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이 심플

경영 2023. 10. 7. 08:14

- 심플 스틱은 애플 내부의 핵심가치core value를 상징한다. 심플 스틱은 영감을 자극하기도 하고 원시인의 몽둥이처럼 위협이 되기도 한 다. 또한 애플이 여타 기술회사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언제나 상기시키고 이 복잡한 세상에서 애플을 돋보이게 한다. 그만큼 애플은 '단순함simplicity'의 힘을 거의 종교처럼 신봉한다.
애플과 일해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인정하듯 단순한 방식이라고 해서 늘 손쉬운 방식은 아니다. 가끔은 더 많은 시간과 돈, 에너지가 요구된다. 누군가의 심기를 상하게 할 때도 있다. 그렇더라도 단순함 은 훨씬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때가 더 많다.
- 냉혹함은 단순함의 열한 가지 요소 중 하나로, 실행하기 가장 쉽다. 늘 솔직해야 하며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도 같은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몇몇 이들은 머뭇거리겠지만 곧 모두 가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속한 팀의 시간을 미래를 향해 진보하는 것에 100퍼센트 집중시켜야 한다. 즉 다른 사 람들이 하는 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 잡스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이렇다. 직원들에게 충성을 요구하고, 고함치며 명령하고, 신적 공포를 주입시키는 심술궂은 폭군...... 잡스가 이런 행동을 보인 것이 사실이더라도 이것만으로는 그를 완벽하게 묘사할 수 없다. 그는 재미있고, 따뜻하고, 심지어 매 력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냉혹하게 솔직한 것과 그저 냉혹한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사람들을 명확하게 대한다고 해서 당신이 냉혹한 인간이 되는 것 은 아니다. 교활해지거나 심술맞게 굴 이유도 없다. 팀이 최선의 결과 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할 말을 하면 된다.
- 스티브 잡스는 대기업형 행동양식을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그는 똑똑하고 창의적인 인재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윤을 낼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애플을 조직했다.
- 소규모 집단 원칙은 단순함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 이것은 애플이 꾸준히 성공을 이어올 수 있었던 열쇠일 뿐 아니라, 양질의 사고 를 원하는 모든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다. 개념은 아주 간단하다. 회의실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존재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자비로운 초대'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평소 당신이 회의 자체를 비 판적으로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일은 일일 뿐 개인적 감정과는 구분해야 한다.
잡스는 애플이 오래된 대기업임에도 대기업형 사고를 대변하는 행동양식을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그는 똑똑하고 창의적인 인재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들이 애플의 놀라운 성공을 견인한 원동력이라고 판 단했고 이후로도 그 생각을 고수했다. 회의를 소집하거나 회의 결과 를 보고받을 때도 꼭 필요한 사람들만 빠짐없이 참석하기를 바랐다. 구경꾼은 환영받지 못했다.
이런 발상의 배경에는 집단의 규모가 작으면 큰 집단에 비해 집중력이 뛰어나고 동기부여가 원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을 더욱 야무지게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반박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작은 집단이 바람직 하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논점을 잃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고갈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 로 큰 집단에 일을 맡기는 것임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다수의 승인권자들이 관여하면 이와 동일한 위험이 초 래되는 것처럼 말이다.
많은 회사들이 사내 조직을 이처럼 비대하고 통제하기 힘들게 만 드는 한 가지 이유는 회사의 문화를 개인보다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 문이다.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단순함을 따 르고자 하는 이들은 바로 이 부분을 공격해 타성을 극복해야 한다.
작은 집단 원칙은 현명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단순히 팀을 작게 만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작다'는 것은 상대적 인 개념이다. 비즈니스를 알고 프로젝트의 본질을 꿰뚫어야 '너무 많다'와 '너무 적다'를 구분할 수 있다. 조직이 불필요하게 비대해졌을때는 집행자가 되어 심플 스틱을 휘두를 준비도 해야 한다.
그동안 애플의 마케팅팀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성공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왔다. 프로젝트팀은 소수의 인재들로 작게 구성해 실질적인 책임을 부여한다. 때문에 구성원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미친듯이 일하며 양질의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 양보다 질을 중 시하므로 회의는 격식 없이 진행되고 주 단위로(매일은 아니더라도) 가 시적인 성과가 창출된다.
