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스 비벤디

사회 2014. 10. 18. 16:46

 


모두스 비벤디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출판사
후마니타스 | 2010-10-1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근대” 시리즈 최근작! 불확실성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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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스 비벤디는 견해가 서로 다른 이들 사이의 협약을 의미하는 라틴어. 영어로 번역하면 삶의 양식으로, 서로 갈등하는 이들 사이에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시적 합의를 의미. 국제정치 분야에서 이는 좀더 실질적이고 완전한 조약으로 대체할 것을 염두해 두고, 잠정적으로 체결하는 협약을 뜻함. 바우만은 유동하는 근대의 삶의 양식이 바로 이런 갈등하는 이들 사이의 일시적이고도 잠정적인 공존과도 같다고 말함. 이방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도시주민의 삶의 양식, 전지구적 엘리트들과 지역적 주민들이 불안하게 공존하면서 만들어가는 삶의 양식, 난민과 도시민, 인간 쓰레기가 뒤어여 만들어 내는 삶의 양식들이 바로 유동하는 근대사회의 모습인 것
- 한 지역의 복지는 어떻게든 다른 곳의 불행과 연결된다. 밀란 쿤델라의 말을 빌리며, 지구화를 통해 실현된 것 같은 인류의 통합은 주로 도시피할 곳이 없다는 것을 의미
- 공포라는 자본은, 온갖 투자처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유동자산처럼, 사업에서든 정치에서든 이윤만 있으면 어디든 파고들 수 있고 또 실제로도 그러고 있음.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마케팅 전략에서 주요한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강조점은 바로 개인의 안전임. 점점 더 개인의(더 정확하게 말하면, 육체적인) 안전에 대한 약속으로 환원되어 가는 법과 질서는 정치적 선언과 선거운동에서 주요한 그리고 십중팔구 유일한 강조점이 되었음. 그런가 하면 대중매체는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일을 시청률 전쟁의 주요한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항목으로 삼았으며, 이를 통해 공포라는 자본을 끊임없이 공급해 공포가 마케팅과 정치 모두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만들었음. 레이서렛의 말처럼, 텔레비전에 비친 세상은 '양을 지키는 개-경찰'이 '양떼-시민'을 '늑대-범죄자'로부터 보호하는 모습과 닮아 있음.
- 2000년도까지 실시된 연구들 대부분이 교도소 수감과 시장과 무관한 사회급여 및 그 급여에 사용된 국내총생산의 백분율 사이에는 모정의 강한 부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줌. 하지만 형사정책의 엄격성과 형사 범죄의 빈도 사이에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없음. 요컨대, 개인의 신체적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는 위험들과 범죄에 새롭게 초점이 맞춰진 것은 불안정한 분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과 경제규제가 철폐되고 그에 따라 사회적 결속력이 개인의 자기책임으롤 대체되는 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밝혀짐
- 백년전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렇게 주장. 자본주의는 발전을 위한 발판으로 비자본주의적인 사회조직들을 필요로 하지만, 자체의 존립을 보장해줄 수 있는 조건을 동화시킴으로써 발전한다. 비자본주의적인 사회조직들은 자본주의가 자랄 비옥한 대지를 제공하고 자본은 그런 조직들의 잔해를 먹고 살아간다. 그리고 자본축적을 위해서는 이런 비자본주의적인 배경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본축적은 이런 배지를 대가로, 즉 그 배지를 먹어치우면서 진행된다.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된 역설은, 자본주의는 자기꼬리를 잘라먹고 살아가는 뱀과 같다는 것.
