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존재

etc 2023. 4. 12. 16:28

- 걷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 결과는 아주 명백했 는데, 규칙적인 걷기 운동은 당뇨에서 벗어나고, 심장병을 예방하고, 암을 억제하고, 혈압을 낮추고, 체중을 줄이고, 우울과 불안을 완화하는 등 수많은 장점으로 수백만 명에게 도움을 주었다. 실제 로 한 연구에서는 운동이 매년 거의 4백만 명의 조기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걷기가 매년 최대 8백만 명의 사 망을 막아준다고 믿는 일부 전염병학자들의 주장에 비하면 보수적인 수치다. 또 다른 연구는 운동을 통해 35개의 만성 질병을 예 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 중요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면 몸속에서 수백 가지 복잡한 변화가 일어난다. 12분만 걸어도 심장박동에 영향을 주는 분자, 폐로 들어오는 공기, 뇌의 뉴런 등 혈액 속에 있 는 대사물질 522개가 바뀐다. 걷기 운동을 할 때 밀려 들어오는 산소는 우리의 중요 기관, 기억력, 창의력, 기분, 생각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걷기는 수백 개의 근육, 관절, 뼈, 힘줄을 정교하면 서도 힘들이지 않고 움직이며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뿐 아 니라 수많은 분자 경로를 활성화하고, 심장을 확장하고, 근육을 강화하고, 동맥의 내벽을 매끄럽게 하고, 혈액 속 당을 배출시키 고, 후성유전학적 변형이라는 기적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유전자 를 변화시킨다. 걷기의 효과는 건강 증진 그 이상이다. 걷기는 미 래 세대의 건강까지 강화한다. 가임기에 운동을 하면 질병에 더 강한 아이들을 낳을 수 있고, 임산부가 활동적으로 움직이면 모유 에 아이의 당뇨 위험, 심장병 위험, 비만 위험을 낮추는 복합물이 생성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 우리 대부분은 겨울이 되면 밖으로 나가 걷지 않고 집 안에 머물며 따뜻하고 쾌적하게 지내려고 한다.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카터, 리터, 다비드넬이 추위를 받아들이며 사랑하게 된 수십 년 뒤, 과학자들은 마침내 적당한 추위 속에서 시간을 보내 면 우리 몸과 두뇌에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얼음과 눈과 추위는 몇 세기에 걸쳐 치유의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이집트 기록에는 염증을 완화하기 위해 차가운 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언급되어 있고, 영국 수도승들은 얼음을 마취제로 사용했 으며, 제임스 아노트 James Arnott라는 19세기 영국의 내과 의사는 두 통과 악성 종양 증상 완화에 잘게 부순 얼음과 소금을 활용했다.
- 2000년 일본에서 이루어진 실험에서 연구원들은 여성을 두 그 룹으로 나누어 걷게 했다. 한 그룹은 다리를 모두 가리는 긴 치마 를 입었고, 다른 그룹은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드러나는 짧은 치마 를 입었다. 실험에 참여한 여성들은 1년 동안 같은 치마를 입으며 다리를 정기적으로 검사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자기 공명 영상 MRI을 찍은 결과,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다리에서 추가 지방 층 하나가 더 발견되었다. 긴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다리에는 변 화가 없었다. 이는 추위에 노출되면 살이 찐다는 의미가 아니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그 반대였다.
- 어떤 성인(예를 들어 스칸디나비아의 야외 작업자들)의 피부 아래에 갈색 지방을 보관하는 주머니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지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오직 동면하는 포유류에게만 보호 역할을 하 는 갈색 지방이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연구원들은 10년이 더 지 나서야 갈색지방조직 BAT이라고도 불리는 갈색 지방에 대한 놀라 운 진실을 알아냈다. 짧은 치마를 입었던 일본의 피실험자들이 추 위로부터 얻은 지방도 바로 이 갈색 지방이다.
이름만 들으면 그렇게 안 보이지만, 갈색 지방에는 백색 혹은 황색 지방과 관련된 해로운 지방질이 전혀 없다. 갈색 지방은 근육 세포를 포함한 그 어떤 것보다 효과적으로 지방을 태우는 역할을 한다. 앉아있는 시간이 많고 몸집이 큰 사람보다 마르고 활동적인 사람에게 갈색 지방이 많은 이유다.
- 가장 극적인 발견은 연구원들이 갈색 지방에 우리가 먹는 음식과 숨쉴 때 들어오는 산소를 아데노신삼인삼ATP이라는 에너지 형태로 바꿔주는 작은 공장이 가득하다 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갈색 지방은 우리가 체온을 유지하고 숨쉬게 하려고 존재하는데, 이는 왜 잠깐의 추위가 신진대사를 증가시키고, 식욕을 조절하고, 인슐린 민감 성을 증진하고, 세포를 일찍 죽지 않게 하는지 설명해준다.
갈색 지방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보호하는 바토카인 분자 를 생성해 이러한 일을 해낸다. 바토카인은 근육을 강화하는 단백 질인 폴리스타틴 생성을 촉진한다. 또한, 바토카인은 IGF-1이라 는 복합체의 양을 증가시키는데, 단순하게 말하면 우리 몸이 자가 치유를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며, 2021년 진행된 한 연 구에서 갈색 지방이 많은 사람은 고혈압, 울혈성 심부전, 관상동 맥 질환에 덜 걸린다는 사실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갈색 지방이 지닌 치유 효과의 가능성을 본 과학자들이 뛸 듯이 기뻐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 * 다리 뒤쪽 근육을 사용해 뒷발로 밀어내며 걷자.
* 발꿈치부터 발가락까지 닿게 하며 발가락을 모두 사용해 앞으로 걷자.
* 갈비뼈와 척추 밑부분을 곧게 세워 복근을 활성화하고 코어에 공간을 만들자.
* 목을 길고 곧게 뻗어 척추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걸으면서 오랫동안 컴퓨터 앞에서 굳은 근육을 풀어주자.
* 팔꿈치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팔을 자유롭게 흔들며 걷자. 파워 워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움직이는 진자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손은 주먹을 쥐지 않고 자연스럽게 편다.

