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내내 수많은 저자들이 팀제가 관료주의보다 나은 업무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1920년대에 메리 파커 포켓 Mary Parker Follett을 시작으로, 1930년대에 엘튼 마요Elton Mayo와 체스터 바너드 Chester Barnard, 1940년대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 1960년대에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 1980년대에 톰 피터스 Tom Peters 와 로버트 워터먼 Robert Waterman을 거쳐, 1990년대에 더글러스 스미스Douglas Smith와 존 카첸바흐 Jon Katzenbach, 그리고 2000년대에 리처드 해크먼 Richard Hackman까지 비슷한 주장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사가 개별 직원을 관리하는 관료주의적 시스템을 집요하게 고수했다. 한 가지 이유는 팀제로는 대규모 조직에서 규율 잡힌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경영 신념이 널리 퍼진 탓이었다. 복잡한 일회성 문제를 해결할 때는 팀이 유용하지만, 큰 조직에서 지극히 평범한 업무를 해결할 때는 관료주의가 더 낫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20세기 조직의 팀들 대부분이 이름만 팀이었기 때 문이다. 그들 대부분은 사실상 팀이 아니었다. 이는 팀의 리더가 관 료주의 체제의 상사들과 똑같이 행동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높은 성과를 내는 자기조직화된 팀이 드물었기 때 문이다. 팀제를 다룬 여러 책들이 고성과 팀들(10퍼센트나 20퍼센트가 아 니라 두 배, 세 배, 심지어 몇 배씩이나 높은 성과를 내는 팀들)은 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우선 적당한 사람들이 모여야 했다. 그리고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야 했다. 별이 일직선으로 정렬하듯 운이 완벽히 따라줘야 했다. 그러면 높은 성과가 따를지도 모르는 조건을 만들 수도, 잘 해보 라고 격려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은 가뭄에 콩 나듯 일어나는 사고에 불과했다.
- 애자일 운동 초기에는 보통 고성과 팀이 있으면 조직 전체가 저절로 기민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는 데 온전히 집중하는 애자일 팀이 있어도, 나머지 조직이 비용을 절감하거나 주가를 올리는 데 매달리는 하향식 관료주의로 운영된다면 별 소용이 없었다. 이런 역학관계는 애자일 경 영을 저해하고 결국은 파괴하게 된다. 심지어 팀 차원에서 애자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조직에서도 이런 문제가 만연해 있다. 애자일 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90퍼센트가 애자일 팀의 운영 방식과 조직 전체의 운영 방식이 서로 부딪친다고 답했다. 그중 절반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네트워크의 법칙'은 애자일 운동(조직 전체를 기민하게 만드는 운동)의 최전선이다. 애자일은 조직 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 20세기 경영 사상은 본질적으로 기업을 기존의 사업 모델을 착취하는 효율적이고 안정된 기계로 본다. 구글 경영자인 에릭 슈미트와 조너선 로젠버그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쓴 것처럼, “전통적인 MBA 스타일의 사고방식은 경쟁 회사에 비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구축한 다음, 요새를 봉쇄하고 끓는 기름과 불화살로 요새를 방어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 애자일은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전제를 수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경영자들은 이 과정을 불편해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에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마치 문법 이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실제 경험하고 연습해야만 애자일이 제2의 천성이 되고 자동화가 된다. 단지 “애자일 툴과 프 로세스”를 실행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애자일 사고방식을 완전히 체화하고 그와 관련된 근육 기억을 키워야 한다. 궁극적으로 애자일은 사고방식이 다른 세상을 이해하고 그 세상 과 교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에 따르면, 애자일 사고방식을 갖추 지 않으면 툴과 프로세스와 프랙티스를 책에 적힌 대로 전부 실행한 다 한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반대로 조직원들이 애자일 사고방식을 갖추게 된다면 무슨 툴과 프로세스와 프랙티스를 사용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사고방식이 일을 성사시키는 핵심이다. 결국 애자일은 사고방식이다.
