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의 세계

사회 2021. 1. 8. 07:41

1장 집중과 분산 : 화석연료 없는 문명이 가능한가 (제러미 리프킨)
- 2014년 인터뷰에서 리프킨은 기후변화로 지구의 물순환이 바뀌 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서 인간의 문명이 빈번한 재앙을 맞을 것이라 경고했다. 반다나 시바 역시 2017년 인터뷰에서 지구 생물 의 3분의 1이 사라진 오늘, 인간은 지구의 몸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권력에 상관없이 평등한 고통을 경험하는 지독한 시간을 겪을 수 있음을 알렸다. 리프킨은 코로나 19를 가리켜 기후변화로 서식지 가 파괴된 모든 생물이 대대적인 이주를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 다. 반다나 시바 또한 지난 30년 동안 300여 개의 감염병이 숲에서 나왔다는 거부할 수 없는 과학적 진실을 지적했다. 생태계 파괴가 부른 인간 문명의 위기다. 바로 개발과 이윤으로 치닫는 경제 질서가 초래한 위기이며, 이 질서를 뒷받침하는 화석연료 문명의 부작용인 것이다.
- 화석연료 문명은 채굴하고 추출하고 정제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역사상 가장 비싼 에너지 체제입니다. 우리가 창조한 이 인프라 때문에 우리 모두와 미래 세대까지 고통받고 있습니다.
- 인프라는 비즈니스 모델과 통치 모델의 종류를 상당히 많 이 결정합니다.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보면 중앙 집중식, 하향식에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어요. 화석연료 문명은 채굴하고 추출하고 정제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역사상 가장 비싼 에너지 체제이기 때문입 니다. 따라서 전체를 관리할 투자 자본을 가진 수직적으로 통 합된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필요했습니다. 마침내 35억 명의 노동자 중 550만 명만을 고용하고도 세계 총생산의 3분의 1 을 차지하는 500대 글로벌 기업들이 나오게 됐죠. 그 결과 우 리는 불평등과 마주합니다. 산업화 때문에 인류의 반이 잘살 게 되는 동안 나머지 반은 5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버팁니다. 우리가 창조한 이 인프라 때문에 우리 모두와 미래 세대까지 고통받아요.
- 역사상 중요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은 적어도 일곱 차례 있었습니다. 그리 빈번하지는 않았지요.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세 가지 결정적인 기술이 나타나 기존의 것을 수렴하고 인프라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 새로운 에너지 원천, 새로운 물류 이동성입니다. 커뮤니케이션 혁 명이 에너지 혁명, 물류 이동 혁명과 통합될 때 경제활동 방식, 통치 방식, 거주 양식이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납니다. | 저는 19세기에 첫 번째 산업혁명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 다. 이때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증기 동력 인쇄기였어요. 신문, 잡지, 교과서 등 대량생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죠. 여기에 전신이 가세합니다. 이 두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영 국에서 차세대 에너지와 융합합니다. 석탄이죠. 그리고 증기 엔진을 철도에 장착시킵니다. 이는 영국에서 권력이 움직이 는 양식, 사람들이 이동하는 양식을 바꾸었어요. 전 국토를 묶는 시장이 나옵니다. 경제가 소도시까지 포괄하는 단일한 국가 시장으로 확장되었지요. 확장된 사회집단을 지배하는 국민 정부가 등장합니다. 20세기 미국에서 두 번째 산업혁명이 일어납니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전화였어요. 역사적 사건입니다. 지금 의 인터넷보다 더 큰 사건이었지요. 라디오, 텔레비전과 함께 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새로운 에너지 자원과 결합합니다. 석유죠. 헨리 포드가 사람들을 새로운 형식으로 이동하도록 만듭니다. 내부 연소 엔진이라 부르는 자동차, 버스, 트럭, 그 리고 배와 비행기가 나옵니다. 주거 문화는 교외로 확장됩니 다. 그리고 세계가 생산과 물류 이동, 소비로 연결됩니다.
