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판단력

사회 2014. 10. 18. 12:35

 


리스크 판단력

저자
존 코츠 지음
출판사
책읽는수요일 | 2013-05-24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이 책은 월스트리트의 승부사에서 케임브리지의 신경과학자로 변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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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경보 시스템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청반이라고 함. 세포가 짙은 파란색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 뇌에서 가장 원시적인 부분인 뇌간에 위치하고 척추 바로 윗부분에 자리한 청반은 새로운 경험에 반응하여 각성효과를 일으킴. 사건간의 관계가 무너지거나 새로운 패턴이 나타나거나 어쩐지 무언가가 미심쩍을 때, 원시적인 뇌 영역에 속하는 청반은 의식보다 훨씬 앞서 변화를 감지. 뇌가 높은 경각심을 유지하게끔 제어하고 희미한 소리, 약간의 움직임에도 눈치 챌 수 있게끔 감각을 민감하게 조절. 이런 현상을 경험해본 운동선수들은 경기의 흐름에 집중할 때면 주변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각기 구분할 수 있고 잔디 포기 하나하나가 보인다고 말함.
- 거품이란 터지기 전까지는 즐거운 법. 그리고 거품때문에 저지른 과거의 어리석은 행동을 추억할 때도 얼마간 애정어린 미소를 머금게 됨. 활기 가득했던 광란의 20년대 상승장을 경험한 이라면 누구나 영웅적이고 무분별해썬 당시, 미래적인 기술과 아무 생각없이 유쾌하기 그지없던 분위기, 손쉽게 쌓을 수 있는 부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것만 같았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음. 물론 거품이 붕괴하면서 생활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고 대공황 당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노년에 접어들 때 까지도 역사학자 캐럴라인 버드가 말했듯이 보이지 않는 상처, 즉 은행과 주식시장에 대한 병적인 불신과 실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야 했음.
- 오만 증후군의 특징은 무모함, 세부적 사항에 대한 부주의, 지나친 자신감, 타인에 대한 경시 등인데, 오언에 따름녀 이 모두가 재앙을 불러오는 리더십의 불씨이며 대규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썼음. 그는 오만증후군이 권력을 소유하면서 생길 수 있는 장애로, 특히 개인이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지나친 성공을 통해 권력을 쥐고, 권력이 수년동안 지속되며 리더를 제어할 만한 외부요인이 거의 없을 경우 생기는 장애라고 썼음.
- 90년대 연구진 두어명이 비이성적 과열은 화학물질의 작용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내놓음. 99년 미시건대 정신과 전문의 랜돌프 네시는 당신 트레이더와 투자자의 뇌가 변했기 때문에 그들은 현재 널리 쓰이는 프로작 등의 항우울제의 영향을 받고 있었으므로, 과거의 경제거품과 닷컴거품은 서로 다르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침. 인간의 본성 때문에 경제에는 언제나 붐과 거품이 일어나고 이어 붕괴와 불황이 온다. 그러나 투자자가 향정신성 약물 탓에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 경우, 거품은 꺼지기 전에 더욱 크게 부풀어 올라 정치경제적으로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줄기의 생각을 하는 월가의 다른 관찰자들은 다른 원인, 즉 은행가들 사이에서 점점 더 남용되는 코카인을 지적.
- 매큐언이 제시한 호르몬과 뇌에 관한 모델은 다음과 같음. 시상하부가 분비샘에 호르몬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보냄. 호르몬이 전신에 퍼져 신체 내 효과를 발휘하지만, 동시에 뇌로도 플러들어가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 자체를 바꿈. 실제로, 이후 매큐언의 연구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경우 수용체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까닭에 몸의 거의 모든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냄. 스테로이드는 성장, 형태, 신진대사, 면역 등 신체적 기능뿐 아니라 기분, 기억 등 두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임. 매큐언의 연구는 몸에서 보낸 신호가 어떻게 뇌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 업적이었음. 그리고 오늘날 몸과 뇌에 대한 이해의 중심에 놓여 있는 의문의 불씨를 제공하기도 했음. 뇌는 어째서 향후 뇌의 작동방식 마저 바꿔놓을 수 있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몸에 보내는걸까? 영문을 모를 노릇이다. 뇌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다면 어째서 신호 시스템을 뇌 안에 설치해두지 않고, 번거롭게 신호가 전신의 혈류를 돌아 뇌에 도착하도록 하는걸까?