어떤 회사든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대응방식은 저마다 크게 다르다. 애플에서는 똑똑한 이들로 작은 집단을 구성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애플의 문화에서는 그것이 바로 '회사가 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구성원이 많으면 보고사항이 복잡해지고, 업무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이 다독여야 하며, 각자의 업무를 평가하고 필요한 피드백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 된 작은 집단은 성공에 이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많은 사람을 투입해야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은 당신이 구성한 집단을 자신할 수 없다는 의미와 같다. 달리 말하 면 당신은 보험증권을 찾고 있다는 뜻이며, 이것 '역시' 당신이 구성한 집단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다. 동기가 무엇이든 이런 말의 본질은 인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로만 구성한다면 작은 집단도 경영진에게 충분히 믿음을 줄 수 있다.
- 잡스가 거칠다는 평도 많지만, 때로는 우리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그가 실행할 뿐이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자 신을 포함해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허비되는 상황에서 잡스로서는 더이상 자상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잡스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는 반드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 중 하나다. 대다수 사람들은 냉혹한 통제자가 되기를 부담스 러워하면서도, 프로젝트의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끔씩 그럴 필 요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은, 냉혹한 것과 존경받는 것이 결코 서 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필요할 때 냉혹할 정도로 솔 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존경받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며, 똑 똑하고 작은 집단을 유지하는 길이기도 하다.
- 많은 대기업들은 최고경영자가 마케팅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잡스 같은 비현실적 인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잡스는 디자인 회 의 못지않게 마케팅 회의에도 열정적으로 관여했다. 애플이 성공하려 면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애플이 경쟁사 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시장을 계속 넓혀나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마 케팅 과정에 참여해 똑똑한 사람들의 작은 집단을 지휘해야 한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 그는 마케팅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에 반대했다. 모든 프레젠테이션 자리에, 프로젝트의 모든 과 정에 그가 있었다. 나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지속된 "다르게 생각 하라Think Different" 캠페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와 문구에 그가 관여했 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다. 포악한 군주로서가 아니라 열정적인 참여 자로서 말이다. 새로 공개할 광고 문안을 상의하기 위해 한밤중에 그 와 통화한 횟수도 헤아리다가 포기했을 정도다.
잡스는 내가 어디서도 실행된 걸 본 적 없는 정책을 고수했다. 이 런 식으로 일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는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잡스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광 고대행사의 아이디어를 접하지 못하게 했다. 자신이 직접 보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심지어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사장에게도 광고 시안을 거치지 못하게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싫어할지 다른 사 람이 추측하는 것이 싫습니다." 잡스가 여러 번 한 말이다. "누구도 보 지 못한 곳에서 번득이는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많은 최고경영자들은 마케팅을 향한 잡스의 열정에 공감하지 않 는다. 대부분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할 게 뻔하다. 그렇기에 잡스가 애플과 픽사 Pixar의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으면서도 마케팅 아이디어 를 검토할 시간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더욱 훌륭해 보인다. 결론은 이 렇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거기에 투자할 시간을 확보 해야 한다. 너무 바빠 여유가 없거나 그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을 때는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을 고용해서 업무를 위임해야 한다.

- 인텔이 재미있는 사례다. 지적 능력만 따지자면 인텔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텔이 하는 일들은 평범 한 사람들의 이해 수준을 뛰어넘는다. 언젠가 인텔의 한 임원에게 인 텔에서 프로세서 하나를 개발해 제작 설비를 건설하고 대량으로 생산 하는 데 필요한 투자와 노력은 미 항공우주국에서 우주왕복선단 전체 를 건설하는 데 드는 것과 맞먹을 정도라고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인 텔은 다른 회사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생산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도 인텔의 광고는 한심하기 그지없다.
왜일까? 굳이 비난하자면 그들의 성장 과정을 탓해야 할 것이다. 인텔은 엔지니어들로 이루어진 회사다. 엔지니어는 냉철하고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마케팅처럼 감성적 요소가 결부된 사안에 대해서조차 예외는 없다. 인텔의 전 최고경영자 폴 오텔리니는 사내에서 열린 마케팅 행사에서 직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 다. “우리 인텔은 무결점 제품을 생산합니다. 내가 이 부서에게 원하 는 것도 무결점 광고입니다."
