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오니즘

경영 2021. 3. 14. 17:00

- 현실 자각 능력이 뛰어났던 그는 '혁신 기술의 부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그것은 '스피드'를 활용하 는 것이었다. 삼성도 처음에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새로운 제품 이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 또는 그 기업)로 승부했다. 한국이 반도 체 시장도 제패했는데 제약 시장도 제패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서정진 은 생각했다.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특별한 강점에 집착하면 정작 중 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이야말로 간과하기 쉬운 요소다.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저서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 “시간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가지기 어려운 사치품”이라고 정의한다. 이 말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제약업계에 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간을 버는 자가 돈을 번다. 아픈 사람이 아프지 않을 시간을 벌어주는 의약품을 경쟁사보다 빨리 내놓아야 한다. 앞서 나간 제약사는 그만큼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셀트리 온은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의 동물세포 배양 공장을 가진 덕분에 제 품의 개발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아무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지 않을 때인 2006년부터 연구개발에 돌입했고,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일등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으로 채찍질하며 달려온 결과다. 셀트리온은 시장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바이오시밀러를 뜻하는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덕분에 셀트리온은 후발 주자와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었다.
- 서정진은 이런 직원들과 일하면서도 '빨리빨리'를 외친다. 그는 보 고, 지시, 회의 등 대부분의 업무를 전화로 한다.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는다. 카카오톡 앱도 깔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면 읽기만 하고 답은 전화로 한다. 글자를 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임원뿐만 아니라 실무자에게도 전화해서 묻고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긴다. 해외 출장 중에는 한국 시간도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통화 버튼을 누른다.  이상준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한번은 새벽 3시쯤 회장님께 전화 가 와서 잠결에 받았더니 자냐? 그냥 자라' 하고 끊으시더라"고 했 다. 다음 날 물어보니 갑자기 임상 설계 문제와 관련해서 뾰족한 수 가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회장님은 어떤 것에 꽂히면 꿈 에서도 그 문제만 골똘히 계속 생각한다”면서 “그러다 좋은 아이디 어가 떠오르면 까먹기 전에 빨리 알려주고 싶어서 대뜸 전화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를 금지하도록 했지만 서정진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서정진은 업무 속도를 올리려면 상황을 빨리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셀트리온의 계열사 사장들은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씩 서정진의 전화를 받는다. 서정진이 출장 중이거나 바쁠 때면 비 서실에서 대신 전화를 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아침 회의 이후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한번은 서정수 셀트리온제약 사장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회장실에서 전화가 왔다. 그는 “근무 중 이상무"라고 답했다.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고 대처하는 게 셀트리온의 습관이자 경쟁력이다.
- 서정진은 신세 졌던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는 하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덤으로 얻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주위 사람 모두에게 감 사했다.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고맙다, 미안하다"고 했다. 동료들에게도 “그동안 애썼다. 나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었던 거 다 용서해라" 하 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그는 이 시기를 '내 생 애 마지막 보름'이라고 표현하며 “내가 변하니 세상이 달라졌다”고 회 고한다. 서정진이 자신만의 '인생 하직 인사'를 할 때마다 주변 사람 들은 그에게 “무슨 일 있냐”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힘을 북돋아줬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줄 알았는데 가족, 친구, 동료들이 모두 그의 편이었다. 서정진은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대방에게 진짜 고마운 일을 쭉 얘기하니 감동하더라고요. 제가 변한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남들이 해준 고마운 일에 대해 한 번도 표현하지 않다가 덤으로 살기로 결심한 보름 동안 고맙다는 얘기를 쭉 하고 다녔더니 주변이 바뀌는 겁니다.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전부 내 머리와 내 능력으로 다 하려고 했습니다. 계획도, 전략도 완벽 하게 잘 세웠는데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아군이 하나도 없었어요. 다 '네가 해보라'는 말뿐이었거든요. 가만히 생각해봤습니다. 남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생각과 행동을 내가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 니까 직원들에게도 고맙다고 하고 잘했다고 칭찬하기보다는 야단만 쳤던 거죠. 툭하면 '너는 왜 이것밖에 못 하냐, 이 정도는 해야 할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저만 잘난 줄 알았던 헛똑똑이였습니다. 감사 인사라는 작은 변화 하나에 불가능한 것들이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 자살할 이유가 사라졌다. 서정진은 죽을 각오로 살아보자고 다짐 했다. 내 생애 마지막 보름 동안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 밀고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알게 됐다. 이 일은 서정진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그는 다시는 자살 따위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의 끝에 서본 경험은 서정진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들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서정진은 이제 두려울 게 없었다. 