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지원법'과 '칩4 반도체 동맹'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다거나 대중국 수출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표면적으로 명시된 문 구는 없다. 하지만 세계가 다 안다. 미국은 4개국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굳건히 해서 중국 반도체 제조 능력 발전을 억제하고, 중 국 미래첨단 산업의 발전을 방해하여 패권전쟁에서 유리한 고지 를 장악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는 러시아도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지원법'의 수혜를 받으려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최소 10년간 28nm(나노미터, 10억분 의 1m) 이하의 반도체를 중국에서 만들 수 없는 것 등의 부칙 준수 가 필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중국과 미국에 모두 공장이 있다. 미국 보조금을 받게 되면 당장 중국 현지 공장 설비 보수와 공정 향상에 제동이 걸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각각 낸 드 생산 능력의 38%, D램 생산 능력의 44%가 있다" 중국 내 공 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 다른 곳에 중복투자를 해야 한다.
- 1950년대에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고 전쟁을 했다. 하지만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부상하자 양국은 1979년 1월에 정식으로 수교하고 군사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1979년 12월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중국에 비살상무기를 수출할 정도로 급격히 가까워졌다. 1990년대에 미 국은 중국의 과감한 개혁개방정책 추진을 적극 지지하면서 미국의 시장을 열어주었다. 중국도 미국 국채의 최대 고객이 되면서 양국 의 밀월관계는 경제, 금융으로까지 범위가 확장되었다. 중국과 미 국을 마치 한 몸처럼 부르는 '차이메리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굳건하던 미국과 중국의 상호신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미국의 위상에 균열이 가는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2001년 9월 11일에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 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가 미국의 경제·군사·정치의 심장인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국방부,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겨냥한 비행기 테러를 감행했다. 일본의 진주만 습격과 맞먹는 충 격적인 사건이었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경제도 휘청거렸다.
테러 공포에 빠진 미국은 북한. 이라크·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2003년 3월에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WMD를 제조하 고, 알카에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벌였다. 절대우세인 군사력을 앞세워 독재자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몰아내고 26일 만 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UN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국 제사회 대부분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무모한 전쟁으로 판단했 다. 미국이 내세운 명분은 근거가 부족하고 확실한 증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의 국제적 신뢰는 금이 갔고 중동에서 불신과 반대 목소 리가 커졌다. 미국 내부에서도 문제가 일어났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사회라는 비수가 미국 경제의 폐부를 깊숙이 찌르고 있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막대한 달러를 찍어냈고, 침몰하는 미국 내수시장을 부양하기 위해서도 돈을 풀었다.
그 결과, 2008년에 미국 부동산 시장이 한순간에 붕괴했고 신 용도가 하락했다. 고용시장은 충격에 빠졌고(실업률 10%), 미국 정 부의 부채는 상한선을 넘기기를 반복했다. 이런 미국을 예전처럼 신뢰할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미국 역시 자신들의 제국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때 중국이 오랫동안 감춰온 야심을 드러내며 미국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2009년 1월에 있었던 다보스 포럼에서 당시 중국 총리였던 원자바오는 미국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글로벌 위기의 원인은 미국의 지속 불가능한 경제성장 모델에 있다. 미 국 정부는 부적절한 거시경제 정책을 고수했고,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낮춰 돈을 뿌려댔고, 미국 가계는 낮은 저축률과 과소비에 빠졌 다. 이런 수준의 미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더는 미국의 국채를 마음 놓고 사기 어렵다. IMF가 달러 발행국인 미국에 대한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이 기회에 달러보다 좀 더 신뢰할 만한 제1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한다.
- 2009년 3월에 당시 중국인민은행 총재였던 저우샤오촨은 "특 별인출권 SDR: Special Drawing Rights (1969년에 IMF가 구축)이 초국가 적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라고 거들었다. 2010년 당시 중국의 국 가주석이었던 후진타오는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는 뜻의 '돌 돌핍인'을 외치며 미국에 전면적인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2010년에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달러를 대체할) 글 로벌 기축통화 메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공공연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 2008년에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고 허우적거리자 푸틴은 미국 경제를 공격하는 중국을 거들었다. 푸틴은 미국 정부와 월가 투자 은행들이 영광을 잃고 경제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자기 이익을 차리는 데만 급급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각국이 외화보유액을 달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세계 경제의 위험요소라고 지적 하며 미국을 공격했다.
러시아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2014년 3월에 러시아는 소 치 동계올림픽이 진행되는 도중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 으로 병합해서 미국을 또다시 당혹하게 만들었다. 오바마 행정 부는 러시아에 즉각적인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중국과 손을 잡 은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힘을 계속 키워갔다. 급기야 <포브스>는 2015년에 세계 권력자 순위 1위로 푸틴을 지목했고, 메르켈이 2위, 오바마가 3위로 밀려났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러시아를 주적으로 규정하 고 날을 세웠다. 2021년 12월 연말 기자회견에서 푸틴은 2007년 뮌헨 연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동유럽 5개국이 NATO에 가입한 것과 1991년에 미국과 유럽이 소련을 해체하고 소련 영토 를 12조각으로 분리한 것에 대해 성토했다. 그리고 2022년 3월에 NATO 가입을 추진하는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했다. 당연히 이 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 양국 간의 불신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 미국이 셰일 생산을 늘리고 원유 수출 규제를 풀어 잉여 공급 랑을 아시아와 유럽에 팔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진 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 은 2014~2015년경에 채산성이 배럴당 70달러에 달했던 미국 셰 일오일의 붕괴를 목적으로 원유 가격 하락을 용인했다.
2015년 12월에 국제 유가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하 락하면서 배럴당 30달러 선이 붕괴되었다. 하지만 기술이 빠르 게 발전하면서 채굴비용도 계속 내려갔다. 셰일에너지 기업들은 채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 기술 과 모래와 화학첨가물을 섞은 물을 강한 압력으로 분사하여 천연 가스와 원유를 분리하는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기술로 혁신 을 거듭하며 채굴비용을 낮췄다. 전통 유전이 승인에서 시까지 3~5년이 걸리는 데 반해, 셰일 유전은 승인에 6개월, 시추에서 생 산까지는 1~2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치밀한 분석을 통해 경제 성이 높은 유전인 스윗 스폿sweet spot을 찾아내는 확률도 높였다. 유가가 하락하면 시추를 잠시 멈췄다가 유가가 반등하면 곧바로 시추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추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여 미국 셰일업계는 텍사스주, 뉴멕시코주의 셰일 유전을 중심으로 배럴당 30달러 선에서도 투자 수익이 나는 수준으로 비용 절감에 성 공했다.