그가 이런 말을 했을 때 그 자리에 참석했던 창의적 인재들은 극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도 무결점 영화를 만들라는 명령 앞에서 제 역할을 하기 힘든 법이다. 뛰어난 아 이디어는 늘 어느 정도의 위험을 동반한다.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면 그 보상으로 한두 가지 '결점'은 눈감아줄 법도 하다. 그러나 오텔리니 의 경고는 인텔의 사고방식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 인텔(그리고 내가 함께 일했던 대부분의 회사들)의 임직원들이 자사의 경영방식을 개선할 모범 사례로 끊임없이 애플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애플의 거대한 총체 중에서 극히 일 부를 모방한다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낙관했다.
불행히도 이런 식으로는 어렵다. 기억하자. 단순함이란 '전부 아 니면 전무all or none'의 문제다.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 부만을 얻기 위해 애써봐야 노력만 허비하는 꼴이다.
- 잡스는 창조적 프로세스의 의미를 이해하고 인정했다(어떤 면에서 프로세스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애플, 픽사, 디즈니를 두루 경험한 잡스는 다른 최고경영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관점을 지녔다. 잡스는 아이디어를 배양하고 보호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고안했 다. 기계적으로 분석한다고 해서 무조건 창의성이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똑똑한 사람들의 작은 집단을 가동하면 (더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좋은 일이 생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잡스가 창의성이 뛰어난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 나 나는 잡스가 창의성을 사랑한 천재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 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그가 훌륭한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시 답잖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경우도 더러 보았다. 하지만 잡스만큼 창의성에 대해 열정을 가진 최고경영자는 아직껏 보지 못했다.
잡스가 픽사에서 일할 때 그에게 크리에이티브 회의에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가 참석하면 카피라이터들과 아티스트들이 거세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리더십과 비전은 누구나 인정했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모든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창의적 사고 로 세상을 바꾸는 데 반드시 뛰어난 창조적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 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바로 잡스 자신이기 때문이다. 창의성 의 필요를 제대로 인식하는 조직을 건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당신 이 창의적 사고의 전도사이자 강력한 옹호자가 되면 된다. 아울러 창 의적 사고를 북돋기보다 억압하는 프로세스를 찾아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잡스는 누구보다 뛰어난 창의성 계발자였다. 그는 인재를 발굴해 고용하고, 재능을 유지해 환상적인 결과를 낳는 환경을 건설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예술과 디자인을 향한 애정도 분명히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아이디어를 훼손하는 프로세스를 절대적으로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애플의 프로세스를 단순하게 유지 하기 위해 줄곧 그가 강조했던 것 역시 좋은 아이디어를 배양하고 보 호하는 것이었다.
잡스만큼의 열정을 갖추지 못한 리더가 이끄는 회사의 마케팅은 조금 더 냉정한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그들에게 마케팅팀은 조직 속 의 조직일 뿐이며 또하나의 바퀴살에 불과하다. 이런 회사의 마케팅 책임자는 뛰어난 창의성을 바라면서도 그것을 억압하는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그런 책임자들은 탁월함을 요구하기만 하면 어떤 식으로든 그 결과가 책상에 놓일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마치 한쪽에 정보를 집어넣으면 다른 쪽으로 대단히 창의적인 결과가 튀어나오는 놀라운 기계를 상상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요구해서 얻어낸 아이디어 는 생각보다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 다양한 제품의 바다가 고객을 더 행복하게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애플 은 2011년까지 8년 연속 미국 고객만족지수에서 다른 컴퓨터 제조사 들을 모두 따돌렸다. '선택권 결핍'이 큰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 다. 오히려 이해하기 쉬운 제품군 덕분에 애플은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애플의 고객들은 선택권이 적은 것보다 혼돈이 적다 는 사실에 주목한다. 간단한 구매 경험이 고객과 회사를 더 가깝게 만 드는 것이다.
고객이 선택권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선택권이 지나칠 때 생기는 부작용이다. 선택이 복잡해지면 장점이 아니라 부담으로 작 용하기 시작한다. 제품을 구입하려는 마음을 먹고 홈페이지를 찾은 고 객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주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면 선택권의 과잉이 고객들의 단호한 의사결정을 무력화한다. 뿐만 아니 라 많은 경우 제품을 구입한 후에도 제대로 산 게 맞는지 계속 의구심 을 갖게 된다
- 안타깝지만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항상 최소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똑똑하다는 사람들 중에도 복잡한 업무방식을 단순화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격자의 빈칸을 모두 채우는 것이 고 객의 마음을 얻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현 실은 그렇지 않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으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최소화는 명석함과 명쾌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상당한 정신력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 결과로 더 효율적인 회사, 더 유능한 리더들이 탄생한다.