- 과거에 쓰레기를 만들어내던 자들은 자신들이 지역적으로 만들어낸 문제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을 모색하고 찾아냄. 반면에 후발 주자들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발생한 문제를 지역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함. 더구나 해결책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미비할 뿐이며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음. 자발적이든 강요된 것이든 후발주자들은 전지구적 압력에 굴복해 자본과 상품이 거침없이 유통되고록 영토를 개방하게 됨. 한째 대부분의 가족과 지역사업체는 새로 태어나는 사람들을 모두 흡수하고 채용하고 부양해 대체로 그 생존을 보장할 수 있었고 또 기꺼이 그렇게 했음. 그러나 개방은 대부분의 가족과 지역사업체를 위태롭게 만듬. 근대 세계의 후발주자들은 이제야 가구경제와 사업의 분리, 이로 인해 나타나는 모든 사회적 격변과 인간적 곤경을 경험하고 있음. 반면에 근대의 선두주자들은 자신들이 안고 있던 문제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해소해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어느정도 완화할 수 있었음. 가족적 제약과 지역적 제약에서 벗어난 경제가 더 이상 흡수할 수 없는 잉여인구를 안치하는데 쉽게 사용할 수 있었던 비어잇고, 임자 없는 많은 땅이 그 해결책이었던 것. 그러나 후발주자들은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없음
- 노베르튼 엘리아스의 유명한 개념을 빌리면 기득권자들은 아웃사이더의 유입에 직면하면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음. 특정한 아웃사이더, 즉 난민들은 우리들 가운데 섞여 잇는 모든 이방인들이 체현하고 있는 거대한 미지의 세력을 상징하는 것 외에도 기득권자에게 안전하고 익숙한(익숙하기 때문에 안전한) 일상적 삶의 보호막이 얼마나 쉽게 뚫기거나 짓밟힐 수 있는지, 그리고 기득권자들의 안전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등을 생각나게 하는, 멀리서 들려오는 전쟁의 소음, 약탈당한 집과 불탄 마을의 악취를 뼈저리게 느끼게 함.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망명지에서 지적한 것럼, 난민은 불행을 예고하는 사람임.
- 70년대는 전후 재건사업과 사회적 협약, 그리고 제국주의 체제의 해체와 신생국의 증가로 인한 발전론적 낙관주의로 점철된 영광의 30년이 어느덧 과거 속으로 묻혀버리고, 국경들은 사라지고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며 지구화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면서, 한편에서는 부가 넘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난이 창궐함에 따라 풍요로운 북반구에서 흥청망청 대는 동안 다른 세계에서는 좌절감과 소외감이 깊어져 가는 멋진 신세계가 열리던 시기였음. 되돌아보면, 이 10년은 근대사의 진정한 분수령이었음을 알 수 있음. 70년대가 끝나갈 즈음, 삶의 도전에 직면한 모든 이들은 이미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근본적으로 변화해 버린 상황속에서 기존의 삶의 지혜들은 무효화되어 버리고 삶의 전략을 전면적으롤 재검토하고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됨
- 다양한 근대적 불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인간의 악행과 악한에 대한 공포. 공포는 다른 사람들과 그들의 의도에 대한 의심, 그리고 인간적 동반자 관계의 항상성과 신뢰성을 불신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며, 궁극적으로는 계속 유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 관계를 맺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함 그리고/또는 의지 부족에서 비롯됨. 카스텔은 이런 시대가 벌어지게 된 것은 근대의 개인화 때문이라고 말함. 그는 근대사회가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불확실성(우발성)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고 지적. 과거에는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던 공동체와 조합들이 보호의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이 적용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개인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살피며, 스스로를 보호하고 구제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 이런 사회에서는 도처에 위험이 숨어 있다는 공포와 실존적 불안에 대한 의식이 전염병처럼 퍼질 수 밖에 없음.
-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는 메소포타미아의 고대촌락에서부터 중세 도시를 거쳐 아메리카 원주민 정착촌에 이르기까지, 보통 거대한 담이나 울타리에 의해 경계가 규정된 도시들을 건설하게 만든 주된 유인이었음. 벽과 해자, 방책은 우리와 그들, 질서와 무질서, 평화와 전쟁을 구분하는 경계였음. 담장 저편에 머물기만 하고 들어오도록 허락받지 못한 사람이 바로 적이었음. 그러나 도시는 비교적 안전한 장소이기는 커녕, 최근 백년 동안 안전보다는 위험을 연상케하는 장소가 됨. 기이하게도 역사적 역할과는 반대로, 그리고 본래 도시 건설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늘날 도시는 위험을 막아주던 피난처에서 위험의 주요 근원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음. 천년 동안 문명과 야만과의 관계가 역전되었음. 도시생활은 도처에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이 지배하는 자연상태로 바뀌었음.
