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의 쥐

사회 2023. 9. 29. 14:55

-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미망이 있다.욕심과 충동과 모방의 힘에 미혹되어 특정 사고와 행동과 망상에 빠지는 것이다. (찰스 맥케이, 《대중의 미망과 광기》)

-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에 기술 업계도 변했다. 2001년 닷컴 붕 괴 후 몇 년 만에 시작된 두 번째 인터넷 호황기에 실리콘밸리는 새 로운 종류의 사람들을 유인했다. 괴짜 같은 엔지니어 대신 이전 세 대라면 월스트리트로 진출해 채권 중개인이 됐을 법한, 빨리 부자 가 되고 싶어 하는 사기꾼 같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였다. 이전에 기 술 분야의 제왕은 HP의 휴렛과 패커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 이츠, 애플의 잡스와 워즈니악처럼 새로운 제품을 발명하고 회 사를 세우는 마법사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앤드리슨호로위츠 (Andreessen Horowitz)의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이나 클래리 엄캐피털(Clarium Capital)과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의 피터 틸 (Peter Thiel), 그레이록벤처스(Greylock Ventures)의 리드 호프먼(Reid Hoffman) 같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실세다.
- 이들은 기술 회사를 운영하지 않으며, 단지 투자자일 뿐이다. 그 렇지만 이들의 직업은 화려하게 그려지고 실리콘밸리의 거물급 유 명인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가 앤드리슨 을 표지 인물로 싣고 '미래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적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서부로 이동하는 젊은이들은 더는 차세대 스 티브 잡스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차세대 마크 앤드리슨이 되길 희망한다.
실리콘밸리는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엔젤투자자들이 잭을 터트리길 바라며 모든 슬롯머신에 무턱대고 돈을 쏟아붓는 카지노가 됐 다. 차이점이라면 슬롯머신에서 운이 좋았던 도박꾼은 그곳을 걸어 나오며 자신을 천재라고 확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기술 분야 의 블로거들은 기술 대신 벤처 거래에 관한 글을 쓴다. 어떤 기업이 가치평가에서 얼마만큼의 투자금을 모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실 리콘밸리는 돈에 집착하게 됐고, 실제로 많은 돈이 모여들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스타트업에 84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1995년도 투자 금액의 10배다.
- 2017년 애플· 페이스북·구글의 시장가치를 합치면 거의 2조 달 러에 이르고, 이들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4,000억 달러에 가깝다. 구 글과 페이스북 창업자들이 가진 개인 재산을 합치면 1,750억 달러 에 달한다. 금융학 교수 출신으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노아 스 미스(Noah Smith)는 1년에 100억 달러면 미국 전체에서 노숙자를 없 앨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기술 업계의 올리가르히 몇 명만 힘을 모아 도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 기업들은 정반대의 일을 해왔다. 수년간 그들은 셸 컴퍼니 (shell company: 자산이나 사업 활동이 없는 명의뿐인 회사-옮긴이)에 수익을 이전하거나 해외 계좌에 수천억 달러를 예치하는 방법으로 미 국 안에서 세금을 회피해왔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선출된 후 법인세가 감소하자, 그제야 애플 같은 기업들은 미국 내로 돈을 가 져오기로 했다. 애플이 세금을 낸 것은 확실하지만 그 금액은 이전 보다 수백억 달러가 줄었다. 실리콘밸리의 올리가르히들은 대부분 공식적으로는 트럼프를 경멸하는 듯하지만, 사실 세금 감면에 고마 워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를 들여 지은 번쩍이는 우주선 모양의 애 플 본사나 구글 본사 주위에는 지금도 여전히 캠핑카가 몰려들고 사 람들은 고가도로와 다리 아래에서 잠이 든다.
- 일론 머스크는 전자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의 공동창업 자로 큰돈을 벌었다.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로 알려진 이곳 출 신들은 이후 다른 기술 회사들을 설립하여 크게 성공한 뒤 벤처캐피 털리스트가 됐다. 이들 중 다수가 1990년대 스탠퍼드대학교 출신으 로 재학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현재 그들은 각자 자리에서 실 리콘밸리의 기업 문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그들 가운데 일부는 좋은 사람이 아닌 듯하다는 것이다.