- 3차 산업 인프라는 탄력성과 활동성을 바탕으로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에게 물류 및 이동성 인터넷, 에너지 인 터넷,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이 있어도 분산된 전력망 없이 국 가적 전력망만 갖추고 있다면 3차 산업은 제 기능을 하기 어 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기후 재난, 사이버 테러 공격이 있을 때 즉시 국가적 인터넷을 지역과 지방 인터넷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역 구조가 3차 산업 인프라의 핵심입니다.

2장 중심과 주변 : 위기 이후 어떤 세계화가 도래할 것인가 (원테쥔)
- 서구, 특히 미국에서는 각자가 마스크를 벗을 권리가 있고, 말할 권리가 있다고 하죠. 만약에 당신이 그 권리를 막는다면 그들은 총을 들고 싸울 겁니다. 개인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개인 중심 사회의 특성이지요. 하지만 동양의 원주민 사회 에서 사람들은 사회 전체를 위해 어떤 종류의 자유는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서요. 우리는 미국인들을 비판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신 의 생계를 지킬 권리가 있으니까요. 마스크를 안 쓰는 것도 그들의 권리이고, 그러다 죽는다 해도 그들의 권리입니다. 우리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인의 70퍼센트 이상이 코로나 19로 35만 명이 죽음에 이르더라 도 감당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수 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잃더라도 집에 있습니다. 아무리 고위험군이라 하더라도 35세 청년이나 95세 노 인이나 똑같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 각의 차이이고 철학의 차이이고 가치의 차이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야 해요.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요구하고 싶어요. 그러니 우리를 비난하지 말라.'
- 새로운 트렌드가 나올 겁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입니다. 지 역 중심 세계화예요. 세계를 이끄는 나라들이 지역에서 생산 체계를 통합하여 세계 경제의 축을 이룰 겁니다. 첫 번째 축 은 미국이 선도하는 북아메리카 글로컬 체계입니다. 미국이 선도 국가가 되어 캐나다의 자연 자원, 멕시코의 노동력 자 원을 통합하는 재건입니다. 멕시코는 노동 분야에 있어서 거 대한 잉여 자원을 가지고 있고, 캐나다는 천연자원이 풍부하죠. 미국은 금융에 잉여 자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선도 국가는 반드시 미국이 됩니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를 재건 하여 북아메리카 통합을 조직하는 거죠. 두 번째는 유럽입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와 가까워질 거 예요. 그들 사이에 어떤 논쟁이 진행되건 얼마나 많은 갈등 이 있건,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만납니다. 러시아는 에너 지와 자연 자원으로 지역 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요. 인적 자 원은 동유럽과 중동 일부에서 충당합니다. 그들은 노동력, 천연자원, 서유럽의 자본으로 지역 통합을 조직합니다. 세 번째가 아시아입니다. 인도는 지역 통합을 이끄는 선도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거대 자본과 거대 산업이 아직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죠. 산업적인 잉여와 자본적인 잉여는 중국, 일본, 한국에 있습니다. 그래서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선도해야 하는데, 한국 경제 상황으로는 이를 혼자 할 수 없 어요. 동북아시아 세 국가들이 함께 선도 국가가 될 겁니다. 거대한 산업화, 자본화된 국가들로서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 는 10+1, 10+2 혹은 10+3을 의미합니다.(10은 동남아시아국 가연합ASEAN 10개국을 뜻한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까지 아 우르는 조직화가 지역 통합의 세 번째 축이 됩니다. 삼각형 처럼 세 개의 지역 중심 세계화, 글로컬라이제이션 청사진을 갖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 위기를 맞았고, 세계는 이 세 청사진을 인지하게 될 거예요.