- 상류층 사람들은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거주지에 대해서는 소속감을 느끼지 않음. 그들은 홀로 남겨져 존재하며, 매우 자유로와서 자기만의 소일거리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고, 일상적인 안락함을 누리는데 필요한 서비스는 언제든지 보장되어 있으므로 자신들의 거처가 위치한 도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음. 과거의 도시 엘리트나 공장소유자, 또는 소비재와 아이디어를 파는 상인에게, 도시주민은 그들이 풀을 뜯는 초원이고 부의 원천이었으므로 관리하고 보살피며 책임져야 할 보호대상이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음. 대체로 오늘날의 도시 엘리트는 그들의 도시 일에는 무관심함. 그 도시는 단지 많은 지역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음.
- 이질공포성의 뿌리는 지극히 평범해 그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으며, 그것을 경감시비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것을 이해하기란 매우 쉬운 일임. 리처드 세넷이 주장하는 것처럼, 비슷해지려는 욕망을 나타내는 우리라는 느낌은 사람들이 서로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성을 회피하는 방법이다. 그 느낌은 일종의 정신적 안정을 약속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차이의 한가운데서 차이와 더불어 사는 데 요구되는 이해와 협상, 타협을 해야하는 수고를 덜어줌으로써 함께 지내는 것을 거 감당하기 쉽게 만드는 것임. 공동체의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에는 실제 참여를 회피하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음. 공동이 경험이 없는데도 처음부터 공동의 유대감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람들이 참여와 그 위험 및 어려움, 그리고 그에 따르는 고통을 두려워하기 때문. 유사성의 공동체를 향한 충동은 외부의 타자성 뿐만 아니라 내부의 생동적이지만 동요를 일으키고 활기 있지만 귀찮은 상호작용에서도 물러나 틀어박히겠다는 신호. 동일성의 공동체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세상에서 일상의 삶에 가득한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증서와 같은 매력을 갖고 있음. 그러나 동일성 속으로 숨는다고 해서 그것을 유발한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님. 물론 그런 위험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음. 모든 완화제들처럼, 그렇게 숨는 것은 기껏해야 그런 위험이 미치는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두려운 일부 영향을 막아주는 피난처만을 약속해줄 뿐임
- 분리주의가 이방인이 상징하는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공되고 받아들여 진다면 이방인과 같이 사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임. 거주구역들을 동질화하고 그들 간의 모든 상업과 의사소통을 줄여서 더 이상 어쩔 수없을 정도로 최소화하는 것은, 배제와 분리의 충동을 강화하고 심화하는 가장 확실한 처방임. 이런 조치는 이질 공포증에 걸린 사람이 받는 고통을 일시적이나마 도움을 줄수도 있음. 하지만 이 치료법은 자체가 발병의 원인이며 고통을 가중시키고 치유하기 어렵게 만들므로,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해 줄 더 강한 새로운 약이 늘 필요하게 됨. 공간 분리에 의해 강조되고 강화되는 공간의 사회적 동질성은 거주자들의 차이에 대한 내성을 약화시켜 이질 공포증적인 반응들이 표출될 기회를 증가시키며, 도시생활을 안전하고 편안하며 쾌적하게 만들기보다는 더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만듬. 이질 애착증과 같은 감정이 자리잡고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데에는 그와는 반대되는 건축 및 도시계획 전략이 더 적합할 것임. 모든 범주의 도시 주민이 마음을 열고 자주 찾을 수 있는 매혹적인 열린 공공 공간을 늘리는 전략이 그것임. 한스 가다머가 그의 진리와 방법에서 지적해 널리 알린 것처럼 상호이해는 지평의 융합에 의해 촉진됨. 상호이해가 요구하는 융합은 공유된 경험의 산물일 수 밖에 없음. 그리고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공간을 공유하지 않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임.
- 예전에 유토피아는 요원하지만 사람들이 갈망하고 꿈꾸는 목표를 의미했음. 인간의 필요에 더 잘 복무하는 세계를 추구하는 이들이 진보를 통해 도달해야 하며, 도달할 수 있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도달하게 될 목표 말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꿈을 보면 진보는 개선의 결과를 함께 누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존을 이야기하는 담론으롤 변한 것 같음. 사람들은 진보를 앞으로 돌진하려는 충동의 맥락에서 생각하지 않고 경주에서 살아남으려는 필사적인 노력과 연결해서 생각함. 진보를 의식하면 조심스러워 지고 경각심을 갖게 됨.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 말을 들으며, 뒤처지지는 않을까,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지지는 않을가, 의자뺏기 놀이에서 앉을 의자가 없지는 않을까 걱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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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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