-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싸움, 도주, 섭식, 사냥, 교미,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 등 중요한 상황에서 신체, 두뇌, 행동의 조화를 이루고자 진화했을 것임. 이처럼 중요한 순간이 닥치면 모든 세포가 눈앞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함. 세포가 어려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들면 곤란함. 예컨대 심혈관계는 싸울 준비를 하고, 소화계는 푸짐한 식사를 소화시킬 태세를 갖추고, 두뇌는 꽃밭을 거닐고 싶은 기분에 빠져 있으면 안됨. 스테로이드는 훈련담당 조교처럼 신체와 두뇌가 하나가 되어 힘을 합치게끔 해둠
- 테스토스테론이 비이성적 과열을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라면, 비이성적 비관을 일으키는 스테로이드 호르몬도 있음. 바로 코르티솔. 코르티솔은 부상이나 위협에 처했을 때 온몸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 반응을 야기하는 주된 호르몬. 코르티솔은 아드레날린과 발맞추어 작용하지만, 아드레날린이 몇초만에 효과를 발휘하고 혈류내 반감기가 고작 2~3분에 불과한 속효성인 반면, 코르티솔은 긴 시간동안 몸을 지탱해줌
- 코르티솔은 소화, 생식, 성장, 에너지 저장 같은 장기적이고 신진대사 상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은 몸의 모든 기능을, 잠시 뒤에는 심지어 면역기능까지 멈추라는 명령을 내림. 동시에 에너지 저장분을 분해해서 포도앙을 혈류 안으로 펌프질함. 짧게 말해, 코르티솔은 중요하고도 광범위한 명령 단 한줄, 바로 지금 당장 포도당을 방출해!라는 명령을 내림. 생사가 걸린 순간에 코르티솔은 몸의 공장을 완전히 재편성해 여가를 즐기는 대신 전투에 임할 태세를 갖춤.
- 테스토스테론은 상승장일 때 증가해 트레이더가 리스크를 무릅쓰도록 하고 호황을 거품으로 변질시킬 확률이 높음. 한편 코르티솔은 하락장일 때 늘어나, 트레이더가 때로는 비이성적일 정도로 리스크를 회피하게끔 하고 대량매도를 부채질해서 시장을 붕괴시킴. 따라서 트레이더와 투자자의 체내에 쌓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경기순환주기 전반에 걸쳐 리스크 선호도를 규칙적으로 변화시켜 경기순환주기의 안정을 뒤흔들 수 있음.
- 사람은 몸으로 사고한다. 몸이 대체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면 우선 몸과 뇌는 사람이 기회를 좇거나 위협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함. 음식이나 영역, 상승장 등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 혹은 맹수나 하락장 등 안전한 삶에 대한 위협을 마주하면, 인간의 뇌는 골격근과 내장기관에 폭풍처럼 전류를 보내 몸 전체에 호르몬의 홍수를 일으킴으로써 신진대사와 심혈관 기능을 변화시켜 적절한 신체적 반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함. 이처럼 몸에 전달된 산호는 다시 뇌로 피드백되어 주의력, 기분, 기억 등 사고 전반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뇌가 눈앞의 상황에 맞추어 준비하게 함. 사실 몸과 뇌를 따롤 분리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대신, 사람은 눈앞의 상황에 대해 전인 반응을 일으킨다고 표현하는 편이 말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과학적으로는 더 정확할 수 있음.
- 현생인류의 머리와 몸은 수억건에 달하는 정보를 서로 주고받음. 정보를 교환하는 주체, 즉 머리와 몸은 서로 동등한 위치에 있음. 그런데 항간에는 머리와 몸이 동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퍼져 있음. 몸이 보내는 정보는 그저 머릿속의 컴퓨터에 입력할 단순한 데어텅 불과하며, 정보를 보고받은 뇌가 독단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명령을 내린다고 믿는 사람이 많음. 다시 말해 뇌는 인형을 조종하는 역할이며, 몸은 인형이라고 생각. 이는 완전히 틀린 생각임. 몸이 보내는 신호는 그저 데이터 이상의 의미가 있음. 몸은 정보를 보낼 때 뇌가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도 함께 묶어 보내는데, 경우에 따라 넌지시 속삭이는가하면 큰소리로 외치기도 함
- 이처럼 정보가 담겨 있는 자극 중에서, 강한 자극은 욕구나 감정으로, 미묘하고 흐릿한 자극은 직감의 형태로 느낄 수 있음. 기나긴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몸이 입력하는 정보는 재빨리 행동하고 옳은 판단을 내리는데 필수적인 요소였음을 알 수 있음. 몸과 머리간의 소통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금융시장에거 몸이 의사결정, 특히 리스크 테이킹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챌 수 있음.
- 인간은 컴퓨터처럼 아무런 감정없이 정보를 대하지 않음. 인간은 정보에 몸으로 반응. 신체와 두뇌의 작동 속도는 함께 빨라지고, 또 함께 느려짐. 사실 오락산업은 대부분 이런 단순하기 그지 없는 생리요소에 바탕을 두고 있음. 정보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흥분을 느끼게 해주지 않는다면 구태여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필요가 없을 것임. 새롭고 불확실하며 기회나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마주할 때 특유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몸이 행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변화하기 때문. 완벽한 예로 스트레스를 들 수 있음. 대개 스트레스란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고민하다 마음이 우울해지는 순전히 심리적 상태. 그러나 사실 위장장애, 고혈압, 고혈당, 불안감 등 스트레스 반응이 일으키는 불쾌하고도 위험한 부작용은 소화기, 심혈관계, 신진대사, 주의력 시스템 등이 앞으로 닥칠 신체적 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를 갖추는 것임.