- 세 가지 법칙 중에서 첫 번째(작은 팀을 구성해 짧은 주기로 작업하는 개 념)가 애자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 초기 애자일 실행 단계에서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진 덕분이다. 하지만 두 번째 법칙(기업의 목적은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머지 두 법칙을 설명하는 원칙이면서, 동시에 애자일 조직이 왜 그렇게 운영되는지 가장 큰 통찰력을 제공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 세 번째 네트워크의 법칙은 애자일 경영의 핵심이다. 전체 조직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면 고성과 팀이 아무리 고객 중심으로 일해봤자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 가지 법칙을 하나로 합쳐 공동의 외부 목표에 집중할 때, 애자일 경영 을 진정으로 수용하게 되고, 결국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험 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애자일 경영은 세 가지 법칙으로 이루어지며, 그 세 가지가 합쳐져서 애자일 조직의 근간을 만든다. 세 법칙을 알면 특정 맥락에 적용 가능한 (혹은 불가능한) 무수히 많은 애자일 프랙티스들을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수행 방식은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애자일 사고방식과 그것을 구성하는 세 가지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 '작은 팀의 법칙'은 운용 매뉴얼에 기록할 수 있는 특정 툴이나 프로세스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애자일을 툴이나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면 엉뚱한 것을 찾고 있는 셈이다. 누구도 가게에 가서 “애자일 경영법을 구매할 순 없다. '작은 팀의 법칙'은 원칙적으로 복잡한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대한 이론이다. 어떤 특정 조직에 등장한 프랙티스는 애자일 사고방 식과 그 조직의 특정한 맥락이 상호작용한 결과물일 것이다. 그것이 컨설턴트 회사에 가서 “직원들에게 애자일 경영 툴과 프로세스를 훈 련시켜달라”고 의뢰한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힘든 한 가지 이유다.
- 높은 성과를 내는 팀제 관행은 널리 보급되지 못했지만, 팀제와 관련한 언어는 널리 퍼졌다. '팀 정신’, '승리', 자아실현’, ‘우수함', 목표에 대한 헌신', '완벽함에 대한 욕구' 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렸다. 하지만 이런 언어들은 대개 실체가 없는 텅 빈 메아리였다. 공허 한 표현과 거짓 흥겨움에 들뜬 열광이 이 언어의 세계를 가득 메웠 다. 그러니 실제 이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낭만적인 척하는 기만적 언어를 서툴고 단조롭게 모방한 것에 불과했다. 마법에 걸린 회사가 주인공인 동화 속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
- 반면 애자일 경영의 창시자들은 일부러 재미없고 심지어 투박한 용어를 선택했다. “스크럼”, “스크럼 마스터”, “상품 소유자”, “간 반”, “번다운 차트”, “실행 가능한 소프트웨어”, “스프린트”, “스탠딩 회의”, 업무를 그저 “완료” 하는 것을 넘어 “완전히 완료” 하는 것 들이 그것이다. 여기엔 마술이나 마법에 대한 암시도, 자아실현 운운하는 거창한 언어도, 거짓된 동료애도 없다. 그 대신 혼이 쏙 빠질 정 도로 복잡한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직원들이 중단 없이 계속 일하도록 만들고, 진짜 전문 지식을 활용하고, 장애물을 제거하고, 고객에게 끊임없이 가치를 전달하는 데만 오롯이 집중한다. 그러니 애자일 팀은 20세기의 초창기 팀들과는 다르게 운영될 수 밖에 없었다.
- 모든 진실은 세단계를 거친다.
처음에 비웃음을 산다.
그다음에 무참하게 억압당한다.
