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도가 오르기 전에

과학 2023. 11. 29. 07:15

- 자연적 기후 변동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지구의 기후는 태양 활동의 변화, 태양과 지구의 상대적 위치 변화 등의 외적 요인 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뿐만 아니라 화산 분화에 따른 성층권 에 어로졸 농도 변화, 얼음으로 덮인 면적의 변화, 바닷속 내부에서 일 어나는 거대한 흐름의 변화 등 지구 시스템 내부 요소들의 상호 작 용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고위도의 바다 표면 에서 무거워진 바닷물은 바닷속 깊이 가라앉고 저위도의 따뜻한 바 닷물이 이를 채우기 위해 고위도로 이동하며 열을 공급해 주는데, 만약 이러한 순환이 약해지면 북반구에 빙하기가 도래할 수도 있 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수십 년 동안 장기적으 로 대서양 심층에서 해류가 약해졌다는 관측 연구 결과가 발표되 었는데, 이를 모티브로 삼아 영화 <투모로우(2004, 원제: The Day After Tomorrow)>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과학자들은 영화와 같은 빙하기의 급작스러운 도래는 과장된 것이고 실제로는 100~1000년에 걸쳐 나타나며 과거 마지막 빙하기 후 찾아온 소빙하기 (Little Ice Age)가 이러한 이유로 발생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또 9백여 명의 사망자와 6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1991년 6 월의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그 후 1년여간 지구 평균 기온 을 섭씨 0.5도 정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화산 폭발 당시 분출된 화산가스 속 이산화황 성분이 성층권에까지 도달해 장기간 머물면 서 많은 양의 태양복사에너지를 차단해 지구를 냉각시켰기 때문인 데 이를 '피나투보 효과'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착안해 최근에는 성 층권에 이산화황을 인위적으로 살포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 자는 아이디어가 논의되기도 했다. 
- 비열이 큰 바닷물로 채워져 있어 잘 데워지거나 식기 어려운데도 북극해에서 유독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북극 증폭(Artic amplification)'이라고 부른다. 북극해 표면을 덮고 있는 해빙 (sea ice)4이 더 많이 녹으면서 태양복사에너지를 잘 반사하지 못해 바닷물의 수온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해빙이 더욱 잘 녹아 태양복 사에너지 흡수가 강화되는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열대 바다에서도 빠른 온난화가 진행 중인데, 유라시아 대륙 중남 부와 북미 대륙 남부 등 아열대 지역의 온실가스 농도 증가가 대기 대순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약해진 무역풍이 저층의 차가운 바 닷물을 표층으로 퍼 올리는 용승(upwelling) 현상을 약화시키는 것이 열대 해역의 온난화가 빨라지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 인위적 기후변화로 급격한 지구온난화가 발생하는 것과 무관하게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태양 활동, 지구 공전 궤도, 지구 내부의 해양 순환 등의 변화에 따라 자연적 기후 변동성이 있어 왔다.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지구냉각화로 빙하기가 찾아오기도 했는데, 특히 상대적으로 유럽 등의 지역이 따뜻했던 중세 온난기 이후 찾아왔 던 소빙하기는 대표적인 지구냉각화의 예이다. 자연적 기후 변동성 이나 인류 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기후변화나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지구온난화 또는 지구냉각화로 표현되는 현상이 단순히 지구 평균 기온의 오르내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 평균 기온 변화 는 다양한 지구 환경 전반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약 1도 상승한 것은 기후변화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고산 지대의 만년설, 영구 동토층, 그린 란드와 남극 대륙의 거대한 빙상, 북극 해빙 등 지구상의 얼음이 빠 르게 사라지는 변화와 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이 오르는 변화, 전 지구적인 물 순환 변화에 따라 강수 패턴 등 전반적인 지구 환경 이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변화는 가뭄, 폭염(혹서 또는 무 더위), 폭우, 폭설(대설), 한파(혹한)와 같은 기상 이변과 극한 기후는 물 론이고 산불, 홍수, 산사태, 태풍, 해일 등 각종 자연재해 특성도 변화시킨다. 아울러 생태계 전반에 변화가 생겨 지구상 동식물의 생존이 위협받고 생물 다양성이 훼손되므로, 결국 인류도 전례 없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중대한 위기 에 처하고 만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심각한 기후재난으로 농업 수확량에 차질이 생기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기 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극심한 지구 환경 전반의 변화를 의미하며, 각종 경제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인류 최대의 위협 요 소인 것이다.