- 신경과학계는 사람이 세계를 실시간으로 인식한다는 고정관념이 불러일으킨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음. 이런 고정관념은 눈이 영화 카메라처럼 상황을 객관적이고 지속적으로 녹화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음. 그러나 눈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음. 사람의 눈이 눈앞의 시각정보를 계속 녹화한다면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계속 넘어감에 따라 흐릿해진 상을 보느라 상당한 시간을 낭비하는 한편, 계속 두통에 시달릴 것임. 게다가 대부분 쓸모없는 정보에 불과한 데이터의 엄청난 양 때문에 정신을 차지지 못할 것. 인터넷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동영상을 보면 엄청난 용량을 잡아먹는 것처럼 뇌도 마찬가지롤 작동. 주의자원을 쓸데없이 소모하지 않기 위해 뇌는 장면을 그대로 녹화하기보다는 쓸모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전략을 착안. 꽃에서 꽃으로 옮겨다니는 벌새처럼 눈은 시야의 작은 일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스냅사진을 찍고 또 다른 부분으로 옮겨가 사진을 찍고는 재빨리 다른 부분으로 옮겨감. 사람은 이런 과정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며, 초점을 옮길 때 흐릿한 상을 보지도 못함. 놀랍게도 장면에서 장면으로 건너뛰는 동안에는 시각계가 의식에 상을 전달하지 않기 때문. 게다기 뇌가 마치 영화처럼 이미지를 부드럽게 연결시키기 때문에, 사람은 장면이 건너뛰는 사이의 일시적 시각상실을 인지할 수 없음. 대개 초당 다섯번 가량 장면을 바구므로 시선을 바꾸는 데 걸리는 최단 시간은 0.2초라는 계산이 나옴
- 일단 움직이는 물체를 본 뒤 의식적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인지하기 까지 0.1초가 지연되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뇌가 어떻게 해결하는가. 이런 지연이 일어나면 사람은 끊임없이 위험에 처하게 되므로, 시각을 관장하는 뇌 영역은 천재적 해결책을 만들어냄. 외는 물체의 실제위치가 어디쯤일지 예측하고 뇌가 인식하는 시각이미지를 가상으로 설정한 새로운 위치에 옮겨놓음. 다시 말해, 시각계는 눈으롤 받아들인 정보를 빨리감기하는 것임.
- 눈과 뇌는 세계를 인식하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속임수를 사용. 망막은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를 가늠하기 쉽도록 물체의 앞쪽 윤곽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음. 사람은 시야의 하반부에 있는 정보를 더 많이 처리하는데, 하늘보다는 땅에 볼거리가 많기 때문. 또한 물체가 몇개나 있는지 인식할 때에는 물건의 수를 세는 대신 서너개로 묶어 처리. 즉석파악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전쟁터에서 적의 숫자를 파악할 때 유용. 사람은 물체가 가만히 있을 때보다 방향을 바꾸거나 다른 물체를 피하는 등 움직일 때 재빨리, 무의식적으로 그 물체가 살아 있다고 가정하고 더 주의를 기울임. 한편 시각보다 청각에 의존해서 반응 속도를 올릴 수도 있음. 그럴 성 싶지 않을 것임. 빛은 소리보다 훨씬 빠르고, 소리보다 시각 이미지가 감각기관에 먼저 도달하기 때문. 그러나 일단 자극이 눈과 귀에 도달한 뒤 처리기관이 자극을 처리하는 속도는 반대가 됨. 듣는 편이 보는 것보다 약 25%가량 더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시각 자극보다는 청각자극에 반응하면 50밀리 초를 아낄 수 있음. 귓속의 소리 수용기가 눈의 수용기보다 훨씬 빠르고 민감. 테니스 선수나 탁구선수 등 많은 운동선수는 공이 라켓에 맞을 때 내는 소리를 듣고서 공이 그리는 포물선을 보는 것 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얻음. 공을 빨리 칠 때에는 슬라이스를 치거나 회전을 주어 칠 때와는 다른 소리가 나며, 선수는 이 정보를 통해 승패를 가르는 귀중한 몇 밀리초를 아낄 수 있음.
- 신경과학계는 뇌의 할동 대부분이 전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음. 인간 의식의 대역폭을 계산했던 연구진의 자료에서 설득력 있는 자료를 찾을 수 있음. 예컨대 펜실베니아 대학 연구진은 인간의 망막이 이더넷의 전송량과 비슷한 초당 1000만 비트의 정보를 뇌에 전송한다는 사실을 발견. 독일의 생리학자 만프레트 침머만은 눈 이외의 감각기관은 초당 100만 비트의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계산을 해냄. 따라서 인간의 감각기관의 대역폭은 초당 1100만 비트가 됨. 그러나 이처럼 엄청난 양의 정보중에서 정작 의식에 도달하는 것은 초당 40비트밖에 되지 않음. 즉 사람은 처리과정을 거치고자 뇌까지 밀려들어오는 수많은 정보의 아주 작은 일부만을 의식.
- 외부인이 모르는 사이 월가 곳곳에서는 매일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 월가의 사정을 일부 알고 있는 이들은 이제 인간 트레이더의 시대는 끝났고, 인간 트레이더는 증기 드릴과 경쟁하다 심장이 터져 죽은 19세기의 전설적 철도 노동자 존 헨리의 전철을 밟게 되리라 여기고 있음. 한편 인간 트레이더가 융통성과 장기적 예측에 대한 학습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여전히 블랙박스보다 더 빠르다고 믿는 사람도 있음. 인간 트레이더가 블랙박스보다 융통성이 뛰어나다는 증거는 신용위기처럼 재앙에 가까운 사건이 일어난 디 시장의 변동성이 개선되는 시기에 드러남. 신용위기 당시 은행과 헤지펀드의 경영진은 블랙박스, 특히 중장기 주가를 예측하는 블랙박스의 플러그를 뽑지 않을 수 없었음. 블랙박스에 쓰인 알고리즘이 새로운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고 그 어느때보다 더 많은 돈을 잃기 시작했기 때문. 당시에는 인간 트레이더가 재빨리 개입해 새어나가는 돈줄을 막았음.
