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싱킹

인문 2021. 5. 2. 10:57

- 행복의 비밀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데 있다. (제임스 매슈 배리, 피터팬의 작가)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지구에 와서 흐드러 진 장미꽃밭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장미꽃이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한다. 그러자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이 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어린 왕자의 장미꽃은 유일무이한 존재라서가 아니라 어린 왕자 가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햇볕을 쬐어준 시간 때문에 소중해 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마찬가지다. 그 일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일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의미와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 우리가 생각을 할 때 뇌의 작업기억 working memory 이 작동한다. 작업기억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뇌에 저장하거나 필요할 때 뇌에 저장된 정보를 꺼내서 순간적으로 처리하는 일종의 작업장으로, 컴퓨터의 램RAM과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작업기억은 용량이 크지 않아서 짧은 시간 동안 한정된 정보만 처리할 수 있다. 가뜩이나 용량이 작은 작업 기억에 걱정이 들어서면 문제를 해결할 기량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 에 없다.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집중하는 슬로싱킹에 익숙해질수록 위급할 때 걱정에 사로잡히기보다 생각에만 냉철하게 집중할 수 있 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작업기억의 가동률을 최대로 높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슬로싱킹의 위력이다.
-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루이스 이그내로는 2006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 답했다. “일주일 내내 24시간 동안 왜, 어떻게'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야 하고, 해답을 얻었을 때 보상받았다고 생각하는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196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한스 베테는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물리 문제를 풀어낸 비결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첫 번째는 머리죠. 두 번째는 아무 결과도 안 나올 문제라도 기꺼이 매달려 오랜 시간을 생각하면서 보내는 것입니다.”
노벨화학상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은 좋은 아이 디어를 떠올리는 방법을 묻자 많은 생각을 하고 그중에서 나쁜 걸 버리라고 대답했다.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생리의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은 자기 연구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옥수수를 연구할 때 나는 그것들의 외부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안에서 그 체계의 일부로 존재했다. (...) 나는 종종 나 자신을 잊어 버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 내가 나 자신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파인만은 평소 '물리와 논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물리는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일이자 오락이었고 그가 늘 생각하는 대상이었다. 그는 길을 가면서도 과학적인 문제를 생각했고, 심지어는 멈춰 서서 손을 공중에 내저으며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것들 사이의 거리는 이렇고, 그러면 이건 이렇게 되고.........” 그러고 있으면 경찰이 수상쩍게 여기고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나중에는 경찰들도 그를 알아보고 다시 붙잡지 않았다고 한다.
- 손정의는 평소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비전은 갑자기 떠오르지 않습니다. 평소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머리가 터지라고 생각해야 겨우 떠오릅니다. 2~3일 정도 생각했더니 번쩍하고 떠오를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한시라도 생각을 멈추지 마십 시오. 적어도 저는 항상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런 집념, 신념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은 평소 뭔가를 새로 창조한다는 것이 너 무 재미있어서 '아침저녁에도 그 생각, 자고 일어나도 그 생각, 무언가 부족한 것이 없나, 있으면 보강하고 물어보고 했다고 한다. 그 야말로 1초도 쉬지 않고 생각의 끈을 놓지 않은, 전형적인 슬로싱커 였던 것이다.
-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그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피 대신 생각이 흐르게 하라. 그 정도로 한결같이 강렬하게 하나만을 생각하는 것, 그것이 일을 성취하는 원동력이다.
- 『뇌내혁명』에서 우리 몸은 교감신경이 작용할 때 긴장 상태가 되고 부교감신경이 작용할 때 이완 상태가 되는데, 부교감신경이 작동하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부교감신경이 우위인 순간은 잘 때뿐이며 깨어 있는 동안에 부교감신경이 우위이게 하는 수단은 명상이다. 천재는 뇌파를 알파 상태로 만들어 뇌 내 모르핀을 그만큼 쉽게 끌어내는 요령을 체득한 사람이다. 이 말은 명상뿐 아니라 슬로싱킹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슬로싱킹을 하면 우리는 잠들지 않고도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고, 그럼으로써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장기기억을 쉽게 인출하고 생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 낮잠을 자면 일을 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것은 상상력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당신은 낮잠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처칠)
- 간화선은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종파인 조계종에서 쓰는 차선 방법이다. '간화看話란 화두를 보다' 또는 화두를 보게끔 하다라는 뜻이다. 또 화두란 참선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구하는 문제로, 답을 절대 구할 수 없지만, 의심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다. 화두는 답이 없으므로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에 진전이 없다. 화두를 생각하는 일을 가리켜 '길 없는 길을 간다'고 표현하기도 하 는 이유다.