- 인텔의 접근법은 잘못된 하나가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듯하다. 반면에 애플의 접근법은 실수해도 좋다 는 사고방식에서 출발한다. 창의성을 훼손하는 프로세스 때문에 스스 로를 망치는 것보다는 때로 실패하더라도 높은 목표를 지향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두 회사 프로세스의 가장 큰 차이는 최소화 역량이었다. 애플은 해냈지만 인텔은 그러지 못했다. 잡스는 신제품이든 새 광고든 그 본질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포커스그룹처럼 복잡한 꺼풀이 하 나 더 붙는 것에 즉각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잡스 같은 고객을 둔 샤이엇은 행운이었다. 그가 단 순함을 사랑한 덕분에 자신의 광고를 판단하는 데 외부인들이 악영향 을 끼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대행사가 포커스그룹 방식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고객 측에 가치관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존재할 때만이 좋은 아이디어의 이탈을 예방할 수 있다.
- 인간은 재미있는 존재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다섯 개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머리를 긁적인다. 심지어 처음에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요점을 명확히 하려면 최소화가 열쇠다. 이것은 상식이지만 마 케팅을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서 쉽게 간과되는 원칙이기도 하 다. 당신의 요점을 쉽게 이해시키고 또 쉽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다 른 사항들 때문에 어수선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세상에서 훌륭하다 는 사람들조차 이따금씩 이 원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쿠퍼티노에 회사를 세워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 프로젝트 기한은 다양하게 세울 수 있다. 여유롭게, 빠듯하게, 느긋 하게, 때로는 아예 불가능하게 세울 수도 있다. 논리와는 거리가 멀지 만, 프로젝트를 망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지나치게 많은 시간 을 투입하는 것이다. 다시 생각하고, 다시 고치고, 또 한 번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프로젝트에 초대하고, 더 많은 의견을 듣고, 조사를 시 행하고............ 레너드 번스타인 Leonard Bernstein이 이런 상황을 절묘하게 묘사한 적이 있다.
위대한 성과를 거두고 싶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계획, 또하나는 그리 넉넉지 않은 시간입니다.
- 어떤 일을 하든 효율을 극대화해 최선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이상적인' 기한이 있다. 기술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나는 3개월 정도가 이상적인 프로젝트 기한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첫 브리핑에서부터 완 성된 프로젝트를 출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이 기한 내에 우리는 아이디어를 고안하고, 그 아이디어를 고객과 공유하고, 그들 의 의견이나 걱정거리에 대응하고, 제작까지 진행했다. 이보다 시간 이 부족할 때는 품질을 타협해야 했고 시간이 넉넉할 때는 오히려 생 각이 많아졌다. 창의적인 판단을 전혀 하지 못하는 고객과 일할 때든 아니면 잡스 같은 마케팅 전문가와 직접 일할 때든, 어느 경우에서든 이 정도의 시간이 가장 적당했다. 번스타인의 말은 훌륭한 성과를 거 두는 데 필요한 두 가지 요소를 입증한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애플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현실적인 수준에서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
애플에서 아이팟을 개발할 때, 처음부터 음악과 영화, 팟캐스트, 사 진을 모두 포괄하는 휴대용 플레이어를 계획한 것은 아니다. 처음은 뮤직 플레이어였고 나머지는 나중에 이루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무 리해서는 안 된다. 훌륭한 성과를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 를 제 시간에 끝내고 약속한 결과를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마찬 가지로 목표에 미달해서도 안 된다. 보잘것없는 것을 만들어놓고 '현실 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처음부터 모든 인력을 투입하고, 도중에 중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모든 인력이 지속적으로 움직일 때 적정 수 준의 업무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일이란 생각처럼 쉽지 않지만 그 일을 마무리했을 때는 만족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만족에 이르기 위 해서는 팀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
- 애플과 델의 비슷한듯 달랐던 브랜드 기획 과정을 비교하면 이렇다.
애플은 1997년에 브랜드 광고 캠페인에 착수했다. 