국제 원유 가격이 내려가도 미국의 석유 공급량이 줄지 않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 다는 부담 때문에 공급량을 줄이지 못했다. 1980년대에 북해 유전 이 발견되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유가가 하락하자, 감산으로 가격 하락을 막으려다 재정 적자만 키 웠던 뼈아픈 실패 경험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적자를 회복 하는 데 16년이 걸렸고 시장 점유율도 크게 떨어졌다.
- 공급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국제 수요는 거꾸로 움직였다. 시간이 갈수록 연료 효율이 개선되고 유럽에서는 천연가스로 에너지 수요가 대체되면서 석유 자체 수요가 줄었다. 2016년에 정권을 잡은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협약 탈퇴나 석유산업 증진을 위한 각 종 규제 철폐와 지원, 에너지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 등으로 미국 과 OPEC 간의 에너지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부근까지 폭락하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의 타격은 더욱 극심했다. 물론 미국 셰일 에너지 회사도 200개 넘게 파산했다. 하지만 미국은 다른 영역에서 만회할 수 있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미국 내 제조업의 생산 원가를 낮추어 경 쟁력 회복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자 수입 물가 부담도 낮아지면서 미국의 소비도 탄탄하게 유지되었다. 셰 일 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졌지만 미국의 세계 1위 석유 생산국 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반면 OPEC 회원국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출혈을 감 수하면서 4천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재정 상태가 악화 되었다. 2015년 현재 알제리, 바레인, 리비아, 예멘 등은 정부 예 산 균형 유지에 필요한 유가가 배럴당 100~160달러였다. 이들에 게 배럴당 30달러 유가는 재앙이었다.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오 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등에서는 60~100달러 가정부 예산 균형에 필요한 유가였다.

-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완료한 다음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아프간 전쟁 종료의 의미를 "다른 나라들을 재건하려는 중대한 군사작전 시대의 종료"라고 규정했 다. 겉으로는 미국이 앞으로는 군사력으로 중동을 비롯한 타국에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이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었다. 하지만 속내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하여 중동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졌다는 말이다. '국익 없는 지역, 국익 없는 전쟁'에서 발을 빼겠다는 속내다.
- 셰일 혁명 이후에 미국의 가스 생산은 8배, 원유 생산은 19배증가했다. 셰일가스의 경우는 미국 전체가 최소 100년은 쓸 수 있 는 양이 매장되어 있다. 과거에 미국은 중동 원유의 안정적 수급 을 위해 2개의 항모전단을 운영했다. 미국이 중동 안보를 위해 매년 지출한 비용만 3천억 달러에 육박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석유가치가 다한 중동은 아프리카와 다름없었다. 에너지 자급 및 안보가 확보되자 미국은 중동에 퍼붓는 비용을 줄이고 대중국 견제에 힘을 쏟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내린 최악의 판단착오였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에 불신을 싹트게 만든 한 가지 경 솔한 외교는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빈 살만 왕 세자를 공개적으로 망신 준 사건이다.
- 트럼프의 재선을 막고 정권을 탈환한 바이든과 민주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대놓고 홀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11월 대선 토론회에서 카슈끄지 사건을 꺼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가 를 치르게 하겠다. 국제적으로 왕따pariah를 하겠다"는 강경 발언 도 서슴지 않았다. 2021년 초에 바이든 행정부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다시 들추면서, 앞으로 미국이 무조건적인 친사우디아라 비아 정책을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이 인 플레이션으로 다급해지기 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는 통화를 했지만 빈 살만 왕세자와는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격을 낮춰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에게 왕세자의 상대 역할을 맡겼다. 왕세자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사우디아라비아 무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 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 패권을 겨루는 이란 과 핵합의를 복원하여 에너지 시장 안정과 중동 정세의 균형을 유 지시키려 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친이란 관계에 있는 예 멘 후티 반군을 테러조직 명단에서 해제했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 아라비아 본토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1,300회 넘게 벌인 단체 다. 인도주의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심기는 매 우 불편해졌고 미국을 향한 신뢰는 추락했다.
- 대러시아 제재 발효 이후에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로 부상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러시아산 원유는 하루 평균 198만 배럴로 늘어났다. 전쟁 발발 직전에는 하루 평균 60만 배럴이었다. 인도도 전쟁 직전 하루 2만 5천 배럴 수입에서 10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4~5개월이 지난 뒤에도 유 럽 국가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늘어났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중해를 통한 유럽으로의 원유 유입이 상 당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쟁 직전 하루 평균 125만 배럴이었던 수입 규모가 표면적으로는 45만 배럴로 감소했다. 하지만 실제로 는 하루 184만 배럴의 원유가 지중해를 통해 유럽 각지의 정유사 들로 들어왔다.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조치에 비협조적인 튀르키 예나 불가리아 등의 나라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해서 유럽 각 지로 보내는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불가리아의 경우에는 러 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전쟁 직전보다 2.5배 증가했다.

- EU의 분열을 가속화할 외세 침입 세력은 어디일까? 침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던 독일은 EU 회원국으로 '포 섭'됐다. 남은 나라는 러시아뿐이다. 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을 '전쟁의 시대'로 몰아넣은 시발점이라고 평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러시아와 NATO의 군사적 충돌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것은 유럽에 외세 침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유럽이 직면한 전쟁은 3가지다. 바로 에너지, 경제, 핵 전쟁 이다. 에너지전쟁과 경제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핵전쟁은 언제 든지 발발 가능한 상태다. 앞으로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NATO와 러시아가 충돌하는 유럽, 중국과 러시아와 미국이 충돌하는 남중국해다. (의외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 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 KGB 출신인 푸틴은 군사작전을 과감하게 수행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스탈린이나 소련의 지도자들과는 다른 점도 있다. 현재 세계를 이념이 아닌 지정학적 관점과 경제패권의 시각으로 본다." 따라서 러시아는 해체된 소련의 회원국을 흡수하기 위해 자원의 지원과 경제적 지원 등을 전면에 내세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미래 경제를 좌우할 핵심 자원인 에너지와 산업용 광물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적 전 쟁이 푸틴의 유일한 전략이라고 오해되는 경향이 있다. 실상은 그 렇지 않다. 2011년 10월에 푸틴은 유라시아 연합EAU: Eurasian Union 을 주창하면서 유로존이 통합되기 전 단계처럼 러시아가 중심이 되는 단일경제공동체를 출범시켰고 소련에 속해 있던 지역 대부 분을 가입시켰다. 경제판 소련의 부활이었다. 