그는 망해가던 백스젠을 찾아가 다른 약이라도 만들 수 있게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설득했다. 백스젠은 동물세포 배양과 관련한 임상 자료들을 넘겨줬다. 거저 준 것인지 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혹자는 “제넨텍과 백스젠이 20년간 쌓아온 첨단 생명공학 기술과 신약 개발 노하우가 셀트리온으로 넝쿨째로 굴러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 기우성은 항상 양복 주머니에 세 가지 색깔의 볼펜을 넣고 다닌다. 검은색 펜으로는 회의 내용을 적고 상대방의 질문 내용은 빨간색, 본 인의 질문은 파란색으로 구분해 미팅이 끝나면 정리된 내용을 나눠 준다. 아무것도 없이 이야기하는 것과 프레임을 그려놓고 논의하는 것은 퍼포먼스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저는 지금도 볼펜 세 자루로 모든 걸 다합니다. 어떤 일이든 터지면 실무진에게 들어오라고 한 다음 정리를 합니다. 고객사와 협상할 때도 쟁점만 딱 집어서 제시해주면 집중도도 높이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지요.” 이런 업무 방식은 서정진의 영향이 컸다. 서정진은 정리와 요약의 달인이다. 그는 화이트보드가 없으면 종이를 꺼내놓고 적으면서 이야 기한다. 중복을 피하고 중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전달하려면 정리가 효과적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말할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 돼 있다. 주주총회에서 '대본' 없이 두 시간 동안 혼자서 떠들 수 있는 비결이다. 정리 능력은 서정진을 달변가로 만들었다. 그는 말을 많이,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양립하기 쉽지 않은 걸 해낸다. | 서정진이 말을 잘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하려는 대상과 메시지를 명확히 정리하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오 투자 행사에서는 투자자, 주 주, 창업가 세 부류로 청중을 분류해서 그들이 원하는 조언을 해준 다. 강연이 명쾌할 수밖에 없다. 회의 때나 업무 지시를 할 때는 예리 하게 세부 사항까지 정리해 이야기한다. 서정진과 함께 일하려면 수준 높은 정리 요약 기술이 필수다.  화이트보드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놓고 회의하는 방식은 '셀트리 온 컬처'로 자리 잡았다. 송도 본사의 회의실이나 임원 집무실의 한쪽 벽면에는 알 수 없는 외계어로 가득한 화이트보드를 흔히 볼 수 있다.  1공장의 새 식구로 들어온 화이트보드와 라꾸라꾸는 직원들의 분 신 같은 존재가 됐다. 공장 허가와 관련된 부서원들은 공장에서 먹고 잤다. 라꾸라꾸는 생산설비로 진입하기 전 1층 통로 옆 회의실 한쪽에 놔뒀는데 임직원들은 이 방을 '워 룸'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생사를 건 전쟁이었다. 이 과정을 겪은 한 직원은 “워 룸에서 일하다가 죽느니 차라리 폭격을 맞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 제약사들이 보기에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 제품도 없고 공장만 달 랑 가진 중소 제조업체에 불과했다. 그런데 서정진은 한 곳도 아니고 두세 곳의 중견 제약사를 한꺼번에 인수하겠고 했다. 배짱 하나는 두 둑했다. 서정진은 국내 제약사들이 기로에 섰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 로 밀고 나갔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 발효되면 기존 제약사가 안 주해온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영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정진은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제약사라면 셀트리온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 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정진의 발언은 콧대 높은 중견 제약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국내의 모 제약사 회장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제약사가 그런 사기꾼 기업에 회사를 파는 건 있어선 안 될 일”이라 고 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마땅한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제약 영업은 리베이트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런데 셀트리온이 인수 조건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했으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싸늘한 반응을 감지한 서정진은 전략을 수정했다. 코디너스의 경 영진과 친분이 있던 서정진은 이 회사가 사업 다각화 방안을 고민하 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화학제품 제조사인 오알켐을 셀트리온으로 둔갑시키는 연금술을 해낸 마당에 인터넷 쇼핑업체라고 안 될 이유가 없었다. 서정진은 제약 영업 사원도 판매 네트워크도 전무한 코디 스에 선뜻 바이오의약품 국내 유통 판권을 내어준다. 이때부터 이미 코디너스를 접수할 치밀한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판권을 넘긴 지 두 달 만에 서정진이 코디너스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것을 봐도 이런 추측은 이상하지 않다. 김형기 셀트리온 부사장까지 코디너스 이사로 선임됐고 코디너스의 실질적 지배자는 셀트리온이 됐다. 서정진은 껍데기뿐인 코디너스를 배후에서 조종해 한서제약까지 품 에 안았다. 코스닥 상장사와 중소 제약사,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 셀트리온은 세 가지 부수적인 이득을 봤다. 첫째는 시간 단축이다. 비 상장 제약사를 인수한 다음 상장시키려 했다면 최소 2년이 걸렸을 것이다. 코디너스와의 계약부터 한서제약 인수까지 걸린 시간은 우회 상장 때와 마찬가지로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는 논란의 최소화다. 코디너스가 한서제약 인수를 발표했을 때 셀트리온이 뒤에 있다는 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코디너스는 HS홀딩스가 보유한 한서제약의 지분을 사들였다. 과정은 비밀리에 진행됐고 총괄 지휘자인 서정진은 철두철미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서제약 출 신의 인사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셀트리온제약으로 바뀌었다고 느낄 정도로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됐다”고 했다. 이름난 제약사 대신 알려지지 않은 곳을 선택함으로써 셀트리온은 업계의 반발을 피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한 것 이다. 우선 넥솔이 코디너스에게 150억 원 규모의 판권을 넘겼다. 코디너스는 넥솔에 선급금 150억 원을 지급한다. 이후 코디너스는 150 억 원을 주고 HS홀딩스로부터 한서제약의 지분을 산다. 그러고 나서 코디너스는 회사 지분 147억 원어치를 넥솔에 양도한다. 넥솔은 판권 계약 때 코디너스로부터 받은 150억 원을 그대로 돌려준다. 계약 구 조를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하면 이렇다. 분명한 것은 넥솔이 손 안 대 고 코 풀기의 명수라는 것이다. 코디너스는 상장사여서 자금 확보가 수월했고 보유 현금도 많았기에 이 같은 스리쿠션' 인수가 가능했다. 제약유통업을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을 코디너스 경영진은 지분을 넥솔에 넘겨 돈을 챙긴 다음 회사에서 손을 뗐다. 셀트리온이 기획, 각본, 연출을 맡고 주연배우로 코디너스를 섭외한 한 편의 M&A 드라마다.