- 뇌 안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다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거라 여기기 쉬움. 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음. 애초에 사고를 하는 이유는 동작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 그렇다면 뇌 안에서 신호를 주고 받느라 추가적인 처리시간이 걸린다면 결과적으로 행동은 더 늦어질 것임.
- 보통 슬프니까 울고, 무서워서 곰으로부터 도망친다고 생각하지만 제인스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순서는 정반대라고 주장. 울고 있으니까 슬프고, 도망치고 있기 때문에 무서운 것. 더 정확히 말하면 사건은 다음과 같이 진행. 첫째, 곰을 본다. 둘째, 뇌가 자동탈출 행동, 이를테면 달리라는 명령을 내린다. 셋째, 이런 몸의 변화가 다시 뇌롤 전달되어 두려움이라는 느낌의 형태로 의식에 발현된다.
- 몸은 빠른 속도로 신호를 보내야 할 경우 호르몬처럼 혈류내에 흐르는 화학물질보다는 전기신호를 사용. 그러나 신경섬유는 종류에 따라 각각 전달속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몸과 뇌는 어떤 섬유에 메시지를 실어 보내면 좋을지 주의깊게 골라냄. 내장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계 섬유는 상대적으로 느려서 대개 초속 5~3미터로 신호를 전달하지만 개중에는 더욱 속도가 느려 초속 1미터에 불과한 경우도 있음. 반면 근육 신경계는 각기 다른 종류의 섬유가 모여 만들어지며, 초당 120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음.
- 휴식/소화계의 주된 신경은 크고 강력한 신경인 미주신경으로, 신경이 닿아 있는 여러 세포와 내장을 진정시킴. 미주신경의 그리스어 어원은 방랑자인데, 이름에 걸맞게 몸 안 여러 곳을 돌아다님. 미주신경은 뇌간에서 시작되어 복부까지 뻗어 있음. 신경이 길게 뻗어 있어 후두, 심장, 폐, 간, 췌장을 거쳐 대장에 닿게 됨. 미주신경은 워낙 광범위하게 뻗어 있기 때문에 목소리의 톤을 조절하고 호흡과 심장 박동수를 낮추고 복부에 이르러서는 소화의 초기단계에도 영향을 미침. 그뿐 아니라 미주신경이 시작되는 뇌간 부분은 안면근육도 관장하기 때문에 얼굴 표정과 심장박동수, 내장의 상태가 모두 조화를 이루게 됨. 미주신경은 얼굴표정, 목소리, 폐, 심장, 배를 연결함으로써 감정적 삶에서 중심적 역할을 함. 한편, 미주신경은 몸이 보내는 메시지를 뇌에 전달하기도 함. 전체 미주신경 섬유의 80%는 몸에서 뇌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 이처럼 반대방향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대부분 내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런 의문이 떠오를 수 밖에 없음. 직감은 정말로 장(gut)에서 나오는 걸까?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다. 적어도 어느정도는 그러함. 그러나 모든 직감이 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몸의 내적 정보는 장뿐 아니라 몸의 모든 세포에서 생겨나 뇌로 전달됨. 물론 장이 인체의 생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함. 자기만의 뇌가 있기 때문. 장은 음식이 위와 장을 거치는 동안 내장의 움직임과 소화를 담당하는 장 신경계의 지배를 받음. 몸의 다른 신경과 달리, 장 신경계는 뇌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며, 뇌와의 연결고리가 모두 끊어진다 해도 계속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신경계이기도 함. 장신경계는 척수보다 많은 약 1억개의 뉴런으로 되어 있으며 뇌와 똑같은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 그래서 마이클 거숀은 장 신경계에 제2의 뇌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음. 두개의 뇌를 잇는 핫라인 역할을 하는 것이 미주신경. 장 신경계는 소화산과 효소를 조절해 음식을 분해해서 몸이 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함. 몸이 흡수할 수 있다고 쓴 이유는 엄밀히 말해 소화계는 몸 안이 아니라 몸 밖에 존재하는 셈이기 때문. 입을 통해 이어지는 공간, 즉 구강, 식도, 위, 소장, 대장 등은 뒤집어 보면 사실 몸의 외부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거숀의 말에 따르면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이 우리 몸 한가운데를 지날 수 있도록 해주는 터널임.
- 계속 이어지는 교통 소음에 무감각해지듯, 시야에 보이는 것이 전혀 변하지 않을 경우 인식이 서서히 흐려지는 현상을 트록슬러 현상이라 함. 그러나 실제로 인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음. 눈과 머리를 끊임없이 움직여서 시야가 계속 변하기 때문. 그러나 주변사람더러 내 시야 가장자리에 닿게끔 손을 뻗어달라고 부탁해보면 트록슬러 현상을 비슷하게나마 체험해볼 수 있음. 상대의 손이 움직이지 않을 때면 손이 보이지 않지만, 일단 움직이면 보일 것임. 인간의 감각이 주변의 소리와 광경을 영화 카메라처럼 녹화한다는 보편적 고정관념이 틀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 트록슬러 효과는 인간의 감각기관이 전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줌. 사실 인간의 감각기관은 개구리처럼 무언가 중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세계를 무시하게끔 진화했다고 보는 편이 진실에 가까움.