- 현재 과학자들은 코 호흡이 정신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평 온함 그 이상이라고 믿는다. 걷는 것은 호흡을 연마할 수 있는 가 장 좋은 시간이다. 그러니 걷자. 그리고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 자. 우리가 코를 통해 숨을 들이쉴 때 공기 중에 있는 병원균, 알레 르기 유발 물질 등 유해 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과정이 일어난다. 우리의 비강은 산화질소NO를 생산하며, 이는 폐로 흐르는 혈액의 흐름을 증가하게 해 혈액 속 산소량을 증폭시킨다. 반면 입으로 숨을 쉴 때는 코에서 이루어지는 여과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산화질소를 생산할 수 없으므로 코 호흡을 통해 들어 오는 여분의 산소를 세포에서 빼앗는 것과 같다.
산화질소는 코에서 곧바로 폐까지 운반되는데, 약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폐에 들어온 산화질소는 폐 속에서 복제될 수 있는 바이러스성 호흡기 염증(코로나바이러스 같은)을 막아주는 동시에 우리 몸에 산소와 혈액이 더욱 잘 흐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사스SARS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연구원들은 산화질소가 폐에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추측했고, 연구 결과는 이들의 추측이 정확했음을 증명했다. 한 연구에서는 폐렴에 걸린 환자들이 산화질소를 들이마셨을 때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입으로 호흡하는 사 람이 기도 내 산화질소가 적고, 심장병, 피로, 염증, 두통, 스트레 스, 구취, 충치 등과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 연구원들은 코 호흡을 통해 생성된 여분의 산화질소가 우리몸의 바이러스양을 줄여 면역 체계가 더 잘 싸울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산화질소의 역할을 발견한 공로로 1998년 노벨상을 받은 약리 학자 루이스 이그내로 Louis Ignarro 교수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산화 질소를 계속 생성할 수 있도록 코로 호흡함으로써 산화질소가 최 대한 폐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호흡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또한, 코 호흡은 전반적인 신체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 제임스 네스터 James Nestor는 『호흡의 기술』에서 코 호흡을 자세히 다루며 코로 호흡하면 혈압이 낮아지고, 수면에 도움이 되고, 소화를 촉 진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고, 심지어 두뇌 기능을 향상할 수도 있 다고 주장했다. 그가 직접 운동하며 코 호흡과 입 호흡을 비교해 본 결과 몸을 움직일 때 코로 호흡하면 인내심이 증진되고 피로가 줄어들지만, 입으로 숨을 쉬면 피로, 어지러움, 구취가 발생했다.

- 진흙이나 흙과 가까워지면 소화기관에도 이롭다. 오스트레일 리아의 한 연구에서는 품질 좋은 흙에 노출된 쥐들이 품질 낮은 흙에 노출되었거나 아예 노출되지 않은 쥐보다 몸속 미생물생태 계가 더 다양하고 불안감을 적게 드러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중요한 점은 품질 좋은 흙에 노출된 쥐들의 미생물생태계에 낙산 염이 풍부했다는 것이다. 낙산염은 가장 많이 연구된 미생물이며, 현재 과학자들은 낙산염이 지닌 항암과 항염 작용을 조사하고 있 다. 흙(특히 숲 바닥에 있는 흙)은 일단 소화기에 들어가면 장에서 낙산염을 만들어내는 박테리아를 생성하며, 이는 다양한 생명이 사는 흙에 노출되면 소화기관과 정신건강 모두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 특히 농장의 진흙과 흙에 노출되면 천식 위험이 줄어든다. 알 레르기 전문가이자 영국에서 손꼽히는 소 아과 의사인 헬렌 콕스Helen Cox는 「뉴잉글랜 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게재된 연구를 포 함한 다양한 연구에서 "농장에서 자란 아이 들이 다양한 박테리아에 노출되는 것은 낮은 천식 발병률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편 젖은 흙에서 생성되는 지오스민이라는 물질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우리는 이 풍부한 향기를 아주 예민하게 잡아내는데, 수 영장에 단 일곱 방울만 떨어뜨려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지오스민 향기에 편안함을 느끼고 안심하 는 이유는 우리의 먼 조상들에게 이 냄새가 곧 물과 비옥한 흙이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지오스민은 곧 생존의 냄새였다.

- 대사물질은 우리 몸이 얼마나 잘(혹은 잘못) 기능하고 있는지와 더불어 세포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회복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작은 분자들이다. 의사들은 대사물질을 신체 내부에 어떤 일 이 일어나는지 측정하는 생물학적 지표로 활용하거나, 신진대사 건강을 확인하거나, 심장 상태를 검사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이 연구를 진행한 연구원들은 12분 동안 빠르게 걸은 뒤 이 생 물학적 지표 중 80% 이상이 좋은 쪽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을 발 견했다. 변화한 대사물질 502개 중에는 글루탐산염도 있었다. 우 리 모두의 몸에는 글루탐산염이 숨어있는데, 스트레스나 독성에 노출될 때 두뇌에서 분비된다.
글루탐산염 과잉은 심장병, 당뇨, 낮은 수명, 뇌세포 부족, 뇌의 수축을 의미하는 생물학적 지표로 해석된다. 연구원들은 12분 운 동이 특히 글루탐산염 농도를 29%까지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 다. 간 질환과 당뇨에 관련된 대사물질은 18%까지 떨어졌고, 저장된 지방파괴를 돕는 대사물질은 33%까지 증가했다.

- 우리가 앞을 향해 걸을 때, 두 눈은 자동으로 앞을 살핀다. 스탠퍼드 의과대학 신경과학자 앤드류 휴버맨Andrew Huberman은 이를 "파노라마 시야panoramic vision”라고 설명했는데, 우리 주변의 모든 광경을 받아들이는 시각을 의미한다. 파노라마 시야는 우리가 스 크린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휴대전화를 볼 때 활용하는 극도의 초점 시야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파노라마 시야를 활용할 때 우리 는 '광학적 흐름'이라는 과정에 따라 풍경을 받아들인다. 광학적 흐름이란 우리가 현재 어디를 향하고 있고, 어떻게 해야 경로를 가장 잘 탐색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시각의 실시간 이동이다. 우리 망막 뒤쪽에 있는 세포층은 두뇌 회로의 축소 모형과 같 은데, 파노라마 시야를 활용하거나 움직일 때는 이 회로를 통해 균형과 관련된 시스템이 자극받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고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세포층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 한 가지는 불안감 과 두려움 완화다. 여러 연구 결과는 광학적 흐름을 활용할 때 우 리 눈이 미끄러지듯 풍경을 살피며 위험을 감지하는 편도체를 진 정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MDR 요법을 진행할 때도 트라우 마를 남기는 기억들이 말이 아닌 눈의 움직임을 통해 성공적으로 처리되며 충격적인 기억이 더는 장애물로 남지 않고 잘 정리되어 저장될 수 있게 된다.
점점 더 많은 연구 결과가 망막 뒤에 있는 이 세포층이 해마에 서 기억을 처리하고,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는 능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휴버맨의 연구에서는 스치듯 흐르는 넓은 시야가 우리를 훨씬 편안하고 차분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휴버맨은 수렵 채집인 시기에 인류의 시야와 두 뇌가 마실 물과 동물은 차분하게 탐색하고 필요할 때만 초점 시야 로 바꿀 수 있도록 발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오늘날 우리는 점 점 더 많은 시간을 좁은 시야에 집중하며 유목 생활을 했던 선조 들이 잊지 않기 위해 애썼던 파노라마 시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걷기의 치유 효과를 완전히 누리려면 눈도 함께 따라 걸어야 한다. 예를 들어 휴일에 새로운 장소에 가면 우리 눈 뒤에 있는 두 뇌는 낯선 풍경을 살펴보고 확인하며 더욱 활발하게 움직인다. 공 원을 돌아보거나 숲을 걸어보며 지금까지 가본 적 없는 새로운 산책로를 찾아보자. 늘 다니는 동네를 걸으면서도 시간을 들여 더 넓은 풍경을 보고, 주의를 기울이며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면 변하는 날씨가, 계절이 바뀌는 풍 경이 보이고, 새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뒤로 기울여 시야를 높인 채 걷다 보면 지금까지는 보 이지 않던 건물의 미세한 부분, 나무가 만들어내는 지붕, 기묘한 모양을 한 구름,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는 새의 깃털이 눈에 들어 온다. 휴버맨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파노라마 시야를 활용하며 시간을 보낼 때 여유로움과 이완을 크게 느끼지만, 반응 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한다.