- 셀트리온은 '창업자의 역설'이 들어맞는 회사다. 창업자의 역설이란 혁신을 선도하는 회사가 근현대적 민주공화제가 아니라 봉건군주제 를 닮아가는 시대착오적인 현상을 말한다. 독특한 창업자 한 사람이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 으며 몇십 년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페이팔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탈업계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피터 틸이 주창했다. 탁월한 창업자를 꿰뚫어보는 눈이 있었던 틸은 “점진적 발전을 넘어서 회사를 이끌 수 있는 특이한 개인이 필요하다”며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창업자들을 인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진은 바로 그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창업자다. 서정진은 매번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했다. 돈도 없으 면서 송도 땅을 매입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 2공장을 지었다. 직접 상장이 무산되자 우회상장을 감행하더니 돌연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로 변신을 선언했다. 서정진에게는 20년 앞을 내다보는 5단계 계획 이 있었다. 1단계는 생산 공장 건립, 2단계는 연구개발 기술력 확보, 3단계는 의약품 유통회사 설립, 4단계는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구축, 5단계는 종합 신약 개발회사로의 도약이다. 돌이켜보면 서정진은 처 음부터 빅픽처를 제시했다. 2002년 2월 셀트리온이 출범했을 때부터 그는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회사에서 신약 개발회사로 도약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셀트리온이 지나온 길은 그의 지도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09년 서정진은 난데없이 제약사를 인수했다. 합성의약품 사업은 그의 5단계 계획에 등장하지 않는다.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 는 CMO업체와 합성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사는 시너지를 낼 수 있 는 부분이 거의 없다. 인수 목적은 합성의약품이 아니었다. 제약사의 제품이 아니라 그들이 보유한 의약품 영업망과 판매 네트워크였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내놓을 신약을 팔아줄 유통회사가 필요했다. 서 정진은 판매망을 갖춘 제약사를 사들여 그 회사에 국내 판권을 넘기 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신약 자체로 얻는 수익뿐만 아니라 유통 마진까지 모조리 셀트리온이 가져갈 수 있다. 셀트리온이 한서제약을 인수한 것은 바이오 벤처로 시작한 회사가 제약사를 인수한 국내 최초의 사례였다. 서정진은 2단계가 완성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3단계를 준비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20년 플랜 대로 한발씩 나아갔다.
- 서정진은 혁신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른 제약바이오 회사 CEO들 과 달랐다. 그들은 바이오시밀러를 복제약으로 얕잡아보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신약을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빅파마들이 만들 어 놓은 생각의 틀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의 능력과 사 업 기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위에서 보면 백두산이나 한라산 이나 비슷해 보인다. 평지에서 봐야 산맥이 얼마나 높고 험준한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객관적인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사람만이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꿈은 크게 가지되 세부 목표는 작게 세워서 하나씩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셀트리온은 자신의 위치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바라봤 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혁신을 정의했다. 개미 바이오 벤처가 연간 수 십조 원을 벌어들이는 공룡 제약사들과 같은 운동장에서 뛸 수 없다는 것을 애초부터 인정하고 작은 것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신약 개발 사들이 포진한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모인 마이너리그에서 퍼스트 무버의 개념을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 문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업계에서 게임의 룰을 만들었고 새로운 경쟁체제를 구축했다. 그러자 바이오시밀러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노 바티스, 화이자 등 거대 제약사들도 슬그머니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셀트리온이 스스로를 복제약 회사로 여겼다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업계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도 서정진은 새롭 게 바라봤다. 바이오 전문가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방식을 셀트리온 은 효율적으로 개선하려고 했다. 이런 태도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만들었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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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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