신흥 억만장자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는 페이팔 출신 키스 라보이스(Keith Rabois)는 극단적인 형태의 일 중독을 수용하 는 조건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라보이스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 업 창업자들은 결코 휴가를 갈 수 없다. 라보이스는 자신이 쉬지 않 고 18년을 줄곧 일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에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라보이 스는 동성애 혐오 발언"이 게이 새끼! 에이즈에 걸려 죽어라! 언제 죽을래, 이 호모 자식!")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기도 하다.
라보이스와 스탠퍼드를 같이 다니고 페이팔에서 함께 일했으며, 역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영향력 있는 기술 신흥 재벌 피터 틸과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는 1995년 공동으로 출간한 책 《다양성 신 화(The Diversity Myth)》에서 라보이스를 두둔했다. 틸과 삭스는 '정치 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과 대학 내 다문화주의의 부상을 비난 했다. 그들은 강간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이 사실은 '뒤늦게 후회'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인종 간의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라 고 조바심치면서 그 이유를 다문화주의자들이 '제도적 인종차별주 의'나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처럼 사라지거나 형태도 없는 인종 차별을 들어 백인들에게 죄를 묻기 때문이라고 했다(2016년에 틸은 강 간에 대해 쓴 글을 사과했으며, 삭스도 사과하며 이전의 견해를 후회한다고 말했다). 다양성에 반대하는 선동가 틸은 2014년에 《제로 투 원>을 출간했 다. 나는 털이 만들려는 미래에서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추측은 2016년 틸이 도널드 트럼프 를 위해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뒷받침한다. 《다양성 신화>를 쓴 틸과 삭스 같은 인물들은 지난 2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이곳에서 기술 산업은 다양성 문제, 성희롱과 적대적인 직장 환경에 항의하는 여성 문제, 거의 완벽하게 차단당하고 있다고 불만 을 표출하는 유색인종 등 끔찍한 문제들을 키워왔다. 나는 이런 일 이 우연히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리드호프먼은 자신을 '사회 참여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창업 전문 잡지 <안트러프러너>는 그를 '기업가들의 철인왕(philosopher king)'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머스크와 틸, 삭스, 라보이스처럼 호프 먼도 페이팔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그 후로도 계속 많은 돈을 벌었 다. 2002년 그는 링크드인을 창업하고 2006년까지 최고경영자로 있 었다. 이후 회장으로 물러난 다음,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새로운 경력 을 시작했다. 현재 30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호프먼은 기업과 직 원 사이의 '새로운 협약'이라는 것을 설계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새로운 협약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노동자에게 어떤 충성심도 요 구하지 않고 노동자도 기업에 고용 안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다. 이 협약은 노동자들이 자신을 독립 사업자로 생각하고, 일로 서로 경쟁하기를 권장한다. 호프먼이 자신의 첫 번째 책 《연결하는 인간》에서 밝혔듯이 각 개인은 스타트업이다. 호프먼은 이어 두 번 째 책 《얼라이언스》에서 이 새로운 협약을 설명했는데, 직업은 단지 거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요컨대 한곳에서 1~2년 일하고 다음 일을 찾아 계속 나아가라는 것이다. 나는 내 방식대로 이 '새로운 협 약'을 풀어 쓴 '새로운 직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이 책 첫머리에 실었다.
호프먼이 인재관리 방법을 조언할 때, 문제는 사실 그가 인재를 관리한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페이팔에서 4년을 있었고 링크드인의 최고경영자로 또 4년을 지냈지만, 당시 이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 호프먼의 새로운 협약은 노동자에게는 끔찍하지 만 투자자에게는 훌륭하다. 최근 호프먼의 주요 관심이 벤처 투자 인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털리 스트가 기업이 직원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에 관한 책을 쓴다는 건, 희대의 연쇄 살인마가 젊은 여성에게 데이트 조언을 하는 것과 같다는 문제가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이 새로운 협약은 기술 산업, 특히 스타트업의 규범이 됐다.
이 협상은 너무나 가혹하고 착취적이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기술 자유론자의 영웅인 에인 랜드(Ayn Rand: 집단주의를 혐오하고 개인주의를 신봉한 미국의 소설가옮긴이)조차 잠깐 말을 잇지 못하고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그러고도 정말 무사할까?"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복무 기간 정신을 허브스팟에서 처 음 경험했다. 그 회사는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라는 표어를 내 걸고, 엄청나게 높은 이직률을 축하했다. 이 표어는 스포츠팀에서 그렇게 하듯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천재들의 대참사》 를 쓸 때 나는 직원을 이런 식으로 처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 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술 산업이 잠깐 정신줄을 놓았던 기간'에스 타트업 내부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라고 썼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나는 그 광기가 일시적이지 않고 오래갈 뿐 아니라, 기술 산업 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 이 질병은 실험실을 빠져나와 온 세상을 감염시키고 있는 것 같다.