- "나는 너무 밝아지기 전에 밖으로 나간다." 작가 해리엇 마티노 Harriet Martineau는 1847년 이렇게 썼다. "이른 아침 산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하기 전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마 티노는 과학적 증명 없이도 이른 아침 산책이 주는 여러 장점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이 여러 장점은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만약 하루에 한 번 걸을 수 있다면, 아침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왜일까? 빛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시 계이기 때문이다. 일어난 후 한 시간 안에 빛을 받으면 각 세포는 적절하게 움직일 준비를 한다. 10분 정도의 산책이면 충분하다.
- 우리의 빛 민감도는 막 일어났을 때 가장 낮으며, 이때 우리의 뇌를 깨우고 그날의 주기 리듬을 준비 상태로 만들려면 강한 빛 을 받아야 한다. 수많은 연구가 잠에서 깨어난 뒤 처음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그날 밤 수면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증명 했다. 아침에 빛을 받으면 우리의 눈 뒤쪽에 있는 뉴런 층이 이제 움직일 시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멜라토닌 생성을 완화한다. 또한, 아침 햇빛으로 받는 충격은 몸에 코르티솔을 흘러넘치게 해 우리를 깨어나게 하고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니 아침에 짧은 산 책을 할 때는 햇볕이 따가울 정도가 아니라면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 또한, 아침 햇빛을 받으면 우리 몸에서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데, 세로토닌은 신경세포에서 생성되며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 어주는 화학 물질이다. 세로토닌은 수면의 질을 결정하며, 이후에 잠을 깊게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기묘하게 도 아침 일찍 하는 산책은 밤에 깊은 잠을 자기 위한 최고의 방법 이다.
아침 햇빛에는 우리를 깨우고 잠을 잘 자게 해주는 것 이상의 잠재력이 있다. 이른 아침 산책은 심장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최 근 한 연구에서는 밝은 빛이 혈관을 강화하는 특정한 유전자를 증 가시켜 심혈관 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증진하면서 심장마비 위험을 줄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를 이끌어주는 친구와 같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완성되는 감각은 후각뿐이다. 열 살이 될 때 까지 후각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하며, 우리의 코는 수십억 개의 다양한 냄새를 구별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하루에 2만4천 번씩 숨을 들이쉬며 콧구멍 안쪽에 있는 후각 세 포 약 5백만 개로 한 시간에 수천 가지 다양한 향을 만끽한다.
현재 선구적인 연구자 일부는 후각상실이 심장병 유무보다 인 간의 수명에 더욱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연구자들은 우울증, 조현병, 간질과 같은 증상을 후각과 관련지으며 냄새를 맡는 능력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 코로나19 환자들에 관한 한 연구는 후각과 미각의 상실이 코로나바이러스 증상 중 유일하게 우울과 불안에 관련된다는 결과를 밝혀냈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이를 분명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숨을 들이쉴 때면 미세한 냄새 입자 들이 콧구멍 위쪽의 수용체를 스쳐 간다. 이곳에서부터 냄새 입자 들은 우리 뇌의 후신경구에 도달해 처리된 뒤 편도체(뇌에서 감정 을 담당하는 부분)와 해마(기억 저장소)로 이동해 일종의 냄새 '이미 지'를 기록한다. 이렇게 직접적인 경로로 이동하는 감각은 후각이 유일한데, 이는 냄새, 감정, 기억이 서로 엮여 하나로 저장되는 경 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정한 냄새가 기억을 생생하 게 떠올리게 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 스코틀랜드 작가이자 걷기를 좋아했던 난 셰퍼드 Nan Shepherd는 비 온 후 자작나무에서 "숙성된 브랜디처럼 향긋한 과일 향이 나는 데, 너무 매혹적인 나머지 지나는 사람들이 취할 정도"라고 말했 다. 이렇게 비를 맞은 뒤 황홀한 향을 내뿜는 것은 자작나무뿐만 이 아니다. 식물이 건조한 시기에 과도하게 자라지 않기 위해 분비한 다양한 기름 성분 속 화합물의 향기도 퍼진다. 비 온 후 흙냄 새는 이 향기가 가장 두드러지는 점토질 토양에서 맨 처음 발견 되었는데, 1964년 오스트레일리아 광물학자 두 명이 비 온 후 흙 냄새에 '페트리코petrichor'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도에서는 건기에 가장 강렬해지는 페트리코를 향수로 만들어서 팔기도 하며, 반세 기 동안 이어져 온 이 향수는 미티 아타르(대지의 향수)라고 불린 다. 우리는 그저 비 오는 날(또는 비 온 직후)에 걷기만 하면 이 특 별한 향기를 듬뿍 맡을 수 있다.

- 지난 몇 년간 이뤄진 연구들은 고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 람들이 더 높은 회복력과 집중력을 보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 독을 더 잘 다룰수록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 면 주기적으로 고독한 시간을 보내면 세계관이 더 긍정적으로 변 하고, 우울감이 덜해지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신체에 질병이 덜 발생하고, 만족감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는 고독하게 보내는 기간이 관계의 질을 높여준다고 주장했고, 어느 연구는 고독이 창의력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 하며 "엄청난 고독이 없다면 위대한 결과도 없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뒷받침했다.