- 화산재가 성층권까지 이르러 태양복사에너지를 차단시켜 지구냉각화에 기여했던 것처럼 화산 활동은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그렇다면 반대로 기후에 의해 지진과 화산 활동이 영향을 받을 수 도 있을까? 오늘날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지진이나 화산 활동 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만년설과 그 린란드 대륙 빙상 등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빙하가 빠르게 녹으 면서 하중이 줄어들어 지각판의 움직임이 더 격렬해질 수 있기 때 문이다. 또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줄어들면서 빙하가 눌러 주던 압력이 낮아지는데, 빙하로 덮인 아이슬란드의 화산 같은 경우 상대 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마그마가 활동하도록 만들어 화산 분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하나의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 패턴의 변화도 화산 분화 를 촉진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200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화 산 폭발 중 가장 강력했던 2018년 하와이 킬라우에아(Kilauea) 화산 폭발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땅속 마그마 압력이 서서히 높아지는 상 황에서 하와이 일대에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린 것에 주목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화산 표면의 구멍으로 빗물이 대량 침투하 면서 암반 압력이 이례적으로 급증하며 화산 폭발을 촉발했다고 해 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태풍, 폭우, 폭설, 한파, 폭염과 같은 해양과 기상 재해는 물론이고 지진과 화산 활동 같은 지질 재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지구 환경 변화를 가져 온다.
- 장마는 가뭄 해갈하고 미세먼지와 산불 걱정도 줄여 준다. 또한 무더위를 식히고 토양에 과다하게 쌓인 무기염류를 씻어 내어 농경에도 도움을 주는 등 여러 모로 긍정적인 자연 서비스 기능 (natural service function)을 담당한다. 그러나 장마가 너무 오래 지속되 면 각종 산사태와 홍수 등 자연 재해가 되기도 한다. 사실 자연은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닌데, 인간 활동에 따라 자연 서비스 기능 을 담당하는 자연 현상으로부터 혜택을 입기도 하고, 반대로 피해 를 입기도 하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에는 기후변화로 전 지구적 물 순환과 강수 패턴이 달려져서 장마 특성에도 큰 변화가 생겼고, 예측이 어려워진 만큼 대비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역적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라 베링해의 해빙과 티베트고원에 쌓인 눈의 양이 줄어들면서 고기압 형 성 속도에 차이가 생겼고 장마 특성도 달라졌다. 특히 2020년 여 름에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최장 기간 동안 장마가 이어져 홍수와 산사태 등의 피해가 생겼다. 우리나라에서도 피해가 적지는 않았 지만, 중국 남부 지방과 일본 규수 지방 등에서는 매우 극심한 홍수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호주에서는 비가 너무 오지 않아 9개월간 산불이 이어지면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림과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기후재앙이라고 부를 정도로 전례 없는 기상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장마 특성은 물 론이고 전 지구적 물 순환과 강수 패턴 변화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잘 대처하지 않으면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분출된 이산화황이 성층권에서 태양복사에너지를 차단해 지구 평균 기온을 1년 동안 0.5도 낮춘 것이다. 이렇게 미세먼지의 지구냉각화 효과로 온실효 과를 어느 정도 상쇄하지 않았다면 인류가 그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평균 온도는 이미 지금의 1도 수준보다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에어로졸은 직접적인 태양복사에너지 차단 외에도 구름 형성에 관여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연구 는 대기 오염을 만드는 에어로졸의 지구 냉각 효과가 예상보다 더 크다는 결과를 보여주는데, 이 때문에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효과 역시 저평가되었을 수 있다. 에어로졸 입자가 많이 포함된 구 름은 많은 수분을 머금은 채로 비를 내리지 않고 오래 대기 중에 머 물며 넓은 지역을 덮어 태양복사에너지를 더 많이 차단하고 지구평균 온도를 그만큼 더 낮춘다. 