- 도파민에 대한 연구는 예상을 뒤엎고 동물이 수동적으로 음식을 얻는 것보다 음식을 얻기 위해 일하는 편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경제의 근본 학설을 통째로 뒤엎음. 사람이 노력을 통해 보상을 얻는 편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동물과 인간을 막론하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잘 들어맞음. 생존을 염두해 두고 동물의 뇌를 설계한다면 그저 먹고, 마시고 성행위를 하는 것 이외의 행위에도 쾌감을 느낄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함. 그런 행위에서만 쾌감을 느낀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 먹거나 쾌락 주의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음식, 물, 성행위의 발견에 이르는 행동 또한 즐기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도파민이 하는 역할이 그런 것임. 도파민은 사냥, 데이트, 매매기회를 찾아 스크린에 뜬 정보를 조사하는 것 같은 특정 행동을 반복하고 싶게 만듬.
- 과정은 느릴지 모르지만 스테로이드가 작용하는 방식은 인체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독특함. 세포막을 투과해 세포핵에 들어가 유전자 전사를 야기. 다시 말해, 스테로이드는 몸을 구성하는 벽돌과 같은 물질인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유발. 게다가 한두세포에 국한되어 영향을 미치는 보통 호르몬과는 달리, 스테로이드는 몸의 거의 모든 유핵세포(세포핵이 있는 세포)에 수용체가 있음. 이렇듯 스테로이드의 특성을 알아보면 스테로이드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음.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 하나만으로도 골밀도와 근육량, 혈중 헤모글로빈과 응고제의 농도를 높이고 기분을 띄우고 성적 환상에 빠져들도록 하며 더 큰 리스크를 무릅쓰도록 행동양식을 바꾸는 등 놀라우리만큼 다양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 그런 변화를 통해 테스토스테론은 몸이 전체적으로 힘을 합쳐 눈앞의 경쟁과 기회에 집중하도록 함
- 태아의 내정된 성별은 원래 여성이며, Y염색체가 없다면 계속해서 여성으로 성장. Y염색체는 놀라우리만큼 단순하며 염색체에 담겨 있는 유전자의 수도 극히 적음. 이 유전자 중 하나가 남성과 여성의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냄. Y염색체 성 결정 영역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SRY라 불리는 유전자임. SRY 유전자가 하는 일은 단순함. 정소 결정 인자라 불리는 단백질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유전암호를 지정. 정소 결정 인자는 초기 생식세포가 난소가 아닌 고환으로 발달하도록 함. 일단 고환이 발달한 뒤에는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생산되어 혈류로 흘러들어 나머지 작업을 모두 처리.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수용체에 파고들어 세포를 남성적으로 변형시킴. 그게 전부임. 단 하나의 유전자가 단백질 호르몬 하나를 만들어내고 고환을 발달시키며, 그 뒤로는 테스토스테론 혼자서 이브의 갈비뼈를 이용해 남자를 만들어 냄. 최근 남성과 여성의 뇌의 차이를 유발하는 다른 유전자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테스토스테론이 남성화 작업을 대부분 해낸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음.
- 동물세계에서 테스토스테론은 번식기에 수컷이 싸움과 짝짓기를 모두 해낼 수 있게끔 대비시킴. 이런 이원적 행동은 스테로이드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몸과 뇌를 통합한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줌. 인간 세상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은 비록 동물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거의 비슷한 효과를 내서 욕망과 성적 환상을 증진시킴.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의 욕망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발기와는 직접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특기할만함. 묘한 일이지만 발기는 휴식, 소화 신경계가 관정하며, 사정은 투쟁, 도주 신경계가 조절. 따라서 섹스는 호르몬과 신경계 두 줄기가 복잡하게 얽혀 동시에 활동해야 가능.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성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어디서나 성적 신호를 발견하고 2분마다 섹스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며 성적 환상을 자아내는 역할을 함
-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를 남용해서 자연적으로 체내에 존재하는 양의 너덧밲지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높이는 운동선수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음. 예컨대 고환이 과다한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감지하고는 더 이상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건포도만한 크기로 줄어듬. 게다가 몸과 뇌의 세포에서 테스토스테론이 활성화되려면 일단 아로마타제(남성호르몬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 효소)를 통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바뀌어야 함. 지방 조직에는 특히 아로마타제가 많기 때문에, 비만 남성처럼 지방세포가 많거나 단백동화스테로이드를 남용하는 사람 등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이들은 소위 여성형 유방이 될 수 있음. 체내 농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남성호르몬의 왕인 테스토스테론은 놀랍게도 건장한 남성 운동선수를 여성화하는 것임.