- 25년 전 연구자들은 흐르는 물이 있는 풍경이 그곳을 지나가 는 사람들에게 회복 효과를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소리 때 문일까? 표면에 반사되는 빛 때문일까? 마실 물과 음식(물고기)이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물 근처에서 신체가 활성화 되는 것일까? 우리는 여전히 왜 물 근처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 는지 완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날 정교한 기술로 수행된 연구들은 이동식 건강 센서로 심박수, 혈액 속 스트레스 수치를 알려주는 생물학적 지표의 수치, 두뇌 변화를 기록했고, 물이 많 은 사람을 평온하게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쩌면 물은 21세기 를 살아가며 받는 스트레스와 과도한 자극을 뒤바꿀 수도 있을지 도 모른다.
- 여러 연구는 여성들이 물을 보고 있을 때 힘든 운동을 더 많이, 더 길게 견딜 수 있고, 물 근처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낸 사람들은 행복감이 더 크고 우울감은 낮으며, 흐르는 물소리를 들은 여성들 이 일반 음악을 듣거나 아무것도 듣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스트 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덜 분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작용한다. 물가의 공기는 다른 곳보다 더 깨끗하고, 물소리는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을 덮어버린다. 물 근처 에서 산책하거나 수상 스포츠를 하는 등 몸을 움직이면 행복감이 더욱 커지기도 하고, 물가의 시원한 기온이 높은 기온에서 받는 불쾌함을 줄여주기도 한다.
- 만약 가능하다면 강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다. 놀랍게도 차가 운 물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행복감을 더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차가운 온도는 피부밑에 있는 온도 수용체를 활성화하며, 이 수용 체는 아드레날린과 더불어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 진하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BBC는 찬물에서 수영하는 사람 들에 대한 세계 최초의 연구를 보도했는데, 이들 모두의 혈액에서 치매 발병을 늦춘다고 알려진 '저온 충격 단백질'이 발견되었다.

- 나이든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 역시 두뇌 건강이 더 좋 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은 자신 의 저서 『변화하는 정신The Changing Mind』에서 하이킹이 두뇌를 젊게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레비틴의 말에 따 르면, 하이킹을 할 때 우리는 몸을 움직여 피해야 하는 나뭇가지, 돌아가야 하는 바위와 진흙,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는 야생동물, 건 너야 하는 길처럼 인지 능력이 필요한 상황을 계속해서 마주한다. 또, 그는 우리가 미세 조정을 수백 번씩 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 이는 얼마나 가볍게 착지할지, 어떤 각도로 몸을 기울여 균형을 잘 잡을지와 같이 작은 결정들을 끝없이 내려야 하는 상 황을 의미한다. 이 모든 과정은 두뇌를 움직이게 하고, 기능을 유 지하게 해준다.
- 활기차게 걷기 운동 을 한 뒤 우리는 종종 신체와 정신건강이 훨씬 좋아졌다는 기분 을 느끼는데, 오늘날 일부 과학자는 이러한 느낌이 우리가 신체적 으로 힘든 일을 할 때 생성되는 아주 작은 분자인 엔도칸나비노 이드endocannabinoids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자들은 혈액을 돌 며 우리가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혈액 뇌장벽 을 넘어 바이러스 수용체와 결합한다. 엔도칸나비노이드 체계에 관련된 초기 연구들은 이 분자를 수면, 행복을 느끼는 것, 재생 능 력, 근육과 뼈를 재건하는 능력과 연관지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들은 엔도칸나비노이드 체계를 기억력과 연관 짓기도 하는데, 이 미세한 분자들이 두뇌에서 기억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부분인 해마의 수용체에도 결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빠르게 걸으면 엔도 칸나비노이드 아만다미드AEA 수치가 올라간다. 현재 신경과학자 일부는 AEA가 두뇌 유연성을 촉진해 우리의 두뇌가 더욱 효과적 으로 자기 자신을 재설계할 수 있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최근 여러 연구는 기억력 증진과 걷는 속도에 상관관계를 밝혔 다. 걷는 속도가 달라지면 영향을 주는 기억력의 종류도 달라진 다. 한 스위스 신경과학자 팀은 일반적인 속도(평지에서 약간 빠르 게 걷는 속도)로 30분 동안 걸었을 때는 맥락 기억이 증진되었고, 매우 활동적으로 걸었을 때(15분 동안 오르막을 빠르게 걷는 것)에 는 엔도칸나비노이드 수치가 극적으로 증가해 기억력이 상당히 증진되었다.

- 세계적인 소음 전문가 스티븐 스탠스펠드Stephen Stansfeld 교수는 이미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응한 소음이라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 치며, 귀 안쪽으로 들어와 작은 뼈들에 진동을 주고, 두뇌로 들어 가는 전자 신호를 변형시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게 하고, 맥 박과 심박수와 혈압에 지장을 주어 하루 주기를 깨뜨린다고 주장 했다. 스탠스펠드 교수는 깊고 만족스러운 고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좋은 소식은 소음이 우리를 쇠약하게 만드는 만큼 고요함이 우리를 회복시켜준다는 사실이다. 
- 이후 오레곤대학에서 진행한 연구는 우리 두뇌에서 소리를 처 리하는 부분은 단순히 소음이 없어진다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두뇌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고요함에 반응했다. 아무것도 듣지 않아도 되고 방해되는 소리도 없을 때 우리의 몸 은 휴식을 취하고 두뇌는 새로운 뉴런을 만들기 시작한다. 고요함 은 명상과 매우 비슷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고요하게 산책하려고 꼭 혼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 다 른 사람과 말없이 걸을 때면 무언가 묘한 느낌이 든다. 만약 그때 곁에서 같이 걷는 사람을 좋아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과 발을 맞 추게 되는데, 이를 걸음 동기화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모르는 사람과 10분 정도만 조용히 걸어도 유대감이 형성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는 같은 속도와 보폭과 리듬으로 걸음 이 맞춰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실험에서 서로를 모르는 참여 자들은 두 명씩 고요한 길을 나란히 걸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동작 감지 센서로 두 사람의 발걸음을 추적했다. 참여자 중 서로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들은 보폭과 리듬이 금세 비슷해졌다. 고요 한 길을 4백 미터 정도 걸은 후 서로에 대한 이들의 인상은 더 좋 아졌는데, 이는 어떠한 비언어적 소통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 한다. 연구자들은 첫인상이 걸을 때의 행동에 반영된다는 사실에 놀라며 고요함 속에서 나란히 걷는 것이 서로 모르는 두 사람 사 이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바꾸었다는 결과에 주목했다.