마지막으로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기업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기꺼이 돈을 지불함으 로써 혼자 오롯이 자원을 부로, 물질을 상품으로 바꾼다. 기업이 스스로 무엇을 생산한다고 생각하는지는 기업의 미래와 성공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고객이 자신이 구매한다고 생각하는 것, 고객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이 무엇인지, 기 업이 무엇을 생산하는지, 기업이 앞으로 번창할지를 결정한다.” (피터 드러커)
- 하향식 혁신은 질서정연하지만 어리석을 때가 많다. 반대로 상향식 혁신은 혼란스럽지만 현명할 때가 많다. 이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한층 강조한다. 모든 직원들이 크리에이티브한 창조자 또는 제공자가 되어 야 하며, 모든 상사들은 (...) 상향식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영감을 주고, 그렇게 만들어진 혁신을 하향식으로 손보고 다듬고 통합해서 제품, 서비스, 콘셉트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칼슨의 법칙, 미국 쇠망론, 토머스 프리드먼)
-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는 잡스가 자신의 사업 철학을 길게 설명하는 매력적인 대목이 등장한다. 삶이 끝나갈 무렵, 그는 지나온 나날을 정리한다. 그에 따르면 그의 임무는 아주 명확했다.
“직원들이 위대한 제품을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이는, 오래가는 회사를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 뒤 사업을 하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던 지난날로 눈길을 돌린다. 그리고 위대한 회사들이 “몰락하는 이유"에 대한 평소의 지론을 펼친다. “기업이 혁신하고 성공해서 독점적 위치에 오르게 되면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그때부터 회사는 뛰어난 영업사원을 중시하기 시작한다. 영업사원이 매출을 올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업사원이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고 제품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들의 노력은 회사의 일상적 업무에서 더 이상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다. 사실상 회사가 생산에 “신경을 끄게 된다. IBM과 제록스도 이런 식으로 쇠퇴 했다고 잡스는 말한다. 이들 회사를 주도하던 영업사원들은 똑똑하고 언변이 뛰어났지만 “제품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이렇게 가다가 결국 위대한 기업은 운명을 맞게 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훌륭한 제품인 까닭이다.
- 새로운 틀이 처음 등장하면 기존 패러다임을 지지하는 세력들, 즉 기존 패러다임의 판을 키우는 것에 경력과 삶을 바친 사람들의 적개심과 조롱이 쏟 아진다. 이들은 새로운 체계의 불가피한 틈새와 결함을 들먹이며 수용해서 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은 빨리,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어서 다른 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각자 서로 다른 이론을 추구하는 시 기가 온다. 이제 기존의 실세들은 혁명적인 틀을 이론적으로 불건전하고 불 완전하고 무책임하다고 공격한다. 혁신가들은 지배적 패러다임으로는 해결 되지 않는 변칙들을 어떻게 설명할 거냐며 늘어가는 변칙 목록을 지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틀의 틈새가 메워지고, 체계가 통합되고 완성된 다. 그제야 새로운 틀이 세상의 원리를 더욱 생산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라며 여타 과학자들이 몰려든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새로운 틀이 구식틀을 대 체해야 한다고 동의하면, 많은 이들이 여전히 옛 방식대로 사고하고 가르치기를 고집하는데도 불구하고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다. 과학자들이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면서 해당 분야의 연구 방향이 달라진다. 구식 데이터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들도 등장한다. 그러다 어느 시기가 되면 교과서 내용이 바뀌고, 대학 교과 과정이 수정된다. 알력다툼이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주류 과학계를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주변부에서 제기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 많은 조직들이 이런 접근법을 시도해왔다. 경영진을 한두 개 층 정도 걷어내고 유독 정신 사나운 프로세스의 일부를 단순화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관료주의는 다시 자라난다. 반발이 일어서가 아니라, 온전히 헌신하지 않아서다. 관료주의의 토대가 되는 근본적 사고방식(권력은 위에서 내려가는 것이고, 결정은 직급의 권한이며, 통제는 꼭 필요하다는 사고)에 도전하지 않고도 관료주의를 걷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조직들이 관료주의를 없애는 데 도전했고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관료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위로부터의 헌신이 없으면 소소한 노력들은 금방 중단되거나 가장자리로 밀려나게 된다. 어떤 조직도 절반의 조치로 관료주의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관료주의는 그만큼 회복력이 좋다. 최고경영자가 “관료주의는 죽어야 마땅하다” 라고 말하기를 꺼려한다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게리 해멀)
- 시장 기반의 접근법에서 생길 수 있는 이슈들
* 각 사업부가 진짜 독립적인 수익 센터라면, 왜 개별 센터를 독립 회사로 만들지 않는가?