푸틴의 단일경제공동체 전략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견제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중국으로 하여금 에너지 수출을 매개로 유럽에서 러시아의 행보와 영향력 확대를 지지하게 만들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유럽은 2개의 경제블록으로 재 편된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1그룹과 러시아와 유로존에서 내쳐 진 2그룹이 러시아와 연대하는 경제블록이다. 1그룹 내에서의 역 학 관계도 달라진다. 1그룹의 핵심 국가가 될 독일과 프랑스는 전 통적으로 경쟁자 관계다. 유로존이 둘로 완전히 쪼개지고 2그룹이 러시아와 손을 잡고 새로운 경제공동체를 만들면, 프랑스가 상대 적으로 독일보다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된다. 프랑스는 이탈 리아와 스페인 등 2그룹에 막대한 부채를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유럽 경제의 주도권을 독일에 빼앗기면, 영국과의 관계 개선에 들어갈 것이다.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은 경제 분야에서 이념적 냉전 상태에 빠질 것이다.
- 러시아와 중국, 넓게는 독일까지를 포함한 '사회민주의적 자본주의'를 한 축으로 하고 다른 한 축은 미국과 영국, 넓게는 프랑스까지를 포함한 금융위기를 거친 뒤 개량되어 나온 '개량 자본주의'가 맞서는 대립 체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노련한 국 제정세 분석가이자 미래예측 전문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앞으로 다가올 세계에서는 놀라운 동맹이 형성되고 예상치 못한 긴장이 전개되며 특정한 경제 조류가 융성하거나 쇠퇴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 필자의 예측으로는 다가오는 자산시장 대학살은 주식, 채권, 부동산, 암호화폐 시장이 일시에 무너지는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 서 자산 손실의 영향이 경제활동을 하는 전 세대에 미칠 것이다.
자산별 붕괴 수준을 세부적으로 예측해보면, 채권시장은 예 전과 대동소이할 것이고, 주식시장은 나스닥이 가장 큰 붕괴(닷컴 버블형)를 맞을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자산들 중에서 낙폭이 가 장 클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2022년 최고점 대비 다 우지수는 40~50%, 나스닥은 50~70%, 암호화폐 시장은 최소 90% 에서 최대 99%까지 폭락할 것이다. 자산별로 붕괴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실물경기 침체 영역과 대상도 각기 다를 것이다.
나스닥과 암호화폐의 붕괴 정도가 가장 큼에 따라 비교적 젊 은 세대의 자산 손실이 심할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좀비기업과 스타트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정크본드가 말 그대로 휴 지 조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업률 상승은 과거 경제위기보다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충격은 2008년보다 는 약할 것으로 전망되는바 소비침체는 닷컴버블과 서브프라임 사태의 중간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률이 30~ 5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기 대침체 기간은 최소 2~3년 은 갈 것이다. 이 정도 충격은 미국 투자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50년 만에 한 번 정도 오는 역대급 자산시장 대학살과 경제 충격이 다. 참고로, '다가오는 자산시장 대학살에 대한 자세한 시나리오는 필자의 다른 저서 《한국, 위대한 반격의 시간》을 참고하라.
미국 시장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유럽, 한국 시장 등 전세 계시장 대부분이 이 위기를 피할 수 없다. 곳곳에서 기업과 국민 들의 통곡과 한탄의 소리가 날 것이다. 금융투자 시장과 실물경제 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면, 패권전쟁의 한복판으로 휩쓸려 들 어가는 미국, 중국, 유럽, 러시아 정부 모두를 급하게 만들 것이다. 급해질수록 당황하고, 당황할수록 잘못된 상황 판단과 중대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중대 실수는 '전쟁'이다.

- 필자는 시진핑 종신집권 야망과 치밀한 계획이 주석 자리 에 오르기 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시진핑은 혁명 원로이며 부총리까지 역임한 시중쉰의 아들이다. 1975년 공산당 추천서 덕에 특례 제도로 명문 칭화대학에 입학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어려서부터 큰 꿈을 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차근 차근 꿈을 향해 나아갔으며, 2007년 제17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 정권의 후계자로 지목된 뒤 중국 최고 지도자인 주석 자리까지 올 랐다.
치밀한 시진핑은 집권 1기에 정적 제거와 헌법 수정의 명분 마련, 집권 2기에 연임제 무력화를 통한 장기집권 발판 마련, 집권 3기에 종신집권을 위한 명분 획득이라는 계획을 수립했을 것이다. 시진핑 집권 2기 3기에 미국을 추월하여 G1에 올라서면 종 신집권의 명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계획 은 트럼프와의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실패로 끝났다. 3연임 기간에도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대만 통 일을 앞당겨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에 서구 세력이 보인 태도와 분열 조짐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발견 했을 것이다. 한번 해볼 만한 승부라고 여겼을 만하다. 만약 성공 하면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뛰어넘는 중국 역대 최고 의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다.
시진핑이 집권 3기에 대만 통일을 감행하려는 둘째 이유는 중국 정치세력의 미국에 대한 좌절감 때문이다. 2022년 8월 2일에 미국의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대만을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대 만 차이잉원 총통은 그녀에게 대만 최고 훈장을 수여했다. 펠로시 의장도 동맹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대만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 고 화답했다.
-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과 밀월관계를 깊게 만들어 가고, 전략적 모호성마저 포기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중국 입장에 서는 중대한 문제다. 중국은 좌절감을 넘어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유사시에 대만을 군사적으로 적극 방어하겠다는 전략적 명확성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면, 중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중국 입장에서는 무력 통일 없이는 대만 통일과 대만 독립 사이에서 현상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 다. 미국이 암묵적 약속을 깨고 거래를 끊으며 1979년(미·중 수교, 대만 단교)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중국도 그 이전으로 되돌아 가는 것은 당연하다.
2022년 9월 15일에 G7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영국·독일을 주축으로 한 G7 국가들은 앞으로 대중 무역 정책에 사회적 · 인도주의적 기준을 더 강경하고 조직적 으로 반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순진한 대응은 끝났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이 강력한 경제력을 사용 해서 다른 국가들을 깔아뭉개는 행위를 미국과 유럽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의 이런 태도 변화는 새로 구축하는 글로벌 공급 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대만을 편입하는 것과 연결된다. 결국 시 진핑 주석의 3연임 기간에 가장 큰 외교적 이슈는 대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기간인 5년 동안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완성하면, 대만도 완전히 미국에 넘 어간다.
