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 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 력인 친화력이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 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수 있다. 알다시피 침 팬지의 인지능력도 많은 면에서 우수하다. 우리와 침팬지는 수 많은 유사성을 보이지만, 크게 차이 나는 한 가지 능력이 있다. 침팬지는 하나의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의도로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어한다는 점이다. 
- 처음 동물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경쟁적 속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의사소통 능력이나 친화력이 동물뿐 아니라 우 리의 인지 발달에도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상대 를 조종하는 기술, 속이는 기술의 향상이 동물계의 진화적 적 응력을 설명해주는 근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발견 한 것은 똑똑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감정은 보람차거나 고통스럽다거나 매력적이라거나 혐오스럽다 고 느낄 때 아주 큰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를 선호하는 성향은 연산능력 같은 인지를 형성하는 데 중대한 역 할을 한다. 그러나 타인의 의도나 욕망, 감정 등 인간에 대한 이해와 기억력, 전략능력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과 결합하지 않으면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친화력은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를 통해서 진화했다. 수 세대에 걸친 가축화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지능을 쇠 퇴시키지 않으면서 친화력을 향상시킨다. 어떤 동물이 가축화 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는 다. 가축화징후" 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 치아 크기, 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에서 나타난다. 호르몬 과 번식주기,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연구에서 발견한 것은 조건이 일정하다면 자기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 이 모든 무관해 보이는 변화는 발달과 관련이 있다. 가축화 된 종과, 이들과 조상은 같지만 야생으로 남아 있는 더 공격적 인종은 뇌와 신체가 다르게 발달한다. 놀이처럼 사회적 유대를 도모하는 행동의 경우, 야생의 친척 종보다 가축화된 종에게 더 이른 시기에 나타나고 더 오래, 대개는 성인 또는 성체가 될 때 까지 유지된다. 다른 종의 가축화 연구는 우리 종의 초강력 인지능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사람이 책에서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를 뜻한다)은 네안데르탈인 처럼 10명에서 15명 정도의 작은 무리로 살다가 친화력이 높아 지면서 100명이 넘는 큰 규모의 무리로 전환되었다. 뇌가 더 크 지 않더라도, 협력을 잘하는 더 큰 규모의 호모 사피엔스 무리 가 다른 사람 종 무리를 쉽게 이길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한 감수 성을 가진 우리 종은 갈수록 복잡한 방법으로 협력하고 소통했 고 이로써 문화적 역량도 새로운 경지로 나아갈 수 있었다. 우 리 좋은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할 수 있었고 또 그 혁신을 공유 할 수 있었다. 다른 인류는 가망이 없었다.
- 하지만 우리의 친화력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우리 종 에게는 우리가 아끼는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받는다고 느 낄 때, 위협이 되는 무리를 우리의 정신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 력도 있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연민하고 공감하던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므로 위 협적인 외부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 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
- 사람 아기의 경우에는 백이면 백이 아주 초기에, 백이면 백이 같은 월령에, 그리고 백이면 백이 말을 배우거나 간단한 도 구를 사용하기 전인 어느 순간 갑자기 손을 사용하는 능력에 번 쩍 불이 붙는다. 한쪽 팔과 집게손가락을 뻗는 이 단순한 동작 은 생후 9개월이면 시작되고, 사라진 장난감이나 머리 위로 날 아가는 아름다운 새를 가리키는 엄마의 손끝을 따라가는 능력 (침팬지는 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 시기에 시작된다
이 협력적 의사소통이 사람에게 가장 먼저 나타나는 능력인 데, 침팬지의 마음이론 별자리에는 이 능력이 없다." "사람 아 기는 첫 단어를 말하거나 자기 이름을 배우기 전에 협력적 의사소통을 할 줄 안다. 우리가 기쁠 때 타인은 슬퍼할 수 있으며 역 으로 타인이 기쁠 때 우리가 슬플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전 에, 우리가 나쁜 행동을 하고 거짓말로 덮는 법을 배우기 전에, 혹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 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전부터, 우리는 협력적 의사소 통 능력을 습득한다.
우리가 타인과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이 능력 덕택이다. 이 능력은 새로운 사회적 관계로 통하는 관문, 수 세대를 걸쳐 쌓여온 지식을 잇는 문화적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다. 호 모 사피엔스로서 우리의 모든 것이 이 능력에서 시작된다. 많은 위력적인 현상이 그러하듯이 이 능력도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 데, 그 시작이 아기가 부모 손짓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이다.