- 중국에 대한 비난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됐어요. 그는 정권을 잡고 나서 중국을 몰락시키고자 중국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위협은 지금처럼 무역 전쟁이 아니라 신냉전 이데올로기 틀에서 이루어졌지요. 당시 서구 정치인과 언론은 하나의 개념을 구축했어요. 바로 중국 붕괴입니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자 서구 사회는 모두 다음 차례는 중국이 될 거라고 확신했지요. 중국 붕괴론은 어떠한 비판도 받지 않았습니다. 철의 장막이 무너졌으니까요. 그들에게 중국은 그제 죽의 장막 아닙니까. 우리는 훨씬 더 쉽다는 거지요. 그들은 1990년대 초부터 말까지 10년 동안 중국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중국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도 1993 년 일어난 동아시아 금융 혼란을 기억할 겁니다.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금융 위기에 빠졌고 침몰했어요. 한국 역 시 그때부터 심각한 문제를 겪기 시작했고요. 이 혼란은 미 국이 그들의 전통적인 산업구조를 데이터 산업으로 변화시 키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하고 3년 뒤, 미국은 자신들의 군사적인 우위를 보장했던 기술을 풀었 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죠. 오직 군사 시스템에서만 사용했고, 상업적으로는 쓰지 않던 기술입니다. 기밀이던 기술을 해제하자 1994년부터 하이테크 기업들이 이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가 번성했습니다.
컴퓨터, 인터넷, GPS, 터치스크린 모두 미국 국방부에서 개 발했고, 반도체는 미국 해군에서 개발했습니다. 아이폰에 적 용한 기술의 99퍼센트가 미국 국방 연구에서 나왔죠. 실리콘 밸리의 기술력은 미국 정부 자금과 국방부가 주도한 공공 연 구에서 출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게다가 이 새로운 산업은 합병을 반복하며 거대한 자본을 빨아들입니다. 금융자본이죠. 바로 동아시아에서 흘러와 미국 서부 신산업으로 들어온 자금이고 동아시아를 위기로 몰아 넣은 자금입니다. 그러나 우리 동아시아 사람들은 이를 분석 할 수가 없었어요. 그저 이 위기는 우리가 잘못해서 자초했 다고만 자책했습니다. 진실은 우리 땅에서 위기가 일어나고, 미국 신산업 단지가 이익을 차지했다는 거지요. 당시 중국도 혼란에 빠졌어요. 중국의 거대 은행들은 모두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불량대출이 3분의 1을 넘었죠. 한국보다 심했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보다 위험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 금융은 특별한 체계 아래 있었습니다. 재정 시스템이 은행 시스템과 분리되어 있지 않았어요. 모두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았습니다. 정부가 은행의 모든 불량대출을 없애라고 명령했고, 재정 쪽에서 모두 가져갔습니다. 그런 다음 해외 무역에서 나오는 잉여 자본을 은행에 줬죠. 중국 은행은 그 어느 나라 은행보다 건강해졌습니다. 불량대출 하나 없이 자기 자본으로 채워졌어요. 단 3년 만에 일어난 변 화였습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 중국 정부 소 유였던 대부분의 거대 은행은 상업 은행이 됐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자본시장에 뛰어듭니다. 미국이 선도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경쟁하기 시작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중국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였지요. 왜 특히 중국이었나요??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 경쟁을 치를 수 없었어요. 일본은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따르는 데다, 그들에겐 독립적인 은행 정책이 없었습니다. 미국이 일본에 엔화를 더 발행해 미국 채권을 사들이라고 하면 그들은 반드시 그렇게 합니다. 미국과 일본은 정치적 동맹이기 때문이죠. 중국만이 독립적인 경제 주권과 금융 주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융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었던 거죠. 바로 그때 미국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001년 금융위기입니다. 너무도 많은 금융자본이 미국으로 들어와 거품을 만들더니, IT 버블이 터진 겁니다. 동시에 그해 9월 9·11 테러'가 발생합니다. 경제 위기에 정치 위기가 덮치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보내고 전쟁에 4조 달러를 씁니 다. 미국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돼요. 반면 중국은 역대 급 성장을 합니다. 중국이 열심히 일해서 성장한 것이 아닙 니다. 미국이 맞은 위기 때문이었어요. 하늘은 중국에게 성장할 기회를 줬고, 미국은 거대한 위기를 맞아 산업이 대규모로 중국으로 가버립니다. 중국 산업구조 3분의 2가 다국적 기업에 의해 움직이게 됐어요. 그들은 중국에서 연 23퍼센트 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미국 다국적기업들은 중국에서 이익을 가져갑니다. 왜 미국 금융시장, 미국 주식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을까요?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는 해마다. 상승합니다. 다국적기업들이 중국과 같이 새롭게 출현하는 경제 발전 국가들 속에 들어가 이익을 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중국은 두 가지 면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그들의 산업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주식시장입니다.