- 필자가 분석하기에도 중국은 이미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 이란 중진국에 접어든 국가가 어느 순 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이다.
원인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압축성장을 주도하는 경제 관 료들의 사고가 어느 순간부터 경직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비 용·저효율' 단계에 진입할 때 경제 운영 체계를 개선하는 데 실패 한 것이다." 중진국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성장이 멈추 거나 저소득 국가로 퇴보할 수도 있다.
필자의 예측으로는 앞으로 5~10년이 중국 경제가 중진국함 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 이다. 탈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모든 책임이 시진핑에게 돌아간다. 필자가 보기에 시진핑이 3연임을 시작했지만 중국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 하지만 모든 것은 최적의 타이밍이 있다. 필자의 분석과 예측으로는 시진핑 정부의 대만 통일작전이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타 이밍은 2023년이 아니다. 그렇다고 10년 후도 아니다. 시진핑이 아무런 명분 없이 4연임을 하여 10년 넘게 중국을 통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 후가 되면, 대만은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체제에 완전히 편입된다. 그때는 중국이 손쓸 수 없는 상황 이 된다. 결국 시진핑 입장에서 대만 통일의 최적기는 앞으로 5년 이내다. 시진핑도 3연임을 달성했기에 더욱 과감해질 수 있다. 중 국내 여론도 대만 통일 시점을 앞당기자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은 집권 3기 초에는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바이든과 민주당은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위기에 봉착해 있다. 2024년에 다수당이 바뀔 수도 있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수도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대만을 통일하려면 적어도 한 차례는 미국과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더 대담하 게 중국과 부딪칠 수 있는 바이든과 민주당을 피하는 것이 유리하 다. 그들은 중국과 전면전도 불사할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는 실리 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대만을 중국에 넘겨주고 다른 대가를 요 구하는 협상을 할 여지가 생긴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양측이 극렬 한 무역보복 전쟁을 재개할 공산이 크다. 그러면 중국 내에서 반미 타도 여론이 고조되어 시진핑에게 유리해진다. 미국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미국 의회에서도 강경론이 후퇴할 수 있다. 의회 분위기가 온건론으로 넘어가면,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에 무력 전쟁이 벌어져도 힘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반전 분위기도 빨리 퍼질 수 있다. 그래서 시진핑에게 대만 통일의 적기는 바이든 행정부 이후다. 2024년에 미국 정권이 바 뀐다면, 초기 1년은 다시 탐색전을 해야 한다. 결국 중국과 미국 이 대만을 놓고 전쟁을 벌인다면, 시진핑 집권 3기 중 4~5년 차 (2026~2027년)가 최적기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202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 되는 해다.

- 포르투갈 다음으로 유럽의 패권을 차지한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북아메리카의 캐나다와 미국을 지배하고 잉카제국 을 무너뜨렸다. 유럽에서도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이탈리 아 대부분, 독일과 프랑스 일부를 지배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세아니아도 스페인의 지배하에 놓였다.3"
지구상에 스페인을 대적할 나라는 없는 듯 보였다. 그 힘의 원천도 세계 최강의 해군 함대였다. 펠리페 2세는 스페인 함대의 이름을 옛 스페인어로 '위대하고 가장 행운이 있는 함대'라는 뜻 을 가진 '아르마다 무적함대 Armada Invencible'라고 칭했다. 스페인이 세계 최강에 오른 결정적 전투 중 하나는 레판토 해전이었다. 1571년 10월 7일에 스페인 함대는 단 5시간 만에 아시아 최강 대국인 오스만 제국의 함대를 괴멸했다. 이슬람 역사상 가장 강력했 던 제국인 오스만 제국은 레판토 해전에서 패하면서 유럽 진격에 제동이 걸렸고, 스페인은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르면서 아시아를 지배할 발판을 마련했다. 역사가들은 레판토 해전이 세계의 패턴 도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레판토 전투 이후 세계를 움직이는 추는 다른 쪽으로 기울기 시작해, 부유함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세 계에서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스페인 제국도 유럽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의 함대에 무너졌다. 영국 함대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 었을까? 영국 해군이 짧은 시간에 스페인 함대를 이길 정도로 발 전한 결정적 이유는 노를 사용하는 전함을 버리고 바람을 사용하 는 범선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스페인 함대가 레판토 전투에서 아시아 최강 함대를 무너뜨리던 당시에 스페인 함대는 노를 젓는 방식의 전함이었다. 영국의 헨리 8세는 갈레온galeon 이라고 불린, 3~4층 갑판과 3~4개의 돛을 갖춘 400톤급 이상의 대형범선을 전 함으로 사용했다. 원래 갈레온은 무역선이었다. 영국의 헨리 8세 는 화물을 싣는 무역선 갑판에 장전식 대포를 장착하면 무서운 공 격력을 발휘하여 스페인 함대의 화력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1975년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키신저 밀약'을 맺고 미 국이 달러 붕괴 위기를 피하도록 도왔다. 이제 반대로 이 밀약을 파기하는 선언을 하면, 50여 년 가까이 지속된 페트로달러 시대가 무너진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 원유 결제를 중국의 위 안화나 러시아의 루블화 등으로 교체하면 미국의 달러 가치는 대 폭락한다. 이런 공격은 미국이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한 것보 다 더 강력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WIFT 전면 차단으로 러시 아가 입게 될 경제성장률 감소 수준을 2%p로 분석했다. 페트로달 러의 파기는 일시적으로 경제성장률이 감소하는 정도의 충격이 아니라 미국 패권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방아쇠다.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버 리고 중국과 러시아로 갈아타는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고 분석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적 안보 시스템, 무기 체계 대부분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우디 경제의 핵심인 아람코도 미국에서 막대한 자본을 조달하는 중이다. 사우 디아라비아가 탈탄소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확보 하려면 미국의 도움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없고, 불가능한 미래도 없다. 사우디아라 비아는 50년 전 미국을 구해준 것처럼 중국을 세계 1위 국가로 올 려줄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버리면, 군사, 안보, 경제 등에서 막대한 손해를 본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 아가 손해를 본 부분을 메워준다는 제안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 원유 거래량의 60%를 담당한 다. 중국은 미국보다 3~4배 큰 석유 소비시장이다. 러시아는 이미 NATO를 향해 에너지전쟁을 벌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중국과 손을 잡으면, 미국을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지배자 위치에서 쫒아낼 수도 있다.