- 두 수컷이 맞설 때면, 체내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눈에 띄게 증가.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의 체내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바로 이런 대치상황을 위한 태세를 갖추는 것이기 때문. 근육량과 헤모글로빈 농도에도 동화작용 효과가 일어남. 한편 테스토스테론은 반응속도를 높이고, 시각-운동 관찰력이라 알려진 시각능력의 일종을 날카롭게 하며, 위장파악이라 불리는 또 다른 시각능력도 향상시킴. 신체적 태세를 갖추는 것 만큼이나 테스토스테론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한 동물은 더 끈덕지고 두려움이 없어짐. 애당초 싸울 생각이 없다면 신체의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의미가 없기 때문. 테스토스테론은 이처럼 동물이 경쟁을 할 수 있게끔 채비를 갖추어줌. 그러나 승자효과를 유발하는 것은 경쟁이후에 일어나는 현상. 싸움이 끝난 뒤 승리한 동물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더욱 올라가고 패한 동물은 더욱 내려감. 일리가 있는 것이 방금 싸움에서 졌다면 풀숲으로 들어가 상처를 돌보는 편이 나은 반면, 승리한 뒤에는 사회적 계급에서 한 단계 올라갔기 때문에 더 많은 도전을 받게 되기 때문.
- 운동선수는 종종 생리학적 원리는 모르면서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 승리가 가져다주는 효과를 일부러 이끌어내려고 시도. 예컨대 미식축구선수는 주먹으로 라커문을 치고, 권투선수 링에 오를 때 한껏 뽐을 내며 상대 선수를 노려봄. 심지어 비즈니스맨도 협상을 하기 전이나 협성 도중에 소위 파워 포즈(두 발을 넓게 벌려서고, 가슴을 내밀고 팔짱을 낀 자세)를 취하거나 책상위에 발을 올려 놓고 머리 뒤에 손을 깍지 끼는 등, 더 많은 공간을 점유하는 자세를 취해 스스로 태세를 갖춤.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도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올릴 수 있음. 군인도 종종 전투에 나서기 전에 이와 비슷한 일을 함. 음악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 나폴레옹은 야만인 음악 탓에 카자흐 군의 사기가 충천해서 아군의 사기가 꺾일 정도였다고 불평했음. 니콜라이 리네비치 장군도 러시아 군을 두고 음악은 신이 내린 다이너마이트라고 말한 바 있음.
- 계속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경험한 수컷은 더 많은 싸움을 걸고, 더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고,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탁 트인 장소로 나서는 횟수도 잦아지는 한편 새끼도 돌보지 않는데, 이 모두가 포식행위를 증가시키고 생존율을 낮추는 결과를 낳음. 어느 시점이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넘쳐, 리스크를 무릅쓰던 행동이 자만에 젖은 무분별한 행동으로 탈바꿈. 이에 버금가는 심리적 효과는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에 취한 운동선수나 유흥을 목적으로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난 바 있음. 하버드대 출신 정신과 전문의 포프와 카츠는 이들 중 다수가 황홀감을 느끼고 망상에 빠지는 정신장애인 조증에 걸려 사고의 속도가 빨라지고 잠을 잘 필요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음
- 고대 로마에서는 장군이 대승을 올리면 로마 한복판을 도는 기념 퍼레이드를 하며 개가를 올릴 수 있었음. 그러나 옛사람의 지혜는 뛰어났음. 장군이 오만때문에 타락하는 일이 없게끔, 장군의 전차에 노예 한명을 태워 장군의 귀에 그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속삭이게끔 했음. "기억하세요. 장군님도 한낱 인간입니다." 그 사실을 강조하고자 노예는 장군에게 해골을 보여주며 장군의 피할 수 없는 운명, 즉 죽음을 생생히 떠올리도록 했음. 그러나 불행히도 은행에는 이런 노예가 없으므로, 승승장구하는 트레이더에게 유한한 인간으로서의 자각을 심어줄 이는 없었음.
- 무서운 사건에 휘말리면 몸은 전속력으로 안전한 곳으로 달려가야한다고 여김. 그에 맞춰 여분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방광에서는 소변을, 대장에서는 대변을 밀어내는데, 그 때문에 대변이 묽어짐
- 휴식상태의 심장 박동수와 투쟁, 도주 반응의 두근거림 사이에는 심장 활성화의 중간단계가 존재하는 데, 이 단계를 관장하는 것이 미주신경임. 작은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할 때, 미주신경은 그저 브레이크를 풀어 심장이 스스로 속도를 높이게끔 하기만 하면 됨. 이로써 부드럽고 정확하게 심장을 제어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투쟁, 도주 상태에 돌입하는 것보다 신진대사 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임. 사실 사람은 하루 종일 미주신경의 미묘한 조절에 의존하며, 투쟁, 도주 반응은 진정 심각한 문제가 닥칠 때를 대비해 아껴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도 걱정할 필요없이 믿음직한 조수 같은 미주신경이 소소한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도록 맡겨둘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신체적으롤 뛰어난 사람은 특히 더 많은 혜택을 입음. 미주신경 긴장도가 높은 사람은 큰 문제가 닥쳤을 때에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다지 많은 양의 코르티솔이나 아드레날린을 필요로 하지 않음. 그저 미주신경 브레이크를 약간 풀기만 하면 됨
- 뇌 영역 중 스트레스 호르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편도와 해마임. 스트레스 호르몬은 놀랍게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끔 몸의 채비를 갖추어주는 동시에, 편도와 해마에 상황을 기억해두라는 지시를 내려, 이후 비슷한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함. 강도나 자동차 사고를 당하거나, 뱀을 만난다던가, 9/11사태의 뉴스 보도를 본 일 등은 코르티솔이 붙여준 꼬리표를 매달고 특별히 저장되며, 섬광기억으로서 평생 머릿속에 남음. 미주신경을 통해 작용하는 아드레날린은 코르티솔을 도와 기억이 저장되도록 도움. 또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아드레날린의 효과를 억제하는 베타 차단제를 투여할 경우, 섬광 기억이 생기지 못하게끔 예방해서 이후 공황 발작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빠질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음.