- 최근에 우리는 사람 아기의 다양한 행동 반응과 연관성이 있는 몇 개의 범주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가 정답 컵을 향해 손 뻗는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는 아기들은 정답 컵을 바라보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동작도 이해했다. 가리키는 동작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아기들은 다른 유형의 손짓이나 동작도 읽어내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 놀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모든 것을 다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손짓이나 몸짓 을 잘 읽는다고 해서 어떤 물체가 넘어질지 무너질지 간파한다 거나, 어떤 문제를 푸는 데 어떤 도구가 유용할지 알아내는 감 각까지 갖춘, 물리학에 능한 아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능 력은 다른 범주에 속한다.
- 실험에서 우리는 의사소통 능력이 개들에게서 훨씬 더 밀접하게 집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가지 손짓 놀이를 잘 하는 개는 다른 손짓 놀이도 다 잘해냈다. 한 놀이를 잘 못하는 개는 나머지 다른 놀이에서도 잘하지 못했다. 사람 아기의 경우 와 마찬가지로, 이들 기술은 사회적 범주에 속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연관되지는 않았다. 개도 우리처럼 협력적 의 사소통에 특화된 인지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개는 우리와 생존에 아주 중요한 영역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침팬지는 달랐다. 침팬지의 경우, 개나 사람 아기와는 달리,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 몸짓이 사회성과 여하한 상관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개나 사람 아기와는 달리, 침팬지들이 사용하는 몸짓은 사회성과는 무관한 과제와 상관관계를 보였 다. 침팬지한테서는 소통에 특화된 인지능력의 단서가 나타나 지 않았다는 뜻이다. 개와 사람은 협력적 의사소통에 능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침팬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 개는 늑대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래로 많은 면에서 우리와 더 닮도록 진화해왔다. 사람이 전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진화를 도운 유전자가 개에게도 있어서 개는 조상인 늑대와 달리 사람 이 채집하거나 경작한 양식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18 또 고지대에 적응하면서 진화한 인류의 유전자가 티베탄 마스 티프종에게서도 발견되는데, 이 유전자로 인해 두 개체군 모두 산소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도 온몸에 체내 산소를 전달할 수 있다!" 또 서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에게는 말라리아에 대한 항 체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 일대 가정에서 키우 는 개에게도 이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인류는 5만 년 전 발사 무기를 들고 유라시아로 진입했는데 이때 사냥과 채집을 하기 위해서 빙하시대에 존재하던 거의 모 든 천적을 싹 쓸어버렸다. 늑대는 예외였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수천 년 전에 농경인이 새끼 늑대를 몇 마리 주워 집으로 데려갔고 길들인 새끼 늑대들을 수 세대 에 걸쳐 번식시켜 더 길든 늑대를 얻음으로써 우리의 사랑스러 운 개가 만들어졌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진화의 작 용 원리를 토대로 따져보자면, 이런 추정은 불가능하다. 늑대의 가축화는 적어도 농경인이 첫 씨앗을 뿌린 1만 년 전보다 먼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최초로 개와 함께 살았던 사람은 수렵채집인들이었을 것이다."
- 빙하시대에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늑대를 가축화했다고 가 정하면 비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나올 뿐이다. 사람들은 사람에 게 가장 친화적이고 가장 덜 호전적인 늑대만을 골라서 10여 세대 이상을 번식시켰어야 한다. 그랬다면 적어도 수백 년이 걸 렸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랬다면 수렵채집인들은 이 덩치 크고 충동적 공격성을 지닌 늑대들과 지내면서, 고생해서 얻은 고기 의 상당 부분을 날마다 성체 늑대들과 나눠 먹으며 살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그보다는 사람이 통제하는 가축 화 이전에 하나의 가축화 단계 즉, 자기가축화 시기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사람이 무언가 창조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막대한 양의 쓰레기일 것이다. 오늘날에도 수렵채집인들은 음식물 쓰레 기를 바깥에 내다버리고 천막 밖으로 나가 용변을 본다. 정착해 서 사는 인구 집단이 많아지면서 주린 늑대들에게는 밤에 즐길 맛난 먹을거리가 많아졌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버린 뼈도 좋은 야식이겠지만, 조리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소화가 빠른 사람의 똥도 음식 못지않게 영양가가 풍부하다. 사람이 사는 천막에 접근할 만큼 침착하고 용감한 늑대라면 이 똥의 유혹을 뿌리치 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늑대들에게 번식상 이점이 있었을 것이고, 이들이 같이 쓰레기를 뒤져 먹고 또 이들끼리 짝짓기했 을 것이다. 친화력 좋은 늑대와 겁 많은 늑대 사이에 유전자 이 동이 일어나는 빈도는 감소했을 것이고, 사람의 의도적 선택 없 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친화력 좋은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을 수 있다.