델은 2008년에 브랜드 광고 캠페인에 착수했다.

애플은 광고 캠페인을 즉시 시작하고 싶어했다. 
델은 일정을 고민하는 데만 여러 달이 걸렸다.

애플의 브랜드팀은 최고경영자가 이끌었다.
델의 브랜드팀은 위원회가 이끌었다.

애플은 똑똑한 사람들의 작은 집단을 신뢰했다.
델은 뭉치기 어려운 사람들의 작은 집단을 신뢰했다.

애플은 누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았다.
델은 누가 누구인지 확인해야 했다.

스티브 잡스는 적극적인 참여자였다.
마이클 델은 프로젝트가 끝난 다음에야 찾아왔다.

애플의 브랜드팀은 최고경영자의 승인만 필요했다.
델의 브랜드팀은 각 부서의 승인이 모두 필요했다.

애플은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델은 전략을 논의하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라' 캠페인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델은 어두운 창고에 쌓인 프레젠테이션 보드 더미로 마무리했다.

- 회사의 사정이 좋을 때도 많은 회사들이 순수 브랜드 캠페인을 경계하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이 캠페인이 주로 단기보다는 장기로 진행 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힘든 때일수록 대부분의 기업 리더 들은 빨리 이익을 올릴 방법에 연연한다.
의뢰인에게 브랜드 캠페인의 이점을 납득시키는 것은 열아홉 살 짜리에게 퇴직 계좌의 이점을 납득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그 성과가 먼 미래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회사는 당장 돈을 벌 기 위해 일한다.
간혹 자신만만한 몇몇 광고대행사 관계자들이 장기와 단기 욕구 를 동시에 충족시킬 역량이 있다며 의뢰인을 설득하는 경우도 있다.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사이에 매출도 확실하게 견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그럴 재주가 있다면 정말 대단하겠지만, 그런 경우 는 극히 드물다.
신념을 고수해온 애플은 광고의 진짜 성배를 손에 넣었다. 애플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반영한 제품군을 구축했다. 덕분에 매일같이 많은 제품이 팔리고, 그 모든 매출은 애플의 브랜드 강화에 기여한다. 즉 고객들로 하여금 애플이 디자인과 첨단 기술, 그리고 단순함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게 더 많은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잡스가 광고대행팀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을 할 때 우리는 이 브랜드 캠페인이 변혁의 시작이라고 인식했다. '다 르게 생각하라'의 증거가 곧 혁신적인 제품들로 구체화될 것이며, 새 로운 가정용 컴퓨터가 그 선봉에 설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아이맥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우리는 알지 못했 다. 그저 아이맥이 특별하리라는 믿음으로 일했을 뿐이다. 가끔은 모 든 것이 완벽할 때도 있었다. 우리는 애플과 첫 6개월 동안 다르게 생 각하라'는 문구를 내세운 브랜딩에 주력했다. 그리고 잡스의 지휘 아 래 첫 신형 컴퓨터가 출시되면서 우리가 내세워야 할 주제가 더없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 애플의 부활을 상징하는 아이맥, 그 출시 효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아이맥은 시각적으로도 기존의 모든 컴퓨터와 확연히 차별화되 었다. 상자 모양의 베이지색 컴퓨터가 주류를 이루던 세상에서 아이 맥은 반투명의 '본다이 블루(Bondi blue, 시드니 본다이 해안의 바닷빛을 묘사하는 색상ᅳ옮긴이)' 색상에 내부 회로망도 디자인의 일부로 제작 했다. 솔직히 우리가 한 일이라고는 '다르게 생각하라'는 문구 아래에 아이맥 사진을 넣은 것이 전부였고, 그것만으로도 모든 이야기가 충 분히 전달될 터였다. 최근의 전자산업 역사에서 '다르게 생각하라' 광고와 아이맥의 관계처럼,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한 사례는 없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다르게 생각하라' 광고와 마찬가지로 아이맥 광고에서도 하나의 단순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다른 컴퓨터와는 차원이 다른 아이맥의 외관에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을 요소들이 모두 포함되었다. 아 이맥은 그 자체가 하나의 '다르게 생각하라'의 표상이 되어 상징적 이 미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는 이 제품 광고에 약간의 설명 문구만 곁들였고 그마저도 최소로 했다.
