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 이탈리아

경영 2017. 7. 16. 16:27

- 이탈리아는 500년간 지속된 대로마제국(기원전 27~기원후 476)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로마제국은 1500년 전에 이미 사라졌으며, 지금의 이탈리아는 불과 150년 전에야 통일을 이룬 청년 국가. 로마제국 멸망이후 이탈리아로 통일될 때까지 1400여년 동안 이탈리아는 수많은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었다. 지금은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지만 각 지방 도시들이 150년전까지만 해도 독자적인 나라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탈리아 다원성의 원인을 짐작가능.
- 이탈리아 경제의 긍정적 요인
(1) 2011년 기준 이탈리아 GDP 대비 연간 재정적자 비율이 3.9%로 영국 및 프랑스에 비해 낮은 수준(영국 8.5%, 프랑스 4.7%, 독일 1%)
(2) 민간부문이 건전함. 이탈리아 민간분야 부채 규모는 2010년 기준 GDP의 1255로 EU국가 가운데 가장 적은편
(3) 가계 가처분 소득에 대한 금융자산 비율이 340%로 프랑스(291%), 독일(270%)은 물론 유로존 국가평균(297%)보다 높음. 1인당 보유한 평균자산도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의 2.3배에 달함. (이탈리아 5만 4706불, 한국 2만 3715불)
(4)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없음. 98~2010년 전체 산업의 부가가치 중 건설분야 연평균 부가가치는 5.7%로 양호. 지금까지 부동산 버블현상이 없음
(5) 공공부채의 많은 부분을 국내에 의존. 전체 공공부채 가운데 국내의존도는 53.1%로 유로존 국가평균 47%보다 높음. 이는 유럽의 일본인이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이탈리아인들이 저축을 많이 하고 저축한 돈을 공채에 투자하기 때문
(6)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수출을 많이 함. 지역에 퍼진 다이내믹한 사회경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의류, 패션, 가죽, 신발, 섬유분야에서 중국보다 앞선 세계 1위 수출국이며, 비전자기계, 기초 제조업제품, 전기기기에서는 독일 다음으로 세계 2위 수출국임
(7) 08년 금융위기 시 파산한 이탈리아 은행은 없었으며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전하다
-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근로자들이 성실하게 일하려 하기보다는 될 수 있는 한 일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경향이 있음. 특히 피아트 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일수록 근로자의 사보타주 사례가 많이 발생. 심지어 휴가 외에 질병 등을 이유로 연평균 17일을 결근하는 경우도 있음. 이와 같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탈리아 기업들은 가족기업 형태의 소규모 기업을 선호하게 되었고 기업이 잘 운영되더라도 일정규모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꺼림. 따라서 이탈리아에는 15명 미만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체의 95% 이상일 정도로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5명 미만 규모 사업장의 경우 피고용자를 해고하더라도 복귀명령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
- 이탈리아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있고 여유있는 집이라도 자녀가 대학을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음. 그럼에도 이탈리아는 훌륭한 인재를 많이 길러냄.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개도국에 인재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음. 미국, 영국 등지 명문대학에 이탈리아 출신 교수들이 많은 것은 물론 국제기구에도 이탈리아 출신 실력 있는 인재들이 많음. 하지만 그들이 이탈리아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음.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취업이 어렵기 때문. 따라서 이탈리아의 경제 및 산업차원에서 볼 때 학력이 높아져야 무조건 좋다는 생각을 갖기 보다는 저학력의 긍정적 면에 대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음. 교육을 더 시킨다고 해서 한나라가 더욱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며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생산적 활동에 개인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능력이기 때문
- 이탈리아 은행의 전통적 운영 및 서비스 체제로 인해 여러 비효율성이 있는 반면 은행의 주요 업무가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다 보니 국제금융시장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국채의 상당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은행들은 국채이자 스프레드의 변동에 피해를 입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
- 로마제국 멸망이후 주요 유럽국가들이 절대왕조 체제로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동안 이탈리아 반도에선 도시국가들마다 어느정도 자치를 누리면서 정치적으로 경쟁하는 다원체제가 19세기 중엽 통일될 때까지 계속됨. 당시 도시국가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도시국가 방어에 필요한 무기등을 확보하기 위한 자급자족 체제로 생산활동을 하면서 다른 도시국가들이나 지중해의 다른 나라들과 교역했다. 12세기 십자군 전쟁 발발을 계기로 베네치아와 같은 해안도시국가는 동서양 교역의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상업과 제조업의 발전에 기여했다. 당시 수많은 도시국가들에서 직물, 의류, 가죽, 신발, 도자기, 철제품, 금세공품 등이 장인제 방식으로 생산되었고, 4-5명으로 구성된 공방은 생산활동의 중심으로서 이탈리아 중소기업의 모태가 됨. 공방을 중심으로 한 제품생산은 물이 풍부한 계곡지역이나 물자가 풍부한 지역, 그리고 교역이 활발한 지역에서 특화되어 발전. 12세기 피렌체의 모직물, 루카의 견직물을 예를 들 수 있다.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중세도시 크레모나의 공방들은 300년전부터 스트라디바리, 과리네리와 같은 세계 최고 명품 바이올린을 만든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음. 이들 바이올린은 보존상태에 따라 대당 수백만불에서 1500만불에 이르며, 지금도 1900여명의 후예들이 150여개 공방에서 악기를 만들고 있음. 이처럼 가내수공업 형태의 공방은 대를 이어 계승되며 한 직종에 평생 종사함에 따라 자연히 장인기업이 되고 가족경영 체제로 이어져 오늘날 중소기업으로 발전