- 이렇게 친화력을 선택하고 단 몇 세대 만에 이 특별한 늑대 개체군의 겉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십중팔구 털색 과 귀 모양, 꼬리 모양이 모두 변했을 것이다. 인류는 이 생김새 로 청소부 늑대에게 점점 관대해졌을 것이고, 머지않아서 이들, 원시 개에게 우리의 손짓을 읽을 줄 아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는 것을 파악했을 것이다.
늑대에게는 다른 늑대들의 사회적 제스처를 이해하고 반응 할 능력이 있었지만, 사람을 보면 달아나기 바빠서 제스처까지 주의 깊게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매력으로 대체되자 늑대의 사회적 기술은 사람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사람의 제스처와 목소리에 반 응할 수 있는 동물은 사냥 동반자이자 안내자로 대단히 유용했 을 뿐 아니라 온기를 제공하고 늘 함께하는 반려동물로서도 소 중했을 것이다. 40, 41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천막 밖에 있던 그들 을 불 곁에 오도록 허용했을 것이다. 개는 사람이 길들이지 않 았다. 친화력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다.' 이 친화 력 좋은 늑대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현재 그들의 후예는 개체수가 수천만에 달하며 지구의 모든 대륙에서 우리의 반려동물로 살아가고 있으나, 얼마 남지 않은 야생 늑대 개체군은 슬프게도 끊임없이 멸종의 위협에 노 출되고 있다.
- 암컷 침팬지는 여러 수컷과 짝짓기하여 아버지가 누군지 혼란을 빚음으로써 영아살해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이 전략은 암컷 자신의 신체 때문에 발각되고 만다. 배란기의 암 컷 침팬지는 마치 광고라도 하듯이 엉덩이의 분홍 부위가 부풀 어 오르는데, 수컷들이 이를 보고 배란기임을 알 수 있기 때문 이다. 서열 높은 모든 수컷들은 배란기의 암컷을 공격해서 복종 하게 만든다. 다른 수컷과 짝짓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배 란기 암컷의 유일한 방어 수단은 우두머리 곁에 붙어서 떠나지 않는 것이고, 이는 곧 우두머리 수컷이 번식에서 가장 큰 성공 을 거둔다는 뜻이다. 새끼가 아직 어릴 때 우두머리 수컷이 지 위를 잃게 되면 새로운 우두머리 수컷이 그 암컷의 새끼를 공격 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영아살해는 수유기의 암컷을 빠르게 배란기로 되돌림으로써 수컷의 적합도를 높이는 수단이며, 공 격적인 수컷은 이렇게 유리한 전략을 구사하여 폭력의 악순환을 고착시킨다.
- 암컷 보노보는 배란기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냈다. 그들은 엉덩이가 분홍빛으로 부풀어 있는 기 간이 길어서 수컷으로서는 정확히 언제 배란을 하는지 알기 어 렵다. 또 암컷들은 침팬지 같은 행동을 보이는 수컷에게는 적대 적으로 군다. 암컷에게 강제로 짝짓기하려 드는 수컷은 반드시 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성난 암컷들이 연대해서 공격하는 경 우도 빈번하다. 어떤 수컷이라도 아기 보노보를 좋지 않은 눈빛 으로 바라보았다가는 곧바로 암컷들의 맹렬한 반격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암컷들은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덩치는 수컷 개체 들이 클지 몰라도 수컷들은 언제나 단결한 암컷들에게 수로 제 압당한다. 
암컷 침팬지는 친척 암컷에게만 도움을 주지만 암컷 보노보 는 모든 암컷을 돕는다. 새로운 암컷이 무리에 들어오면 흥분하 거나 호의를 보이며 반기는데, 서로 앞다투어 달려들어 인사하고 털을 다듬어주고 성기를 문질러주곤 한다. 이 원주민 암컷들이 그동안 알고 지낸 수컷들에 맞서서 새내기 암컷을 지켜줄 것 이며, 자기네 아들들로부터도 지켜줄 것이다. 
랭엄은 보노보 집단이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이유를 이들이 서식하는 콩고강 남부가 자원이 풍부하여 식량 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생태 계에 관한 여러 연구는 보노보 서식지의 열매와 초본이 풍부함 을 시사한다. 보노보는 이러한 자원을 놓고 고릴라와 경쟁할 필 요도 없다. 고릴라가 침팬지 서식지에 사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콩고강 남부 보노보 서식지 부근에는 살지 않는다.