- 적enemy을 상징화하다
광고의 본질은 우리 제품이 다른 것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을 알리는 데 있다. 그리고 애플이 컴퓨터 시장에서 그랬듯이, 경쟁에서 뒤처진 회사가 우수한 제품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선두 업체의 제 품과 직접 비교하는 것이다.
당신 회사의 '적'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대중이 당신 회사 를 인식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직하고 온화한 회사로 보 일 수도 있고, 자칫 경솔했다가는 거만하거나 비열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에 도전하려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유능한 크리에이티브 인력들이 갖은 노력을 했다. 오래전에는 잡지와 신문에 스프레드 광고(spread ad, 매체의 좌우 두 면을 모두 사용 하는 광고-옮긴이) 시리즈를 실은 적이 있다. 왼쪽 지면에는 '어려운 길'을, 오른쪽에는 '쉬운 길'이라고 표기했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쉬운 길은 물론 맥이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아주 그럴듯한 광고였다. 하지만 감성적으로는 광고를 보는 이들과의 교감에 실패했다. 독자들 은 컴퓨터 2대와 한 무더기의 단어들을 보았을 뿐이다. 당시 애플은 시 장에서 약자였기에 이 광고에 설득당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뒤, 애플은 광고에서 전달이 어떤 의미인지 입증한다. 샤이엇의 천재적 크리에이티브 인력들이 제작하고, 많은 이들이 애플 역사상 가장 인기 있고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평가하는 '맥 vs PC' 광고가 시작된다. 이 광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이크로소 프트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광고에 서는 맥과 PC를 사람으로 등장시켰다. 각각이 가진 개성과 익살스러 운 모습이 자연스럽게 차이점을 부각시키면서 보는 이들의 관심을 끌
었다.
'어려운 길 vs 쉬운 길'과는 달리 '맥 vs PC' 광고는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대화의 주된 화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유튜브에 패러디도 수 없이 등장했다. 성공의 비결은 실제 컴퓨터가 아니라 양쪽의 주장을 대변하는 상징을 찾았다는 데 있었고, 이 광고에서 그 상징은 바로 사 람이었다.
- 애플이 지속적으로 네이밍 프로세스를 단순화하는 이유는 단지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에 포함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함이 최선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고 분명할 때 비로소 고객들도 그 회사의 실체와 그 회사에서 파는 제품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 가끔은 우리 광고회사 팀원들이 2주마다 여는 정례 회의중에 잡스에게 직접 신제품 브리핑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형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무엇보다 싫어했던 그는 과연 어떤 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을까?
슬라이드 쇼도, 남겨진 문건도, 공식화된 전략도 없었다. 그저 대화뿐이었다. 제품이 회의실에 있을 때도 있었고 없을 때도 있었다. 잡스는 왜 그 제품이 존재해야 하고, 어떻게 작동하며, 무엇이 그 제 품을 두드러지게 하는지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우리와 나눌 뿐이 었다. 설명이 더 필요하다 싶을 때는 화이트보드로 달려가기도 했다. 마치 자신이 슬라이드 쇼인 양 행동했다. 제품의 이면에 깔린 철학에 대해 최고경영자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 었다.
- 단순함은 시간을 끌지 않는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느라 공들인 시간들을 모욕하려 는 것은 아니지만, 프레젠테이션 내용 중 상당수는 불필요한 것들이 다. 말을 많이 할수록 자신이 똑똑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 지만, 사실은 그 반대가 진실에 더 가깝다. 간결하게 소통하는 사람들 이 더 똑똑해 보일 뿐 아니라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자들에게 인 정받기도 쉽다.