중동의 패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손 을 잡으면, 유럽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유 럽은 중국 견제에서 미국과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계속 보이고 있다. 중국이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14억 명이 넘는 인구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시장과 중국의 막강한 자본력도 탐나기 때문이다.

- 중동의 입장 변화와 달러화의 추락으로 미국과 중국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는 유럽이 중국을 선택하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 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절반, 중 남미 일부에서 미국보다 더 큰 영향력을 확보했다. 유럽과 중동이 중국의 손에 넘어가면 미국은 외교적으로 고립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페트로달러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다. 누 르면 숨이 턱 막히고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급소다. 사우디아라비 아가 미국의 숨통을 조이고 중국이 미국 국채를 시장에 전부 내다 팔면 미국은 달러 붕괴와 함께 달러 부채의 역습으로 일시에 무너 질 수 있다. 미국의 패권도 그 즉시 끝이 난다.
- 레이건 행정부는 '더 늦기 전에' 일본 반도체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1985년 6월 14일에 미국 반도체산업 협회SIA는 무역대표부USTR에 일본 정부의 반도체 산업정책이 불 공정하다며 제소했다. 10일 뒤에 미국 D램업체 마이크론은 일본 NEC, 히타치, 미쓰비시, 도시바 등을 반덤핑 혐의로 제소했다. 반 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1985년 9월 22일에 벌어진 플라자합의는 반도체전쟁에 방점 을 찍었다. 일본 엔화와 서독 마르크화를 고평가하자. 일본 기업의 반도체 가격경쟁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1986년에 미국 정부는 '덤 핑 방지법 Anti Dumping Act'(1979)과 '미국통상법' 제301조를 근거로 일본 기업이 생산 원가를 공개하고 저가로 미국에 반도체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서스펜션 협정'을 강제 체결했다. 정식 명칭은 '미 합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의 반도체 무역에 관한 조약'(약칭 미. 일 반도체 조약)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에서 미국 반도체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높인다는 약속도 했다. 1987년에 미국은 일본 정부가 미·일 반도체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빌미로 '슈퍼 301조'(미 국통상법 제301조)를 통해 무역보복도 가했다. 미국은 1996년까지 미·일 반도체 조약을 연장하며 일본의 목을 조였다. 미국의 공격 과 한국의 반도체산업 추격이라는 이중고를 뚫지 못한 일본 반도 체는 결국 무너졌고, 일본 경제도 '잃어버린 30년'의 늪에 빠졌다. 현재 미국이 중국을 향해 벌이는 반도체 전쟁(칩4 전략과 중국 의 반도체 굴기 저지를 위한 각종 입법과 행정명령 등)은 과거 일본을 무 너뜨린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중국을 겨냥한 칩4 전략에서 미국 은 설계와 제조장치, 대만은 첨단 파운드리, 한국은 메모리, 일본 은 제조장치와 재료를 담당한다. 미국의 칩4 전략이 실현되면, 칩4동맹이 10nm 이하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100% 독점할 수 있다. 10~22nm 제품도 76%, 28~45nm 제품은 64%, 45nm 이상 제품 은 63%를 장악한다. 메모리 반도체도 80%를 점유한다. 칩4는 미 국에게는 압도적 힘을 주고, 중국에게는 거대한 위협이다
필자는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전쟁의 승부처는 대만을 누 가 손에 넣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미국 입장에서 대만이 중국 손에 넘어가면 칩4 전략이 무산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이 위험에 빠진다. 만약 중국이 TSMC를 손에 넣고 외교적 무기로 사용한다면, 미국 산업과 경제에 대재앙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 고 미국의 글로벌 위상도 흔들린다.
- 중국의 대만 통일 야심은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한국전쟁의 영웅 맥아더 장군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면 '가라앉지 않는 항 공모함'과 같은 대만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을 무너뜨리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고 친미 국가로 남게 해야 한다. 미국이 이렇게 중국 밖에 서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고, 중국을 향해서는 공급망 전쟁, 무역 전쟁, 기술전쟁 등 다방면에서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 가능성은 커진다. 그렇다고 중국과 군사전쟁을 하기에 는 예상되는 미국의 피해가 막대하다.
2021년 4월에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가 미 공군의 대중국 전투 시뮬레이션(워게임) 결과 하나를 발표했다. 미국이 대만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전쟁을 벌인다면, 미국은 미해군 역사상 최강의 전투기 F/A-18 등 유인 전투기를 호위하는 AI 탑재 전 투 드론인 '로열 윙맨'을 비롯한 아직 전력화에 성공하지 못한 첨 단기술을 총동원해야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승리의 대가도 만만 치 않다. 막대한 인명과 장비 손실이 불가피하다. 1991년에 걸프 전 당시, 미국은 6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투입했다. 현재 중국 인민 해방군은 당시의 이라크군보다 몇 배 더 강력하다.2
미·중 관계를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비유해서 유명세를 탄 안보·국방 분야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거 대한 군사력 경쟁: 중국 vs 미국The Great Military Rivalry: China vs the u.s.>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제1열도선第一列島線(오키나와부터 대 만까지) 안으로 미국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군사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이런 전력을 보유한 중국과 대만해협에서 군 사적 충돌이나 전면 대치를 하면, 동아시아에 배치된 전력만으로 는 역부족이다. 유럽을 지키는 최소한의 전력만 남겨두고, 모든 전 력을 집중해야 한다. <디펜스뉴스>는 미국이 인민해방군을 대만 에서 격퇴하려면 최소 80%의 해·공군 전력을 투입해야 할 것으 로 예상했다"
필자는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벌일 경우 경제적 피해가 커진 다는 것은 이미 분석했다. 미국의 경제적 피해는 GDP의 5%(1조 2천억 달러) 정도를 잃는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GDP 하락 폭(2.6%)의 2배다. 이 수치가 최소치일 수도 있다. 패하 기라도 하면 그 충격과 피해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악의 경우, 미·중 패권전쟁의 승부를 결정할 추가 중국으로 기울어버릴 수도 있다.