- 보노보 암컷은 서열과 상관없이 모두 일일 필요 열량을 충족할 수 있지만, 침팬지는 서열이 높은 암컷들에게만 매일 충분한 먹이가 보장된다. 보노보 암컷은 암컷 친구를 챙길 여력이 있지만 침팬지 암컷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친화력 좋은 보노보 암컷들은 서로 돕고 살 수 있어 수컷의 공격성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또한 공격성이 가장 낮은 수컷과 짝짓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수컷 보노보에게도 친화력 은 승리의 전략이었다. 
- 암컷의 승리가 어느 정도로 완전하냐면, 수컷이 암컷을 만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어머니를 통하는 것일 정도다. 보노보 수컷은 침팬지 수컷처럼 암컷을 꺾어 누르기 위해서 뭉치는 대신 엄마에게 의지해서 암컷 친구를 소개받는다. 침팬지 수 컷은 자기네 엄마마저 복종시키는 반면 보노보 수컷은 마마보 이의 결정판이다.20 암컷과 친하게 지내는 이 방식은 성공적 번 식 전략이어서, 번식에 가장 성공한 수컷 보노보는 번식에 가 장 성공한 침팬지의 수컷 우두머리보다도 더 많은 후손을 얻는다. 이는 암컷의 다정한 수컷 선호가 다정한 사회의 진화를 야기하는 선택압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 사람에게 다가왔던 늑대들이 그러지 않았던 늑대들보다 친 화력이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할 정도의 큰 이익을 누렸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 압력은 행동과 외모만이 아니라 심지어 인 지능력까지 진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어떤 종 안에서 관용과 친화력을 지닌 개체군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이 일어났는데, 그 형질 변화가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집단 내부에 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또한 자기가축화를 이끌어내 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 마음이론에서 발생하는 아주 섬세한 능력 하나가 있는데, 누군가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는 틀린 믿음 False Belief 능력이다. 이 능력은 대개 4세가 될 때까지는 완전히 활성화되지 않는다. 웰먼은 감정반응이 격한 어린이보다 감정 반응의 강도가 더 낮은 수줍음 많은 어린이일수록 틀린 믿음 능력이 빨리 발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틀린 믿음 능력을 빠 르게 갖출수록 언어 발달도 빨랐는데, 따라서 감정반응이 낮은 어린이들이 협력과 의사소통 측면 모두에서 이점이 있었다. 즉, 낮은 감정반응은 협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는 속도에 영 향을 미친다 
-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자연선택이 다정하게 행동하는 개 체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여 우리가 유연하게 협력하고 의 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켰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친화 력이 높아질수록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강화되는 발달 패턴 을 보이고 관련 호르몬 수치가 높은 개인들이 세대를 거듭하면 서 더욱 성공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가설은 첫째, 감정반응이 격하지 않고 관용이 높을수록 자연선택에 유리해졌고 이것이 협력적 의사소통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능력과 연관되며 둘째, 우리의 외형과 생리 작용, 인지능 력의 변화가 다른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축화징후와 유사 하다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 이미 큰 뇌를 지니고 문화를 발전시 킨 사람 종 조상이 이 자연선택에 성공했다. 자기가축화는 다 른 동물 종들에게서도 일어났을 수 있지만, 자기가축화 과정 이 시작될 때부터 극도의 자제력을 지녔던 것은 우리 종뿐이었 다. 자기가축화 과정을 겪으며 감정반응을 더욱 억제함으로써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우리의 능력이 한층 더 강화된 것이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보노보와 개의 경우처럼 관용적일 수록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얻는 보상이 커졌을 것으로 예측한 다. 동시에 이 가설은 감정반응을 억제하고 관용을 베푼 뒤 돌 아오는 보상을 계산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그 어떤 종 과도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바로 이 자제력과 감정조절 능력이 결합되어 사람 고유의 사회적 인 지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 가축화된 늑대나 유인원의 뇌는 인상적이다. 하지만 가축화 된 사람의 뇌라면, 마법에 가깝다. 극도로 문화적인 종이 탄생 하는 것이다. 우리 종 안에서 독특한 유형의 친화력이 진화함 으로써 더 큰 규모의 무리, 더 밀도 높은 인구, 이웃한 무리 사 이에서 더 우호적인 관계가 가능해졌을 것이며, 그럼으로써 더 큰 규모의 사회연결망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것이 더 많은 혁 신가 사이에서 더 많은 혁신의 전파를 촉진했을 것이다. 문화의 톱니바퀴는 느릿느릿 불규칙하게 돌기 시작해서 빠르고 맹렬해 졌을 것이다. 그 결과가 기술의 지수증식과 행동 현대화의 출현 이다.