3장 성장과 분배 : 왜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을 두려워하는가 (장하준)
- 미국에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일자리는 버리는 카드였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1998년 외환 위기 속에서 대량 해고가 벌어졌고요. 특히 외환 위기 당시 노사가 함께 위기를 타개 했지만 이후 상시적인 구조 조정 시대가 열렸습니다. 위기에 서 벗어나는 해법은 늘 해고여야 하나요?
신자유주의적 해법이지요. 최소한 2차 세계대전부터 1970 년대까지 많은 나라의 주요 정책 목표는 완전고용이었습니 다. 대공황 시절에 겪은 실업 트라우마 때문에 국민들이 고 용 안정을 원했고, 국가가 이를 따랐습니다.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고용 안정과 노동권이 다 약화됐어요. 미국은 지 난 3월 이후 6주 동안 신규 실업 급여 신청자만 3000만 명입 니다. 이도 유럽에 비하면 과소평가된 숫자예요. 미국은 신청 자격 요건이 까다롭거든요. 설사 3000만 명이 전부라고 해도, 미국 노동인구가 1억 6500만 명이니 18퍼센트에 해당 하는데, 코로나19 이전에 실업률은 4퍼센트였어요. 보수적으로 잡아서 한 주에 300만 명씩만 더 나와도 한 달 후에는 실업률이 30퍼센트에 육박할 겁니다. 대공황 수준이죠. 경제 적으로 봐도 돈만 쥐어주는 것보다 고용을 유지하고 월급을 정부가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효율적입니다.
실업은 사회적 비용이 더 크지요.
그럼요, 심리적인 타격을 어마어마하게 받습니다.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 갖고 있던 기술마저 노후돼 재취업하기도 힘들 고요. 기업에서는 새 사람 데려다 훈련하려면 그 비용도 엄 청나요. 예전에는 재교육 기간이 짧았죠. 봉제 공장 문 닫아 도 4~5주 재교육을 받으면 전자 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어요. 지금처럼 기술이 고도화된 시대에, 이를테면 철강이나 조선 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 보고 반도체로 옮기라고 하면 그게 쉽나요? 게다가 일자리 자체도 현격히 줄었습니다. 제 가 보기에 이 상태가 2년은 갈 텐데, 어떤 방식으로 풀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지금 당장은 돈을 준다고 하지만 그 실 직 뒷수습을 어떻게 할 거예요?
- 미국은 빈곤층 가운데 5만 명이 매년 오피오이드opioid(마약성 진통제) 중독으로 죽습니다. 지금처럼 실업자가 늘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좌절해서 약 먹고 술 마시고 아프거나 죽는 분이 더 생길 겁니다. 한국도 세계에서 자살률 1위잖아요. 1990년대 중반까지는 OECD 평균 이하였어요.
사회학자들은 자살이 급증하는 이유를 단순하게 도식화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가치가 급변할 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가치가 추락했을 때 자살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있죠. 집단 해고와 같이 존재감이 무너지는 일들과 연결된다고 봅니다.
저는 한국에서 자살이 급증한 이유를 IMF 체제하에서 고용 안정성이 줄고 고용 불안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봐요. 점점 개인주의 경향을 띠는 사회구조 속에서 복지 제도는 그에 발 맞춰 발전하지 않았고, 대가족제도에서 돌봄이 이뤄져 오던 방식도 해체되어 생긴 사회현상이라고요.