에어로졸이 예상보다 지구를 냉각시키고 있음에도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은 온실가스로 인한 온 실효과가 더 강력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또 다른 가설로 에어로졸 이 고도 10km 안팎의 상층운에 주로 갇혀 있을 가능성도 논의된 다. 대기 오염을 완화하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한창인데, 에어로졸 농도가 줄어드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빠르게 줄이지 못하면 자칫 지구냉각화 효과만 줄어들어 더욱 심한 온난화 를 맞이할 수도 있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기후 모델들이 태양복사 에너지와 구름 형성에 관여하는 에어로졸의 영향을 정확하게 반영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 그럼 이처럼 기후가 변화하면서 한파와 폭설이 빈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반구 중위도의 극심한 한파가 북극의 해빙 (sea ice) 이 사라지는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이 다. 지구온난화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균일하게 일정한 온도 상승 을 보이기보다 지역적인 차이가 커서 빠른 온도 상승을 보이는 지 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대비되는 양상을 띤다. 특히 북극해(Artic Ocean)는 온난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대표적인 곳이다. 태양복 사에너지를 반사해 주던 북극해 해빙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그대로 북극해에 흡수된 태양복사에너지가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이에 따 라 더욱 빠르게 해빙이 녹아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북극의 온도가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저위도의 온도 차이가 줄 어들면 북극 주변에 동에서 서로 흘러가는 상공의 제트기류로 둘 러싸인 북극 소용돌이 (polar vortex)가 약해져 그 경로가 뱀처럼 굽이치며 사행(meandering)한다. 그러면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사행하는 지역에서는 북극 소용돌이 안에 갇혀 있는 북극 주변의 차고 건조 한 공기가 중위도로 남하해 '북극 한파'가 발생한다. 북미, 유럽, 동 아시아 지역에 종종 극심한 한파가 발생하며, 지구온난화로 과거보 다 더 추워진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연이어 극 심한 한파 피해가 속출한 미국 북동부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 어붙고 미네소타는 영하 66도를, 시카고는 영하 45도를 기록하는 등 곳곳에서 최저기온을 경신하며 수억 명의 사람이 한파에 노출됐 다. 2021년 2월에는 미국 동남부의 따뜻한 지역인 텍사스까지 북 극 한파가 들이닥쳐 알래스카보다 더 추운 지역이 되었으며 전기가 끊기고 난방, 제설, 식수 등의 문제로 수많은 사람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폭설로 도로와 공항이 마비되고 학교, 관공서, 상점 등이 모두 문을 닫아야 했다. 몇 분 혹은 몇 초만 노출되어도 저체온증에 걸리는 살인 한파 상황에서 인명 피해도 상당했다. 한파에 잘 대비 가 되어 있지 않은 텍사스에서는 난방 시설이 거의 없어 나무를 태 우거나 차량의 히터로 버티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우리나 라에서도 종종 북극 한파로 말미암아 시베리아보다 더 추운 겨울이 찾아오기도 한다.
지구온난화로 고위도 상공의 제트기류가 크게 사행하는 형태로 대기 순환이 변하면서 극심한 한파가 북반구 중위도에 찾아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만일 대기 순환이 아니라 바다 내부의 움직임 즉 해양 순환이 변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닷물은 비 열이 커서 데우기도 식히기도 어렵기 때문에 거대한 규모의 바닷물 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막대한 열 수송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지 구의 기후가 달라진다. 따라서 해양 순환이 바뀌면 일시적인 한파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북반구에 빙하기까지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해양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이다. 실제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모티브 로 영화 <투모로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순식 간에 급격한 빙하기가 찾아오기보다는 100~1000년에 걸쳐 서서 히 찾아올 것이라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과학자 대다수는 과거 마 지막 빙하기 후 잠시 나타났던 소빙기가 바로 바닷물의 거대한 움 직임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다.