사람의 자기가축화 가설이 옳다면, 우리 종이 번성한 것은 우리가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친화적으로 진화했기 때문 이다. 
- 가축화된 동물의 경우, 세로토닌이 확실히 뇌 크기 수축의 주범일 가능성이 높다. 가축화된 동물의 공격성이 하락할 때 우 리가 가장 먼저 발견한 변화는 세로토닌 유용도의 상승이었다. 포유류 동물들의 두개골 발달과 세로토닌이 관련되어 있다는 근거도 있다.
세로토닌의 효과는 엑스터시를 복용해본 사람이라면 매 우 잘 알 것이다.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는 물질은 MDMA (3, 4-메틸렌디옥시메탐페타민)로, 이것이 체내에서 세로토닌 유용 도를 증가시킨다. MDMA는 체내에 저장된 세로토닌의 80퍼센 트까지 분비시켜 뇌에 세로토닌 범람을 일으키며 세로토닌이 뇌에 재흡수되는 것을 막는다. 엑스터시 복용자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친화력이 증가하여 눈에 띄는 사람마다 다 포옹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불행히도 엑스터시 복용자들은 세로토닌 결핍에도 시달려 야 하는데, MDMA가 새로운 세로토닌 생성을 막기 때문이다. 토요일 밤 뇌에 있던 세로토닌을 왕창 쏟아붓고 나면 대개는 흔 히들 '죽고 싶은 화요일'이라고 부르는 상태를 경험한다. 엑스터 시 복용자들은 복용 후 며칠 뒤에 더 공격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돈이 걸린 게임에서 더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세로토닌 분비 이상은 폭력범, 충동적 방화범, 인격 장애를 겪는 사람들과도 연관이 있다."
-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는 뇌에 세로토닌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세로토닌 수용을 증가시키는 항우울제다. 이 계열의 항우울제 시탈로프 람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협력적 행동이 증가하고 타인을 해 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 실험 결과도 있다. 51, 52
흥미로워지는 것은 이 대목부터다. 시탈로프람을 복용한 여 성들이 두개골이 더 작은 아이를 낳을 확률이 높았다. 53 임신한 쥐에게 시탈로프람을 투약하자 두개골이 공처럼 동그랗고 주 둥이가 평균보다 짧고 뾰족한 새끼를 낳았다." 세로토닌은 동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발달 초기에 세로토닌 유용도가 상승하면 두개골과 얼굴 형태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 종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두개골과 뇌는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모양도 달랐다. 다른 모든 사람 좋은 이마가 낮고 편평했으며 두개골은 두꺼웠다.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은 미식 축구공 모양이었고, 호모 에렉투스는 샌드위치 빵 모양이 었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이 인류학자들이 구형이라고 칭 하는 풍선 같은 두개골을 지녔다. 56, 57 이는 우리 종이 발달단계 에서 세로토닌 유용도가 증가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가축화 된 동물과 시탈로프람 복용자 아기의 예시에서 보았듯이 우리 종의 두개골은 수축되었으며, 시탈로프람을 투약한 쥐에게서 나타난 변화처럼 우리 종의 두개골도 공처럼 동그랗게 변화했 다. 화석 기록은 이러한 변화가 우리가 네안데르탈인과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뒤에 시작된 것임을 말해준다.
- 우리는 하얀 공막을 선호하거나 눈맞춤에 의존하는 유일한 종이다. 사람 아기는 누군가의 시선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갈 수 있는데, 눈동자만 움직여도 가능하다. 반면 침팬지와 보노 보는 누군가가 머리 전체를 움직일 때만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사람이 눈을 막 감은 순간에도 계속 그 방향을 따라 옮긴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상대방이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해할 수 있어도 보는 행위가 눈으로 하는 것이라 는 사실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우리 뇌에는 누군가의 눈을 볼 때 반응만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있다. 상측두이랑에 위치한 이 세포들은 편도체를 포함하여 피질하 영역의 감정중추와 연결된 마음이론 신경망의 일 부다. 이 신경망은 생후 초기에 발달한다. 생후 4개월만 되어 도 사람 아기는 이미 눈의 공막 모양에 초점을 맞추어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신경망의 신경세포들은 우리가 의식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자동으로 반응한다. 운전할 때 옆 차 선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실제로 그랬던 경험이 있는가? 그 소름 끼치는 느낌은 이런 시선이 주변시에 포착될 때 상측두이랑이 무의식 속에서 편도체 로 보내는 경고다. 
대부분 동물은 공막을 숨긴다. 자기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경쟁자가 추측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람 아기에게는 하얀 공막이 유리하다. 