- 높은 곳은 공기가 희박하고 산소 분자 수도 적다. 우리의 몸 은 이렇게 줄어든 산소를 보상하기 위해 적혈구를 더 많이 생산 할 뿐 아니라 심장으로 향하는 예비 경로 역할을 하는 혈관을 새 롭게 만들어낸다.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서는 암과 뇌졸중 발 병률도 낮게 나타난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공기가 희박해지면서 식욕이 줄어듦과 동시에 신진대사는 증진하고, 이에 따라 면역력과 기분이 좋아지고 퇴행성 관절염과 위장 장애가 줄어든다는 사
- 아직 걸음마 단계인 이론들이 많긴 하지만, 몇몇 연구자들은 산소 부족이 우리의 신경계가 그러한 상황에 대항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세포와 뉴런을 보호하고 재생시킨다고 믿는다. 아직 아 무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이미 근력, 속도, 전반적인 능력을 향상하는 동시에 적혈구를 끌 어올리려는 목적으로 고도가 높은 곳에서 훈련한다. 새로운 세대 의 과학자들은 척추 손상, 다발성 경화증, 뇌졸중 등의 다양한 질 병에 '치유 효과가 있는 간헐적 저산소증이 관련된 가능성을 열 심히 연구하고 있다.
실을 보여준다. 미국 콜로라도대학 고도 연구 센터장 로버트 로치 Robert Roach에 따르면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지방을 태우는 효율이 더 높아지고, 더 분명하게 사고하며, 운동 지구력도 강해진다고 한다. 호흡기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높은 곳이 좋지만은 않지만, 러시아 과학자들은 IHT를 활용해 천식과 만성 폐질환 치료에 성공적인 결과를 냈고, 가장 최근의 연구에서는 몇몇 질환(전세계적으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이 고도가 높은 곳에서 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했다.

-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자외선 차단제를 점점 더 열심히 바르고, 주름이 생기는 것을 강박적으로 두려워하 고, 공기 오염이 심해지면서 인구의 최대 70%는 태양 빛의 가장 유명한 부산물인 비타민D 부족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과학자들 은 비타민D는 그 놀라운 이점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는 태양 빛을 온전히 받아야 한다. 특히 북반구에 사는 사람이라 면,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모든 곳에 발을 디뎌도 좋다.
비타민D가 이점의 일부라 해도 그 중요성은 거대하다. 태양 빛의 자외선 UVB이 우리의 피부에 닿으면 간과 신장을 거쳐 칼시 다이올25(OH)D3이라는 호르몬으로 변한다. 칼시다이올은 2주 에서 3주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우리 몸의 혈청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꾸준히 햇빛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피부 유형과 자외선 지수에 따라 매일 5~30분 동안 얼굴, 목, 팔에 햇빛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
비타민D의 핵심 역할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특히 두드러 졌는데, 선천성 면역 체계가 기능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는 사 실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면역 체계는 선천 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후천성 면역은 병원균에 노출되면서 발 달하며, 이 과정에서 항체가 생성된다(백신의 원리도 이와 같다). 선 천성 면역은 우리 몸에 이미 갖춰진 방어 체계로, 매일 노출되는 세균이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 등을 상대한다. 선천성 면역 체계는 많은 바이러스를 막아낸다. 선천성 면역과 비타민D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곧 혈장 수치가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겨울철에 유행 하는 독감이나 일반 감기와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수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 하지만 비타민D는 햇빛이 주는 유일한 이점이 아니다. 최근 심장병, 고혈압, 골다공증, 각종 암, 우울증, 치매, 여러 자기 면역 질환이 어떤 결핍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여기에서 부 족했던 요소는 비타민D가 아닌 햇빛이었다. 여성 3만 명을 대상 으로 20년 동안 진행된 스웨덴의 한 연구에서는 햇빛을 피하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극적으로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당 실험의 책임자는 햇빛 부족이 흡연만큼이나 건강에 위험하다고 주장하 며 “더욱 적절하고 균형 잡힌 관점으로 햇빛이 우리 건강에 미치 는 영향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햇빛에 있는 광자들이 피부에 있는 산화질소를 움직이고, 이들을 순환계로 옮겨가게 만들어 면역 체계에 아 주 중요한 요소이자 방어 세포라고도 불리는 T-세포를 활성화한 다고 믿는다. 피부에 있는 T-세포는 혈액 속에서 순환하는 양보 다 두 배나 많다. 햇빛의 블루 라이트는 피부 표면뿐 아니라 그 안 (진피층)까지 침투해 안쪽에 숨어있는 방대한 T-세포들을 급격하 게 활성화한다. 조지타운대학 의학 센터의 제라드 아헌Gerard Ahern 은 햇빛은 핵심 면역 세포의 움직임을 증진해 이들을 직접 활성 화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햇빛은 우리의 하루 주기 설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멜라토닌 생성을 완화해 우리가 잠들고 눈뜰 수 있게 한다. 이 모든 것들은 비타민D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그렇기에 햇빛을 피하고 보충제에만 의지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 진화생물학자 다니 엘리버만Daniel Lieberman은 걷기와 관련된 연구에서 완충 기능이 있 는 신발을 신으면 발걸음이 무거워져 관절에 엄청난 압력을 주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완충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었을 경우 다리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맨발일 때보다 세 배 더 큽 니다." 리버만은 자신의 발견이 완충 기능 신발이라는 선물을 얻 은 지난 70여 년 동안 왜 무릎 관절염이 두 배 이상 증가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고 믿는다. 그는 완충 기능 신발이 균형감각에도 영향을 미쳐 나이가 들수록 넘어지기 쉬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우려를 표시한 사람은 리버만 한 명이 아니었다. 
- 어느 연구는 현대인의 발을 2천 년 전 골격과 비교해 맨발로 걸어 다녔던 조상들의 발이 우리보다 더 건강하고 형태가 좋다는 사실 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맨발로 걸었을 때 무릎 부위에 일 어나는 퇴행성관절염과 허리 통증이 개선되고, 걸음걸이에 긍정 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걸음걸이에 관한 관심은 최근 토 스프링(운동화 앞 코 부분에 살 짝 위쪽으로 들리는 부분)까지 확장되었다. 토 스프링을 조사한 첫번째 보고서는 토 스프링이 보행을 편하게 만들어주긴 하지만 동 시에 발을 약하게 만들기도 하며, 족저근막염 등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발 근육 약화는 우리의 발이 현대의 신발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 진화적 부조화 이며, 아치를 받쳐주고 충격을 완화하는 여러 기능을 가진 신발 은 편의를 증진했지만, 발 근육이 해야 할 일을 줄였다"라고 기록 했다. 어쩌면 발을 구성하는 26개의 뼈, 33개의 관절, 19개의 근 육은 현대 신발이 선사하는 편안함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지 모 른다.
맨발로 걸을 때는 조금 다르게 걷게 되는데, 발꿈치를 조금 더 약하게 딛고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키며 발이 땅에 더욱 가볍게 닿게 된다. 여러 연구는 맨발로 걸을 때 조금 더 천천히 좁은 보폭 으로 걷지만, 걸음 수는 훨씬 많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동안 두꺼운 밑창과 쿠션이 달린 신발 때문에 잃어버렸던 놀라운 감각들이 열린다는 것이다. 발에 있는 신경종말의 수는 발이 신체에서 가장 촉각에 예민하고 감각적인 부분임을 과학적으로 알려준다. 나는 바로 이 점이 맨발 걷기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부드러운 모래, 이슬 맺힌 풀, 깎 은 잔디, 촉촉한 이끼, 햇빛에 달궈진 돌을 비롯한 수많은 감각을 느끼다 보면 왜 존 베인이 맨발로 산책하고 돌아온 후 자신의 몸 이 복사 에너지로 빛난다고 말했는지 알게 된다.
맨발로 걸으면 걷기라는 경험이 완전히 달라진다. 움직임이 달라질 뿐 아니라 땅에 뿌리를 내리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 들고, 발밑에 있는 새로운 우주를 인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걷기를 완전히 느끼는 경험이며, 실제로 경험해보면 매우 즐거운 일이다.
- 밑창이 얇고, 완충 기능이 없고, 볼이 넓은 신발을 신으면 맨발 걷기 를 대신할 수 있다. 이런 신발을 신으면 완충 기능, 발아치 지지, 토 스프링처럼 잠재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현대 신발의 기능은 없이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이와 같은 신발이 맨발 걷기와 비슷하게 발 아치와 근육을 강화해준다는 사실 을 보여준다. 맨발 걷기를 자주 하면 발볼이 넓어져 맞지 않는 신발 이 많아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아두자!