- 만성적으로 증가한 코르티솔 수치는 기억 외에 사고에도 영향을 미침. 그중 가장 중요한 점은 여러 뇌 영역의 모양과 크기에 변화를 야기한다는 것. 편도와 해마는 뇌의 다른 영역보다 코르티솔 수용체가 더 많기 때문에 특히 강한 영향을 받음. 높은 코르티솔 수치가 지속되면 해마의 뉴런을 죽일 수 있고, 따라서 해마의 크기가 쿠싱 증후군(부신이나 뇌하수체 종양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과잉생산하는 증후군) 환자에게서 보이듯, 15%까지 줄어들 수 있음. 다행히도 해마는 뉴런을 재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영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끝나면 다시 재생됨. 몇몇 신경과학자는 이처럼 해마의 부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면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이 약해진다고 주장. 삶에서 힘든 시기가 오면 해마는 다행히도 동면에 들어가는 셈. 해나는 코르티솔의 영향 때문에 줄어들 수도 있는 반면, 편도는 정반대의 영향을 받음. 편도의 뉴런은 코르티솔 때문에 늘어나며, 풍부한 미분지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스콧의 사고는 더욱 감정적으로 변해서 이성적 분석 능력에 문제가 생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두엽이 작동을 완전히 멈추기 때문에 분석적 사고에 장애가 일어나고 뇌는 이미 저장되어 있던 감정적이고 충동적 반응에 의지하여 작동한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음.
-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트레이더의 몸에서는 고혈압이 야기한 문제 위에 코르티솔의 이화작용 효과가 쌓임. 평소에는 혈액속의 포도당을 골라내 세포에 저장하는 인슐린이 몇 개월 동안이나 억제되었으므로, 포도당이나 저밀도 지방 단백질, 소위 나쁜 콜레스테롤이 트레이더의 동맥을 타고 흐르게 됨. 투쟁, 도주 반응에 따라 달아나거나 싸우는 데 쓸 연료를 얻기 위해 근육도 분해되며, 분해 결과로 생긴 아미노산과 포도당은 정작 쓰일 곳이 없어 혈류를 타고 떠돌게 됨.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은 근육 운동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진화했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직면한 스트레스는 대부분 정신적이거나 사회적인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가만히 앉은 채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됨. 이처럼 사용되지 않은 포도당은 결국 심장병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복부지방으로 쌓이게 됨. 경제상황이 극도로 나빠질 경우 트레이더는 스트레스를 받아 혈당이 상승하고 인슐린이 억제되어 복부 비만과 2형 당뇨병에 취약해짐. 쿠싱 증후군 환자는 이런 체형 변화를 급속도로 겪게 되어 팔과 다리의 근육이 위축되고 몸통, 목, 얼굴에 지방이 쌓여 이쑤시개에 꽂힌 사과 모양을 하게 됨. 금융위기가 시작된 뒤 1년이 지나자, 상승장 때에는 테스토스테론에 취한 아이언맨처럼 건장하던 트레이더의 몸에 뚜렷이 살이 붙기 시작. 직장에서 겪는 불확실성과 통제 불능성이 야기한 심장병에 대한 자료는 충분히 나와 있음. 일 스트레스에 대한 선구적 연구에는 업무량이 많고 통제 불능성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고혈압, 콜레스테롤, 심장병 발병비율이 높다고 보고되. 이 세가지는 모두 만성적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을 때 일어나는 증상. 영국에서는 화이트홀 연구라는 별명이 붙은 일련의 연구에서 공무원, 특히 민영화를 진행하고 있는 공기업에 근무하는 공무원이 겪는 스트레스를 관찰. 지은이는 고용 불안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공무원이 콜레스테롤 수치상승, 체중증가, 뇌졸중 발병 비율이 높아는 사실을 발견
- 강인성에 대한 연구 중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상황을 도전으로 보느냐, 아니면 위협으롤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신체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
- 강인한 사람은 동화작용 호르몬의 비율이 이화작용 호르몬보다 높음.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강인한 사람의 뇌와 몸 안에서는 아민이 급격히 증가하며, 이어 코르티솔이 약간 증가. 강인한 사람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강인하지 않은 사람보다 초기 스트레스 반응이 강하지만, 상황을 제어해서 코르티솔이 누그러지도록 함. 반면 강인하지 않은 사람은 초기 스트레스 반응은 약하지만 코르티솔이 지속되어 이화작용적 손상을 야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강인한 사람은 뇌의 아민을 소모하거나 학습된 무력감에 젖지 않고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과제를 견뎌낼 수 있다는 점. 이런 특징 덕분에 강인한 사람은 만성적 코르티솔 노출이 야기하는 손상을 입지 않으며, 아민의 인지적, 신진대사적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음. 이런 특징들은 뛰어난 운동선수에게서 찾아볼 수 있음.
