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인 최초로 미술치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소율 교수가 지은 책이다. 김소율 교수는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미술치료 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며, 플로리다마음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명화를 통한 치유미술 강연으로 많은 사람에게 그림의 치유하는 힘을 알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그림을 여러가지 심리적 요소들과 함께 설명해 주고 있다. 단순하게 그림에 대해 해설하고 독자들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그림과 글을 함께 눈에 담아가면서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들과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이 내 삶의 어떤 부분에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 책은 자존심, 애착, 욕망과 같은 23가지 심리학적 테마에 연관지을 수 있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 및 화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칫하면 흩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씌여졌다.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한 영국 화가 루이스 웨인이 있다. 그의 삶은 불행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여섯살에 구순구개염을 앓아 열 살까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으며, 스무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실질적인 가장역할을 했다. 엄마와 동생, 그리고 누나들까지 웨인에게 의지했고, 다섯명의 여자형제들 모두 결혼하지 않았기에 웨인이 모두 책임져야 했다. 웨인은 미술교사가 아닌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고, 프리랜서 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웨인은 사람그림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주로 동물을 주로 그렸고 동물을 의인화해서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초기에는 다양한 그림을 그렸지만, 반려 고양이 피터를 만나면서 고양이 위주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사실 1800년대에는 고양이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고양이는 요물이며 기분 나쁘고, 사람의 영혼을 파괴시키는 불길한 존재로 여겨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양이 그림을 그렸고 그의 작품들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웨인에게는 조현병 유전자가 있어서, 스트레스 상황에서 점차 환각과 망상 증세를 겪는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고양이를 그렸는데, 조현병 발병 이후부터는 점차 추상적 형태를 끤다. 색채는 화려해지고 고양이를 의인화하는 형식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인생의 불행을 찾으려 노력하면 인생은 잿빛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생을 어떻게 충만하게 볼지 고민하면 충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삶은 다양한 사건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고 또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웨인은 죽기 전까지 고양이를 그렸고, 판매와 상관없이 집중하고 몰입했으며, 자연과 고양이에게서 위로받았다. 요즘 안 좋은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불운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낙담하기보다 좋아하는 활동에 몰입하고 즐기려 했던 웨인의 태도를 삶에 적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림과 그림이야기 속을 거닐면서, 결국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는지...


* 본 리뷰는 출판사 도서지원 이후, 자유롭게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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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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