- 198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 엘리트들 가운데 미국 모델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어요. 경제기획원 관료들이 경제계 획을 없애야 한다, 이는 시장주의에 어긋난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자기 부처의 의무가 경제계획인데 경제계획은 나 쁘다는 발언을 하고 다닌 거죠. 묘하게도 소위 운동권 출신 들도 동조했어요. 산업 정책은 군부독재가 하던 파쇼 정책이다'라는 식으로요. 그렇게 경제기획원이 해산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없어지고 산업 정책도 거의 폐기되죠. 기업 들도 문민정부가 들어오고 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를 추진합니다. OECD 가입 조건 중 하나로 자본 시장을 상당히 개방하고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 유연화 정책을 들여왔는데, 특히 전경련에서는 주주 자본주의 논리를 들여와 정부가 기 업을 간섭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 이렇듯 IMF 전부터 신자유주의를 위한 토대가 이미 형성 되고 있었습니다. 정부 크기를 줄이고 기업에 더 많은 자유 를 주자는 정책 과정에서 외환 위기가 터진 것이죠.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서 재정국 차관으로 나오는 사람이 한 말이 당시의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해고 쉽게 하고, 구조 조정 쉽게 하는 시장주의를 퍼뜨려야 하는데 노동계, 시민단체에 서 반대해서 못하고 있다. 지금이 기회다” 라고요. 뒷이야기 지만 IMF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저항할 줄 알았는데..
- 빚내서 돈 쓰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면 대학 가려고 학자금 융자를 받아선 안 되고, 빚내서 사 업하면 안 되죠. 빚을 내더라도 나중에 소득이 더 늘어나면 빚을 내는 게 더 잘하는 일 아닌가요? 정부가 돈을 빌려 단기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주고, 실업 급여액을 올려 수요를 유지 하면, 기업들도 그 속에서 돈을 벌 수 있어요. 수요가 완전히 붕괴하면 기업들은 더 망합니다. 정부가 돈을 빌려 경제 전체 생산성을 높이는 곳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더 커지죠. 지금 돈을 빌리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기업 들도 부채 하나 없이 장사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해요. 더구나 한국은 재정이 엄청나게 건전한 나라입니다. GDP 대비 국채 비율이 40퍼센트 정도 되는데, 세계 최저 수준이 죠.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나라들이 35~40 퍼센트 사이로 가장 낮고, 한국이 그다음으로 낮아요. 한국은 2008년 금융 위기 났을 때 빼고 정부 재정이 매년 흑자입니다. 오죽하면 OECD같이 보수적인 기관에서 한국은 돈을 더 써도 된다고 그러겠어요. 저는 우리 경제를 '자린고비 경제'라고 부릅니다. 무조건 안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한국같이 매년 재정 흑자만 내는 나라는 없습니다. 재정이 가장 건전한 북유럽 나라들이 바로 복지가 세계에서 가장 잘 돼 있는 국가들이라는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복지 잘한다고 재정이 부실해지는 게 아니라는 거죠. 미국이 맨날 재정 건전성 입에 달고 살지만 GDP 대비 국채 비율이 100퍼센트도 넘어요.
- 우리는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잘못돼 있어요. 돈 있 는 사람들한테 거둬서 가난한 사람들한테 주는 걸로 생각해 요. 그런데 북유럽식 복지는 사회보험을 공동 구매하는 겁니 다. 의료보험, 교육보험, 연금보험 등을 국민이 공동 구매하 는 거예요. 미국이 복지 지출을 적게 한다고 말하지만 복지 지출이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부분이 개인 지출이 죠. 공공 지출만 보면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국민소득의 30퍼센트를, 미국은 20퍼센트만 지출하니까 미 국이 복지 지출을 안 하는 거 같죠? 하지만 개인이 쓰는 복지 지출까지 합하면 핀란드 다음으로 많아요. 그럼에도 의료보 험 체계가 잘못돼 다른 나라의 두 배를 쓰고도 선진국 중에 최하위 건강 지표를 보이죠.