- 열 스트레스는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므로, 열 스트레스가 없어지면 근본적 부분이 위축될 수 있음. 위대한 생리학작 월터 캐넌은 지난 1920년에 이와 비슷한 우려를 했음. 놀라운 선견지명이 있었던 캐넌은 중앙난방, 에어컨, 온수기의 도래에 대해 걱정했음. 이처럼 편리한 장치는 자체적으로 체온조절 작용을 할 기회를 앗아가기 때문이었음. 캐넌은 이렇게 경고. "오늘날 사람들은 지금 원시인 취급을 받고 있는 무수한 세대의 조상을 거쳐오면서 진화한 생리적 메커니즘을 활용할 기회가 없어 중대한 보호기제를 잃을 수도 있다. 매일 찬물로 목용하고 땀이 날 때까지 일하는 사람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몸의 중요한 장치를 쓰지 않고 묵혀둔 탓에 장치가 약해지고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편리한 생활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름. 편안한 생활 때문에 현대인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캐넌의 두려움은 이미 현실이 되었을 수도 있음.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집, 자동차, 사무실 난방이 널리 보급된 것이 비만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중 하나일 수 있다고 함. 일상에서 열 스트레스가 없어진 것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또 하나 불러왔을 수도 있음. 바로 강인화 과정을 상당부분 없애버렸을 수도 있다는 것.
- 스트레스의 수렁에 빠져 있을 때 해야하는 일은 삶의 새로움을 최소화 하는 것. 익숙한 것이 필요함. 그러나 우리는 종종 정반대로 대처함. 예컨대 직장에서 겪는 만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풍경이 바뀌면 기분도 풀릴 거라 기대하며 이국적인 곳으로 휴가를 떠남. 보통 상황에서라면 휴가는 기분전환이 될 것임. 그러나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라면 그렇지 않음. 해외에서 만나는 새로움은 몸이 이미 겪고 있는 부담을 늘려줄 뿐이기 때문. 여행을 떠나는 대신 차라리 익숙한 곳에 머무르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익숙한 음악을 듣고 예전 영화를 보는 편이 나을 수도 있음. 운동도 물론 도움이 됨. 사실 스트레스에 맞서 몸을 대비시키는 데서 운동보다 나은 수단은 찾아보기 힘들다.
- 미주신경은 얼굴과 목소리를 연결짓고, 뇌간 영역은 흥분을 관장. 익숙한 목소리와 행복한 얼굴은 뇌간에게 투쟁, 도주반응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알려주므로, 미주신경은 몸에게 비상경계 태세를 풀어도 된다고 지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시기, 다행스럽게도 차분한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면, 그들의 얼굴을 보고 행복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됨. 블랙베리를 들여다보며 손톱을 잘근거리고 예전에 받은 스트레스를 되새기는 것보다는 훨씬 나음
- 얼굴에 찬물을 끼얹거나 찬물에 얼굴을 담글 때 일어나는 잠수반사는 미주신경을 자극해 심장박동, 호흡, 신진대사를 늦출 수 있음. 또한 짧고 얕은 흉식호흡보다는 횡격막으로부터 깊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는 심호흡이 미주신경을 자극할 수 있음. 스티븐 포지스에 따르면 관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그나 천천히 말하는 등의 방법도 모두 미주신경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변화시킬 수 있음. 호흡조절은 잘 알려진 바이오 피드백 요법으로 진정효과가 있음. 호흡조절은 요가, 명상, 불교를 비롯한 몇몇 동양종교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 불교에서는 호흡에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정신과 몸을 하나로 통일. 호흡조절 곤란 훈련은 다른 장점도 있음. 신경과학자 리드 몬터규와 연구진은 불교식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직감에 민감하며, 그 결과 금전적 결정을 내리는 과제에서 더 이성적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 스트레스, 미주신경, 직감에 대한 연구는 동서양을 잇는 다리를 놓고 있는 셈
- 어쩌면 남성이 은행의 트레이딩 플로어를 지배한 이유는, 예부터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이루어지는 매매는 대부분 단타 매매이기 때문일 것. 남성은 이런 종류의 빠른 의사결정과 매매의 신체적 측면을 즐김. 그러나 오늘날 트레이딩 플로어에 이토록 많은 속사포 스타일의 트레이더가 필요할까? 은행은 분명 그들을 필요로 함. 그러나 체결전용 블랙박스가 출현하면서, 이제 트레이더가 구비해야 하는 여러 자질, 즉 시장에 대한 현명한 판단, 리스크에 대한 건전한 욕구, 빠른 반응속도 등을 각자 따로 분담할 수 있게 되었고, 빠른 체결속도는 컴퓨터에게 맡길 수 있게 되었음. 이제 미래의 트레이더가 지녀야 하는 유일한 자질은 시장에 대한 판단력과 리스크에 대한 이해력. 그리고 그런 면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나다고 볼 이유는 없음. 특히 금융계는 장기적이고 전략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며, 관련 데이터는 그런 면에서 여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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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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