- 2017년에 나는 2011년 이후 기업공개를 한 60개 기술 회사의 목 록을 작성했다. 그중 무려 50개나 되는 회사가 이익을 낸 적이 없었 다. 몇몇 신생 회사는 믿을 수 없는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에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는 15억 달러, 모바일 메신저 스 냅챗은 30억 달러, 우버는 4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스포티파이의 창업자 대니얼 에크(Daniel Ek)와 스냅챗 의 창업자 에번 스피걸(Evan Spiegel)은 각각 25억 달러의 재산이 있 다. 우버의 창업자 캘러닉은 자신이 구성한 이사회에서 쫓겨나는 추 문을 일으켰지만, 그럼에도 50억 달러 가까운 순자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내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자신은 억만장자가 되는 사람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을까?
적자를 내는 비즈니스 모델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새로운 협 약을 만들어낸 이유와 직원들을 형편없이 대우하는 근거를 설명하 는 데 도움이 된다.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창업자들은 지속 가능한 회 사를 세우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직원들에게 안정적이고 오래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노동자에게 부를 분배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노동자는 매출 성장을 일으키는 연료 일 뿐이다. 온종일 전화기와 씨름할 젊은 텔레마케터 군단을 고용하 여, 그들에게 불가능한 할당량을 주고 탈진할 때까지 기계처럼 일하 도록 혹사한다. 직원들은 적은 임금을 받고 과도하게 일한 다음 번 아웃되면 폐기된다. 마침내 기업공개가 이루어지면 가장 높은 자리 에 있는 몇 사람만 엄청난 부자가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아무 것도 갖지 못한다.
내가 두려운 것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회사를 모방하려는 욕망이 다. 즉 다른 산업의 회사들이 노동관계의 새로운 협약과 높은 스트레스, 반노동자 철학을 포함한 실리콘밸리의 방법론을 도입하는 것 이다. 2017년에 노동자 친화적이고 훌륭한 기업 문화로 20년간 명 성을 누린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이 아마존에 인수됐다. 홀 푸드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파괴되고 말았다. 아마존이 무자비한 숫자 중심 경영 스타일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일어날 일은 더 위험할 수 있다. 노동자 친화적인 기업 문화로 유명한 또 다른 슈 퍼마켓 체인 웨그먼스(Wegmans)는 앞으로 사업을 지키기 위해 아마 존처럼 잔인해져야 할까?

-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불편한 결론에 도달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고 외치는 그 사람들이 사실은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대개는 탐욕과 관련된 이유들 때문이며, 적어도 노동자의 삶의 질에 관한 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오히려 이 기술 천재들이 아스퍼거 증후군(행동이나 관심 분야가 제 한적이고 같은 양상을 반복하는 전반적 발달 장애-옮긴이)를 앓거나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 긴다고 믿을 수 있다면 그나마 낫겠다. 동료 인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의도는 좋은 괴짜들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그런 경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 반대다. 창업자들과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인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특히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직원들에게만이 아니라 고객들을 조종하기 위해 심리적 속임수를 쓰는 데 전문가가 됐다. 심지어 행동심리학자 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직원들을 형편없이 대우하는 일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의도 적으로 실행된다. 벤처캐피털리스트와 도덕 관념이 없는 창업자 계 급은 회사의 유일한 의무가 투자자에게 최대한의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주주 자본주의 개념을 신봉하면서 직원들을 고통의 극한 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이 가려는 곳은 전혀 좋은 곳이 아니다. 계속 커지는 소득 불균형은 사회 조직을 분열시킬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소름 끼치는 부분은 실리콘밸리의 신흥 재벌들도 이것을 알고 있 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어떻게 진보는 이처럼 어두운 면 도 함께 가져왔을까? 사실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것 중 일부는 이 미 100년 전부터 시작됐다.
