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종 “틀을 넘어서 살피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데이터가 실제로 제시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올바른 데이터인지 따지는 경우는 드물다. 올바른 데이터를 요청하는 일은 훨씬 나은 의사결정자가 되는 길로 올라서도록 해준다. 
사후 분석에 따르면 챌린저 호가 폭발한 원인은 고체 로켓 보조추 진장치에 장착된 오링이 낮은 기온에서 장애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담당 엔지니어와 간부들은 주어진 데이터의 경계 너머를 살피지 못 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 바람에 똑똑하고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 들이 7명의 우주비행사를 잃은 나사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초래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실수는 너무나 흔하다. 행동심리학은 우리 모두가 의사결정을 할 때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오류에 종종 빠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즉 우리는 어떤 데이터가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데 최선인가를 따지지 않고 즉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로 분석의 범위를 한정한다. 의사결정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살피는 일도 충분한 방비는 아니다.
- 우리는 모두가 불법적이거나 최소한 비도덕적인 말과 행동을 숱하게 보고, 듣고, 목격했으면서도 대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또한 문제의 행동이 겉보기만큼 나쁘지 않고, 도움이 되기에는 너무 늦었으며, 그저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믿음과 충성심을 내세워 무대응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비도덕적 행동을 진정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중대한 인간적 한계다.
동기화 맹시는 불가피하지 않으며, 극복할 수 있다. 수많은 내부고발자들이 이 사실을 말해준다.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효과적인 리더십을 활용하여 동기화 맹시를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주위에 존재하는 사실들을 더욱 완전하게 인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둘째, 적절한 시기에 인지하고 행동하기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셋째, 비도덕적 행동을 가리키는 사실들에 대응하지 못할 때 리더들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 
넷째, 리더들은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자들에게 나서서 문제를 밝히는 데 따 르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 리더라는 자리는 책임을 수반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책임은 외진 증거를 인지하는 것이다. 이례적인 추세가 보이면 분명한 답이 나올 때까지 조사하라.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가 보이는 것이 전부" 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너무 잦다고 지적한다. 눈앞에 있는 정보 에만 반응하지 말고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떻게 얻을지 파악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 15명의 남성과 15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그에 따라 예측한 방향대로 결과가 나왔지만 핵심적인 .05 기준에서 유의하지 않다. 그래서 당신은 다른 15명의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다시 실험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실험 결과가 아주 조금 유 의하다(p값이 10과 .05 사이), 당신은 이번에는 20명의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끝으로 3번의 실험 결과를 종합하여 남성 이 여성보다 위험한 주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유의한 수준으로 높다는는 결론을 얻는다. 이 가상 사례의 이면에 있는 근본적인 생각은 연구자들이 같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결과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는 복수의 종속 변수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한 벌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당 결과가 유의한 수준에 접근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p<.05 기준에 이르기 위한 복수의 시도를 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여 특 정한 데이터를 극단치(예를 들어 참가자들이 과제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이상한 답변)로 배제할 수 있다.
심리학자인 조 시몬스Joe Simmons, 레이프 넬슨Leif Nelson, 유리 사이먼손uri Simonsohn은 2011년에 진행한 연구를 통해 근본적인 가설이 옳지 않더라도 4가지 연구자의 자유도를 활용하고 약간의 창의성을 더하 면 p<.05 요건에 맞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뛰어난 논문을 발표했다.” 임의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복수의 형태로 실험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이 5 퍼센트보다 훨씬 높다. 그러면 성공한 버전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시몬스와 동료들은 또한 임의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소수의 연구 자 자유도를 동원하면 유의한 결과에 이를 확률을 50퍼센트 이상으 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그들의 연구는 학계의 기존 규범 을 따르면서도 부정확하지만 원하는 결론에 이르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보여준다.