- 하얀 공막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협력을 증진하는 데 두 루 이바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 은 하얀 공막을 친화력 선택의 결과로 보며, 이 진화가 이루어 진 시기는 8만 년 전이었을 것으로 본다. 눈맞춤 빈도가 증가하 면서 유대와 협력적 의사소통이 촉진되어 옥시토신이 훨씬 활 발히 발현되었을 것이다. 또 하얀 공막은 속임수나 사기를 막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눈은 분명하고 유일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이기도 하 다. 사람은 피부, 머리, 심지어는 손톱까지 다양한 색을 띤다. 홍 채도 초록색, 회색, 파란색, 갈색에 검은색까지 다채로운 색이 있다. 하지만 공막은 모두 똑같이 하얀색이다. 하나의 형질이 이렇게 절대적인 단일성을 보이는 건 아주 이례적이다.
- 개와 보노보는 어릴 적 행동이 생애주기 끝까지 유지될 뿐만 아니라, 청소놀래기와 마찬가지로, 협력적 의사소통과 연관된 행동이 여타 친척 종들보다 이른 시기에 발달한다.
강아지는 눈뜬 직후에도 이미 다른 개 또는 사람과 유대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다." 같은 시기에 강아지들은 의욕에 넘쳐서 새로운 장소와 사물을 탐색한다. 발달할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습득할 시간이 더 주어진다는 뜻이다. 어 쩌다 도시에 들어온 늑대라면 감당하기 어려울 세계일 테지만, 일찌감치 경험을 쌓은 개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사람, 장소, 사물의 물결에 응할 자신감을 얻는다.
다른 종에게는 짧게 제한된 사회화 기간도 개에게는 더 오 래 열려 있다. 늑대는 몇 주면 끝나는 이 집중탐구 기간이 우 리의 개들에게는 몇 달에서 몇 년까지 간다. 다 자란 뒤에도 그 들은 새로운 사물에 새끼 강아지 못지않은 강한 호기심으로 반 응한다. 
개가 소리를 내는 방식에도 이 연장된 사회화 기간의 영향 이 있다. 개와 늑대 모두 아기 때는 엄마의 주의를 끌기 위해 짖 는다. 하지만 성체가 되어서도 다양한 맥락을 담아 계속해서 고 음으로 짖는 것은 개뿐이다.
- 신경능선
친화력 선택의 부산물로 일련의 형질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지난 세기에 이루어낸 가장 놀라운 성취 중 하나 다. 벨랴예프가 이끈 연구팀은 다른 인지기능이나 생리적 혹은 형태적 특성은 배제하고 사람과의 친화력 여부만으로 여우를 선택했다. 그 결과, 짧고 동그랗게 말린 꼬리, 여러 색의 얼룩이 섞인 털, 짧은 주둥이와 작은 이, 펄럭이는 귀를 가진 여우의 발 생 빈도가 높아졌고 해가 갈수록 이들의 생식기가 길어졌으며 세로토닌 분비 수치가 상승하고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었다. 벨랴예프의 여우들에게서 나타났던 특성이 다른 가축화된 포유류 동물에게서 (그 가축화가 자기가축화는 아니라고 생각 되는 종들도 포함해서) 보편적으로 나타난 변화를 충실하게 반영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변화는 한층 더 인상적이다.
랭엄과 유전학자 애덤 윌킨슨Adam Wilkinson은 친화력과 포 유류의 가축화징후를 구성하는 형질 모음의 연관성을 연구하 면서 발달에서 아주 큰 역할을 담당하는 신경능선세포에 특별 히 흥미를 갖게 됐다. 신경능선세포는 모든 척추동물의 배아 에 잠깐 나타난다. 이 세포들은 신경관 표피에서 떨어져나와 독립된 세포 집단을 형성하며, 여기에서 뇌와 척수가 형성된다. 신 경능선세포는 줄기세포로, 이는 배아가 발생할 때 신경능선세 포가 다양한 유형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신경 능선세포는 이동 능력이 있어, 목적에 따라서 전신에 걸쳐 옮겨 다닐 수 있다. 줄기세포가 어떤 유형의 세포가 될지, 언제 어디 로 이동할지 결정하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군의 사 서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동 능력이 있는 신경능선세포는 가축화징후와 관련된 많 은 형질을 발달시킨다. 가축화의 중심 특성은 두려움과 공격성 감소인데, 신경능선세포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부신수질 발달에 관여한다. 가축화된 동물의 부신은 야생의 친척 종들의 부신보다 작다. 부신이 더 작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이 적게 분비된다는 뜻이다. 신경능선세포는 또한 친화 력 선택과 연관된 모든 세포 조직 발달에도 아주 큰 역할을 담 당한다. 여기에는 이개연골, 피부 색소, 주둥이(또는 얼굴) 뼈와 치아가 포함된다.