- 연준이 기준금리를 5%까지 올려도 인플레이션은 잡기 어려 울 것이다. 이미 실기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주요 선진국들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추락해야 잡힌다. 그래서 경제를 추락시킬 것이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연준도 그 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연준이 믿는 구석도 있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인 플레이션율을 최소한 2% 미만으로 곧바로 떨어뜨릴 수 있다. 사 실 이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2002년 경기 대침체 때,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6개월 만에 3.7%에서 1.1%까지 하락했다. 2008년 경기 대침체 때는 그 속도가 더 빠르고 가팔랐다. 5.6%였던 인플 레이션율이 6개월 만에 제로까지 하락했고, 그다음 6개월이 지나 자 -2.1%까지 추가 하락했다. 총 12개월 만에 7.8%p 하락한 셈이 다. 이번에도 이런 속도로 하락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최악 의 경우 제로 혹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연준이 믿는 구석은 더 있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구축하는 실업률과 민간소비력이다
- 연준이 기준금리를 5%까지 올려도 인플레이션은 잡기 어려 울 것이다. 이미 실기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주요 선진국들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추락해야 잡힌다. 그래서 경제를 추락시킬 것이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연준도 그 길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연준이 믿는 구석도 있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인 플레이션율을 최소한 2% 미만으로 곧바로 떨어뜨릴 수 있다. 사 실 이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2002년 경기 대침체 때,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6개월 만에 3.7%에서 1.1%까지 하락했다. 2008년 경기 대침체 때는 그 속도가 더 빠르고 가팔랐다. 5.6%였던 인플 레이션율이 6개월 만에 제로까지 하락했고, 그다음 6개월이 지나 자 -2.1%까지 추가 하락했다. 총 12개월 만에 7.8%p 하락한 셈이 다. 이번에도 이런 속도로 하락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최악 의 경우 제로 혹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연준이 믿는 구석은 더 있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구축하는 실업률과 민간소비력이다
- 2008년 당시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미국은 중국을 향해 비슷한 공격을 가했다. 미국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중국은 서서히 위안화 절상(달러-위안 환율 하락)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2011년 1월 10일에 6.6350에서 7월 21일에는 6.4506으로 절상되 었다. 광둥성을 비롯한 중국의 수출 전진기지에서 생산 원가 상승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위안화 절상 이 계속되자, 중국의 수출 기업들은 원자재 수입 상승 압력, 수출 가격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 하락이 겹치면서 순이익률이 2011년 2월에 1.44%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중국 공업 전체의 순이익률 평균치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반면 미국 제조업 회사들은 회생의 시간과 매출 증가라는 반사이득을 얻었다. 중국에 세운 공장과 사무실을 본국으로 되돌리려는 미국 기업도 늘어났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8년에 중국 기업은 상위 1천 개기 업 중에 16%가 좀비기업이었다. 아주 높은 부채 레버리지로 버티 고 있는 기업도 많았고, 그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2018년 현재 중국 기업이 보유한 달러 외채는 3조 달러가 넘은 것으로 추 정되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보다 3배가 많은 규모 였다. 홍콩 다이와증권사 이코노미스트 케빈 라이는 중국의 수출 기업이 2008년 이후에 조세 포탈 지역인 케이먼 제도, 홍콩, 싱가포르를 통해 막대한 달러 외채를 끌어다 쓴 것으로 분석했다.
- 미국은 '슈퍼 제301조'를 발동한 후, 이런저런 규제와 명분을 들어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문을 완전히 닫아버리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도 중국산 제품 규제에 동참시킬 수 있다. 수출 기업이 무너지면, 중국 경제의 추락과 장기침체가 가중 될 수 있다. 제1차 환율공격이 가해지는 기간에 미국은 시진핑 정 부를 압박하기 위해 금융공격도 벌일 것이다. 결국 미국이 환율전 쟁 카드를 들면 중국은 자국 수출기업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무역 에서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
- 미국의 대중국 환율공격과 금융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제2차 공격'이 있다. 제1차 환율 및 금융 공격으로 중국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 미국 정부의 용병인 거대 자본 가와 기업가들이 움직일 것이다. 이들은 선진화되고 기술이 뛰어 난 차익 거래꾼들이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선진국 위상에 맞는 재 정, 환율, 금융 시스템의 개방과 시장친화적 개혁을 진행하는 동안 중국 금융투자 시스템 안에 침투했고, 중국의 부동산, 채권, 주식 시장에 대형 폭락장이 발생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금융 시스템의 기본은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자금을 융통하 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생존 유지와 체제 유 지에 필요한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산업을 확장했다. 미국 을 따라잡기 위해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을 지원하는 데 금융의 힘 을 사용하고 있지만 관리 부실과 관료의 부패가 발목을 잡고 있다. 그 결과 내수 부양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고, 중국 기업의 장래 가 그리 밝지 않은 탓에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외국 자본이 적어 10년이 넘도록 3천포인트 선을 오르락내리락만 한다.
그 대신 중국인의 부동산 사랑과 막대한 유동성이 맞물려 부동산 시장에 기형적 버블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순간 거대 금융 자본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강 력한 금융공격을 가하여 폭락에 불을 붙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 른 미국 정부의 용병인 기업가들은 무너져 내린 중국의 경제와 산 업에서 버블이 꺼지고 피투성이가 된 중국의 회사와 자산들을 아 주 싼값에 사들여 되파는 일명 '양털 깎기' 잔치를 벌일 것이다.
앞에서 경제 및 금융 전쟁은 '소리 없는 전쟁' '보이지 않는 전 쟁이고 미국이 고용한 용병과 저격수들은 '투명망토를 입고 오는 강력한 군대'라고 비유했다. 중국 경제와 기업들이 포탄에 맞 아 쓰러지기 전까지는 공격조차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고, 경제 및 금융 시장에서 통용되는 규칙에 따라 진행된 전쟁이기 때문에 내 상을 크게 입고 쓰러진 후에도 공격을 받았을 리가 없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쯤에서 조지 소로스의 말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규칙에 따라 투기 행위를 했을 뿐이다. 나 는 금융시장의 합법적인 참여자다. 도덕적인 기준으로 내 행동을 평가 하지 말라. 이는 도덕과는 별개의 문제다.
- 미국의 입장에서 러시아는 중국보다 경제 및 금융 공격을하기 쉬운 나라다. 에너지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공략하 면 대응력이 급격히 하락한다. 심지어 러시아는 뻔히 알고도 또다 시당할 수밖에 없다.
현재 러시아는 2005년 이래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 럴당 50달러가 넘는 기간에 모아둔 자금을 우크라이나 전쟁을 준 비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을 소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 길어지면 남은 자금도 바닥이 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 유가를 폭락시키고 금융전쟁을 수행하면, 러시아 군대를 차가 운 시베리아벌판에 확실하게 묶어둘 수 있다.