* 독립 회사인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의지가 있는가?
* 각 수익 센터의 목표가 수익이라면,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돈벌이로 목표가 변질되지 않을까? ? 이윤 창출이 보장되어 있는데 전략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 때문에 시장 기반의 접근법으로 애자일을 성취하는 데 비판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부문 전임 사장 스티븐 시노프스키다. “추정 손익은 언제나 해롭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회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손익은 경영진이 자원 및 자본 배분, 가격 책정 등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대규모 조직에서 특정 부서가 발생시킨 수익과 비용만 계산하기란 매우 어렵다. 거기다 부서의 리더에게 통제권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렵다. 특정 부서의 손익을 계산하려 들면 필연적으로 내부에 집중하게 되고, 책임 을 전가하게 되고, 내분이 일어나게 된다. 장부를 두 권 놓고 일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러므로 손익을 따지는 것은 (리더의 통제권과 책임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정보를 토대로 결정하도록 도와주기보다 혁신, 협력, 공유를 방해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 피처 플래그의 작동법을 수준 높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때 팀원들이 제일 처음 하는 일은 수정할 코드를 분리하고 그 코드에 스위치를 다는 것이다. 이 스위치는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플래그로 작동한다. 스위치를 켜면 환경 설정이 바뀌는 것이다. 우선 팀은 플래그라는 안전망 뒤에서 코드를 작성한다. 어느 시점에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스위치를 켠다. 스위치 는 누구나 작동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직 계정을 가진 팀만이 스위치를 작동할 수 있다. 작업이 완료되면 팀은 특정 고객들을 위해 스 위치를 켠다. 그러면 그들이 수정된 사양을 미리 사용해보고 버그나 다른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정말 준비가 완료 된 것이다. 팀은 릴리스 노트(소프트웨어 제품을 배포할 때 함께 나눠주는, 제 품의 기능 및 수정 사항 등에 관한 설명서 - 옮긴이)를 준비한 뒤 스위치를 올 려 모두에게 배포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런 다음 돌아가서 기존 코드를 리팩토링refactoring(겉으로 보이는 동작의 변화 없이 소프트웨어의 구조를 더 좋게 바꾸는 것 - 옮긴이)한다. 이렇게 하면 팀들은 서로의 작업을 방해 하지 않고 같은 코드로 함께 일할 수 있다.
- 경직된 조직을 만드는 것은 사고방식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역량이 아닌 권위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고, 뭘 하려고만 하면 법적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미국 전국경제조사국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의 연구원 줄리 울프Julie Wult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년 동안 경영 컨설턴트와 유명 경제지들이 대기업들에게 위계질서를 약화시키라고 촉구해왔다. 직급 수평화(이른바 직급 체계 간소화)는 보통 기업의 위계 구조에서 계층을 없애고 관리자의 통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평화의 이점 은 결정 권한을 아래로 양도해서, 고객과 시장 대응성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책임 감과 사기를 개선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직급 간소화가 약속대로 결정 권한을 아래로 양도했는가? 울프의 결론은 그렇지 않다'였다.