- 나는 앞으로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며 미국의 유수 대학들이 선민의식과 인종주의에 따른 정책들을 21세기에도 존속시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그리고 받기를 바란다). 기여입학은 특권층이 예일, 프린스턴, 하버드 같은 학교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믿던 시기에 시작되었다. 전통을 내세우는 지지자들에게는 기여입학제가 1900년대에 유대인 같은 새로운 이민자들이 명문대에 높은 비율로 입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나 는 대다수 대학 간부들이 좋은 의도를 지녔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지금도 선민의식과 인종주의에 따른 정책이 수용된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주요 대학이 시행하는 이런 비도덕적 정책에 대해 더 강한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이런 정책에 따른 해악은 모호하고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기여입학 정원을 늘릴수록 실력주의는 점차 약화된다. 중요한 점은 이런 정책들로 불이익을 당하는 학생들이 '짖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겨우 자격이 되거나 되 지 않는 기여입학생에게 밀린 학생들은 익명으로 남는다. 물론 입학을 거절당했다면 화가 날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그들도, 우리도 왜 거절당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학 입시 절차에 작은 변화가 이뤄진다.
- 예를 들어 자격이 뒤떨어지는 기여입학생에게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합격했을 학생들의 명단을 발표해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 이렇게 투명성을 높이면 기여입학생의 불명예가 모두에게 분명하게 두드러지고, 거절당한 학생과 언론은 목소리를 내게 되어 결국 기여입학제는 바뀔 것이다.
- 대다수 정상급 미국 대학들에는 동문 자녀에게 입학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다. 이 관행은 이미 유리한 학생들을 더욱 유리하게 만든다. 겨우 자격이 되는 학생이 기여입학을 하면 우 수한 지원자들이 자리를 빼앗긴다. 정상급 대학의 기여입학생은 과거 해당 대학에 백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백인인 경향이 강하다. 한편 아 슬아슬하게 불합격된 지원자들은 아시아계를 비롯한 다른 인종일 가 능성이 훨씬 높다.
교육부 인권국은 1990년대에 하버드가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차별 하는지 조사한 후 기여입학제 때문에 아시아계 학생들이 비슷한 자격을 갖춘 백인 학생들에게 밀려난다고 결론지었다. 명문고를 졸업한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차별은 부분적으로 명문대 출신 부모들의 자녀에게 이점을 안기는 정책의 간접적 영향이다
- 월마트 구매 담당자들이 납품업체에게 최저가를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이었다. 또한 롱프랭 경영진은 확고한 목표에 따라 악타르를 더 작은 회사에 넘기는 편이 계속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결론 지었다. 또한 스테이플스 직원들은 계속 하던 대로 불필요한 부가상품을 팔았다. 그리고 부유한 동문의 자녀를 더 배려한 입학 담당 간부 들은 수십 년 동안 정착된 절차를 따랐다. 그럼에도 이 행동들의 간접적 영향은 상당한 문제를 초래한다.
간접적 영향이 부른 해악은 리더에게 주어진 과제다. 리더는 현재 를 넘어서 조직의 절차가 초래할 문제들을 예측해야 한다. 뜻하지 않게 특정 집단을 차별하도록 만드는 절차를 수립하면 조직 자체가 차별 을 저지르는 것이다. 리더는 이런 사례를 인지하고 간접적 해악이 발 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필요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 예측 가능한 돌발사태가 생기는 원인은 다가오는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개인적 실패에 더하여 잘못된 조직의 구조와 인센티브 그리고 데이터 통합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9·11테러의 비극 은 정부 부처 사이에 자원을 통합하지 못한 것이 핵심 요인임을 명확 하게 드러낸다. 그들은 개별적인 '사일로silo(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처럼 운영되었다. 사일로식 운영은 제 기능을 못하는 리더십의 결과이자 원인이다. 책임 소재는 사일로 내부에서 그리고 사일로 사이에서 분산된다. 그래서 누가 책임자인지 분명 치 않고, 누구도 방향을 알리는 포괄적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조성하는 인센티브는 종종 구성원들이 그저 자기 일만 하게 만든다.






'인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터지는 콘텐츠는 이렇게 만듭니다  (0) 2021.05.19
네이처 매트릭스  (0) 2021.05.19
슬로 싱킹  (0) 2021.05.02
당신만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대화법  (0) 2021.05.02
인생에 한 번은 짜라투스트라  (0) 2021.04.27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