지금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공격으로 겨울이 올 때마다 공 포에 빠진다. 만약 미국이 에너지전쟁을 벌여 러시아를 제압하면 유럽 경제의 구세주가 된다. 러시아를 묶고, 유럽의 구세주가 되 고,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의 힘과 위상을 회복하는 등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 및 금융 전쟁을 벌이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매우 많다.
- 1982년 11월 29일에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문서인 'NSDD-66'에 서명을 했다. 그 문서는 유럽, 사 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으로 하여금 소련과의 천 연가스 매입 계약과 첨단기술 및 장비 수출 등을 금지 및 제한한 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소련의 채권 금리를 대폭 올려서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장기 채권보다는 단기 채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경제전쟁의 전략도 담고 있었다."
미국은 소련이 첨단기술을 발판으로 군수산업을 발전시키 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것을 막고자 우방 국가들에 압력을 가 해 대소련 기술 수출도 금지했다. 미국의 대소련 첨단기술 제품의 수출이 1975년에 32.7%였는데 1983년에는 5.4%로 급감했다. 'NSDD-66'에 서명을 한 미국 정부는 당시 OPEC 생산량의 40% 를 차지하고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국제 유가에 대한 전략적 제 휴를 맺었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가격을 하락시키는 데 기여한다면 미국은 첨단무기 등의 군사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에서도 미국의 권유에 따라 석유 가격을 하락 시키면 유럽의 국가들이 소련에서 수입하던 천연가스 대신 자국의 석유 수입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었다.
- 이런 밀약을 한 뒤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전격적으로 석유 생산량 을 4배나 늘렸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도 전략적 비축유 의 구매량을 하루 22만 배럴에서 14만 5천 배럴로 35%가량 줄였 다. 서유럽과 일본 등도 전략 비축유를 방출해서 유가 하락을 가속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원유 가격은 불과 4년 만에 1986년의 4분의 1 수준인 배럴당 20달러대로 폭락했다. 심지어 WTI 가격이 1980년에 배럴당 평균 37.96달러에서 1986년 7월에는 배럴당 11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1983년에 미국은 국제에너지기구 IEA를 통해 유럽 국가들이 소련산 천연가스 구매를 줄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소련은 연간 200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미국이 금융 지원을 금지한 상태에서 연간 200억 달러의 손 실은 소련을 몰락시키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1991년에 고르바 초프가 사임한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국제 원유 가격이 17달러 선 까지 떨어졌다. 소련 경제의 숨통을 틀어쥔 미국은 결정타를 날리 기 위해 소련에 차관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OECD에 압력을 가했 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달러화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여 소련이 벌어들인 달러의 실질 구매력도 떨어뜨렸다.
반대로 소련은 미국과의 군비 경쟁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재 원마저 국방비에 쏟아부어야 했다. 빠르게 달려가던 소련의 경제 는 갑작스럽게 멈춰 섰다. 소련은 유가 하락으로 입은 손실분만큼 의 차관을 미국에 빌려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금을 팔아 겨우 목숨을 연명하던 소련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1992년 1월 1일에 해체되었다. 미국은 강대국 소련을 총 한 방 쏘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괴멸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미국과 미국의 글로벌 석유회사들도 막대한 손실을 봤지만 생존에는 문제가 전 혀 없었다. 소련과 극심한 냉전 상태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 용과 비교하면 큰 손해가 없는 장사였다.
-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위위구조 계책을 성공시키기 위한 뒷문 단속의 두 번째 대상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이것은 대러시아 경제 및 금융 공격의 승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무시하고 조롱했다. 이제 이러한 대중동 정책은 변화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개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대중동 정책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필자는 미국과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대충돌을 벌일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맺은 '페트로달러 협약'을 파기하면 미국의 패권이 붕괴하기 시작하고, 페트로달러 파기 선언에 맞춰서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는 공격을 하면 그대로 침몰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탈미국 행보를 보 이면, 러시아의 발을 시베리아에 묶는 전략도 성공할 수 없다. 미 국이 에너지 가격을 급락시키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이 필 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중동을 다시 미국의 핵심 국익으로 재인정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그러면 시점은 언제일까? 필자의 예측으로는 미국의 다음 정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바이든 행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관계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골이 깊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양쪽 모두 2024년 이전까지는 서로의 손을 잡아야 할 필요성이 적다. 여전히 유가가 높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딱히 아쉬울 것이 없 다. 러시아, 중국,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가 중동만 바라보 고 있다. 당분간 절대 갑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다.
- 중동이 부자 나라가 된 것도, 미국이 중동 앞에서 긴장하게 되는 것도 모두 석유 에너지 때문이다. 석유의 가치를 잘 모를 때, 전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중동 국가들은 세븐시스터스Seven sisters에 석유 개발을 맡겼다. 세븐시스터스는 석유 개발과 수출을 명분으로 이익의 절반을 가져갔다. 하지만 제1차 석유전쟁 과정에서 가격이 폭락하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1960년 9월에 이라크 바그다드에 모인 중동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OPEC이 탄생한 것이다. 얼마 뒤 남미 등 다른 산유국도 OPEC에 동참했다. 이제 석유시장은 OPEC과 세븐시스 터스의 2강 구도가 되었다.
참고로 세븐시스터스의 뒤에는 미국이 있었다. 1971년부터 1973년까지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은 석유 자원의 국유화를 단행 했다. 1973년 10월 16일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살 국왕의 주도 로 OPEC의 6개국은 원유 고시 가격을 17% 인상하는 내용을 발 표하여 미국, 이스라엘, 소련 등에 강펀치를 날렸다. 제4차 중동 전쟁(욤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 편을 들었던 나라들에 보복 공격을 한 것이다. OPEC이 석유 가격의 인상과 원유 감산을 반복하면 서 에너지공격을 지속하자, 배럴당 2.9달러였던 두바이유 고시 가 격이 1974년 1월에는 11.6달러까지 올랐다. 2~3개월 만에 4배 폭 등한 것이다. 중동을 가볍게 여겼던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한순간 경제적 혼란에 빠졌다. 1974년에 주요 선진국들 의 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경제는 마이너스로 곤두 박질쳤다.
제1차 오일쇼크 사건으로, 강대국 미국도 정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1974년에 닉슨 행정부는 중동 국가와 관계 개선 을 시도했다. 중동과 이스라엘 간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덜 편파적인 태도로 전환하는 성의를 보였다. 미국이 고개를 숙이자, 중동 산유국들은 1974년 3월 18일에 석유 금수조치를 철회하 고 에너지전쟁을 끝냈다. 1970년대에 중동은 석유전쟁으로 자신 들의 힘을 전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 이후로 중동은 전 세계 에너 지 패권을 미국과 공동으로 쥐고 관리하게 되었다.