- 오스트리아 연구원들은 흐르는 물의 무게나 힘에 따라 이온 농도가 달라지며, 눈이 녹는 봄이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 이온 농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콜리지가 그랬듯 비바람이 부는 날 물이 맹렬 하게 부딪히는 곳을 찾아 적어도 30분 동안 그 거친 음악과 활기 넘 치는 이온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보자. 여러 연구는 평균 이온 수치 가 가장 높은 곳이 산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산속에 있는 폭포를 찾아보자.
안개 낀 봄날 아침에는 산으로 가자. 산과 삼림에는 음이온이 특히 풍부한데, 특히 새로운 잎들이 자라거나 옅은 안개가 낄 때는 음이 온이 공기 중에 머물며 탁 트인 평야보다 음이온이 두 배 정도 높아진다.
강이나 바다 같은 야외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영해도 폭포와 거의 비슷한 미생물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수영할만한 곳이 있는 산책 로를 찾아보자. 해안가에 넘실거리며 부서지는 파도는 해변 공기에 음이온을 가득 채운다. 안전한 정도로 최대한 붙어 걸으며 소용돌이 치는 파도를 감상하자.
도시에는 보통 음이온이 부족하니, 분수, 인공 폭포, 강과 같이 흐르 는 물을 찾자. 음이온은 비 오는 날 증가한다. 비록 잠깐이긴 하지만 비가 많이 올수록 음이온 수가 많아진다. 그러니 어디에 있든 비가 쏟아지는 날 바깥을 걸어보자.

- 자신의 그림을 평가하지 말자. 크기가 다양한 연필, 목탄, 펜, 수채화 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보자.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은 수 채화 물감통을 가져가면 가볍고 편리하다. 온라인에서 간단한 스케 치 강의를 찾아보거나 책을 참고하고, 스케치 전문가들의 작품을 보 며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보면 좋다.
걸으며 그림을 그리는 전문 화가들은 빗물이 그림에 섞이게 하거나, 풀이나 이삭을 활용하거나, 붓 대신 나뭇가지를 사용하거나, 흙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날씨와 풍경을 최대한 활용한다. 이런 방법을 따 라 해보는 것도 좋다.
어떤 화가는 피사체나 장면을 포착할 몇 초만 들여 빠르게 스케치하 기도 한다. 일종의 순간포착이며, 우리도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 다. 스케치는 몇 분이면 완성할 수 있고, 그 후에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자.

-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걷기는 단순하다. 효율적으로 호흡하 면 우리 몸에 산소가 적절하게 공급되고, 그래서 지치지 않고 먼 거리를 걸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운동할 때 제대로 호흡하지 않 고 입으로만 공기를 들이마시며 들숨(코로 완전히 들이마시는)을 걸음에 맞추지 않는다. 호흡의 리듬에 맞춰서 걷거나 걸음의 리 듬에 맞춰서 숨 쉬면 우리는 느리고 길게 호흡하게 된다. 이러한 호흡과 좋은 자세가 만나면 힘든 오르막길과 장거리 도보 여행도 덜 힘들게 느껴진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걷기는 복잡하지 않지만, 약간의 연습 이 필요하다. 완전히 코로만, 발걸음에 맞춰서 호흡하는 것 이외에 지켜야 할 규칙은 없다. 기본이 갖춰진 다음에는 우리의 발걸 음, 걷는 장소, 건강 상태에 맞는 박자를 찾아가자. 스티글레르는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을 걸을 때, 빠르거나 느리게 걸을 때, 해 수면 혹은 높은 고도에서 걸을 때, 건강 상태에 맞춰 들숨과 날숨 을 조절하라고 권유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스티글레르는 한 걸음 당한 번씩 세 번 숨을 들이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네 번째 걸음에는 숨 을 참는다. 그리고 다음 세 걸음은 다시 코로 숨을 내뱉는다. 그다 음 한 걸음에는 숨을 들이쉬지도 내쉬지도 않은 채 폐를 비운다. 총 여덟 걸음에 들숨 한 번(세 걸음), 날숨 한 번(세 걸음), 숨 참기 두 번이다. 이 3-1:3-1 패턴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걷기를 배 울 때의 기본이다.
오르막길을 걸을 때는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나는 언덕을 오 를 때 두 걸음에 들숨 한 번, 두 걸음에 날숨 한 번, 중간에 숨은 참 지 않는 2:2 패턴을 활용한다. 발걸음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 주의 하며 자신의 보폭, 속도, 지형에 맞는 리듬을 찾자. 일단 익숙해지 면 이 걷기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해방감을 준다. 자신의 숨이 만 드는 리듬에 맞춰 걷다 보면 수평선 너머까지 언제까지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 백패킹을 하면 지구력과 체력이라는 선물이 딸려온다. 배낭을 메고 하이킹하면 취미로 하는 걷기가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으로 변한다. 군대에서 배낭을 메고 빠르게 걷는 훈련에는 '군장 행군' 이라는 이름이 따로 붙는다. 군장 행군은 조깅보다 무릎에 부담을 덜 주며,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부상 률이 높지도 않다고 한다. 또, 엉덩이 근육을 강화해주고 자세도 안정적으로 잡아주어 다른 운동을 할 때도 부상을 덜 입을 수 있 게 해준다.
게다가 백패킹은 매우 훌륭한 유산소운동이기도 하다. 몇몇 연 구는 배낭을 메고 걷는 운동이 뛰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더 많이는 아니지만) 열량을 태운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배낭을 메면 걷는 시간 동안 우리 자신의 신체와 짐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므로 근육이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심장의 형 태를 바꾸고 더 커지게 한다. 지구력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 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는 이들의 심장 형태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의 심장은 더 길고, 크고, 좌심실이 더 유 연해 혈액을 더욱 수월하고 효율적으로 내보낼 수 있다. 반면, 앉 아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나 단기간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소비 하며 운동하는 사람들은 심장이 더 작고 단단해 심장병이나 고혈 압을 앓을 위험이 크다.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신진대사가 더 좋은데, 이는 신체에 저장하는 지방과 이를 태우는 에너지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니엘 리버만 교수에 따르면, 인류는 짐을 들고 오래 걸을 수 있는 존재로 진화했다고 한다. 리버만 교수는 유목민 부족들은 일 상적으로 자기 몸무게의 30% 정도의 짐을 들고 나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리버만은 우리의 신체는 지구력을 잘 발휘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그 이유는 우리 몸에 5백만~1천만 개의 땀샘이 있 는 데다 길고 탄력 있는 다리를 가졌고 힘줄에도 신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걷고 또 걸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아이를 업고, 식량으로 쓸 동물을 들어 나르고, 물과 장작을 나르 도록. 아마 이것이 백패킹을 하면 기묘할 정도로 무언가 들어맞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유일 것이다.
배낭을 메고 걸으면 척추부터 엉덩이를 따라 다리 뒤쪽으로 이 어지는 근육이자 후면 사슬이라고 불리는 부분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게 얽혀 있는 후면 사슬 근육들은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생 활습관 때문에 약해지고 있지만, 굽히고, 위로 뛰고, 일어서고, 곧 은 자세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등에 지고 걸으면 가슴이 펴지고(더 쉽고 효율적으로 호흡할 수 있게 된다), 코어 근육이 활성화되고, 후면 사슬 근육들이 열심히 움직이게 된다.
관련한 초기의 연구는 무거운 짐을 지고 걷는 것이 사고 능력 을 증진하고 심지어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한 실험에 서는 쥐에게 작은 가방을 메고 사다리를 올라가게 한 뒤 이들의 두뇌에 새로운 효소와 뉴런들이 풍부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심지어 가벼운 치매 증상을 보이던 설치류도 인지 능력이 효과적 으로 회복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을 때 각각 다른 근육을 사용하고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오르막을 걸을 때는 근육이 짧아진다 (단축성 수축). 반면 내리막을 걸을 때는 우리 몸이 중력에 저항하 게 되므로 근육이 늘어난다(신장성 수축) 오스트리아 포어아를베 르크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각각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은 사람들 의 혈당, 콜레스테롤, 트라이글리세라이드(동맥 경화의 원인이 되는 혈중 지방 성분) 수치를 비교한 결과 두 그룹 모두 LDL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줄어들었지만, 오르막을 걸은 사람에게서만 트라이 글리세라이드 수치 감소가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원들이 가장 놀 라워했던 예상치 못한 결과가 있었는데, 포도당 내성 증진과 혈당 감소에는 내리막 걷기가 두 배나 효과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연구 원들은 당뇨 환자나 운동을 시작하는 노인에게 내리막 걷기가 매 우 훌륭한 운동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는 오르막과 내리막 걷기가 모두 좋다.