- 알고 보니 테일러는 엉터리이거나 사기꾼이었다. 선철 노동자 실험 결과는 이뤄진 적이 없었고, 적어도 그가 설명한 방식으로는 아 니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가 할당량을 크게 늘렸고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뒀다는 것이다. 베들레헴철강은 테일러를 해고했는데, 일 부 추정에 따르면 그에게 지급된 비용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얻은 절감액보다 훨씬 많았다. 테일러의 방법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결함 이 있었다. 그는 수치를 조작했고 거짓말을 했다. 2009년 질 레포레 (Jill Lepore)가 <뉴요커>에 쓴 것처럼, 그는 좋게 말하면 잘못된 판단을 했고 나쁘게 말하면 '파렴치한 사기꾼'이었다. 테일러는 1915년 한 병원의 침대에서 사망했다. 아마 여전히 스톱워치를 움켜쥐고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폭로에도 테일러리즘(Taylorism)은 거의 종교가 됐으며, 그 추종자들은 테일러라이트(Taylorite)라고 불렸다. 테일러는 때를 잘 타고난 운 좋은 사람이었다. 그가 사는 동안 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 카네기스틸(Carnegie Steel), US스틸(U.S. Steel), 시어스로벅(Sears Roebuck),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GE)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 이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지만 이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20세기 초 큰 대학들은 경영대학원을 설립하기 시 작했고, 뭔가 교육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테일러리즘을 가르쳤다.
- 테일러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프레더릭 테일러, 과학적 관리법>은 1911년에 출간됐고, 20세기 전반에 가장 많이 팔린 경영서가 됐다.
테일러의 이론으로 무장하고 이제 막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작은 테일러들로 구성된 부대가 기업의 세계로 진군했다. 한 세기가 지난 후 경영학 석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위가 됐고, 해마 다 대학에서는 18만 5,000명씩 쏟아낸다. 경영대학원은 새로운 직 업을 낳았다. 바로 경영 컨설턴트다. 지금 기업 세계는 컨설턴트들 로 북적인다. 미국에서만 60만 명이 넘는다. 테일러처럼 이런 사람 들은 머릿속이 대부분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지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를 때도 극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로 지낼 수 있는 놀라운 능력만큼은 타고났다. 전직 경영 컨설턴트 매튜 스튜어트(Matthew Stewart)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위험한 경영학》에서 첫 취업 면접에서 허튼소리를 늘어놓는 능력을 시험받았던 일을 들려주었다.
이 시험의 목적은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주제에 대해 전적으로 허구에 가까운 것을 바탕으로 얼마나 능숙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지를 보는 것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것은 경영 컨설팅의 훌 륭한 입문 과정이었다.
- 테일러처럼 경영 컨설턴트들은 보수를 많이 받지만 사실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오래된 농담도 있듯이, 경영 컨설턴트는 당신에 게 시계를 빌려 시간을 알려준 다음 그 시계를 가져가는 사람이다. 지난 세기에 테일러라이트들은 조직에서 도입하면 모든 기계의 성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마법의 프로그램과 방 법론을 만들어냈다. 우리 노동자들이 실험실의 쥐라면 커튼 뒤에 서 있는 미친 과학자들은 경영 구루로서 칭송받는다.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 다음 효과가 있는지 우리에게 실험해본다.
- 식스시그마, 린 생산 방식, 토요타 생산방식 같은 20세기 테일러라 이트들의 방법론은 자동차, 항공기, 각종 기기 등 물리적인 제품 생 산을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고 대부분 사람이 손이 아니라 두뇌를 사용해 일한다. 당연하게도, 인 터넷이 부상하자 영리한 경영 컨설턴트들은 지식노동자의 생산성을 최적화하고 소프트웨어 코딩 같은 업무에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에 필요한 과학적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기업 운영의 모든 측면 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두 가지 새로운 형태의 테일러리즘이 이 일을 시도했다. 먼저 애 자일이 기업 세계를 휩쓸었다. 이것은 하나의 운동으로 변신했지만 오히려 널리 퍼진 정신질환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경영 기법이다. 다 른 하나는 린 스타트업으로, 광적인 추종자들이 있었지만 인기는 덜 했다. 이 두 가지 방법론은 조직 행동 분야의 거대한 글로벌 실험을 대표한다. 수백만 명의 가련한 직장인이 자기도 모르게 실험실의 쥐 가 됐고 때로는 끔찍한 결과를 겪었다. 테일러가 그랬듯이, 애자일 과 린 스타트업의 지지자들은 거의 종교적 열정으로 자신들이 조직 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테일러가 그랬듯 이, 그들도 의도는 좋았겠지만 완전히 틀렸음이 확실하다.
