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매트릭스

인문 2021. 5. 19. 21:59

정석문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경험의 멸종'을 초래하는 것은? [네이처 매트릭스] - YouTube

 

이 책은 자연철학자, 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로버트 마이클 파일의 에세이 14편을 모은 책이다. 에세이 중에서 처음 지은 것은 1969년이고, 가장 최근의 에세이는 2017년이다. 무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어낸 저자의 글 중에서 자연과 환경 관련 에세이의 정수를 모았다고 할 수 있다.

책을 펼쳐 읽다보면 처음에 "~누구를 위하여", 혹은 "~누구에게 감사하며"의 형태의 짤막한 글귀가 적혀 있는 책이 있다. 이 책도 그런 종류의 하나인데, 그 글귀자체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로 다가온다.
"내 손자 손녀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손자 손녀들을 위하여"
또한 책의 부제로 설정되어 있는 글귀 역시 인상적이다.
"지구의 모든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을 위하여"

우리의 일상에서 동식물을 만나는 경험이 줄어들면 그 부재에 익숙해 지게 된다. 이를 경험의 멸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봄날 남한산성 개울가에서 개구리알로부터 올챙이가 깨어 나와 꼬물거리며 헤엄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런 경험을 머릿속에서 잃어버릴 수는 있다. 하지만 언제라도 봄날 개울가에서 올챙이가 깨어나와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서도 올챙이를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것이 바로 경험의 멸종이 아닐까.

경험의 멸종이 일어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시선 안에 있던 공터가, 대지가 개발이란 미명아래 건물로 도로로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경험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방치된 대지가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지이용을 경제문제로만 생각하지 말고, 모든 질문이 윤리적으로, 미학적으로 옳은지도 검토하라는 자연철학자 알도 레오폴드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자연에 대한 경험의 멸종은 무관심과 악화, 자연과의 궁극적 분리라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경험의 멸종을 막기위해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바로 "네이처 매트릭스" 개념이다. 자연과 인간은 절대 분리될 수 없으며, 자연은 인간의 정신이 기원하고 영구히 뿌리를 내리는 유기체와 같다는 의미다. 

데이비드 헨리 소로우가 말한 것처럼 '야생이 주는 즐거움은 포효와 강장제다.' 삶에서 우리가 야생을 직접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인 프로그램을 그리 즐겨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말엔 아침일찍 가까운 산에라도 다녀와야겠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지원을 통해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탁 트인 자연과 접촉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특히 현대의 도시 생활에 치여서 몸도 마음도 지친 사 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작가 발레리 마틴은 자신의 단편에서 오 로지 자연만이 안정감을 회복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 자 윌슨은 이렇게 다른 형태의 생명과 연결되고자 하는 본능 적인 욕구를 “생명애” 라고 칭했다. 한마디로 자연에는 치료 효 과가 있다.
하지만 인간이 야생 서식지를 완전히 점유해버리면 일반종 의 동식물도 사라져버린다. 그러면 자신의 일상에서 자연과 접 촉하는 경험이 줄어들게 되고, 자연스레 관심이 떨어져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도 줄어들고 만다. 이것은 순환 효과가 있어서, 멸종의 파도가 확대될수록 인간은 자연과 단절된 상태로 존재 하게 된다. 나는 이것을 “경험의 멸종”이라고 부른다.
- 우거진 작은 골짜기 혹은 움푹 꺼진 곳, 공원, 오래된 들판, 목초지, 초원, 이런 장소를 묘사할 때는 빈터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실제로 도시나 교외 지역에서 자란 청중이나 학생들이 처음 자연을 접한 장소는 대개 일종의 빈터다. 근접성, 야생, 비밀스 러움, 가능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 추억의 장소에 대해 자신도 놀랄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으며 깊 은 애정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그 까닭에 내가 두 번째로 묻는 말은 슬픔과 동시에 동지애를 일으킨다. “그 특별한 장소가 지금까지 변치 않고 그대로 남아있나요?” 
- 추론 능력, 관찰의 정확성, 대뇌를 발달시키는 연상 기술이 생물학적, 지질학적 노출의 직접적인 결과로 더욱더 예리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물애에 관한 문헌 전반에서 비슷한 결론이 나타나며, 생물애를 자아내는 장소들은 분명 우리에게 정서적인 영향을 끼친다. 좀 더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자연의 장소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더 풍부한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 탁 트인 대지를 공원으로 개선' 하려는 충동을 억제할 필요도 있다. 아이들이 숲과 들판에 나갈 때 왜 등록과 지도, 계획, 프로그램이 반드시 따라다녀야 한단 말인가? 땅, 물, 상상력이 자연스럽고 즉흥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일이다.
자기만의 개울과 공터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 장소에 담긴 의미를 알아야 한다. 아이들의 에덴을 지켜주고 싶은 간절한 바 람도 좋지만, 우리는 특권을 가진 아이들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에게 자연의 욕구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특별한 장소가 사라져가는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우선 문화 속에서 방치된 대지의 중요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 세상을 좀 더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꾸고자 하는 인간의 자율성과 합리성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폴 W. 테일러, 《자연에 대한 존중: 환경윤리론〉 중에서)
- "왜 내가 이곳을 사랑한다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거지? 정확한 이름이나 무서운 과학 용어까지는 알고 싶지 않은데.”
"무지에서 비롯된 경멸을 정당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 그게 어떤 것이든.” (존 파울스의 소설 중에서)
- 그러니 직접적으로 살아라. 지식과 감각, 반응, 경험을 사물 의 표면에서 한껏 끌어오고 더욱 깊이 들어가라. 머릿속을 벗어 나 감각이 주는 만족을 매일 느껴보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 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든 감각을 사용하라. 독자를 섬길 때는 직접 독자가 되어라. 넓게, 풍부하게, 다양하게, 까다롭게, 비판 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넓은 도량으로, 핑계 없이, 기대를 뛰 어넘어 많이 읽어라. 잎사귀를 말하게 만들어야 할 때가 오거든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개인적으로 겪은 경험으로 그렇게 하라. 최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아.
눈부신 화면을 뚫고 다른 인간과 이어졌다는 사실을, 말하는 잎사귀가 희미하게 빛나고 바람에 사각거리도록 단어를 제 대로 담아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면 된다. 정보의 교착상태가 내는 불협화음을 뚫고 잎사귀의 희미한 속삭임이 자신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하여 울려 퍼지면, 그때 작가는 글을 쓰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존재들이 세상을 살아가고 무분별하고 무작위적인 읽기 행동을 하는 한, 글은 (그것의 모든 의미도) 절대로 죽지 않으리라는 것도
- "대지 이용을 경제 문제로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어라. 경제적으로 편리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모든 질문이 윤리적으로, 미학적으로 옳은지도 검토하라." (알도 레오폴드, 자연철학자)
- “생물 군집의 온전성, 안정성, 아름다움을 보존해주는 것은 옳고, 그렇지 않은 것은 틀리다." (알도 레오폴드, 자연철학자)
- "매일 물질을 보고 접촉하라. 돌, 나무, 뺨에 닿는 바람, 단단한 흙을! 실제 세계를! 상식을! 접촉하라! 접촉하라!” (헨리 소로우, 사상가)
- “자연은 아무리 많아도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한계가 무너지고 우리가 발을 딛지 않은 곳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목격해야 한다.” (헨리 소로우, 사상가)
- "하지만 이렇게 위로하거라. 유니콘은 책 속에 존재하므로,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은 아니어도 존재 가능성을 뜻하는 것이라고." (움베르트 에코, 《장미의 이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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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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