- 두뇌는 새로움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이나 이전과 다른 것을 마주하면 두뇌는 그 즉시 새로운 신경 통로를 만들며, 이 과정에 서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증진된다. 신경과학자들은 흑질과 복측 피개영역(학습과 기억에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두뇌 부분이 새로운 이미지 중에서도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이미지를 볼 때 활성화된 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기쁨과 참신함이 더해지면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고, 동시에 도파민도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길을 잃었을 때 (혹은 잃었다고 생각할 때) 두뇌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새로운 활력을 주는 방식으로 우리를 주변 풍경과 소통하게 한다. 휴대전화 지도를 따라 걸을 때는 이와 완전히 다 른 일이 벌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에 뜬 빨간 점만 따라가다 보면 위, 아래,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주변 풍경에 완전 히 익숙해져 버리면 역사적인 건물의 건축가가 자신의 작품임을 표시하기 위해 만든 작은 장식부터 새로운 잎이 몸을 펴며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까지 그 모든 풍요로움을 놓쳐버린다. 또한, 알 지 못했던 어떤 것,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 완전히 낯선 곳 에 발을 디디며 느끼는 황홀함까지 잃어버리고 만다.
길을 잃으면 길을 찾는 능력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아직 도 방향을 찾는 데 상대적으로 서툴다고 알려진 여성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캐시단Elizabeth Cashdan은 공간지각 능력이 "알려진 중 가장 큰 성별 인지 차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 여러 인종과 문화에 걸쳐 공간지각능력을 연구한 캐시단은 이러한 차이가 여성의 두뇌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문화적 환경과 여성의 자신감이 그 이유라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남성은 식량을 사냥하거나 짝을 찾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져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나가야 했지만, 여성은 집 근처에 머물렀다. 이렇게 여성의 방향 찾기 능력은 발전할 기회가 없어 약화하였고 공간과 격자 세포도 위축되었다. 현재 여러 연구 는 성별과 관계없이 여행 반경이 넓어지면 공간인지능력도 증진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지도 없이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익숙 하지 않은 지형을 탐험할수록 공간에 관한 이해가 깊어진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두뇌 가소성을 인지하게 되면서 누구 든 공간지각능력을 괜찮은 수준으로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다. 셰릴 솔비 Sheryl Sorby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하 루 최소 15분으로 이러한 능력을 증진할 수 있다고 한다.

- 인류학자 팀 인골드Tim Ingold와 조리 베르군스트Jo Lee Vergunst는 걷기를 매우 사회적인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도 시위, 퍼레이드, 행군, 행진, 순례 등이 사회 행사로서 수 세기 동안 존재 해왔으며, 가축을 모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함께 걸으면 안전하고 보호받을 수 있다. 대화가 이어지고, 관계가 생기며, 우정이 돈독 해지기도 한다. 서로 맞춰가며 느린 속도로 나아가기 때문에 함께 걷기는 더욱 특별하며, 모두를 아우른다.
사색하기에는 혼자 걷기가 더 좋지만, 함께 걸으면 인간 기본 욕구의 다른 부분을 채울 수 있다.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하면 도 파민이나 옥시토신처럼 우리를 보호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 전달물질이 풍부하게 분비된다. 심리학자 수잔 핀커 Susan Pinker는 이를 "마치 백신과 같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라고 설명했다. 핀커는 그저 악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두뇌와 몸 에 옥시토신이 넘쳐흐르며 즉각적으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크 게 완화된다고 말한다. 
- 영국 북부 소외지역 출신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함 께 걷기가 질병으로 인해 삶의 중대한 전환점을 마주한 사람에게 특히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규칙적으로 함께하는 건 기가 생명선, 평온한 시간이 되고, 이겨낼 힘을 주어 이들을 단단 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걷기와 말하기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 빌 브라이슨은 호모 사피엔스가 두 발로 걷게 된 시기와 소통 능력이 발전한 시기가 비슷할 것으로 추측했다. 브라이슨은 작은 생명체인 인류가 큰 생 명체를 사냥하면서 소통 능력이 걷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해졌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한편 진화생물학자 다니엘 리버만은 현재 몇 몇 부족을 포함해 수천 년 전 인류는 무리 지어 채집하고 사냥했 다는 점을 지적했다. 걸으면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습 성은 아마 DNA 깊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을지 모른다.