-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토지개혁을 겪으며 사회가 굉장히 평평해졌어요. 교육도 한몫을 했죠. 주입식 교육을 하고 일률적인 시험을 통해 사람을 뽑다 보니 계층 상승하기 좋은 시스템을 갖추게 됐어요. 빈농의 집안에서 대법관도 나오고 교수도 나왔습니 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교육에 대한 맹신이 생겼어요. 모든 것이 교육으로 정당화되는 사회가 돼버린 거죠. 좋은 학교 나오면 무조건 잘났다는 식으로요. 한 세대가 지나 교육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사람 들에게 이제는 자기 자식을 보호하고 싶은 애착이 생깁니다. 바뀐 대학 입시 제도의 명목은 좋았어요. 달달 외는 공붓벌레보다 생각도 많이 하고 글도 잘 쓰고 사회봉사도 많이 하는 애들을 뽑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결국은 돈 많은 애들 뽑자는 거예요.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지 몰라도 결 과는 그래요. 지금 돈 많은 집 애들이 공부 잘하잖아요.
-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열성에 점수를 매기는 셈이지요. 교육이 계급 재생산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배워온 겁니다. 지금 미국은 더 심해요. 오죽하면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버니 샌더스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고 싶으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이민 가라고 했겠습니 까. 미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라는 거죠. 그 핵심에 교육이 있습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영국은 대부분의 대학이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 운영하는 국립 학교예요. 그러다 보니 대학입시 때 자기소개서를 500단어만 쓰게 합니다. 학교도 다섯 곳만 지원할 수 있고요. 가난한 집 아이도 들어갈 틈이 생긴 거죠. 미국은 스무 곳씩 지원할 수 있고, 학교에 맞춰서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니까 결국 부잣집 아이들이 컨설턴트 동원해서 쓰든지 아니면 교육 잘 받은 부모가 도와주든지 합 니다. 게다가 대놓고 동문 자녀 입학 특혜도 주죠. 그렇게 교 육이 계급 재생산 체제가 되어가는 거예요. 수치로 얘기하면 미국 같은 경우 소득에 따른 부모와 자식 의 상관관계가 80퍼센트 정도예요. 부모를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결정되는 사회죠. 덴마크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은 30퍼센트밖에 안 돼요. 대부분이 능력으로 결정된다는 얘기입니다. 모두 공교육이고 가난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죠. 솔직히 돈 없고 어려우면 부모들 맨날 싸우고 애들 공부할 맛이 나겠어요?? 물론 예전 한국 교육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암기를 강 요하는 주입식 교육이었죠. 그런 교육 환경을 바꾸는 과정에 서 의도는 선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완전한 계급 재생산 체제가 됐습니다. 우리도 부모가 자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20~30퍼센트인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평등한 조건을 만들 지 않고 공정성만 이야기하는 건 기득권 세력에게 계속 잘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런 사회가 만들어졌나'를 생각해야 해요.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가려져 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정말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입시 제도만 바꾼다고 될 일도 아니고 복지 제도도 확대해야 하고, 사회적인 문화도 많이 바꿔야죠.

4장 혐오와 사랑 :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사 누스바움)
- 미국 백인들은 흑인들에게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동물로 취급했지만 사실 모 든 인간은 다 비슷비슷한 냄새를 풍깁니다. 이렇게 타인을 종속시키려는 전략으로 작동하는 혐오는 흑인, 여성, 성소수 자 등을 동물적인 존재로 만들면서 모든 인간이 갖는 동물성 을 부정해왔습니다. 코로나 19 위기는 몇 가지 혐오를 다시금 강화했어요. 당신 이 언급했듯이 미국에 있는 동아시아계 사람들이 편견과 낙인의 대상이 되었죠. 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두드러지지 않 았던 혐오입니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았어요. 미국의 대통령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봅니다.
- 공공 의료 전문가들은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민간 의료 서비스나 민간 의료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국민의 경제적 불평등과 건강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말해왔습니다. 그 나라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 의료보험을 시행하고 있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현재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편적인 의료보험 체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꾸준히 늘고 있죠. 세계보건기구와 다양한 국제 개발 기구들도 국민 건강보험을 권장합니다.