-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오르고 있으니 무더위가 가장 위험하다고 할 수 있을까? 평균 기온 상승 폭은 지난 수십 년간 1도 에 불과하며 그것이 곧 폭염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반드시 폭염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지구 평균 기온 상 승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은 폭염 외에 폭우와 폭설, 한파 등 지구 온난화로 그 특성이 변화하는 극한 기후(extreme climate events)와 악 기상의 빈도와 강도 증가라 할 수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우리 기 상청에서는 폭염 주의보나 폭염 경보 같은 폭염 특보 발령 기준으 로 과거의 일 최고기온 대신 체감온도를 사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국의 기상 당국에서는 기온 외에도 습도와 일사량 등 다양한 변수를 사용해 각국 사정에 적절한 폭염지수와 특보를 개발해 운용 중이다.
우주 비행사의 생존 가능 기온 범위를 실험한 결과, 기온이 섭 씨 70도까지 오르더라도 상대 습도가 10% 이하면 수일간 생존할 수 있으며 40%까지 증가하면 생존 한계가 섭씨 47도로 낮아지고 100%에서는 섭씨 35도 이상에서 생존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 다. 이처럼 습도가 높으면 같은 온도에서도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실제 생존 위협도 증가한다.
- 또 주요 도시별로 온도에 따른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임계점에 차이가 나타나는데, 고위도 혹은 북쪽(북반구 기준, 남반구에서는 반대 로 남쪽)에 위치한 도시일수록 임계 온도가 낮아 폭염에 취약하다. 예 를 들면, 2010년 러시아 폭염 당시 5만 명 넘게 사망했는데 만약 대만에서라면 같은 온도까지 올랐다 해도 사망자가 거의 없거나 매 우 적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쪽에 있는 대구에서는 섭씨 35도에서 인구 1천만 명당 폭염 사망자 수가 5명 이내이지만, 북쪽 에 있는 인천에서는 같은 온도라도 사망자 수가 20명 정도로 월등 히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대프리카'란 별칭처럼 우리나 라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알려진 대구는 폭염 대비도가 높지만, 인천 같은 북쪽 도시들은 폭염 취약성이 오히려 크다. 
- 해양 컨베이어 벨트로 불리는 열염분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약화되면 저위도에 남는 열이 고위도로 잘 공급되지 않아 빙하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2005년에는 대 서양 심층에서 이러한 순환이 수십 년 사이에 약화되었다는 관측결과가 발표됐다. 이러한 과학적 발견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가 앞서 언급한 <투모로우>이다. 따라서 해양 순환이 약화되며 북 반구에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영화 속 설정이 완전한 공상 속 허구 는 아닌 셈이다. 다만 영화에서는 순식간에 급격한 빙하기가 오는 것으로 묘사는데, 이렇게 급격한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설정은 과장 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해양 순환의 약화로 도래하는 빙하기는 100~1000년에 걸쳐 나타날 수 있으 며, 과거 소빙기는 대서양 자오면 순환의 약화로 생긴 것이라 보고 있다.