- 그녀는 약 15년 동안 300개가 넘는 미국 대기업을 견본으로 뽑아 보고체 계, 직무 설명, 보상 구조 등에 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리고 경 영진과의 탐색 인터뷰(최고경영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및 경영진의 시간 활용 데이 터(최고경영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료를 수집해서 이 역사적인 데이터 분석을 보완했다. 그 결과 그녀는 직급을 간소화한 기업들이 오히려 상부에 더 많은 통 제권과 의사결정권을 부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평화는 기대와 정반대 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상부를 수평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중앙권력을 강화하는 복잡한 현상을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관리자들은 위계질서의 수평화를 외치면서도 계층적 언어로 사고한다. 아직 코페르니쿠스 이전의 내부 지향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직급의 개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능력을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네트워크의 법칙)과 외부로 시선을 돌려 고객을 기쁘게 하겠다는 태도(고객의 법칙)를 수용하지 않는 한 말이다.
- 전략이 있다는 것은 눈앞의 사소한 것에서 높이 시선을 들어,
멀리 있는 본질적인 것을 보는 능력을 말한다.
즉, 증상보다는 원인을,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로런스프리드먼)
- 시장 창조형 혁신은 보통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거나 기존 고객에게 뭘 원하는지 묻는 것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헨리 포드도 말하지 않았던가. 고객들에게 뭘 원하느냐고 물었더라면 더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이라고, 시장 창조형 혁신은 일단 가능성을 발견한 뒤, 완 전히 새로운 고객층을 기쁘게 할 무언가를 상상하고 전달하는 데서 비롯한다. 요컨대 아무도 실리콘밸리를 압박해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라고 하지 않았다. 애플을 압박해서 아이폰을 만들라고 하지 않았다. 스타벅스를 압박해서 새로운 맛의 커피를 10억 개씩 만들라고 한 적이 없다. 이 회사들은 스스로 경험해본 뒤 고객들을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할 무언가를 제공했다. 제품이 수요를 창출한 것이다.
- 헤이든 쇼네시 Haydn Shaughnessy는 이렇게 말한다. “외부화에 성공하면 사내 생태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든다. 그러면 경영진이 기지를 확장하는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사라진다. 애플의 경우를 보자. 그들은 외부에 약 50만 명의 개발자들로 이루어진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는 경영진이 내부에 앱 개발자 부대를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행정적 부담을 던다는 뜻이다. 이러한 외부화는 규모를 관리하는 부담을 줄여주고, 확장 속도를 키워준다. 슈와이터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 결과물을 전달하기 위해 플랫폼 생태계를 개발하고 확장하는 식으로 판이 돌 아가고 있다. 아마존도 이미 판매자들을 위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 다. 모든 업계의 선도 기업들이 플랫폼을 제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GE와 지멘스 역시 거래, 운영, 물류 및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용이하게 하도록 각각 다양한 회사의 기계와 장치를 연결하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개발했다.
- 문화는 승부의 한 요소가 아니다. 문화 자체가 승부다. (루이스 거스너)
- 흥미롭게도 SRI의 조직 문화를 바꾼 핵심 요소는 그가 “문화를 바꾸자”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들의 문화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말한다. “그래서 누군가 조직 에 갓 들어와서 문화를 바꾸자고 하면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한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우리 문화가 뭐가 잘못됐다는 거지?' 누구도 사람들이 그런 걱정을 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나는 직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한 번도 '문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저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말했다. 내겐 큰 주제가 몇 가지 있었다. 나는 그 주제를 언제나 반복했다. '문화를 바꾸자'라는 단어는 입에도 담지 않았다.”
- SRI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했다. 그들 모두 그곳을 사랑했고, 그곳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력했고,두려웠다.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살아남기 위한 행동일 뿐이었다.
- 기업들은 다음 네 가지 경영의 덫을 피해야 한다.