- 애자일이 변모하고 진화하며 기업 세계의 모든 틈새로 스며드는 동 안 경쟁 방법론 또한 실리콘밸리에서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2000 년대 중반 에릭 리스(Eric Ries)라는 젊은 기업가가 조직 행동에 관한 과감한 실험에 착수했고, 이것을 린 스타트업이라는 방법론으로 발 전시켰다.
리스는 예일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2000년에 졸업했 다. 그는 대학 시절에 스타트업을 창업했지만 실패했다. 졸업 후 그는 온라인 가상현실을 개발하는 실리콘밸리 회사에서 일했다. 2004년 그와 네 명의 동료가 따로 나와 사람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어울 리고 게임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구축했다. 회사 이름을 IMVU라 고 지었고, 리스가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가 됐다.
리스는 4년 동안 IMVU에 있으면서 토요타 생산 방식과 린 생산 방식에 마음을 빼앗기게 됐다. 그는 토요타가 코롤라 자동차를 조립 할 때 사용하는 원칙들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심지어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론을 정리했다. 그가 세운 스 타트업 IMVU는 그 이론을 시험하는 현실의 실험실이 됐다. 2008년 IMVU를 떠난 리스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블로그를 만들고 강연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2011년에 출판되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 책 <린 스타트업의 근간이 됐다. 웹 2.0으로도 알 려진 두 번째 인터넷 붐이 시작되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스타트업이 세워졌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었 고, 일부는 직장을 다녀본 적도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 고 있는지도 몰랐다. 리스는 그들에게 로드맵을 제공했다.
린 스타트업에도 애자일처럼 나름의 용어와 약어가 있다. 이를테 면,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이나 '믿음의 도약 가설(leap of faith assumptions, LOFA)', '생산(Build)-측정(Measure)-학습 (Learn) 절차' 등이다. 애자일이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에서 대부분 분 야에 적용할 수 있는 마법의 방법론으로 진화한 것처럼, 린 스타트 업도 이 방법론을 거의 초자연적인 힘으로 맹신하는 제자들에게 받아들여졌다. 린 스타트업은 애자일처럼 세계적인 현상이 됐고 그 자 체가 산업이 됐다.
리스는 컨설팅 회사인 린스타트업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컨설팅 서비스를 판매하고, 콘퍼런스를 운영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 다. 다른 자문 회사들도 린 스타트업 실행 방법을 구축했다. 린 스타 트업은 이름과 달리 스타트업 기업만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리스는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조직이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기업에 있는 사람들도 창업자처럼 행동할 수 있다. 리스는 그들을 '사내 기업가(intrapreneur)'라고 부른다.
- GE는 디지털 시대에 대기업을 어떻게 재창조할 것인가에 대한 빛나는 사례가 되는 대신, '해서는 안 될 일을 알려주는 사례가 됐 다. 물론 린 스타트업이 GE의 문제를 일으킨 원인은 아니다. 하지만 린 스타트업으로 회사를 구할 수도 없었다. 문제는 GE가 잘못된 방 법론을 선택했다거나 린 스타트업 대신 애자일을 도입했어야 한다 는 것이 아니다. GE가 린 스타트업을 올바르게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도 아니다.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세상에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 결하는 실버불렛(silver bullet)이 없는 것처럼, 30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조직을 스타트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적적인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공모함을 제트스키로 변신시킬 수는 없다.
- '경영학'을 팔아 생활하는 일부 사람들조차도 이런 것은 엉터리라고 말한다. 매튜 스튜어트는 테일러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경영 구루들의 업적을 파헤친 책 《위험한 경영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 경영학은 충분히 위험할 정도로 잘못됐고 우리를 심각하게 나쁜 길로 인도했다. 우리가 비과학적인 질문에 과학적인 답을 찾 는 잘못된 탐구를 하게 했다. 근본적으로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문 제에 과학적인 척하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 대기업들이 두려워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지만, 불안은 그들을 미 치게 할 뿐이다.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스키니진을 입고 카우보이 부 츠를 신는 나이 든 남자나 젊은 피를 수혈하려고 한 달에 한 번씩 암 브로시아를 찾는 아흔 살 노인처럼, 대기업들은 부산스럽고 어리석 은 행동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잊었다.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 두려움에 찬 쥐는 오직 한 가지, 이 상자에서 벗어나 충격을 받지 않을 방법만 생각한다.