- 해양과학자들의 관측 결과, 표층의 비교적 따뜻한 바다뿐만 아 니라 심해에서도 매우 느리지만 수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 수심이 수천 미터인 심해에서는 연간 0.001도 이 하로 상승해 1000년 후에 고작 1도 이하로 오르는 정도에 불과했 다. 그런데 남빙양(남극해)에서는 심해에서도 전 세계 바다의 평균보 다 3배 이상 빠른 속도(연간 0.003도 이상)로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여기고 있다. 비열이 큰 바 닷물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처럼 매우 정밀한 수온 측정만으로 파 악한 미세한 수온 차이에 상응하는 열에너지양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기 때문이다. 미세한 수온 증가로 표현되지만 이로부터 산출할 수 있는 열에너지 흡수는 1970년대 이후 2010년까지 심해에서 78.2ZJ41, 상층 해양에서는 이보다 큰 172.8ZJ로 40년 동안 해양 전체에서 250ZJ를 넘어섰다. 이것은 지구온난화로 증가한 열의 90% 이상이 바다에 흡수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매년 바다에 흡수되는 열에너지 양은 지구상 모든 사람이 하루 종일 전자레인지를 100개씩 가동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양과 같다. 2020년 한 해 동안 바다에 흡수된 열에너지양은 약 20ZJ로 추산되는데, 이것은 1초마다 원자 폭탄이 4개씩 폭발하는 수준의 에너지에 해당한다.
전 세계 모든 육상, 대기, 그리고 북극해, 고산 지대, 그린란드 및 남극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 바다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지구온난화 로 증가한 열에너지는 고작 7% 정도만 흡수되고 있다. 특히 대기 에 흡수된 에너지는 겨우 2.3%인데, 이 작은 비율의 열에너지만으 로도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했을 정도다. 따라서 93%라는 매우 큰 비율의 열에너지가 흡수되어 내부적으로 순환하고 대기를 데 우거나 식히며 기후에 심대하게 영향을 주는 바다를 빼고는 앞으로 기후를 이야기하기가 점점 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지구온난화가 바닷물을 끓게 하지는 않을지라도 매년 어마어마한 규모의 열에너 지가 바닷속에 저장되어 기후에 점점 더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임 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해양 순환으로 열이 어떻게 이동하 고 어떤 수온의 바닷물이 표층에 드러나 대기를 데우고 식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연구가 필요하다.
- 해수면 상승 전망은 항상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지니며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그 전망이 바뀌 기 때문에 기존의 전망치가 점점 더 좋지 않게 수정되고 있어 해수 면이 수십 센티미터가 아니라 수 미터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온과 해수면이 오르는 물리적인 변화 외에도 오늘날 기후변 화로 바닷속에서 나타나는 환경 변화는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대기 중에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바닷속으로 녹아들어가 수소 이온 농도를 증가시키고, pH를 낮춰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를 유발 하는 것이다. 원래 바닷물은 pH가 8.1~8.2인 약알칼리성을 띠는 데, 이산화탄소가 바닷속에 점점 더 많이 녹아 물과 반응해 탄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소 이온이 증가해 pH가 낮아지는 것을 해양 산 성화라 한다. 현재처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21세 기 말에는 pH가 0.2~0.4 정도 낮아 해양 산성화를 겪는다는 의미 이다. 산성화한 바닷물에서는 저주파 음파의 흡수율이 낮아져 선박 소음 등이 음파로 소통하는 해양 포유류에게도 지장을 준다고 한 다. 수산자원 피해만도 산호초 파괴로 2100년까지 약 1조 달러, 어패류의 피해도 약 3천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처럼 전반적인 해양 생물의 생존이 위협받아 해양 생태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한반도 근해의 지난 50년간 어획 통계에서도 시대에 따른 수산자원의 변화가 확연히 드러난다. 동해에서는 1960년대에 오징어가 많이 잡히고 명태가 적게 잡혔지만, 1970~1980년대에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명태가 자취를 거의 감추 었으며, 반면에 오징어가 다시 증가해 동해 전체 어획량의 절반 가 까이 차지했다. 따뜻한 바닷물에 서식하는 고등어, 오징어 등의 생 물들이 우리나라 수산 어획량의 70% 이상을 차지한 반면, 전통적 으로 중요한 어업이던 동해의 명태 어업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오징어 어획량 증감은 수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1990년대에 수온이 높아지면서 동해에서 먹이가 되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 오징어 어획량 증가를 설명해 준다. 또 어류 산란 시기의 해양 환경이 몇 년 후 어 획량을 결정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황해의 깊은 수심 에 사는 참조기는 치어 시기에 수온이 높은 안정적 환경을 경험한 개체군이 수온이 낮고 변동이 심한 환경에서 성장한 개체군보다 어 획량이 더 많다.