? 현재 주가에 반영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덫
?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는 덫
? 고객과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희생하고 단기 이익에 초점을 맞춘 비용 중심 경제학의 덫
? 더 생산적인 미래로부터 현재를 추론하는 대신, 과거로부터 미래를 유추하는 회고적인 전략의 덫
-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먼은 1962년에 쓴 책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견해를 일축했다.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오직 하나, 바로 기업의 이익을 증대할 목적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하고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1970년 9월 13일, 프리드먼은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수익 창출에 전념하지 않는 기업 경영자들을 비난했다. 그가 보기에 그런 경영자들은 "타인의 돈을 보편적 사회 이익에 낭비하는 사람들”이었다. 프리드먼은 경영진이 시장에서 진행중인 변화의 대재앙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1970년에 기고한 칼럼 에서 이 문제를 단칼에 정리했다. 경영자들에게 오직 한 가지, 바로 주주를 위해 돈을 버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주주가 회사의 소유주였다. 경영자들은 주주를 위해 일했다. 회사는 “법적 허구”였다. 글의 어조는 격렬했다. 회사를 위해 돈을 버는 목표 외의 것을 추구하는 경영진은 누가 됐건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신도 모르게 자유 사회의 근간을 훼손해온 지식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을 해온 셈" 이었 다. “분석이 조잡하고 정확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들은 유죄였다. 심지어 직원, 고객, 기업에 불법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비선출직 공무원”을 자처하는 것이었다. 변화의 대재앙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경영진에게 프 리드먼의 제안은 거부할 수 없는 명확성을, 즉 수익을 내는 데만 집중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제공했다.
- 프리드먼의 칼럼이 성공한 이유는 그의 주장이 지적으로 설득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사실 그다지 설득적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경영진이 그의 주장을 믿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수익성이 높은 길을 찾느라 필사적인 그들에게 프리드먼의 칼럼은 뜻밖의 선물이었다. 직원, 고객, 회사, 사회의 요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걱정할 필요 가 없어졌다. 오직 주주를 위해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하면 됐다. 그러 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해결해줄 터였다. 1976년 두 명의 새로운 대변인이 등장했다. 역대 가장 많이 인용 되었지만 동시에 가장 적게 읽힌 비즈니스 칼럼의 집필자인 금융학 교수 윌리엄 메클링 William Meckling과 마이클 젠슨Michael Jensen 이었 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따르는 경영진에게 주식을 후하게 보상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게 만들 경제적 근거를 정량적으로 제시했다. 그들의 글은 어떻게 해야 경영진의 개인적 이익과 기업 및 주주의 이익을 일치시킬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주식 보상제도를 도입하면 경영진이 부분적 주인이 될 테고, 경영자들이 기업용 제트기 구입, 호화로운 본사 건설, 사치품 등에 현금을 낭비하는 것을 막아 또 다른 부분적 주인인 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 이제 경영자들이 주 인처럼 행동할 터였다. 그리고 “올바른 일” 주인을 위해 돈을 버는 일)에 집중한 대가로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것이었다. 메시지는 유혹적이었다. 이 메시지로 인해 금융(즉 판매 수치, 비용, 예산, 수익 등 숫자라는 렌즈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기업 이사회를 책임지게 되었다. 이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뿐이었다. 이 일이 회사 의 주인을 위해 돈이 되는 일인가? 자연스레 경영진은 부분적 주인 으로서 행복한 부작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 과정에서 부자 가 되는 것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 로널드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가 이 메시지를 정치적으로 비호하고 나섰다. 기업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문제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기업은 돈만 벌면 된다. 메시지는 순수하 고 단순했다. 칼 아이칸 Carl Icahn 같은 기업 사냥꾼들이 이 메시지를 즐거이 주창하고 나섰다.