- 천년을 이어온 수공예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섬유, 신발, 가구, 식품가공 등의 전통분야 장인공방이 기업형태로 발전하면서 수많은 중소기업군을 형성.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은 소수 대기업과 함께 50-60년대에 이탈리아를 산업국가로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 시대적으로 보면 50년대에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다가 60년대에 유럽경제 붐 기간동안 대기업의 인수 및 합병으로 중소기업 증가세가 다소 주춤. 그러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소기업의 비중과 역할이 더욱 확대됨. 60년대 말부터 노사분규와 노사간 대립이 격화됨. 이어 석유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등으로 국제경제 환경이 불안정해지자 상화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유연성이 강한 가족기업,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짐. 이들 중소기업은 상품 전문화를 통해 틈새시장을 찾는 전략으로 시대변화에 발빠르게 대처. 아울러 장인제 방식으로 만든 상품으로 개방된 세계 시장에 진출. 60,70년대에 수송 및 통신이 발달하고 전자/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는 환경에서 다양한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중소기업은 생산활동을 넓혀감. 70,80년대에는 중소기업의 장점인 전문화와 유연성을 통해 대기업의 경직성을 보완. 노사분규의 해결방안으로 중소기업 붐이 다시 일어난 것. 임금인상 등의 어려운 여건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호 수평적 분업을 강화함으로써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노동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는 대기업에 부족한 유연성을 보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편 중소기업 상호간의 수평적 분업강화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70년대 전반기부터 중소기업들은 과거 전통산업 지역을 중심으로 클러스터, 즉 산업지구를 조성하여 협력하기 시작. 프라토(섬유), 카르피(의류), 비제바노(신발), 브리안차(가구) 등이 대표적 사례. 이들 산업 클러스터 내 중소기업들은 점차 경제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기에 이름. 이처럼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이익을 내고 투자와 생산성이 증가하자 이탈리아 중소기업은 세계적 관심과 연구대상이 됨
- 이탈리아에서 중소기업, 특히 극소기업과 소기업이 발달한 이유는 뭘까. 도시국가로 분할된 환경에서 자본이 부족하고 시장이 협소함에 따라 기업이 클 수 없었던 역사적 배경이 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상대적으로 노조의 압력을 덜 받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활동영역을 넓히기 쉬웠고, 이는 중소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커지는 이유가 되었다.
- 이탈리아 소기업의 힘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천직의식에 기반. 이탈리아에서는 개인이나 기업할 것 없이 한 우물을 파는 의식과 풍토가 강함. 사람이 한 직종에서 오래 일하다보면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짐. 많은 세계적 명품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는 공장에서 단기간 일한 직공들에 의해서가 아닌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동안 경험을 쌓은 전문장인들의 감각적인 손끝에서 만들어짐. 그들의 작업은 육체노동이 주가 되므로 단기간에 숙련하기가 쉽지 않고 오랜경험을 필요로 함. 세계적 명품인 프라다 핸드백이나 구두를 만든다거나, 한벌에 5만유로를 호가하는 키톤양복을 재단하는 것이 그렇다. 또 대리석을 깎아내거나 페라리를 조립하는 것 역시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
- 이탈리아 사람들은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일을 평생하려는 경향이 강함. 우리나라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인생의 실패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공부에 큰 뜻이 없거나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도 무리를 해서라도 대학에 들어가려 함. 이탈리아에서는 학비가 거의 들지 않는데도 소수만이 대학에 진학. 그 저변에는 학력의 고하, 직업의 귀천에 전혀 개의치 않는 국민성이 깔려 있다. 주어진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한 우물만을 파는 꾸준함과 성실함때문에 세계 최고급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중소기업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규모의 경제에 있어 불리하고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저성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 가족기업이 주를 이루다보니 경쟁을 싫어하고 실적보다 이해관계, 정실주의, 충성심 등 가족의 힘이 작용. 또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저자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함. ICT기술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고 혁신활동도 부족하여 고수익, 자본집약 산업분야에서 매우 취약. 근로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불함은 물론 일부기업이 탈세, 불법노동 등에 의존하고 있어 선순환적 산업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움.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의 대외경쟁력이 떨어지고 가족간의 기업승계가 감소하는 등 중소기업의 장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중소기업의 장점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규모가 작고 오랜 연륜을 바탕으로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문분야에 특화되어 있으므로 고품질의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어 틈새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족관리 체제가 언뜻 보기에는 매우 단순한 조직모델 같지만 그만큼 강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 또 중소기업에는 계속하여 혁신하지 않으면 몰락한다는 의식이 팽배하여 연구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놀라운 혁신을 달성해나가는 능력이 있다는 것. 아울러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협력기업과도 유기적 관계를 맺는 것도 강점
- 프라토에는 섬유분야 3027개, 니트/의류분야 4438개를 포함하여 7456개의 섬유사업체가 있으며, 총 4만 6500명이 일을 하고 있다.(2011) 매출규모는 46억 유로이며 그중 수출이 24억유로를 차지. 물론 이같은 수치는 과거 20~30년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해외시장에서 중국 저가제품과의 경쟁, EU시장의 대외개방, 그리고 최근의 금융위기가 그 원인. 프라토에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 있음. 많은 기업들이 중국인들에 의해 직접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 169명에 불과했던 프라토 거주 중국인이 07년 합법적 거주자만 1만명이 넘고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3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됨. 규모로 보면 유럽에서 파리 다음으로 큰 중국인 사회를 이룸. 저장성, 푸젠성 등지에서 이주해온 이들은 4000여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며 3만여명을 고용. 이들은 중국에서 원단을 수입하여 주로 저가의류를 만드는 데 하루 100만벌을 봉제할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음. 그러나 근로자 불법고용, 과도한 노동, 탈세, 중국으로의 이익금 불법 송금 등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 실제 이탈리아 세무당국이 중국 업체를 급습하여 불법 거래된 현금 수천만 유로를 적발, 압수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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