신경능선세포는 뇌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뇌 크 기의 변화뿐만 아니라 여러 뇌 부위의 세로토닌이나 옥시토신 같은 신경호르몬 수용 방식에 일어나는 변화의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뇌에 발생하는 이러한 변화는 생식기의 변화와도 연관 될 가능성이 높다. 뇌 크기가 작아지면 생식기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 Hypothalamic Pituitary Gonadal HPG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의 기능이 제한되면 2차 성징을 앞당길 수 있으며 생식기의 빈도를 높일 수 있다.
랭엄과 윌킨스는 가축화된 포유류에게서 (어쩌면 조류도 포함 해서) 일어난 친화력 선택이, 신경능선세포 발달방식을 제어하 는 사서 유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것이 말 그대로, 개에서 보노보까지 모든 동물에게서 가축화장 후의 일부로 나타난 변화를 야기했을 것이다. 가축화와 관련된 여타 특성들과 친화력 사이에 있을 법하지 않아 보였던 연관성 을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신경능선세포의 발 달과 이동을 제어하는 사서 유전자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가설이다." 그리스 출신 신경과학자 콘스탄티나 테오 파노풀루Constantina Theofanopoulou와 카탈로니아 출신 언어학자 세드릭 보엑스Cedric Boeckx는 고대 DNA를 활용하여 이 연관성 이 사람에게도 존재하는지 연구했다. 그들은 많은 가축화 동물 에게서 진화된 유전자와 같은 유전자의 진화를 사람에게서도 발견했다. 여기에는 우리가 다른 멸종한 사람 종에게서 갈라져 나온 이래로 변화된 신경능선세포도 포함된다. 
- 옥시토신과 공감능력의 관계를 테스트하는 실험이 있었는 데, 옥시토신을 흡입한 피험자들의 공감능력이 상승하고 타인 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호르몬은 마음이론 신경망이 위치한 내측전전두엽피질로 전달되는 것으 로 보인다." 옥시토신은 내측전전두엽 피질과 편도체의 연결을 차단함으로써 내측전전두엽 피질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두려움 과 역겨움을 느끼는 편도체의 반응을 둔화시킨다. 다시 말해서 옥시토신은 위협당하는 느낌을 감소시켜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게 해준다. 옥시토신을 흡입한 피험자들은 사람들과 더 잘 협 력하고 더 후한 액수를 기부했으며 돈이 걸린 사회적 게임에서 상대방을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였다.
옥시토신은 아기를 분만할 때 분비량이 증가하는데, 이는 모유 생산을 촉진할 뿐 아니라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도 전달된다.
- 부모와 아기의 눈맞춤은 일종의 옥시토신 순환 회로를 만들어 부모와 아기 모두 사랑을 느끼고 사랑받는 느낌을 주고받게 한 다. 우리 눈의 하얀 공막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또 보편적인 특 성으로, 이 옥시토신 순환 회로에 시동을 거는 역할을 맡는다. 이 순환 회로는 본래 부모와 아기 사이에 보살핌과 유대를 강화 "하는 기능을 수행했지만 점차 모든 사람 관계에 보편적으로 적 용되었다. 개도 이 유대를 강화하는 경로에 끼어들어 주인과의 옥시토신 순환 회로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야생 늑대는 하지 못하는 일이다."
- 8만 년 전에 일어난 사람의 자기가축화로 폭발적 인구 증가와 기술 혁명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화석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친화력이 여러 집단의 혁신가들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기술혁명을 추동한 것인데, 이는 다른 어떤 사람 종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가축화가 우리 종에게 준 막강한 능력으로, 진화적 시간으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는 세계를 제패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 종들은 하나하나 멸종되어 사라졌다
- 개와 보노보는 자기가축화를 통해서 친화력을 강화했지만, 두 종 모두 자신의 가족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해서는 새로 운 형태의 공격성을 발달시켰다. 개는 자기가 사는 사람의 집에 낯선 자가 다가오면 공격적으로 짖어댄다. 보노보 암컷의 경우 에는 방어적 모성이나, 암컷 간의 유대로 오히려 보노보 수컷에 게 공격적인 모습을 띠곤 하는데 이는 침팬지 암컷과 비교해보 아도 더 공격적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격성의 증가가 자기가축화 중에 일어난 옥시토신 시스템의 변화에서 기인했다고 추정한다 부모의 행동에 중대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옥시토신 은 '포옹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나는 이를 '엄마 곰 호르몬'이라고 부르고 싶다. 옥시토신은 엄마가 아기를 분만할 때 흘러넘치기도 하지만 누군가 자기 아기를 위협한다고 느낄 때 분노를 솟구치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옥시토신을 주입한
엄마 햄스터는 위협이 되는 수컷을 더 공격적으로 물어뜯는 경 향을 보인다. 수컷의 공격성과 관련 있는 행동 양태도 옥시토 신과 연관되어 있다. 수컷 쥐는 암컷과 밀착할 때 옥시토신 분 비가 증가한다. 이 수컷 쥐는 자기 짝에게 자상할 뿐만 아니라 자기 짝을 위협하는 낯선 쥐에게는 공격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 사회적 유대, 옥시토신, 공격성 간의 연관성은 포유류 동물에게서 두루 나타난다. 이는 엄마 곰이 가장 사랑에 넘치는 순 간 즉, 아기 곰과 함께 있는 순간이 한편으로는 엄마 곰이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라도 무의식적으로 아기 곰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을 했다가는 엄마 곰이 악몽 속 존재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 숨까지도 기꺼이 바치는 것이 엄마곰의 사랑이다.