- 잡스가 공개 프레젠테이션에서 선보이는 슬라이드 쇼를 본다면 그 내용이 지극히 단순하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극단적일 정도로 간 단하다. 당연히 잡스의 목표는 자신이 원하는 결론으로 청중을 이끄는 것이었고 그 방법도 지극히 직접적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도 일반적인 프레젠테이션 각본을 따랐다. 즉 의제를 소개하고, 주제와 관련된 자 료를 제시하고, 그런 다음 주제를 요약해 정리하고서 다음 주제로 넘어 가는 식이었다. 그리고 행사가 마무리될 쯤에는 전체 내용의 핵심들만 다시 정리했다. 특별히 청중에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는 반복 해서 이야기했다.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그는 몇 날 몇 주에 걸 쳐 예행연습과 수정을 거듭하면서 신제품 공개에 최선을 다했다. 그 런 점에서 보면 이런 행사도 형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통적 인 관점에서 볼 때 잡스는 세련된 연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세도 구부정했고, 말투는 느렸으며, 발표 수준도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이제 막 마친 사람 같았다. 마치 50대의 지혜를 가진 정열적인 20대 청년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있었던 이유 는 그 많은 예행연습에도 불구하고(부분적으로는 그 덕분에) 단상에 선 최고경영자라기보다 여전히 회의실의 잡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평소에 직원들 그리고 파트너들과 소통하던 모습과 다를 바 없었 다. 광고대행사더러 프레젠테이션에서 격식을 갖추라는 지시를 그로 부터 나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잡스는 그저 최고의 아이디어만을 원했다.

- 죽음이 임박했음을 아는 것은, 제가 인생의 결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었던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한 도구입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좌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은 죽음 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정말로 소중한 것만 남게 됩니다.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 는 것은 무언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최고 의 방법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벌거벗었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을 따 르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 죽음을 바라는 사람은 없습 니다. 천국에 가고 싶다는 사람도 그곳에 이르기 위해 죽기를 바라 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죽음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운명입니다. 누구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또 그래야만 합니다. 죽음은 삶 이 만들어낸 최고의 그리고 유일한 발명품이니까요. 죽음은 삶을 변 화시키는 원동력입니다. 죽음은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에 길을 터주 도록 합니다.

- 애플은 1세대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5기가바이트 드라이브에 무게가 약 184그램인 뮤직 플레이어란 설명을 굳이 달지 않았다. 간단 히 "주머니 속의 노래 1000곡"이라고 했을 뿐이다. 이것이 사람들의 소통방식이며, 애플의 소통방식이다.
인간적 소통이 단순함의 핵심이다. 관계를 형성하는 최선의 방 법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인간다운 언어 로 말하는 것이다. 애플은 창립 이후로 모든 소통 과정에서 이 표현 방식을 중요하게 여겼다. 애플이 그것을 아주 쉽게 해낸 것처럼 보였 기에 많은 마케터들이 비슷하게 흉내 냈지만 성공한 사례는 극히 적 었다.
- 왜일까? 쉬워 보이려면 사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단순함의 저주이다. 즉 겉으로만 단순하게 보 일 뿐이다. 많은 회사들이 애플의 행동양식을 보며 자신들도 손만 까 딱하면 단순함의 위력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 기 위해 새 광고 캠페인을 제작하고, 감동적인 문구를 만들고, 전체 회의도 소집하고, 티셔츠를 나눠주고, 총회에서 새로운 리더를 선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복잡함은 무척 똑똑하기 때문에 회사가 손쉽게 선언하는 것만으로 단순함을 손에 넣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단순함을 향한 애정이 직원들과 제품들 속에 각인되지 못하면, 직원들이 단순함을 추구하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고도 대가를 받을 수 없다면, 이 개념도 연례 배당총회처럼 잠시 머물렀다 금방 사라질 것이다.
- 전향적 사고에 관해서라면 이 지구에서 잡스를 따를 사람이 없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분석 자료를 활용하는 일이라면 잡스만큼 확실 한 구식도 없었다. 그 역시 많은 정보를 원했고 작은 정보 하나까지도 모두 소화했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맥락 없는 정보까지 마구잡이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잡스는 결국 기술이란 사람에 대한 것이라는, 즉 상상력을 자극하고 만족감을 선물하며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놓지 않았다. 그는 애플닷컴에서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고객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는 일이 결코 없었다.
잡스는 수치를 향한 맹목적인 집착을 대기업형 행동양식으로 간 주했다. 그는 회사에 유익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절대 수치에 사로잡히 지 않았다. 쏟아지는 데이터를 참고할지언정 최종적인 판단은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 의지했다. 그것이 사람의 행동양식이며, 그것이 단순 함을 유지하는 길이다.