번스의 MRI 실험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이상한 일을 벌이 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의 회사가 업계에서 퇴출당할 위기 에 있거나 몰락에 대한 비난을 받게 될 것이 두려운 최고경영자들은 해커톤을 개최하거나, 큰 규모의 기업인수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직원이 30만 명인 회사가 '스타트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상상하 거나, 애자일이 실제 효과가 있다는 실증적 증거가 없음에도 직원들 에게 애자일을 배우게 한다.
두려움에 찬 기업들은 나쁜 결정을 내린다. 최고경영자들은 어떻 게든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고 위협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두려움에 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두려움 속에 사는 사람들은 최 선을 다할 수 없다. 번스의 실험에서 얻은 가장 뚜렷한 교훈은 만약 기업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낳는 창의적 인 사고방식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싶다면, 먼저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트레이닝에 더 많이 투자하라. 조금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라. 건강보험 혜택과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라. 언제든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제거하라.
앞으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이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 넷플릭스 컬처 데크의 영향력은 상당히 과대평가되어 있다. 처음 게시된 2009년 이후 이 문서는 약 1,800 만 번 조회됐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는 "이제까지 실리콘 밸리에서 나온 문서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IT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넷플릭스 컬처 데크는 “인터넷 경제 중심점을 위한 문화 성명서이자 현대 직장생활의 미래를 볼수 있는 수정구슬"이 됐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팀'이라는 개념과 관련된 모든 것은 분명히 어리석고, 심지어 형편없는 기업 정책을 뭔가 바람직한 것으로 포장 하려고 만들어낸 명백한 거짓말이다. '노동자를 홀대하는 잔인한 청이'라는 정체성을 가리기 위해서 말이다. 넷플릭스는 조직 안에 '높은 성과를 추구하는 문화'가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기 준은 많은 사람이 쉽게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야 한다. 컬처 데 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모든 포지션에 스타 선수를 배치해야 하는 '프로 스포츠팀'과 같다. 최근 몇 년 동안 넷플릭스는 많은 직원을 해고하면서 '올림픽 팀에서 탈락한 것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라 고 말해왔다.
- 컬처 코드는 뭔가 대단한 것이 됐지만, 사실 불쾌하고 어리석고 무의미한 것이다. 톰 피터스가 말한 것처럼 "글로 써서 벽에 붙이는 순간 망한다. 그것은 문화가 아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의 저자 에이미 커디(Amy Cuddy)는 '인스타 컬처(insta-culture)'에 대해 꼬집었다. 회사가 코드를 만들고 탁구대를 사 온 다음 "자, 우리도 문화가 생겼다"라고 말한다는 것 이다. 진정한 문화가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온라인에서 기업 컬처 데크를 검색하면 수십 개는 찾아 읽을 수 있다. 이것을 꼼꼼히 읽다 보면 아마도 진절머리가 날 것이다. 경건 한 척하는 신경제 기업의 끈적거리는 말을 바가지로 뒤집어쓴 기분 일 테니 말이다. 그들은 별반 다르지 않은 말들을 경쟁적으로 늘어 놓는다. 그들은 팀이고 관리자는 코치다. 그들은 윤리와 정직, 공감 과 투명성을 좋아한다. 그들은 남다르게 뛰어나고 적응력이 높고 열 정적이며 호기심이 많고 두려움을 모른다. 그들은 최고 중의 최고지 만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겸손하다. 그들은 성공을 축하하고 실패를 통해 배운다. 그들은 자유를 좋아하고 규칙을 싫어한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특별하다. 이처럼 진지하지만 아무 뜻도 없는 마케팅 허언을 가리켜 의미심장한 의미 없음 (meaningfullessnes)'이라고 한다. 컬처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들은 것에 통달했다.
'가족이 아닌 팀'이 가진 문제는 회사가 이런 개념을 받아들이는 순간 직원을 해고하면서 비뚤어진 자부심을 갖기 시작한다는 것이 다. 누군가를 해고하는 일은 이전에는(물론 지금도 그래야 하지만) 드물 고 유감스러운 일이었으며, 고용주나 고용인 모두 최대한 피해야 하 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부 회사에서는 사람을 해고하 는 일이 명예 훈장이나 심지어 자랑거리가 됐다.
