1934년 GDP라는 지수를 처음으로 제안한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자세한 경고문구를 넣었다.
"국가총수입을 가늠하는 지표로 GDP를 사용할 때 여러 조건을 감 안해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이 지표를 국가경제의 건전성welfare 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이를 깊이 파고들고자 하는 사람 들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 주의해야 한다. 우선 국가 수입이 각 개인에 게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를 알기 전에는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제 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수입 측정에 있어 수입을 얻기 위해 투입된 노 력이 얼마나 강한 노동을 요구했고 불쾌함을 감수했는지에 대한 조 사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본 보고서가 제안한 GDP는 국가의 부와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수로서는 대단히 부적절하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도 GDP가 명실공히 국가의 경제성장을 가늠하 는 유일한 지수로 자리 잡게 되자 쿠즈네츠 박사는 다시 한 번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의 차이, 비용과 편익, 단기적 성장과 장기적 성장의 차이는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경제성장은 어떤 부분의 성장을 무엇을 위해 하는지를 확실하게 한 상태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말 로 아무 구분 없이 모든 경제활동을 뭉뚱그려놓은 GDP라는 지수가 모든 다른 지수를 능가하는 경제지표가 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인 프랑크 쇼스탁Frank Shostak은 GDP는 실제 경제생활과 연관성이 없는 추상적 인 경제분석 지표라고 비난했다. 그는 GDP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GDP라는 틀은 특정 기간에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가 실제적인 부 의 증가로 나타난 것인지, 단순히 자본을 소비해 만들어진 것인지 구 분해주지 않는다. 예컨대, 정부가 국민의 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드는 공사를 시작한다면 GDP는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국가가 피라미드 건설에 투입한 돈은 더 생산적인 다른 일에 투입될 수 있었던 돈이며 따라서 피라미드 건설은 실제로는 국가경제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 기업들은 항상 주장한다. 규제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환경도 보호 하고 사회에 공헌도 하겠다고. 하지만 기업은 생리적으로 법적 책임 이상을 지려 하지 않는다. 비용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의 자발적 선언 을 믿고 규제 도입을 늦춘 경우 백이면 백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꼭 기업이 나빠서라기보다 회사의 생리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런 생리 를 가진 조직이 기후변화라는 장기적인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기업은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좋은 이미지를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제도의 틀 안에 서 움직이는 이익단체다. 엄격한 규제로 제어하거나 강력한 인센티브로 유도하지 않는 한 기후변화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는 달라질 수 없다.

- 콜레라 사태가 진정된 후 런던 시는 브로드 스트리트 펌프에 다시 핸들을 달아 사용할 수 있게 했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스노 박사에 의해 발견된 콜 레라 전염 경로에 따르면 인간의 배설 물은 물을 통해 다시 입으로 들어간다. 런던 시는 이 사실이 알려지면 시민들 이 런던의 상하수도 시설을 개선하라 는 집단 항의를 할지도 모른다고 판단 했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마치 그런 사실이 없었던 것처럼 펌프에 밸브를 달아서 시민들을 다시 생명의 위협에 노출시켰다. 21세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나타내는 반응도 19세 기 런던 시 관계자가 보였던 것과 비슷하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 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낙농업이 이런 문제를 유발한다는 '진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대부분 의 사람들은 이 문제가 대단치 않은 것처럼 생각하며 이전에 하던 대 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콜레라 전염이 다소 진 정될때까지 브로드 스트리트의 펌프를 폐쇄했듯이 최소한 사태가 진 정될 때까지만이라도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화 석연료를 전과 다름없이 사용하고 있다.

- 석탄화력발소라는 도박
이렇게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값싼 전기를 사용해 국가와 기업 이 얻은 경제성은 과연 얼마나 탄탄한가?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사회이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경제성은 얼마나 탄탄할까? 태양광발전 시설은 일단 설치하고 나면 경제성에 큰 변화가 없다. 변수는 구름이 대폭 늘어나 햇빛이 들 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전기요금이 급격하게 내려가 상대적으로 태양광 패널로 만든 전기의 가치가 떨어지는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인류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 는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마당에 앞으로 30~40년을 높은 가동률로 운영해야 투자비를 뽑을 수 있는 석탄화 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도박이다.
그것이 도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선 앞으로 석탄 가격이 요동 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적자를 보고 있는 이유도 석탄, 천연가스의 가격은 상승했는데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 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 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면서 탄소 배출량에 따른 패널티 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화력발전소는 천연가 스발전, 태양광발전 등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생 산한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의 제품에 탄소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 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 에 없다. 게다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석탄화력을 이용한 전기로 공장을 돌려 만든 제품은 태양광, 풍력 등을 높은 비율로 사용하는 독일 같은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에 비해 좋은 이미 지를 가질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전기를 단순히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 해산업을 지원한다는 지금의 논리는 그 타당성을 의심받게 된다. 국제사회의 이런 변화에 부딪혀 나중에 부랴부랴 재생에너지 시설 을 짓는다고 해도 그땐 이미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재생에너지 시설 을 충분히 가동하려면 30년 이상을 내다보고 지은 기존 화석연료 발 전소의 사용한도 출력을 낮춰야 하는데 이는 곧 막대한 손실로 이어 지기 때문이다.
- 자동차 엔진도 가장 최적의 연비를 내는 구간이 있듯이 발전소도 거의 최대로 발전했을 때 효율이 가장 좋고 그렇게 지 속적으로 가동해야 경제성이 있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발전소가 늘 어나면 어쩔 수 없이 기존 발전소는 가동률을 낮춰야 하고 높은 가동 률을 생각하고 투자한 시설은 결국 손해를 보는 시설이 되어버린다. 원자력 시설도 잘 관리되어 연간 90퍼센트 이상 가동되면 많은 이익 이 발생하지만 사고나 점검으로 연간 70~80퍼센트로 가동률이 떨어 지면 본전이거나 손해가 나기도 한다. 발전소의 가동률은 그만큼 중요하다. 아무리 첨단시설이라도 놀고 있는 시설은 돈 까먹는 애물단 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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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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