- 미네소타대학의 한 초기 연구는 사무직 근로자 40명을 추적 조사해 1년 동안 책상 러닝머신을 활용한 후 이들의 생산성과 창 의력이 증진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석 연구원 에브너 벤 너 Avner Ben-Ner 박사는 두뇌 혈류 증가가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무직 근로자의 사고 능력을 조사한 스탠퍼드대학 연구의 참여자 81%는 일반 책상에 앉아있을 때보다 책상 러닝머신을 활용할 때 창의력이 증진되고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신체 활동과 독창적인 사고의 연결성은 잘 입증되어 있으며, 수많은 연구에서 움직임이 창의력을 자극해 우수한 아이디어들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고 결론내렸다. 최근의 여러 연구는 어떤 움직임이 창의력을 더 증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2020년 일본 의 한 연구에서는 여학생 63명에게 팔을 유연하게, 혹은 각지게 움직이면서 신문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했으 며, 부드럽고 유연하게 팔을 움직인 학생들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팔을 활용 한 부드러운 움직임은 명백히 창조적 유연성을 증진한다"라고 결 론 내렸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팔을 흔들자!

- 지난 몇십 년간 뒤로 걷기는 아주 쉬우면서도 건강을 증진할 방 법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여러 연구는 앞으로 걷는 능력을 향상할 최고의 방법이 뒤로 걷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0년 「브레인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뒤로 걸을 때 완 전히 다른 코어 근육과 하체 근육을 사용한다. 이 근육을 강화하면 하체가 전반적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뒤로 걷기가 앞으로 걷기 능력을 증진하는 이유는 균형 과 안정감을 발달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을 보지 못하고 걸을 때는 공간을 더욱 정교하게 인지해야 하는데, 이를 자기 수용 감각이나 근 감각, 혹은 '육감'이라고 부른다. 관절과 근육과 팔다리 에 내재하는 뉴런인 자기수용기가 감각과 함께 움직이며 중추신 경계 및 두뇌와 소통한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명령이 1나노초 안 에 이루어지는데, 수백만 년을 거치며 이러한 과정이 미세하게 조 정되어왔기 때문에 우리가 정신적으로 최소한만 노력해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안에 내재하며 신경과 근육에 내려 오는 명령들은 갑자기 나타난 구멍에 발이 빠질 때, 콘크리트 도로나 자갈밭으로 방향을 틀 때, 공을 차러 뛰어갈 때, 어두운 계단 을 급하게 내려갈 때 매일 수백 번씩 발생한다. 연구자들은 뒤로 걸으려면 아주 복잡하고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을 이어가야 하므 로 자기 수용 감각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어 균형과 감각이 전 반적으로 향상할 것으로 추측한다.
또 연구자들은 뒤로 걷기가 앞으로 걷기보다 신체적으로 더 힘 든 운동이며, 하체 근육을 더 정밀하게 사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뒤로 걸을 때는 지면에 발가락이 먼저 닿고 발꿈치가 마지막으로 닿는다. 발가락이 지면에 닿을 때 우리는 정강이 근육, 둔근과 더불어 대퇴직근을 사용하는데, 앞으로 걸어나갈 때보다 이 근육들에 훨씬 큰 힘이 들어간다. 뒤로 걷기는 훌륭한 유산소운동이자 앞으로 걷기보다 열량을 더 많이 소모하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구는 뒤로 걷기가 허벅지 뒤 근육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어주 며 자세 교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걸 을 때는 몸이 살짝 앞으로 기운다. 하지만 뒤로 걸으면 척추와 코 어 근육에 힘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더 곧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 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골반이 제대로 정렬된다. 이것이 아마 2011년 한 연구에서 일주일에 네 번씩 10분간 뒤로 걷기를 했을 때 3주 만에 허리 아래쪽 통증이 완화되었다는 결과가 나온 이유일 것이다.

- 부어스타인은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있고 복잡하지 않은 장소를 걸으라고 권장한다. 전체 경로의 길이는 약 3~6미터가 적당하며, 주의를 흩어지게 하는 요소가 없 어야 모든 주의를 발걸음에 집중할 수 있다.
명상하며 걸을 때는 먼저 눈을 감자. 그다음 가만히 서서 숨을 깊고 길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그리고 몸에 집중하자. 발에서 시 작해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듯한 느낌을 받고, 몸통과 팔을 거 쳐 머리에 닿은 후 다시 발로 내려온다.
이제 눈을 뜨고 걷기 시작하며 발이 떨어지고 닿는 움직임, 팔 의 흔들림 또는 가만히 뒷짐 진 손의 감각에 집중한다. 집중이 안 된다면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인지한 뒤 다시 신체와 발걸음 의 리듬으로 돌아오자. 특별한 자세나 걸음걸이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만큼 느긋하게 걷되 발에 계속해서 집중하며 바닥에 구르듯 닿는 발바닥, 발과 대지의 끊임없는 연결성, 바닥에 발이 닿을 때의 무거움, 각 다리를 들어 올릴 때의 가벼움을 느끼자.
팔의 흔들림, 스쳐가는 나무 수액의 향, 새들의 목소리, 들숨과 날숨, 양쪽 다리로 땅을 밟는 압력, 피부에 닿는 바람을 느끼자 관 찰하고 인지하되 몰두하지는 말자. 그리고 계속해서 발걸음과 숨 으로 돌아오자.
선종 불교 승려 틱낫한은 다양한 호흡법을 실험해볼 것을 권하 며, 폐에서 공기가 모두 빠져나오듯이 길게 숨을 내쉬어보라고 말 한다. 틱낫한은 폐에 집중하고 호흡과 이어지는 발걸음을 다양하 게 활용하면 숨 쉬는 방법을 달리하며 호흡과 순환을 증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명상하며 걷기에는 정해진 방법도, 따라야 하는 속도, 시기, 자 세, 장소도 없다. 중요한 점은 걷기라는 물리적 과정을 통해 완전 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도 현재에 몰입하며 끝없이 이어지는 온갖 생각들을 멈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명상하며 걷기를 할 때는 발걸음의 리듬에 더욱 집 중해야 하며, 원한다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걷기처럼 발걸음 과 호흡을 맞출 수도 있다. 앉아서 하는 명상처럼 걸으면서 하는 명상도 빠르게 흘러가는 정신이 현재에 머무르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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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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