- 지난 10년 동안 고용 불안정에 관해 연구해온 벨기에 루벤대학교 의 조직심리학자 틴 반데르 엘스트(Tinne Vander Elst)의 연구에 따르 면, 고용 불안정이 창의력 감소와 업무 성과 및 생산성의 전반적인 저하, 높은 수준의 직장 내 괴롭힘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 고용 불안정을 경험한 노동자는 건강 악화와 높은 수준의 감 정 고갈,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우울증을 보였고, 사고와 부상을 더 많이 당하고 윤리적 판단 실수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노력은 적게 하는 반면 회사 험담을 하고, 다른 직장을 알 아보며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과학자들은 만성적이고 낮은 수준의 스트레스가 강렬하지 만 오래가지 않는 스트레스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우리 뇌는 포식자에게서 도망치거나 불타는 건물에서 탈출하는 것처럼, 강렬 하지만 짧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경미하지만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방법은 입력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가족이 아닌 팀'이라는 직장에서 얻는 것은 이런 스트레스다. 5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구자들이 쥐에게 사용하는 '예측할 수 없는 가벼운 만성 스트레스를 만드는 실험 방 법'을 인간에게 적용한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높아진 공포 반응을 감수하고 살 때 우리 뇌에는 아주 놀라운 일들이 일어난다. 두려움이 기억력을 떨어뜨리고 뇌 일 부를 손상시킬 수 있다.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에서 실시한 두 개 의 뇌 스캔은 건강한 뇌와 스트레스 및 우울을 겪는 뇌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건강한 뇌는 노란색과 주황색 부분이 넓게 나타나면서 활 발히 빛나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뇌는 짙은 푸른색이나 검은색 부분 이 넓게 나타나고 노란색 점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어 마치 가동을 중지한 것처럼 보인다.
- 나는 20세기에 최고경영자들이 출간한 책들을 살펴보았다. 경영 과 채용에 관한 그들의 시각은 오늘날 거의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 다. 리아이아코카(Lee lacocca)는 1984년에 낸 자서전에서 포드자동 차의 최고 자리에서 해고됐을 때 수치와 분노를 느꼈지만, 이후 크 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로서 회사를 파산에서 지키고자 수천 명의 노동자를 해고해야 했을 때 더 큰 고통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 결정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크나큰 개인적 비용을 치른 것이었다 고 언급했다.
헨리 포드는 1928년에 낸 자서전 《나의 삶과 일》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잘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 자신이 회사를 세우는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돈도, 심지어 자동차도 아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포드는 아이들이 수습 과정을 거쳐 졸업 후 포드에 취업할 수 있는 직업학교를 세웠고, 노동자 계층에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했다.
한번은 경영진에게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작업 목록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였다. 시각 장애 인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한쪽 팔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는 책에 이렇게 썼다.
나의 야망은 점점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 산업 시스템의 혜택을 확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삶과 가정을 세우길 바란다.
- IBM의 최고경영자였던 토머스 왓슨 주니어(Thomas J. Watson Jr.)는 기업의 최우선 순위를 '직업 안정' 정책이라고 생각했고, “24년 동안 정리해고 때문에 단 1시간도 낭비하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1963년에 쓴 회고록 <거인의 신념》에서는 만약 직원이 한 가지 일 을 망친다면 IBM은 다른 일을 찾아줄 거라고 밝혔다.
우리는 직원 개인의 능력을 계발하고, 업무 요건이 바뀌면 재교육 하며, 맡은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다른 기회를 주기 위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빌 휴렛과 데이브 패커드는 매년 HP 직원 가족 야유회에서 직접 음 식을 서빙했다. 그들은 HP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랑스러워했다.
- 직원과 가족의 여가를 위해 회사 근처 땅을 매입하기도 했다. 패커 드는 1995년에 출간한 책 《HP 웨이(The HP Way)》에서 캘리포니아에 는 캠핑 장소로 딱 좋은 숲을, 스코틀랜드에는 좋은 낚시터가 있는 호수를, 독일에는 스키를 즐기기에 적합한 장소를 마련했다고 회고 했다. 이 책에는 1960년에 패커드가 관리자들에게 했던 연설도 실 려 있다. 직장에 대한 그의 관점을 알 수 있기에 일부를 여기 소개한 다(진하게 표시한 부분은 내가 강조한 것이다).