- 자사주 매입은 일종의 기업용 코카인이 되어버렸다. 이 코카인을 흡입하면 잠시 동안은 천하무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약점과 공허함은 가려진 채 그대로 남아 있다.(이코노미스트)
- 사실상 많은 상장기업들이 “역 다단계 금융사기”를 당해왔다. 다. 단계 금융사기는 가치가 높은 회사라는 거짓말로 투자를 유치한다.반면 역 다단계 금융사기는 가치가 높은 회사를 인수해서 체계적으 로 가치를 쥐어짜낸다. 겉으로는 이익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주주에게 자원을 넘겨줌으로써 기업의 수익 능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거시경제 차원에서 보면 회사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쥐어짜내는 것은 최고경영자 개인의 판단 실수도, 드물게 일어나는 비정상적 일 탈의 문제도 아니다. 이는 근본적인 제도 실패의 문제다. 최고경영자도 똑같은 일을 하도록 돕는다. 이사회는 최고경영진에게 똑같은 일 을 하도록 장려한다. 경영대학들은 어떻게 해야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가르친다. 기관의 주주들은 최고경영자들과 공모한다. 규제 당 국은 직급이 낮은 개별 범죄자들만 조사하고 시스템의 실패에는 무 관심하다. 중앙은행은 간접적으로 돈줄을 대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결과에는 눈을 감는다.
- 핵심은 단기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관행이 실제로는 주주가치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투자자에게 교육하는 것이다. 아마존, 유니레버, 버크셔해서웨이는 주주가치 게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투자자들에게 분명히 밝혔다. 그렇지만 이들 회사들은 단기 이익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기는커녕 투자자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단기 경영을 해야 한다는 압박은 대부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모여드는 투자자의 성향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주주를 “기업용 코카인”에서 해방시키는 첫 번째 단계는 스스로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자원을 투입하라는 상장기업 내부의 압력은 애자일 경영에 심각한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한쪽에서는 애자일 경영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더해주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다른 한쪽(최고경영진)에서는 주식시장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려고 자원을 동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 과거로부터는 미래를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없다. (존 듀이)
- 여기서 문제는 “전략의 본질”이라는 개념이다. 전략의 본질은 경쟁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다. 전략은 여러 경쟁자들 가운데 단 한 명 의 승자를 가리는 대회가 아니다. 고객에게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포터의 다섯 가지 요인 모델은 결국 고객이 사업적 성공의 결정요인 이라는 기본 요점을 놓치고 있다. 이런 생각의 오류(전략의 목적은 고객에게 가치를 더하는 게 아니라 경쟁자 를 물리치는 것)는 시장 권력이 판매자에서 구매자로 이동하면서 당연히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제 고객이 선택권은 물론, 선택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 다른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 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포터가 1950년대의 과점적 기업들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이론을 세울 때만 해도 경쟁의 구조적 장벽은 광범위하고 견고하고 본질적으로 영원해 보였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나면서 세계화와 인터넷의 열풍이 불어 이런 장벽의 대부분을 허물었고 고객을 시장의 주인으 로 만들어버렸다. 의료와 국방처럼 정부가 규제를 통해 보호하는 몇 몇 분야를 제외하고 사업체들의 안전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간 장벽이 무너졌다. 지식이 상품이 되었다. 신기술이 눈부신 혁신과 급속한 변화를 부채질했다. 기존 시장으로의 진입이 놀랄 만큼 쉬워졌다. 난데없이 신제품과 신규 진입자가 나타나 오래된 산업을 죽이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며 산업 전체를 재편성했다.
- “산업의 이익 잠재력”은 유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따라서 누가 얼마만큼 몫을 챙기는지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익 잠재력은 오히려 굉장히 탄력적인 개념으로 변했다. 한순간 이익이 극적으로 팽창하다가도 갑자기 붕괴했으며, 경쟁자도 혁신도 바람같이 나타났다. 파괴적 혁신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믿었던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 애자일 경영에서 경쟁우위는 위치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전략은 장소가 아니라 활동이다. 애자일 경영은산더미 같은 과거의 데이터를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면밀히 살피는 것만으로는,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사실상 급속한 기술 변화의 세계에서 미래의 산업구조는 분명 현재와 다를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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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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