극단적으로 피드백이 없는 문제, 즉 화두를 두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식의 통합작업공간 이론에 따르면 주어진 문제를 계속 생각한다는 것은 문제가 의식의 무대 위에 올라 조명을 받는 상태다. 그러면 그 내용이 장기기억에 생중계되고, 의식의 내용과 관련한 장기기억이 활성화하면서 무대 근처로 이동해 무대에 오르기 쉬운 상태가 된다.
- 잠이 든 상태에서 창의성이 고양된다는 것은 이제 신경과학 분야에서 정설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창의성 발현에 어떤 수면단계가 관여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있다. UC샌디에이고의 수면 연구가 사라 메드닉 Sara Mednick은 렘수면에서 창의력이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렘수면이 연상기억을 촉진하는 동시에 연상기억과 비연상기억을 통합하는 활동도 촉진하기 때 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발레리아 드라 고 Valeria Drago는 창의력이 비렘수면에서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비 렘수면 상태에서는 코르티솔에 의한 각성 수준이 낮아져 의식에서 멀리 떨어진 장기기억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얀 보른 교수는 창의성이 전반부 수면에서 극대화된다고 주장한다. 깨어 있는 동안 학습 활동으로 얻은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환되는 것은 꿈을 꾸지 않는 비렘수면 중에 일어나는데, 이러한 변환 대부분이 전반부 수면 중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성 발현을 위해서는 밤늦게까지 깨어 있기 보다 일찍 잠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나의 몰입 경험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 MIT의 신경과학자 매슈 윌슨 Mathew A. Wilson은 우리 뇌가 낮에 경험한 중요한 정보를 밤에 잠을 자면서 복습함으로써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3/4바퀴를 회전하면 초콜릿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원 형 트랙에 쥐를 풀어놓고, 쥐가 움직일 때마다 해마에 있는 뉴 런의 전기 신호를 기록했다. 그런 다음 쥐가 잠든 동안 뉴런 전 기 신호를 기록해 이를 해독해보았더니 낮에 트랙 위를 탐색했을 때와 동일하게 3/4바퀴를 회전한 후 시냅스 발화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쥐가 잠을 자면서 낮에 경험한 위치 정보를 복습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결과다.
- 놀라운 아이디어는 우연히 떠오른 것 같아도 실은 어떤 문제 하나를 두고 끈질기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몰입의 결과다. 7년간 '페르마의 정리'에만 매달린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가 남긴 다음 말은 숙면일여 상태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과정을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려면 한 문제에 완전히 집중한 채로 엄청난 시간을 인내해야만 합니다.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그 문제만 생각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완전한 집중, 그 자체지요. 그런 다음에 생각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 무의식이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때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게 되지요. 완전 집중 뒤의 휴식 - 이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 시냅스를 매개로 하는 우리 뇌의 운영체계를 보면 두뇌 발달이 후천적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뉴욕대학의 조지프 르두는 저서 『시냅스와 자아』에서 우리의 사고와 감정, 활동, 그리고 기억과 상상은 모두 시냅스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결과라고 말한다. 시냅스는 학습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한다.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배울 때마다 뇌의 구조가 미세하게 조금씩 변하고, 이런 과정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즉 시냅스에 영향을 끼친 학습의 결과가 한 인간의 인격을 구축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한다.
- 시냅스가 어떻게 배선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실체가 결정되고 유지된다는 것은 곧 인격을 자신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식에 입력되는 내용을 스스로 조절하려 노력함으로써 시냅스 배선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면 나라는 사람 자체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러트거 스대학 분자행동 신경과학센터 소장, 폴라 탈랄 Paula Tallial의 이 말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이 입력하는 대로 당신의 뇌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
You can create your brain from the input you get.