우리는 직원에게 책임이 있다. 그들이 우리의 일을 계획하므로 우리는 직업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쉽게 채용하 고 쉽게 해고하는 작전을 쓸 의도가 없다. 때로는 필요한 사람들 을 고용한 다음, 가능한 한 많은 일을 시키고, 그 일이 끝나면 집으 로 보내는(해고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설 령 이것이 가장 효율적일지라도 우리는 결코 이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지 않았다. 우리는 능력이 닿는 한 기회와 고용 안정을 제 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 결과를 살펴보라. 절정기에 있을 때 헨리 포드와 데이브 패커드, 토머스 왓슨은 오늘날 넷플릭스나 링크드인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 한 기업을 경영했다. 포드나 패커드, 왓슨이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지금까지도 그들이 세운 기업은 지속 성장하고 있고, 사실 넷플릭스 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20세기의 경영자들은 무엇인가를 깨달았던 이들이다. 오래가 는 회사를 세우려 한다면 당신이 귀 기울여야 할 사람은 바로 이 사 람들일 것이다. 당신은 노동자에게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라 고 말하는 대신, 팀'이면서 가족이 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30년 동안 연구자들은 업무 현장의 변화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전투에 참여하거나 자연재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만큼 가혹 한 정신적 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기업가들에게 경고해왔다.
과거 20년 동안 일어난 기술 변화만큼 거대하고 심지어 더 큰 전 환이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형태로 우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을 이끄는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우리가 '제4차 산업혁 명'에 진입했으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거라고 말했다. 인터넷 시대의 처음 25년은 이미 많은 사람이 한계점을 넘어 '환멸과 두려움'을 느끼고 불만과 불공정이 만연해졌다고 슈밥은 말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생활하고 일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꿀 기술 혁명 직전에 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더 큰 규모와 범위와 복잡성을 지닌 변화가 올 것이다. 지금부터 20년 후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우 리는 얼마나 환멸과 두려움을 느끼게 될까? 미래가 기적처럼 경이롭 다고 해도 우리의 뇌는 그 미래에 알맞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 이미 60년 전에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건전한 사회》에서 자본주의와 자동화가 결합하면 깊은 정신적 손상을 일으키고, 이것이 소외와 우울, 일종의 문화적 광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50년에서 100년 후에 (...) 자동화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생산하고 기계처럼 행동하는 인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과거의 위험은 인간이 노예가 되는 것이었지만, 미래의 위험은 인간이 로봇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C 출시를 거쳐 인터넷 초창기에 이르는 동안 많은 사람은 늘어나 는 기술 이용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다. 기술은 우리 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더 많은 자율성과 자유를 줄 것 같았다. 직장 을 민주적으로 만들고, 평범한 노동자들이 회사 경영에 더 큰 목소 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새로운 노동 방식을 개발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한편에서 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뱁슨 칼리지의 경영학 교수 토머스 데이븐포트(Thomas Davenport)는 1990년대에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BPR: 업무 프로세스 재 설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는 일에 참여했다. 컴퓨터 기술을 활용 하여 조직을 구조조정하는 전략이다. '리엔지니어링'은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기업은 이 개념을 받아들여 많은 사람을 해고하는 구 실로 사용했다. 리엔지니어링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븐포트는 소 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대규모 해고를 "회사 내부 직원들을 단지 수 많은 비트나 바이트처럼 취급하는" 관리자들이 자행한 "이유 없는 유혈 사태"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것을 "인간성을 상실한 행위"라고 표현했고 이 일에 참여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2005년 뱁슨 칼리지의 또 다른 교수 제임스 후프스(James Hoopes)는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통제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라고 경고하면서 관리자들이 기술에 의존할수록 직원들은 더 비인간화된다고 우려했다. 2018년 나는 후프 스에게 지금 상황은 어떤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장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직원의 비인간화를 넘어 고객의 비인간화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보스턴 외곽 뱁슨 칼리지 연구실에서 후프스를 만났을 때 그는 기업이 정보기술을 사용하여 고객 서비스를 자동화하고 고객을 컴 퓨터 시스템과 상호 작용하게 한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기업은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추적하고 정보를 수집하 는 데에도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가장 큰 실망은 기술이 직원을 등 지는 방식에서 기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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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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