공개 프레젠테이션에서 잡스가 몇 번이나 반복했던 이야기가 있 다. 그는 애플이 기술과 인문적 교양의 교차로에 자리한다고 입버릇 처럼 말했다. 그것이 잡스의 본질이다. 제품 디자인을 결정할 때도, 마케팅 전략을 결정할 때도 그는 이 정신에 근거했다. 통계를 맹목적 으로 신뢰하거나 스프레드시트에 적힌 수치를 보고 아이디어의 가치 를 가늠하는 법도 없었다. 그에게는 오로지 아이디어 자체가 존재할 뿐이며, 훌륭한 아이디어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 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과 감성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브랜드를 구축 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고 입증할 수도 없는 것들이 더 중요할 수 있 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잡스는 분석에만 의존해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는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에게 애플이 어떤 제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는 경영자보다 나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 전문가의 의견이나 분석 수치는 명령이 아닌 조언으로 받아들여라. 비즈니스적으로 미묘한 상황, 기업의 더 큰 목표, 다양한 변수를 충분히 고려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 전문가의 조언을 무작정 따르기보다 다른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한 후에 거절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열어두는 것도 단순함의 원칙에 포함된다.
잡스가 변호사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반인텔 성향의 광고를 수 정 없이 내보냈을 때의 결과를 우려할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문제 가 된 것은 없었다. 광고는 예정대로 시작되었고, 애플은 원하던 방향 을 고수했으며, 인텔이 약간 열을 받기는 했지만 감옥에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한번 잡스가 옳았다.
- 처음부터 압도적인 전력을 내세우지 못하면 한 번의 타격으로 무너질 수 있다. 일방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이용하는 것이 내 아이디어를 훼손 없이 존속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인 2006년 잡스는 『뉴스위크 인터뷰를 통해,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애플의 능력 을 이렇게 언급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내놓는 첫번째 해결책은 지 나치게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여기서 포기하지 요. 하지만 계속 문제를 고민하며 양파 껍질을 벗기다보면 아주 고 상하고 단순한 해결책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잡스는 애플과 수많은 경쟁사들의 차이를 이 몇 마디로 집약해 표현했다. 애플이 해결책을 찾은 그 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 하다. 애플은 복잡함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면서 '마법'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당신이 이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굳이 제품까지 개발할 필 요는 없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도 동일한 원칙을 활용할 수 있 다. 이제 더이상 단순화하기 어려운 문단에까지 이르렀다.
- 컴퓨터 인터페이스에서 스큐어모프Skeuomorph란 인터페이스 요소중 하나로, 실생활에서 익숙한 사물을 상기시켜 그 용도를 명확히 드 러내는 장식 디자인을 의미한다. 컴퓨터 바탕화면의 폴더나 휴지통, 날씨 애플리케이션을 뜻하는 온도계 모양 아이콘이 간단한 예다.
스콧 포스톨 세계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스큐어모피즘 때문 에 힘들어했다. 예를 들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아이북스iBooks 애 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구식으로 보이는 나무 선반이 등장한다. 그리 고 애플이 의도적으로 iOS 기능을 맥 세계로 이전하면서 OS X도 이 런 유형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물들었다.
OS X 라이온의 달력 애플리케이션이 느닷없이 할아버지 책상 위의 크고 낡은 일정관리장처럼 보였다. 전화번호부 애플리케이션은 가죽 디자인으로 변했다. 노트 애플리케이션도 노란색 메모장에 종이 윗부분이 찢어진 형태로 마무리했다. OS X는 단순하고 우아한 인터 페이스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스큐어모프로 복잡해졌을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이것을 제거할 방법도 전혀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인터페이스에서는 일관성도 찾기 어려웠다. 달력과 전화번 호부는 가죽 디자인인 데 반해 메모장과 사전처럼 평소에 자주 사용 하는 다른 애플리케이션은 그대로였다.
현대 인터페이스에 과연 스큐어모프가 필요한지 논란도 벌어졌 다. 오늘날 사용자 대부분은 기술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굳이 현실 세계를 반영하지 않더라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스큐어모프에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애플의 스큐어모프는 우리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물건(가죽 일정관리장처럼) 같다고 지적했다.
조니 아이브가 비통해할 만도 했다. 멋지게 디자인한 하드웨어가 낡고 싸구려 같은 스큐어모프가 들어찬 스크린 때문에 그 수준이 떨어졌으니 말이다.
- "심플함이 복잡함보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심플해지려면 생각을 비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 이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심플함에 이르는 순간, 산맥도 옮길 수 있을 테니까요."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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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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