- 1880년부터 1920년대까지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줄줄이 태어났다. 현대 컴퓨터 이론을 만든 존 폰 노이만, 핵분열 연쇄 반응을 발견해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레오 실라르드, '수소폭탄의 아 버지'라고 불리는 에드워드 텔러, 홀로그래피를 발견한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때 태어나 교육받은 이들 가 운데 노벨상 수상자는 7명, 울프상 수상자도 2명이나 된다.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 인재가 집중적으로 나타난 이 현상은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끌었고 '헝가리 현상The Hungarian phenomenon’으로 불리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난도 높은 문제를 스스로 깊이 생각해 해결하게 하는 교육에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 로 외트뵈시 경시대회 Eotvos Contests 다. 고교 마지막 과정에 오픈북 형태로 치러진 이 시험은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정답을 맞히느냐가 아니라 문제 풀이 과정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논리적이냐를 기준으로 1등을 선발했다. 지식의 양이 아니라 깊이와 창의성을 테스 트한 시험으로, 당시 헝가리 고교생들 사이에 수학 붐을 일으켰다.
다른 사례는 《노말KoMal》이라는 고등학생 대상 수학 저널이다. 《쾨말》에는 난도가 다른 6~8개의 수학 문제가 실렸는데, 시간에 구 애받지 않고 문제 풀이에 매달려 답을 찾는 재미에 푹 빠진 학생들 이 매달 출간을 애타게 기다렸다고 한다.
사비로 이 잡지를 매달 출간한 이는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라츠 라즐로 Rz Laslid 였다. 그는 뛰어난 제자들이 많았고 그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도 많았는데, 그의 제자이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유진 위그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60년이 흐른 후에도 라츠 선생의 사진을 사무실 벽에 걸어둘 정도로 그를 존경했다고 한다. 
-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은 모두 오르막이다.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 당신이 소망하고 이루고 싶은 것, 당신이 누리고자 하는 것은 모두 오르막이다. 문제는 사람들 대부분의 꿈은 오르막인데, 습관은 내리막이라는 사실이다. (존 고든 Jon Gordon, 동기부여 전문가)
- 촬영 결과 몰입 상태일 때는 평상시보다 전두엽의 오른쪽이 더 활성화하고 두정엽은 비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무속인이나 티베트 승려가 깊은 명상에 들어갔을 때의 뇌 상태도 이와 일치한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신경과학자 앤드루 뉴버그의 저서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에 따르면 명상에 빠진 불교 신자와 기도 에 몰두하는 프란치스코회 수녀가 아주 강렬한 종교 체험의 순간에 도달할 때 뇌 상태를 촬영하면 두정엽 일부 기능이 현저히 저하하고 전두엽 활동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앤드루 뉴버그 는 종교적 활동으로 위치와 방위를 판단하는 두정엽과 운동을 관장하는 후두엽이 연결된 부위가 비활성화하면 자신과 외부의 경계가 사라진다고 느끼며, 이 상태가 바로 자신이 외부 또는 절대자와 일 치되었다고 느끼는 영성 상태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종교가 있든 없는 우리 뇌에는 영성을 느끼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뇌 과 학에 따르면 몰입과 종교 활동에는 차이가 없는 셈이고, 바로 그래 서 내가 몰입하면서 일종의 종교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아인슈타인 역시 종교적 상태에서 창조성이 발현된다고 다음처럼 말하고 있다.
"나는 뛰어난 과학 견해는 모두 깊은 종교적 감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에서 유일하게 창조적인 종교 활동이라고 믿는다. 이 '무한한 종교적 감정은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기가 매우 어렵다. (...) 내 견해로는 이 감정을 일깨우고 이것을 이해하는 사람들 속에서 계속 이 감정이 유지되게 하는 것이 학문과 예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몰입의 장점은 지극히 창조적인 생산 활동을 하면서 종교적인 신 성함과 지고의 선까지 경험하는 최상의 삶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결국 몰입이란 종교와는 무관한 종교 체험인 동시에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집중 상태에 이르기 위해 스님들은 왜 답이 없는 화두에 도전할까. 며칠 만에 문제가 풀려버리면 몰입도가 떨어져 삼매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라도 도전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문제가 풀리든 안 풀리는 몰입 자체가 우리에게 깊은 만족감과 감동을 준다. 어떤 경우에도 몰입으로 잃을 것은 없다. 오히려 자신을 한 차원 성장시킬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삶도 의미 있고 축복받은 삶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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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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