-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우리가 친화력을 지닌 동시에 잔 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닌 종임을 설명해준 다.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 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펄 럭이는 귀나 얼룩이 있는 털 같은 신체적 변화와는 달리 이 부 산물은 실로 가공할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 와 다른 누군가가 위협으로 여겨질 때, 그들을 우리 정신의 신 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는 것이다. 연결감, 공감, 연민이 일어 날 수 있던 곳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다정함, 협력,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종 고유의 신경 메커니즘이 닫 힐 때, 우리는 잔인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우 리를 연결해주는 이 현대 사회에서 비인간화 경향은 오히려 가 파른 속도로 증폭되고 있다. 편견을 표출하던 덩치 큰 집단들 이 보복성 비인간화 행태에 동참하며 순식간에 서로를 인간 이 하 취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를 보복적으로 비인간화하 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 과학기술을 선한 힘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진 최고의 미덕과 최악의 본성을 함께 예측하고 개발해야 하는데 그 런 경우는 거의 없다. 더 다정하고 친화적인 미래를 위한 해결책 에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어두 운 본성을 길들일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야기된 문제에는 사회적 해법이 필요할 것이다.
- 가장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은 다양한 국가와 민족, 인종, 성 정체성이 섞인 활기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다. 이 다양 성이 사람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시키며, 혁신과 경제적 성장을 이끌고 사회의 관용을 강화시킬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교류를 증진시키는 도시를 어떻게 건설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건 축이란, 모름지기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우리 삶의 확장이기 때 문이다. 이상적인 도시 건축이라면, 부모가 자녀들이 바깥에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지켜 볼 수 있는 중층 높이 건물(12층이 상한선인 듯하다)에, 다양한 직 업과 다양한 사회경제적 지위, 다양한 소득층이 섞여 거주하는 모습일 것이다. 또 작은 규모의 회사와 카페, 식당에 바로 접근 가능하며 지역의 상인들은 손님들과 알고 지내고 정원과 마당 이 있어 어머니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또 그 자녀들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는 형태가 될 것이다.
1950년대에 뉴욕의 웨스트 빌리지가 이런 유형의 도시였다. 도시계획전문가 제인 제이콥스 Jane Jacobs"는 아침마다 자신의 아파트 바깥에서 펼쳐지는 천태만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늘 이 방인들이 오가는 허드슨거리. 이들의 우정 어린 눈길은 우리 원 주민들이 거리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힘이 된다. 워낙 수가 많 으니 다 다른 사람들처럼 느껴지지만 (...) 허드슨거리에서 서너 번 마주치다 보면 저절로 고갯짓으로 인사하는 사이가 된다."94 최악은 사람들의 접촉을 막는 도시다. 고층 건물이 만들어 내는 것은 몇 년을 같은 층에 살면서도 한 번도 마주치지 않을 이웃, 사람들이 오가며 일상을 만들어내는 길가라고는 없이, 네 모반듯한 대형 체인점과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만 즐비하고, 철 통 같은 입구며 담장으로 동네에 머물거나 돌아다니는 것을 가 로막는 동네, 고속도로가 동네를 통과해서 건널목이나 녹지 한 뙈기 없는 풍경이다.
- 서식지는 바뀌었지만 우리 종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 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 고 생산적인 종이다. 우리는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교 류할 때 가장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사는 사 회의 건축물이 관용을 베풀 때 그 안의 개인들도 관용을 베풀 수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고 무례하지 않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자신과 하나도 닮지 않은 사람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dal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