- 미국의 고등학생들 사이에는 점심을 먹지 않는 문화가 있다. 미국인들에게 학교급식은 오래전부터 공짜 점심free lunch으로 불렸다. 가계 소득이 낮다는 증명을 통해 지급받는 식사다. 카페테리아에 줄 서 있 는 자체가 저소득층 출신이라는 낙인으로 작동한다. 물론 도시락을 싸기 귀찮거나 어려워 돈을 내고 먹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조차 사춘기를 지나면 점심 식사 줄에서 있기를 포기한다. 구분은 차이를 드러냈고, 결국 낙인으로 작동하는 문화가 되었다. 사회적 불평 등의 골이 깊어진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우울도 함께 자라고 있다.

5장 개별과 보편 : 우리는 질병과 죽음 앞에 평등한가 (케이트 피켓)

6장 기술과 조정 : 세계는 다음의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닉 보스트롬)
- 1990년대에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교육을 하러 한국에 간 적이 있어요. 야시장으로 안내하더군요. 한 평 남짓한 자리마 다 여성들이 무언가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생계입니다. 우리가 집 안에서 무언가를 주문한다면 우리는 야시장에 가지 않을 거예요. 그 여인의 생계는 어떻게 될까요? 전 자상거래는 실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과 경쟁합니다. 매 우 집중화된 운영이고 그 분배 사슬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생계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플랫폼 안으로 더 많은 자본 집중이 일어나고 있죠. 이미 호텔 업계가 재편됐고, 택시 회사들이 무너졌어요. 우리는 월마트로 학습한 고통을 아마 존으로 복습하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은 골목 깊숙이 더욱더 파고들고 있습니다. 종자와 산업화 농업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 지난 1월 CES 2020(세계 최대 소비자 전자제품 박람회)에서는 임파서블푸드의 가짜 소고기 버거가 숲을 보호하고, 지구온 난화를 막을 쾌거라는 칭송을 받았습니다.
가짜 고기는 GMO(유전자변형생물) 콩으로 만들었어요. 왜 아 마존 열대우림이 잘려나갈까요? GMO 콩을 재배하기 위해 서예요! 식품 소비 구조를 유전자조작 산업으로 옮겨가려는 겁니다. 식물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대부분의 가짜 고기 원 료가 GMO 콩이에요. GMO 콩으로 만든 버거를 먹으면서 숲 을 보호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GMO 콩 경작지로 둔갑하느라 아마존이 타 들어갑니다. 미 중부에 있는 광활한 GMO 콩 재배지도 생명의 무덤이 레디 콩(몬산토가 만든 콩으로 강한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다)으로 매년 종자 거래 이윤을 남기고자 불임 씨앗으로 만든 데다 암까지 유발합니다. 우리는 이를 금지하려고 미국인과 함께 싸 우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유전자조작 씨앗을 옹호하는 빌 게 이츠가 한발 더 나아가 펜타곤과 손잡고 유전자 편집으로 종 들의 멸종을 부르는 연구를 지원합니다. 그들은 아마란스를 멸종시키려 합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나는 쓸모없는 종들 을 없애겠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생물학적 다양성의 원리를 위배하는 겁니다. 우리와 지구와의 관계를 위배하는 거예요. 또한 인도와 같은 나라들의 식량 안보를 해치는 겁니다.
- 만약에 당신이 먹거리를 기르는 농부들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 거대 기업이 그 중간을 다시 차지할 겁니다. 그들은 자본을 가지고 있고, 대단한 브랜드도 있죠. 하지만 먹거리는 모든 곳에서 자랄 수 있어요. 도심에서도 기를 수 있습니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식량은 우리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거고,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꼭 기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먹는 사람과 기르는 사람이 연결되는 것이 순환 경제예요. 당신이 직접 텃밭을 돌보거나 농사 짓는 농부를 안다면 상표는 필요 없어요. 유명한 회사 이름이 필요 없죠. 당신이 생산자와 맺고 있거나, 당신이 당신 농사와 맺고 있는 그 관계가 브랜드입니다.

7장 분리와 연결 :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반다나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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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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