2014년 이후에 셰일 에너지 혁명이 일어났다. 최대 수혜국은 미국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 에너지 패권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 다. 중동과 미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던 석유 에너지 패권이 미국으 로 기울었다. 미국은 셰일에너지 혁명을 기반으로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중동을 에너지 패권 공동 관리자 자리에서 밀어내고), 육지와 해 상에서 중국을 포위하여 동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금융과 에너지를 완전히 장악한 미국의 존재는 미래의 패권국을 욕망하는 중국에 거대한 위협이었다.
중국이 다시 절대적 패권을 차지해야 한다는 야망을 품은 시 진핑 주석은 방어책이 필요했다. 시진핑은 '일대일로'를 선택했다.
- 중국의 속내는 일대일로 안에 연결된 65개 국가를 에 너지 수출입이라는 공통된 이해관계로 묶는 것이었다. 중국을 제 외하고도 일대일로로 연결된 나라들에 원유는 전 세계의 70%가, 천연가스는 전 세계의 72%가 매장되어 있다. 이미 중국은 이 나라 들을 통해 원유의 66%, 천연가스의 86%를 수입하고 있다. 일대일 로는 이 구조를 단단히 묶고 확장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 발전 에서 에너지 확보는 생명줄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 가 무너지면 군비 전쟁, 인재 전쟁, 환율 전쟁에서도 패한다. 중국 은 5가지 표면적 명분을 가지고 65개 국가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중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 대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했다.
- 그러면 중국의 준비된 역습 계획은 무엇일까? 필자가 분석하는 시진핑의 준비된 역습 계획은 CBDC다. 한마디로 '디지털 기축통화' 선점이다. 이 역습 계획이 성공하면 금융전 쟁, 환율전쟁 등에서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필자 는 2022년 초에 《암호화폐 넥스트 시나리오》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시진핑 주석이 비트코인을 불법으로 지정하여 시장에 서 완전히 퇴출하고 '디지털 위안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바로 미국과 패권전쟁에서 전세 역전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기 때문이다.
- 중국 빅테크 기업이 가진 첨단기술을 장악한 시진핑 주석이 CBDC를 활용해서 중국인의 돈 흐름을 전부 관리하게 되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 차원의 감시 시스템이 완성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인 CBDC는 블록체인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CBEP central bank electronic payment 기술 을 사용한다. 앞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서 처리 속도를 높인 신기술이라고 홍보하지만, 뒤에서는 국민을 감시하는 데 유용 하도록 기술적 변화를 꾀했을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장 기집권 혹은 종신집권을 위해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디지털 페이를 디지털 위안화로 반드시 대체할 것이다.
- 필자가 분석하기에 중국에서 이미 '루이스 전환점 Lewisian Turning point'이 시작되었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경제가 급성장함에 따라 농촌의 잉여 노동력을 도시에서 빠르게 흡수하여 저임금 노 동자가 고갈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 결과 몇 년 동안 도시 노동자 의 임금이 급상승하면서 일정한 시점에 이르면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되고, 그에 따라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국면에 이른다 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197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루이스가 주장한 이후, 경제성장 국면의 전환을 예측하는 중요한 척도로 사 용되고 있다.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하면, 임금이 급상승해 소비재 시장이 발전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조립형 제품 을 수출하는 부문의 성장은 둔화된다. 만약 소비시장이 이 간극을 빠르게 상쇄하지 못하거나 첨단기술과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단계로 빠르게 나아가지 못하면 국 가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 빠져서 성장을 멈춘 대표적인 나라가 1970년대 이후의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이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1960년대만 해도 세계 6대 부국이었다. 이 나라들은 루이스 전환점 이후 경제성장률 하락과 수출 경쟁력 저하, 높은 인플레이션과 부의 불균형 분배라는 성장 부작용, 정부부채 증가 등의 문제 때문에 다시 후진국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 참고로 한국은 1987년에 루이스 전환점에 따른 위기를 경고하는 분석들이 나왔었다. 경제성장률의 변화뿐만 아니라 산업과 경제 측면에서도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맞물리면 2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는, 산업현장의 인력 노쇠화 현상이 발생한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 시 장에서 일어난다. 부동산 시장에서 생산가능인구의 수는 매우 중 요하다. 생산가능인구에 속하는 사람은 그 기간에 최소 집을 한두 차례 산다. 그리고 대체로 집의 규모를 늘려간다. 반면 나이가 들 면 집의 규모를 줄인다.
일본의 경우, 1991년 부동산 버블 붕괴가 시작되었지만, 2000년 이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활기 가 사라졌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의 3연임이 끝나고 그 이후부터 비슷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중국의 2030년 생산가능인구가 2020년 대비 7,700만 명 정도가 추가로 줄어든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매년 770만 명이 감소한다.

- 전문가들 대부분이 제국 몰락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정신적 요소의 붕괴를 꼽았다. 《제국의 미래》라는 저서로 유명한 미국 예 일대학교 법학대 교수 에이미 추아도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이미 추아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패권국가인 페르시아, 세계 제 국을 건설한 로마, 중국 최고의 황금기를 만든 당나라, 칭기즈칸의 힘으로 유럽을 정복했던 원나라, 자본주의 경제를 제패한 최초의 제국인 네덜란드, 세계 최대의 해상제국을 이루었던 영국, 최첨단 과학 기술의 제국인 미국 등 강한 나라들의 공통적인 성공 요인으로 '전략적) 관용'을 꼽았다. 이들의 몰락은 관용을 잃어버린 순간 부터 시작되었다고 평가했다. 에이미 추아는 관용이라는 정신적 요소가 성장과 몰락의 핵심 요인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 사회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려면 인종, 종교, 배경 을 따지지 않고 세계에서 손꼽는 능력과 지혜를 갖춘 인재를 끌어들이 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것은 아케메니스 왕조의 페르시 아제국으로부터 대몽골제국, 그리고 대영제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존 재했던 모든 초강대국이 해온 일들이다. 그들이 이런 일을 하는 과정에 서 의지해온 것이 바로 관용이었다. (...)
- 내가 말하는 관용은 인권과 관련된 현대적인 의미의 관용이 아니다. 내 가 이야기하는 관용은 정치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의 미한다. (...) 아주 이질적인 사람들이 특정한 사회에서 생활하고 일을 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 인종, 종교, 민족, 언어 등 여러 면에서 이질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그 사회에 참여하고 공존하면서 번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유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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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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