- 미국은 주요 도시들이 태평양과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며 인구의 절반 정도는 해안으로부터 약 80km 이내에 살고 있다. 중남미나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도 주거 형태가 비슷해 전 세계 인구의 40~44%는 해안 지역에 거주하며 해수면 상승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당장은 가능성이 거의 없 지만 혹시라도 남극 대륙 빙상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73m, 그린 란드 빙상이 다 녹으면 해수면이 6.5m 상승할 것이다. 조금 더 현 실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만약 100년 후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이 탈리아 베니스, 200년 후 3m 상승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맨해튼 저지대, 400년 후 6m 상승하면 중국 상하이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가 바닷속에 수장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 한 것처럼 해수면 상승은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지 며 모델의 예측 불확실성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미래 해수면 상승 전망치는 계속 수정되고 있다. 점점 더 악화일로에 있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존 전망치보다 새 연구 결과의 해수면 상승 전망치가 더 높아지면서 2050년만 되어도 호치민 등 베트남 대부 분의 국토와 중국 상하이, 인도 뭄바이, 태국 방콕 등이 잠기는 것으로 전망되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는 시간이 지 나면서 태양열과 파도에 의해 부식되고 잘게 쪼개져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크기만 작아졌을 뿐 미세 플라스틱으로 여전히 남 아 있다. 바닷속 플랑크톤이 이를 먹이로 오인하고 플라스틱에 오 염된 플랑크톤을 다른 생물이 잡아먹는 등 먹이사슬을 통해 마침내 인간의 밥상에까지 오르게 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이미 수심이 얕 은 상층 바다뿐 아니라 수심이 깊은 심해에서도 확인되었으며, 심 지어 인간의 혈액 속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 바닷물의 수온이 높아지면 열팽창으로 부피가 늘어나는 효과가 더해져서 평균 해수면이 지속해서 상승하는데, 여기에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가면서 해수면 상승을 더 가속화한다. 빙하가 녹는 원 인 중에는 따뜻한 바닷물의 유입도 있다. 서남극 빙하 중 현재 가장 빨리 녹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웨이츠 빙하에서는 어는점보다 높 은 수온을 가지는 환남극 심층수라는 따뜻한 바닷물이 빙붕 하부로 유입해 빙하 자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런데 이 스웨이츠 빙하는 그 안쪽에 있는 거대한 서남극 빙상이 바다로 흘러가지 않 도록 막아 주는 코르크 마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탓에 붕괴하면 거대한 서남극 빙상이 모두 바다로 흘러나오며 해수면 상승을 빠르 게 가속화할 수 있다. 현재의 기후 모델에는 이러한 서남극 빙상의 붕괴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데, 이는 현재의 해수면 상승 전망이 가진 대표적인 불확실성 요소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기후 모델이 예측하는 전망치를 따르더라도 해수면 상승 으로 2050년까지 1억 5천만 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며, 전 세계 상당 규모의 해안 지역이 침수될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 서 단순 환경 문제를 벗어나 식량 문제, 인도주의와 군사안보 문제 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해수면 상승 외에도 인도-태평양 웜풀(warm pool) 해역이 확장하며 더욱 위력적인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을 만들며 갑자기 나타나는 고수온의 바닷물(해양 열파, marine heat waves) 이 양식장 등 어업에 큰 피해를 입히거나 대기 순환을 교란해 각종 기상이변을 일으킬 것이다. 건강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해양 환경 변화가 이처럼 지구온난화에서 비롯한 바닷물의 수온 변화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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